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86)

00042  5장 현부양남(賢夫良男)  =========================================================================

하지만 그 고민은 더 이상 이어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찰싹, 찰싹.

"으아악!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새끼! 때문에! 나랑 떨어지겠! 다고?"

지하의 비밀공간에 두터운 족쇄로 사지가 구속된 체, 꼬리가 변한 채찍으로 두들겨 맞고있기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된 경위? 아주 간단했다. 그저 내 얼굴을 본 금비가 무슨일이 있냐고 물었었고 난 거기에 솔직히 대답한 것 뿐.

그리고 그것을 들은 그녀는...여태껏 본적 없는 험악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나를 몇대 때리고서는 이곳으로 끌고와 이런일을 벌이고 있었다.

사나운 목소리로 윽박지르면서 채찍을 날리는 그녀는 젖가리개와 아랫속옷만 입은 체, 나를 두들기는 것을 계속하였는데, 딱 내가 기절하기 직전까지만 두들겼다.

게다가 신기한 것은 그만큼 채찍으로 맞으면 살이 찢어지고 피가 나고 심하면 근육까지 상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것은 피부에 벌건 자국만 낼 뿐 피부를 전혀 상하게 하지 않았다.

대신 아프기는 죽을만큼 아프긴 했지만 말이다.

덕분에 난 눈물을 콸콸쏟고 뭔지도 모를 잘못(자식의 미래를 위해 2달간 각방을 쓰고 수련하겠다는 것이 잘못인지?)을 빌었지만 구타는 계속되었다.

그렇게 구타가 어느정도로 지속되고나자 그녀는 지쳤는지 가쁜 숨을 쉬면서 씨근덕거리다가 이내 숨을 골라 평소처럼 호흡을 돌리고서는 나를 노려보았는데, 그 눈동자는 새파랗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가끔가다가 본 그녀의 살벌한 기세와는 차원이 다른 기세에 숨이 막혀 꺽꺽대었지만 그녀는 기세를 낮추지 않고 오히려 더 높여 나를 괴롭히다가 혀를 한번 차고는 위로 올라갔다.

'내가...무슨 잘못을 한거야?'

툭툭.

이미 땀과, 침, 눈물로 다른 바닥과 다른 빛을 띄는 바닥을 다시 눈물로 적시는 내가 그것을 그친 것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였고, 그 때,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문이 열렸다.

"서방님? 여기 계셨...세상에."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금비가 아닌 후덕한 몸매의 중년 암컷여우요괴 의원, 양후였다.

그녀는 족쇄에 매달려있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란듯 잠시 멍해있다가 열쇠로 내 팔목과 발목에 달린 것들을 전부 풀어주고 무언가를 꺼내어 내 피부에 발라주었다.

치이익.

그것은 차갑고 끈적이는 연고였는데, 벌겋게 물든 피부에 발라지자마자 끓는 소리가 나면서 진한 약향이 풍겨나왔다.

"...이만큼이나 향이 나올정도라니...잘 참으셨습니다. 서방님."

"흐..무....ㄹ..."

"물 말씀이시군요. 여기."

허리춤에서 꺼낸 대나무 물통을 기울이자 그토록 마시고 싶던 물이 조금씩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왔다.

피와 같이 섞여 들어온 물의 맛은 피비린내가 좀 나기는 했지만 비명으로 학대한 성대를 식히기에는 충분하였다.

그녀는 그 후에 무조건 씹으라고 어떤 풀을 뭉쳐놓은 것을 주었는데, 그것을 씹자 병든 닭처럼 축늘어졌던 정신은 다시 돌아왔다.

"씹으면서 나오는 물은 전부 삼키시고,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뱉어주십시요. 삼키셔도 무방하지만 뱉는 것이 더 좋으니까요."

"....퉤. 그런데, 당신이 이곳엔 어떻게.."

"금면천호님이 보내셨습니다."

그녀의 말에 난 속으로 기가 찼다. 이것이야말로 병주고 약주는 행위아닌가?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심기가 불편한 것을 알아차린 양후는 금비에 관해 묻지도 않은 것을 술술 털어놨다.

"지금 금면천호님은 이불을 둘둘 둘러싸시고 우시고 계십니다. 서방님을 왜 때렸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면서요."

"무슨! 그게 지금 말이나 되는..."

"잠깐, 잠깐만 진정하셔 주세요. 서방님. 지금 몸으로 흥분하시면 기력이 쇠해 기절...아이고."

양후의 말이 끝나기 전에 간신히 회복한 기력이 턱하고 빠지면서 고개가 꺾여버리자 그녀가 얼른 잡아채면서 먼지와 피딱지 투성이인 바닥에 천천히 눕혀주고는 검지손가락만한 긴 대침을 꺼내 내 몸 곳곳에 꼳으며 설명하였다.

"지금 금면천호님은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십니다. 그도그럴것이 처음 임신을 경험하셨으니까요. 초산을 하는 경우에는 뱃속의 아기씨들이 있어 요력 조절이 어려운데...."

암컷 요괴들은 임신을 하게 되면 뱃속의 새끼들이 요력을 갖기 때문에 자신의 요력이 제멋대로 움직인다고한다.

그래서 임신이 처음인 암컷 요괴의 경우에는 외딴 곳에 홀로 있거나 그보다 요력조절이 뛰어나고 경험있는 암컷 요괴가 따로 붙는 것이 원칙인데, 금비의 경우에는 나와 떨어지기 싫어하고 그녀보다 요력조절이 더 뛰어난 요괴가 없기 때문에 이지경이 되었다한다.

아니, 한 마리, 가 아니라 한 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 분은 모든 여우요괴들을 다스리는 아주 바쁜 분이시기에 제외시켜야한다.

어찌됐든 날 채찍으로 후려갈긴 것은 그런 이유라면서 용서해달라는 양후의 말이었지만, 나는 결코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다.

용서라기보다는 그저 그녀에게 벗어나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랬지?'

지금에와서야 생각난 것인데, 본래 난 그녀를 무서워하고 싫어했었다.

하지만 어째서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것일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내가 요괴의 심장을 깨워서 기절했을 때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이상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 항상나른하고, 마치, 그래 마치, 정사를 벌인 것 마냥!'

그 때부터 시작된 의심을 거두지 않고 하나하나 기억을 따져보자 난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내가 가진 호감같은 것은 전부 그녀의 계략에 의해 생성되었던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은비라는 요괴에게 강간당할 때, 쳐들어온 것이나(애초에 구미호인 그녀의 결계를 7미가 쳐들어온 것이 수상하다.) 산해경에 있을 때, 부부지약을 맺은 것이나...

당시에는 그저 넘겼던 것을 하나하나 되짚어보자 내가 멍청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가슴속에 남아있던 금비에 대한 호감도 깨져버렸다.

머릿속으로는 그런 식으로 호감을 갖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는 했지만 이상하게 가슴은 그것에 납득하지 않았다.

정말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생각에 머릿속에 맴돌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고 때문에 눈물을 조금 흘려버렸는데, 고통으로 흘렸던 눈물과 다르게 그것은 무척이나 뜨거운 눈물이었다.

마치 가슴속에 남아있던 따뜻한 감정이 섞인 듯한 눈물을 흘리고 나자 어지러웠던 머리는 말끔해지고 아팠던 마음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아니 전보다 더욱 깔끔해졌다.

지금의 마음속에는 망설임이나 여러가지 감정을 전부 날려버려 텅비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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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날 미워하지마. 응?"

"...알았어. 양후에게 들어보니 원래 그런거라며?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다 잊을게."

"정말? 고마워, 역시 당신이야. 나중에 안정기에 들어서면 같이 자자?"

"응."

내 품에 와락안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히 말하자 그녀는 행복하다는 듯 귀를 접고 꼬리를 살랑이며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보는 양후는 월하노인(月下老人:중매쟁이)마냥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지금 내 미소에는 사랑도 어떠한 감정도 없는 메마른 것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눈동자 속에 잠들어 있는 분노도 말이다.

============================ 작품 후기 ============================

다시한번 주인공의 마음을 부숴버리는 하트 브레이킹 2탄!

독자님들은 주인공을 그만 굴리라고하셨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더 굴리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다음편에는 그동안 잊혀졌던 것들이 나타나고 숨겨있던 것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요. 

그럼 다음편을 기대해주시라.

월병인/그렇네요. 발찌가 아닌게 어딜까요?

태성쉪/아직 자세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암투(첩보전)으로 주인공을 가로채는지 아니면 세가전을 벌일지 고민이네요./ 그럴겁니다. 마성의 주인공이니까요.

fiello/네, 그렇죠.

육식곰/정말요? 

주비트/후후, 과연 그럴까요?

kodks/네. 잘가세요.

여관집아들/그런가요? 

linetd/글쎄요. 그냥 당하기만 하는데..

silverchaos/그래서 좀 쉬었습니다. 하지만 굴릴겁니다.

혁썩혀써/글쎄요..그럼 저도 변태겠네요.

aosi/싫어요. 굴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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