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75/86)

00075  8장 구양마공  =========================================================================

"후우~"

태양이 중천에 이르는 시각.

넓은 연무장의 한 구석에서 지금 난 당문에서 배웠던 기본무공을 펼치고 있었다.

지금은 적령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아가씨의 거처에 눈을 뜬지 한달.

팔목과 발목의 족쇄가 떨어지고 안대가 벗겨진 나는 몰라보게 자란 장우와 성숙하게 변한 아가씨와 비영누나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듣고서 식객으로써 이곳에 자리잡았다.

하인들처럼 일을 하지 않고 그저 공밥을 먹으면서 뒹굴거려도 아무말을 듣지않는 이 자리는 아가씨가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상이었다.

겨우 그게 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곳은 여존남비.

여자, 그것도 꽤나 실력있는 무인이 아니라면 되기 힘든 식객의 자리를 비쩍마른 남자가 받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때문인지 새로들어온 듯한 하인들과 하녀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지만 그런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고 난 몸을 회복시키는데 전력을 다했다.

꼬박꼬박 나오는 밥을 먹고 기본무공을 익히며 굳었던 몸을 유연하게, 비쩍마른 몸뚱아리에 근육을 불어넣는 일은 여자라도 힘든 일.

그것을 연약한 남자가 하고있자 처음에는 나를 비웃던 나찰단원들오 요근래에는 나에게 공손히 대하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또 무공수련을...쉬시라니까요."

어느사이에 훈련이 끝났는지 장우가 연무장 구석에서 움직이던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는 나와 맞먹을 키를 가진 장우는 내가 기억할 때와 달리 날카로운 이목구비로 변했고 목소리도 탁하게 변했지만 나를 걱정하는 모습은 예전과 똑같았다.

"하아~ 하아~ 우야. 하지만.."

장우의 말에 반박하려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만 그럴 사이도 없이 장우는 나를 껴안았다.

땀에 흠뻑적셔진 상체라 장우에게 그 냄새가 옮겨갈까 버둥대며 벗어나려 했지만 장우는 더욱 억세게 나를 껴안았고 덕분에 난 얌전히 장우의 품에안겨 하얗고 매끄러운 목에 얼굴을 박을 수밖에 없었다.

""""오오오오오오~~""""

"캬아~ 단주님. 대담도 하셔라!"

"멋지다!"

우리의 모습을 봤는지 몇몇 나찰단원들이 요란을 떨었지만 장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나를 껴안으며 땀에 흠뻑젖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내 머리와 축축한 머리카락, 둥근 귓바퀴에 코를 가까이대며 냄새를 맡았다.

그런 장우의 모습에 순간 겁을 먹은 나는 작은 목소리로 장우를 불렀지만 장우의 행위는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동물처럼 냄새를 맡는 것 뿐만아니라 나를 껴안은 손가락의 움직임도 점점 묘해질 때.

"단주님, 식사하시랍니다~"

라는 어떤 나찰단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장우는 화들짝 놀라면서 나에게 떨여졌고 그것을 바라보던 나찰단원들이 야유를 했지만 장우는 시끄럽다는 한마디를 하고서 나에게 같이 식사를 권했다.

"아니, 난 조금 있다가 갈려고. 몸을 풀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하잖아?"

"네, 오라버니께서 그러시다면야.."

상당히 아쉬운듯 우울한 얼굴을 하면서 장우는 나찰단원들과 함께 식당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장우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되자 그 때까지 서있던 난 다리가 확풀려 주저앉으며 아직까지 머리쪽과 등쪽에 남아있는 장우의 온기를 느끼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리게만 보던 장우가 설마 나를 남자로보는 것일까?

다른 여자들처럼 나를 거칠게 범하고나서 질리면 버리게 될까?

과거 여자들에게 겪었던 일들이 떠오르자 등골에서부터 차가운 것이 올라와 뇌를 때렸고 그 때마다 온몸을 들썩이고 부들거리면서 떨던 난 갑자기 어깨를 건드리는 감촉에 깜짝 놀라면서 밭은 소리를 내었다.

"헙!"

"왜 그래? 괜찮아?"

"아...아가씨?"

"아가씨라니..그냥 이름으로 부르라니까. 그나저나 여기에 주저앉아서 뭐하는 거야? 남자가 땅바닥에 함부로 앉으면 않된다구?"

상냥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미는 아가씨의 손을 잡고 일어서자 아가씨는 내 몸을 이곳저곳 꼼꼼히 쳐다보셨다.

그 눈빛은 여느 여자와 달리 욕정하나 느껴지지 않아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난 절로 팔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이야~ 무공수련을 열심히 하네? 이 근육좀봐 가슴이 참..."

장난임에 틀림없지만 음흉스러운 말에 뾰로통한 표정으로 아가씨를 쳐다보자 아가씨는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흙이 묻은 엉덩이를 몇번 토닥여주시며 얼른 밥을 먹으로 가라고 말하셨다.

오늘 반찬은 꽤 맛있는 거라면서.

--------------------------------

"합! 합!"

"더 깔끔하게 내리쳐라."

앞으로 펼쳐질 문주결정전 혹은 문주쟁탈전에 대비해 혹시나 모를 암계나 음모를 방지하고 앞으로 자신의 세력에 도움을 주는 자들에게 어떤 자리를 줘야할지 고민할 때, 문득 자신의 모습에 속으로 고소를 지었다.

미친개마냥 날뛰고 참수자라고 이름 붙을 정도로 도를 휘둘러 거슬리는 자들의 목을 쳐대던 자신이 책상에 앉아서 그토록 기겁하던 서류를 처리하다니.

본래라면 거의 대부분 비영에게 맞기겠지만 지금 비영은 나찰단과는 다른 숨겨진 단도들 즉, 살수들을 기르는 훈련을 하였기에 자신이 직접 서류작업을 하고 있었다.

답답한 집무실의 공기가 거북하여 창문을 열자 그곳에는 오와 열을 맞춰서 도를 내리치는 나찰단원들과 그 사이를 지나다니며 자세를 교정시키는 제자의 모습이 보였지만 정작 시선이 집중된 곳은 연무장의 한 구석이었다.

유난히 태양빛이 집중적으로 내리쬐여지는 곳.

그곳에서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몸을 움직이는 한 남자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의 하물을 정신없이 탐한 다음날, 바로 눈을 뜬 그에게 몸조리를 하라는 것과 그동안 고생했다는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를 담아 식객의 자리를 주었건만 그는 예상외의 행동을 했다.

흑귀의 거처에서 일을 하면서 배운 무공을 연마하겠다는데, 처음에는 자신과 비영, 장우가 결사반대를 했지만 결국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엄청 대단한 무공도 아니고 그저 기본 무공이며 가만히 있는 것보다 빨리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과 무리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그 때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허락한 거지만.'

남자라고는 호박덩이같은 하인들만 존재하는 그곳에 비록 비쩍말랐지만 외모가 꽤 준수한 남자가 눈을 반짝이며 요청하니 허락할 수밖에...

그리고 며칠안가 포기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어,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연은 보통 남자들과 달랐다.

허약하고 나약하고 여자에게 들러붙는 재주만 있는 남자들과는 달리 심지가 있는 그는 벌써 한달간이나 무공을 수련하는 것이다.

무림에 남자 무인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오령문에 남자 무인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가, 그것도 스스로 저 정도로 수련한다는 것은 꽤 놀라운 감정을 일으켰다.

그것도 무식하게 굴리는 것이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내일 수련할 체력을 남겨둔체로 수련하는 그의 모습은 왠지 전에도 무공을 익힌 듯한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펄럭. 팡! 팡!

움직일 때마다 펄럭이고 팔과 다리를 뻗을 때마다 팡팡거리는 소리를 내는 그의 움직임은 자신이 보기에도 훌륭할 정도로 기본에 충실했다.

일류정도? 내력만 실을 줄 안다면 절정이라해도 막기 힘들거라는 생각을 하며 장우가 문주자리에 오르면 심심풀이로 무공이나 가르쳐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자, 여기는 이런 자세로.'

'저기 아가씨, 몸이 너무 가까운데요.'

'무슨 그런 소리를! 난 지금 무공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 하읏. 그래도 그런 곳은...'

'이런 음탕한 것. 그런 너에게 벌을 내려주마!'

땀에 젖은 그의 탄탄한 복근과 탱글거리는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입으로는 목을 핥아 올리고 다음에는....

'아니, 아니, 아니. 왜 생각이 이런 쪽으로 흘러가는 거야?'

무공 교육에서 갑자기 그를 범하는 상상을 하던 자신의 모습에 고개를 저어 지워내면서 다시 무공을 수련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볼때, 밖의 상황은 갑자기 바뀌어 버렸다.

땀을 뻘뻘흘리면서 촉촉한 머리카락을 붓처럼 휘날리던 그를 제자년이 품에 끌어안아버렸기 때문이다.

으득.

단지 끌어안은 것뿐만이 아니라 냄새를 맡고 손을 음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발정난 암캐와도 같아 당장에 도기를 쏘아내어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억눌러 참았다.

아직, 때가 아니었으니까.

문주의 자리에만 올라서면 그 이후로는 어떻게 처리하든 상관 없기에 떨어지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참고있자, 나찰단원 중 누군가가 식사시간을 알렸다.

그 때서야 겨우 떨어진 제자는 무척이나 아쉽다는 얼굴을 했지만 주위에서 엉겨붙는 나찰단원들 때문에 그를 남겨두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무척 고소해하다가 다리가 풀려 털썩 주저앉은 그의 모습에 창문을 넘어 몰래 경공을 써 다가갔다.

태양빛에 반짝이는 촉촉한 머리카락과 땀에 절여져서 몸에 달라붙은 무복덕분에 보이는 몸매.

손으로 잡으면 탱글거릴 법한 엉덩이나 가슴을 보며 마른침을 몰래 삼키고서 근처 동네누나처럼 친근한 분위기로 그를 일으켜세워줬다.

'흐으응~~~♥'

약간 떨어져 있음에도 콧속에 가득메워지는 그의 달큰한 체향에 윗입과 아랫입, 동시에 타액이 고이기 시작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를 멀리서 몰래 관찰한 결과 성적인 관심을 보이는 여자를 싫어하는 경향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제자는 오늘 큰 실수를 한 것이다.

그저 그대로 있다가 고백하면 모르지만 오늘의 행동으로 그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으니까.

몸은 성숙했지만 아직 정신은 어린 제자를 속으로 비웃으며 끝까지 예의바르고 친숙한 누나의 가면을 쓰면서 대해주자 그는, 아니 하연은 환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태양빛과 그의 얼굴을 촉촉하게 만든 땀이 뒤섞여 마치 잘 깎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미소를 보며 주책없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사슴마냥 가볍게 걸어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할짝.

"으음~~하아~"

좀 전에 그의 흙을 털어준다고 엉덩이를 만진 손바닥을 혀로 맛보면서 눈웃음 짓는 나의 표정은 무엇처럼 보였을까?

============================ 작품 후기 ============================

강철팬님의 '범해지는 남편'이라는 작품을 보니 저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역NTR이라니! 역강x이라니!

남편이 당하는 모습이 얼마나 꼴릿한지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aosi/감사합니다. 첫코기다리느라 애간장 타고 있을때 바로 달아서 어찌나 기쁘던지요.

RainOver/재미있나요? 정말요?

애기꼬/여기 다음편 하나요!

월병인/그렇다기보다는....적령의 나이가 남자라면 눈이돌아갈 나이라. 애초에 호감은 있긴했죠.

천변만화/긴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우선 미리 말씀드리자면 금비는 장우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밖에'없는 상황이 됩니다. 이건 주인공이 팽영령과 합쳐지면서 그렇게 되는 거라..

linetd/...왜그러세요. 무섭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