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5화 (55/86)

00055  6장 구밀복검  =========================================================================

아이가 태어난지 10일이 지나고 나서, 아기는 영호(瑛狐:옥빛 여우)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

물론 세가 사람들에게는 여우 호자가 아닌 호랑이 호자라고 알려주기는 했지만 정통한 본명은 여우 호자를 쓴다.

이 아이는 놀랍게도 벌써 머리를 가누고 뒤집기까지 할 수 있는데, 금비의 말로는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한다.

본래 요괴들이란 존재들은 태어나자마자 걷거나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겨우 고개를 가누거나 몸을 뒤집는 것은 오히려 평범한 축에 속한다고 했다.

"그, 그렇구나..."

"하지만 오히려 평범하거나 늦된게 더 좋은거야. 왜냐하면.."

요괴란 분명 금방 걷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고 마음만 먹으면 금방 육체를 성숙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중급으로 올라가기도 힘들다고한다.

육체가 성숙하면 성숙해질수록 요기를 받아들이고 쌓는 속도와 양이 급격하게 낮아져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고행을 하지 않는이상 중급은 커녕 하급을 벗어나기도 힘이 든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성장이 늦는편이 아이가 보다 강하고 높은 급의 요괴가 되기 편하기에 좋은 집안의 요괴의 자식들은 심하면 몇 백년동안이나 성장한다고한다.

"하지만 그것도 미련한 행동이지. 몇백년이나 키워줘서 요력을 강하게 해줘도 그만큼 경험이 없으니 나중에 성체가 되면 다른 요괴들의 먹잇감이 되기 쉬워, 전투라는 것이 힘이 세다고 다는 아니잖아?"

"흐, 흐음.."

"그래서 우리 아기는 딱 인간만큼 18살정도가 되면 성체로 만들어 줄거야."

금비의 말은 이렇다.

인간계에서 자라는 만큼 인간과 비슷하게 성장속도를 잡고 그만큼 훈련시킨다.

요괴들의 입장에서보면 무척이나 빡빡한 일정에 구미호의 아이치고는 너무 빠른 성장속도라 할 수 있겠지만 금비가 그동안 인간세상과 산해경을 두루두루 둘러본 결과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 하였다.

괜히 성장속도를 느리게하면 다른 요괴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상이고 애가 맹탕해진다면서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인간의 성장속도가 가장 알맞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

나로써는 요괴인 자식은 처음이니 그냥 그녀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금비가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이렇게까지 집중하고 노력하는 모습을보니 차마 중간에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사실, 그런 것보다는 그녀가 나에게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것이지만 말이다.

실제로 영호가 태어나고서부터는 하루에 10번가까이 나를 범하고 나를 끼고 살던 그녀가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모르고 그저 영호를 껴안고 있는게 아닌가?

대신 영호가 내 모습을 보면 저를 귀여워하는 엄마보다 나에게 안기려했지만 가까이 가지 않는 이상 그럴일도 없었다.

그래서 난 오랜만에 이 시원섭섭한 자유를 만끽하며 그동안 연구만해왔던 요술인 그림자 빙의를 시전하고자 두툼한 이불을 들고 지하공간으로 내려갔다.

그림자 빙의를 하려면 일단 영혼을 잠깐 동안 육체에서 빼야하기 때문에 외부충격에 상당히 약한 상태가 되고, 잡귀들에게 내 육체를 빼앗길수도 있기 때문에, 조용한 지하공간으로 내려온 것이다.

뭐, 잡귀라면 지상보다 지하인 이곳이 더 위험할수도 있었지만 여우불로 한번 말끔히 정화시키면 그것도 싹사라지기에 사람들의 출입이 아예없는 이곳이 훨씬낫다고 여겼기에 이곳을 그림자 빙의 요술을 쓰는 장소로 채택한 것이지만 말이다.

여우불을 몇개 띄우고서 지하공간에 넣어두고 몇각의 시간이 지나자 먼지와 묵은 공기, 잡귀들이 득실거리던 곳이 말끔해졌다.

바닥에 깔아놓은 석판위에 가져온 이불을 깔고서 여우불로 붙인 초를 몇군데 세워놓고서 이불위에 누워 주문을 외는 나의 모습을 누군가가본다면 사술을 행하는 것으로 오인받을만큼 음산한 분위기가 주문을 외울때마다 물씬풍겨나오기 시작했다.

길고 긴 주문을 다 외우고 눈을 감자, 누군가 커다란 둔기로 내 몸을 한 번 크게 두드리는 느낌이 나면서 절로 몸이 움찔 펄떡거렸다.

가슴에 큰 충격을 느끼면서 숨이 막혀 죽는 줄알았지만 금방 그 고통은 사라지면서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발가락이나 손가락부터 서서히 가벼워지면서 팔과 다리, 몸통, 이내 머리까지 무언가 가벼운 것이 몸속으로 들어와 날 떠올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해서 점점 공중에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시작했는데, 그것은 단지 느낌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공중에 떠있던 것이었다!

물론 실제육체가 떠오른 것이 아닌 영혼이 분리되어 공중에 떠 있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공중에 떠 있다는 이 느낌에 잠깐 넋을 빼고 멍하니 즐기고있었다.

아랫쪽에 얌전히 눈을 감고 누워있는 내 육체를 내가 스스로 보는 이 기묘한 것이나 다리로 걷지않고 주위를 이동한다는 이 사실이 새로워 잠깐 동안 허공을 유영하며 즐겼지만 이내 내가 할 일을 떠올리고서 정신을 차리고 머리카락 몇가닥을 뽑아버린 후, 촛불에 일렁이며 나와있는 내 그림자에 그것을 박아넣었다.

그림자와 영체의 머리카락에 같은 양의 요기를 밀어넣으면서 그 둘을 결합하는 주문을 외우는 것은 상당히 섬세하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새로운 요술을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집념과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구미호에게서 벗어나고자하는 마음을 담으며 집중에 집중을 거듭한 결과, 결국 성공시킬 수 있었다.

"후아~ 어, 엄청 어려웠다아~ 쌀알날리기보다 더 섬세하고 어려웠어."

당가에 있을 때, 암기를 던지는 훈련을 한답시고 당천우가 나에게 시킨 수련 중 하나였는데, 손의 섬세함과 집중력을 기르는 것이라면서 쌀 한움쿰을 쥐게하고서는 한알씩 저 멀리있는 단지에 던지라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난이도를 가진 이 요술이 성공하자마자 난 그 희열감에 정말 영혼이 떨릴정도로 기뻐하였으나 바로 정신을 차리고 육체로 돌아갔다.

괜히 이러다가 육체의 온기가 완전히 사라지면 난 죽게 되어버리니 말이다.

서둘러 육체로 돌아가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영혼이 빠져나간 탓인지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려 잘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누워서 공력을 조금 돌리자 곧장 몸이 풀려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정리하고 위로 올라가려던 차, 머리가 어질거리면서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 했는데, 아무래도 혼의 조각을 조금이라도 빼내서 그런 것 같았다.

'당분간은 아무것도 안하고 내리 잠이나 자야겠다.'

육체를 휴식시키는데도 그렇지만 특히나 영적인 쪽으로 손상을 입고 회복하려면 잠이 최고이기에 어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가만히 누워서 그대로 잠에 들려고 했으나 곧이어 어떻게 알았는지 지하공간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깨고말았다.

정말 손가락까닥하기 싫었으나 저 소리가 머리를 더욱 콕콕쑤셨기에 겨우 기어가다시피하여 그 문을 열자 무인하나가 나왔는데, 내 모습을 보고 흠칫놀라하다가 이곳까지 온 까닭을 큰소리로, 내 골을 깨부스려는 듯이 아주 크게 말했다.

"예비 가주님께서 영령 공을 부르십니다. 지금! 당장! 오라고 하십니다."

".....알았으니까 목소리 좀 줄여 주..."

"그럼! 가보겠습니다!"

쾅!

간신히 연 문을 닫으면서 가버린 무인의 얼굴을 머릿속깊이 새겨넣으며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며 이를 갈았다.

무슨 용무인지 나를 부른건지 모르겠지만 방금전 그년만큼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 작품 후기 ============================

몸상태도 뭣같고 스토리는 떠오르지 않아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다른 글을 쓰고싶은 마음도 슬금슬금 들고요.

하지만 문어발을 하면 망한다는 소문때문에 건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하아...

오늘 리코멘 못하겠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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