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7/86)

00037  4장 요괴로 사는 법  =========================================================================

"쿨럭, 쿨럭."

구미호, 금비에게 두들겨맞아 벽으로 처박힌 은비는 내부에서 미친 망나니마냥 날뛰는 요력에 내장이 진탕되어 핏덩이가 목울대까지 올라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토해냈다.

입에서 터질 듯 베어나오는 선홍빛 피는 자신의 앞섬뿐만 아니라 황금빛으로 빛나는 꼬리에도 떨어졌는데, 그 모습을 보며 은비는 왠지모를 미소가 지었다.

"크으읏. 금비...."

보통 인간이라면 단번에 죽었을 부상이지만 요괴이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그 명이 다하지 않은 은비는 복부에 몰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은체 금비의 이름을 말하는 은비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촛불과 같이 위태로웠다.

생명력을 짜내는 듯한 부름에도 불구하고 금비는 그런 은비의 목소리를 무시한체 오로지 자신의 남편을 껴안으며 소중히 볼을 갖다대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을 무시해서일까? 아니면 금비에 대한 질투때문일까? 혹은 그 둘 모두일까?

억지로나마 미소를 짓고있던 입술도 뭉그러뜨린체 악에 찬 소리로 금비에게 욕설을 지르는 은비의 모습은 전처럼 아름답지도 고상하지도 않은 추하고 더럽고 천박했다.

"요력만 높은 병x이, 운 좋게 9개 꼬리를 가진주제에 요술실력은 5미년들과 비슷한 멍청한년. 겨우 씨 좀 받았다고 날 이렇게 만들어? 네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끼아아악"

요괴 특유의 생명력인지 아니면 회광반조(죽기직전 잠깐 정신이 맑아지는 것)때문인지 배에 구멍이 뚫리고 피범벅이 된 입으로도 제 할말은 잘도 조잘거리던 은비는 자신의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다시 비명을 질러대었다.

아직 뱃속에 박힌 금비의 꼬리가 꿈틀거리면서 내장을 헤집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장(斷腸:장을 끊다)의 고통에 다시한번 피와 침이 뒤섞인 것을 내뱉고 피눈물을 흘리던 은비는 아직까지 독기가 스며있는 눈으로 제 앞의 암여우를 노려보며, 애써 입술을 달싹였다.

죽을 때 죽더라도 눈앞의 저 년의 복장을 뒤집어 놓겠다는 마음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히....이.....어..떠냐...남....편....이...강......간...된....느..낌..."

간신히 힘을 짜내어 비꼬는 은비의 말에 금비는 껴안고 있던 영령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뉘이고 일어서 은비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금비는 은비의 말에 화를 내기는 커녕 환히 웃으면서 밝은 어조로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정말 고마워!"

"...."

"아니, 정말로 고마워. 네가 덮쳐준 덕분에 내 귀염둥이는 다른 암컷요괴들을 무서워할거고. 그러면 나에게 의존하겠지? 그러면 그러면, 막막 귀여운 표정과 몸짓으로 찰떡같이 나에게 달라붙을꺼야. 꺄아! 생각만해도 아랫도리가 젖을것같아~"

주책맞은 어조로 몸을 뒤틀면서 젖을 출렁이는 금비의 말에 은비는 머릿속이 멍해졌다. 

지금 저 년이 뭐라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다시말해, 날 이용했다....는...

"솔직히, 남편은 날 무서워하고 싫어했거든? 그런데 네 덕분에 호감을 심어줄 수 있게 되었어. 왜 그런거 있잖아? 위기의 상황에 빠진 남자는 구해준 여자에게 호감을 품는 소설같은거~ 기절하기전 남편표정을 보니까 나한테 뿅가버린거 같아~ 정말고마워."

"..이..이..."

"설마~ 9미인 내 결계를 네까짓게 뚫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거니~ 꺄하♥ 멍청하기는. 당연히 일.부.로 그렇게한거지. 열등감 덩어리인 네 년은 틈만 좀 주면 남편에게 달려들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후후훗. 오랜만에 잡년들 두들기면서 화도풀고 남편이랑 관계도 개선시켜주고, 넌 정말 좋은 친구야..그러니까..."

촤악. 털썩.

"!!"

금비의 다른 꼬리가 움직이자 은비의 오른쪽팔이 푸줏간의 고기마냥 툭하고 떨어졌고 절단면에서는 피가 물처럼 베어나와 바닥을 적셨다.

그런 상황에도 은비는 비명을 지른다거나하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

금비가 자신앞에서 조잘거리는 말은 그만큼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조용히 죽어줘? 네 고기는 나랑 남편이랑 맛있게 먹어줄께. 그리고 구혼탕에서 바보같이 교미한다음 임신할거야."

"으...으.."

"잘가. 펑요우(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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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음."

"어머, 남펴어언, 일어났네에~"

"다, 당신."

눈 앞에 어른거리는 황금빛에 나도모르게 당신이라는 말을 하자 주변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되었다.

그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정신을 차리는데에 집중하던 나에게 구미호가 어깨를 잡고 중얼거렸다.

"....봐."

"으응?"

"다시 한 번 말해봐."

그녀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과 분위기로 밀어부치자 나도모르게 나온 말, 당신이라는 호칭을 다시 말하자 몸이 앞으로 기우뚱 움직이며 그녀의 출렁이는 젖무덤에 얼굴이 푸욱하고 묻혀버렸다.

그리고 몸은 으스러질듯이 꼬옥 껴안겨 버렸다.

"후후후후, 남편이 드디어 나보고 당신이라고 했어. 당신, 당신, 당신, 당신. 아아~ 너무 달콤한 어감의 말이야."

'됐으니까 좀 풀어줘!"

"너무 행복해. 아하앙, 어쩌지? 이러다가 행복해 죽어버릴것 같아."

'그러니까 이거나 풀어달라고!'

하지만 그 행복하면서 힘든 포옹이 풀어지기까지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단지 껴안을 뿐만아니라 껴안고 방안을 왔다갔다 걷거나 뛸뿐만 아니라 바닥을 뒹굴뒹굴굴렀기 때문이다.

아! 말을 안했는데, 지금 나와 구미호가 있는 방은 돗자리가 깔린 방이다.

팽가의 방처럼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곳이 아닌 신발을 벗고 바닥에 주저 앉는 해남도나 왜나라같은 방식의 방이다.

그러니 바닥에 대굴대굴 굴러도 흙먼지 투성이가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행복에 겨운 포옹을 한 후에 방문이 열리면서 여우요괴들이 상을 들고 들어왔는데,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종종걸어오는 그녀들의 모습이 무서워 구미호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은비..그 여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미호가 그녀를 죽여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날 일은 없다고 다독여주기는 했지만(나를 껴안고 뒹굴 때 귓가에 소근거렸다.)아직까지는 좀..무섭다.

등 뒤로 숨은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요괴들을 물린 그녀는 나를 자신의 무릎에 올려놓은체(내가 내려가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먹여주고싶다는 그녀의 말에 가만히 있었다.) 상 위에서 모락모락 연기와 향기를 풍기는 산해진미를 옻칠된 기다란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집어 입에 넣어주었다.

채소절임이나 볶음, 밥, 계란찜도 맛있었지만 가장 맛있던 것은 그녀가 제일 많이 집어준 고기반찬이었다.

난자완스라고하는 것이었는데, 갈은 고기를 동그랗게 만들어 튀기고 탕수육 소스같은 걸쭉하고 달콤새콤한 소스로 부은 그것은 어떤 고기인지는 모르지만 풍부하다못해 넘치는 육즙과 특유의 향이 극상인 것이었다.

그녀 한입, 나 한입 번갈아서 먹고 나자 배가 불러 잠시 쉬는 동안 이곳, 산해경에서 특히 여우요괴들이 몰려사는 이곳 구혼탑(九魂塔)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 구혼탑은 여우요괴들의 보금자리이면서 휴양지로써도 유명한 곳이라고하는데, 듣기로는 온천여관 같은 것이라고 한다.

특히 미용효과와 최음효과, 무엇보다 임신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곳 온천은 안그래도 번식률이 떨어지는 요괴들에게는 은혜로운 장소이며 놀이터이다.

100층의 커다란 전각인 이 구혼탑의 높은 층으로 가면갈수록 그 방의 질은 높아지는데, 지금 우리가 있는 층은 99층에서 금비에게 주어진 방이라고한다.

"주어져?"

"여관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50층까지, 그 이상은 우리 여우요괴일족들의 보금자리야. 방 하나하나마다 주술이 걸려 넓고 온천도 즐길 수 있다구~?"

각방마다 온천이 달려있는 이 방은 마찬가지로 층이 높으면 높을수록 온천의 크기와 효능이 넓고 높다고한다.

그런데 어쩐지, 아까부터 설명하는게 계속 온천에 대해서만 하는데? 

혹시, 지금 들어가고 싶은 건가?

돗자리에서 뒹굴거리며 구미호에게 온천에 들어가고 싶냐고 슬며시 운을 떼자 구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싱글거렸는데, 그것을 보고 나는 한숨을 쉬며 온천에 들어가자고 하였다.

전생에서부터 뜨거운물에 몸을 담그는 것을 싫어해서 목욕탕에도 1년에 갈까말까하던 나에게 온천이라는 것은 무척 기피되어야할 것이지만 저 초롱초롱빛나는 눈동자를보면...

그러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왜 그녀의 눈동자를 신경쓰는 것이지?

전이라면 그러거나 말거나 오로지 나에게 가해지는 성폭력만 떠올렸거늘...왜 오늘따라 이렇게 그녀에게 신경을 쓸까?

그에대한 생각은 탕에 들어가기전까지 계속되었고, 그 이유를 알아차린 것은 온천의 온기와 어느세 병을 딴 향기로운 술에의해 발갛게 볼을 붉힌 그녀의 얼굴을 봤을 때였다.

분홍빛 수건으로 머리를 묶은 그녀는 기분이 좋다면서 온천의 열기로 데워진 술을 조용히 한잔씩 들이켰는데, 술을 들이키고나서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난 갑자기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그렇다.

난 나를 지켜주고 돌봐주는 이 연상의 요염하고 활기찬 이 암컷여우에게 반한것이다.

비록, 거칠게 나를 범할 때가 많지만 그만큼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이 여우의 애교있고 아름답고 강한 그 모습에 반해버렸다.

그것을 자각하자 급격하게 머리에 피가 몰려 어질어질 거렸는데, 그런 내가 걱정된다는 듯이 물을 첨벙이며 다가와 안아주는 그녀의 달아오른 살결에서는 부드러운 향기가 풍긴다.

어릴 적, 부모의 존재가 그리울 때마다 껴안은 수건이나 배게에서 나는듯한 향기가 풍기는 그녀의 품에 안기면서 나 스스로 말캉한 젖가슴사이에 코를 박고 입을 벌린다.

그런 나를 그녀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부드럽지만 억센 팔로 껴안았고 말이다.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는 온천가운데서 우리는 서로의 몸을 안으며 자신들의 감정을 주고받았다.

뿌연 안개같은 김이 사라질때까지. 

============================ 작품 후기 ============================

살벌로 시작해서 달콤하게 끝내는 이번편이었습니다.(별로 안달달할지 모르지만요.)

의외로 달콤한 전개를 바라시는 분들도 꽤 있군요.

왠지 조금 안심이 됩니다. 

다음편은 온천에서 하는 에로씬 입니다.

天空意行劍/...칭찬이시죠? 칭찬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정말입니다?

월병인/집착강한얀데레 구미호죠. 

Duo/감사합니다.

육식곰/어래? 어디서 많이 본 닉네임입니다? 님의 취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랍뚤랍뚤, manama2세, 주비트/그래서 넣었습니다! 별로 안달지 모르겠지만서도...

linetd/강탈이랄까..본부인 다음에 후처같은 존재를 구상중이기는 합니다.

darknesswall, whhwwhshd/네, 잘가세요.

누굴지?/원래 얀데레여자는 전부 남자보다 강해요. 거기에 +종특(요괴)+살아온나이까지 합친거라 이렇게 차이가 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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