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2 8장 구양마공 =========================================================================
"끄아아아아악!"
어두운 동굴 속.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고 눅눅한 공기로 가득찬 그곳에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골이 송연케하는 비명이 들리고 있었다.
단순한 고통으로 내지르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하 한(恨)이라도 맺혀있는지 그 비명소리는 끊이지 않고 반 각정도 이어지다가 겨우 끝마쳤는데, 그 소리가 마치자 곳곳에서는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하아~ 오늘은 다행이 짧게 끝났구만."
"그러게나말여. 어서 뒤진년없나 둘러보자고, 또 뒤진년 나오면 깨지는건 우리랑께."
"..그려야지."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두 여인은 통나무로 만든의자에서 일어서며 곁에 세워두었던 몽둥이를 들고 동굴, 청귀의 지하뇌옥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늙수레한 여인들은 오령문에서 나이를 먹고 은퇴한 무인들인데, 본래라면 손주들의 재롱이나 봐야할 나이이건만 모아놓은 재산도 없고 결혼한 남편도 없었기에 다늙어서까지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사지가 구속된 죄인들에게 밥이나 좀 주고 대소변만 갈면 되는 일이라 나름 편하게 봉급을 벌고 있었는데, 요즘은 봉급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느라 힘들었다.
바로 일정 시간만되면 들리는 비명소리가 끝난 후 뇌옥을 돌아다니며 죄수들의 상태를 보는 일이 그것이다.
겨우 그깟일이 뭐가 힘드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우선 뇌옥의 크기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과 죽는 죄수가 없도록 빨리 달려야했기에 노구를 쥐어짜야만했다.
가뜩이나 늙은 몸을 유지하기위해 내공소비를 줄여야하건만 이 비명소리탓에 하루모은 내공을 다 써버리면 그날밤은 잠들기도 힘들었다.
숭숭 비어버린 관절사이로 서늘한 밤공기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는 낫기에 하는 수 없이 오늘도 그녀들은 다리를 놀려 지하뇌옥을 빠르게 달렸고 그 결과 죽을정도로 경기를 일으키는 죄수는 한명도 없었다.
"허억, 허억, 허억, 다, 다행이, 허얼~ 커헉."
"하이고, 힘들어라. 커헉, 퉤."
지하뇌옥에서 가장 깊은 곳까지 순식간에 경공으로 달려내려온 둘은 숨을 고르며 목구멍에 엉겨붙은 끈적한 가래를 내뱉으며 자신들을 고생시키는 근원을 쳐다보았다.
굵은 철창안에는 발가벗겨진체 굵은 쇠사슬로 사지가 구속되고 눈까지 가리어진 사내가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어두운 뇌옥안에서도 보일만큼 하얀 살결을 지닌 그 사내는 소년과 청년사이정도의 몸집을 지니고 있으며 눈이 가리어졌다고 하더라도 미남임에 틀림없는 오똑한 콧날과 붉은 입술은 사내의 가련함을 부각시켰다.
"매일 보는거지만 절로 혀가나오는구만, 내가 좀만 젊었으면 간수고 뭐고 저거대리고 도망쳤을꺼여."
"카학, 퉤. 젠장, 커헉. 저것 땜시 젖퉁이 늘어지도록 뛰어댕기면서 그러고 싶어야?"
"그건 그렇지만서두..."
"에이~ 청귀님은 왜 저놈을 살려두시나 몰라. 그냥 콱..."
가래를 뱉으며 쌕쌕거리던 간수가 굽혔던 몸을 일으키며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가로로 베는 듯한 몸짓을 하자 다른 간수가 얼른 그녀의 손을 붙잡고 창살안의 사내의 눈치를 봤다.
동료의 행동에 몸짓을 했던 간수가 발버둥을 치며 동료의 손을 떨쳐버리고 죄수녀석이 저 안에 있는데 어떠냐는 듯 동료에게 주절거렸지만 동료는 겁먹은 표정으로 주절거리는 간수를 이끌어 뇌옥위로 올라왔다.
"거참, 자네는 참 겁도 없네그려. 저 놈이 청귀님을 요양하게 만든 놈인걸 몰라서 그러는가?"
"어허~ 참. 아무리 그래도 사지가 구속되고 내력을 억제하는 구속구까지 체웠는데 뭐가 무서워서 그런겨? 응?"
"그래도 고수인데...."
"쯧쯧쯧, 그래봤자 사내자식이여. 겨우 깔개랑께? 청귀님은 방심하셔서 그러신거 뿐이고..저러코롬 구속된 거가 뭐가 무섭다고...."
동료를 타박하는 간수는 그 뒤로도 늙어서 겁이 많다느니 비명소리에 담이 작아졌다느니 놀려대었지만 자신의 손이 식은땀으로 흠뻑적셔졌다는 것을 몰랐다.
육체는 공포로 부들부들 떨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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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3성에 올라서려는 것인가?'
태양신..공이 아니라 구양마공을 얻은 후, 그것을 매일매일 연공하던 나는 어떤 여자의 눈에 띄여 강간을 당할뻔하였다.
그 여자는 청귀라는 이름을 가진 문주후보였는데, 근육 곤륜노 여자에게 나를 달라면서 떼를 써서 나를 자신의 거처로 데려간 뒤, 강간을 하려했지만 구양신공으로 모은 내공을 쏘아내어 반항하였고 그녀는 기혈에 타격을 입어버렸다.
겨우 2성 정도의 성취였지만 마공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열기에 청귀는 방어에 집중하느라 내력을 전부써버리다못해 무리를 했다.
덕분에 기혈이 뒤틀린 그녀는 내력을 다써버리고 기진맥진한 나를 발로 걷어차고서 뇌옥에 가둬버렸다.
여기까지만본다면 그녀가 매우 자비로워보이겠지만 그 이후 보이는 행위는 결코 자비롭다하지 못했다.
굵은 쇠사슬로 사지가 결박되고 눈까지 가린 나를 마구 구타하고 밥이나 물에 오물을 뒤섞는 온갖 모욕적인 행위로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살아남기위해 오물로 더럽혀진 식량을 우물거리고 더러운 물을 마시며 체력과 내력을 비축하던 난 어느날, 나를 괴롭히던 그녀에게 한탄음살(恨嘆音殺)이라는 주술과 무공사이의 기법을 써버렸다.
현경의 고수들이나 쓰는 의형살인(意形殺人)의 방법을 흉내낸 주술도 무공도 아닌 기법인데, 살기와 주술의 저주를 뒤섞여 목소리에 쏘아내는 것이라 배우기도 어렵고 쓰기에는 더더욱 어려운지라 맥이 끊긴 수법이다.
그래도 의외의 한 수로 쓰기에는 쓸만하여 반쯤 도박하는 심정으로 이것을 써버렸는데, 생각보다 효과는 뛰어났다.
날 괴롭히던 청귀라는 여자가 한탄음살을 듣고서 각혈을 해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 다시 내려와 나를 괴롭히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단전에까지 큰 상처를 입은 모양이다.
그녀가 물러난 후, 몇명의 여성이 나에게 살며시다가와 눈을 가리는 이상한 철판을 붙이고서 나를 다시 괴롭히려 했지만 쥐어짜듯 내뱉은 한탄음살을 듣더니 도망치고 다시는 내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내려올까 싶어 매일매일 한탄살음을 내뱉었고 덕분에 방해받지 않고 매일 구양신공을 연마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몸을 대주는게 좋았을라나?'
매일 간신히 죽지 않을만큼 밥과 물을 주는 것을보면 차라리 그 때, 몸을 청귀에게 대주는 것이 좋지않았을까? 고민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구양마공의 주의점때문에 그것을 거부하였다.
바로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 모아놓은 양기가 소비되어 다시 모으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
때문에 5성정도까지 완성되지 않으면 여성과관계를 맺지않는 것이 좋을거라는 주의점이 있었는데, 몇달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3성이 될랑말랑 오른 것을보면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꼬르르륵.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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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르르르르-
찌르르-
"후아아암~ 지루하고 졸려죽겠군. 괜히 밤근무를 선다고했나?"
"...복에 겨웠군. 그렇게 지루하면 낮근무를 서지그래? 오늘내일하는 할망구들대신에 젖퉁이 늘어지도록 달리면 지루하거나 졸리진 않을거아냐?"
"왜 그렇게 까칠해? 흰소리한거를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고...설마 오늘 달거리냐?"
"아냐!"
"에~이~ 맞는거 같은데?"
"가랑이 털뽑을 년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지하뇌옥으로 이어지는 동굴입구에서 보초서는 두 간수들은 서로 투닥이며 밤특유의 서늘함과 졸음을 쫓아내는 사이 근처 숲의 그늘에 틈타 몇몇의 인영이 은밀하게 몸뚱아리를 놀렸다.
그림자들 사이에서 드러낸 인영들은 밤손님들 특유의 복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완벽하다못해 기괴하기까지한 복장을 갖춘인영이 손을 들고 주먹을 쥐자 조금씩 움직이던 인영들은 거의 완벽하게 숨소리를 죽였다.
보통 눈주변은 드러내고 복면을 뒤집어쓰는 밤손님들과는 다르게 온 얼굴을 검은 천으로 둘둘 말아버린 인영은 움직이기는 쉽지만 무언가를 숨기기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복장, 즉, 몸의 굴곡이 확연하게 드러내는 옷에서 신기하게도 몇개의 비수를 꺼내었다.
소리하나 나지않게 뽑아낸 비수는 검은 숯칠이 되어있어 달빛에도 비춰지지 않을만큼 새카맸는데, 신기하게도 새카만 인영은 그것을 제대로 잡고서 손목을 까닥거리자 시끄럽게 투닥이던 두 여자들의 목소리가 뚝-끊겼다.
[가자.]
[[[[네.]]]]
머리를 통째로 검은 천을 두른 인영이 먼저 나서자 그 뒤로 검은 복면에 몸매가 확연히 드러내는 여성들이 따라 달렸다.
그 모습은 마치 어둠속에서 먹이를 노리는 고양잇과 맹수들의 무리같이 재빠르고 유연했다.
재빨리 쓰러진 간수들이 있는 곳에 달려간 다섯명의 여인들 중 2명은 간수들의 시체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머지 3명만이 동굴안으로 들어갔다.
서늘한 밤공기가 흐르는 밖보다 약간 따뜻하지만 탁한 공기가 가득한 동굴로 들어간 그녀들은 무언가를 찾는 듯 빠르게 이동하였지만 꽤 대단한 경공술을 익혔는듯 발자국소리 하나도 내지않고 조용했다.
그렇게 얼마간 달렸을까?
거의 지하뇌옥의 마지막까지 달린 그녀들은 마지막 옥방에 다다르게 되었고 그곳에 수감된 한 사내를 보자 바람같이 달리던 신형을 우뚝세웠다.
온 얼굴을 천으로 두른 여인이 가만히 서있자 뒤따르던 여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무언가 화들짝 놀란 듯 몸을 움츠렸다.
아마도 전음으로 앞에있는 여인이 혼이라도 낸 듯 싶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인이 검지손가락을 들어 철창을 가로로 휙하고 그어버리자 뒤에섰던 여인들은 조용하게 허리춤에 달려있던 칼집에서 도를 꺼내며 앞에있는 여인의 양옆으로 달려나가 그것을 휘둘렀다.
스걱.
딸강, 딸강.
순식간에 잘려진 철창들은 쇳소리를 동굴벽에 울리며 떨어졌고 그것을 자른 둘은 재빨리 앞으로 달려나가며 이어진 기세로 옥방에 갇혀있는 사내의 팔에 감긴 사슬을 베려했지만 쇠사슬은 철창과 다르게 금속음을 내며 둘의 도를 튕겨내었다.
"큭."
"우읏."
두 여인이 튕겨져나온 도를 간신히 붙잡으며 다시 그것을 배려고 팔을 들어올리려했지만 뒤이어 나타난 여인, 얼굴을 전부가린 여인이 순식간에 나타나 그녀들의 팔목을 붙잡고 고개를 절레절레흔들고 쇠사슬이 붙여진 동굴벽을 가리켰다.
그러자 두 여인은 눈동자를 크게뜨고 복면아래로도 보일만큼 입이 크게 벌렸다가 삿대질을 했던 여인이 콩볶는 소리를 내며 주먹을 강하게 움켜잡자 재빨리 도를 들어 석벽을 가르고 사내를 부축하였다.
부축된 사내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여인은 좀 전과는 다르게 손을 가늘게 떨며 사내의 얼굴에 씌여진 금속재질의 안대를 벗기며 얼굴을 찬찬히 뜯더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퐁.
두 여인이 사내를 부축하고 경공을 쓰며 밖으로 나가자 그 때까지 남아있던 여인은 어디선가 꺼낸 병의 마개를 따고서 옥방에 병 속의 액체를 붓고 난 후, 밖으로 나오며 한 두 방울씩 그 액체를 흘렸다.
타닷.
들어올때와는 달리 간간히 소리를 내면서 경공을 써서그런가?
본래라면 잠들고 있어야할 죄수들이 깨어나 여인에게 꺼내달라면서 더러운 손을 창살사이로 내밀고 빌었지만 여인은 죄수들을 무시하면서 가볍게 발을 놀려 뇌옥을 벗어났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인들의 모습이 보이자 뇌옥을 벗어나던 여인은 검지와 중지를 들어올렸고 그녀의 손가락에 새빨간 빛이 보이자 뇌옥 입구에 있던 여인들은 경공으로 재빨리 뇌옥입구에서 멀리 떨어졌다.
치직. 화륵.
새빨간 빛이 매달린 두 손가락을 바닥으로 쏘아내자 빛이 떨어진 바닥은 확하고 불이피어오르더니 뇌옥의 안쪽으로 달려나가듯 빠르게 그 기세를 더해어갔다.
"으아아아악!"
"죽기 싫어! 살고 싶다구!"
"살려줘! 살려줘!"
"저주한다. 네년들을 저주할꺼야아아아아!!!"
화르륵. 화륵.
죄수들을 가두던 지하뇌옥안은 순식간에 붉은 화광과 매캐한 연기로 가득차게되었고, 그 안에서 죄수들은 뜨거운 불길에 버둥거리며 저마다 자비를 구하고 살려달라 빌고 저주를 하였지만 그 누구도 그들이 타 죽는 것을 알지는 못했다.
다음날 근무를 교대하기위해 기다리고 있던 인원들이 밤근무를 서던 간수들을 찾으러 올때까지.
============================ 작품 후기 ============================
음모나 잠입같은 것을 쓰는데 힘드네요.
...순수해서 그런가?
...농담이에요. 개그인데 다큐로 받아들이지마세요. 무섭네요.
월병인/...써보도록하죠.
나천대두/그렇슴까?
tlsdmlwnwkr/그보다 훨씬 시간이 지났죠.
여관집아들/감사합니다.
혁썩혀써/...정말요? 야한씬이 아닌데요?
linetd/이건 다 날씨 때문입니다. 날씨로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