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8/86)

00048  5장 현부양남(賢夫良男)  =========================================================================

그리고 혹시나 해서 설명하건데, 여왕님의 휘하에 들어간다고해서 여왕님의 첩이나 후궁같은 것으로 된다는 것은 아니다.

궁중 시종이 된다는 것이다.

뭐, 그러다가 여왕님의 눈에 띄면 첩이나 후궁, 잘만하면 부군(夫君)이 될 수도 있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너무나도 오랜세월 살아오셨기에 색욕, 식욕, 수면욕등의 욕구나 분노, 기쁨, 슬픔등의 감정들이 닳고 마모되셔서 같은 요괴인지 아니, 살아있는 존재인지 의심스럽다고 금비가 말했었다.

9미가 되면 여왕님이 부르셔서 직접 여왕님을 뵐 수 있는데, 그 때 봤던 여왕님의 모습은 어떤 여우 요괴들도 가지지 않는 새카만, 그것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털의 매우 아름다운 암컷 구미호의 모습이지만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보이지 없고, 요력도 느껴지지 않지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여왕님이 말씀을 하실 때마다 몰려오는 공포에 오줌을 지릴뻔했다는 금비의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었고 식은땀이 줄줄흘렀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런 감정없는 눈길과 목소리로 고개를 들라고 하시던 여왕님의 그 모습은...아직도 잊을 수 없어. 구미호가 되면서 오만했었던 난 여왕님을 뵈면서 오만했던 마음이 전부 박살나버렸어. 여왕님은...정말 우리같은 요괴인지 아니면 신인지 모를 정도로 거대하신 분이야."

라면서 부들부들 떨었었지..가 아니라, 왜 시종이야기를 하다가 이쪽으로 넘어간거지?!

아무튼 그런 여왕님이시기에 절대로 첩, 후궁, 부공같은 존재가 될 수없다.

흠흠, 계속해서 궁중 시종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것은 꼬리가 많거나 높은 집안의 수컷 요괴만이 할 수 있고 하녀나 하인들과 달리 막일을 하는 것이 아닌 질 높은 교육을 받으며 신하들의 업무를 보조하거나 거물급 요괴들을 접대하는 일을한다.

이런 것 때문인지 시종으로 뽑힌 수컷 여우 요괴는 일등 신랑감으로 선호되는데 그 때문인지 야망있는 수컷 여우 요괴들이라면 전부 시종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내 경우에는 그런 것보다 금비의 손길에서 벗어나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지만.

'일단 먼 미래의 일보다 지금은 우선...'

생명력을 모아야한다.

생명력을 모아서 요력을 높이고 꼬리를 늘려야지 시종이고 나발이고 뭔가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떻게 인간 암컷의 생명력을 뽑아낼까하고 머리를 굴리던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고 그것을 실행하기위해 하녀를 불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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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아- 장삼! 아이구 이년은 또 어디서 삐대고 있는거야? 이 요망한 년을 그냥..."

'아오, 저 할망구는 또 왜 날 부르는거야? 조그만 쉬려고하면 불러. 가만히 숨어있다가 나중에 나가야겠다.'

나, 장삼은 하북팽가의 하녀, 그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침녀(針女)이다.

침녀란 옷을 만들고 수선하고 수를 놓는 일을 하는 하녀를 말하는데, 의외로 이 일은 고되다.

그냥 바늘만 까닥하는 것이 뭐가 힘드냐고?

우선, 이 곳 팽가는 무림세가이다.

그리고 무림세가에는 무인들이 있고, 그 무인들은 자신의 무공을 연마하기위해 수련을 한다.

그러다보면 이리저리 옷이 찢어지는 경우가 자주발생하는데, 그것을 수선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침녀가 아닌 자들은 모를 것이다.

무인들이 입는 옷들은 전부 튼튼하고 잘 찢어지지 않는 옷감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런 옷감은 바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에다가 억지로 바늘을 쑤셔넣고 꼬메는 것에는 엄청난 손가락힘이 필요한데, 그래서 이곳의 바느질은 전부 여자가 하는 것이다.

나약해빠진 남자들의 풀잎같은 손가락으로는 하루에 한 벌 수선하기도 힘들걸?

하루에 수선해야하는 무복만 해도 대충 몇십벌이나 쏟아지는데 하루에 겨우 한 벌을 할까말까하는 남자들을 쓰겠는가?

게다가 좀 높은 직위를 가진 무인분들은 특유의 수까지 놓아달라고 하시는데, 이게 어찌나 복잡한지....

그런 침녀들 중에서 난 수를 가장 잘 놓는 침녀다.

가주님외 여러 팽가의 가솔분들의 이불중에서 내가 수놓지 않은것은 아무것도 없을정도니까.

그래서 난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했고, 지금 이렇게 잠깐 휴식을 취하는 거다.

하지만 침모(침녀의 우두머리) 할망구는 그런 내 꼴을 절대로 보기싫다며 저렇게 매일 같이 욕을 하는 것이고..

분명 내가 수놓은 것을 트집잡으려고 저러는 것이겠지.

"서방님께서 부르시는데... 이년은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서방님!'

하루하루 바느질을 하느라 남자 손 한번 잡지도 못하고 아니, 남자를 보지도 못하여 남자가 상당히 그리운 노처녀인 장삼에게 최근 철기 아가씨와 혼인을 하신 서방님은 꿈에도 그리던 이상형이다.

가끔보는 아저씨들이나 억세어보이는 사내자식들과 달리 여리여리해보이는 몸매에 새하얀 피부, 귀여운 얼굴을 지닌 서방님은 한손으로 품으면 쏙 들어올만큼 아담하신 분이다.

게다가 어떤 때에도 자신같은 하녀나 다른 하인들에게 함부로 대하시지 않아 그야말로 완벽한 도련님이신 그 분이 철기 아가씨의 남편이 되었을 때, 결혼 못한 하녀들은 전부 그 날밤 울었다.

'서방님이 날 부르신다고? 혹시...'

"장삼 이년아! 어서 나오라고!"

"네에~ 네."

당장 나가서 잔소리 좀 듣고 머리에 꿀밤 좀 맞고나서 서방님의 방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다가 중간에 우물가에서 옷매무새를 바로하고 머리를 단정히 정리한 것은 절대 노처녀의 본능 같은 것이 아니다.

예쁜 남자를 보면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어하는 건 여자의 의무다!

...라고 돌아가신 엄마가 말씀하셨으니 효녀인 난 그저 따를뿐.

"아, 왔군요. 저기에 앉아요."

"ㄴ, 넵!"

"후후, 너무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넵."

서방님의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아까부터 심장이 터질듯이 쿵쾅거린다.

무슨 무공을 익혀서 갑자기 머리카락이나 눈동자가 금색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언니, 오빠들에게 듣기는 했는데 그말이 정말일 줄은 몰랐다.

햇빛에 반짝이는 길고 찰랑이는 금색 머리카락이나 영롱하게 빛나는 금안이 이상할 법도하지만 전혀 그런 느낌이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아름다워보이는 서방님의 모습은 날카로운 바늘처럼 내 머릿속을 쿡하고 찔렀다.

'아...향기가...'

서방님께서 말씀하시거나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풍기는 향기는 은은하게 코로 들어왔는데, 서방님의 모습과 분위기까지 합쳐지자 난 주제도 모르고 빤히 서방님의 얼굴을 정면에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침녀셨던 돌아가신 어머니도 그렇고 언니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것이 바로 높은 분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면 안됀다는 것인데, 이 나이에 어린년들이나 할 법한 실수를 해서 바로 바닥에 엎드려 사과하려했지만 서방님은 그런 나의 손을 잡으시고 그리 하지 말라고 하셨다.

바느질로 물집이 잡히고 터지면서 울퉁불퉁하고 험한 내 손을 작달막하고 고운손으로 잡아 일으키시는 서방님의 모습에 멍하니 있을 때, 서방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난 그런 서방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저 '네, 네'라고만 대답을 했는데, 서방님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드신듯 환히 미소지으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그 후, 과분하게도 서방님이 타주신 차를 몇 잔 마신 나는 잠에 들기 전까지 넋빠진 표정으로 실실 웃다가 침모 할망구에게 욕을 얻어먹었고 다음날 아침, 자수 도구가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 서방님의 방으로 향했다.

난 기억하지 못했지만 아침부터 찾아와 지랄하는 침모 할망구의 말에 의하면 난 서방님에게 자수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어제 서방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신 내용이 이거였나보다.

휘파람을 부르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서방님의 방으로 걸어가다보니 곧 도착하였고 문을 두드리고 난 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왠지 어떤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작품 후기 ============================

누가 드래곤볼 7개 모으고 신룡이라도 부르나요? 겨우 오후 2시인데 이렇게 어둠컴컴하다니..아까 천둥소리도 들리더니만..

여관집아들/네? 누가 누구를 조교해서요? 금비가 영령을 아니면 영령이 금비를?

하루의하루/만족하시니 다행이네요.

헨젤과그랬데/누구를 괴롭히지말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만약 주인공이라면...좀 어렵습니다.

소셜구경/네, 기대해주세요.

l라랄라랄라l/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단호하게 말합니다. 아닙니다. 다음아내는 순진한 선...흠흠. 여기까지만 하도록하죠.

월병인/걔가 버린다고 버려질 여자입니까? 지옥까지 따라와서 달라붙을 x이지.

encoding/감사합니다.

hisa353121/여왕님스러운 캐릭터에게 당할 예정은 있지만 실제 여왕에게는 당하지 않습니다. 아직 그 레벨은 안되니까요.

linetd/...잠깐, 다음화가 아니라 다다음화요? 당신은 나를 죽일 작정입니까?

不滅의廢橘君/아니요. 안 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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