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86)

00050  외전-황녀의 사랑  =========================================================================

백옥같은 달과 그런 옥을 쪼갠듯한 별들이 알알이 박힌 밤하늘은 고요하건만 그 아래는 시끌벅적하였다.

아니, 시끌벅적하다는 말보다는 아비규환같다는 말이 맞으리라.

어둠속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불덩어리들이 날아가자 그것을 맞은 천막들은 활활타올랐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불이다!"

"꺄아아아악."

"뜨거워, 아악, 아퍼!"

그런 사람들의 비명과 뜨거운 열기, 매캐한 연기에 놀랐는지 바깥에 매어졌던 가축들도 놀라서 이리저리 날뛰었는데, 그런녀석들도 곧 행동을 멈추게 되었다.

어둠을 틈타 불쑥 튀어나온 화살들이 녀석들의 몸통과 머리통을 꿰뚫어 그것들의 숨통을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축뿐만아니라 근처에 대피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박혀 그들의 목숨까지 같이 앗아가버렸다.

"커, 커흑."

"살..려...."

"아빠, 아빠, 아빠아아~"

화살이 가슴에 맞아 색색거리며 땅에 뒹구는 남자와 그런 남자곁에서 울고있는 꼬마아이, 죽은 말의 시체에 다리가 깔려 움직일 수 없는 여자, 어린아이를 감싸다가 화살에 뒷통수가 박힌체 죽은 노파.

평온하고 작은 유목민족의 한 마을은 순식간에 불에 타오르고 화살에 농락당해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저 멀리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초원에서 볼 수 없는 철갑을 두른 인간들이 체고가 당당하고 근육질인 말을 타고 달려오는 모습은 장관이라 할 수 있겠지만 유목민족들에게는 사신이나 악마같이 보일 뿐이다.

순식간에 달려온 그들은 말을 타고 누비며 묵빛언월도로 생존자를 학살하던 그녀들의 가슴팍에 그려진 문양은....

"피빛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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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대승입니다! 이 속도로만 계속 토벌한다면 북방 오랑캐들의 씨가 마를 것입니다!"

새벽에 날아온 소식을 듣고 아침일찍부터 호들갑을 떠는 부관의 모습에 팽적랑은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부관은 제가 어땠는지 알아차린듯 헛기침을 하면서 평소의 딱딱한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그것은 늦은 듯 팽적랑의 바람빠진 웃음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장군!"

"...쿠후후후, 그래서 제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가? 부관. 아니, 삼황녀님."

"아이 참! 그렇게 말하지 마시라니까요? 이모. 그냥 옥랑이라고 부르시라니까...."

"어찌 고귀하신 황녀님을 그저 이름으로 부르옵니까? 노신은 황실의 위엄에 굴복하는 한 명의 신민이 뿐이옵니다."

"그거 농담이죠?"

"하하하."

투구를 벗으면서 제 상관인 팽적랑에게 입술을 비죽이는 이 여인은 중원의 백룡제국의 황족 중 한명인 황녀 주옥랑이다.

황녀라는 귀한 신분의 여자가 이런 거친 북방까지 오게 된 원인은 다름아닌 황녀 자신에게 있었다.

이제 소녀티를 벗고 점차 여자가 되어가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철딱서니 없이 교육을 땡땡이치고 제 어미들에게 도시락을 전하기위해 들어오는 금지옥엽같은 남정네들을 보기만하면 껄떡대었고 그 소식을 들은 황제는 분노하여 주옥랑을 북방으로 보내버렸다.

그 소식을 들은 연화부군(삼황녀의 아버지, 황제의 남편)은 황제에게 무릎을 꿇고 울면서 다시 불러달라고 했지만 황제는 요지부동하였다.

첫번째 남편이 아들만 2명 낳고 기력이 빠져 죽은 후, 새로 들인 남편인 연화부군을 많이 아껴서 왠만한 일은 다 들어주는 황제이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제 오라버니들도 전부 시집을 가고, 슬슬 성혼할 나이가 되어가는데도 후계자라는 년이 하는 짓은 왈패들 저리가라다.

오죽하면 신하들이 황녀 좀 말려달라고 상소까지 올릴 정도겠는가?

그 동안 자신을 바꿀 기회를 주고자 신하들의 상소를 물리며 얌전히 지켜보기만 하던 황제는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하였고 자신이 가장 믿는 신하, 팽적랑이 있는 북방으로 보내버렸다.

다른 신하라면 미래를 걱정하여 옥랑, 저 년에게 편의를 봐주겠지만 적랑이라면 자신의 의도대로 악-소리나도록 밑바닥에서부터 굴릴테니까.

그리고 황제의 생각대로 팽적랑은 옥랑을 마구 굴려대었다.

더럽고 자질구레한 일부터 황궁 무공으로 단련한 근육이 땡길정도로 강도높은 훈련, 실수나 잘못을 하면 터지는 모욕적인 언사와 구타.

아는 사이라고 절대 봐주지않고 오히려 더욱 굴려대는 적랑을 미워하던 옥랑은 사선을 몇번 넘기고 전우가 생기고, 그런 전우를 잃으면서 성숙해졌고 이내 대장군의 부관이라는 자리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황녀의 변한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휴가를 받아서 그녀와 함께 황궁으로 돌아왔고 말이다.

황녀의 듬직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는 황제는 황녀에게 오랑캐들을 물리치고 그 땅을 제국의 영토로 만든다음 궁으로 돌아오라는 말을하였다.

당장에 궁으로 복귀하라는 말을 들을 줄 알았던 옥랑은 화가났지만 그동안 굴러온 것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서 참고 나가 적랑에게 이 말을 전했고 그 말을 들은 적랑은 껄껄 웃으면서 옥랑에게 말했다.

"황녀님께 공고한 옥좌를 물려주시기위해 폐하께서 그러신듯 하옵니다."

"네?"

"그동안 황녀님의 행동이 좀....그렇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신하들은 불안한 거지요. 그런 신하들의 불안을 날리고 믿음을 주기위해서는 업적이 필요한데, 그것을 지금..."

"아!"

옥랑은 단순히 황제가 자신을 미워해서 그렇다고만 생각했지 이런식으로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아마 복귀하실 때 쯤에는 후계교육과 옥좌를 물려받으시게 되실 겁니다."

"....그렇..군요."

"자, 그럼 노신은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오랜만에 저도 가족을 보고 싶군요."

적랑의 말에 옥랑은 하북팽가라고 불리는 적랑의 친가에 놀러가고 싶었지만 가족이라는 말에 아버지가 떠오른 그녀는 적랑에게 그저 잘 다녀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아. 저...아니에요. 잘 다녀오세요."

"네."

그런 옥랑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푸근한 미소를 짓던 적랑은 팽가로 발걸음을 향했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 후 북방으로 돌아온 그녀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오랑캐들을 토벌하기로 하였고,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남은 유목민들은 도망갈테니 폐하의 명대로 이쪽은 제국의 땅이 되겠군요. 축하드립니다. 황녀님. 크나큰 업적을 세우셨습니다."

"...아니에요. 적랑 이모..아니 장군님 덕분입니다. 오랜세월동안 오랑캐들과 맞붙으시며 강군을 만들어내셨잖아요."

"크흠. 이거 참."

"후후후."

북방의 차가운 바람도 잠깐 날려버릴 듯 훈훈한 공기가 막사를 메울 때, 적랑은 짓궃은 개구쟁이같은 표정으로 변하면서 옥랑에게 농을 걸었다.

"참! 그런데, 황녀님 짝은 어쩌실런지요? 왕년에 좀 노셨던 황녀님이시라면 왠만한 미남은 눈에 차지도 않으실 터인데요?"

"장군!"

"제가 전에 휴가를 받아 세가에 돌아가니, 글쎄 언니가 무척이나 고와보이는 남아를 양아들로 삼았지 뭡니까? 보니까 쭉정이같은 남아들과 달리 무공의 기초도 잡혀있는 아이면서 제 얼굴을 보고도 웃는 낯으로 싹싹한 태도로 하는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장군!"

다시한번 소리치며 제 말을 끊어버리는 황녀에게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던 적랑은 이어지는 황녀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가 껄껄 웃었다.

"그 조카란 남아....이쁩니까?"

"크하하하하하하."

"왜, 왜 웃는 겁니까? 저도 이제 성년입니다. 성년의 여자가 남자에게 관심있는 것이 뭐가 웃긴단 말입니까?"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아. 그만 좀 웃으시라니까!"

"아이고, 아고..그것이..병사녀석들이 한 대답하고 똑같은 대답이라서 웃었습니다. 제 조카 이야기를 하면 전부 예쁘다고 묻더군요. 크하하하"

한동안 천막은 적랑의 웃음소리와 그런 적랑에게 그만 웃으라면서 꽥꽥 소리지르는 부관의 목소리로 진동하였다.

그 후, 팽적랑의 피빛 늑대 부대는 무사히 오랑캐들을 몰아내고 북방대초원을 제국의 영토로 영입할 수 있었고, 그곳을 정리하고 나서 꽤 긴 휴가를 받고 제국의 수도인 북경으로 돌아갔을 때, 팽가에서 팽철기과 팽영령이 결혼을 했으며 딸까지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잠깐의 요양도 하지 않고 팽가로 달려가려했다.

옆에서 팽가에 같이가고 싶다며 졸라대는 황녀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분명 옥좌를 이어받을 준비를 하느라 바쁠터임에도 불구하고 자랑하던 조카의 얼굴을 꼭보고야 말겠다는 그녀의 집념에 진 적랑은 옥랑이 어느정도 정리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와 함께 팽가에 돌아갔다.

그리고 돌아온 팽가는 전과 다르게...많이 바뀌었다.

전에 보지 못했던 사촌언니인 팽철호는 화경의 고수가 되어 환골탈태를 하여 외모가 변했고, 왠지모르게 철기녀석은 시건방져졌으며, 영령이는 서고에있던 무공 중 금호신공(金虎神功)이라는 것을 익혔다가 머리카락도 눈동자도 금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제 품에 안긴 조그마한 이 핏덩이의 악력이 자신의 손가락을 부러뜨릴정도로 강한 것이나 생김새가 의외로 미형이라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어쩌지 이모? 나...영령님에게 반한 것 같아."

황제가 되실 황녀님이 유부남인 자신의 조카에게 반해버린 것이다.

============================ 작품 후기 ============================

다음장에 쓸 내용을 미리지르는 외전입니다.

다음편 내용은 본래 현부양남으로 돌아갑니다.

...너무 주인공 시점으로만 하다보니 좀 질린다 싶어서 썼어요.

...떡씬쓰는 것도 좀..힘들어서..

떡 기대하신분들께는 죄송합니다.

헨젤과그랬데/아아, 그렇군요.

월병인/물들어서 그래요.

tlsdmlwnwkr/에에? 좀 잘나가면 안 돼요?

여관집아들/그렇죠. 

태성쉪/아하하하하하...

linetd/한장 받고 올립니다.

팟슈/걸리면요? 걸리면 감금and조교행이죠★

은밀한 경계/금비찡 먹방하느라 불러도 답이 엄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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