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71/86)

00071  8장 구양마공  =========================================================================

[본좌는 파사국의 사람으로써...]

머릿속에 들리는 노인은 중원인이 아닌 파사국(페르시아, 지금의 이란지역)사람으로 본래는 마법사였다고 한다.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남자였기에 심한 차별을 받았던 그는 흑마법사들의 이동에 합류하여 이 중원으로 넘어오게되었고 무공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한다.

마법과는 다르게 신체를 강건하게 만들며 초인적인 힘을 내는 기술.

남자여서 그런지 아니면 그가지닌 재능이 그정도였는지 어느정도 이상은 올라갈 수 없는 그로써 무공이란 기술은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파사국에서 모아온 보석을 팔거나 아티펙트등을 주며 무공서들을 모았고 마법적으로 그것을 연구하여 새로 집대성한것이 바로 구양마공.

양기를 키워 단전속에 태양을 만들어 마르지않는 양기를 분출할 수 있는 무공을 개발하고 익힌 그는 무림사에 한 획을 그은 자가 되었다.

그 후, 한 여도사와 결혼을 하게되었고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 한가지 근심이 있었는데, 자신의 무공을 아무도 익힐 수가 없었다.

남자보다 양기가 많은 여자들은 성취도는 빠르지만 어느정도 이상은 더 익힐 수가 없었고(억지로 무공을 운용하면 혈도와 단전이 강한 양기에 전부 메말라버렸다.) 남자들은 끝까지 익힐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너무 고되어 아무도 구양마공을 습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구양마공을 좀 더 쉽게 만들어 후인들에게 전해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화령공.

이 오령문에 전해내려오는 5가지 기본공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 뒤로 구양마공, 아니 본래 이름은 태양신공인 그것은 혹시라도 누군가 익힐 수 있을지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이 직접쓴 책에 마법을 걸었다고한다.

조건은 이 많은 책을 전부 읽은 '남자'여야한다는 것.

'그래서 흑귀는 이걸 익힐수가 없었구나.'

문주후보인 그녀이니 분명히 여기있는 책들을 전부 읽었을테지만 여자였기에 태양신공...아니 구양마공은 습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소수마공도 그렇고 구양마공도 그렇고 남성전용이 꽤나 많네.'

천하를 돌아보면 남성전용무공이 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굴러들어온 행운에 즐거워하고 있을 때, 노인은 이제 구양마공의 구결과 수련법을 머릿속에 새겨넣어주었다.

마법으로 각인되어진 구양무공에 대해 눈을 감고 찬찬히 뜯어보자 여태까지 왜 익히는 자들이 없었는지 이해가 갔다.

구결들이 엄청길고 난해한것은 물론 기에대한 재능과 뜨거운 양기를 돌릴때마다 겪는 고통을 견딜 독심이 있어야했다.

[....으로 연자에게 전해주니 부디 후대에 이어주기를 바란다.]

노인의 말이 끝났지만 난 눈을 뜨지 않고 구양마공의 난해한 구결을 계속 되뇌었다.

손아귀에 잡힌 것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

"오빠."

고즈넉해보이는 마당의 한구석에서 별과 달을 바라보는 소녀는 문득 한마디를 내뱉었다.

긴 머리카락을 뒤로 내려묶어 마치 제비 꼬리같은 그녀는 헤지고 검은 무복을 입고있었지만 아름다움은 전부 가릴 수 없었다.

달빛에 비치는 새하얀 피부와 초롱거리는 눈과 도톰한 입술.

키도 작고 몸매도 호리호리하여 뛰어난 미모를 지닌 남자와도 같은 모습이었지만 작게 부풀어오른 앞섬이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허리춤에 매달린 도를 달랑거리면서 밤하늘에 무언가 그리운 것을 본다는 듯 아련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애틋하면서도 쓸쓸한 기운이 물씬풍겼었고 그런 그녀의 기운에 감화되었는 듯 짐승들과 벌레들도 울지 않았다.

한동안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이제는 손을 들어 무언가를 쓰다듬는 듯한 행동을 취하던 그녀는 순간 표정과 몸에 두르던 기운을 바꾸었다.

그리움이 가득하던 얼굴을 차갑고 단단하게, 애틋한 기운을 칼처럼 날카롭게.

순식간에 뒤바뀐 분위기로 바뀐 그녀는 도톰한 입술을 달싹였다.

"무슨일이냐."

"주군께서 오라 하십니다. 단주님."

"....알았다."

덜그덕.

허리에 매어진 도가 살짝흔들리며 걸어나가는 소녀는 무복을 펄럭이며 여유로워보이지만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보통사람들이 뛰는것과 비슷한 속도로 걸음을 걷던 그녀는 어느 문에 들어서자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은 다음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에는 붉은 색의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과 안경을 쓴 성숙한 여성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촛불이 일렁여 짙은 음영이 드리워진 두 여성의 얼굴은 상대방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일까?

방으로 들어온 소녀는 들어오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공손하게 인사를 하였다.

"되었다. 너하고 나 사이에 그런 허례따위는 필요하지않아."

"하지만 아가씨...."

"당사자인 내가 괜찮다잖아. 어서 일어서렴."

"네."

소녀가 일어서자 붉은 옷의 여성은 손가락을 까닥여 자신 앞에 있는 의자에 앉도록 권했고 소녀는 절도있는 움직임으로 의자에 앉았다.

조르르르륵.

소녀가 의자에 앉자 안경을 쓰고 있던 여성이 어느세인가 나타난 찻잔에 차를 따랐다.

맑은 갈빛의 액체가 잔에 따라지자 먼저 그것을 들이키던 붉은 옷을 입은 여성은 앞에있는 소녀가 잔을 기울이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조금전까지 무공수련을 하고 있었다고?"

"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휴식은 꼭 취하거라. 과도한 수련은 오히려 독이 될뿐."

"...."

"후후, 그래봤자 내가 말하기에는 별 설득력이 없지만 말야."

작게 킥킥대는 여성탓에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가 되어버린 방은 다시 이어진 여성의 말에 팽팽하게 변해버렸다.

"찾았단다."

"!!!"

쾅. 드르륵.

"그, 그곳이 어디에."

"앉으렴."

털썩.

붉은 옷의 여성, 적귀의 한마디에 소녀, 장우는 깨뜨릴듯 내려놓으며 의자를 끌어 일으켰다가 바로 의자에 앉았다.

그동안 뛰어난 무공성취로 그녀의 제자가 되었다지만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혹독한 벌이 내려진다는 것을 지난 시간동안 충분히 알고있기 때문이다.

"하연이는 놀랍게도 청귀의 거처 깊은 곳에 있다고 하더구나. 청귀가 강제로 하연이를 강간하려했지만 용케도 그것을 거부했고 화가난 청귀가 감옥에 그를 가두고 있다고 한다."

"오, 오빠가 그런곳에..."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너는 가면 안된.."

쾅.

"왜죠? 저도 전보다 무공도 높아졌고 잠영술도 비영 선생님만큼 뛰어..꺅."

찰싹. 쿵.

적귀가 말을 끊은 장우의 뺨을 올려부치고 바로 머리채를 잡아채 다탁으로 머리를 박으며 장우에게 으르렁거렸다.

"마음같아서는 본녀가 직접 가고싶지만...참는게야. 이제 곧 문주 결정전이 시작될것이고..단 하나의 꼬투리도 만들면 안되니까. 물론 내 제자인 너도 마찬가지이고.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건데, 내 말을 끊지말거라. 옛날 성질나오기 전에!"

"....네. 죄송합니다. 스승님."

장우가 순순히 사과하자 악귀처럼 일그러졌던 적귀의 표정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으며 장우의 머리를 짓누르던 손도 사라지고 다시 제자리에 앉아 비영이 건네어주는 찻잔에 담긴 차를 마시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나도 네 마음 안단다. 힘도있고 세력도 있는 내가 하연을 구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화가날만도 하지. 그렇지만 넌 나 대신 문주가 될 아이란다. 그걸 이해해주렴."

"...네."

장우는 스승, 적귀의 말에 침울하게 대답하였다.

적귀는 그런 장우에게 다시한번 한마디를 하려했지만 곁에있던 비영이 그런 적귀를 말렸고 직귀는 그저 입을 달싹거리다 찻물로 목을 축이는 수밖에 없었다.

적귀, 아니 이제는 적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그녀는 문주도전권을 그녀의 제자인 장우에게 넘겼고 그런 그녀의 결정을 다른 문주후보들은 의아해하였지만 받아들였다.

너무나도 강한 적귀보다는 그녀의 제자라는 계집, 그것도 얼마전에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다는 아이가 상대하기 쉬울테니까.

문제는 문주에게 허락을 맡는 거였다.

오령문의 역사중에 이런 일이 없던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문주후보들이 거동도 못하는 부상을 입었거나 무공을 쓰지 못한다거나 등의 이유여서였지 본인이 덜컥 넘긴다고 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령은 그녀의 불같은 성격을 문제삼았다.

그런 그녀의 성격에 오령문을 말아먹기 딱 좋을 것이라고.

하지만 문주는 심성보다는 실력이라는 말을 혁파하며 그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에 하령은 자신의 제자, 장우의 신체에 대한 비밀을 들려주고 실제로 대면도 시켜주었다.

그제서야 문주는 적령이 의도하는 바를 알아차리고 대외로 내걸었던 그녀의 폭급한 성격을 들어 제자인 장우에게 적귀의 이름을 주었다.

덕분에 시간을 번 나머지 4명의 후보자들은 희희낙낙하고 즐거워했지만(문주결정전은 후보자들이 전부 성인이 되는 날에 시작된다. 즉 한명이라도 성인이 되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들의 목줄을 감는 행위라고는 생각도 못할 터였다.

무공이야 뛰어난 천재이자 본인자체가 노력파인 장우였기에 금방 나머지 후보자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고 약점이던 세력이 보강되는 것을 나머지 4명은 모를테니까.

아니, 알아도 대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세월 머리와 뱃속에 기름이 들어찬 그녀들에게 적귀가 모으는 세력이란 그녀들이 입김이 불어도 무너질만큼 허술하다고 생각할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대 적귀, 그러니까 지금의 적령을 무시하는 것이다.

비록 그녀의 폭급한 성격이 문제되기는 했지만 그것을 화통하다고 생각하는 무인이 꽤나 많다는 것을 다른 후보들은 몰랐다.

그리고 그런 무인들의 실력도 꽤 대단하다는 것도.

그런 무인들을 장우에게 힘으로 굴복시키게하고 한가지 단체, 나찰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장우에게 그 수장의 자리를 앉히고 자신은 비영과 함께 그녀들을 수련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장우에게 굴복당하고 존경하는 적령에게 무공을 수련받은 무인들은 점차 정예화되었지만 다른 후보들은 그저 장난처럼 여겼다.

단련해온 시간이 달랐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적령은 그녀들보다 고수이고 그만큼 보는것도 남다르다는 것을 그녀들을 몰랐던 것이다.

적을 죽이고 제압하는 방법을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다다르기 직전까지 세겨넣는 그녀의 조련은 이미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경지에 다다를정도였다.

하루만 쉬면 바로 다음날 움직일 수 있도록 훈련시키되 게으름을 피울수 없게만드는 교육.

그런 것을 매일매일 받은 나찰단은 그 이름에 걸맞는 실력을 얻게되었고 단주 적귀-장우는 그 모두가 달려들어도 이길만큼의 실력을 쌓게되었다.

그런 나찰단의 모습을 대견해하면서 한편으로 비영과 친우인 단목세기를 시켜 하연의 행방을 찾는 명령을 내리던 차, 드디어 그의 행방을 알아냈다는 소식을 얻었다.

바로 청귀의 거처에 있다는 소식이다.

단목세기가 전해준 서찰에 의하면 흑귀의 거처에서 하인으로 고생(남자가 감당하기 힘든일을 억지로 떠맡았다고 했다.)하다가 우연히 청귀의 눈에 띄였다가 흑귀와 한바탕 푸닥거린 후 데려가서 강간하려했지만 실패하고 감옥에 갖혔다는 것.

솔직히 이 서찰의 내용을 믿기는 힘들었지만(고생이란 이름의 학대를 견뎠다거나 청귀의 강간을 피했다는 것.)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차마 사람이 보기 힘든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비영을 보냈다.

얼마 안있으면 문주쟁탈전이 있기는 했지만 제자의 실력이라면 나머지 년들을 이기기에 충분했으니 그를 구출하는 곳에 보내도 상관은 없지만 만약 폐인이 된 그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될지 몰랐으니까.

악독한 4명의 손아귀에 남동생을 잃어버린 전적이 있는 그녀로써는 자신의 제자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주지 않기위해 문주쟁탈전의 핑계를 대고서 그녀의 출병을 막았다.

그동안 예술적으로 괴롭혀왔던 탓인지 자신의 말에 수긍하지는 못하지만 따르기는 하는 제자의 모습에 내심 안심하면서 차를 들이키는 그녀는 하연이 사지멀쩡하게 무사하기만을 기도하였다.

'부디 무사하기를...'

장우와 비영이 떠나고 홀로 있는 방안에서 봉긋한 가슴을 누르는 그녀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당당한 여장부와 같지않고 밤하늘을 바라보던 제자의 표정과 같았다.

무언가를 그리워하며 애틋하게 생각하는 여인의 표정.

너무나 애절한 그녀의 얼굴을 아는 것은 하늘에 떠있는 달과 별, 그리고 방안에 일렁이는 찻잔의 찻물뿐이다.

============================ 작품 후기 ============================

제자가 사모하는 남자를 사모하는 스승.txt

이름 때문에 헷갈리실 수 있겠는데요.

적귀->적령으로 변했고 장우->적귀로 변했습니다.

글의 분위기가 좀 많이 변한 것 같나요?

다시 키보드를 잡으니 잘 모르겠네요.

월병인/룬어가아니라 아랍어입니다.

잉여보노/괜찮아요. 아랍어니까요.

ChaOsmOs/노력하겠습니다.

은밀한경계/네. 헤헤..

여관집아들/감사합니다.

aosi/돌아왔습니다. 제 성욕이.

왼쪽신호등/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