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9 5장 현부양남(賢夫良男) =========================================================================
"꺄악!"
...하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은 금방 쪼그라들었다.
대신 죽음의 공포가 나를 뒤덮었다.
높으신 분, 같은 여자의 알몸이라도 그것을 보면 치도곤을 당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하물며 세가에서 가장사랑받으시며 아름다우신 소가주님의 하나뿐인 남편분의 알몸(비록 상반신 뿐이지만)을 봤다면 사지가 부러지도록 두들겨맞고 버려질 것이다.
'그것도 최대한 자비를 베풀어주실 때의 일이고, 보통이라면..'
노비로 만들어서 온 몸에 골병이 들도록 부려먹히고 괴롭힘 당한다음 쓸모없으면 북방의 노비병사로 팔려가 화살받이가 될 수도있다.
이러나저러나 최악의 전개가 머릿속에 촤르르 떠오르느라 부들부들 떨면서 멍하니 서있게 되어버렸는데, 갑자기 뺨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지게 되었다.
짝.
"정신차리고 몸 돌려요. 어서!"
"넵!"
서방님의 매운 손길에 맞아서 얼얼한 뺨을 부여잡으며 몸을 돌리자 놀랍게도 등 뒤에서는..
스륵, 스윽.
옷이 스치는 소리, 즉, 서방님께서 옷을 갈아입으시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방금전만해도 죽느니사느니하면서 머릿속이 뱅글뱅글 돌고 있었는데, 지금은 서방님의 알몸이 상상되면서 이러저러한 생각이 머릿속이 뱅글뱅글돌고 있다.
잡티하나 없는 새하얀, 분이라도 바른듯 뽀얀 피부와 가녀린 듯하면서 은근히 근육질인 몸, 그리고 앙증맞은 분홍빛 젖꼭지...
들어오면서 본 상반신의 매끈한 모습과 연결되는 하반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가슴이 콱 막혀 숨쉬기가 어려웠다.
"허억, 허억."
"이제 몸을 돌려도 좋...장삼. 괜찮아요? 장삼? 이봐요."
털썩.
"장삼, 장삼."
'아, 나는 이렇게 죽는건가? 마지막에 미남의 품에서 죽는다니 꽤 행복한 마지막인 거 같아.'
"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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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음.."
"일어났나요? 장삼."
"....어라? 서방님께서도 돌아가셨습니까? 설마 제가 죽은걸 보고 충격 먹으셔서...아야야야야야!"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이 서방님의 얼굴이라 서방님도 같이 죽은 줄 알아서 말을 걸었더니 볼이 꼬집혔다.
이상하네? 죽었는데도 통증을 느끼나?
"정신 차리세요. 장삼.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걸보니 상당히 건강해 보이네요."
"네?"
주위를 둘러보니 서방님의 방안이다.
화려한 장신구나 고급스런 가구가 없는 단촐한 방, 내가 죽기, 아니 쓰러지기 전과 똑같은 풍경이다.
잠깐, 그럼 지금 내가 누워있는 이 침대는 설마? 서방님께서 사용하시는 침대?
어쩐지 기분좋은 향기가 풍기며 졸음이 살살 오는...
"일어나세요. 저는 당신에게 자수를 배우는 것 뿐만아니라 여러가지를 배워야합니다. 양의원께서 다른 이상은 없다고 하셨으니까, 게으름 피우실 생각하지마시고 어서요."
"넵."
항상 부드럽게 웃으시면서 예의바르게 말씀하셔서 그저 여린 분이신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그칠 줄도 아시다니 새로운 일면을 보았다.
'그, 그래도 이런 서방님의 모습도 왠지 보기 좋은걸.'
저 고운 입으로 자신을 따끔하게 다그치는 모습이 상상되자 아랫도리가 간질거렸지만 더이상 미적거리다가는 정말 치도곤 당할 수도 있었기에 침대에서 내려와서 가져온 자수 도구가 들어있는 상자를 올려놓았다.
머리가 살짝 어지럽기는 했지만 바느질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상자를 열고 바늘과 실을 비롯한 여러가지 자수도구를 꺼냈다.
화려하며 다양한 색의 실뭉치와 은빛의 바늘, 흰 색의 깨끗한 천, 그 천을 고정할 원형의 나무틀.
하나하나 꺼낼 때마다 서방님은 금빛 눈동자르 빛내시며 신기하신 듯 쳐다보셨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난 내 처지도 잊어버리고 그 얼굴에 입을 맞추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쓰러지기 전의 일이 생각났다.
"저..서방님."
"네? 왜 그러시나요?"
"저, 아까전 제가 한 무례는..."
"아, 아아~ 그거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사고잖아요? 제가 그런 것이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손찌검을 해버렸네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쇤네가 죄송스럽죠. 귀하신 분의 몸을 봤으니.."
이런식으로 서로 미안하다를 반복하다가 눈이 마주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씨익 웃으면서 나중에는 방안이 울릴정도로 깔깔웃어대었다.
그러다가 서방님께서는 웃음을 그치시고서, '정 미안하다고 생각하면 잘 가르쳐주세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앙큼하게 한 쪽눈을 찡긋거리셨는데, 그 귀여운 모습이 가슴에 쿡 박혀서 혼기놓친 노처녀의 방심을 뒤흔들었다.
'안 돼. 저 분은 귀하신 몸이고 난 그냥 일개 평범한 침녀일 뿐이야. 마음에 품으면 안돼!'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쿵쾅대는 심장과 촉촉하게 젖기시작하는 고간, 욱씬거리기 시작하는 아랫배의 통증을 무시하면서 자수의 기본을 서방님께 하나하나 친절하게 가르쳤다.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새끼침녀들이 고함을 지르며 눈을 비빌정도로 인자하고 친절하게 말이다.
그렇게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서방님의 방을 떠날 때가 되었고 자수도구들을 챙기면서 내 침소로 돌아가려할 때, 서방님께서 내 손을 붙잡으시며 동그란 약통을 건네주셨다.
"저, 이건...대체.."
"함부로 손찌검을 한 사과의 표시로 주는 거예요."
"그, 그런..."
"아무말 말고 받아주세요. 이건 별로 비싼 것도 아니고..피부에 바르면 좋은 연고예요. 보니까 살결이 여기저기 튼 것같은데, 그런 것에 좋은 거니까 매일바르세요. 다 쓰면 저에게 말하고 더 받아가시고요."
상냥하고 사근사근한 어조로 날 걱정해주는 것에 간신히 억눌렀던 연심이 다시 터져나오는 것을 느끼며 목메인 소리로 그저 감사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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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부(賢夫) 교육.
이것은 좋은 집안의 남자가 부인이 임신하는 동안 교육을 받으며 스스로를 갈고 닦아 나중에 태어난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는 아버지로 만들기위한 교육이다.
실제로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나지 않도록 부인이 굴리는 것 뿐이지만 원래 명분이라는것이 코에 붙이면 코걸이고 귀에 붙이면 귀걸이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 교육의 결과는 놀라웠다.
현부 교육을 받은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아이는 예의도 바르고 올곧으며 성공한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제멋대로 자라나 엇나가거나 삐뚤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제는 이 교육을 하지 않는 집안이 없을 정도로 널리 퍼졌는데, 사실 나는 그런 것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당가에 있을 때, 채홍에게서 선수 수업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것을 다시 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생명력을 뽑아낼 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이다.
팽가의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거기다 여자까지 만나려면 목숨까지 걸어야하지만 현부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여자를 불러들이는 것은 쉬우니까.
교육을 받을 때, 남자에게서 받을 확률도 높긴 했지만 여기는 팽가.
남자를 무시하고 깔보며 그저 종마취급이나 하는 곳이니 제대로 교육받은 남자는 거의 없고, 외부에서 교육을 맡을 만한 남자를 끌어들이기에는 팽가의 악명이 높았기에 시도한 것인데, 이렇게 잘 들어맞을 줄이야.
먼저 시작한 자수교육 담당으로 들어온 침녀는 그 수수한 외모답게 남자에 대한 저항력이 없어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아 벌써 나에게 반한 것이 눈에 보일정도였다.
이대로라면 며칠만에 함락하여 침대로 끌어올린 후, 파닥거리는 처녀의 몸에 고기 몽둥이를 쑤셔박을 수 있을 것이다.
응? 만약 그 여자가 입을 함부로 놀려 자신과의 관계를 떠벌리면 어떻게 하냐고?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이건 단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녀가 기절했을 때, 술법으로 이 일에 대해 잊어버리고 절대 떠벌리지 않도록 암시를 걸어버렸으니까.
악명높은 주술사에게 배운 것이니 효과는 확실하다.
..뭐, 그만큼 생명력이 조금 탁해지기는 하겠지만 죽을만큼 뽑을 것도 아니고 조금만 뽑을 것이니까 별 상관은 없겠지.
생명력을 뽑을 암컷이 그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서예나 그림, 시등을 가르치기위해 올 암컷들은 널렸으니까, 조금씩 생명력을 거둬도 2달정도면 꽤 많은 양을 모을 수 있다.
게다가 인간 암컷과는 차원이 다른 생명력을 지닌 여우 요괴, 양후가 있다.
비록 그녀와의 관계는 2번밖에 더 가질수 없고 그녀에게 들키지 않을만큼 조심스럽게 조금만 빼내야한다지만 그 정도도 나에게는 충분했다.
내가 원하는 건 3개째의 꼬리를 만들만한 생명력이니까.
그렇게 3미를 만들고 나면 그림자 분신...이 아니라 빙의술로 바깥에 굴러다니는 남자아이 몸에 빙의해서 남창으로 구르며, 생명력을 뽑아서 모으면...
'금방 구미호가 되어 이런 생활과는 안녕이라 이거야.'
미래가 금빛으로 반짝이는 듯하다.
============================ 작품 후기 ============================
不滅의廢橘君/쿠폰받고 하나 더!
여관집아들/네, 잘가세요~/음...아뇨, 주인공 혼자 금비를 싫어할 뿐이예요. 금비는 그런 주인공의 마음도 모르고 얀헤롱거리는 거고요.
월병인/지옥까지 따라와서 이승으로 끌고간 다음 저승가기 직전까지 몰아부치는 x입니다.
무섭죠. 제가 만들었지만 무서운 x입니다.
태성쉪/정말요?
linetd/아야야~ 감사합니다. 쿠폰 5개.
은밀한경계/네, 잘가세요.
silverchaos/정말이죠? 분명히 다음 주말에 쿠폰 보내드린다고 했습니다.
헨젤과 그랬데/일했다!...그런데 핫산은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