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85)

소란스럽고 부산하고 시끌벅적. 그렇게 정신 없는 점심시간에 들어선 학교 식당 한 켠에서 성진은 오므라이스에 얹혀진 소시지를 우물거렸다. 그리고는 꽤나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맞은편에 앉은 동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단 말이야?”

“믿기진 않겠지만… 뭐 정말 그렇다니까. 신빙성 없어 보이는 소문이긴 하지만.”

한동혁이라 불리는, 성진과 같은 학번의 그는 뚝배기 그릇에 담긴 만두국을 후루룩거리고 있었다. 성진은 잠시 자신보다 꽤나 몸집이 크고 퉁퉁한 동혁이 밥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자신도 오므라이스 수저를 놀렸다.

“반응은 어떤데?”

커다란 만두 하나를 오물거리느라 동혁의 대답은 조금 늦었다.

“뻔하지 뭐. 다들 그녀의 미모에 커피라도 한 잔 같이 해볼까 접근했다가 다짜고짜 섹스 얘기가 튀어나오면 어떻겠어?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나버렸지.”

“확실히 정상은 아닌 여자군.”

“어쨌거나 2학기 되자마자 쇼킹한 일이 하나 생겼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아. 뭐… 실제로 그녀가 나타나면 남녀 할 것 없이 숙덕거리며 피해다닐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야.”

“흐음…….”

성진은 시선을 동혁 옆쪽의 허공을 향하며 오므라이스 맛을 음미하기라도 하듯 입에 든 것을 천천히 씹었다. 물론 음식의 맛을 고찰하려는 행동은 아닌 것쯤은 동혁도 알았기에, 그런 그의 모습을 안경 너머로 슬쩍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안경을 바로 고쳐쓰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봐, 김성진. 호기심이 가는 거야 이해하겠지만, 뭘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은 아니겠지?”

“음…? 뭘 어떻게 해보다니?”

성진은 그만의 특유한 날카로운 미소를 히죽 지으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동혁은 자신보다 체구는 작지만 - 물론 그의 기준이었을 뿐 실제로 성진의 체구는 평균적이다 - 뚜렷한 눈썹과 함께 강인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좋은 이목구비를 가진 그를 가만히 마주보았다. 어쩐지 그의 짧은 앞머리칼이 다른 때보다 더욱 날카롭게 이마를 살짝 가리고 있는 것 같다. 그에 반해 온순하다 싶기까지 한 동혁은 곧 다시 만두국을 수저로 떠먹으며 입을 열었다.

“될 수 있음 접근하지 않는 게 좋아. 어느 모로 보나 그년은 살짝, 하지만 아주 깊게 미쳤다고 봐야 하지 않아? 얽히지 않는 게 상책이지.”

“그렇기에 뭔가 또 색다른 재미가 발생할지 누가 알겠어?”

동혁은 이번엔 못말리겠단 표정으로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성진은 그런 동혁을 더욱 짙어진 미소로 마주보며 남은 오므라이스를 비벼댔다.

“아직까지 아무도 제대로 대응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역시 이 학교도 겉멋만 클 뿐, 도전 정신이 제대로 박힌 녀석은 없는 것 같군. 뭐 적당히 학점만 따고 몸 사리는 게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긴 하지만….”

“어째 네 녀석은 젊은 세대가 아닌 것처럼 얘기한다?”

“두고 보라고. 난 녀석들과 다르니까. 그년이 무슨 수작으로 그러고 다니는 진 몰라도 내가 그 속내를 파헤쳐보겠어. 너는 내가 정면돌파를 하는 걸 멀리서 구경이나 하고 있으라고.”

물론 도와주거나 그럴 필요 없이 행동은 단독으로 하겠다는 의미였다. 그저 구경꾼이 있어야 행동하기도 더욱 신이 날 거라는 순수한 의미임을 입학할 때부터 1년 반을 같이 지낸 친구 동혁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남은 오므라이스를 쓸어서 입에 넣는 성진을 바라보며 짐짓 새삼스럽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정말이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을 땐 앞뒤 안 가리고 곧바로 행동개시하는 널 보면 꼭 F-15전투기가 연상돼. 그걸 봐서라도 이 얘기는 하지 않으려 했다만….”

“네가 말 안 했어도 다른 누군가에게서 귓가로 들려왔겠지.”

또다시 하얀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는 성진을 보며 동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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