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화 (6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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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었다. 하지만 뭔가 좀 아쉬웠다. 여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손가락으로 번호를 눌렀다. 그녀가 만지는 것은 보기엔 약 십몇년 전 유행하던 워크맨 같은 기기였다. 음악을 들으려는 의도처럼 보이나, 스마트폰이 대부분을 해결해주는 현재에 있어 그것이 굳이 필요한가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고전적인 방식을 즐기는 매니아이거나 혹은 알지 못하는 ‘다른 어떤 것’의 수단일 수도 있다.

한동안 번호를 이것저것 눌러보며 들려오는 일련의 소리를 감상하던 여자는 재차 이어폰을 빼내었다. 그녀의 입이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음성을 내뱉는다.

“이것도 좋아. 전부 다 좋아…. 하지만 아직 부족해……. 뭔가 새로운 걸 더…….”

여자는 그 기기와 이어폰을 한데 추려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폭신한 침대 위에 엎드려 있었기에 일어나지 않고 기기를 올려놓기 위해서는 팔을 꽤 힘껏 뻗어야 했다. 하지만 여자는 이미 그런 행동에 익숙해진 듯 몸을 길게 뻗고 잠시 동안 부르르 떨더니, 별 무리 없이 그 행동을 완수할 수 있었다.

여자는 이제 침대 위에 편안히 엎어졌다. 하지만 지친 것 같지는 않다. 밤은 깊어갔지만 잠을 잘 생각은 없는지 그녀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고개만 옆으로 돌려 눈을 뜨고 있었다. 얼굴을 이리저리 가린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다만 일련의 어떤 생각에 깊이 빠져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여자는 입고 있는 원피스 형태의 실크 잠옷 아래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다리 사이의 그곳을 만져보았다.

변화가 있었다. 수없이 들은 것이지만 여전히 자극적이긴 하다. 물론 새로운 것을 더 갈망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여자는 살짝 젖어버린 자신의 팬티에 급격히 야릇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안 돼, 또 이러면. 또 해버릴 것 같다. 너무 자주 하면 나중에 실전에서 감각이 무뎌져 버리지 않을까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물론 분명 그이도 손가락으로 해주겠지만. 혹은 다른 기기 같은 것을 사용해서.

때문에 그 타이밍에 자신의 머리맡에 놓은 스마트폰의 진동 소리가 들렸을 때는, 집중하던 생각에 방해를 받아서 오는 스트레스가 아닌 반가움마저 들었을 정도였다. 여자는 서둘러서 핸드폰을 받았다. 이 시간에 오는 전화는 필시 개인적인 용무일 가능성이 높았고, 기분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은 그런 여자의 기대에 아주 적합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아, 선배?”

“여, 채미선. 오늘은 또 뭔가 기분좋은 일이 있나 보네?”

“어라, 아람 선배는 그걸 어떻게 아시죠?”

“목소리가 아주 밝아.”

“저야 뭐 늘 포지티브죠. 헤헷. 근데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전화를 다 주세요?”

아람 선배가 불린 상대방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는지 잠시 헛기침을 하다가 목소리를 내었다.

“이번 주말에 시간 되냐? 간단히 점심이라도 같이 하고 싶은데.”

“물론이죠. 선배가 사는 거죠?”

“당연하지, 임마. 어찌 여자보고 내라고 할까?”

“그럼 저야 당연히 환영! 어… 음, 잠깐, 잠깐. 아람 선배. 자암~ 시만요.”

미선은 침대에서 얼른 몸을 일으켜서 방 한 구석의 달력을 바라보았다. 밝은 형광등에 비쳐지는 하얀 달력에는 미선만이 알법한 의미 모를 표시들이 숫자 몇 군데 자리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하트 모양이거나 ‘공백 기간’이라거나 ‘ㅠ.ㅠ’, ‘^^’같은 이모티콘. 그리고 미선은 약간 난처하다는 음성을 조심스럽게 내었다.

“어…… 지금 보니까, 죄송한데. 주말은 좀 그런데 다음 주 화요일쯤은 안 될까요? 선배 뭐 아르바이트 다닌다 했나?”

“음, 그래? 어차피 야간 알바니까 상관 없어. 화요일이라고? 그때 보지 뭐 그럼.”

“와 정말 고마워요! 근데 웬일이에요, 갑자기 밥을 산다고 하시고?”

“그냥 귀여운 후배 방학동안 자주 못 보니까 아쉬워서 그렇지 뭐….”

미선은 킥하고 웃었다.

“학기중에도 자주 사주시던데.”

“음, 그랬나?”

“선배, 혹시 나 좋아해요?”

“당연히 좋아하지. 너같이 이쁘고 귀여운 애를 싫어하는 남선배가 있을까? 하핫.”

장난을 장난으로 답하려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 이면에는 은근히 잘 되보고 싶어하는 기색이 엿보인다. 그리고 미선은 그것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이 선배는 2학기가 끝나갈 때쯤 내가 애인이 없다는 걸 알고는 자주 접촉해오고 있다. 미선은 다시금 쿡쿡 웃고는 침대에 앉은 채로 달력을 다시 바라보곤 약간 더 디테일한 요구를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람 선배라 불리는 상대에게도 고개를 조금 갸웃거릴만한 내용이었다.

“장소를 네가 정하려고?”

“맛있게 하는 곳을 알아요. 혹시 특별히 생각해둔 곳 있어요?”

“그냥 대학로에서 적당히 잡으려고 했는데. 네가 좋아하는 데라면 거기 가보지 뭐.”

미선의 눈이 빛났다. 역시 이 선배는 특별하지 않고 무난하게 같이 다니기 좋다. 조금 화장까지 해서 이쁘게 꾸미고 나가볼까? 일종의 여시처럼 보여도 꽤나 나한테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한데, 흠…… 그래도 역시 너무 많은 기대를 안기면 안 된다.

왜냐하면…….

미선은 책상 위의 워크맨 같은 기기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활기찬 목소리를 내었다.

“예. 그럼 화요일 점심 때 봬요. 정확한 위치는 그때쯤 가서 다시 연락 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미선은 한 손에 핸드폰을 든 채 팔을 양 옆으로 쭉 뻗어 누웠다. 단발머리라고 하기엔 조금 긴 머리칼이 침대 위에 풀어헤쳐져 그녀를 발랄하게 보이게끔 한다. 역시 아직은 자기에 조금 이르다. 졸리지 않아. 그래서 심심해. 이 에너지를 어서 발산해야 할텐데…. 그래도 이 만족스럽지 못한 평화는 오래 가진 않을 것 같다.

조만간 그런 평화란 수면에 파문을 만들 무언가를 떨어뜨릴 테니까.

자지가 보지 속에 맹렬하게 들이밀어졌다. 꼿꼿하고 단단하게 솟아오른 귀두의 둥근 돌출부분이 질 내부 깊숙한 곳 자궁 입구까지 건드렸다. 유리벽에 두 손을 짚고 뺨을 대고 있는 혜진은 그 자극에 살며시 눈을 감고 신음소릴 내뱉었다.

“하윽…….”

신음소리는 크진 않지만 짙고 농염한 기운마저 감돈다. 성진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부여잡고 다시 한번 힘껏 자지를 보지 속에 들이밀었다. 쑤우우욱- 퍼억! 혜진은 다시 한번 깊다란 신음을 흘리면서 그의 자지를 느껴갔다. 혜진의 눈썹이 쾌감에 약간씩 떨려왔다. 기분 좋은 자극이다. 오빠를 내 안에 넣고 있는 기분. 물론 실제로 그러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신체의 예민한 부분을 맞물림으로써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섹스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성진은 신음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항상 박아대던 거지만 혜진의 보지는 그 어떤 남자의 자지라도 녹여버릴 만큼 부드럽고 뜨뜻하고 조이는 신축성이 좋았다. 게다가 성진과 수없이 섹스를 나눈 혜진의 입장에선 이젠 어떻게 하면 오빠를 더 달아오르게 할 수 있는지 완벽하리만큼 꿰뚫고 있었다. 혜진은 성진의 자지가 보지 속을 들락날락하며 더욱더 딱딱하고 붉게 달구어질수록 조금씩 질 내부에 조이는 강도를 마음대로 조절함으로써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거의 사정하기 직전까지 꼬옥 조여주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며 성진으로 하여금 100%에 가까운 쾌감을 지속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그녀의 스킬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고 성진이 익숙해질 틈은 도무지 생기지 않을 정도였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성진과는 달리 정작 자지가 힘껏 들이밀어지는 혜진의 입장에선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혜진은 다른 방면으로, 즉 좋아하는 오빠를 자기 마음대로 리드하는 자신의 S적 성향에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한 지 오래였다. 참지 못하고 그녀 등 위에 엎어지며 목에 얼굴을 묻는 성진을 키득거리며 돌아보는 혜진. 성진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물고 핥고 빨아대고 있었다.

“하악… 하읍… 츄릅, 쭙, 츄릅, 쭙….”

“아응… 흐음… 내가 그렇게 좋아, 오빠?”

“허억, 허억… 좋아… 너무 좋다, 혜진아…….”

혜진은 자신을 꼭 끌어안고 정신을 못 차리는 오빠가 너무 재밌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혜진은 한 팔을 뒤로 뻗어 성진의 목을 꼭 끌어안아 자신의 목에 더욱더 파묻히게 했다. 하얗고 부드러운 여자의 살결에서 느껴지는 촉감과 내음, 그리고 그것을 먹고 싶은 듯 핥고 빨아대는 데서 오는 기분 좋은 만족감. 그러한 충족감은 이제 한데로 모여서 자지로 쏠려 들어가고 있었다.

성진은 더욱더 거칠게 혜진의 보지 속에다 자지를 박아대기 시작했다. 허리를 붙잡던 손은 아래로 내려가 혜진의 탱탱한 허벅지를 감싸 쥐며 주물러대었다. 흥분이 급속도로 상승하였다. 익숙한 아찔함이 밀려왔다. 성진은 이제 제대로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있는 힘껏 엉덩이를 흔들며 피스톤 운동을 하고 있었다. 보지 속에서 흥건하게 쏟아져 나온 보짓물과 애액이 욕실 바닥에 흘러내려 원을 그려가고 있었다.

“하악, 하악, 하악… 헉헉헉헉…!”

“아… 아앗…… 아아아앙…….”

퍽퍽퍽퍽-! 타악, 타악-. 퍼억, 퍼억-.

성진의 온 체중이 앞쪽으로 쏠리며 혜진을 밀어내듯 자지를 처박아대었다. 혜진의 상체가 욕실 유리벽에 들러붙듯 밀착하였다. 그녀의 커다랗고 탄력 넘치는 젖가슴이 유리벽에 짓눌러져 바깥에서 보기엔 매우 야릇한 패티시즘을 연상시킬 것이었다. 물론 시내 야경이 다 내려다보이는 고층 빌딩이니 누가 볼 리도 없겠지만. 그녀의 젖꼭지 또한 젖가슴과 함께 약간씩 들어가보이게 짓눌리었다.

혜진도 이젠 얼굴을 살짝 붉히며 눈을 내리깔고 그 거친 피스톤 운동에 만족감 어린 신음을 흘려갔다.

“아아아… 오빠, 나도 갈 것 같아. 오빠, 오빠아…♡”

“혜… 혜진아. 나 더 이상은…… 흐으으윽…!”

혜진은 서둘러서 손을 아래로 내려 그의 불알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보지 속에서 빼는 시늉을 했다.

“오빠, 잠깐, 잠깐.”

“으… 응…?”

“역시 이대로 가버리는 건 좀 아깝달까.”

성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간신히 보지 속에서 자지를 빼어들었다. 묽은 애액이 상당량 묻어 나왔지만 아직 사정하지 않은 자지는 온몸의 피가 다 쏠려있는 것처럼 벌겋고 단단하게 솟아있었다. 핏대를 세우고 벌떡거리는 자지를 한시라도 빨리 다시 보지 속에 집어넣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제어하며 성진은 신음처럼 말했다.

“그… 그럼 어떻게……?”

혜진은 유리벽을 향해 몸을 구부린 자세 그대로 성진을 돌아보았다.

“애널로 해볼래, 오빠?”

“뭐…?”

“맨날 여기로만 하니까 오빠도 지겨울 거 아냐. 항문으로 해보면 뭔가 좀 색다를 것 같은데.”

성진은 지겹긴커녕 네 욕정을 따라가기도 벅찰 정도라고 짚으려다 관두었다. 대신 다른 얘기를 꺼냈다.

“야, 여자들 애널로 하면 되게 아프다던데. 그냥 관두지 그래.”

“내 걱정 해주는 거야? 후후…. 근데 난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

혜진은 물끄러미 그를 돌아보다가 몸을 일으키곤 한걸음 성큼 성진에게 다가섰다. 별 생각 없이 그런 혜진을 마주보던 성진은 다시금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혜진이 깊고 또렷한 눈동자로 그의 눈동자를 뚫어질 듯이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녀가 영혼까지 빨아들일 듯 빤히 마주보면 별다른 흑심이 없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성진은 붉어진 얼굴로 뺨을 긁적거리며 어색하게 웃으면서 시선을 피했다.

“어, 어… 왜, 왜 그래 또?”

혜진은 이내 픽하고 웃고는 한 손을 허리에 얹고 고개를 살짝 꺾어보였다.

“오빠는 종종 날 이해할 수 없다곤 하지만, 나야말로 오빠가 참 의외의 면모가 많은 남자처럼 보여.”

“뭔 소리냐. 내 생각 밑바닥까지 헤집는 주제에….”

“이를 테면 그렇게 잘 놀고 다닌다고 학교에서 소문난 선배… 으응, 뭐 소문날 정도까진 아닌가. 아무튼 그러신 분이 디팡에 공포감을 안고 있더라든가.”

“그 얘긴 그만하지 그래.”

“여자가 하자고 해도 기회를 못 잡는 숙맥이라든가.”

성진은 뭐라고 반박하려다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혜진은 쿡쿡 웃으며 손가락으로 성진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

“오빠 정말 많은 여자랑 잠자리 같이 했던 것 맞아?”

“꼭 들이대야 여자랑 잘 수 있다는 거냐?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색녀 아가씨. 네가 아무리 그래도 경험 자체로는 오히려 내 쪽이 많을걸?”

약간 강경하게 위압을 주어보려고 내뱉은 말이었지만 혜진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다만 그 미소에 의미심장한 색감을 더하듯 입가를 올리고는 말했다.

“잠자리 횟수 내기하는 거야, 오빠? 좋아. 그럼 몇 명으로 셈할까, 몇 회로 셈할까?”

“횟수 자체로는 세기 어려우니 인원수로 따지지.”

혜진은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내가 진 거나 다름 없잖아. 아니, 사실 횟수든 인원수든 애초에 내가 진 거네.”

“무슨 소리야?”

“난 사실… 오빠가 처음인걸.”

성진은 무슨 로맨스 한담에나 나올법한 반전이냐며 김빠지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혜진은 슬픈 표정으로 계속 머뭇머뭇했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성진은 그런 종류의 한담이 내게 실제로 다가왔나 하고 은근한 기대를 품었음이 물론이다. 곧 그는 혜진과의 첫날밤을 떠올리고는 한 손을 들어 그녀를 때려 죽일 듯한 포즈를 취했다.

“야, 이… 그럴 리가 없잖아!”

“아하하하.”

혜진은 폴짝폴짝 뛰며 그에게서 도망가는 시늉을 해보인다. 성진은 팔을 내려 두 손을 허리에 얹고는 유리벽을 통해 바깥 야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곧 그는 자지를 내어놓은 채 너무 당당한 자세로 있는 게 민망하졌는지 - 아무리 바깥에서 볼 수 없는 높이라 할지라도 - 한쪽 손을 들어 앞머리칼을 매만지는 척했다. 시야 초점을 유리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 맞추자, 성진은 자기 뒤쪽으로 혜진이 사뿐사뿐 다가서는 게 비쳐보였다.

혜진은 그의 목에 매달리듯 끌어안으며 말했다.

“궁금해, 오빠? 내가 몇 남자와 같이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지 않으면 처음이냐 아니냐에 왜 그렇게 반응해?”

“그냥 뭐… 음… 그냥 의외랄까. 그런 거지 뭐….”

혜진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를 끌어안고 있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남자는 다 똑같은데 무슨. 오빠는 또 이렇게 은근 내숭적 성향이 강한 것도 의외라니까. 뭐 그것도 귀여우니 난 좋지만.”

혜진은 이윽고 한 손을 아래로 내려서 허리 너머로 그의 자지를 붙잡고는 만지작거렸다.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다섯 개의 손가락이 조금 가라앉았던 성진의 흥분도를 다시금 급속도로 올라오게 한다. 성진은 약하게 신음을 흘리며 할 말을 망각해버렸다. 딱딱해지는 성진의 자지를 뒤에서 주무르면서 혜진은 속삭이듯 물어보았다.

“그래서, 오빠. 할 거야, 안 할 거야?”

“으윽, 뭐… 뭘……?”

“또 모른 척한다. 애널로 말야. 애널! 항문! 항문 섹스!”

“야, 너… 그런 말을 잘도…….”

“하자!”

“안 해!”

“우웅, 오빠아. 하자아~.”

“안 한다고!”

“설마 처음이라서 겁나거나 한 거야?”

“누가 겁난데?”

“난 오빠 것 이쪽 구멍으로도 안고 싶은데….”

“지금도 충분해!”

조르고 어르고 도발까지 해봤지만 이번엔 웬만해선 성진이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혜진은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나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섹스를 동반한 잠자리에서만큼은 절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그녀다. 혜진은 이미 성진의 긍정적 대답을 들은 것마냥 몸을 돌려서 어디론가 달려갔다.

“잠깐, 기다려봐 오빠. 나 가방에 윤활젤 사온 게 있으니까.”

“가져와도 난 분명 안 한다 했다.”

매우 당연하게도 수긍하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성진은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잠깐 돌아보고는 욕실 의자를 끌어다 그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윤활젤이라니, 아주 작정을 하고 있었군. 그나저나 도무지 개인용 욕실이라곤 생각지 못할 정도로 넓은 곳이다. 그렇게 생각한 성진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촉촉이 젖은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한번 쓸어내었다.

애널 섹스가 기대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성진은 시내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 특이한 유리벽의 위쪽을 바라보았다. 내부의 불빛에 반사되어 밤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았다. 나쁘진 않지, 이렇게 자연으로부터 차단된 인위적인 현대 구조물 속에서 질펀하게 놀아보는 것도. 그래도 별은… 조금은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 성진은 혜진이 돌아오기 전에 다시 한번 시력을 집중해서 그 유리벽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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