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6 9장 농락 =========================================================================
비영의 휴가가 끝난 후, 모든일이 수월하게 풀려나갔다.
새로운 문주인 장우는 그 출신 때문인지 아니면 사파인답지않은 부드러운 분위기 때문인지 휘하의 사람들이 사사건건 그녀의 의견에 트집을 잡았었다.
물론 장우를 지지하지 않는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이들은 문파에서 그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하위층.
상층의 간부급들은 대부분 장우에게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장우는 전대 문주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은퇴했기 때문에 않된다는 대답.
마음같아서는 문주의 권한으로 반대하는 것들을 전부쓸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녀들의 적대는 아슬아슬하게 신경을 거슬리는 정도이지 아주 막나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것도 불가능했다.
덕분에 장우는 치솓는 울화를 매일 술로 달래면서 견대고 있었는데, 그것이 요즘에는 쑥 내려가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비영과 같이 문주전으로 들어온 적령때문이다.
무공수련의 이유로 같이 문주전에 들어온 것을 거부하던 적령은 놀랍게도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고 그 당당한 위세로 장우에게 반(反)하던 무리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결과, 이제 장우에게 건방진 태도를 취하던 자들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떠도는 풍문으로는 사부의 위세를 빌려 권세를 잡은 애송이라는 비평도 있는 듯했지만 그것도 곧 사그라들었다.
여태껏 장우에게 반대했던 세력들 중 일부에게 피의 폭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휩쓸려나간 세력들은 비록 강하거나 큰 영향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그 처리방식이 너무나도 잔혹했기에 남아있던 세력들은 전부 장우에게 완전히 굴복하였다.
죽어 마땅한 죄, 다른 사파와 내통하여 문주를 죽이려했다는 죄를 확연한 증거를 들이대면서 뒤집어 씌운것도 무섭기는 했지만 그 후에 처리된 방식은 가히 악마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노망이 들어 정신이 나간 노파라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젖먹이, 이제막 미모를 피워내기 시작한 남자아이 가리지않고 몰살시키는 처형은 강호에서 나름 굴렀다는 노강호들에게도 구역질이 나게할만큼 잔혹했다.
덕분에 순진하고 나약하게만 보이던 장우에게 잔혹하고 무서운 사파인이라는 또다른 면모를 보이게 되었고 덕분에 장우는 잔혹소살이라고 일컬어졌다.
"후후, 잔혹소살이래. 어때? 장우야."
"하아, 하앙. 그, 그런건 상관 없어...요..."
"그래도오~ 네 별호잖아? 그런 태도는 좋지않다고 이 오라버니는 생각하는 걸?"
"흐윽."
문주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방인 잠룡실의 화려한 침대 위에는 문주인 장우뿐만아니라 매끈한 몸매의 남성이 뱀처럼 서로의 몸을 뒤엉켜대고 있었다.
문주의 개인공간에 낯선 남자가 들어와 있다는 것이나 침대 위에 있다는 것도 그리 흠잡을 만한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들의 모습때문이다.
여성우위의 사고관이 보통인 이곳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교합을 벌일 때 보통 남성들을 눕히고 자신이 올라타는 자세, 일명 기승위라는 자세를 취하지만 지금 장우는 그 반대인 정상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겨우 교합하는 자세가지고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여성들이 기승위를 하는 이유는 자신 스스로 몸을 움직임으로써 육단지의 원하는 부분에 하물을 비빌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건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기분 때문이다.
이 자세에서 남성이 아무리 허리를 흔들고 비비적 대어봤자 여성이 몸을 일으키기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반대로 남성이 아무리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성 마음대로 교합이 가능하다.
덕분에 여성들은 이 자세로 남성들과 교합하는 것을 즐기는데, 그 이유로 정상위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우선 여성들이 아기처럼 누워서 자신보다 위에있는 남성의 얼굴을 올려다봐아햔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 자세는 남성이 우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여성이 아무리 애가 타더라도 남성이 허리를 움직여 찌르지 않으면 쾌락을 느낄 수 없고 또, 자신이 원하는 부위가 아닌 다른 부분을 쑤실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 정상위는 더이상 기승위를 하기 힘들정도로 늙거나 허약한 여성들이 주로하는 자세인데, 만약 이 자세를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 여인은 두고두고 놀림감이 되어버린다.
그런 창피한 자세를 문파의 문주라는 작자가 시행을 하다니....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잔혹소살이라는 별호로 올라간 장우의 위엄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장우는 이런 것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침대에 편안히 누워 자신의 육단지를 쑤셔박는 남성의 상체를 움켜잡을 뿐이다.
"하앙, 아앙, 앙, 아앙, 오, 오라버니, 어, 어서..아! 거, 거기에요. 그래요 거기."
"여..기를 이렇...게 해달라는.."
"아아아앙~ 조하아앙, 그거, 거기, 좀 더, 세게."
"훅, 훅."
골반에 무공으로 다져진 장우의 매끈한 다리를 허리띠처럼 감으며 무릎을 꿇고 유연하게 하반신을 움직이던 남성은 장우의 요구에 따라 탁탁 끊어지듯 특정한 박자로 빠르게 하반신을 움직였고 그 때마다 장우는 자지러지는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 저어, 가, 하악, 가아...버..."
철썩철썩철썩.
말없이 허리를 흔드는 남성의 움직임에 새하얀 침대보를 움켜쥔 장우의 손등에는 이내 시퍼런 핏줄까지 오도독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잠시 후, 시원스런 탄성과 함께 투명한 액체를 뿜어내었다.
촤아악!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후우~ 후우~"
여성이 쾌락 중에서도 극상의 쾌락을 느끼면 나온다는 옥액이 더럽고 찝찝할 법도 하지만 남자는 그런 것은 신경쓰지도 않는다는 듯 허리를 앞으로 수그려 여성의 상체위에 자신의 것을 겹쳐올리며 상냥하지만 힘있게 여성을 끌어안았다.
그런 남성을 마주 끌어안은 장우는 가쁜숨을 쉬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귓가에 간지러운 숨결을 내뱉는 남성의 얼굴을 힐긋쳐다보았다.
갸름한 턱선과 분칠이라도 한 듯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 오밀조밀한 눈코입은 예쁘다라기보다는 귀여우면서도 왠지모를 색기를 담고있다.
그런 남성의 얼굴을 슬그머니 쳐다보던 장우는 자신의 가슴과 배 그리고 저 밑의 아랫입에서 느껴지는 남성의 따뜻한 체온과 매끄러움, 적당한 중량감을 느끼며 행복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음미하고 있을 때, 간지럽지만 달콤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하아, 우리 문주님은..너무 조여서 이 오라버니가 죽겠네."
"그, 그렇게 말하셔도. 하아, 하아."
장우는 남자의 속삭임에 두근거리는 가슴이 더욱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매력적인 남자가 만족스런 정사 이후 곁에 누워 '네 것은 너무 조여'라고 말해주면 어떤 여자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 말을 속삭이는 남자는 그저 몸매좋고 외모가 그럴싸한 남자가 아닌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라면?
덕분에 장우는 지금 문주라는 직위나 압박감을 벗어나 여자로서의 행복감으로 머리와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라버니.."
"왜?"
"좀 더 저를 안아주실래요? 이게 꿈만 같아서요."
"...그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더욱 강하게 자신을 감싸안는 남자의 감촉과 더욱 강하게 풍기는 남자의 체향에 마음을 놓던 장우는 정사 후 밀려오는 기분좋은 피로감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고 이내 가벼운 코를 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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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문주님. 비영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똑똑.
"문주.."
"들어와."
움찔.
처리한 일에 대한 보고를 위해 날이 저물었지만 방문한 잠룡실의 안쪽에서는 문주님인 장우의 목소리가아닌 가느다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차린 자신은 절로 두근거리는 가슴과 딱딱하게 굳은 근육을 한숨 몇번으로 날려보내며 뜸을 들이다가 곧장 문고리를 잡고 들어가니 보이는 것은 알몸으로 편안하게 주무시는 문주님과 그런 문주님을 자애롭게 쳐다보는 남자, 하연의 모습이었다.
마치 아버지같은 얼굴로 문주님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그의 모습에 비영은 왠지모를 불쾌감과 놀란 감정을 침을 삼켜 숨기고서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눈앞의 남자에게 고개를 까닥거렸다.
자신의 젖자매이자 한 때 모셨던 주군 적령을 비롯하여 자신을 굴복시키다못해 이제는 문주님까지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흔드는 그.
본래라면 무릎을 꿇고 공손히 절하다못해 아래속곳까지 까내린다음 굴욕적으로 엉덩이를 흔드는 것이겠지만 잠드신는 문주님 덕분에 고개만 까닥이는 정도로 넘어가주었다.
'무서운 남자.'
겨우 며칠만에 쾌락으로 자신을 굴복시켰을 뿐만아니라 문주님을 쥐고흔드는 솜씨도 무서웠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그의 잔혹한 심성.
문주님의 별호로 붙은 잔혹소살은 사실 저 남자에게 어울린 것이다.
오령문의 문도들이 치를 떨고 낯빛을 새하얗게 만든 피의 폭풍은 사실 문주님이 생각한 것이 아닌 그가 생각해낸 것이니까.
그런 악마같은 생각을 그는 단지 생각만 했을 뿐만아니라 자신의 매력적인 몸과 황홀한 방중술로 문주님을 녹여 실행시켜 악명은 고스란히 문주님에게 넘긴 것이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하연이라는 자는 머리좋고 매력적인 독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더욱 무서운 점은 그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연약한 남성들과 다르게 일류무인인 자신을 제압할 힘과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했는지모르겠지만 몸이 망가진 적령님을 순식간에 화경의 고수로 만든 기괴한 술수까지.
그런 힘과 매력 악랄한 두뇌까지 합쳐지니 이제는 그에게 반항할 생각마저 떠오르지 않는다.
'정말..대단했지.'
온몸이 묶인체 눈까지 가려지고 범해지는 것이나 적령님과의 동성교합, 굴욕적인 자세등등.
불과 며칠전에 벌여졌던 일을 회상하면서 멍하니 서있을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어서 보고할 거나 말하시지그래. 피곤해 죽겠단말야.]
[...네, 우선 '그 사건'의 후처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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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속을 빠르게 뛰어다니던 검은 인영 하나는 갑자기 우뚝 멈춰서더니 새하얀 손을 꺼내어 무언가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팔각형으로 이루어진 나무패였는데 여러가지 복잡한 문자가 빼곡히 새겨진 한 가운데에는 가느다란 바늘 하나가 빙글빙글돌고 있었다.
손바닥은 분명 움직이지 않았지만 스스로 돌고있던 바늘은 계속해서 한방향으로 돌다가 이윽고 어느 한쪽을 가리키며 똑바로 멈추었다.
"흐음...술시쪽이라...팔극패의 움직임으로 보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말이야.."
검은 인형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무언가 생각을 하듯 손바닥에 올려진 나무패를 바라보는 듯하다가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솨아아아아아.
그 때,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검은 인영을 스쳐지나갔고 그 덕분에 검은 인영의 얼굴이 살짝보였다.
"쯧, 이놈의 바람은 시도때도 없이 불어서 문제군."
남자라면 누구라도 얼굴을 붉힐만한 매력적인 목소리와는 다르게 어디에서나 볼법한 평범한 여인네의 얼굴은 짜증으로 일그러졌지만 그것도 곧 다림질한 옷마냥 활짝펴졌다.
킁킁, 킁.
"어라? 이 냄새는?"
고개를 들고 숲 속 이곳저곳을 코로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던 그녀는 이내 어떤곳에 우뚝 멈춰섰다.
그곳은 낡고 반쯤 허물어진 도관이었는데, 그곳을 코를 킁킁대며 들어간 여자는 태상노군이 그려진 족자앞에 서서 아까전에 꺼냈던 나무패를 다시 꺼내었다.
나무패 가운데 있던 바늘은 방금 전보다 더 빨리 멈춰서 한 곳을 가리켰고 그 곳앞에는 태상노군이 그려진 족자가 걸려있었다.
그것을 본 여인은 어둠속에서도 보이는 금빛눈동자를 빛내며 새하얀 이가 보일정도로 히죽 입꼬리를 보였다.
"여우, 찾았다."
============================ 작품 후기 ============================
스토리 진행입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이라 그런지 h씬이 담백해진 느낌이군요. 기분탓이려나요?
여관집아들/감사합니다.
DJ대중/네, 감사해요.
월병인/한심한 뭔가라니요. 제, 제 코멘트 말씀이신가요?/브레이크 망가진 자동차는 지금 제 마음입니다.
육식곰/어서왔습니다.
소중대/일단 엄마 여우부터 등장시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