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화 (70/86)

00070  8장 구양마공  =========================================================================

흑귀라는 여자가 있는 곳으로 끌려가자 처음보는 곤륜노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얼굴이 별로네. 일이나 시켜."

라고 말이다.

이 세상을 사는 남자로써 분노를 해야할지 아니면 악명높은 흑귀의 손아귀에 떨어지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할지 몰랐지만 가끔씩 보이는 그녀의 애첩들(남자다. 남자.)의 모습을 보건데 이쪽이 좋다고 생각되었다.

잡일이 죽도록 힘들기는 하지만 애첩들마냥 팔다리 한군데가 부러지거나 멍드는 것보다는 낫지않은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잡일이 결코 쉽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적귀아가씨의 은혜로 쥐꼬리많나 내공을 조금 가진 나로써는 그나마 덜 힘들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꼴보기 싫었는지 나에게 힘든일을 맡기고 괴롭히는 수석하인은 드디어 보통인간이 불가능한 일을 맡겨버렸다.

바로 무공서를 비치한 전각에 먼지한톨나오지 않도록 청소를 하라는 것이었다.

"먼지가 한 톨이라도 나오지 않을때까지 여기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마렴! 알겠니?"

"..네."

"어휴~ 저 시큰둥한 대답하고는..어서 썩 가지못해!"

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청소도구를 가지러가자 뒤에서 나를 험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석하인 곁에는 평소 그가 돌봐주는 부하같은 하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내가 발걸음을 옮기자 귓속말로 수석하인에게 속닥거렸다.

"형, 그곳은 몇년간 청소를 한번도 안한 곳 아니어요?"

"듣기로는 이제 곧 폐쇠할거라고 하던데요."

"킬킬킬, 맞아 바로 거기야. 그런 낡아빠진 곳에서 먹고 자며 고생좀 해보라고 보낸거지. 뭣같은 자식. 이제 유오누나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겠지."

'하찮은 질투심인가?'

그가 나를 괴롭히기위해 힘든일을 시킬때마다 완벽히 일을 끝마치자 하인이나 하녀들이 나를 보고 감탄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유오라는 하녀가 특히 나에게 관심을 주었다.

하녀들 중에서 제일 곱고 성품도 좋은 여자였는데, 그래서인지 하인들중에서 그녀를 사모하는 자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수석하인녀석도 그녀를 사모하는 이들 중 한명인 모양인데 그녀가 나에게 관심을 주는 것을 보고 질투심이 나서 이런 일을 나에게 준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알까?

내가 사라지더라도 유오라는 하녀는 그에게 절대 관심이 없을 거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가 나에게 이성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고백할 용기가 없으니까.

그저 그녀가 관심있어하는 남자에게 질투만하며 그자를 치우려하기에 백날이 나자봤자 그에게 관심을 가질일은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의 연예사정에 내가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지. 다만...몇 대 때려주고싶기는 하군.'

겨우 질투심으로 나에게 이런 일을 맡기는 녀석을 때려주고 싶었지만 들킨다면 난 외부에서 온 첩자취급을 받고 죽고 아가씨와 장우도 곤란해 질 수 있기에 꾹 눌러참았다.

1대 1로 맞붙는다면 결코 질일은 없겠지만 들킬확률은 높았고 틀키지 않더라도 나에게 뒤집어씌울수 있기에 가만히 녀석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청소도구를 들고 내가 청소해야할 구역으로 가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 전각이라는 곳이 엄청나게 더러웠기 때문이다.

먼지가 양탄자처럼 깔린것은 양반이고 곳곳에 돋아난 버섯이나 돌아다니는 벌레, 들쥐...

거의 폐가나 다름 없는 이곳을 먼지한톨없이 청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싹 밀어버리고 새로 건물을 짓는 것이 빠르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에게는 그런 자재도 기술도 없었기에, 그저 청소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데, 청소라기보다는...전쟁이라는 말이 어울리겠군.'

일단 쥐나 벌레부터 없에겠다고 생각하며 빗자루와 먼지털이등을 꺼내들었다.

간만에 몸 좀 풀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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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하아."

하지만 간만에 몸을 푸는 수준이 아니었다.

쥐꼬리만한 내공과 그동안 다져온 근육을 사용해도 며칠동안을 매달려야할만큼 이 전각은 더러웠다.

하루 이틀로 겨우 벌레와 쥐같은 것들을 쫓아내며 먼지를 청소해대니 그나마 폐가에서 좀 더러운 집으로 바뀌었는데, 그래봤자 더러운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오늘하루는 푹 쉬려하였다.

어차피 언제 적귀 아가씨에게 돌아갈지도 모를일이고 이것을 다 처리한다하더라도 다른 힘든일을 맡을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깨끗하게 쓸고 닦은 공간에 편안히 드러누워서 멍하니 있어봤지만 잠도 오지않고 그저 심심하기만했다.

이래서 게으름도 부린자만이 게으름을 피울수 있다고 하던가?

평소 몸이 2개가 모자라도록 움직이던 사람이 갑자기 쉰다고하니 마음이 불안해져서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꼼지락거릴때,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흑귀라는 여자도 분명히 뛰어난 무인일것인데 어째서 무공서를 구비한 이 건물을 방치해둔거지?'

최소한 무공서라는 것을 다른 곳에 옮기기라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보아온 무인들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할것이다.

비급, 무공서를 제 목숨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을 몇번이고 보아온 하연은 그것이 이상하였다.

무인인 흑귀가 왜 이곳에 무공서를 내버려둔체 건물통채로 방치하는 것인가?

혹시 이 무공서들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

그렇다치더라도 흑점에 가면 꽤나 비싸게 팔리는 것이 무공서이거늘 왜 이리 썩혀둘까?

몸이 편안하니 괜히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질문이 떠올랐고 계속 생각만하던 난 더이상 참지못하고 몸을 일으켜 책장에 가까이 다가갔다.

꼴깍. 휙- 휙-

누군가가 본다면 목이잘려도 할말이 없는 행위였기에 바람소리가 나도록 힘차게 고개를 저어 주변을 경계한 난 그것도 모자라 건물주변을 돌아다니며 인적이 있는지 살펴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무공서 하나를 꺼내보았다.

그렇지만 안에는..

"이게뭐야?"

글자..라고 생각되기 힘든 검은색 지렁이들만이 주르륵 적혀있었다.

진짜 지렁이가 그려진 것이 아니라 정말 글자라도 되는 듯 일정한 문양이 보이기는 했지만 내가 알아보기에는 무척이나 힘든 문양이었다.

"이래서 무공서들을 여기에 방치해둔건가? 전부 알아볼수 없어서?"

팔락팔락팔락.

팽가에서 주술을 연구하며 습득되어진 속독으로 손에 쥔 무공서외에도 쭉 살펴보니 전부 비슷한 검은색지렁이 문양만이 가득하였다.

하루 쉬는 날 전부를 투자하여 혹시라도 무언가 얻는 것이 있을까 싶어서 전부 속독으로 읽어봤지만 알 수 없는 지렁이 문양만이 적혀있었다.

'이것도 팽가의 비밀서고처럼 무언가를 선결조건이라도 있나?'

만약 있다면 어떤것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끝까지 전부 읽고 다시 책장에 꽂았을 때, 이상한 것이 보였다.

무공서들의 책등에 보이는 얼룩들이 아까책들에서 본 지렁이들과 비슷해보였기 때문이다.

책을 보기전만하더라도 곰팡이가 슬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책에서 본 지렁이와 비슷해보인다니..오랜만에 책을 좀 봤다고 눈이 이상해졌나싶어 눈을 비비고 깜빡이며 다시 쳐다봤지만 위화감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설마...'

무공서를 볼때마다 꼭 몇번씩은 보이던 문양. 그것처럼 보이게 책등을 정리하자, 그 문양에서 빛이 나오며 내 눈속에 화살처럼 틀어박혔고 뇌속깊이 파고들었다.

"으아아악!"

뜨거운 무언가가 눈을 통하여 뇌속으로 들어가 지지는 기분.

그런 고통을 느끼며 눈을 부여잡고 바닥에 구르기를 몇 십여차례를 반복하자 뇌와 눈을 지졌던 무언가는 서서히 식어갔고 그 때서야 난 눈을 뜨고 앞을 볼 수 있었다.

'이게..어떻게 된거지?'

이제 서서히 저물어가는 시간이라 서고내부는 어둑어둑해져서 잘 보이지 않아야 정상이지만 내 눈에는 대낮처럼 또렷하게 책들과 사물이 보이는 것이다.

낮처럼 온전한 색이 아닌 온통 녹빛으로 보이기는 하지만서도 말이다.

갑자기 달라진 시야에 당황하고 있을 때, 머릿속에서 어떤 노인, 그것도 남자답지않게 괄괄하고 씩씩한 목소리의 노인이 중원에서는 듣기 어색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축하한다. 연자여.]

============================ 작품 후기 ============================

기다려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연재가 밀린 것에 대한 변명을 대자면 솔직히 말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하나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서입니다.

주인공이 약해서 계속 여자들에게 당하게 하는 것도 너무 질리는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강하게 하면 재미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다른 스토리가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계속고민하다보니 결국 주인공 강화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야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명색이 무협소설인데 주인공을 밀어주기도 해야죠.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억지로 당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즐기는 주인공으로 바꿀예정입니다.

일반적인 무협소설로 바꾸면 색녀쪽이 되겠군요.

월병인/ 네, 간만이네요.

le/그쵸?

tlsdmlwnwkr/아니 왜 우시고 그러세요? 양심찔리게.

이자리스/감사합니다.

이호성성님/감사합니다.

여관집아들/오랜만이네요.

혁썩혀써/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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