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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홍준석이란 평범한 세 글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그 이름이 사람들에게 특이하게 각인되도록 전파시킬 사명감 따윈 갖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당연히 자신이 프로게이머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카잔 전쟁’ 실력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에 걸맞은 수준을 자랑이라도 하듯 결승까지 올라올 동안 단 두 번만 패배했다. 덧붙여서 그 패배 또한 나름대로의 이유를 구축할만한 별 것 아닌 실수였기에 그의 자부심에 흠집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준석은 현재 자신의 자부심이 여타 일반인들이 늘상 저지르는 자만심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물론 준석은 마지막 결승전 진출자를 뽑는 오전의 경기에서도 무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현 상황을 수용하기 어려울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참으로 몇 년에 한 번 본선에서 볼까말까한 여성 아닌가. 선영이 결승전에 진출해서 자리에 앉아 그와 대결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준석은 뭔가 신이 가호할만한 요행이나 꼼수가 있어서 여기까지 왔으리라 짐작했다. 혹은 선영의 상대자가 그녀의 미모 등에 혹해서 일부러 봐주다가 지게 되는 양상을 띠었다거나.
그리고 준석은 그런 예상밖의 상대자에게 ‘철저히’ 무너졌다. 그것은 준석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때려치우고 프로게이머의 길로 들어서겠다며 부모님 앞에서 책가방을 내팽개치고 가출한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쓰라린 패배였다. 결승전 특성상 게임은 다섯 판으로 진행되었고 첫 번째 패배 때만 해도 그는 어쩌다가 지게 된 실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두 번째 판은 그야말로 잔뜩 긴장해서 총력을 다하는데도 밀리는 전세에 당황하고 말았다.
준석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은 선영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 착각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당연하다. 이런 작은 규모의 경기라 할지라도 결승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는 보편적으로 없으니까. 그러나 준석이 만일 선영의 현 상태를 알았다면 자신이 살아온 삶에 지독한 회의를 느끼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실력을 남김없이 쏟아붓는 준석과는 달리 선영은 느긋하게 상대를 교란시키고 적당히 유닛들로 맞받아치며 어제 채팅으로 나누었던 태환과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 아니… 그건 창오빠가 말한 대로 내게 해커에 관한 걸 가르쳐준 사람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
- 음…? 의외로 그건 순순히 인정하는군. 어쨌거나 선영아. 나는 네 연락처나 행방 등을 아는 데는 크게 문제되지 않아. 네가 무슨 작정하고 산 속 같은 데 숨어버린 것도 아니고, 현대의 전산망을 통해 특정인의 정보를 뽑아내는 작업은 약간의 노력과 기술만 갖추어지면 가능하니까 -
- 결국 원점의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네. 그럼 오빠는 그냥 그 잘난 해킹 실력으로 내 연락처를 알아내면 되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서 그렇게나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려고 하는 거야? -
콰쾅-!
준석의 마지막 부대가 처참하게 궤멸되는 모습은 ‘카잔 전쟁’ 결승전의 두 번째 판도 선영의 승리가 확정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적어도 그들의 경기를 바라보던 관객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준석은 가슴 한구석이 같이 부서져내리는 듯한 기분을 받았고, 반면에 선영은 여타 수많은 대전이나 경기 때와 별 다를 바 없는 덤덤한 승리를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보다 선영은 어젯밤 자신의 질문에 대답했던 태환의 메시지가 목소리처럼 머릿속을 맴돌았다.
- 네가 원하지 않으니까 -
선영 자신이 연락처를 알려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진 언제까지고 기다리겠단 의미. 그러한 태환의 메시지를 상기하며 선영은 선수용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강당 천장을 올려다보며 긴 숨을 내쉬었다. 경기 직후의 휴식 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강당에 울려퍼진다. 그녀의 섬세한 무늬를 간직한 아름다운 눈동자는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한 것처럼 허공 이곳저곳을 비춰보고 있었다.
‘이런, 김성진하고는 완전히 반대된 성향을 지닌 창오빠 같으니라고.’
그래. 그 오빠는 그런 타입이야. 상대의 의사를 그 무엇보다도 가치 있게 여기지. 성진이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진 못할걸? 때문에 내가 그에게 죽음을 의뢰한 것이기도 하고.
두 팔을 늘어뜨리고 의자에 편안히 기댄 상태로 허공을 응시하던 선영은 눈을 크게 떴다. 내면의 목소리를 들은 듯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본래의 나’가 의식을 되찾았을 리는 없으니, 그것은 본래의 자신을 완전한 1인칭처럼 지칭해서 내린 결론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리고 선영은 태환에 대한 생각을 거듭할수록 자신의 현 상태가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을 자각해갔다. 그 정도로 침착한 창오빠가 자신의 연습을 방해할 정도로 다급하게 찾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선영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두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이건 나 자신이다. 그녀를 대신해서 새 삶을 살고 있는 자신. 하지만 언제 다시 본래의 내가 끌어올려져 위험하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 그런 긴박함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 따위 절차는 다 건너뛰고 얼른 와서 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든지 하는 게 맞는 것 아냐? 도대체가… 그 상황에서도 상대의 의지만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본래의 나한테 죽여달라는 부탁이나 받게 되지. 이쯤 되자 그녀는 ‘연락처를 직접 알려줄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태환의 발언이 못 견디게 우유부단하게까지 느껴졌다.
가만… 창오빠는 히키… 뭐라 했던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질환이라 했으니 실제로 날 찾는다든지 하는 행동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건가? 그렇다면 본래의 내가 위치 전송을 하면 어떻게 찾아가서 죽인다는 거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선영은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하긴 그건 ‘본래의 나’가 알아서 할 것이지 ‘현재의 나’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나는 그저…….
- ‘카잔 전쟁’ 결승전 세 번째 경기. 곧 시작합니다. 관객분들 모두 자리에 앉아주시고 진행자분들도 선수들의 경기 준비를 점검해주시기 바랍니다 -
안내 방송이 강당을 울렸지만 선영은 쉽사리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옆에서 기기를 점검하던 진행자가 말을 걸어올때까지 석상처럼 자신의 두 손바닥만 내려다보며 일련의 생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괜찮으십니까?”
자신에게 건네는 듯한 목소리를 겨우 인지한 선영.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안경을 낀 진행자가 염려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선영은 능숙하게 미소를 지어 괜찮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진행자는 결승전의 긴장감에 따른 부담 심리라 넘겨짚고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였다.
“세 번째 시합 시작 1분 전입니다. 은선영 씨는 상대와의 공방 타이밍을 거의 완벽하게 읽고 주도하고 있으니, 분명 승리하실 겁니다.”
“아, 네에…….”
선영은 머릿속에 몰려드는 상념을 일순 떨쳐버리려 애쓰며 조심스레 마우스를 붙잡고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은선영 씨. 우승 소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기뻐서 울음을 터뜨린다거나 감격에 겨워서 말을 못한다면 이해는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 진행자가 보기에 은선영이란 이 희대의 여성 ‘카잔 전쟁’ 우승자는 그를 포함한 여타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울만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선영은 현재 경기가 펼쳐졌던 강당의 연단 위에서 주위의 누구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멍하니 서있었다.
‘창오빠가 본래의 내게서 들었다던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는 대체 어떤 걸까? 그러고 보니… 그의 말대로라면 나는 이제 자의든 타의든 한번만 더 성교를 하면 본래의 내가 나와 죽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그럼 난 창오빠를 믿어야 하는 건가? 연락처를 알려주면… 창오빠는 내가 신뢰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정말 안전하게 보호해줄까?’
아니면 뭔가 위험 요소를 피할 다른 방법이라도…. 그렇게 생각하던 선영은 문득 좌중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진행자는 약간 초조한 얼굴로 선영을 응시하다가 곧 능숙하게 다른 멘트로 그 공백을 메꾸어나갔다.
“정말 의외의 우승자가 나왔지요. 더군다나 여기 은선영 씨는 이 경기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웬만한 프로게이머 못지 않은 남성 우승 후보들까지 모조리 제칠만한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역시 세상은 넓달까요…. 자, 은선영 씨. 뭔가 ‘카잔 전쟁’을 하는 데 숨겨진 비법이라도…?”
진행자는 보다 대답하기 쉬울 것 같은 화재로 좁혀나가며 마이크를 선영에게 건네는 시늉을 했다. 그제서야 선영은 마이크를 받아쥐며(물론 진행자는 자신의 유연한 대처 방법이 효과를 보았다고 자찬했다) 주변에 모인 관객들을 죽 한번 훑어보았다. 기삿거리까지는 안 될 작은 경기였기에 메모 따위를 준비하는 사람도 없어보였지만 의외의 정갈한 실력을 보여준 그녀에게 상당한 기대감이 담긴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어쩐지 전날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선영은 무난하고, 평범하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우승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플레이 비법이라… 글쎄요, 그런 건 잘 모르겠네요. 다만 저는 이 ‘카잔 전쟁’ 게임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수많은 net플레이를 통해 실력을 쌓았던 게 오늘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 같습니다.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얻었다고 여기고, 만족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저는 이 게임을 정말 좋아합니다.”
늘상 우승자의 멘트 후에 뒤따르는 와아-! 하는 함성이나 박수소리가 울려퍼지진 않았다. 그녀가 소감을 마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쪽에서 아직도 자신이 플레이했던 데스크탑 앞에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던 준석이 벌떡 일어섰기 때문이었다. 그는 결승전에서 완벽하게 3연패를 당했다는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선영이 자리를 뜨기 전에 일련의 의문을 확인하고 말겠다는 오기 또한 서려있었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인정할 수 없어요! 비법이 아니라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속임수 같은 게 있는 거 아닙니까? 저 여자는… 저 여자의 플레이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계산치를 갖고 있어요!”
대다수의 관중들이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차는 소리가 강당을 메꾸었다. 패배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변명 꼬락서니로 비추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영은 단순히 그런 현상이라 넘겨짚지 않았다. 직접 자신과 대전하며 몸으로 느낀 점도 한몫 했을테지만, 선영은 그가 ‘카잔 전쟁’에 대해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기에 일반인이 예측할 수 없는 천재적 플레이까지 감지했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특이한 천재라는 전제를 준석이 알리는 없었고, 그래서 이해 안 갈 상황을 속임수로 치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었다.
그녀는 곁의 진행자에게 돌려주려던 마이크를 다시 회수하며 몇마디 더 해도 되겠냐는 눈짓을 했다. 진행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선영은 매력적인 미소를 살포시 지으며 준석을 바라보았다.
“홍준석… 씨라 했나요? 당신의 실력도 진심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패배라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요. 그리고 저는 저와 대전했던 당사자분들에게 일종의 경의를 표하곤 했죠. 깜빡하고 그냥 갈 뻔했네요.”
좌중의 궁금한 시선이 쏠린 가운데, 선영은 자신의 어깨에 맨 가방에서 조그만 플라스틱 컵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연단에서 내려와 또각또각 준석에게 걸어갔다. 의자에 다시 앉을 생각도 못한 채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던 준석은 곧 그녀가 쥐고 있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녹색의 내용물을 담고 있는 젤리였다. 선영은 그것을 그가 앉았던 데스크탑 모니터 옆에 살포시 내려놓고는 다시금 연예인을 연상시킬법한 미소를 화사하게 지어보였다.
“상금을 가로채게 된 건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의 실력은 ‘진짜’ 프로게이머였어요.”
가슴이 두근거린 것도 잠시, 준석은 그녀가 돌아서자마자 이를 아득 물고는 젤리통을 거칠게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바닥에 내팽개쳤다. 개봉되지 않은 젤리통은 그대로 터지듯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에 흩어졌다.
“지금 누구 놀리나? 이 빌어먹을 년! 네년이 그 구역질 나는 퍼포먼스에 동참하리라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오산 중에 오산이다. 하기야 이 더러운 젤리도 네년의 보짓물보다는 깨끗하겠지만.”
이죽거리며 무도한 말을 지껄이는 준석의 모습에 관객들은 눈살을 찌푸리곤 술렁였다. 하지만 선영은 그런 그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성교로 인해 본래의 자신이 끌어올려지면 죽음보다 끔찍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옛 애인에게 죽음을 의뢰할 정도인데, 그런 성폭언 따위는 귀엽게까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선영은 갈기갈기 터져버린 젤리를 잠시 돌아보더니 곧 희미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바로 하고는 강당 출구쪽으로 걸어갔다.
‘메지즈’ 팀의 박 코치와 그의 후배 스탭원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 건 그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선영이 예상하던 것이기도 했기에 고개를 잠깐 숙여 보였다. 눈썰미가 좀 뛰어난 관객이라면 그녀가 인사차 고개를 끄덕인 게 아니란 것을 알아챌 것이다. 박 코치는 스탭원에게 스카웃 제의서 등을 꺼내놓으라는 손짓을 하고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 인지 결정하셨습니까?”
“코치님도 보셨겠지만 저 남자예요. 이름이 홍준석이라 하더군요. 경험이 많고 상황판단 감각도 뛰어납니다. 최소한 박 코치님의 프로게이머 구단 ‘메지즈’에 손실을 입힐 일은 없을 겁니다. 성격을 제어 못하고 좀 욱하는 면이 있어 보이지만… 오기에 따른 근성으로 전환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봐요.”
규모는 작지만 남자들로서도 달성하기 어려운 무패의 우승을 달성한 그녀가 자질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거의 확실할 것이다. 박 코치는 성과 없이 선영을 보내기에 앞서 그러한 차선책을 마련해놓는 노련함을 발휘했고 그것은 현재 예상대로 효과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박 코치는 무표정으로 감정을 숨기고 다른 말을 꺼내었다.
“선수들을 어떻게 다루고 교육하는지는 저희가 알아서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은선영 씨는 프로게이머에 입단할 생각이 없는 겁니까? 앞서 저희와 일련의 얘기를 나누었을 때, 비단 ‘메지즈’ 뿐만이 아니라 다른 구단도 가입할 생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실효성에 의심을 품는 건 아니지만 이유가 궁금해지더군요. 은선영 씨 정도면 실력 뿐이 아니라 미모로도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체감하고 많은 연봉도 올릴 수 있으실 텐데….”
생각해두었던 말을 늘어놓으면서 박 코치는 선영이 지명한 홍준석이란 남자보다 그녀 본인을 스카웃하고 싶은 기색을 연신 내비쳤다. 그리고 선영은 약간 쓸쓸해보이는,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임으로써 그 얘기를 종결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저는 프로게이머에 입단하더라도 언제 활동을 중단하게될지 모르는 상태라서요. 일종의 불치병… 정도로 생각해주셔도 좋겠습니다. 훗날 안정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로서는 미지수네요.”
그리고 선영은 야상 점퍼 깃을 여미며 저녁 빛이 환하게 쏟아지는 강당 출구를 걸어나갔다. 자신에게 무지막지한 욕을 퍼부었던 준석을 프로게이머로 등극시키는 행운을 선사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