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1 4장 요괴로 사는 법 =========================================================================
"응, 그렇하는거야. 꽤 재능있는 걸~ 남편~♬"
어젯밤에 내 몸을 주물럭거리던 그녀는 아침 일찍 이라기보다 거의 해가 뜰 때, 나를 억지로 깨웠다.
요괴의 기본인 요술(妖術)을 가르쳐주겠다면서 말이다.
차가운 기운이 가시지 않은 바위를 꼬리로 한번 슥-그어서 평평하게 만든 뒤에 그곳에 올라가 양반다리자세를 하고(가부좌를 하려고 했더니 그냥 양반다리로 충분하단다.)머리위에 나뭇잎을 올려준 다음 그것에 집중하라는 말을 들었다.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진지하고 차분한 어조로 졸거나 딴생각을 하면 바로 주의를 주는 그녀의 태도에 정신을 집중하자 머리위의 나뭇잎에서 살랑살랑 공기가 들어오는 듯했다.
처음에는 개미숨같이 실날같은 바람이 들락날락하였지만 나뭇잎에 더 집중할 때마다 그것이 더욱 강해지면서 이제는 확연히 바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 숨을 쉬는 것과 동일하게 머릿 속으로 들어올 때마다 구미호에게 시달리면서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으며 오히려 전보다 더욱 힘이 늘어나는 것 같았다.
"잘했어. 이제 요술을 쓰기위한 기초가 되었으니 앞으로 많이 가르쳐줄게. 물론 제대로 못하면 벌.줄.거.야♥"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이 변하지 않자, 바위에서 내려오게 하였다.
한 쪽눈을 찡긋이고 검지를 까닥거리면서 말하는 그녀의 어투는 다시 끈적거리고 장난스러워졌지만 난 전과 달리 그녀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근처의 공기가 전과 달리 매우 무거워서 숨을 쉬기에도 어려웠고 몸을 짓누르듯했기 때문이다.
"응~ 왜 그러는거야?"
"수, 숨쉬기가..."
폐를 쥐어짜듯 겨우 말을 걸자 그녀는 나를 잠시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허공에 휘저었다.
우웅.
그러더니 허공에 떨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내 몸을 짓누르던 기운이 싹 사라졌는데, 그 때서야 겨우 숨을 편하게 쉴 수 있었다.
ㅡ
"헉, 허억. 헉."
물고기가 땅에 올라왔다가 다시 물에 들어가는 것마냥 폐속에 들어오는 공기를 힘껏 들이쉴 때, 구미호의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 다른 요괴를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서. 하급요괴는 상급요괴근처만가면 요기(妖氣)에 짓눌린다는 걸 깜빡했어."
명랑만화 주인공마냥 자기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콩하고 두드리며 분홍빛 혀를 조금 내미는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얄미웠지만 전처럼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방금전까지 나를 짓누른 그녀의 요기에서 느껴지던 공포가 아직까지도 몸에서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미안하다, 괜찮냐?라면서 나를 걱정하는 말을 내뱉으며 다소 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 속에는 자신의 힘을 알았냐는 포식자의 흉포함과 허튼짓은 용서하지 못한다는 경고, 맹수특유의 흉포함만이 뒤섞여있었을 뿐이다.
난 그 눈동자에 담긴 어두운 감정과 방금전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짓누른 거대한 요기에 소동물처럼 부들부들 몸을 떨수밖에 없었고 그런 나를 그녀는 다정하게 꼬옥 안아주었다.
"똑똑하네, 남편. 이렇게 착하게만 굴어줘?"
쪽.
볼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입술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리고 그 차가운 기운은 볼에서부터 발끝까지 퍼져나가면서 나를 얼음조각처럼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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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몇 번째 실패일까?
아침을 먹고 나자 그녀는 나에게 본격적인 요술을 가르쳤는데, 이게 꽤 어려웠다.
내공과 달리 엄청 천방지축인 요기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기가 더럽게 힘들었다.
팔로 가라고하면 팔꿈치까지 가다가 되돌아오거나 거기서 버텼고, 겨우 장심으로 모아서 방출하려하면 엄마에게서 떨어지기 싫은 아기마냥 끈질기게 달라붙어 나가려고 하지를 않는다.
이것에 대해 그녀에게 말해봤지만 나에게 엄살피우지말라고 시키는대로나 하란다.
몇번 진짜로 안된다고 수치를 무릎쓰고 땅에 드러누워 못한다고 반항하니까 그녀가 시범적으로 내 몸에 요기를 이끌어 요술을 써봤는데, 내가 할 때와는 달리 요기가 순순히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계속 이 모양 이꼴이다.
요술이 성공할 때까지 휴식없는 연습, 연습, 또 연습.
저 멀리 있던 해가 머리위에 올라올 때까지 계속 기초 주술 연습을 하는 나의 온몸은 땀으로 푹젖어 비라도 맞은 것 같았다.
그런 나의 모습을 구미호는 나무아래 그늘에서 의자까지 끌여다가 앉아놓고 하인과 시녀들에게 부채질을 받고 음료수를 마시며 나를 구경거리마냥 쳐다보고 있었고 말이다.
'저년이!'
누구는 땡볕아래서 목내이(미이라)가 되도록 요술을 연마하건만 누구는 시원한 나무그늘아래서 놀고있다니!
미웠다. 증오스러웠다. 죽이고 싶다. 저 가느다란 목을 두 손으로 움켜잡아 숨통을 막아 죽이고 싶다.
그리고 그 가죽을 벗겨 옷을 해 입고 고기는 구워먹으리!
몸과 입으로는 요술을 쓰기위해 움직이지만 정신은 저 여우계집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채울 때, 그 동안 애를 써도 움직이지 않던 요기가 말을 잘 듣는 강아지마냥 움직이며 입으로 외는 주문에 동조하여 요술을 발동시켰다.
화르르르륵.
기초적인 여우요술인 여우불이 세가를 태울듯이 크게 부풀어올라 태울듯했지만 금방 사그라들었다.
'아, 또 실패인가...'
이제 겨우 성공했다 싶었는데, 또 다시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슬펐지만 나중에는 다시 분노가 들끓었다.
이지경이 되도록 훈련시킨 구미호인지 아니면 계속 실패만 하는 나 자신에게의 분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노로 심장이 전보다 더욱 크게 두근거렸다.
그 때,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2개가 있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심장이 한번 뛰면 다른 심장이 한번 뛰고, 다시 다른 심장이 뛰는 묘한 감각에 이상함을 느낄 때, 뒷쪽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짝짝짝.
"와~ 축하해 남편! 드디어 '요괴의 심장'을 깨웠구나!"
...이상했다. 분명 그녀는 내 앞의 나무그늘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는데 왜 지금은 뒤에서 나타난 것이지?
그나저나 요괴의 심장이란 것은 또 뭔가?
그녀는 내 말에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먼저 내 앞에서 나를 다그치고 나무그늘에서 쉬던 그녀는 환상, 실체는 하인들과 시녀들을 시켜 수욕을 할 물과 내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고한다.
그리고 그런 환상을 만들어낸 것은 내 분노를 일깨워 '요괴의 심장'이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요괴의 심장이란 요기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요괴들의 특수한 기관인데, 이것이 있으면 요기를 다루기 더 쉬워지고 요술의 강도가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아까 여우불이 크게 부풀어오른 것인데, 강한 분노로 깨어난 요괴의 심장이 요기를 증폭시켜서 버린 것이다.
금방 사그라든것은 미리 그녀가 준비해둔 요술 때문이었고.
"하, 하하하하. 그럼..나 성공..."
"응! 그러니까 이제부터 씻고 밥먹고 푹 쉬어."
"그래..야...지..."
성공했다는 기쁨에 그동안 몸과 마음을 긴장시켰던 것이 풀어지면서 몰려오는 피로에 눈이 절로 감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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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잠들어버렸잖아~"
구미호는 자신에게 쓰러지는 팽영령을 바로 붙잡은 다음 조심스럽게 그를 안아서 들어올렸다.
한 쪽 팔로 영령의 무릎 뒷쪽으로 다른 팔로는 목을 받치며 들어올리는 그녀의 모습은 사랑하는 남자를 소중히 여기는 이 시대의 여자였다.
소위 공주님안기...가 아니라 왕자님 안기라는 자세로 영령을 수욕통까지 옮기는 동안 그녀는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황홀감과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욱씬거림을 참느라 죽을 맛이었다.
'정말~ 평소에도 귀엽고 매혹적이지만 지금은 더..'
꿀꺽.
자던 것을 억지로 깨워 밖으로 데려오느라 팽영령은 현재 침의를 입고 있었는데, 이 침의가 또, 묘하게 색기있는 옷이다.
흰색의 소매가 없는 이 옷은 하반신까지 통짜로 이어진 치마였는데, 보통 평상복과는 달리 겨우 하물을 가릴 정도로 짧기 때문에 허벅지가 훤히보였다.
이 시대에 보기 힘든 과격적인 노출이었지만 과거, 황제노릇을 하면서 수많은 남자를 품에 안아봤던 그녀에게는 그닥 심한 노출은 아니었다.
정작 그녀를 욕정시키는 것은 바로 땀에 흠뻑젖어 반투명해진 침의 사이로 보이는 분홍빛 유두와 매끈한 속살과 아랫쪽의 거물을 힘겹게 가리고 옥죄이는 앙증맞은 속옷 때문이었다.
거기다 아까전부터 코를 찌를듯이 풍기는 강한 수컷의 냄새까지...
'흐읍, 흐읍. 하아~ 이 달콤하면서 묵직한 냄새~ 으읏. 아랫도리가 너무 간질거려~~어엉♥'
귀가 쫑긋쫑긋거리고 꼬리가 빳빳해지고 털이 곤두설만큼 발정하는 것을 참기위해 남편의 얼굴쪽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마음같아서는 그냥 이 상태로 야외에서 미친듯이 남편을 범하고 싶었지만 요술을 단련하느라 기절한 남편을 무리시키지 않기위해 본능을 억눌렀다.
'그래도..너무 힘들어.'
얼굴을 보고 성욕을 참으려했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오히려 더욱 아랫배가 욱씬거렸달까?
땀에 젖어 이마와 옆머리에 착 달라붙은 금발이나 풍성하고 긴 금빛 속눈썹. 아직 피가 가라앉지 않아 불그스름한 뺨과 달뜬 숨을 내뱉는 작고 도톰한 입술.
얼굴에서 시선을 떼어 다른 곳을 쳐다보면 되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달콤한 꿀을 품은 꽃같은 그의 얼굴은 대요괴인 그녀마저 홀릴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을 풍겼으니까.
겨우 폭발하려는 욕망을 억누르며 방으로 들어가 시녀들이나 하인들을 불러 남편을 씻기려던 그녀는 멈칫하였다.
자신도 겨우 참을만큼 폭력적인 염기를 내뿜는 남편의 알몸을 보고 참을 수 있는 노예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노예를 시키지 않고 그녀 스스로 그의 몸을 씻기기로 하였다.
하지만 직접만지다가는 견딜 수 없이 덮칠 것 같기에 요술로 그의 옷을 벗기고 욕탕에 담궈 씻기고 있을 때, 잠깐 정신이 멍해져버렸는데...
"핫! 이, 이게 무슨."
그녀가 잠시 정신을 잃은 사이 자신도 모르게 요술로 벗긴 남편의 옷을 코에 처박으며 남편이 입던 아랫속옷을 입어 넣고 추잡스럽게 쪽쪽빨고있던 것이다!
콧속에 가득차있는 그의 땀냄새와 입안에서 맴도는 짭짤함을 느끼던 그녀는 '자신의 인내심이라는 것이 겨우 이정도였나?' 혹은 '대요괴인 내가...'라면서 자책하고 있을 때, 영령의 수욕이 전부 끝났다.
"아..아아-"
따스한 물로 깨끗이 씻겨 티한점없이 깨끗한 피부에 향기가 베어있는 물이 또르르 구르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완미(完美:완전한 아름다움).
햇빛으로 반짝이는 금발과 꼭 다물어진 입술은 성(聖)스럽게도 보였고 성(性)스럽게도 보인다.
천진난만하고 요염하고..뭐라 말할 수 없을정도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에 이성이 마비되어버린 구미호는 자기자신에게 약속한 '오늘만큼은 남편을 가만히 내버려 두자'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저, 이 아름다운 것을 자신의 품에 안고 싶은 그리고 그것의 씨앗을 얼른 자신의 뱃속에 집어넣고 충실감에 몸부림치고 싶은 암컷의 본능만이 꿈틀거린다.
대요괴의 자존심도 오랫동안 살아온 연륜도 그것에서 비롯된 이성도 모두 다 벗어던진 한마리의 암컷은 자기 스스로에게 맹세한 것을 날려버리고서 입안에 고인 군침을 삼키며, 욱씬거리는 하부를 움켜잡으며, 불끈거리는 암컷의 욕망을 조금씩 내뱉으며 한걸음씩 남편에게 다가가다가..
와락-!
누군가가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꼬옥 껴안고서 그들의 보금자리인 침대로 데려갔다.
그리고 영령을 침대에 살며시 눕히고서 그녀는 자신이 입던 옷을 찢어버릴듯 거칠게 벗고 조용히 침대로 올라가 짐승처럼 기어가 무방비한 수컷의 몸위로 덮치듯...아니 덮쳐버렸다.
"네가, 네가 잘못한거야. 이렇게, 이렇게 예쁘면, 어떤 암컷이라도...미쳐버리게 된다구? 후후후후, 후후후훗♥"
흐트러진 수컷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 영령은 그저 편안하게 잠에 빠져들 뿐이다.
============================ 작품 후기 ============================
...왠지 글을 쓰면 쓸수록 글체가 노티가 난달까? 옛날 소설같은 투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그리고 다음편은 본격 구미호의 수간(睡姦)씬 입니다.
...아니, 아니,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수간 말고요. 잠들 수자를 쓴 겁니다.
어험험, 그쪽으로 가면 이거 짤려요.
※드래곤볼 수퍼 재밌네요. 왠지 드래곤볼 패러디가 땡기기는 하지만 문어발은 안된다는 말을 듣고 포기합니다. 게다가 패러디 노블은 안되니까요.
리그자리오/감사합니다. 쿠폰은 저의 사리사욕을 위해 쓰겠습니다.
누굴지?/딱히 주인공이 약해진건 아닌데..구미호가 강한겁니다. 역전은..하죠.
소셜구경/절단이요? 연중말하시는 겁니까?
kodks/잘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Harken/컴퓨터로 본겁니다. 모바일은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MrTJoker/컨디션이 좋으면 자주 올리겠죠. 종이 내구라서..
le/그렇죠.
linetd/맛있게 능욕하고 싶군요.
전여신/능력은 잃은 건 아니고 요괴나오는 건 제 꼬인 심보때문이라서..기존의 무협은 오로지 인간만의 인간이 짱짱이라는 거라서 왠지 기분 나빠서요. 인간보다 강한 존재가 인간을 농락하고 절망을 주는 것이 좋을 거 같아 넣었습니다.
아스예/그 말에 힘을 내고 한 편올립니다.
샴포만두/....정말요? 하드하게 쓸건데요? 촛물을 떨어뜨린다거나 귀갑묶기라던가 소변을 뿌린다거나....멘탈 나가실듯한데요.
마현우/그렇군요..하지만 다시 역...흠흠. 스포일러는 그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