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86)

00017  2장- 장강  =========================================================================

그날 저녁, 날랜부하 몇명을 보내어 혈리채로 의심되는 곳을 염탐한 결과 영령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팽철기는 부하 2명을 남겨둔체 당장쳐들어가버렸다.

팽진수는 좀 더 신중히 해야한다고 조언을 하였지만 팽철기는 몇가지 이유를 들어 지금, 바로 해야한다고 반박하고 대원들도 그런 팽철기의 말에 동의를 하였기에 바로 행동한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염탐한 대원들의 말에 의하면 수채에 있던 수적들은 전부 술에 거나하게 취해 남자들을 끼고 놀아대었고 경계를 보는 보초들도 거의 놀자판이었기에 이만큼 절호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

"옙, 도련님."

동굴속에서 팽철기가 챙겨준 나뭇잎침대(그냥 나뭇잎을 모은것이지만 생각외로 푹신하였다.)에 앉아있던 나는 아까전부터 자신을 힐끔거리는 무사에게 말을 걸었다.

다른 한명은 땔감을 챙기기 위해 밖으로 나갔기에 지금은 이 무사 한명만이 영령을 지키고 있었는데, 경계를 서는 척하면서 알게모르게 훔쳐보는 무사의 시선을 무공을 익힌 나에게 상당히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도련님이란 건...."

"소가주님의 의동생이시라면 당연히 도련님이라고 불러드려야합죠. 네."

"그렇군요. 저기....궁금한게 있는대요..."

"무엇이든 물어봐주십쇼."

그녀를 통해 철기누나의 가족에 관해서(어머니와 몇몇 이모님, 그리고 불구가 된 여동생이 있다고한다.)라던가, 그녀들의 가풍(무림세가출신치고는 특이하게 군문에 투신한 고수들이 많았다.)던가, 누나의 과거에 대해서라던가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뭐, 그녀가 팽가의 무사라서 그런지 상당히 팽가에 대해 미화하고 누나를 띄워주는 등의 주관적인 평가가 많이 섞이긴 했지만 대략적인 것을 뽑아낼 수는 있었다.

그 동안 당가에서 늘은 것은 아랫도리 휘두르는거나 정력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지..

당가를 생각하자 내 딸, 당설천의 웃는 얼굴이 생각나 가슴이 잠깐 따끔거렸으나 그것을 무시하였다.

분명 나는 딸과 아내...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 기회를 걷어찬 것은 그녀들이니까....

여하튼 팽가는 군문에 들어간 무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상당히 여성우월적이고 남성을 깔아뭉갠다...라고 한다. 

내가 당가에서 당한것과 비등...할 정도로 말이다. 예를들자면, 딸의 남편으로 들어온 남자는 가장중요한 생식능력이 뛰어난지 확인하기위해 어머니가 직접 사위와 관계를 맺고 합격하면 사위로, 그렇지 않으면 내쫓기거나 어머니의 소유가 되어버린다고한다.

웃긴것은 그 딸이라는 사람들은 그런것을 당연히 여긴다고하는데, 그 이유는 어머니가 자신보다 상급자라는 생각도 있고, 늙은 여자하나도 만족 못시키는 허약한 남자의 씨따위로 팽가의 자손을 태어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상당히...여성상위적인 사상이 바탕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짓은 팽가에서 태어난 남자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인데, 어릴 때부터 여자에게 복종하는 것과 밤기술을 배우다가 첫 토정이후, 3명의 여자들과 관계해서 전부 만족시키지 못하면 다른 가문에 팔아버리듯 장가를 보내거나 손님들 밤시중용으로 쓰다가 늙으면 버려버리고 통과한 남자들은 가문의 직계들의 남자가 된다고한다.

이 짓을 계속하였기 때문에 팽가의 여자들은 선천적으로 거대한 체격과 신력을 가지게 되었다면서 자랑스럽게 말을 하는 무인의 얼굴을 보니, 힘만 있으면 한 대 강하게 명치를 쳐버리고 싶었다.

"그, 그렇군요. 그럼 저는...."

"당연히 가주님이 직접시험하시겠죠. 네."

".....저, 만약에 통과하지 못하면..."

"그 땐 뭐...흐흐흐, 꿀꺽."

음충스럽게 웃으면서 침을 삼키고 손등으로 입을 닦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나는 뱃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호구인줄 알았더니 내가 호구(虎口)에 들어가는거구나!'

그녀와의 대화 이후, 다가올 미래에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잠들어버렸고,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동굴이 아닌 왠 낯선 침대였다.

왠지 투박하면서도 깔끔한 방의 바깥에서는 여자들의 기합소리가 들려왔고 가끔 발걸음 소리가 들렸는데, 지금 내 상황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몰랐기에 얌전히 기다리고 있자 방문이 열리면서 나의 의누나, 팽철기가 입가에 미소를 달면서 들어왔다.

"아, 깼구나! 잘 됐네, 마침 식사를 가져왔는데."

누나는 웃으면서 가져온 죽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난 그것을 받으면서 여기가 어딘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누나는 일단 죽을 먹으라고 하면서 대답해주었다.

혈리채를 토벌한 이 후, 세가에 보고를 할 겸, 지금 관아에 들어왔다고한다.

무림에서도 이름이 높고 관에서도 잘 먹히는 팽가의 소가주였기에, 게다가 혈리채의 수적들을 토벌했다는 실적까지 들고왔기에 이곳의 현령은 누나와 적호채에 할 수있는한 모든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한다.

"여기서 요양을 하고나면 마차를 구해서 천천히 돌아가기로 했어. 그러니까 넌 마음편하게 몸을 되돌릴것에 전념해."

"저..누나, 궁금하게 있는데."

"응?"

죽을 먹다말고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전날 무인이 내게 해주었던 그것말이다.

그것을 듣던 철기누나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다가 배를 잡고 웃었다.

"꺄하하하하하하핫. 그....후하하하하하하."

.....그 웃음하나로 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속았구나!

누나는 이제 거의 반쯤 죽으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면서 그 무인이 한 말은 거짓말이라고, 놀리려고 한 말이라하였다.

"뭐, 그 중에 사실인 것도 있어, 직계혈손은 가문의 우수한 남자와 맺는 것은 맞아, 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거짓말이라고? 세상에, 그런 짓거리를 하는 집안이 어디있겠어~ 하하하하~"

"그랬구나..."

"그러니까 일단 푹 쉬어..응?"

"응!"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누나의 감촉을 느끼며 죽을 다 먹은 나는 침대에 누워서 몸을 회복하는데 전념하였다.

'그렇겠지. 아무리 그래도 정파라는 곳에서 그렇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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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네년이냐?"

"무, 무슨..."

짝.

"네년이 감히 세가의 비밀을 술술 불어버린 년이냐고 내 묻지 않느냐?"

영령의 방에서 웃으며 나온 팽철기는 방문을 닫자마자 표정을 싹 바꿔서 적호대들이 쉬는 곳에 가, 어제 영령을 호위하던 무사 중 한명을 보자마자 뺨을 갈겼다.

그 무사는 대답도 하지않고 그저 멍청한 표정으로 소가주인, 팽철기를 바라보다가 그만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아악!"

"아악? 비명지를 주둥이는 있고 내 말에 대답할 입은 없느냐? 빨리 말하지 못 해!"

"무슨 말씀이신지 모...으윽."

"그럼 알 때까지 맞거라."

퍽퍽퍽.

팽철기가 대원을 폭행하자 어떤 대원이 그것을 대주에게 알렸고 대주는 그 모습을 보고서 놀라, 팽철기를 말리면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거친 숨을 쉬던 팽철기가 싸늘한 어조로 대원을 폭행한 이유를 말하자 대주인 팽진수는 바로 고개를 숙이면서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하였다.

"...내가 대주의 얼굴을 봐서 이정도로만 하는겁니다."

"예, 감사드립니다. 소가주님."

"그럼 대주를 믿겠습니다."

"하! 감사합니다."

팽철기가 나가자마자 팽진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모여든 대원들에게 창과 문을 전부 닫으라고 눈짓하였고 하나하나 그것들이 닫힐때마다 팽철기에게 두들겨맞은 대원은 몸을 부르르 떨어대었다.

"이 미친년이 세가의 비밀을 외갓남자에게 주걸거려? 요즘 내가 풀어주니까 빠져가지고는...."

평소와는 다르게 싸늘한 말을 뱉은 팽진수의 말에 다른 대원들은 긴장하면서 뻣뻣하게 서있다가 진수의 명령에 쓰러진 대원을 구타하였다.

바깥에 소리도 나지 않게 그녀에게 이불까지 덮고 도망치는 것을 막기위해 사지를 구속하면서 말이다.

대원 한 명, 한 명이 때릴때마다 버둥거리던 그녀는 7명째에서 움직이는 것이 멈추어졌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녀는 적호대에서 볼 수 없었다. 

서류에는 임무중 사망이라는 글자만 쓰여진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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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아니 촌장님. 주인님께서는 언제 오실까요?"

"주인님의 마음대로겠지, 그리고 난 주인님의 마음은 모르겠고 말이다."

"그나저나, 주인님은 참 대단하세요. 어떻게 이런 거처까지 만드셨는지..."

"그러니까 주인님이신거지.. 자, 자 어서 잡초나 뽑으라고 앞으로는 이게 우리 밥줄이니까 말야."

""""""예, 두목.""""""

"이년들이! 두목이 아니라 촌장님."

"옙!"

본래 혈리채의 수적들은 혈리채가 아닌 좀 멀리 떨어진 깊숙한 숲속의 작은 마을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다.

분명 팽가의 무인들에 토벌되어 죽었어야할 수적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그녀들의 주인인 영령의 안배덕분이었다.

2개월 전, 팽가의 출전을 안 영령은 자신의 충실한 심복들인 수적들에게 명령하여 주변 조무래기 수적들 중 그녀들과 비슷해보이는 년들을 납치하게 하였고, 영령은 그녀들의 엉덩이를 꿰뚫으면서 복종시켜 혈리채의 수적으로 삼은 후에 혈리채에 머무르게 하였다.

일부의 재산을 남겨두면서 그곳에서 수적질을 계속하라고 명령한 뒤, 본래 혈리채의 수적들을 끌고서 그동안 납치해온 남자들과 재산을 가지고 미리 준비해둔 깊은 숲속 마을에 집어놓았다.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마을에서 평범한 농민이 되라는 명령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영령자신은 팽가의 인원들이 올 기간을 계산하며 마을에서 이제는 농민이 된 수적들과 같이 지내다가 단식을 하고 혈리채까지 걸어갔다.

혈리채를 살펴보면서 자신이 명령한대로 살고있는지 확인(생각보다 더 잘되었다. 남자납치를하면서 매일매일 술판을 벌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음흉하게 웃었다.)한 후, 그 주위를 어정거리던 그는 팽가의 눈에 띄여 '수적들에게 납치되었다가 도망친 남자'로써 혈리채의 악행을 알린다.

그리고 부모도 죽고 여자들에게 강간당해 불쌍한 남자로써 하인으로 받아들여라간청하면서 팽가에 들어간 후, 몸을 팔면서 무인들 한명한명 정복할 작정이었다.

...철기라는 변수 때문에 더 쉽게 이뤄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제 평범한 농민이 된 수적들은 영령이 미리 준비해둔 마을안에서 그동안 납치해온 남자들로 성욕을 풀면서 영령이 명령한 작물을 재배하고 팔며 자금을 모을것이다.

아주 작고 사람들이 오기 힘든 마을이라서 자급자족하는데만 힘써야할 것 같지만 영령이 뿌려놓은 작물을 제대로 키운다면 그 누구보다 부유하게 살 수 있다.

그녀들이 지금 재배하고 있는 작물은 바로....앵속 즉, 아편의 원료가 되는 마약작물이니까!

라고 하더라도 여태까지 한번도 이것을 키워본적이 없는 수적들이 이런것을 어떻게 키우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작물은 훨씬 오래전부터 키워왔다.

영령이 어떻게 혈리채의 돈을 불렸겠는가? 바로 이 앵속에서 나온 아편을 팔아서 벌었기 때문이다.

자금줄을 잡은 그는 바로 앵속의 씨앗을 구하고, 수적질로 잡아들인 여자들에게 그것을 키우게 하였고 말이다.

관리? 그거야 엉덩이를 하물로 꿰뚫으면 간단했고 말이다.

당가에서도 이것을 설사나 복통약으로 키웠기에 키우는 방법은 잘알았던 영령이 중간중간 확인하면서 늘린 이 앵속밭은 이제 이진과 그 똘마니들의 소중한 밥줄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이것을 키워온 여자들에게 물어보면서 앵속을 돌보는 그녀들의 얼굴은 수적질을 했을 때와는 다르게 해맑은 미소가 걸려 마치 진짜 농민과도 같은 순박함이 얼굴에 박혀져 있었다.

비록 그들이 키우는 것은 사람들을 배불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뇌를 썩게하고 패인으로 만드는 마약작물이지만 멀리서 보기에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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