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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모레 12일 레케인에서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스피어 게임단의 초기 멤버가 될 예비 프로게이머들과 간단한 미팅 자리를 가질 예정입니다. 보다 세부적인 저희 구단 소개와 계약 조건 등을 간단히 프리젠테이션해서 보여드릴 것이니, 은선영 씨도 참석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문자를 보냅니다… -
‘참여하실 의향이 있다면 답장을 주세요. 정확한 장소를 다시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지극히 사무적인 권유에도 선영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가겠다는 답장을 보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냥 ‘갈게요’라고 적어야 하나? 아니면 ‘예, 한번 참여해보고 싶어요’라고 적어야 하나? 전자는 너무 성의 없어 보이니 후자가 나을 건가? 아냐, 너무 평범해. 경망스러워 보이지 않으면서 은근 많은 관심이 있다는 식의 대답을 어떻게…….
예비 프로게이머가 몇 명이나 참석할지에 대해선 선영에게 그다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선영은 그저 미래의 자신의 길을 열어줄 그 멋진 이기식이란 남자를 한번 더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있었다. 물론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사무적으로 자신에게 권유하는 것일 테고, 선영도 그 정도는 모르지 않았으나 그녀는 마치 아주 소중한 애인에게 받은 문자마냥 핸드폰을 가슴에 꼭 안아 쥐었다. 그리고는 머릿속으로 수십번도 더 고르고 고른 답장을 간신히 기식에게 전송하였다.
‘이건 운명이야….’
그렇게 생각한 선영은 문득 원룸 한 구석에 놓인 조그마한 상자에 눈길이 갔다. 우연히 그것을 보게 된 그녀는 별 특색 없는 그 상자의 내용물 - 정확히는 그 안에 들어있었던 - 을 떠올렸다. 나 참, 창오빠는 너무 걱정이 많아서 탈이라니까. 하긴, 생각이 많은 만큼 보다 깊은 내면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나저나 창오빠답지 않게 ‘수호천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다니, 참…….
태환이 ‘네 수호천사’라며 택배로 보내온 물건은 의외로 작고 간단한 것이었다. 선영은 문득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뭔가 알 수 없는 따뜻함과 애틋함 비슷한 것이 섞여있는 순수한 감정. 물론 그 미소는 오래 가지 않았다. 곧 선영은 모레에 입고 나갈 옷을 어떻게 세팅할지에 대해 궁리해보기 시작했다. 예비 프로게이머들이라니 분명 남자들로 구성됐을 테고 그 사이에서 너무 튀어보이지 않으려면 약간 수수한 복장이 알맞으려나? 그러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현재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기식을 만난다는 것과 주의를 조심스럽게 끌어내본다는 전략으로 가득 들어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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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할 때 즐거워질 수 있다는 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수많은 특권 중 하나다. 덧붙여서 거기에 함께 하는 상대, 특히 이성친구란 존재가 있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하지만 지금 이 고급 레스토랑의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윤아람이란 청년은 아주 맛있는 요리가 나올 것을 예상하면서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더군다나 함께 앉아있는 아주 예쁜 여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넘어야 할 난처한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다.
물론 그의 표정은 거의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일부러’ 그런 표정을 만들려고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행히도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는 여자는 피식 웃으며 테이블 너머로 손을 뻗었다. 그리곤 메뉴판을 쥐고 있는 그의 손등을 쿡 찔렀다.
“부담스러워할 필요 없어요, 아람 선배.”
“어? 어… 하지만 이게, 그게… 흠.”
“나 때문에 여기 오기도 한 거니까 비용도 다소 저도 부담해야죠. 반반씩 내기로 해요, 어때요?”
그제서야 묶인 무언가가 풀어지듯 아람의 표정도 밝아졌다. 물론 자신이 점심을 산다면서 불러내었으니 모든 비용을 부담할 각오를 했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하기까지 한 이 더치페이의 제안에 감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곧 그는 이 감정을 내색하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으로 얼른 표정을 고쳐 잡았다. 비싸다고 해봤자 고작 몇만원짜리의 이 점심 식사에 주눅들면 안 된다. 찌질하게 보이잖아.
“그럴까? 음… 뭐, 미선이 네가 편한 데로 하는 게 가장 좋겠지. 그러면….”
비용 문제를 자연스럽게 어물거리며 넘어가려던 아람은 문득 앞에 앉은 그녀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미선의 머릿속은 음식 비용에 관한 생각 따윈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레스토랑 내부의 인테리어라도 감상하듯 두리번거리고 있달까.
아람은 그 무관심하기까지 한 태도에 이번엔 가슴 한 구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녀석… 내가 비용 문제로 곤란해지지 않게 일부러 신경을 끄는 척하고 있구나. 얼굴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진짜 천사야, 천사. 아람은 반드시 이 귀여운 여후배를 자신의 애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이 무럭무럭 솟아나고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서도 2년이 다 가도록 변변한 여자친구 하나 사귀어보지 못했는데, 이 후배하고는 어쩐지 잘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 아주 보편적이고 흔한 착각에 빠지도록 내버려둔 미선은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실 조금만 더 주의깊게 살펴보면 그녀의 눈은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를 감상한다기보다는 누군가를 기다린다고 봐야 맞을 것이었다.
‘올 때가 됐는데…….’
그리고 아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그녀의 행동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점을 짚어낼 수 있었다. 누굴 기다리나? 이윽고 미선의 시선이 레스토랑 입구에 고정되었다. 그에 따라 아람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입구 쪽을 향한다. 두 남녀가 바라보는 그곳에는 역시 두 남녀가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한눈에 봐도 이미 애인 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듯한 알콩달콩한 분위기의 연인.
남자 쪽은 약간 슬림해보이기까지 하지만 그 특유의 날카로움이 서려 있는 청년이었고, 여자 쪽은 엄청난 미모에 얼핏 보기엔 간편한 차림 같으면서도 어딘가 화사함이 돋보이는 센스 있는 코디를 하고 있었다. 어느 학교에 모델로 활동해도 손색이 없을 그 미모에 아람도 순간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남자 쪽을 다시 바라본 아람은 그 남자가 그다지 밝지 못한 표정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다.
‘저 남자도 역시….’
확실했다. 비단 아람뿐만이 아니라 누가 보기에도 이 비싼 레스토랑에 들어오기 꺼려하는 모습이다. 남자는 살짝 궁시렁거리기까지 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옆의 여자는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그런 남친을 달래려 찰싹 달라붙어 아양을 떨고 있었으니. 그런 장면은 어떻게 생각해도 ‘비용’의 문제가 가장 확률이 클 것이었다. ‘오빠, 나 저거 먹고 싶어’, ‘비싸잖아. 무슨 점심을 그렇게 거창하게 먹으려 해’, ‘우웅, 그래도 먹고 싶단 말야. 한번만 사줘, 오빠, 응? 오빠아~’. 그러면 남자는 ‘아 거참, 돈 없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자의 조름에 못 이겨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 구체적인 추리를 전개해나가며 아람은 다시 한번 미선의 배려에 감사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 그러니까 방금 들어온 연인인 성진과 혜진은 그 문제의 조금 다른 형태로 투닥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반적으로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특이한 것이었다. 성진은 웨이터가 안내한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털썩 주저앉았고 혜진은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그런 오빠를 달래었다.
“그러니까… 인상 좀 풀래도. 오빠가 불편한 거 잘 이해해.”
“여기 음식이 얼만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다음엔 오빠가 내면 되잖아. 난 그때 아예 지갑도 놓고 올거야.”
“다음에, 다음에… 너 그 소리만 정확히 8번째다.”
“어머, 벌써 그렇게 됐어? 근데 심하다…. 그걸 다 세고 있었어!”
“도대체가… 대부분의 남자들이 애인한테 뭘 선물하거나 식사를 사주면서 뿌듯해하는 이타적인 감정을 너한테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을 것 같단 말야. 하긴, 이제는 용돈까지 받는 처지니 내가 지불한다고 해도 애초에 그런 감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겠지만.”
혜진은 그런 오빠의 질책(?)을 얼버무리기라도 하듯 얼른 메뉴판을 집어 들어 성진에게 건네었다.
“그…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되잖아. 내가 오빠한테 뭘 해줌으로써 내가 즐거워질 수 있단 말야. 그럼 오빠는 내 즐거움을 돕는 셈 치고 그냥 계속 받아줘. 응? 날 위해서, 날 위해서.”
성진은 뭐라고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모든 것에 관대한 이 녀석도 이상스런 곳에서는 고집이 세다. 그간 혜진과의 연애를 통해 나름대로 대응법을 세운 거라면, 그저 그녀가 베풀면 베푸는 대로 다 받아주는 게 서로간에 가장 좋은 방향이다. 물론 미안함이나 자괴감 따윈 느끼지 않는 것처럼 연기라도 해야 한다.
성진은 예전 연애 때 겪었던 난감함과는 완전히 상반된 난감함에 여전히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지못해 메뉴판을 살펴보기 시작한 지금도 연이어서 몰려오고 있었다.
“뭐 먹을래, 오빠?”
성진은 그렇게 묻는 혜진을 부담스러운 듯 곁눈으로 흘끗흘끗 바라보며 섣불리 선택하지 못했다. 적당히 싼 것으로 먹는 게 마음이 편할 것이었지만 혜진은 절대적으로 비싸고 좋은 음식을 오빠가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온갖 기대감이 담긴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눈빛이 너무도 초롱초롱하고 강렬해서 성진은 차마 사양이고 뭐고 할 수가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간신히 그녀의 바람을 충족시켜줌과 동시에 자신도 어느 정도 양심의 가책을 상쇄시킬 ‘적당선의 비싼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이거? 가격이 좀 그런데. 모처럼 왔는데 좀 더 비싼….”
“난 지금 이게 제일 먹고 싶어.”
성진이 자신의 식성을 확고히 굳히고 나서야 혜진은 활짝 웃으며 수락(?)했다. ‘오빠가 먹고 싶다면 좀 싼 것이어도 어쩔 수 없지’. 성진은 그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혜진을 바라보며 왠지 알 수 없는 두통이 몰려옴을 느꼈다. 눈가를 부여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려던 성진은 문득 혜진이 묘한 표정으로 한쪽을 응시하는 것을 발견했다.
“……?”
성진은 미간까지 올렸던 손을 내리면서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순간 성진의 표정은 혜진보다 더 미묘하게 변했다(그래서 누군가의 딴에는 경악처럼 보일 것이었다). 상황을 몸으로 인지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지체되는 법이고, 그래서 성진은 잠깐의 사이 후 몸을 화들짝 떨었다.
어느 새 테이블 바로 옆까지 다가온 미선이 평온한 미소를 띤 채로 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진은 사실상 이 비슷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분명 꺼림칙한 상황이긴 하지만 서로간에 이미 관계가 정리된 이상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반응을 하면 안 된다. 따라서 성진은 미선이 와도 그저 친한 후배처럼 가볍게 인사하며 받을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성진이 태연하지 못하고 놀란 건 미선의 반응이 너무도 평온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먼저 와서 아는 척을 하다니. 어쩌다 마주쳐도 어색한 상황임이 불 보듯 뻔한데.
대체 이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물론 순수하고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한치 앞도 속을 짐작할 수 없는 여자 중 하나가 바로 미선이란 점을 성진도 알고는 있었지만.
“와, 이런 데서 다 보다니. 우연이네요, 선배! 반가워요.”
“어… 어, 그래. 반갑네.”
“여기 되게 비싼데, 선배도 꽤나 입맛이 고급인가 봐요.”
“내… 내가 먹고 싶다고 했어, 미선아. 오빠는 그냥 내 성화에 못 이겨서 온 거고.”
미선의 시선이 혜진에게로 돌아갔다. 혜진도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고 성진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으나 둘이 아는 사인가 하는 궁금증도 동시에 일었다. 그리고 미선은 다시금 살포시 웃더니 타박타박 혜진이 앉은 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 거야, 혜진아? 좀 너무한다. 성진 선배 자금이 넉넉지 못하단 걸 알면서.”
“아하하, 그… 그런가? 사실 좀 미안하긴 했어. 아하하하….”
“흐음, 하긴… 그래도 연인 좋다는 게 이런 거구나.”
성진은 혜진이 사는 거라고 반박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혜진의 미묘한 눈짓을 눈치채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보다는 미선이 왜 이 자리에서 사사로운 얘기로 시간을 끄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굳이 혜진과 자신의 사이를 강조하며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걸 즐기는 건가? 도대체 왜…….
어쨌거나 미선이 혜진과 친구 사이라면 혜진 역시 꽤나 불편한 상황일 것이다. 성진은 간신히 당황스러운 심경을 뒷전으로 하고, 여전히 혜진 옆에 서서 생글생글 웃는 미선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런데 미선은 여기 어떻게…?”
“아아, 저도 아는 선배가 식사를 산다고 해서 따라나왔죠. 제가 이래봬도 귀엽게 생겨서 선배들로부터 인기가 많거든요.”
미선은 그들의 얘기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먼 테이블에 떨어져 앉아있는 아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성진은 그녀와 동행인으로 보이는 아람을 흘끗 바라보고는 다시 미선을 쭉 훑어보았다. 확실히 그녀는 신경 써서 꾸미고 나와서인지 평소보다 더 발랄하고 예뻐 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태도나 표정으로 봐서는 미선이 그 아람 선배인가 뭔가 하는 남자에게 별 관심이 없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연애 경험이 꽤 있는 성진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다시 아람 쪽을 바라본 성진은 그가 초조한 눈빛으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일방적인 짝사랑이 되겠군. 어쨌거나 그건 그거고 성진은 미선에게 이제 그만 가보라고 윽박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사실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따지고 보면 혜진과 사귀는 데 있어서 더 난처한 입장에 놓이기 전에 먼저 물러났던 건 미선 쪽 아닌가. 이제 와서 요구하는 것도 당당하지 못한 처지라 성진은 미선이 자꾸만 이상하게 집적대는 것을 대놓고 제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미선이 먼저 물러날 기미를 보였다. 그녀는 혜진의 뒤에서 걸어나와 성진 쪽을 지나치며 손을 가볍게 흔들어보였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볼게요. 식사 맛있게 하시구, 우음…. 성진 선배. 납품 일도 그만두셔서 요즘 통 볼 수가 없어서 섭섭해요.”
“개학하면 또 자주 보게 되겠지.”
“아하하. 너무 멀었잖아요. 음… 아, 그리고….”
미선은 이제는 묶지 않고 어깨에 살짝 풀어내린 자신의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면서 혜진을 바라보았다. 혜진은 움찔하며 미선과 눈을 마주쳤고 미선은 다시금 평온하게 생긋 웃어보였다. 그런 그녀를 바로 옆에서 올려다보던 성진은 어째서인지 그 미소가 참으로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겨울이 역시 확실히 수월하네요.”
뭐가 겨울에 수월하단 건지 당연하게도 성진과 혜진 둘 다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미선을 다시 붙잡아서 물어볼 엄두 또한 내지 못했기에 둘 다 한동안 꿀먹은 벙어리처럼 멍하니 응시할 뿐이었다. 서로를. 그리고 미선이 돌아간 자리 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