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0/86)

00060  6장 구밀복검  =========================================================================

아침일찍, 금비가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불렀다기에 가주전으로 들어가니 드물게 아침에 눈을 뜬 영호가 나를 보고 옹알대었다.

그 귀여운 모습에 한번 웃어주고 금비에게 다가가니 금비는 왠일인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탁자에 앉아있었는데, 내가 들어온 것을보고 표정을 조금 풀고서는 자리를 권했다.

쪼르륵.

하얀 김이 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따르는 그녀는 나에게 한 잔 건네주고 자신도 한 잔 따라 홀짝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하길레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걸까하는 생각과 함께 차를 한모금 들이켰을 때, 금비가 입을 열었다.

"당신, 요즘 몸 상태가 이상해지지 않았어? 어디가 간질거리던가 욱씬거린다던가."

..예상외의 발언에 할말을 잃어 잠시 멍하니 있자 그녀는 내가 정말로 어디가 아픈줄 알고 호들갑을 떨려고 했는데, 그런 그녀를 억지로 말리고 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그게 말이지, 요번에 들어온 두 암컷들이..."

'이모님과 손님말인가? 그녀들이 왜..'

"어젯밤 연회가 끝나고나서 그것들이 잠을 잘 때, 불온한 기운이 물씬 풍겼거든, 보기만해도 구역질나고 끈적거리는 기분나쁜 것들이 그년들의 머릿속에서 뭉클뭉클 피어오르는거야. 그리고 그것이 당신쪽으로 향해서..."

"에?"

그랬던가? 어젯밤에는 꽤 푹잠들었는데? 그런 기운같은 것을 느낀적은 없었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편안히 잠을 자서 몸이 무척이나 가뿐했다.

그것을 그녀에게 말하자 그녀는 이마의 주름을 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무슨일이지?

그녀의 말에 의하면 어제 저녁 기분나쁘고 어두운 기운이 이모님과 손님에게서 흘러나와 내가 있는 곳까지 이어져버렸단다. 

그것을 알아챈 금비는 나를 보호하기위해 그것을 끊어버리려고 했으나 이상하게 끊으려하면 내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가만히 놔둘 수밖에 없었는데, 혹시 몸에 무슨일이 생겼을 까봐 걱정한 것이었다고한다.

하지만 어제보다 더 쌩쌩하다는 나의 말에 밤내내 긴장하던 것이 풀렸다면서 나에게 엉겨붙었는데, 그 때마침 영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금비는 나에게 들러붙던 몸을 황급히 떼어내어 영호에게 가버렸다.

'불온한 기운...나랑 이어지고...왠지모르게 가뿐해진 몸...'

금비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보던 나는 무언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났다.

밥을 먹다가 입에 돌이씹이는 것이나, 피부가 근질거려서 긁으려고 손가락을 치켜올리면 어디가 근질거리는지 모를 때처럼 이 꺼림칙하고 찜찜한 느낌에 내가 무엇을 놓치고있나 생각하다가 금비의 손에 이끌려 식당으로 가자, 그것을 전부 잊어버렸다.

꺼림칙하고 찜찜한 것보다 마누라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는 것이 내게는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니까.

--------------------------

아침식사를 잘 마치고나서 영호와 조금 놀아준 뒤, 내 방으로 가서 그동안 그림자 속에 심어두었던 핵이 얼마나 자랐나 보기위해 주문으로 그것을 불러내었지만, 이상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주문이 잘못되었나 싶어 다시 주문을 외우고 좀 더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 수인(手印)까지 썼지만 이 놈의 핵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이상하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잘만 나타났는데..'

혼의 조각과 그림자가 합쳐져서 회색빛 구슬처럼 모양과 색이 나기시작한 핵이 사라져버리자 허탈해져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고운 빛깔의 치마라 더럽히면 안되었지만 그런것따위는 지금 느끼는 허탈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더러워지거나 말거나했다.

내가 개고생을 하면서 겨우 만든 것인데, 정말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그림자속에 넣어둔 것인데, 그것이 홀라당 사라져버리다니...

허탈감과 분노, 슬픔 기타 여러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불쑥들어났지만 가장 큰 것이 허무한 감정이라 그런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 느끼는 이 허무감은 난생 처음 느끼는 아주 커다란 감정이었다.

당가의 무사에게 납치당해 당가에서 자라나 배신당했을 때도 금비에게 억지로 요괴가 되어 천령보의를 빼앗겼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아니 느꼈더라하더라도 이만큼이나 큰 허탈감은 느끼지 못했으리라.

아침에 잠에서 깨어 가뿐하고 날아갈 것 같던 육체도 무거운 족쇄를 찬 것마냥 무거워서 이제는 일어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 방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문을 열어주기도 싫었기에 없는척, 가만히 주저앉아 무시하고 있었는데, 문을 두드리는 자는 생각보다 끈질기고 독해서 점점 두드리는 소리를 더욱 크게 내었다.

"젠..장..."

사람이, 아니, 요괴가 간만에 감상에 좀 빠지고 있건만 눈치없는 방문자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른체 계속 방문을 두들겼고 그것 때문에 허탈감에 빠져서 축늘어졌던 몸과 마음은 분노로 물들어 버렸다.

누구던지간에 이 문을 열고 보이기만 하면 바로 5성의 소수마기를 담은 소수로 심장을 뽑아버리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며 소수를 날렸지만..

턱.

"어..어?"

요사스러운 흰 빛을 띄며 화살처럼 쏘아지던 소수는 손쉽게 막혀버렸다.

그것도 예상외의 인물에게 말이다.

"크르르.."

"으릉."

"이..모님? 손...님?"

내 손목을 잡고 있는 것은 이모님이었고 그녀의 뒷편에는 손님이 바짝 붙어있었는데, 기이하게도 두명의 흰자는 완전히 붉게 물들어있었고 입에서는 짐승같이 낮게 위협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녀들의 몸에는 사납고 흉악한 기운이 물씬 풍겨나오고 있었는에 어찌나 독한 기운인지 요괴인 나조차도 움츠려들정도였다.

"저, 이모님. 제가 출수한 것은 이모님인 줄 모르고 실수로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용서..를...아아악."

이모님의 기세에 겁을 먹고 말로 다독이려했지만 이모님은 내 사과에 손을 풀기는 커녕 더욱 강하게 손을 그러쥐었고, 그 강한 악력에 전설의 소수는 압도되며 고통을 선사하였다.

흉흉한 붉은 기운이 물씬 풍기는 손으로 소수를 압도한 이모님은 그런 내 손을 높이 들어올려 날 허공에 대롱대롱 메달리게 하신 뒤 성큼성큼 걸으셔서 방으로 침입하고서는 침대에 내던져버리셨다.

'윽.'

부드러운 침대이지만 급격히 내던져지니까 등이 얼얼할 정도로 아팠는데, 곧이어 나를 덮치려는 듯한 이모님의 모습을 보고서는 아픈것도 잊고 몸을 움직여 피했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모님의 등 뒤에서 툭하고 나타난 손님이 든든하게 생긴 풍체와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들어 제압했기 때문이다.

강제로 손목이 묶여지고 입을 천으로 봉하며, 발목까지 무언가 질긴 가죽으로 묶는 그녀의 솜씨는 무척이나 노련하고 익숙해보였다.

'그냥 요괴인 것을 드러내버려?'

가뜩이나 오늘 않좋은 일이 있어서 짜증나는데, 이런 버러지 같은 년들이 내 몸을 짐짝처럼 다루는 것에 화가 치밀어오른 나는 그냥 요괴인 것을 드러내고 이것들을 잡아먹을까하다가 지들의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내 옷을 찢어발기는 모습을 보며 얌전히 있기로 했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저 년들이 스스로 나에게 생명력을 바치겠다는데 내가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둘은 꽤 내력이 높은 고수이고 발정난 상태이니 생명력을 빨아들이기에 최적의 재료이며 최적의 상태이다.

'오냐! 감히 늙고 멍청한 계집들 주제에 날 이리 다루었으니, 그 벌로 지복의 쾌락과 찰나의 수명을 선사해주지.'

이모님이고 손님이고 간에 대접해줄 때 잘해야 님자를 붙이지 이런 막무가내 짓거리를 하면 님자도 붙이기 싫다.

그 동안 이것저것 챙겨준 것이 있어 그만큼 대접해주려했거늘 이딴 짓거리를 하는 늙은이나, 같이 얻어먹는 주제에 늙은이에 찬동하는 젊은 것이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며 하물을 단단하게 하고 암컷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려던 때,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모님...이 아니라 적랑이라는 늙은 암컷은 분명 남성에게 흥분하지 못하는 석녀라고 들었는데 어째서 지금 자신의 알몸을 보면서 침을 뚝뚝흘리는 것일까?

저 젊은 암컷이야 본능에 충실하고 이런 짓을 하더라도 이해는 가지만 적랑이 동조하는 것은 이상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에는 분명 자신에게 관심도 없다는 듯 바라보지 않았는가?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곧 그것을 지워버리고 점점 나에게 다가오는 두 마리 암컷 짐승들을 바라보며 일단 굳게 마음먹었다.

생각이고 뭐고간에 지금은 저것들의 생명력을 쪽빨아먹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 작품 후기 ============================

조아라에서 글로 돈을 벌려면 역시 퓨전, 판타지에다가 레이드물일까요?

투베의 1~20까지는 전부 퓨전, 판타지이고 77페스티벌에서 베스트인 것들은 레이드물...

코멘트보면 식상하다, 재미없다는 둥 써져있지만 편당 조회수나 추천수 같은 걸 보면 저는 쨉도 안되는 군요.

역시 대세는 거스릴수 없는건가...

저매인/미소년이라니요. 큰일나실소리를..지금은 미청년입니다.

월병인/멀었어요. 

encoding/네, 잘가세요.

UIpius/아름다운 꽃에는 독이있다. 하고 구밀복검하고 고민하다가 구밀복검으로 했죠.

tlsdmlwnwkr/ts해서 다른 남자 인간과 ㅅㅅ...네? 잘못했다고요? 다신 그러시지 마세요. 하마터면 

태성쉪/그 이유는 다음편 or 다다음편에...

은밀한경계/사실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이유는 다음편 or 다다음편에...

linetd/수라장이 아니라 역ㄱㄱ장이어서 죄송요.

00061  8월 30일까지 휴가입니다.  =========================================================================

집에서 내려오라고해서....30일까지는 잠시 글을 올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