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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 자정이 가까워오는 밤중임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사람들의 발걸음이 성진 곁을 스쳐 지나갔다. 대부분 적당히 기분 좋게 취한 사람들, 연인들, 상사들이다. 성진은 그런 그들의 기분에 동조하고 싶은 자신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제대로 그 자신에게 전달되지 못하도록 생각을 닫아 철저하게 앞만 보고 걸어갔다.
밤바람이 제법 차가워질 가을의 내리막길이었고, 사실 이런 도심 한가운데에선 가을의 기분은 기온으로밖에 느끼지 못한다. 벌써 겨울이 다가오는 징조인가. 현재로선 날씨 외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건 그저 머릿속의 바람에 지나지 않을 뿐, 가슴으로는 굉장히 불편한 감정이 서려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 바람을 획일화하기라도 하듯 한숨을 쉬며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때, 재킷 주머니에 찔러 넣은 두 팔 중 왼쪽 팔에 슬그머니 끼어오는 누군가의 손길. 성진은 반사적으로 슬쩍 돌아보고, 그것이 누구인지 알아채자마자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향하였다. 벌써부터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성진을 겨우 찾아서 달려온 혜진에겐 실망스러울 법하기까지 한 반응이었지만 그녀는 살짝 입만 비죽거리고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성진 오빠, 너무했어요.”
“알고 있어.”
“딱히 저를 지칭하는 건 아니에요.”
“알고 있어.”
“동혁 선배를 비롯한 모두에게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고 가는 게 그 자리에서의 도리 아닌가요? 오빠가 너무 갑작스럽게 나가서 다들 얼어 붙었다구요.”
성진은 갑자기 자리에 멈춰섰다. 그래서 혜진은 순간 그의 팔을 조금 끌고 앞으로 나갔고, 결과적으로 성진을 조금 비스듬히 세우게 되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곤 성진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성진은 표정 변화 없이 물끄러미 혜진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얼마간 대치하다 툭하고 입을 열었다.
“내가 모르던 것이 있었군.”
“예? 그게 무슨 말인지…….”
“너, 나 좋아하지?”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그의 물음에 혜진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당황했다. 얼른 팔짱을 풀고 쭈뼛쭈뼛하는 그녀.
“아… 아니, 딱히 그렇다고는…….”
“그럼 싫어하나?”
“그…… 그건 절대 아니에요. 오빠, 전 단지….”
성진은 재킷에서 손을 빼지도 않은 채 혜진을 바라보며 다시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조금 이르지만 준비해두었던 당위성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돌아가야 할 때는 좋아하든지 싫어하든지 그런 감정이 정착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 특히 너한테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았거든. 그래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걸 보니 제대로 실현된 것 같기는 하네. 뭐 그런 자리에서의 만남 자체가 가볍긴 하지만, 돌아설 때는 욕을 좀 먹더라도 뒤끝없이 확실히 돌아서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한창 설명하던 성진은 문득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혜진이 그의 설명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조금 돌린 채 한쪽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우물쭈물했다. 어디 뭐 몸이 안 좋은 데라도 있나 하고 한걸음 다가서던 성진. 이어서 그의 귀에 참으로 쇼킹한 그녀의 말이 들려왔다. 물론 어조는 똑똑히 듣기 어려울 정도로 낮았지만.
“아니, 아니에요…. 좋아… 해요.”
좋아한다는 게 자신을 지칭하는 것임을 눈치채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또한 그것을 인지하고 표정을 조금 심각하게 변화시키는 과정까지도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혜진의 다음 행동은 그 모든 것을 제대로 구현할 틈을 부여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성진을 끌어안으면서 그녀는 입술을 겹쳐왔던 것이다.
“우…… 웁…!”
“음…… 쪼옥….”
놀라움은 당황으로 번져나갔고, 당황은 주변 상황을 경계하는 움직임으로 변화하는 법. 성진은 옆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쪽을 흘끗흘끗 바라본다는 것을 느끼고는 그녀를 밀어 세우려 했다. 물론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연인이 대놓고 키스하는 장면은 심심찮게 벌어지긴 했지만 단지 그것뿐만은 아니었기에 그는 이대로 그녀의 키스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성진은 두번째로 다시금 놀라야 했다. 끌어안은 그녀의 팔이 굉장히 거세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녀가 팔힘이 세서 그렇게 끌어안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어찌어찌 겨우 그녀의 허리와 어깨를 붙잡고 떼어놓은 성진. 하지만 당황한 성진에 비해 어째선지 혜진은 편안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쁜 듯한 표정이었다. 성진이 서둘러 그녀를 떨쳐버리려고 조금 강경하게 설명하던 상황이 거꾸로 그녀에게는 빠르게 고백할 기회를 주게 된 형국이었던 것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헉헉대는 성진. 어쩐지 이른 입김이 허공에 보일 것도 같다. 성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뭐라고 언급을 하려고 했지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별다른 접점도 없는 급작스런 고백이었으나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는 여자를 떨치려는 것은 앞의 것처럼 쉽사리(?) 설명할 수 있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스킨쉽을 해오고 있었다. 오늘 그녀와 재회한 첫차 때부터 멋지게 차려 입고 나온 그녀의 모습에 반할 정도였지만, 지금 이렇게 다시 옆에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대오는 그녀는 숨막힐 정도로 예뻤다. 성진은 그녀의 놀랄만한 미모를 자각하자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이성이 갑자기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혜진은 아름답고 또렷한 눈동자를 들어 성진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이번엔 오빠가 답할 차례에요…. 오빤 나 싫어해요?”
“저… 저기 말이지.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싫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혜진은 눈을 내리깔고는 옆으로 살짝 돌리면서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의상 싫어하지 않는 거구나…….”
“아니, 아냐! 싫어하지 않아. 조… 좋아해! 그러니까 일단 좀 떨어져 서고…….”
혜진은 그가 당황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주도권은 자신에게 넘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킥 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성진의 요구와는 반대로 더욱 더 그의 팔을 끌어안고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춥다, 오빠.”
“음… 그래. 벌써 달력으로도 가을의 절반을 넘어간 상태니까….”
“그리고 졸려요……. 나 이래 봬도 술 잘 못하거든.”
그녀의 늘어지는 말투와는 반대로 성진의 가슴은 점차적으로 때려대듯 울려퍼져갔다. 그녀의 검은 셔츠와 재킷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로 혜진의 가슴은 컸고 그것이 지금 성진의 왼쪽 팔을 부드럽게 짓누르고 있었다. 게다가 그를 더 아찔하게 만드는 건 어깨에 기댄 그녀의 긴 머리칼이 바람이 불면서 목 언저리를 살짝살짝 간지럽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술집에서도 느껴졌던 그녀의 은은한 화장품 향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성진으로 하여금 그녀에게 자꾸만 부합하고 싶은 기분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성진은 갑자기 알 수 없는, 하지만 익숙한 기운이 밀려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술 몇 잔 했던 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네온사인이 화사하게 반짝이는 길거리에서 성진은 그 기운이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집어삼킬 것 같다는 위험한 신호임을 인지하곤 간신히 그것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몇 발자국 걸어가면서 말했다.
“집 어디야? 택시 잡아줄게…….”
속마음을 감추려고 억지로 내뱉은 성진의 노력은 이제 와서 혜진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성진 몰래 마음 속으로 더욱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성진에게 매달리듯 그의 팔을 붙잡아있던 혜진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는 느릿한 동작으로 한쪽 손을 풀어서 그것을 들어올렸다. 그렇게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길가 한쪽에 평범하게 빛나는, 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평범하지 않을 네온사인의 간판을 향하고 있었다.
옷을 벗는 혜진은 시종일관 즐거워 보였다.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자신의 짧은 재킷과 셔츠, 검은 스타킹과 치마를 벗어버리곤 속옷 차림으로 모텔의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꽤나 감탄한 듯 천장과 벽장식 등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와아~.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곳인가 봐요. 아니면 새로 리모델링 했거나. 굉장히 깔끔하고 세련돼 보이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감탄하는 혜진의 기분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옆에 앉은 성진은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그녀의 벗은 몸매로 향한 상태였다. 검은 색으로 통일된 겉옷을 모두 벗어제끼자 눈부시게 드러난 그녀의 뽀얀 살결, 꽤 큰 가슴과 평균적인 키를 베이스로 한 균형잡힌 몸매, 그리고 레이스가 촘촘히 달린 연보라색 브래지어와 팬티. 그것들은 그렇지 않아도 예쁜 그녀의 외모와 더불어 아찔할 정도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성진은 자신의 재킷만 벗어서 옆 의자에 걸쳐놓은 채로 멍청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혜진은 침대에 앉은 채로 두 팔을 뒤로 뻗고는 다리를 살짝 꼬면서 성진을 돌아보았다. 생긋 미소짓는 그녀.
“그런데 성진 오빠, 안 씻어요?”
“어? 어…… 그래야지.”
“먼저 씻어요. 저는 여기 구조 좀 더 감상하구 천천히 할래요.”
자신을 조종하는 미소라 생각하면서도 성진은 이미 다음 순간 겉옷을 벗어나가고 있었다. 그녀만 데려다 주고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따라왔던 급조한 합리화는, 말 그대로 급조한 것에 지나지 않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성진은 그런 자신을 질책하면서 뭔가에 홀린 듯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욕조에 뜨뜻한 물을 받아놓은 후 거기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주변 풍경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확실히… 깨끗한 곳이긴 하군. 가격은 좀 비싸긴 하지만 이 정도면 거의 호텔 수준이랄까. 이 근방 MT들은 참…….’
욕조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꽃장식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성진. 상황이 어쨌든 욕조의 뜨거운 물은 쌀쌀한 바깥 날씨로부터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푸근하게 풀어주는 것 같았다. 물론 마음은 여전히 꺼림칙함이 남아있었지만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파괴해버리고 싶은 계제가 존재하지 않았고 성진은 그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 때, 욕실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성진 오빠, 등 밀어드릴게요.”
“뭐…? 아… 아니, 그럴 필요는!”
“괜찮아요?”
“그래, 괜찮아. 금방 나갈 테니까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당연하게도 혜진은 그런 성진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욕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고, 경악하는 성진의 시선은 아랑곳 않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목욕 타올에다 액체용 비누를 적시었다. 머리를 말아올린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그녀의 몸매가 욕실의 전등에 비추어지며 성진으로 하여금 똑바로 바라보기 어렵게 하고 있었다. 욕실 문을 탁하고 닫은 그녀는 성진을 돌아보며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자, 얼른 나와요. 오빠.”
불끈거리며 커지려는 자지를 억누르려 무진 애를 쓰면서 성진은 쭈뼛거리는 걸음으로 욕조에서 걸어나왔다. 혜진은 욕실 의자를 끌어다가 거기에 손짓을 했고 성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거기에 돌아앉았다. 그리고는 그녀가 등을 밀어주는 동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아무리 이런 데에 같이 왔다곤 해도 좀 조숙한 모습을 비추면 안 되는 거야? 우린 오늘 처음 본 사이라고.”
“정확히 말하면 프로젝트 할 때부터였으니까 처음이 아니라 꽤 오래 전부터죠.”
“그러니까… 사적인 건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
“오빠, 나 반말해도 되지? 나이 차도 얼마 안 나니까.”
상대의 의지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건너뛰며 말하는 혜진의 모습은 그 같은 세대에서도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고 성진은 그만 한숨을 쉬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곧 피식 하고 웃어 넘겼다. 어쨌거나 그도 나이에 비해 여자 경험이 적은 축에 속하는 남자는 아니었고, 그런 그녀의 타입을 인정하는 게 이런 상황에서는 낫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흐음~ 그런데 오빠 보기보다 쑥맥이네. 왜 그렇게 얼어붙어 있어?”
“처음이니까 당연한 것 아닐까?”
혜진은 그의 말에 등을 밀던 손짓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녀 쪽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에에? 여자 경험 없다고? 거짓말…….”
“여자 경험이 없다곤 하지 않았어.”
성진은 싱긋 웃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너같이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는 처음이라는 의미로 말한 건데.”
혜진은 그가 특별한 의도로 말한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만 까르륵 웃어버렸다. 어쨌거나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기분나쁠 여자는 없었기에 그녀는 상쾌해진 기분으로 성진의 등을 정성껏 밀어주었다. 또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그녀의 손길을 느끼면서 성진은 자꾸만 그녀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었다. 그런 본능적인 욕구를 제지하기 어려운 문제점에 착안하기도 전에 그는 또다른 문제점이 봉착함을 느꼈다. 그의 자지가 자꾸만 고개를 쳐들고 있었던 것이다.
“오빠, 그런데 이제 그만 긴장 풀어도 될 것 같은데.”
“그…… 좀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무슨 문제? 혹시 호프집에서 받았던 그 전화?”
“아니, 아니… 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야.”
“흐음, 근데 오빠. 운동 많이 하나봐? 몸 좋네.”
혜진은 등을 밀다 말고 손으로 그의 어깨와 팔을 만지작거렸다. 단단하게 굳혀진 그의 팔을 손가락으로 느끼던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었다.
“나는 이렇게 좀 마른 듯하면서 근육 있는 남자가 좋더라.”
“딱히 운동 많이 하는 편은 아냐. 그냥 뭐 헬스장 조금씩 다니고, 주말엔 납품일 하고 그러다 보니…….”
“으응, 아냐. 요즘 오빠 같은 남자는 흔치 않은 것 같아. 이거 잘못하면 한순간에 품절남 되겠는데?”
성진은 고개를 숙이면서 풋 하고 웃었다. “품절남은 무슨….” 하지만 성진은 곧 그렇게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됨을 깨달아야 했다. 혜진의 손이 슬그머리 그의 허리를 감싸돌고 와 자지를 꼬옥 쥐었기 때문이었다. 성진은 순간 소스라치듯 놀랐고, 그런 그와는 대조적으로 혜진은 별 표정 없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여기도 딱딱해, 오빠.”
“우… 우왓! 아니, 여… 여기는 운동이랑은 상관 없는 곳으로…….”
“그런데 오빠. 나 여기는 물렁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다?”
성진이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틈은 없었다. 혜진이 순식간에 앞쪽으로 돌아와서 무릎을 꿇고 앉아, 그대로 몸을 굽혀 그의 자지를 입으로 물었기 때문이었다.
“으읏…… 야, 너 잠깐. 무슨 짓을…….”
“우움…… 쪽쪽, 쭈웁…….”
그녀는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자신의 입술로 성진의 자지를 마찰시켰고, 덕분에 성진의 자지는 더욱 더 딱딱하고 크게 부풀어올랐다. 성진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말아올린 머리를 붙잡았다. 하지만 그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성진은 그저 위아래로 움직이는 그녀의 뒷머리를 보면서 그녀의 입술이 자신의 자지를 자극하는 것을 느껴야 했다.
“아…… 앗, 야……. 그렇게 하면….”
“흐응……. 쩌업……. 하음…….”
“그렇…… 게 하면…….”
성진이 뭐라고 하든 간에 그녀는 굽힌 자세 그대로 자지를 빠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창 입술로 좆대를 감싸 문지르면서 자극하다가 귀두 끝을 물고는 입술을 오무려 이리저리 구석구석 애무했다. 그러다가 혀를 살며시 빼어들어 귀두 끝 구멍 속에 넣어보기도 하고 귀두 주변을 살살 자극해나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불알 밑쪽까지 혀로 미끄러지듯 애무하며 내려왔다가 고환을 살짝 입술로 물어 당기었다. 그 주변 곳곳을 키스하듯 쪽쪽 물고 핥던 혜진은 고개를 약간 옆으로 꺾어 좆대를 입술로 훑어나가듯 서서히 다시 귀두 부분으로 올라와나갔다.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성진에게 부합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녀의 가슴 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지라 애무는 한층 더 자극적이었다. 성진에게 끌리는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자지를 핥고 빠는 행위에도 적용이 되었다. 살짝 얼굴을 붉힌 채 눈을 내리깔고 정성스레 그의 자지를 빨아대는 혜진. 결국 성진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자지가 핏대를 세우며 몸부림치는 것을 느껴야 했다.
“혜진, 혜진아……. 그만. 나 쌀 것 같다…. 못버티겠다고.”
더할 나위 없이 위로 치솟아진 성진의 귀두는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져 툭 부풀어오른 상태였다. 자지 끝에서 묽은 좆물이 꾸물꾸물 흘러나왔고, 혜진은 그런 그의 자지를 똑바로 관찰하면서 좆대 주변을 더욱 더 혀와 입술로 자극해나갔다. 자신의 말이 전혀 혜진에게 먹히지 않고 있음을 자각한 성진은 결국 포기한 채 사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혜진의 머리를 붙잡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신음같이 말했다.
“야…… 싸… 싼다……!”
벌겋게 달아올라 꼿꼿이 선 자지가 경련하듯 찌르르 떨렸고 혜진은 얼른 그런 그의 자지를 입술로 감싸 입 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그의 좆대 아래쪽을 붙잡아 위아래로 문질렀다. 그녀의 펠라치오에 의해 꽉꽉 모인 정액이 한순간에 바깥으로 터지듯 튀어나오면서 그녀의 입 안을 가득 적시었다. 좆대 밑부분을 문지르는 손가락에 힘을 더하면서 혜진은 정액이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그의 자지를 더욱 더 입으로 꼬옥 밀착해 물었다. 성진은 욕실 의자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은 채로 고개를 뒤로 젖히었다. 그녀의 입 안에서 자지가 요동치듯 몇 번이고 꿀럭꿀럭 사정해대었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쏟아져나오는 정액을 맛보면서 내리깐 두 눈동자를 빛내었다.
정액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물고 있던 혜진은 그제서야 서서히 입으로부터 자지를 빼어주었다. 크기는 아직 꽤 커져있지만 힘을 잃은 자지가 허공에 덜렁거렸다. 혜진은 얼마간 그의 정액을 삼키다가 손바닥을 앞으로 내어 남아있는 정액을 그 위에 뱉어내었다. 성진은 숨을 몰아쉬며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고, 혜진은 킥하고 웃고는 다른 쪽 손가락으로 그것을 이리저리 문질러 보였다. 끈적한 정액이 징그럽게 그녀의 손가락에 들러붙으며 모양을 바꾸었지만 그녀는 별 표정 변화 없이 손가락을 입속에 넣어 쪽쪽 빨아먹었다.
성진이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옆으로 했다.
“더럽잖아, 그런 거…. 굳이 먹지 않아도…….”
“으응, 아냐. 좋아해서 이러는 건데 뭘……. 그보다 오빠. 좋았어?”
“응…? 어?”
“기분 좋았어? 오빠 못참아서 삐질거리는거 되게 귀엽더라.”
혜진은 킥킥거리며 웃었고 성진은 다시금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그 자리를 도망치기라도 하듯 욕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었다.
“밖에 있을 테니까 마저 씻고 나와.”
“잠깐만, 이거 씻고 가야지♡”
성진보다 한참 여유로운 태도로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샤워기로 그의 자지를 씻어주었다. 쭈그려 앉아서 자신의 자지를 씻어주는 혜진을 선 자세로 내려다보던 성진은, 도대체 자신의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좋아하게 만들었는지 돌이켜보았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할 때 조금 성실하게 했던 것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바가 없었다. 참 여자들은 알 듯 하면서도 알 수 없는 존재하고 생각하는 성진. 그는 타올을 몸에 두른 채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면서 욕실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