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86)

00041  5장 현부양남(賢夫良男)  =========================================================================

금고아, 전에도 말했듯 야수나 맹수를 길들이기위해 만든 그것을 찬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일이었기에, 그녀에게 아양도 떨고 투정도 부리고 떼를 써서 거절하자 결국 그것을 차는 것은 거절되었다. 

대신....

짤랑.

팔찌를 찼다.

아니, 아니, 쇠로만든 특정직업군에게 수여하는 금속제질의 그것 말고, 치장용으로 만든 장신구말이다!

무언가 모를 희뿌연 재질의 것으로 만들어진 팔찌는 금비가 하위요괴들을 닥달하면서 만든 따끈따끈한 신작이라고 하던데,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와 짝이되는 물건이라하였다.

이 팔찌를 차고있는동안 내가 위험해지면 그녀의 목걸이가 떨리며 색깔이 바뀌게 되는데, 그것을 보고 나에게 달려온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감동적이지만 이 팔찌에는 한가지 단점이 있었다.

내 스스로 벗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 금비는 혹시라도 내가 잊어버리고 안 찰수 있기에 해놓은 장치라고 했지만 왠지 미심쩍었다.

내가 씻는데 불편하다는 핑계로 이것을 스스로 벗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청결을 유지하는 주술을 세기며 벗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그것에 여러가지 요술을 걸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본 금비가 귀엽다는 듯한 (비)웃음을 받을 뿐이다.

결국 내 요술로는 부족하다 여겨 더욱 열심히 요술을 배웠지만 아직까지 나에게는 아득한 수준의 주술이 걸린 물건이었기에 일시적으로 그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아니, 자신감이 수그라들어 포기했다고 하는 것이 옳다.

"나, 아직 약하구나."

"후후후, 이제 알았어? 그래도 요괴가 된지 얼마 안되었는데 벌써 꼬리가 2개가 된건 굉장하다구? 이 속도면 금방 구미호가 될지도?"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나타나 그녀의 칭찬에 물에 넣은 두부마냥 다시 탱탱해진 나는 꼬리까지 파닥파닥움직이며 그녀에게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얼마나 걸릴 것 같냐고?

그랬더니 나온 대답이..

"음...한 900백년?"

"다, 당신은 얼마나 걸렸는데?"

"나는 100년."

....뭐냐 이 머나먼 시간의 차이는.

그 때서야 난 전에 은비가 토해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더러운 재능!

"호호홋, 너무 그렇게 서운해하지마, 수컷치고는 재능있는 편이라니까? 게다가 내가 말한 기간은 정상적인 수련을 할 때 걸리는 기간이야. 즉..."

900년이란 기간은 숲속에서 들어가 식물들과 벌레들의 생명력을 조금씩 흡수하고 다듬어 내것으로 만드는 수련을 할 때 걸리는 기간이고 그것보다 짧은 시간으로 빠르게 경지를 올리는 방법이 있다고한다.

바로 덕높은 고승이나 도사, 뛰어난 무인이나 권력자등의 심장을 뽑아 흡수하는 것이 그것인데, 이 방법은 빠르게 일정경지까지는 오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한다.

왜나햐면 식물이나 벌레같은 것과 달리 강제로 뽑은 인간들의 생명력같은 것에는 그들의 원념(怨念)이 담겨있기 때문인데, 이것들이 위로 올라가는 벽을 두텁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벽을 깨려면 원념을 억누르거나 풀어주어야하는데 그것은 무척이나 번거롭고 힘든일이기에 정상적인 수련을 한 여우보다 높은 경지에 오른 여우요괴가 드물다하였다.

'그래서 탈마, 탈사의 고수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가?'

무림의 역사로 보면 정파쪽의 현경의 고수는 일정주기마다 한 명씩은 꾸준히 나타나는 것에 비해 사파나 마교에서는 비슷한 경지의 무인이 잘 나타나지 않는데 이런 이유였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거에 관심을 가지는거야? 여보는 그냥 내 곁에서 나만 바라보면 되잖아? 으응?"

"아니, 그게..."

차마 이 꺼림칙한 팔찌를 벗겨내고 싶어서라고 말할 수 없는 나는 부부지약을 맺기전에 비웃던 삼형제가 떠오르며 그것을 금비에게 말했다.

그러자 싱글싱글 웃던 금비의 얼굴에서 잠깐 빠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는데, 그것은 내 착각이 아닌듯 아까까지만해도 나비가 날아다닐것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그녀 주위의 공기가 나비를 갈기갈긱 찢을만큼 날카롭게 변했다.

"그래? 겨우 새끼기남들 주제에 감히 그딴 짓을...후후후후후."

왠지 당장에라도 산해경의 구혼탑에 쳐들어가 날 뛸것같은 그녀가 불안하여 얼른 그녀의 품에 안겨서 그녀가 좋아하는 애교를 피워 진정시켰다.

눈을 깜빡이거나 귀를 살랑살랑 움직인다거나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거나 주무르며, 그녀의 손바닥에 코를 비비적거리자 날카롭던 분위기가 수그라들었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욱 부드럽다 못해 달달한 분위기가 되었달까?

"알았어, 알았어. 부부지약을 맺고나서 갑자기 이렇게 애교가 늘었다니까~ 후후."

고양이를 귀여워하듯 내 턱을 손가락으로 간질이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부터 등, 꼬리까지 쭈욱 쓸어내리는 그녀의 모습에 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 다시는 그런 것들에게 무시받지 안으려고 수련하는건데..."

"아이~ 역시 내 남편이야~ 골빈 수컷들마냥 나에게 기대려하지 않고 스스로 경지를 높이려 수련하다니~ 기특해! 귀여워! 사랑스러워!"

쪽쪽쪽쪽.

뺨뿐만아니라 얼굴 이곳저곳, 심지어 쇄골과 분홍빛 젖꼭지까지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는 그녀의 기세에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날은 내 하얀 피부는 전부 그녀의 입술자국으로 얼룩덜룩하게 물들어버렸다.

그 뒤로 흥분한 그녀의 찰떡같은 몸에 깔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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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감동받은 금비의 지원을 받아 요술을 단련하고 요력을 쌓고 소수마공을 간간히 연습하던 때, 갑자기 청천벽력(=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식이 내 귀를 쿡찔렀다.

바로 금비가 임신했다는 소식이다!

날은 점점 선선해지는데 전보다 더욱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그녀는(본능적으로 가을만되면 겨울나기를 위해 많이 먹는다고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정상적인 양이라고 했다.) 의원에게 맥을 보였는데 '아기씨가 잉태되었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한다.

너무 좋아하는 그녀와는 달리 난 그다지 기분이 씁쓸했다.

당가에 있을 딸, 설천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딸의 모습은 곧 당천우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그것은 왠 얼굴을 모르는 남자와 같이 하하호호 웃고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만, 그만...이제 나와는 관계없는 사람들이야. 잊어, 잊어라 영령...'

울컥올라오는 슬픔에 가슴이 찌릿거렸지만 호흡을 고르며 마음을 추스린 다음, 금비에게 산해경의 의사를 부르라고 하였다.

혹시라고 생각하지만 팽가의 의원이 잘못판단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말했다가는 그녀가 화를 낼 수 있었기에 '앞으로 태어날 아기와 당신에게 무슨일이 있으면 바로 조치할 수 있는 경험과 실력있는 의원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자 그녀는 나를 와락 품으면서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주다니 고맙다며 산해경으로 연락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동이 트기도 전에 온 의원(작은 키에 상당히 후덕해보일정도로 살이 찐 여우요괴였다. 중년의 암컷이었는데, 경험과 실력에서는 한손으로 꼽아도 될 정도라고 하였다.)이 금비에게 인사를 하며 황송하다는 듯 맥을 짚고 이리저리 진찰을 하고서 결과를 말해주자 나와 금비는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금면천호님과 아기씨께서는 건강하십니다. 이대로만 유지하시면 2달후에 건강한 아기씨가 태어나실겁니다."

"자, 잠깐. 2, 2달이요?"

"?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도?"

"왜 그렇게 기간이 짧은거죠?"

2달이라는 말에 당황해 질문하는 나를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본 의원은 눈을 데굴데굴굴리다가 금비가 "그는 인간출신이다"라는 한마디에 "아" 하는 소리와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군요. 서방님께서는 잘 모르시군요. 저희 여우요괴의 생태는 여우쪽에 가까운지라...잉태하고 출산하기까지 그리 오랜기간이 필요치 않습니다. 대신 잉태하는 것이 인간보다 무척이나 어렵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

그 말에 난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의원은 4개의 꼬리를 살랑이며 금비와 나를 작은 눈으로 번갈아보더니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부부지약을 맺으신지 얼마 되지도 않으셨는데, 벌써 잉태를 하시다니...서방님도 참, 힘도 좋으신듯합니다."

"그.."

짖궃은 말에 내가 뭐라고 하려했지만 그녀는 나를 무시하고 금비에게 말을 걸었다.

속으로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분노가 올라왔지만 그녀는 내가 본을 보여준 새끼기남들과 다르게 나보다 꼬리도 많고 능력도 좋은 여자이기에 분을 가라앉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판단은 탁월하다고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정말 두분이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제 젊었을 적이 떠오르는군요. 제 남편도 서방님만큼은 아니지만 고운 수컷요괴....."

"그렇군요. 우리 부군은..."

금비와 죽이 맞는듯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의원의 모습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저 여자에게 성을 냈다면 저 입담으로 나를 괴롭혔겠지.

둘의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조용히 방을 나간 나는 다시 수련을 하려다가 영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금비의 뱃속에 있다는 아이 탓이다.

딸이라면 문제는 없지만 만약 아들이라면?

금비도 저도 외모만큼은 어느정도 되니까, 만약 그런 외모를 타고난다면 그 앞날은 자신만큼 파란만장하거나 더 고생할지도 모른다.

아니 더 끔찍할지도모른다.

쭈글쭈글 주름지고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살찐 몸뚱아리를 가진 높으신 마나님들의 눈에 띈다면, 자신의 아들은....

'아니, 그러면 산해경으로 도망을...'

하지만 산해경이라고 안전할까?

아무리 구혼탑이라고하더라도 다른 요괴들이 오지 않는것도 아니고 구미호보다 큰 힘을 가진 대요괴가 없는 것도 아니니 만약 아들의 외모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면, 과연 자신은 그런 아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으로는 저 멀리 미래까지 날아간 영령의 정신이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은 아침식사를 해야한다는 하인의 부름 덕분이다.

그리고 그의 고뇌는 아침식사가 끝나고서도 계속 되었고, 다음날 아침까지 그것은 계속되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 강화 이베에엔트으으~! 입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의 미래를 위해 힘을 기르려는 주인공의 따뜻한 부정.

정말 눈물겹지 않습니까?

하지만...흐흐..그 마음이 얼마나 오래갈니...후후후..

여관집아들/살맛나신다니 감사합니다.

드레니안/네 잘보고 가세요.

주비트/집착녀의 매력.txt

태서쉪/그렇겠죠. 하지만 당가와 만나려면 멀었습니다.

linetd/...별로 흥미진진 않하겠지만 얼릉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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