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6 2장- 장강 =========================================================================
하북팽가.
황도 북경과 가까운 곳에 본거지가 있으며 남궁이나 당문, 제갈세가와도 이름을 견주는 무림명문세가이다.
타고난 역사(力士)인 그녀들이 쓰는 도법은 힘과 패기가 넘치기에 비단 무림 뿐만아니라 군문(軍門)에서도 꽤나 유명한데, 덕분에 군 고위관직 중에 팽가의 인물이 있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리라.
그런 팽가에서 꽤 많은 수의 무인들이 나왔다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일이라고 판단되었기에 사파들은 혹시라도 모를 사파토벌에 잡힐까봐 평소에 부리는 패악질을 줄이면서 은인자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뭐, 정보를 사들일만큼의 재력이 있는 사파들에게서는 그닥 긴장 할 일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하죠."
"예, 소가주님."
얼굴의 반이 화상으로 뒤덮인 여자의 말에 그보다 나이가 많아보이는 중년여인은 고개를 숙이며 복창한 후, 부하들에게 야영준비를 명령하였다.
이런 일이 꽤나 익숙한지 빠른속도로 땔감을 모으고 불을 피우고, 사냥을 하면서 식사준비를 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화상입은 여자는 앞으로 어떻게 수적들을 처리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누군가 피어올리고 키운 모닥불을 뚫어져라쳐다보면서 따끔거리는 얼굴의 반쪽을 쓰다듬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런 여자의 뒤로 아까 소가주의 말을 받든 중년의 여자가 소리없이 나타났는데, 소가주라는 여자는 그녀가 있었음을 알았는지 긴장하지도 않은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네, 대주님.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전혀 고맙지않다는 어투로 고맙다는 말을하는 소가주의 감사에 살짝 한숨을 쉰 중년여자, 적호대(赤虎袋)의 대주 팽진수는 소가주에게 근심스런 한마디를 하였다.
"너무 신경쓰시면 환부에 그리 좋지 않습니다. 조금 어깨에 힘을 푸십시요. 벌써부터 그렇게 날이 서 계시면 정작 전투중에는..."
"알고는 있습니다. 알고는...하지만 불만보면 화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조용히, 그러나 진득히 살기가 섞은 소가주의 말에 대주는 어렸을적부터 보아온 소가주의 변한모습에 씁쓸해하면서 편히쉬라고 말을 한 후, 부하들의 미숙한 점을 지적하였다.
"...."
그런 팽진수의 등을 보던 소가주는 왠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나 생각한 다음, 나중에 사과하기로 하였다.
비록 적호대의 대주라지만 방계출신의 나이많은 여자에게 소가주가 사과할 필요까지 없을테지만 팽진수는 그저그런 방계출신의 무인이 아닌 소가주 자신이 언니처럼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무릎까지 꿇을수도 있을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다.
어릴 적, 엄한 어머니의 수련과 질책으로 마음이 상해 세가의 한 구석에서 삐죽대면서 울 때면 항상 자신을 찾아내면서 달래주면서 용기를 붇돋아주는 유일한 사람이자, 자신은 평생모를법한 바깥세상의 일을 알려주고, 무림행을 빙자한 가출에도 도움을 준 언니같은 사람이 저런 상처받은 얼굴을 한 것은 처음이라 왠지 모를 짜증에 머리를 벅벅긁던 소가주는 바닥에 요도 깔지 않고 그냥 누워버렸다.
차가운 땅의 한기를 등으로 느끼면서 점점 보이기 시작한 달을 바라보는 소가주는 저도모르게 손을 뻗어 그 달을 움켜쥐듯이 잡으려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포기하고 손을 내렸다.
그렇게 땅에 누워 달을 보던 소가주는 식사를 직접가져오는 팽진수의 잔소리를 듣기 전까지 멍하니 달을 보았다.
무언가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것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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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선배."
"...왜에?"
"소가주님, 왜 저러신대요?"
야숙장소 주변에서 불침번을 보던 적호대원 2명중 평소 소문에 민감한 신입은 겁대가리도 없이 하늘같은 선배님의 졸음을 쫓으면서 정말 말하기 껄끄러우면서도 민감한 소재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냈다.
'소가주'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든 선배는 요 앙큼한 후배님의 이마에 딱밤(이라고는 했지만 워낙 힘 좋은 여자라 그러지 딱밤으로 골을 깨부술 기세였다.)을 날려준 뒤 혹시라도 누가 깨어있는지 확인한 후에, 다른 곳을 쳐다보는 척하면서 입을 뻥끗거렸다.
전음이었다.
[이 멍청한 것아! 안 그래도 요즘 그것때문에 민감한데...너 죽고싶냐?]
[아, 아뇨. 그게 아니라요...원래 항상 웃으시던 소가주님이 저렇게 변하시니까 적응이 안되서...]
선배라는 여자는 그런 후배를 잠깐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고서 후배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기로 했다.
자신이 가만히 있는다고해서 포기할 것도 아니고 괜히 다른대원들에게 물었다가 혼날수도 있었기에 잠도 깰 겸, 그녀가 궁금했던것을 설명하였다.
[소가주님이 무림행을 떠나신것은 알지? 그곳에서...]
소가주는 관례인 무림행(일정경지에 오른 무인들이 세상에 나가서 경험을 쌓는것, 보통 젊은 무인이 이것을 하며, 자신의 사부나 사숙등, 연배가 높은 사람과 같이한다.)을 떠날 때 혼자 몰래, 가출하듯이 떠나셨는데, 가주님께서 고생좀 해보라는 의미로 뒤를 쫓으려는 무인들을 막았다.
약속된 3년이 넘도록 오지 않은 소가주에게 실망한 가주는 자신의 둘째 딸에게 소가주의 직위를 내렸고 그로부터 반년 후, 본래 소가주가 세가로 복귀하게 되었다.
얼굴의 반이 화상으로 흉하게 바뀐체 무뚝뚝한 얼굴로 가주를 노려보면서 소가주의 자리를 되돌려 달라고 하였고, 그런 딸의 모습에 만족한 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현 소가주인 둘째 딸과 첫째 딸의 비무를 허락하였다.
둘째 딸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않기위해, 갖은 암투를 써서까지 이기려고 했었지만 오히려 반격당하여 평소 바보취급했던 첫째 딸에게 죽어버렸다.
그런일이 벌어지자 가주는 들끓는 세가의 여론을 잠재우기위해 한가지 일을 시켰고 그것이 바로 지금가는 수적사냥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것도 많지 않잖아요? 산적도 있고, 조무래기 사파도 있고...]
[소가주께서 직접 선택하신것이라고 하셨다.]
그 말까지 들은 후배는 더욱 자세히 듣고 싶어했지만(수적을 고른 이유같은 것) 선배는 더 이상 아는 것도 없었고, 교대시간이었기에 모른다라는 전음 한마디만 보낸체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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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가의 인맥(군문의 높은 직위를 가진 어른께 부탁을 넣었다.)과 금맥을 동원하여 혈리채라는 수채의 위치를 파악한 소가주와 적호대원들은 정확한 수채의 위치를 알기 위해 인원들을 나눠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 명의 소년을 발견하였다.
기름기가 져서 떡진 머리카락에 흙과 먼지로 더럽혀진 얼굴, 거의 벗다시피한 옷쪼가리로 국부만 대충 가린 소년이었는데, 마치 나무막대기같은 팔과 다리를 보고있노라면 그 누구라도 눈살을 찌푸릴만큼 불쌍하고 가련한 모습이었다.
"놔, 놔주세요.."
"어이, 우린 나쁜 사람들이 아냐. 그저 저기에 있는 수채에 관해 몇가지...커헉"
그런 소년의 손목을 강하게 잡은 적호대원은 거의 윽박지르다시피 말을하다가 그만 다른 대원에게 옆구리를 얻어맞고 옆으로 굴러버렸다.
옆구리를 갈겨버린 대원은 눈앞에 불쌍해보이는 소년에게 되도록 부드러운 어조로 자신들은 정파의 협객이며, 수적들을 멸하기위해 왔다고 조곤조곤 말을하자 볼이 홀쭉하게 들어간 소년은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작은 손은 상채기 때분에 피딱지투성이였으며 손톱은 흙이 끼거나 부러져있어 안그래도 불쌍해보이던 소년의 인상을 더욱 불쌍하게 보였다.
그런 소년을 달래주던 대원은 어느새 소년이 기절한 버린것을 알고 다른 대원과 눈을 마주친후, 기절한 소년을 데리고 대주와 소가주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본래 지형정찰을 하는 것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불쌍한 민초를 돕는 것또한 대하북팽가의 무사로써 지켜야할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임무수행을 포기하는 것으로 질책이야 받겠지만 마음만 당당하다면 상관없다.(하지만 대주님의 벌칙은 무섭다. 소가주님의 독설은 더욱 무서웠고 말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소년을 데리고간 둘은 질책을 받기는 커녕 칭찬까지 듣게되었고 소가주님께 복귀하면 상을 준다는 말까지 들었다.
정말 우연히도 자신들이 데려온 그 소년은 혈리채에 납치되었던 소년이었으며, 소가주님의 하나뿐인 의동생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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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나? 철기 누나맞지?"
"너...설마, 령 동생? 령이구나? 살아있었어."
"으우..아...아아아아~~앙~~"
기절한 소년, 영령은 임시본거지로 삼은 동굴에 가기전에 의식을 회복하였고, 도착한 대원들은 조장에게 보고하며 기다리다가 소년을 보고 싶다는 소가주님과 대주님의 말에 긴장하면서 소년을 데리고 간 둘은 뒤에서는 조장이 앞에서는 대주가 보고 있다는 것도 잊고서 입을 벌리면서 놀라워했다.
...뭐, 그 둘도 똑같은 반응이었으니 별 상관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더러운 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년을 껴않은 소가주, 팽철기는 화상을 입기 전과 같이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의동생인 영령을 바라보다가 비쩍마르고 여기저기 상처입은 것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거의 1년정도만에 이렇게 몸이 비쩍마른 것을 보면 얼마나 고생했을지 상상이 갔기 때문이다.
서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팽진수는 조장에게 눈치를 주어 대원 2명과 같이 밖으로 나가게 했고, 헛기침을 하면서 둘의 의식을 모았다.
"험험. 죄송합니다만 공자, 저희 아가씨와는 무슨 사이이신지...혹...."
"그게..."
"언니, 령이는...."
집으로 복귀한 이후로 한번도 쓰지 않던 언니라는 호칭까지쓰면서 말하는 소가주의 말을 정리하자면 혈리채에 습격당하기전 의남매를 맺은 남자아이일 뿐이고 일체 연애감정은 없다하였다.
'글쎄요.. 아가씨께서 그런 반응을 보이시는 것이 정말 누나로써 동생에게 가지는 감정일지 이 년은 걱정이군요..'
오랜만에 상봉한 남매들은 서로 자신들이 겪었던 1년을 설명하였고 그 중에서 영령에게서 나온말은 상당히 중요한 정보가 되었다.
수채의 정확한 위치나 함정들의 위치, 수적들의 구성원들과 수적질을 하는 주기등은 아무리 돈을 주고 인맥을 동원하더라도 얻기 힘든 것이었다.
팽철기와 팽진수는 영령의 말을 받아주며(예전의 팽철기라면 철썩같이 믿었겠지만 그동안 고생하느라 철이 들었는지 겉으로는 믿는 척하면서 전음으로 몰래 오늘저녁 대원들로 확인해보라는 것을 팽진수에게 명령했다.) 고생했다고 격려를 해준 뒤, 가져온 식량을 먹이고 편히 쉬게 하였다.
[아가씨, 저 소년....아니 도련님은 어찌하실 계획이신지...]
소년이라고 말했다가 철기의 눈초리에 정정했다.
[...세가로 데려갈 것이다.]
[하지만 말들이 많을...]
[그래서 그런데, 언니, 혹시 양자로 맞이할 생각없어?]
팽진수는 철기의 그 말에 발이 삐끗하여 쓰러지려던 것을 멈추고 자신도모르게 전음으로 소리쳤다.
[전 아직 결혼도 않했습니다!!!!!!]
[남자는 있고?]
[당연히!....없습니다만...그래도, 멀쩡한 처녀인데...]
[처녀는 무슨...30넘어서 홀몸이면 처녀가 아니라 노처녀지.]
진수는 동생같이 생각하던 철기의 날카로운 말에 심장이 뜨끔하는 것을 느끼면서 배신받은 듯한 눈초리로 철기를 바라보자 철기는 움찔하면서 변명하듯 말을 덧붙였다.
방금전만 하더라도 고압적인 태도로 말을하던 철기는 이제는 동생처럼 살짝 애교까지 섞어서 그녀를 필사적으로 설득했다.
[아니, 그게말야, 내가 무림행을 하면서 안 건데, 요즘은 아이하나 있는 여자가 남자에게 인기라고 하더라고 가정적인 여자의 따뜻한 모습에 가슴이 뭉클한다나? 아무렴내가 언니 혼삿길망치려고 이런말을 하겠어~ 당연히 언니를 걱정해서 이런 말을....]
영령이 오기전까지만 하더라도 쏘아지기전의 활처럼 긴장으로 팽팽하였던 철기의 정신이 약간 풀어진것을 보고서는 적호대주 팽진수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철기에게 대답한 뒤, 아까 생각했던 것을 마저 생각했다.
지금은 분명 아가씨가 저 소년, 영령이라는 자를 남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어디 그게 끝까지 가겠는가?
고래로부터 남녀사이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연애쪽으로 바뀐다는것을 체감한 그녀로써(살면서 누나가 당신되고 당신이 엄마되는 경우를 수두룩하게 보아왔다.) 저 영령이라는 소년의 성품이 착하고 재능도 뛰어나기를 빌었다.
스스로도 모르시지만 무척이나 아가씨를 사랑하신다는 것(반대로 둘째 아가씨는 무척 싫어하신다. 이유는 돌아가신 철기 아가씨의 아버지 대신 새로 들인 첩, 둘째 아가씨의 아버지가 다른 여자랑 바람나서 도망쳤고, 그런 남자와 외모, 성격이 똑같았기 때문이다.)과 그 때문에 상당히 엄하게 대하신다는 점, 그리고 그 엄한기준을 영령이라는 소년이 들 수 있을지가 왠지모르게 걱정인 진수는 오늘도 한숨을 쉰다.
'왠지 요즘따라 한 숨을 쉬는 일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 같군. 한숨을 쉬면 주름이 늘어난다는데, 이러다 정말 아가씨말대로 노처녀로 늙어죽을지도 모르겠군. 아아~ 내 신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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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군가 나에게 쟈오릭을.....
털썩.
(대답이 없다. 시체인듯하다.)
갈 땐 가더라도 코멘트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