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40/86)

00040  4장 요괴로 살아가는 법(終)  =========================================================================

온천에서의 짐승같은 교미이후로 잠에 빠졌던 내가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일어나셨습니까? 서방님."""

내 곁에서 무릎을 꿇은체 공손히 이마를 바닥에 대며 절을 하는 3명의 여우 요괴, 그것도 극히 드물다는 수컷들이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일이지?

난 머릿속에 맴도는 당황스러움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되도록 떨리지 않은 어조로 그들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러더니 수컷 여우요괴(수컷들이라고 해도 나보다 훨씬 어린 14살정도 되어보이는 쌍둥이들이었다.)이 이마를 바닥에 댄체, 자신들을 소개하였다.

"저희들은...."

"잠깐, 일단 고개를 들고 말을 하지? 보는 쪽에서 불편하다."

"예."

..그냥 고개 박은체 말하라고 할껄.

똑같은 얼굴 3개가 무표정한 얼굴로 날 바라보니까 왠지 무서웠다.

그들은 자신들을 수련중인 일미라 이름이 없다면서 그냥 일호(一狐), 이호(二狐), 삼호(三狐)로 불러달라하였다.

'간단해서 좋군.'

셋은 본래 구천탑에 온 남자 요괴들의 시중을 드는 새끼 기남(기예를 파는 남자들, 음과 춤의 재주를 판다.)들인데, 오늘만큼은 나를 시중드는 시중인이라고 하였다.

"시중? 그것보다 구미호는....왜?"

구미호가 어디있는지 물으려할 때, 험상궃게(그래봤자 무섭지도 않다.)표정을 지은 3명 때문에 말을 다 하지못했을 때, 일호(입술 아래에 애교점이있다.)가 입을 열었다.

"서방님. 비록 정식으로 부부지약을 맺지 않으셨다지만 금면천호님은 서방님의 주인이시되 하늘같은 부인님이시옵니다. 어찌 그리 가볍...."

콱.

"큭."

"!!!"

내가 녀석의 말을 다 듣지 않고 몸을 움직여 녀석의 멱살을 한 손으로 잡은체 일어서자 녀석은 대롱대로 매달려 팔다리를 허우적대었으나 손아귀의 힘을 조절하니 곧 발버둥도 멈추고 얌전히 있었다.

그런 형제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이호, 삼호라는 것들이 일어서려했지만 살기와 요기를 섞은 눈빛으로 노려보자 얌전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은체 달달떨어대었다.

일호녀석이 이제는 거의 숨넘어가려는 듯 캑캑거리길레 아래로 가볍게(그렇게 보일뿐 실은 팽가의 무공묘리를 썼다.) 떨어뜨리자 발바닥에 밟힌 남경충(바퀴벌레)마냥 팔다리를 바르르 떨어댄다.

"...우선, 충고는 고맙다. 하지만, 겨우 시중을 보는 자, 그것도 오늘 처음보는 나에게 말하는 어투가 너무 건방지다. 실례가 될 말이면 먼저 '죄송합니다'라거나 '황공합니다'라고 말한 뒤에 하는 것을 배우지도 못한거냐?"

그렇게 딱잘라서 말하자 녀석들, 이호와 삼호녀석이 이마를 바닥에 크게 처박고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일호녀석은 아직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일어나지를 못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찬 나는 발로 녀석의 옆구리쪽 혈을 건드려 깨웠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깨어난 녀석은 고개를 처들고 주위를 둘러보다 아직까지 살기를 담은 내 눈을 보며 이마를 바닥에 처박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마음에 든 나는 녀석을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

그러나 녀석들은 미적미적거리면서 나가려 들지 않았다.

"뭐야? 왜 나가지 않는거냐?"

"그, 그것이...."

아직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일호대신 이호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자신들은 이곳에 떠나면 안되고 시간이 되면 나를 어디론가 안내해야된다하였다.

"왜?"

"그, 그것이..."

"빨리 말해라! 내 시간을 다 깎아먹을 셈이냐!"

"히익! 그, 그것이, 오늘, 금면천호님이 정식으로..부부지약을 맺으신다기에 지금 준비를..히끅...해야.."

이제는 딸꾹질까지하는 이호녀석이 짜증스러워 손으로 눈을가리자 세명의 소년은 다시 이마를 박으며 절을 하였다.

공포에 꼬리털까지 바들바들떠는 녀석들의 모습이 불쌍해 보일법해 보이지만 애초에 녀석들이 자초한 일이다.

녀석들이 고개를 숙이며 공손한 어투로 말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내 허락에 고개를 들고나서부터 전부 불합격이다.

우선 내 얼굴을 정면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시중인들을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감히 자기입으로 모신다는 사람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녀석들과 내가 대등하다라는 간접적인 몸의 표현이다.

그리고 다음.

녀석들은 제 나름대로 숨긴다고 숨겼지만 명가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자란 내게는 훤히 보이도록 눈알을 굴려 내 꼬리를 보고 나서 입꼬리를 올렸다.

아마 꼬리수가 저들보다 하나많은 것을 보고 운 좋게 구미호의 눈에 띄인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이건 아무리해도 절대 봐주면 안되는 아주아주 무례한 행위이다. 

단매에 다리를 부술만큼 시중인으로써는 행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2번째.

마지막으로는, 알다시피 모시는 사람의 말을 어떻게든 끊어버린 것이다.

표정이든 무엇이든 모시는 사람의 말을 끊은 것도 잘못된 행동인데, 그 중에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이상 3가지 잘못을 합치면?

바로 체벌을 가해도 무방하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마음같아서는 정말 눈물콧물이 쑥빠져나올정도로 굴려버리고 싶었지만 온전한 내 사람이 아니니 이정도로만 봐주기로 하였다.

더 이상 손대면 일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녀석들이 안내할 곳에서 만날 녀석들의 선배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알려주며 불평을 좀 해야겠다.

구미호의 이름을 빌린다면 적어도 저것들은 몰매정도 맞겠지?

더 큰 벌을 받게되더라도 죄책감은 없다.

무력이건 요력이건 권세이건간에 저보다 강자를 비웃는 약자는 살아남을 자격이 없다.

약하면 강자에게 철저하게 비굴해져야지.

가랑이를 벌리건 엉덩이를 흔들건 더러운 고간을 핥건간에말이다.

'그럼일단 녀석들을 좀 놀려줄까나?'

시간이 될때까지 녀석들을 정신없이 굴릴 생각에 저도모르게 입술을 혀로 핥았다.

3마리 어린 여우들은 그런 내 모습에 바들바들 떨며 울려고했지만 내 눈초리에 울지도 못하고 그저 겁을 먹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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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십시요. 서방님."

""""어서오십시요. 서방님.""""

기품있는 옷을 입은 미중년의 수컷여우요괴가 고개를 숙이자 그 뒤에 서있던 젊은 수컷여우요괴들이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고, 일을 진행하지."

"예. 서방님."

"아! 그리고...."

"예."

"나에게 보냈던 세쌍둥이들 교육을 맡은자가 누구인가?"

"무슨 문제라도 있이시온지..."

아닌 척하면서 녀석들의 잘못을 조잘조잘알려주자, 기품있는 미중년 요괴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였다.

그 사과를 받아들인 나는 앞으로 걸어갔다.

형형색색의 옷과 장신구, 화장품을 들고 생긋이 웃고있는 수컷여우요괴들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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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

"아직, 아직도인가?"

"죄송하옵니다. 금면천호님. 아직 서방님의 단장이.."

손가락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의자의 팔걸이를 톡톡두드리는 금비의 모습은 생각보다 수수하였다.

그저 단순한 흑의를 위아래로 차려입었지만 워낙 그녀 자체가 빛나서 그런지 그런 수수한 차림임에도 그녀의 미모는 수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빛났다.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을 두드리던 그녀의 인내심이 거의 끊어가버릴 무렵,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이 들렸다.

"금면천호님의 부구우운~ 영령님 드십니다아아~"

드르륵.

한지가 발라진 나무문이 옆으로 열리자 금비와 같이 방에서 대기하고있던 여자들은 영령의 모습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금비는 그런 여자들에게 경고를 내리지 못했다.

왜냐면 자신도 아름답게 단장한 남편의 모습에 정신을 잃고 감탄했기 때문이다.

붉은색의 광택이 흐르는 옷감에 금실로 불꽃이 자수된 옷은 그를 위해 존재한다라고 할만큼 어울렸고 손목에 차여진 팔찌는 손목의 가느다람을 강조하였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살짝살짝 보이는 흰 발은 절로 침이 삼켜질만큼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은 그의 화장되어진 얼굴이었다.

검은 목탄으로 그어진 매끄러운 눈썹, 나방요괴들의 인분을 가공해 만든 화장품이 발라진 눈가는 청순하게 보이던 그의 얼굴에 요염함을 깃들게 하였고,

불속에서 산다는 불쥐의 피로 칠해진 입술은 금방이라도 타오를듯 아찔하게 그녀의 시선에 틀어박혔다.

꿀꺽.

청초하고 귀엽게만 보이던 남편이 요염하고 매혹적으로 보이자 당장이라도 저 붉은 옷을 찢고 자신의 엉덩이 아래로 깔아뭉게며 날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금비였으나 아랫것들의 시선과 자신을 쳐다보는 저 영롱한 남편의 눈길에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식을 진행하였다.

부부지약이라고하는 이 혼약식은 의외로 간단하게 진행되는데, 그저 화려하게 꾸민 신랑과 단촐하게 꾸민 신부가 서로 팔짱을 끼며 주위요괴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 그것이다.

...뭐, 구미호의 경우는 그것도 귀찮다며 그냥 요괴들이 보는 자리에서 영령의 팔짱을 끼고 같이 한번 고개를 숙여버렸지만 본래는 안부도 묻고 남편소개도 하는 것이 정통의 부부지약이다.

간단하게 한번 고개를 끄덕인 후에, "오늘부터 영령은 내 정식 남편이다!"라고 크게 소리친 그녀는 꾸민 남편을 안고 바로 신혼방으로 달려가버렸는데, 그 모습을 보던 요괴들은 저마다 못마땅해하거나 즐겁게 웃거나하며 반응을 보이다가 흩어져버렸다.

"그나저나 서방님, 정말 아름다우셨지."

"흠흠. 거참, 금면천호님도 서방님을 좀 더 소개시켜주시면 될것을."

"낄낄낄, 할망. 꿈깨셔. 아랫도리에 산거미줄이나 쳐진 주제에 누굴넘보는거야?"

"이년이! 나 아직 안죽었어! 인간계에 가면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수컷들이 얼마나많은데..."

"그려, 그려."

"깔깔깔."

저마다 즐겁게 떠들면서 흩어지는 요괴들 중에 아직 처녀인 자들은 영령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입맛을 다셨고 총각인 자들은 영령의 미모와 금면천호라는 부인을 모시는 그를 질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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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꿀꺽. 부부지약의 마지막을 장식해볼까?"

".....잠깐만, 어제 그렇게 했는데 오늘 또..으악!"

"흐헤헤헤, 어제는 어제이고 오늘은 오늘이지이~ 하악~ 저, 정말 요염해서 참을 수 없어. 지금바로 벗...아니다, 그냥 찢어버릴련다!"

찌이익.

영령의 몸을 가리던 화려한 옷은 금비의 날카로운 손톱에 종이장처럼 찢겨졌다. 게다가..

"좀 천천히해도...응? 뭐야 그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설마 그건?"

"후후후, 부부지약을 맺은 기념으로 내가 주는 서어언물~ 이 목걸이는..."

"금고아잖아! 당신 날 구속하려는 거야?"

"에잉~ 이건 그런 저질스런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당신이 어디있는지 알기위한 것으로..."

"그게 더 나빠, 안 해, 안 낄거라고!"

"후후후후후후후, 과아연~ 그럴까? 아앙~"

"히익!"

============================ 작품 후기 ============================

본래 이번편에서는 감로안주나(고기항아리속에 넣은 과일), 해삼주(미역주 남자버전)같은 것도 넣으려고 했지만 너무 수위가 높아 잘릴것 같아 이렇게 심심하게 씁니다.

쿠폰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감사드립니다.

유성투/썼다.소설.추천.고맙다.

不滅의廢橘君/뭐랄까..작가가 희망직업이 되어서요. 힘내보려합니다.

fiello/매니악한가요? 애널이나 유두보다는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여관집아들/감사합니다.

주비트/이런 신사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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