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86)

00035  4장 요괴로 사는 법  =========================================================================

나는 구미호의 말대로 7일 동안 얌전히 침대에 누워 빈둥거렸다.

놀랍게도 그녀는 전과 달리 나를 강제로 범하는 것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니 요괴의 심장이 안정화 되기까지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것 치고는 피부가 반들반들거리는 것이 수상하기는했지만 신경쓰지는 않았다.

더 파고들면 내 신상이 위험할 거라고 육감이 경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7일이 지났을 때,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탐스러운 금빛 꼬리가 한개 더 늘어, 총 2개의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런 나의 꼬리를 보는 구미호는..

"후으음~ 꼬리가 한개 더 늘었구나아아아~"

"..히끅."

갑자기 등뒤로 나타나서 꼬리를 쓰다듬으며 끈적거렸다.

단순히 새로 생긴 꼬리를 쓰다듬는 것 뿐만아니라 머리카락에 코를 묻고 킁킁거리거나 여우귀를 깨물거나 꼬리가 붙은 꼬리뼈부분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살살긁는다거나하면서..

"우리들의 꼬리는 요력이라고 말했었지이~ 그럼, 남편의 요력을 어디한번 측정해볼까나아아♥"

"자, 잠깐만."

"안 돼. 7일이나 참았단말야~"

목소리에 색기가 깃들고 애교가 베어나온다.

이 반응은 분명..발정이 나서 나를 덮치기 전의...

와락.

등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희고 긴 팔은 거미줄처럼 나를 옭아매고 탱탱하고 커다란 젖무덤은 나의 등을 누르며 그녀의 체온과 심장박동을 전해주었다.

"부, 분명 7일동안 날 건드리지 않고 참아준 것은 고맙기는 한데...여기는 밖이라고. 야외란 말...히익.."

오랜만에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느낌에 저도모르게 소름이 오도독돋는 것을 느끼고 몸이 굳어버리자 이번에는 따뜻한 숨결이 목덜미를 뒤엎는다.

"음~ 상관없어~ 하아하아. 그보다 얼른...등짝. 하아앙. 보여줘. 지금..당.장~!"

찌익.

속이 환히비치는 잠옷을 강제로 찢어버린 그녀는 푹신한 풀이 깔린 바닥에 억지로 나를 쓰러뜨린 후, 강가....ㄴ...이 아니라 요력확인을 하였다.

짓이겨진 풀즙에 얼룩지고 흙이 묻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상관도 없다는 듯 굴욕적인 자세로 강제로 나의 요력을 확인하던 그녀가 그것을 그만둔 것은 갓 떠오르던 해가 머리위에 올라갈 때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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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아잉~ 화풀어어~ 너무 오랜만이라서...대신 재밌는 곳에 데려다 줄테니까. 응?"

야외에서 거칠게 범해지던 내가 삐쳤다는 듯이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팩하니 돌려버리자 그녀는 곤란하다는 듯 웃으면서 나를 달래었다.

그도 그럴것이 겨우 침대에 일어나 몸을 풀기위해 바깥에 나가자마자 옷이 찢겨지면서 범해지다니...

물론 그녀가 며칠동안 꾹 참고 나를 돌봐준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그녀의 애액과 타액투성이가 되어버린 내 기분은 얼마나 더럽겠는가?

...덕분에 나도 쌓인 것이 풀려서 좋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단 숨겨두기로하고...

"재밌는 곳?"

내가 관심있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약간 떨어진 거리를 확 줄이고서 어깨를 휙하고 잡아끌더니 귓가에 속삭인다.

"관심있어? 지금이라도 당장 갈 수 있는데?"

"으..이잇. 떨어져!"

"깔깔. 귀여워라~ 역시 남편은 엄청 귀엽네에~ 그러면 지금이라도 당장갈래?"

"..일단 그곳이 어디인데?"

나를 끌어안고 잠깐 깔깔거리던 그녀는 내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면서 설명을 했다.

신선들을 이 세상에서 쫓아내고 주술사들을 몰락시킨 요괴들은 인간들속에서, 인간들의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어가 살았다.

...라고 하지만 그런 팍팍한 생활을 견디다 못한 요괴들이 나타난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사는 요괴들은 너무나도 적막한 환경과 혹시라도 인간들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해야되고, 인간속에 숨어사는 요괴들은 언제 인간에게 들킬지 모르니 둔갑술을 유지하고 인간답게 사느라 팍팍한 삶을 살아야되고...

물론 들키면 정체를 알아낸 인간을 권속으로 삼는다거나 잡아먹는 수가 있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고....(들키는 족족 그랬다가는 장난감이자 먹이인 인간들이 멸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력이 거의 하늘에 닿은 대요괴들과 수많은 요괴들의 힘을 합쳐 만든 이(異)세계.

요괴들만이 들어가고 나갈수 있으며 살아갈 수 있는 요괴들만의 세상.

그곳을 산해경(山海景)이라 부른다.

이 곳 산해경은 선계같은 세상인데, 선계와 다른 점이라면 인간세상과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다는 것(그 자유롭다는 것도 요괴의 심장을 일깨운 요괴들만 가능하지만.)과 인간세계 어디서든 들어갈 수 있고(선계와 인간계의 입구는 곤륜산의 내곤륜이라는 곳 하나뿐이다.) 산해경에서 인간계 어디로든 나갈 수 있다는 것.

이 말은 다시바꾸면 아무리 천리나 만리가 넘는 거리라도 산해경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눈깜짝할세에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데? 왜 너...아니, 여보는 산해경에서 살지 않고 불편하게 둔갑을 하면서 인간계에 사는 거야?"

너라고 부르려고 했다가 두개골을 압박하는 다섯개의 손가락의 위협에 눌러 여보라고 고쳐부르자 압박감이 사라졌다.

"그건....난 인간들이 좋으니까. 어리석게 저들끼리 피를 흘려가며 싸우는 것도. 엉엉대면서 울어재끼는 것도...너무나도 좋아."

"아..하하하."

좋다는 기준이 엄연히 인간과 다르구나.

어색하게 웃는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그녀는 어색하게 웃는 나에게 다시한번 입맞춤을 한 뒤, 가자고 말했다.

"자, 잠깐 나. 옷을 입어야...게다가 아직 밥도..."

"가서 구하면 되, 가서."

"그래도 지금 당장은.."

"시끄러워. 일단 가자♥"

퍽.

그녀가 꼬리로 확 밀어버리자 아까까지만해도 고급스런 가구들이 배치되어있는 어머니의 방의 풍경이 어둠컴컴하게 변했다.

그오오오오오. 끼아아아아

어둠컴컴한 그곳에는 여자의 비명인듯, 혹은 망자들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희끄무레한 연기같은 것이 몸에 달라붙으려 움직였지만 일정거리에는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게 멍하니 나에게 달라붙으려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 내 머리를 잡는 느낌이 들면서 정신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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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아! 일어나셨다."

"어서 금면천호님을 부르렴."

""네.""

"여, 여긴..."

낯선 천장의 무늬와 은은한 나무향에 몽롱한 정신이 점점 뚜렷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누군가가 내 가슴에 살짝 손을 올리고 지긋이 눌러, 도로 푹신한 이불과 배게에 몸과 머리를 뉘였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누워있는 나의 이마 위로 누군가의 손이 올라오면서 부드럽게 쓰다듬었는데, 어쩐지 구미호의 손길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무리하시지 마시고 누워계시죠. 서방님."

"..서방님?"

"금면천호님이 남편이라고 부르시길래, 벌써 부부지약을 맺으신줄 아셨는데...혹시 아니신지?"

"그...."

얼굴을 보면서 금면천호가 누구고 부부지약이란 것이 뭔지 물어보려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탁.

"나아아암~ 펴어어어언~~~"

와락.

갑작스럽게 달려들어 누워있는 나를 안아 깔아버리는 그녀의 무게에 잠깐 신음이 흘러나올뻔했지만 거칠게 부비적거리는 뺨의 감촉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이 그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밖에 없었다.

-어머어머어머.

-세상에, 금면천호님이 저렇게...

-부러워라..나도 얼른 부부지약맺고싶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부끄러워 얼른 그녀를 떼어놓으려 했지만 강한 완력을 내가 이겨낼 수 없었다.

한동안 부비적거리던 그녀는 몸을 벌떡 일으킨다음 내 이마를 쓰다듬은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는데, 그 때서야 난 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은 구미호와 같은 여우 요괴인듯, 인간형의 모습에 여우귀와 여우 꼬리를 지니고 있었는데, 털색깔이 은색이고 꼬리의 수도 7개나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외모는 구미호와는 달리 화려하다라는 계열이 아닌 청순하고 가녀리다라는 느낌이었다.

햇빛에 찰랑거리는 단발에 생글거리는 표정,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가슴이 없어.'

빈유라는 것이다!

구미호나 인간들의 풍만한 젖무덤만 보다가 평탄한 것을 보자 나도모르게 그곳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더니 옆구리에서 찌릿한 고통이 올라왔다.

구미호가 옆구리를 꼬집은 것이다.

"크윽..."

"서방님.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아니, 아니야. 아무래도 산해경이 처음이라 적응이 안 된 모양이야. 이제 슬슬 내방으로 데려가도 되겠지?"

"네, 모쪼록 불편하신 곳이 있으시다면 부담없이 말씀해주세요. 금면천호님."

그렇게 서로 몇마디를 나눈 후 그녀는 내 손을 붙잡고 거의 잡아당기다시피하여 끌고서 나를 자신의 방이라는 곳으로 끌고갔다.

끌려가면서 주위의 경관을 보고 싶었지만 나를 붙잡은 그녀의 분위기가 너무 날카로웠기에 다른 곳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드르륵. 털썩.

"으으"

인간계의 여닫이 문과는 다르게 자동으로 열고 닫혀지는 미닫이 문이 열리자마자 난 방안으로 던져진 뒤에 사지가 구속되었다.

끌려가면서 주위의 경관을 보고 싶었지만 나를 붙잡은 그녀의 분위기가 너무 날카로웠기에 다른 곳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드르륵. 털썩.

"으으"

인간계의 여닫이 문과는 다르게 자동으로 열고 닫혀지는 미닫이 문이 열리자마자 난 방안으로 던져진 뒤에 사지가 구속되었다.

"남편은...걱정한 내 마음도 모르고...일어나자마자 다른 암컷에게 눈을...돌, 돌리다니..역시...교육이 필요한 것 같네...이렇게 아름답고 강한 부인이 있는데도..."

"잠깐만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압."

아무래도 아까전의 빈유여우의 가슴을 보느라 그런 모양인데 네가 생각한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요술로 입이 강제로 다물어졌다.

"읍. 으읍. 읍."

"흐으으으, 후으으으으, 흐흐. 역시. 남편과 건어물은 3일에 한번 두들겨야한다는 말이 맞았어. 후흐흐♥"

왠지 눈동자에 빛이 사라지고 하얀 숨결이 스물스물 기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공포를 느낀 나는 발버둥을 치며 저항하려했지만 할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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