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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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침 시간 10분 전이다. 적당히 연습 마무리 하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 쉬도록.”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온 스탭원은 형광등을 반 가량 꺼서 내부를 약간 어둡게 만든 후 그렇게 일러두고 돌아갔다. 합숙을 하는 프로게이머들은 서로간에 말이 거의 없었기에 자신이 연습하던 게임 등을 정리하는 데에도 그렇게 부산스럽진 않았다. 간간히 친분 좀 있는 선후배들끼리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는 정도였다. 그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데, 모두 남자인 데다 별로 할 말도 없을뿐더러 불필요한 감정 표현으로 정신을 낭비할 이유가 없는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방송 등에서 접한 근사해보였던 프로게이머 유니폼도 실제로 입어보니 뻣뻣하고 질감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개인에게 지급되는 연습용 컴퓨터도 딱 필요한 최소 사양으로 맞추어져 있었다.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기이지만 실제로 구단에 서포트되는 자금은 타 마케팅 사에 비해 꽤나 저예산으로 책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준석은 그런 외부적 요인에 불평 따위를 하고 있을 틈조차 없었다. 대학 진학까지 포기하고 들어온 프로게이머란 직종 아닌가. 이 길이 아니면 당장 거리에 나앉아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는데.

그리고 준석은 게임이 제공하는 매력적인 재미보다 생존의 도구로 이용하게 된 현실로부터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당장 눈앞의 재미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보다 조금 흥미가 떨어져도 대학에 진학한 후 진로를 결정하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다’는 부모의 말을, 죽어도 듣지 않겠다며 가출하다시피 나온 자신의 결정이 틀렸다는 것을 체감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자신의 실력이, 실제 프로게이머란 현장에서는 중하위권에 머무는 ‘그저 그런 수준’으로 맴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선배들이 취침하러 방으로 돌아간 시각까지도 혼자 남아서 연습에 몰두하기 일쑤였다.

‘후우… 손목이 뻐근하네. 잠시 쉬자.’

그는 잠시의 쉬는 시간에도 인터넷에 올라온 여타 프로게이머 경기나 기타 대회의 재방송을 돌려보았다. 끊임없는 연구만이 그를 어느 정도의 연봉이 보장하는 프로게이머 선수로 유지시켜줄 것이다. 그는 책상 한쪽에 수 겹으로 쌓아진 커피 종이컵들을 보면서도 잠을 쫓기 위해 자판기에서 커피를 또 뽑았다.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느라 충혈된 눈으로 몇몇 경기를 검색하던 그는 이색적인 제목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소리를 냈다.

“이건…?”

「△△△경기 결승전, 무명의 미모 여대생이 유력한 프로게이머 후보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

준석은 그 링크를 클릭했다. 그리고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확인을 함과 동시에 불편함이 밀려왔다. ‘예상’은 그 무명의 우승자가 자신도 알고 있는 ‘은선영’이라는 것이었으며, ‘불편함’은 그녀에게 어설프게 접근했다가 성진에게 데이듯 얻어터진 얼굴이 다시 지끈거리는 기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준석은 자신도 모르게 볼을 쓰다듬으면서도 섣불리 그 인터넷 페이지를 닫거나 뒤로가기를 클릭하지 않았다.

현재의 준석은 하나라도 더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하는 입장이다.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선영의 경기라 할지라도 그것을 보며 솜씨를 분석하고 자신의 빌드에 참조할 수 있는 부분을 추출해야 한다. 준석은 씁쓸한 현명함을 발휘해야 하는 현실에 뼈아픈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미 그의 높은 자부심은 선영에게 완벽히 패한 그 아마추어 대회를 기점으로 파도에 밀려나는 모래성처럼 무너져갔고, 현재는 이미 골목대장과 같았던 과거를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현장을 뛰는 ‘진짜’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체감해야 했다.

- 결승전 첫 경기 시작했습니다. 맵은 ‘나선형 분지’입니다. ‘죽음의 체스’ 아이디를 쓰는 ◇◇◇선수는 맵의 1시 방향, 그리고 ‘실버레인’ 아이디인 은선영 선수는 맵의 7시 방향입니다. 두 선수 모두 조심스럽게 일꾼으로 자원을 채취하기 시작합니다 -

- ◇◇◇선수는 모 프로게이머 구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죠. 그리고 은선영… 선수는 다른 의미로 특별합니다. 경기 경험도 거의 없고 유명하지도 않습니다만 실력 하나만큼은 대단한지 거의 무패 행진을 이루며 이 대회 결승까지 올라왔습니다. 게다가 여자란 말이죠 -

- 하하, 이쁘네요.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이벤트 같은 게 아닙니다. 비프로게이머 경기 특성상 현재 방송되는 건 결승전이라는 한도에 국한되어 있지만, 진짜 실력으로 정당한 토너먼트 결과에 의한 경기라는 점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

준석은 해설자와 아나운서의 떠들어대는 소리는 한 귀로 흘려버리며 차분히 경기 시작 부분을 기다렸다. 그는 어쩐지 ‘실버레인’이라는 아이디가 선영의 이름과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서 ‘죽음의 체스’라는 아이디를 쓰는 상대방의 플레이를 몇 분간 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얼마 관찰하지도 않았지만 준석은 곧 ‘죽음의 체스’의 플레이에 특이한 사항이 없다는 것을 짐작한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 철저하게 선영에게 깨졌을 그 상대 선수에게 동병상련이라도 느끼는 듯 준석은 잠시 속으로 애도를 표하였다. 그리고는 경기를 처음으로 돌려서 다시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선영의 플레이를.

이미 종이컵의 커피는 다 마셔버려서 준석은 새로 커피를 뽑아오고 싶은 충동에 연신 무릎을 떨었다. 조금 후, 준석은 아무래도 왠지 집중이 안 되는 기분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판기 쪽으로 걸어가려 했다. 그리고 거의 곧바로 다시 몸을 모니터 앞으로 휙하고 돌렸다. 뭔가가 보였기 때문이다.

준석은 선영의 플레이를 비추는 구간만 계속해서 재생바를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돌려대었다. 몇 번을 돌려서 봤는지 신경 쓰지 않으면 절대 모를 수치까지 이루어낸 그는 하나의 사실을 깨닫고는 하마터면 탄성을 지를 뻔했다. 물론 아무도 없는 연습실이었기에 행여라도 소란을 감지하고 스탭원이라도 달려오면 아직까지 안 자고 뭐하냐는 뻔한 면박을 들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탄성을 속으로만 집어삼키는 데 꽤 애를 먹어야 했다.

잠시 준석의 머릿속에서 선영과의 접점 가능성을 고려해보는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졌다. 선영은 프로게이머가 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마추어 경기라도 계속해서 우승을 차지하면 준프로게이머 자격은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프로게이머 직종에 발을 들일 생각도 없으면서 계속해서 ‘카잔 전쟁’ 대회에 참가하는 걸 보면 그녀의 목적은 상금일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많은 상금이 주어진 e스포츠 대회 등 공식 리그까지 참여할 것은 당연하다. 공식 리그는 준프로게이머와 프로게이머 모두가 참여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맞붙을 가능성은 있다.

“흠…….”

지끈거리는 것 같은 뺨을 쓰다듬던 준석은 그 손바닥을 서서히 앞쪽으로 이동했다. 마치 안면을 손바닥으로 가린 듯한 상태에서 준석은 히죽 하고 웃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떠진 눈은 선영의 결승전 경기 플레이 동영상으로 향해있었다. 그는 마치 선물이라도 얻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선물의 효용성을 얼른 실험해보고 싶었다.

준석이 선영의 플레이 데이터로부터 얻어낸 것은 그의 실력을 향상시킬만한 자료 같은 게 아니었다. 물론 처음의 목적은 그것에 있긴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다른 수확을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준석은 그 결과물에 상당한 만족감을 느꼈다. 준석은 선영이 자신과 다시 만날 그날까지 더 많이 승리하고 더 유명해지길 바랐다.

물론 자신이 잠깐이나마 홀렸던 그녀에게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는 건 아니다. 적당한 시점에 다시 만나서 선영을 깨부숴주면 그 명성이 자신에게로 돌아올 것임이 분명했다. 이미 선영과 맞붙어본 그로서는 자신의 경험과 이 타 경기 동영상을 참조해서, 완벽에 가까운 선영의 플레이에서도 ‘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이번도 마찬가지로 언제 또 끊어질지 모르는 연재 재개입니다. 아니, 이번엔 아예 중간에 끊긴다고 기정사실을 말씀드려야겠네요. 그동안 틈틈이 쓴 분량만 올릴 거니까요.

대체 언제 완결될 건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젠 관심 갖는 독자분도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이거라도 올리는 이유는 간만에 집필실 들러보니 기다린다는 분이 계시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어떻게든 완결은 내야 다음 소설도 쓸 때 욕먹지 않잖습니까.(그게 대체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퍽))

총 분량은 중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길어져서 한 70~80화 쯤으로 완결날 겁니다. 왜 자꾸 길어지는진 저도 모름… 그냥 쓰다 보니 길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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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바깥으로 향할 때 - 46

성진은 조금씩 눈을 떴다 감았다 해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을 잤다는 것을 깨달아갔다. 하지만 성진은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거나 하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푹 자서 다른 집에서 잤다는 사실이 몸으로 잘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여자의 방. 은은하면서도 익숙한 향기가… 내가 잘 아는 여자의 방. 아아, 그래. 이건 혜진의 방이다.

강혜진의 방…. 그러고 보니 어제… 나한테 좋아한다고 하던,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내 애인. 어찌나 달콤했던지 애인이 된 사이가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꿈 속을 거닐었던 기분마저 든다. 성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불을 안았다.

가만, 이불…? 성진은 문득 옆에 자고 있어야 할 혜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보다 현실 감각이 제대로 돌아왔을 때는 자신이 엄청난 늦잠을 잤다는 것도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본 성진은 곧 벽시계를 찾아내었고 시침과 분침이 거의 점심 때를 가리키고 있음을 보았다.

“오빠. 일어났어?”

성진이 뒤척거리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렇게 말하는 혜진. 그녀는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싱크대 앞에서 무언가를 조리하고 있었다. 성진은 그제서야 침대 옆 탁자에 놓인 각종 반찬들을 보고는 그녀가 식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가만, 이건 아침이라 해야 하나, 점심이라 해야 하나? 성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쓴웃음을 지었다.

“오빠, 어제 정말 대단하더라. 뭐 나야 좋았지만… 오빠 괜찮은거야?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생긋 웃으며 싱크대 앞에서 돌아보는 혜진. 성진은 그녀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잠깐 보류해야 했다. 그녀는 분명 옷을 걸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은 상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임팩트를 성진에게 주었고, 따라서 그는 더듬거리며 혜진의 질문을 전혀 상관 없는 질문으로 되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야, 너 그 복장은… 뭐야?”

“응? 음……. 오빠, 몰라 이거? 드레스 앞에 걸치는 에이프런이잖아.”

“에이… 프런?”

“알몸 에이프런! 코스프레! 으휴… 오빠 너무 건전해서 탈이야. 좀 아는 남자들이면 얼마나 로망에 젖는 건데.”

성진은 자신보고 건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여자 또한 혜진 외에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며 그만 픽하고 웃어버렸다. 하지만 혜진은 그 웃음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뚱한 표정으로 한 손을 허리에 얹고는 한숨을 쉬었다.

“오빠 외에는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는 건데. 당사자가 모르니 이것도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하네.”

“아, 아냐! 혜진아. 이뻐! 귀여워! 에이프럴이라고 했나?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앞치마처럼 두르고 있으니 왠지 신선하네. 특이해. 하핫….”

혜진은 이미 포기했는지 ‘에이프럴’이라고 잘못 발음하는 오빠의 말을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두부된장찌개를 들고 와서 식탁 반찬들 한가운데에 놓았다. 성진은 간만에 보는 진수성찬의 한식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혜진의 요리실력을 본 적은 없지만 이미 냄새만으로도 상당히 맛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성진은 속옷 바람으로 침대에서 내려와서 탁자 앞에 앉았다.

혜진은 밥을 그릇에 담아 성진의 앞과 자신 앞에 각각 놓고는 젓가락을 들어 얼른 먹어보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성진은 그때쯤 벌써 상당한 허기를 느끼곤 허겁지겁 식사를 했다. 산뜻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성진의 미각을 반긴다. 성진은 혜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음식을 먹는 데 집중하였다. 혜진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그를 부드러운 미소로 응시하다가 툭하고 물었다.

“오빠, 맛있어?”

“너 언제 이리 요리실력도 뛰어났냐? 진짜 맛있다야.”

“정말?”

“그럼. 나 지금 먹는 거 보고도 빈말처럼 보여? 게다가….”

성진은 반찬과 밥을 입 안에 넣은 채 조금 발음하기 어려운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혜진을 향해 젓가락을 흔들어보였다.

“이렇게 있으니까 꼭 신혼부부 같은 게, 입맛이 안 날래야 안 날수가 없다.”

“그럼 오빠, 우리 결혼할까?”

그의 즐거운 기색이 역력한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튀어나오는 혜진의 말. 그리고 성진은 하마터면 입안에 든 음식을 밖으로 뿜어낼 뻔했다. 그는 그것을 간신히 제지했고, 그러느라 조금 사레들린 기침을 옆으로 연신 뱉어내기 시작했다.

“쿠… 쿨럭, 쿨럭. 야, 혜진아. 너, 그…….”

“아하하, 오빠. 미안, 미안. 농담이야. 으음, 음….”

혜진은 어색하게 말을 수습하고는 자신의 밥을 먹는 데 열중하였다. 하지만 성진의 멍한 표정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성진은 이미 혜진의 타입을 꽤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녀가 자신한테 하는 말이 빈말일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혜진은 성진이 여전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며 반찬 이것저것을 마구잡이로 주워 밥 위에 얹었다. 잠시 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농담이라니까, 오빠…. 우리 나이에 무슨 벌써 결혼을…. 요즘은 여자도 30대 될 때까지 결혼 잘 안 하는데. 내 말은 그냥 가소로운 농담이라 생각하고 넘겨줘.”

하지만 이미 너무 어설픈 농담 수습 모습에 성진도 어정쩡한 시선으로 그녀를 흘끗흘끗 보면서 남은 밥을 마저 먹어갔다. 어쩐지 그 전보다는 꽤나 깨작거리는 젓가락질로. 그리고 식사를 다 마쳤을 때쯤 혜진은 깎아놓은 과일 접시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성진은 후식까지 다 준비해놓은 혜진의 섬세함에 반가운 얼굴로 그녀를 보면서 웃었다.

“야, 이거 배는 진짜 오랜만에 먹어본다. 달고 맛있네.”

“흐음, 근데 오빠.”

혜진도 미소를 띠면서 그녀가 자신 있어 하는 본래의 질문을 다시금 들추어냈다.

“오빠 어제 몇 번이나 사정했는지 기억나?”

“우적우적…. 글쎄. 뭔가 되게 많이 한 거 같긴 한데, 횟수는 기억이 안 나네.”

“오빠 중간에 기절하기까지 했잖아. 쿡쿡…. 그렇게 무리해놓고는 이렇게 앉아서 밥을 먹는 게 신기하다.”

성진은 토마토 조각을 입 안에 넣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은 진짜 뭐에 홀린 것 같았단 말야. 정신줄 놓고 마음 가는 대로 물고 빨고 핥고 박아대다 보니 신체가 따라가지 못해 한번 뻗었다가, 다시 깨나서 좀 더 하고 그 다음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돌아왔어도 여전히 사정 횟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혜진은 그런 오빠의 기억을 되찾아주기라도 하듯 손바닥을 들어보였다. 성진은 쫙 편 혜진의 손바닥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 다라는 점에서 이번엔 과일조각을 입 밖으로 뱉어낼 뻔했다. 뭐…? 잠깐, 지금 열 번이라고 알려주는 거야? 이어서 혜진은 느릿한 손동작으로 플러스( )를 허공에 그어보이고는 그 옆에 검지손가락을 다시 하나 들어 보임으로써 깔끔한 해답을 완료했다.

총 11번…. 성진은 하루 최다 사정 횟수가 일곱 번이었다는 기억을 되새기며, 그것을 하룻밤 새에 가뿐히 돌파시켜버린 사실을 갱신으로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성진은 자신이 직접 세지 않았기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혜진을 바라보았다. 혜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도 포크로 과일을 집어 우물거리며 높지도 낮지도 않은 톤으로 입을 열었다.

“오빠랑 나는 속궁합이 너무 잘 맞아. 난 보지 않았으니까 잘은 모르겠지만서도… 오빠 아마 나랑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다른 여자랑 자본 적 없을걸? 그치?”

성진은 혜진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속궁합이 잘 맞는다는 건 서로간에 만족감이 완벽하게 채워졌을 때의 얘기잖아. 그런데 너는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늘 뭔가 좀 아쉬운 듯 부족한 듯, 뿌리뽑듯이 정액을 뽑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배고파하는 듯한 끝을 알 수 없는 네 보지. 게다가 그것을 얼마나 잘 쓰는지 남자의 사정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까지 할 수 있음을 성진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성진은 그런 명품에 비유할 만한 보지를 지닌 혜진의 미래 신랑에게 - 누가 될진 모르지만 - 축하 건배를 듦과 동시에 애도를 표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 미래의 신랑이 바로 성진 오빠라는 걸 일컫기라도 하듯 빤히 바라보는 혜진의 모습에 성진은 당황하였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엉덩이 걸음으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시늉을 했고, 혜진은 픽하고 웃고는 남은 과일을 마저 먹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오빠? 어쨌거나 속궁합 뭐 그런 걸 떠나서 난 오빠를 사랑하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게 좋다고 하잖아? 이 상황에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그리곤 이어서 즐거운 기분이 들어있는 목소리가 그녀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래도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오빠가 제일 좋은 것 같아. 제일 나를 만족시켜주는 것 같아. 그래서 나 요즘 무지 행복해.”

“그렇게 말씀하여주시니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요, 색녀 후배씨?”

“이잉, 아직도 후배래. 오빠 미워.”

혜진은 부끄러운 듯 살짝 토라진 어투를 내고는 식탁 위를 치워가기 시작했다. 남은 반찬들은 랩으로 덮어 냉장고 안에 넣고 빈 그릇들은 싱크대로 옮겼다. 성진은 그런 혜진을 보며 미소 짓고는 곁의 쿠션 하나를 끌어와서 반쯤 누운 자세로 편안히 기대 앉았다. 그렇게 설거지를 시작한 혜진을 가만히 바라보던 성진은 뭔가가 다시 꿈틀거리며 내면에서 올라오는 기분을 느끼고는 몸을 일으켰다.

알몸 에이프런은 말 그대로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기 때문에 앞쪽으로도 가슴골과 다리가 대부분이 드러나고, 뒤쪽으로는 아예 모두 드러나보인다. 가는 끈만이 목과 등에 각각 한가닥씩 두르며 묶여있기에 그녀의 모습은 조리용뿐만이 아닌 다른 면으로도 목적이 있음을 의미하였다. 그리고 성진은 그런 ‘다른 면으로의 목적’에 부합하는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는 점차 몸을 일으키다가 아예 일어서서 혜진 뒤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오후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환하고 나른한 빛이 커튼에 걸러지며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그런 맛깔스러울 정도로 포근한 조명 속에서 혜진은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며 식기들을 헹구고 건조대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성진은 혜진 뒤로 거의 밀착하듯이 가까워지자 두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살포시 안았다. 혜진은 성진이 다가오는 것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럼, 이렇게 다가와야지. 혜진은 자신의 예측에 정확히 들어맞는 오빠의 행동에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감싸 안은 그의 손을 잡아 가슴 쪽으로 끌어올렸다.

성진은 두 손을 움직여 혜진의 젖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얇은 에이프런 위로 만져지는 두 가슴은 정말로 부드러웠다. 혜진의 가슴은 상당히 큰 편에 속했고 두꺼운 겨울복을 입어도 앞으로 튀어나온 굴곡이 보일 정도여서 캠퍼스에서 언제나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곤 하는 그녀였다. 그런 혜진의 가슴을 성진은 현재 마음껏 주무르고 있는 것이었다. 성진은 혜진의 에이프런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직접적으로 더욱 많이 주물러대었다. 그릇을 거의 다 헹구어가는 혜진은 그런 성진의 손놀림이 간지러운지 키득키득 웃었다. 조용하고 포근한, 장난스러움이 깃들어진 기분 좋은 애정행위.

혜진이 그릇을 다 헹구고 물을 끄자 성진은 그녀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그녀의 뺨에 키스를 했다. 혜진은 곁에 놓여진 행주로 손을 닦고는 두 팔을 뒤로 뻗어 성진의 엉덩이를 꼭 끌어안았다. 성진의 아랫도리가 그녀의 엉덩이와 꽉 밀착하게 되자 성진은 그녀의 어깨에 턱을 걸친채로 가느다란 신음을 흘렸다. 혜진은 이어서 고개를 돌려 그런 성진의 입술에 능숙하게 키스했다. 시작은 가볍게 입술을 마주치듯이, 이어서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조금씩 물어보듯이, 그러다가 깊게 물어보듯이. 어느 샌가 내어지는 서로의 혀. 성진은 혀를 내어서 혜진의 입술을 갈망하듯 핥았고, 혜진은 그것을 입술로 꼬옥 물어당기는 듯하더니 자신의 입 속에 넣고 안쪽에서 혀로 핥았다. 서로의 혀와 입가를 적시는 달콤한 타액들.

“우움… 쭙…… 쩝…….”

“하아…….”

소리는 크지 않았고 흘러내리는 타액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둘은 마치 상대의 것이 자신의 것이라도 된 것마냥 섬세하고 진하게 키스를 진행해갔다. 성진도 혜진의 혀를 빨아당겼고, 서로가 밀고 당기듯이 자신의 혀를 내어주거나 끌어당기며 엉키고 섞였다. 키스만으로도 오르가즘에 도달할 것 같다. 어느 새 혜진은 돌아서서 성진의 목을 끌어안고 정신 없이 키스해대고 있었다. 보편적인 키스 타임을 압도적으로 억누를 만한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둘은 입술을 떼었고, 코와 코끝이 맞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둘은 눈을 마주쳤다. 빨려들 듯한 서로의 눈동자를 숨죽이고 응시했다. 눈동자에 그려진 어릿한 무늬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기라도 하듯 집요한 아이컨택.

그리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입술을 갖다 대어 키스했다. 성진은 혜진과 애정행위을 나눌 때마다 너무도 부드럽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마치 꿈 속을 걷는 듯한 나긋한 감정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성진은 혜진이 마치 보이지 않는 사슬로 자신을 옭아매곤 마법을 부린다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타입의 진행이 싫지는 않았다. 성진은 혜진과 언제까지고 이런 애정행위에 심취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더욱 꼭 끌어안았다.

성진의 자지가 팬티 위로 꼿꼿하게 치솟아올랐다. 길고 질리지 않는 키스 타임으로 인해 이미 묽은 좆물이 잔뜩 배어져 나와 팬티를 잔뜩 적시고 있었다. 혜진은 그의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자지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위아래로 문질러주었다. 묽은 좆물이 혜진의 손에 들러붙어 자지를 문지르는 손에 윤활액처럼 발리었다. 성진은 잠시 혜진과 입술에서 자신의 것을 떼고는 뜨거운 숨을 내쉬었고, 혜진은 고개를 숙여 침을 한가득 그의 팬티 안으로 뱉었다. 좆물과 그녀의 침이 엉키면서 더욱 매끄럽게 자지를 문지르게 하는 윤활액이 되었다. 혜진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예 성진의 자지를 바깥으로 꺼내어 힘있게 문질러대었고 성진은 숨을 몰아쉬며 자지에서 퍼지는 쾌감을 온몸으로 느껴가고 있었다. 찌걱, 찌걱, 찌걱, 찔걱, 찔걱…….

“헉… 헉…… 혜진아.”

“응? 왜, 오빠?”

“혜진… 혜진아……. 으윽…….”

“왜에, 오빠. 말 좀 해봐.”

“못참겠다…… 윽……. 끄윽….”

“뭐어~ 가 못참아? 응? 구체적으로 말 좀 해봐. 오빠. 하나도 못 알아듣겠잖아.”

하지만 성진은 그녀가 자지를 문지르는 손에 심취해서 달뜬 신음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고, 혜진은 그런 오빠를 똑바로 바라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혜진의 입장에선 마치 성진이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처럼 여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성진은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것마냥 - 더불어 그녀가 요구한 ‘구체적인 해답’을 몸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 혜진의 어깨와 허리를 각각 붙잡고는 그녀의 몸을 돌리게 했다.

“으응?”

성진으로부터 등을 보이며 돌아서게 된 혜진은 의아한 목소리를 내었다. 성진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을 앞쪽으로 가해서 싱크대 위에 밀어 넘어뜨렸다. 혜진은 두 다리를 약간 벌려선 채로 몸을 앞으로 굽혀 엎드린 자세가 되었고 성진은 그 뒤에서 터질 듯 부풀어오른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 갖다 대었다. 귀두를 그녀의 보지에 맞추어 이리저리 문질렀고, 성진 생각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이 애액을 내는 혜진의 보지는 이미 축축해져 보지털까지 완전히 푹 젖어 이른 오후의 빛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성진은 혜진의 허리를 꼭 붙잡고는 자지를 들이밀 준비를 했다. 혜진은 두 손을 배게 삼아 엎드린 상태에서 두근두근 기대감에 살포시 눈을 감았다.

쑤우우우욱, 푸욱-.

커다랗게 부푼 성진의 자지가 한치의 틈도 없이 혜진의 보지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삽입은 쉽지만 절대 헐겁다거나 하지는 않은, 빈틈없이 꽉꽉 조여주는 혜진의 익숙한 보지 느낌에 성진은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 이 느낌이다. 한번 맛보면 절대 그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자지를 착착 부드럽게 감싸오는 따뜻한 질 느낌. 게다가 그 강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혜진은 갖고 있다. 성진은 거의 곧바로 재차 자지를 뽑았다가 다시 혜진의 보지 속에다가 자지를 들이밀었다. 그렇게 해도 무리없이 원활한 피스톤 운동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쑤우우욱, 퍼억-.

쑤욱- 퍽.

쑤욱- 퍽.

쑤우우욱- 푸욱, 퍼억-.

“흐으으으응…. 오빠아……♡”

혜진은 귀여운 신음소리를 내면서 그의 피스톤 운동에 맞추어 몸을 흔들거렸다. 혜진의 커다란 젖가슴은 싱크대 위에 짓눌려서 에이프런 옆으로 터질 듯 튀어나왔다. 성진은 혜진의 보지 속에서 뜨겁게 달구어지는 듯한 자지의 느낌과 함께 밀려오는 쾌감에 신음을 토했다. 혜진의 보지는 많은 물을 내어 미끈거리는 마찰력을 높여 자지 구석구석을 꽉꽉 조이는 압력과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부드러움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성진은 혜진의 허리를 붙잡았다가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가 하며 정신 없이 박아대었다.

아무리 만지고 박아도 모자랄 것 같았다. 성진은 혜진의 한쪽 팔을 뒤로 들게 해서 붙잡고는 허리에 힘을 주어서 좆을 쑤셔 넣었다. 더할 나위 없이 꼿꼿하게 치솟은 자지가 밑둥까지 남김없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둘은 더 깊은, 더 많은 쾌감을 원하고 있었고, 성진은 허리에 더욱 힘을 실어서 빠르게 삽입 운동을 했다. 그 결과 자지는 점차 한계에 다다르듯 붉게 달구어져 핏대를 세우며 불끈거렸다. 성진은 그 느낌에 겨워 자신도 모르게 혜진의 이름을 부르며 엉덩이를 흔들어대었다.

“하악, 하악…. 혜진아…. 혜진, 혜진, 혜진……!”

“흐윽, 아앙……. 오빠, 오빠…… 좀 더, 더…….”

사정없이 들이밀어지고 있으면서도 혜진은 더 세게 해달라는 말만 반복했고, 그래서 성진은 온 힘을 다해 혜진의 보지 속에 좆을 처박았다. 퍼억, 퍼억! 쑤욱 퍽퍽퍽퍽! 혜진의 보지에서 보짓물이 질펀하게 흘러나와 그녀의 허벅지와 성진의 사타구니를 흥건히 적시었다. 어찌나 많은 물이 흘러나왔던지 좆을 보지에 박아댈 때마다 보짓물이 사방으로 튀듯 흩뿌려졌다. 철퍽, 철퍽!

쾌감에 겨운 성진이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내는 것과는 달리 혜진은 신음소리를 일정 이상 높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짙고 깊은 숨을 내쉬면서 은근한 중얼거림으로 자신의 속감정을 표출했다. 자궁까지 건드릴 기세로 들어오는 그의 길고 굵은 자지의 뜨뜻함을 음미하며.

“더 세게 박아줘, 오빠…. 더 세게… 흑…! 좋아… 좋아해. 자지 빼지 마, 오빠. 자지… 빼면, 흑… 죽여버릴지도 몰라.”

투둑, 툭.

묽은 좆물과 뒤엉킨 씹물이 싱크대 밑으로 방울지며 떨어져 내렸다. 성진은 떨리는 손으로 혜진의 머리칼을 한 움큼 쥐었다가 등을 타고 살며시 쓰다듬으며 내려갔다. 손끝으로 톡톡 튀듯 전해지는 매끄러운 감촉. 성진은 에이프런 뒤로 훤히 드러나 굽혀져 있는 혜진의 기가 막힌 허리라인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한계에 다다른 피스톤 운동과 함께 폭발할 것만 같은 무언가가 성진을 덮쳤고, 결국 그는 혜진의 엉덩이를 주무르다 참지 못하고 그녀의 등 위에 엎어졌다. 그리고는 혜진의 젖가슴을 마구 주무르며 그녀의 보지에 좆질을 했다.

“아아아악…… 혜진아. 나온다… 나와……! 으으윽…!”

“오빠, 어디? 어디 쌀래? 오빠 싸고 싶은 데 싸. 오빠 싸고 싶은 데 싸야 나도 좋아….”

하지만 성진은 이미 대답할 여력도 없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좆을 박아대는 행위 자체에만 정신이 나가 있었다. 이대로는 그냥 보지 속에 좆물을 쏟아 넣을 게 뻔했다. 물론 혜진은 그건 그거대로 좋다고 생각했지만, 좀 더 좆물을 이용해서 자신이 오빠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시각적으로 인식시켜주고 싶었다. 혜진은 일단 보지에 힘을 주어서 질을 수축시켜 성진의 자지를 꼬옥 감싸 안았다. 순간 성진의 자지가 경련하며 왈칵 하고 혜진의 보지 속에 좆물을 쏟아내었다. 1초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렇게 보지로 조여대니 아주 정확하게, 혜진이 의도한 대로 정액이 사정되어 나온 것이다.

울꺽울꺽하고 쏘아지는 정액이 혜진의 보지 속에 들어차는 것도 잠시, 혜진은 엉덩이를 뒤로 쭉 밀어서 성진을 물러나게 했다. 이어서 혜진은 좆을 보지에서 뽑아낸 후, 자신은 몸을 돌려 싱크대 문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굽혀 앉았다. 그 짧은 틈에 계속해서 분출되는 정액은 싱크대와 바닥, 그리고 혜진의 머리칼 위로 질질거리며 흘러내렸고, 혜진은 얼른 오빠의 좆을 붙잡아서 자신의 얼굴 가까이에 대었다. 그녀의 손이 힘있게 좆대를 문질러대었다. 성진의 자지에서 남은 좆물이 폭발하듯 혜진의 얼굴에 쏟아져나왔다. 혜진은 여기서 손을 계속해서 흔들어서 모든 정액을 다 쏟아내도록 했다. 그녀 얼굴을 가득히 물들이는 허연 성진의 정액.

“헉… 끅…… 끅, 허억…….”

“…….”

성진은 애액과 좆물로 반짝거리는 싱크대 자락에 한 손을 뻗어 기대고는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귀두 끝에서는 좆물이 끊길 듯 말 듯 하면서도 계속해서 새어나왔다. 혜진은 성진의 자지에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듯 흔들어대었다. 한참 후, 조금씩 흘러나오는 사정까지 멈추자 혜진은 자지를 입으로 물었다. 그리고는 불알이 있는 부분까지 한껏 집어삼켜 자지에 붙어있던 정액과 씹물들을 모두 혀로 깨끗이 핥아먹었다. 싱크대를 붙잡던 성진의 손이 떨리면서 내려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혜진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는 혜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혜진은 입안에서 자지를 빼어 들곤 정액투성이의 얼굴로 성진을 올려다보며 생긋 웃었다. 그리고는 자지 끝 귀두에다 입술로 살포시 키스를 했다.

 ‘고스트 쉐도우’ 선수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많은 병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물량입니다. ‘실버레인’ 선수도 주춤할 만큼 엄청난 기세! 과연 역대 프로게이머들과도 대전을 해서 비등한 실력을 보여주었던 ‘고스트 쉐도우’ 대단합니다! 은선영 선수의 ‘실버레인’ 부대는 이에 맞서서 어떻게 대처를 할지 -

함성소리, 휘파람 소리, 막대 풍선 소리와 더불어 높이 쳐든 플래카드, 깃발, 각종 응원 도구들이 경기장의 분위기를 돋운다. 해설자와 아나운서는 관중 못지 않게 열띤 음성으로 두 선수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처럼 중계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은연중에 짐작은 하고 있었다. ‘실버레인’ 아이디를 쓰는 은선영 선수가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공격과 방어로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고스트 쉐도우’는 마지막 중장기병대를 몰아서 선영의 포위망을 돌파해나갔다. 둘러싸던 창병과 포병들이 뚫렸고 중장기병대는 망설임 없이 계곡을 통과하여 선영의 본진쪽으로 달려나갔다. 관객들의 환호성은 더욱 높아졌지만 그는 반대로 기분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것은 ‘카잔 전쟁’을 프로급으로 플레이하는 소수의 유저만이 느낄 수 있는 직감이었고, 실제로 ‘고스트 쉐도우’의 실력은 상당한 편이었기에 그것에 속했다.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뚫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술렁이는 관객들. ‘고스트 쉐도우’의 직감이 원하지 않는 정답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계곡 위쪽에서 석궁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형을 이용한 원거리 기습이었다. 강력한 화살을 지닌 석궁병들의 공격에 고급 중장기병들은 안타까우리만큼 반격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쓰러져나갔다. 그가 멍한 시선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뚫었다고 생각한 포위망이 있던 자리에서 조금 전보다 수 배는 될 듯한 포병과 창병들이 매복을 풀고 쏟아져 나와 그의 본진을 휩쓸었다. 완벽한 제압.

덕분에 조금이라도 아슬아슬한 접전을 벌인 것처럼 스릴 있는 중계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해설자와 아나운서는 더 곤혹스러워졌다. 결승전다운 엇비슷한 접전을 보여야 하는데, 선영은 그야말로 가차없었다. 그들은 5판 3승제로 이루어진 결승전 경기에서 첫 한 판을 선영이 진 것조차 일부러 져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고스트 쉐도우’ 당사자의 표정은 지금까지 대전했던 선수들과는 비교도 안 될 실력에 압도당한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헤드셋을 벗을 생각도 못하고 멍한 표정만 짓고 있는 그가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본 건 꽤 한참 후였다. 기이한 경험에 체감 시간이 순간적으로 지나갔음을 겨우 인지한 그는, 어느 새 자신의 옆까지 걸어온 대전자 ‘실버레인’의 실체를 보고도 표정을 풀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의미로 멍한 표정이 되었지만.

“당신도 꽤 하는군요. 하지만 미안해요. 저도 나름대로 상금이 꼭 필요해서요.”

선영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가방 속에서 젤리를 꺼내 자리에 앉아있는 그의 모니터 옆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고스트 쉐도우’ 아이디를 쓰는 선수는 여타 그녀의 대전자들이 보여준 보편적인 반응 - 즉 젤리를 가만히 바라보거나 도로 가져가라고 그녀에게 내던지던 - 을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선영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걸 왜 주는 겁니까?”

“저와 대전했던 분들에 대한 일종의 예우랄까요. 이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에요.”

그리곤 생긋 웃어보이는 선영의 미소에 그는 다시금 할말을 잊었다. 나와 대전했던 선수 맞나? 다른 누구 연예인 아닌가? 순간 두근거릴 만큼 빨려들 듯한 미소에 그는 설령 그것이 가식이라 할지라도 상관없겠다는 기분마저 느끼었다. ‘고스트 쉐도우’ 선수는 약간 붉어진 얼굴로 개봉되지 않은 살구빛 젤리통을 집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하지만 곧이어 진행된 시상식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온 선영은 이제 그 퍼포먼스도 슬슬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승자의 오만으로 비추어질 소지를 경계해서가 아니었다. 또한 대부분의 대전자가 그녀의 젤리를 집어 던져버리거나 거들떠도 안 보고 돌아간다는 점에서 상처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사실상 선영 본인도 자신의 입으로 말했던 ‘예우’를 순수하게 차릴 목적으로 젤리를 건네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녀의 행위는 말 그대로 ‘카잔 전쟁’이라는 공통된 수단을 이용한 나름대로의 목적을 걸어온 상대에 대한 연대감의 표시었을 뿐이다.

하지만 세 번째로 참가한 이 ‘카잔 전쟁’ 대회에서 그녀에게 실리는 변화를 본다면 ‘특출한 모든 행동’을 없애는 쪽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연이은 우승이 가져다 주는 세간의 관심 집중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다. 게다가 선영은 하필이면 여자인 데다 뛰어난 미모까지 겸하고 있으니 그 명성은 엄청난 기세로 번질 불씨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미 발빠른 몇몇 객원기자 및 UCC관계자들은 촬영 장비와 인터뷰 소재들을 마련하고, 선영이 경기장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고난을 제공하고 있었다.

“은선영 씨. 정말로 프로게이머에 등극할 예정은 없으십니까?”

“대전했던 선수에게 젤리를 건네는 퍼포먼스의 의미는?”

“‘카잔 전쟁’을 잘하는 숨겨진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혹시 남친분이 있어서 가르쳐주기라도 했나요? 경기장에 같이 오신 애인이나 친구분 아무도 안 계신가요?”

선영은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어보이거나 최소한의 단답형으로만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끈질겼다. e스포츠가 급부상된 시기이지만 그들의 기삿거리는 하나같이 약간의 이변과 몇몇 네임드 프로게이머들의 세력 다툼으로만 점철된 형태였다. 따라서 이색적인 다크호스와 같은 선영의 등장에 약간의 정보라도 미리 얻어내려는 집요함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들은 선영이 별 의미 없이 상금을 확인하려고 가방을 열어보는 동작에도 마술을 관람하는 관중처럼 시선을 따라가고 있었다.

선영이 본격적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을 때는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싣기 전 선영은 경기장 로비 한구석에 있는 여자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은 후, 일부러 거울을 들여다보거나 바깥 창문을 보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는 객원기자나 UCC관계자를 자칭하는 자들이 한 명도 돌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못박은 듯 대기하고 있단 걸 알게 되었다. 물론 화장실 안까지 직접적으로 기웃거리거나 한 건 아니지만 바로 앞에서 진을 치듯 기다리는 모습에 선영은 기겁했다.

때로는 좋지 않은 상황이 연이어 겹쳐짐으로써 약간의 긍정적 효과를 발하기도 한다. 경기장 외곽 로비 저편에서 선영을 발견한 세 명의 남자가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선영은 그들 또한 자신을 도와줄 목적으로 오는 건 아닐 것이라 짐작했다. 그 중 가운데의 남자는 건장한 체격에 멋들어진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고, 재력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두 명의 측근자들을 대동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은선영 씨.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마치 평소부터 잘 아는 듯한 매니저의 연기를 하며 그녀를 자연스럽게 서포트하는 남자. 선영은 그런 그의 모습에서 기억 속 학우나 지인 그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선영은 아무소리 못하고 처음 보는 남자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는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다. 이전 경기부터 선영을 주의 깊게 관찰해온 남자는 그녀가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발동하지 못하도록 치밀한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영은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기자들을 떨치는 대신 이 남자를 따라가는 선택이 이득이 될는지 빠르게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지속되지 못했다.

기자들은 비록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프로정신을 가지고 자료를 수집하는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앞서 선영에 관한 많은 조사를 이미 마쳤고, 그에 따라 선영의 매니저 같은 사람은 현재 없다는 사실 정돈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그들은 남자가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선영을 낚아채가려 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기자들은 자신들이 조사한 사항을 근거로 들면서 남자의 앞길을 막아섰다.

“당신 뭐야! 은근슬쩍 그녀를 데려가서 뭘 하려는 작정이지?”

“이러지 마십시오! 은선영 씨가 곤란해하지 않습니까?”

남자와 측근들의 세력이 기자들과 맞붙었고 로비는 한바탕 말싸움과 신경전으로 번져나갔다. 그리고 선영은 그 틈을 이용해서 뛰다시피 재빨리 로비를 빠져나갔다. 회전유리문이 돌아가며 결과물이 튀어나오듯 바깥으로 나온 선영. 그녀의 기다란 머리칼이 불어치는 바람에 나부낀다. 선영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택시를 찾았고, 곧 수 걸음 떨어져 있는 곳에 정차해있는 택시를 발견하자마자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달려가서 승차했다.

그 사이에 달려온 기자들은 출발하는 택시 창문에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며 어떻게든 선영을 찍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열화와도 같은 그들의 집요함은 택시가 출발하고 모습이 보이지 않고 나서까지 선영의 가슴을 쿵쾅거리며 울리게 만들었다. 그러한 불씨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새삼 자각하자 그녀는 그만 진절머리가 날 것 같았다. 그리고 선영은 마치 곁에서 누가 감시라도 하는 것처럼 창오빠에게 경기 결과를 보고할 엄두조차 못 낸 채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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