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7 6장 구밀복검 =========================================================================
거의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때운 난, 숙주가 될 아이를 찾으려 했지만 곧 팽가를 방문한다는 팽적랑 이모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그 일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비싸고 귀한 전서응으로 날아온 서찰을 보자면 이번이 마지막 휴가라고 써있었은데 아무래도 대장군의 직책에서 물러나실 듯 해 다른 때보다 더욱 화려한 연회를 열 준비를 하고 많은 술을 사들였다.
내심으로는 이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대장군의 직책에서 물러나시지 않으시면서 계속 팽가의 뒤를 봐주시기를 바라지만 여태껏 해주신것만 보더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그저 편히 쉬다 가실수 있도록 연회준비를 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검남춘, 여아홍, 고량주, 죽엽청, 화주.
뛰어난 명주와 미주, 싸구려 술등 가리지 않고 각지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술동이들이 빈 곳간가득메우고 안주로 할 고기와 말린 과일을 준비하고 견과류를 까서 볶아둔다.
워낙에 술을 좋아하시는 분인지라 세가에서 술향이 그윽하게 풍길만큼 많은 술과 안주를 모았는데, 이 정도 양이면 주지육림이라도 꾸밀정도이다.
이 정도 양을 모으면 팽가의 재산이 휘청거리지 않겠냐고?
잊었는가? 내가 무슨 사업에 손을 대고 있는지.
뒷세계에서 짭짤한 수익을 내는 사업중 2가지인 마약과 남창사업을 사천이라는 지방에서 꽉잡은 내가 아니던가!
게다가 그것도 이제 슬슬 이 하북에서도 포자를 뿌려 슬슬 수익이 나기 시작하니, 팽가로 들어오는, 아니,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을 한꺼번에 모으면 이 팽가와 근처 소작까지 전부 사들이고도 남는다.
그런 내가 술과 고기, 안주 좀 산다고 휘청거리기나 하겠는가?
'그러고보니, 사천에 있는 부하들도 봐야하긴 하는데...'
그동안 하북에서 죽치고 있으면서 전표로 꾸준히 수익금을 받고있기는 하지만 언제든 얼굴은 한 번 봐야한다.
내가 요괴가 되면서 내 지배하에 있던 여자들이 전부 금비의 손아귀로 떨어지긴 했지만 금비는 관리하는 것에 여간 귀찮아하고 관심도 없는지라 혹시라도 딴 마음 품을 수도 있었다.
마약상 주제에 마약에 손을 댔다거나 남자맛에 빠져서 감당할 수 없을만큼 딴주머니를 찬다거나 혹시나 나를 무시한다거나 하면 산해경에서 찌질거리는 잡요괴녀석들의 하룻밤 야식으로 던져버리거나 뇌를 주물러 청순하게 만들고 강시술을 응용한 신체강화를 하여 흑점에 팔아버리는 것도 있다.
'흑점이라..언젠가 거기에도 손을 뻗고싶은데 말야.'
양지의 시장에서는 찾기힘들고 구하기 어려운 것들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흑점은 점포라기보다는 이 중원전체에 널리퍼진 시장, 그것도 뒷세계에 속하는 시장을 칭하는 말이다.
뒷세계 인물중에서도 연이 없는 자들은 찾아가기 힘들다는 흑점에는 정말 온갖 것들을 파는데, 작게는 장물아비들의 장물들이나 사연있는 물품들에서부터 나라에서 금지하는 금서, 마약, 화탄, 심지어 인간까지 사고판다.
인간을 사고판다고해서 꼭 노예같은 것만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인력시장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 인력시장은 양지의 것과는 다르게 사파에서도 피 좀 먹은 년이나 마공을 익혀 훼까닥돌아버린 년들이 주로 나온다.
그치들도 인간이니까 먹고 살기위해 자신을 파는 것인데 어디로 가는지는 나도 모른다.
응? 내가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아냐고?
당연히 사천 하오문 지부장인 이진녀석과 이곳 하북의 하오문 지부장인 팽가의 그림자 무인들의 우두머리, 2호의 정보덕분에 알 수 있었다.
흑점에서 꽤나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하오문이기에 이런 정보를 날름날름 전해줄 수 있었는데, 남들보다 여러가지를 알 수 있었다.
특히 사파나 마인들이 그곳에 자신들의 재주를 팔고 있다는 것 말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런 년들을 하나 둘 사서 머리를 주무른 다음 무공을 뱉어내게한다거나 화탄같은 것들을 사서, 산해경의 잡요괴들이 모여있는 곳에 뿌린다음 싹 쓸어버려 강시로 만들거나 구시술로 인간들을 덮치게 하는 것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내가 바라는 것은 흑점에서 내가 만든 마약을 쫙 퍼뜨리는 것.
지금도 마약으로 사천의 돈을 갈퀴로 긁어모은다지만 흑점이라는 넓은 시장을 보면 사천이라는 시장도 그닥 넓은 것이 아니다.
사천은 그저 사천일 뿐이지만 흑점은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인기상품이 된다면 중원곳곳에 내 마약이 널리 퍼질테고 그러면 난 돈을 쓸어담을 수 있을테니말이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아차, 지금은 이런 망상을 할 때가 아니지. 준비, 준비.'
잠깐동안 망상에 빠져들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현재 내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술과 고기, 안주등은 충분히 채워넣었고 남은 방들도 혹시모르니까 전부 깨끗히 청소해야하고 낡은 이불이나 베개는 빈민들에게 나눠주고 새것을 사서 길을 들이는 작업을 하고 배치하는 것 등등, 화경의 고수이자 노예인 어머니와 예비 가주이지만 이런것에는 하등 관심이 없는 금비를 대신해 일을 하느라 눈코뜰세 없이 바빴다.
그렇게 매일매일을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어느새 이모님이 오실 날이 되었고, 이모님 곁에는 꽤 풍체가 당당하고 곱상하게 생긴 여성이 멍청한 표정을 지으면서 같이 말을 타고 들어오고 있었다.
세가원들의 환대에 놀란듯 적랑이모님의 눈이 순간 확하고 커졌으나 이내 그것은 곱게 휜 초승달이 되면서 자신을 맞아주는 세가원들에게 기품있는 손인사를 건네었다.
옆에있는 아가씨와 같이 말을 타고 들어오시는 이모님은 금비와 그 품에 안겨있는 영호, 나, 어머니가 서있는 것을 보고서는 말에서 내려 환하게 웃으시며 우리곁에 오시다가 내 곁의 어머니를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는 그런 이모님에게 다가가 포옹을 하면서 반갑다고 인사를 하였으나 이모님은 그런 어머니에게서 뒷걸음질을 치며 누군지 물어보았다.
"오랜만이구나. 적랑아."
".....누구시길래 저를 아는척하는지? 팽가에서 꽤나 오래 떨어져서 그러는데 누군지.."
"...나다. 철호. 네 사촌언니말이다!"
"언니? ...거짓말! 내 언니는 이렇게 호리호리한 기생오라비같은 외모가 아냐! 그 누구보다도 팽가스러운 듬직한 미녀지! 넌 누구...쿠억."
"이년이! 세가원들 보는데서 창피하게 주책을..오랜만에 도놓고 맨주먹으로 붙어볼래? 냥아?"
"쿨럭. 이...이 묵직한 주먹은...언니!"
...도대체 어떤 교류를 했으면 주먹으로 인한 타격으로 사촌언니임을 알아볼까?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몰라볼정도로 환골탈태로 외모가 너무 변한 어머니를 배에 한방 주먹으로 알아보는 이모님도 이모님이지만 그런 이모님의 배에 주저없이 주먹을 꽂아넣는 어머니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를 멍하니 쳐다보는 듯한 아가씨에게 살풋이 웃음을 지어줬다.
괜히 인상찌푸리면서 안 좋은 인상을 줄필요가 없었기 때문인데, 그런 내 얼굴을 본 아가씨는 볼을 발갛게 물들이면서 고개를 푹 숙인다.
..누가 보더라도 전형적인 한눈에 반한 아가씨의 모습이라 쓴 웃음을 지었는데, 누군가 옆구리를 쿡쿡찌르는 느낌이 들어 그곳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니 인상을 찌푸린 금비의 얼굴이 보였다.
"아무리 내가 인간 암컷과 관계를 맺어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부인앞에서 너무 티내는 거아냐? 좀 젊다고 살살꼬시고 말야."
"그런거 아냐. 그냥 좋은 인상 좀 심어주려는 거지...당신은 뭐 때문에 그렇게 얼굴을 구기고 있어. 얼른 펴! 이모님도 그렇고 손님 앞이잖아."
"쳇. 왠지 저년 마음에 들지 않아."
"참아. 일단 당신은 이 팽가의 예비 가주니까."
"비천한 인간따위들에게 억지로 웃어야하다니...당신 얼굴봐서 참는거야."
"알았어, 알았어요 우리 딸."
평소와는 다르게 토라진 부인의 엉덩이를 몰래 토닥거려주자 그 때까지만해도 기분나쁘다는 듯 인상을 그리던 금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리고 그 때, 마침 이모님이 이쪽을 돌아보셨는데, 이모님은 순간적으로 내 머리카락과 눈썹, 눈동자를 보시고서 왜 이렇게 변했는지 물어보셨다.
그래서 난 서고에있던 무공 중 하나인 금호신공이라는 것을 보고 익히다가 부작용으로 이렇게 되었다고 둘러대자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보시면서 이내 금비의 품에 안겨있던 영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호오~ 이 아이가 바로..."
"이름을 영호라고 지었습니다."
"영호라...좋은 이름이군. 어디 한번 안아보자꾸나."
적랑 이모님은 금비의 품에서 빼앗다시피 영호를 품에 안으셨는데, 그 때문인지 얌전히 자고있던 영호가 눈을 뜨고 이모님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허허, 이것봐라, 흰자와 검은자가 이리 또렷이 나뉘어져있고 빛나는 것을 보니 장차 큰 인물이 되겠구나!"
"아, 아부우~ 아아~"
이모님을 보자 영호는 옹알거리면서 손을 꼬물거렸는데 그 모습이 귀여우신지 너털 웃으시며 영호를 계속 바라보시던 이모님은 어머니의 재촉에 떠밀려 지금은 금비의 거처가 되어버린 가주전으로 갔다.
그것을 보던 난 근처에서 우물쭈물거리던 아가씨가 눈에 밟혀 이모님에게 아가씨에 대해 물어봤더니 이모님은 쉴곳에 안내해주라는 말을 툭 내뱉으시고 다시 영호에게 시선을 집중하셨다.
충격받은 듯 비틀거리는 아가씨를 데리고 정리된 빈 방중에서 가장 넓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으로 그녀를 안내해 주었는데, 말없이 따라오던 그 아가씨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저...성함이 어찌되시는지..."
"제 이름은 팽영령이라 합니다. 손님께서는..."
"아, 저, 저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사정이라도 있는지 우물쭈물하면서 말을 아끼는 그녀의 모습에 그저 싱긋이 웃어주며 방을 이용하는 방법(줄을 한번 당기면 하녀가 온다던가, 옷은 저곳에 넣으면 된다거나 등등)을 알려주고 나가려했으나, 갑자기 내 팔을 잡는 그녀의 악력에 그 자리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마음같아서는 이 엉성하게 팔을 잡은 손을 떼내고서 버릇없이 유부남의 팔을 잡은 보답으로 명치에 소수마공으로 단련된 장을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일단 손님이기에 그저 멀뚱히 내 팔을 잡은 손과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볼 뿐이었다.
"아, 아, 아, 그, 그게..저..."
"..일단, 팔을 좀 놓아주시겠습니까? 점점 아파오는군요."
"이, 이거 죄송합니다. 그게, 저.."
근래보기힘든 순수하고 순진한 아가씨같은 모습이 좋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시간만 까먹고 버벅이는 그녀의 태도에 짜증이 살짝 나기시작한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서는 이모님을 뵈야한다는 말을 한마디하고서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가주전에 들어간 내 눈에 보이는 이모님의 모습은 대장군의 위엄이나 호탕한 여걸같은 것이 아닌 손녀를 귀여워하는 주책바가지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옳지, 내가 네 이모할미다. 따라해봐라 이.모.할.미."
"아아아아~"
"하하, 이거 봐. 말을 잘도 따라하네? 다시 해보자. 이.모.할.머.니."
그런 이모님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신기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지만 금비는 뭔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모님의 품에 안긴 영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린 이모님은 금비에게 왜그리 죽상이냐고 물어봤다가 딸하고 놀고싶은데 이모님이 놔주지않아 삐쳤습니다라고 대답해서 잠깐 넋이빠져있던 차에, 이제는 이모님의 품에서 벗어나고싶은지 버둥거리던 영호가 그만 이모님의 손가락을 붙잡고...
우드득.
옆으로 꺾어버렸다.
"아이고, 이런, 우리 영호 힘도 세네그려."
"이, 이모님."
금비가 얼른 영호를 받아들고 내가 이모님을 앉히고 의원을 부르려했지만 이모님은 손을 내저으시며 괜찮다고 하신 뒤, 스스로 손가락을 맞추시며 부목과 끈을 달라고 하셨다.
다행히 그동안 영호가 수많은 여자들의 손가락을 꺾어 가주전에 부목과 붕대가 많았기에 금방 그것을 대령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보신 이모님은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런 일이 자주있냐고 물으셨다.
그런 이모님의 말에 어머니와 금비는 자랑스럽다는 듯한 어조로 하녀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가락을 부러뜨린다고 말했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들으신 이모님은 금비의 품에 안긴 영호를 바라보면서 껄껄웃으시고 부목을 댄 손으로 영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거 나중에 정말 큰 인물이 되겠어. 하하."
그리고 저녁연회가 시작하기 전까지 가주전에서 어머니와 혹은 우리 부부들과 대화를 나누시던 이모님은 연회전에 같이온 아가씨를 보고싶으시다 하시면서 그 옆의 방에서 주무신다고 하시기에 내가 직접 안내를 해주었다.
이모님 앞에서 안내를 하는 동안 끈적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그것은 정말 이상하게도 내 뒷쪽에서 느껴졌다.
음탕한 감정을 품은 시선은 내 목에서부터 등, 엉덩이, 다리로 쭉 내려갔는데, 요괴 특유의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니 절대로 착각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했다.
지금 내 뒤에 있는 인물이라고는 이모님 한 명 뿐인데, 그 이모님은 화살을 잘못맞아서 석녀가 되었다고 저번의 방문 때, 그러시지 않으셨던가?
당장이라도 뒤를 돌아보아 이모님의 얼굴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괜히 그랬다가 저녁연회에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아 찜찜한 감각을 무시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찜찜함은 이모님을 방앞에 데려갈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 작품 후기 ============================
음..예전에는 10kb쓰기도 엄청 버거웠는데 이제는 15kb쓰는게 엄청 수월해졌습니다.
..나름 필력이 늘었다는 걸까요? 양이 늘었는 만큼 재미도 있어야하는데 말이죠.
오늘 특별히 3연참입니다. 독자님들이 놀라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군요.
...아님말구요.
tlsdmlwnwkr/그렇죠? 그래서 다음편에 당할겁니다.
저매인/당가모녀도 있고 차차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또다른 모녀가 나올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모녀보다는 무협에서만 볼 수 있는 스승제자, 사매, 조모녀 3대덮밥을 쓰고싶기는 합니다.
월병인/물론 그런 맛이 제맛이기는 하지만 변칙적인 맛으로 그럭저럭 무력은 있지만 권력이나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역강간당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강화 좀 시켰습니다.
주인공이 좀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사회를 감당하기에는 약하니까 너무 걱정하시지 마세요. 주인공은 여전히 역강간 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