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 7장 새로운 시작 =========================================================================
하북의 어느 시골마을의 외딴 곳.
여기저기 찢어지고 더럽고 넝마같은 천쪼가리를 대충 두르고 흙먼지와 개기름으로 탁한 색의 머리카락을 귀신처럼하고서 검은 때가 낀 손톱으로 하얗게 일어난 피부를 벅벅긁는 여자들이 질펀하게 늘어져 잠들어있는 이곳을 마을사람들을 거지굴이라불렀다.
그 이름 그대로 이곳에는 많은 거지들이 살고있는데, 사실 이만큼 위험한 곳도 없을 정도로 가장 위험한 곳이다.
그 이유는 멋모르고 다가갔다가는 아귀떼처럼 달려드는 거지들에게 두들겨맞고 홀라당 벗겨져 강탈당할 뿐만아니라 재수 없으면 솥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한 곳을 관아에서는 왜 내버려두느냐고?
우선 이 거지들이 딱히 치안을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는 점과 우두머리인 왕초가 달마다 쏠쏠한 용돈을 주며 주제에 무공을 익힌년들이라 제압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거지들이 무공을 익혔다? 그럼 개방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건아니다.
아니, 개방이기는 하나 개방은 아니라고 해야하나?
10만 방도의 개방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진짜 개방의 방도라고 부를 제자들은 천몇백명뿐이다.
그 수만으로도 일반적인 구대문파의 인원들보다 많지만 10만방도라고 부르기에는 한참이나 적은 숫자이다.
나머지는 정식적인 개방의 제자가 아닌 그저 거지패들, 본단인 하남 개봉에서 의뢰를 하면 정보를 모아 보내주는 일종의 정보원이라고 해야한다.
그런데도 이들을 개방의 제자라부르는 이유는 개방에서 기초적인 무공을 이들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개방의 문도라고 본단에서는 말하는데 사실 지방의 거지패들에게 이것은 헛소리이다.
기초무공 조금 가르쳐주고 정보 의뢰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주제에 돈이나 음식, 의복등 아무것도 지원해주지 않는다.
거지는 스스로 빌어먹고 아무것도 소유해서는 안된다는 문칙때문이라는데, 본단의 거지들을 보면 왠만한 부자집 마나님들보다 호화스럽게 살고있기에 여러지방의 거지패들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댓가로 개방의 이름만 빌려쓴다.
관아로부터 자신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말이다.
그렇다고하더라도 대놓고 민초들을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러하였다가는 개방이라는 이름으로 본단에서 정식으로 무공을 배운 무걸개(武乞丐)들이 찾아와 죽여버릴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몰래몰래 행해졌다.
감사를 오는 거지들에게는 그저 거지답게 빌어먹는 행위라고 둘러댈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그런 거지패들 중 하나에 나, 팽영령이었던 영혼은 둥지를 틀었다.
거지들 중에서 최하위라는 새끼거지에게 말이다.
-----------------------------------------
생명력을 정제하던 도중 시체덩어리들에게 덮쳐져 큰 고통을 겪을 때, 내 영혼의 일부분은 그 고통으로 쪼개지고 본체에게서 튕겨져나갔다.
이것은 내가 일부러한 것이 아니라 아주 우연히 일어난 일인데, 아무래도 그림자 분신술을 쓰면서 영혼에 자그마한 금이 가져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조각난 영혼을 다시 합치기 위해 금비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내 육체를 들고 가주전으로 들고가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내 육체는 새끼여우로 변해버린 것이 아닌가?
여기서 본체로 들어가면 위험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 낙엽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나비의 몸에 빙의하고서 그것의 영혼을 집어삼키고 육체를 강탈했는데, 낙엽속에서 들려오는 금비의 말을 듣고 난 이를 갈았다.
어쩐지 그림자 분신이라는 주술이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싶었는데, 그녀의 수작이었다니.
게다가 본체에 저주까지 걸었다니..
현재의 나로써는 그녀의 저주를 이겨낼 수 없다고 여기면서 분리된 난 날개를 움직여 팽가를 떠났다.
본체에 남아있는 영혼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나까지 저주에 얼룩지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였다.
연약한 나비의 날개를 움직여 날아가면서 인간들이나 짐승들이 어깨에 올라타 쉬고 나를 잡아먹으려는 거미나 새들을 피하며 되도록 멀리 팽가에 떨어졌다고 여겼을 때, 이 나비의 몸뚱아리는 점차 죽어가고 있었다.
나비의 연약한 몸뚱아리가 아주 작지만 높은 수준의 내 영혼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 육체가 부숴지면 정말로 죽어버린다고 생각한 난 움직이지 않는 날개를 겨우 꿈틀거려 날아올랐다가 추락하였고 그것은 땟국물에 절고 삐쩍마른 사내아이의 몸 위였다.
이 쌀쌀한 가을날씨에 얇고 더러운 옷을 입고있는 것을 보면 부모가 없는 고아에다가 거지인 듯 했으며,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못먹고 피부에는 울긋불긋한 점들이 있고 금방이라도 죽을 듯 숨이 가늘었지만 나에게는 그저 새로운 집으로 보일 뿐이었다.
이왕이면 부자에다가 외모도 좋고 건강한 사내아이의 몸에 빙의하는 것이 좋기는 했지만 지금의 난 죽기 일보직전이었으므로 이것저것 가릴 수 없어 이런 비루한 몸뚱이로 빙의를 시도했고 그것은 성공하였다.
거의 다 죽어가는 아이의 몸에 들어가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영혼을 집어삼키고 그 기억을 훑어보았다.
겨우 몸을 차지해서 살아났는데, 전과 행동이 달라 귀신이 들렸다는 소문이 들면 죽을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이 아이도 꽤 기구하구나.'
평범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고 밭을 일구다가 지주에게 쫓겨난 가족들이 유랑하다가 이곳으로 정착하려할 때, 이곳거지들이 산적을 가장해 습격했고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사망, 아버지는 거지들에게 애액받이 노릇을 당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죽고, 형은 다른 곳으로 팔려갔다.
누나들은 이 아이와 같이 새끼거지노릇을 하고 있었는데, 병에 걸린 이 아이를 간호하면서 이 아이 몪까지 구걸하다가 그만 무림인들간의 시비에 휘말려 죽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다른 새끼거지에게 들은 아이는 충격으로 까무라쳐서 죽어가고 있었고 말이다.
'불쌍하기는 하지만 일단 내가 살고봐야해서....적어도 이 몸뚱아리는 소중히 관리해주마.'
나비의 몸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내 영혼을 견디기에는 연약한 몸뚱아리인 아이의 몸은 갖은 병마와 영양의 부족으로 송장이나 다름 없었다.
'병마같은 건 잡귀나 다름없으니 지금 내 영혼으로 위협을 하면 금방 내쫓아버릴 수 있는데, 문제는 병마에게 시달려 약해진 몸뚱이다. 잘만 먹어면 튼튼해지겠지만 이 거지소굴에서 그런 걸 바랄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가만히 누워서 내 몸을 관조하고 있을 때, 무언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무언가가 내 주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볍게 후다닥거리는 걸음소리와 찍찍이는 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이 거지소굴에서 사는 들쥐인 모양인데, 아무래도 지금 이 육체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살점을 뜯어먹기 위해 오는 것 같았다.
킁킁. 타다닥. 다닥.
몸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으며 몸 이곳저곳을 더러운 발로 밟고다니는 이 들쥐가 매우 거슬렸지만 혹시라도 도망칠수 있었기에 일단 가만히 숨죽여 기다렸다가...
"찌익- 찌...ㄱ"
우득.
손 주변으로 가까이 왔다싶을 때, 재빨리 움직여 쥐를 강하게 움켜잡아 놈을 짜부라뜨려 죽여버렸다.
"하아, 하아, 하아. 젠장."
쥐를 죽일때, 쥐에게 물린 손가락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와 따갑고 아프고 반 송장이나 다름없는 몸뚱아리를 움직이느라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배를 체울 식량이다 싶어 손아귀에 있는 들쥐의 시체를 노려보다가 입을 벌려 그것을 뜯어삼켰다.
찹.찹.찹.
더러운 털가죽과 비릿한 피냄새, 꽤 질긴 살점들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계속 씹고 삼키자 금세 들쥐는 뼈와 가죽만 남겨버렸다.
"끄윽~"
아주 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배를 체운 감각에 행복해하며 다시 바닥에 드러눕고 눈을 감아 정신을 집중하며 이 몸에 엿같이 들러붙은 병마를 내쫓으려 하였다.
급격하게 떨어져나와 적은 양의 영혼이지만 그래도 요기를 머금었기에 위협을 좀 하면 병마들이 나갈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작은 영혼인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잘 떨어져 나가지 않았고 설사 떨어져 나갔더라도 다시 들러붙어 내 기분을 무척이나 짜증나게하였다.
'잠깐. 굳이 내쫓지 않더라도.'
병마라는 것들도 일종의 잡귀이기에 적지만 부정(不正)하지만 조금이나마 영혼을 이루는 영력을 가지고 있기는하다.
그렇다면 그 병마들을 내쫓기보다는 그것들을 집어삼켜 조그마한 영혼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이 방법은 그 영혼의 업보까지 먹어치우기에 아주 높은 단계로 올라가기 어렵게하지만 지금은 그런것보다 일단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결심을 한 나는 낄낄거리면서 나를 조롱하는 병마들을 노려보며 아주 약하고 조그마한 것에서부터 달려들었다.
가소롭다는 듯 나와 맞붙어 덤비던 병마들을 하나 둘씩 잡아먹고 덩치를 키우자 조그마한 영혼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거의 어른들과 맞먹을 정도로 커져 왠만한 병마들이 들러붙기 힘들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병마들을 전부 먹어치우고 다시 영혼을 불린 후에, 어느사이에 소화된 쥐의 고깃덩어리에서 나온 영양분과 생명력을 이 몸의 이곳저곳에 펴발랐다.
앞으로 거지생활을 하면서 별 더럽고 상한 음식을 먹을수 있기에 특히 소화기관에 집중시켜 왠만 잡독은 소화시킬정도로 만들어버려서 그런지 육체는 별로 강화시키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이정도면 되었다 싶어 서서히 정신을 깨웠다.
번쩍.
"우와아악!"
"씨발! 말도안돼, 나무아미타불, 관..관..."
"관세음보살 이년아! 씨바, 무식한거 티내냐?"
"진장, 몰라 씨발 아무튼 다시 뒈져라!"
눈을 뜨자마자 들리는 꺅꺅거리는 소리에 머리를 흔들고 상체를 일으키자 꺅꺅거리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는데, 그것은 바깥에서도 마찬가지인지 누군가가 칼칼한 목소리로 불평하였다.
"이 껍질을 홀라당 벗겨 소금에 쳐버릴 계집년들 같으니라고! 시체 한두번 처리하냐? 복날 개새끼마냥 소리지르고 지랄이야 지랄은."
"두, 두초. 하, 하연이가 눈을 떴지라!"
"...뭐?"
움막의 거적이 걷어지며 잠깐 햇볓이 들어오다가 다시 어두워진 실내로 허리가 잔뜩 굽고 기름기 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며 얼굴에는 검버섯이 이곳저곳에 핀 늙은 노파, 이 거지굴의 왕초보다 바로 아래인 두초할망이 손때가 탄 지팡이를 짚으며 나에게 점점 다가왔다.
가까이서 본 그녀의 얼굴은 더 추하고 냄새가 났지만 날카로운 눈동자는 그녀가 아직도 정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지팡이를 짚어가며 타박타박 걸어오던 그녀는 나에게 멀리 떨어져있는 새끼거지들과는 다르게 가까이 다가와 턱을 잡고 이리저리 거칠게 움직였다.
'아무래도 이 두초할망은 의술을 배운모양이네.'
그녀의 눈동자가 내 눈동자, 피부, 귀, 입술로 향하는 것을 볼 때, 의술을 배웠다고 생각한 나는 얌전히 그녀의 손에따라 얼굴을 움직였고 그녀는 그 외에도 혀를 내밀어보라던가 손을 움직여보라든가 시키고 난 후에 손을 떼어냈다.
"귀신은 아니니까 어여꺼져, 잡년들아! 왕초한테는 내가 알릴꺼니께."
"""예~~"""
"..얼른 안 꺼졋!"
미적거리면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새끼거지들은 두초할망의 째지는 듯한 고성에 귀를 막고 바로 움막밖으로 나갔고 두초할망은 나에게 오늘은 마저 쉬고 내일부터 구걸하러 나라가는 말을 하였다.
그녀가 나가고 조용해진움막안에서 난 아까 잡아먹은 병마들을 갈아버리고 완전히 영혼을 굳혀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하려하다가 다시금 들리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에 그것을 중단하였다.
나에게 다가오는 자가 이 육체에 어떤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무협에서 주인공이 한번씩은 거쳐간다는 직업, 거지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왜이렇게 굴리느냐하면요...이제는 사파에서 굴릴려고 그런 겁니다. 그동안 정파에서만 굴렀잖아요?
월병인/맞추셨어요. 짝짝짝.
giffmoneyss, DJ르마이유/그렇네요. 하하;;
토실토실고기, 여관집아들, linetd/흑막 금비, 해리포터의 흑막 덤비와 왠지 발음이 비슷하죠?
누굴지?/주인공이 불쌍해야 이 글이 굴러갑니다.
육식곰/네? 무슨기회요?
MrJoker, wjdxjs/연참, 연참이라...하하....꺄아악~ XD antjdnj duscka antjdn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