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3 5장 현부양남(賢夫良男) =========================================================================
그렇게 금비의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난 그녀와 각방을 쓰기를 원했다.
언제 또다시 그녀의 감정이 변해 나를 폭행할지 모른다는 주장을 하면서 말이다.
금비는 나에게 다시는 그런일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시 나를 때리면 자신의 꼬리 하나를 주겠다는 서약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난 그런 것을 물리치고 끝까지 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꼬리하나라는 것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다시는 그런 폭행은 당하기 싫었고, 또 여태껏 그녀가 행한것을 생각해보면 다른 방식으로 나를 괴롭힐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이처럼 떼를 쓰면서 계속 내 의견을 묵살하려는 그녀 때문에 결국 주치의인 양후에게 도움을 청했고, 결국 난 각방을 쓸 수 있었다.
아무리 그녀가 9미를 가진 높은 신분의 구미호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저 환자(?)일 뿐이니 경험많고 실력이 입증된 의원인 양후의 주장에는 굽힐 수 밖에 없었다.
양후는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처음 임신을 하고있는 암컷 요괴 곁에 있는 수컷 요괴는 암컷 요괴에게 죽은 경우가 많다는 것.) 논리적으로 차분히 내가 그녀와 떨어져야 하는 이유를 들이대는데, 어찌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울 수 있을까?
더욱이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그녀가.
덕분에 난 지금 과거 인간시절 누나였던(지금은 금비가 그녀의 가죽을 뒤집어 쓴) 팽철기의 방으로 옮길 수 있었다.
넓은 방안은 어머니의 방과는 달리 상당히 썰렁했는데, 화려하고 고급스런 가구가 없고 그저 투박하고 튼튼해 보이는 침대와 은경하나만 있기 때문인 듯 했다.
그렇게 넓고 휑한 방안에는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서늘한 밤바람이 불며 더욱 삭막한 분위기를 강조했지만 나는 그런 삭막함을 즐길 뿐이다.
아니, 삭막함에서 나오는 고독을 즐긴달까?
...누가 들으면 땅파고 놀고있다고 빈정댈 소리이지만 난 정말로 이런 것을 원했었다.
여태껏 계속 여자들의 품에 안겨 조물딱거려지고 장난감처럼 다뤄지며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이 고통스럽게 여겨지는 나에게는 이 환경이 더없는 약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렇게 고요한 방의 침대에 누워 창밖의 달빛을 쬐며 별이 가득한 하늘을 구경하고 있을 때, 문이 두드려지는 소리가 났다.
오랜만의 고요함을 즐기고 있는 것을 방해하는 저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속으로 한숨을 쉬고, 몸을 일으켜 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면서 보인 것은 금비의 주치의로 초대된 의원, 양후였다.
이런 늦은 밤중에 과년한 남정네의 방에 들어오는 것인 본래는 허락되어서는 안 될일이지만 내가 초대한 일이기에 그녀가 들어올 수 있게 몸을 비켜서자 이맘철 날 뛰는 메뚜기마냥 폴짝 들어오며 입을 벌렸는데, 그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제 나이에 맞는 차분한 것이 아닌 들뜬 소녀같은 가볍고 애교있는 것이었다.
"서방님~ 초라도 켜시던가 아니면 여우불이라도 소환하시지 왜 이렇게 어둠침침하게 계세요~"
"...달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달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이 강하고 아름다워서요."
내 말을 듣고 있던 그녀는 몸을 돌려 나를 보다가 씩 웃더니 팔을 들어 나를 강하게 끌어안아 제 품에 안았다.
"서방님도 차암~ 운치있으시다아~ 제 남편은 다 늙어서 툴툴대기만하는데, 젊으신 분은 뭔가 달라도 다르군요?"
금비와는 다른 풍만함, 기름기가 가득한 젖무덤사이에 안긴 나는 힘없이 그녀의 품에 안겨 있다가 그녀의 인도에 따라 침대로 가서 침대에 누웠다.
아니 눕혀졌다.
내 스스로 누운 것이 아닌 눕혀졌다라는 표현을 한 것은 그녀의 체향에 정신이 혼미해지며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꽃이나 달콤한 과일향이 풍기던 금비와는 달리 낮은 요력으로 노화된 육체에서 풍기는 육향과 그런 육체에 바른 지분냄새가 뒤섞인 체향은...빈말로도 하기 힘들만큼 지독하여 코를 찌르고 뇌를 뒤흔들만큼...대단했다.
그 지독한 체향에 정신이 몽롱해져 양후의 손길에 침대에 눕혀진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양후의 눈은 치료할 때와는 달리 음탕한 빛이 농후하게 스며들어있었고 입가에 세겨진 미소에는 욕망이 가득하였다.
창백한 달빛이 쏟아지는 침대위에서 약에 취한 짐승마냥 숨만 할딱이는 나를 맛있는 먹이를 바라보는 맹수마냥 입맛을 다시면서 쳐다보던 그녀는 이내 나에게 끈적이는 손길을 갖다대기 시작하였다.
침술을 시전했을 때처럼 그다지 빨라보이지도 않지만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그녀의 손은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옷을 벗겨버렸고 이내 나에게 남은 것은 덜렁이는 하물을 꽉 동여매는 삼각형태의 속옷과 분홍빛 젖꼭지를 유지해야한다면서 금비가 붙여준 젖꼭지 가리개만 남아있었다.
남편이 있는 중년여인이라 그런지 금비와는 달리 능숙한 손길로 빠르고 부드럽게 옷을 벗긴 양후는 그런 나의 모습에 당황한 듯 잠깐 멈칫했는데,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을 뿐, 오히려 더욱 흥분한듯 1척(약30cm)정도 떨어진 나로써도 알만큼 강한 숨결을 내뿜어대었다.
땀으로 번들거리고 미끌거리는 손길로 침대에 기절할듯 누워있는 내 둥근 어깨를 주물거리다가 자신의 손바닥에 있는 땀을 칠하듯 미끌어져 내려온 손을 젖꼭지 가리개에 갖다댄 그녀는 딱 달라붙은 가리개를 천천히, 마치 약올리듯 살살 떼어냈는데, 그곳에서 느껴지는 따끔거림은 눈물이 살짝 베어 나올 정도였다.
"후우, 후욱. 금면천호님은 대단도 하시지! 후욱, 후욱. 젖꼭지 가리개...라니! 후욱, 정말..흥분되는 물건이군요. 후욱, 후욱."
"으...으으.."
"이런, 아프십니까? 그럼 떼지 말까요?"
"아, 아뇨. 그저 따끔해서...차라리 한번에 떼주세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하자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구긴다음 떼어내던 젖꼭지 가리개를 내버려두고 자신의 육중한 몸통을 던져 내 몸위로 올라와서는 내 눈에 맺힌 눈물을 혀를 내밀어 핥았다.
독한 체향과 더불어 풍기는 그녀의 입냄새, 타액의 냄새에 비명을 지르며 기절하고 싶었지만 그녀와 거래를 했던 댓가이기에 참고 견뎌내었다.
'참아라, 참아. 이번 한번만 참으면 다음 보름까지는 자유다.'
갑자기 양후가 내 방에 들어와 나를 범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내가 그녀에게 거래를 한 댓가이기 때문이다.
그녀와 한 거래는 다름아닌 내가 각방을 쓰도록 도와주면 2달의 기간내에, 보름에 한번씩 즉 4번, 나와 잠자리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금비에게 당한 상처를 치료받던 중, 제시된 이 거래는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당했다.
양후에게는 산해경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이 있을 뿐더러 여우요괴 중에서는, 다스리시는 분, 즉 여왕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덤빌 수 없는 금면천호의 남편인 나를 건들이다가 걸려서 죽는 위험을 감당하기 싫었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나에게 마음을 굳게 먹으라고 충고를 하였는데, 그런 충고를 한지 1각만에 그녀는 결국 나에게 유혹당했다.
치료를 하면서 본 나의 알몸(산해경에 있을 투실투실한 남편과는 다른 탄탄하고 미끈한 젊은 육체)과 특히 연상에게 잘먹이는 얼굴, 금비에게 두들겨맞아 처연하고 가련한 분위기, 결정적으로..먼지바닥에 떨어지는 남자만의 무기인 눈물까지 동원되었으니 남자맛을 아는 그녀로써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뭐 거기에 양념으로 그녀에 대한 칭찬이나 애교섞인 푸념까지 더해지니 철벽같은 그녀의 마음도 1각만에 녹아버린 것이겠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녀가 내 의견에 보탬을 준 것이다.
설마 그녀가 나에대한 동정심 때문에 나를 도와주었겠는가?
만난지 얼마 안되고 요력도 모자라고 재물(요괴에게 재물이 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요괴도 재물을 밝힌다. 특히 비극적인 사유가 담긴 것들.)도 없고 요술도 모자라며 외모만 그럴싸한 수컷 요괴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것에 미쳤다고 그녀가 도와주겠는가?
인간도 그런 짓은 안한다.
그러하니 난 그녀에게 쾌락이라는 것을 댓가로 한마디 말을 보태주게 하였고 그것이 성공했으니 지금 난 그녀에게 쾌락을 주기위해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다.
늙은 여자의 지독한 냄새를 참아가면서 말이다.
이런 짓까지 하면서 그녀의 폭력을 피하기위해 각방을 써야하는지 의아해 할 수 있겠지만, 난 겨우 그런 이유로 금비와 떨어진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한 것은 바로...
"서방님, 저에게 좀 더 집중해 주시와요~~"
"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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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경(자시, 밤11시~새벽1시)이 지나자 양후는 내 방에서 떠났고 난 그녀와의 교미에서 마음껏 토해낸 체액들을 닦아내기 위해 여우불을 소환하였다.
새파랗고 조그만 불똥들이 나타나 그녀와 내가 흘린 자국들과 냄새들을 전부 태운 뒤 연습을 겸해서 여러 모양으로 변하게 한 뒤에 역소환시켰다.
그동안 죽자사자 노력한 결과 여우불 활용은 꼬리 4개짜리들과 맞먹을 정도로 운용할 실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 모잘랐다.
금비의 뒷통수를 후려갈기려면 지금,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나를 놀리고 뒷공작을 가한 그년의 뒷통수를 갈기려면 그년이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크게 후려쳐야한다.
그리고 그런 힘을 얻기위해서 난 그녀와 각방을 썼다.
겨우 각방으로 되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팽가에는 그녀도 모르는 곳이 한 군데 있으니까.
인간의 사악하고 질척이는 악의와 집념이 담긴 지식들이 가득찬 서고, 비밀서고말이다.
물론 팽철기를 잡아먹어 기억을 흡수했을 수도 있고 어머니인 팽철호를 다그쳐서 비밀서고가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있겠지만 지금 그녀는 임신으로 오락가락하는 요력과 감정을 다스리기위해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신경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
이 2달간, 난 온 시간을 집중하여 비밀서고의 책들, 그 중에서 주술쪽을 전부 둘러보며 한가지 기술을 익힐 것이다.
그리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한가지 술법을 개발해 내는 것에 성공한다면, 난 그녀의 뒷통수를 후려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겨우 2달,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은 기간 난 모든 것을 투자하여 반드시 그 것을 개발해낼 것이다.'
식견있는 주술사나 요괴들이 들으면 혀를 찰만큼 무모하고 말도 안된다고 하겠지만 전생을 기억하면서 남들보다 넓고 깊은 정신세계와 전생에서 읽었던 여러가지 작품들을 통해 얻은 획기적인 발상들과 겉핥기같은 과학지식등을 동원하면 못할 것도 아니다.
게다가 비밀서고에는 서고지기라고 불리던 스승님도 있지 않은가?
비록 그는 무인이지만 저승과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저승에 남아있는 주술가에게 조언을 들을 수도 있고 말이다.
실날같은 희망과 기회를 꼭 움켜지기 위해 난 준비해 두었던 반지와 구슬을 들고서 외딴 전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난 성공한다. 꼭, 반드시!'
곱게 다듬어진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났지만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숨을 들이쉰 나는 아직 하늘에 걸린 달빛을 등지며 먼지로 가득찬 전각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전편 후기에서 잊혀졌던 것들이라고 숨겨있던 것이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했는데요...
혹시나하는데, 크툴투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무협에 요괴를 등장 시켰다고 하더라도 크툴투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눈치채신 독자님들도 있으시겠지만 잊혀졌던 것들은 바로 비밀서고와 서고지기(스승님)입니다.
..몰랐던 분들에게는 스포였군요. 그런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ㅠㅠ
뭔가 대단한 것이 나타나는 것인 줄알고 기대하신 분들에게도 심심한 사과를....
그럼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왠지 옛날 애니에서 예고편을 마치면서 하는 멘트같군요.)
aosi/네? 주인공의 멘탈이 부숴지는것이요? 아니면 후기요?
태성쉪/저희 입장에서는 하렘이지만 작중세계에는 걸레죠.
여관집아들/제 유리 체력이 버텨준다면 자주 쓰겠죠. 찜통같은 고시원에 에어컨도 없어서. 요즘 거의 기절하다 시피해서.../음...노코멘트!
Aㅏ잉여롭다/좀 있으면 구미호를 보기 힘든 전개로 갈듯...하네요. 정확히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육식곰/꺄하하하! 그럼 꿀통을 드리지요. 설탕과는 달리 질척이고 끈적한 꿀통을요!
월병인/출산하면 아이에게 집중하는 성격으로 변화시킬 겁니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집착하는 것도 좀 떨어질 듯. 너무 극적인 변화같지만 제 주변사람 중에 아이가 있고 없고에 따라 성격이 확 변하는 사람이 많아서요.
linetd/그래서 약간 굴렸어요. 뚱뚱한 여자의 몸아래 깔리는...후후
주비트/알렉스 루이 암스트롱 소령은 말했습니다. '파괴뒤에 창조가 있으리라!' 멘탈도 부숴진 다음에 다시 재구성되며 단단해집니다. 물론 소설속에서요. 현실에서는 그냥 부숴질뿐...
不滅의廢橘君/고통으로 자극된 두뇌는 보통 때의rpm(분당 회전수)이 넘어, 순간 셜록 홈즈, 코난, 김전일 뺨치는 추리력을 가지게 됐습니다. 물론 그 때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