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 (1). 하진의 시점.
마치 물 밑을 유영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왜 이렇게 몸이 무거운 걸까.... 술 마시는 것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아무리 많이 마셔도 필름이 끊어져본 적은 없는데. 왜 지금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이다지도 힘들지? 게다가 배 아래 쪽은 또 왜 이렇게 아픈 걸까....
'아아... 시끄러워.....'
골이 울린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숙취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여지껏 숙취로 이렇게 두통을 느껴본 적은 없으니. 그럼 대체 이 두통은 무엇 때문일까.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으니 지금은 그냥 조용히 누워 잠이나 자고 싶다. 쉬고 싶다. 그런데 주변은 왜 이렇게 시끄럽단 말인가? 여기가 무슨 클럽이라도 되는 건가?
'아... 그러고보니... 술자리였지.'
워크샵의 뒤풀이에서 거나하게 술판이 벌어졌던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래.... 기획부 2팀 선배들이 신고식이랍시고 잔뜩 몰아주는 벌주들을 군소리 못하고 다 받아마시기는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아직 끄덕 없었을텐데....
'눈... 부셔....'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눈을 뜨면 골이 깨져버릴 것만 같은 끔찍한 두통이 뇌와 시신경을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두통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전에, 아랫배 쪽에서 더욱 이상한 느낌의 이질적인 통증이 치밀어 올라왔다. 대체 이건 또 뭘까?
"이야아아~ 조 부장님! 나이스 샷!"
환호성 소리와 더불어 들려오는 거창한 박수소리들. 정말 무슨 축제라도 열렸나보다. 시끌시끌하고 웅성거리는 주변의 소음들 덕분에 잠을 잘 수가 없다. 하진은 몽롱한 무의식의 세계에 빠진 와중에서도 모두 입을 닫게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조 부장님, 우리 귀염둥이 막내년 보지 맛은 어떠십니까요? 소감 한말씀 말해주시죠."
"크, 크크... 아주 쫀득쫀득하고.. 찰진 것이, 기가 막히는구만. 내가 빨리 처리하고 양보해줄테니 자네들도 한번씩 맛들 보지 그래."
"하하하, 말씀만 그렇게 하지 마시고 얼른얼른 해주십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무려 열 셋입니다, 열 셋."
"아~ 씨발 못 참겠다! 내 차례 오려면 한참 남았는데 그동안 막내년 알몸 보면서 딸딸이라도 쳐야지 원!"
온갖 음탕한 언어가 오고 가는 난잡한 분위기 속에서 하진은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다. 유일하게 느껴지는 감각이라면 아랫배에 굵직한 무언가가 침투해 들어왔다는 것과, 그리고 그것 때문에 지금 많이 아프다는 것.
그 뿐이었다.
- 찔꺽찔꺽찔꺽찔꺽.....
굉장히 추잡한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 안으로 무언가가 자꾸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며, 아주 역겨운 감각을 전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역겨운 감각으로부터 피어오르는 괴이한 열기가 몸을 좀먹듯이 잠식해가고 있었다. 저항하고 싶었지만 저항할 기력이 없었다. 말 한마디 내뱉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오오우... 역시... 춤 추고 다닌 년 답게 골반에서 나오는 보지 조임이 환상이구마안.... 이거 금방 쌀 것 같은걸...."
"첫 개시는 매너있게 라는 말도 모르십니까 부장님! 저희 생각해서 얼른얼른 해결해주시죠. 하하하."
"크읍... 안 그래도.... 이제 곧....."
- 뻐억뻐억뻐억뻐억!!!!
몸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물건의 움직임이 갈수록 거칠어지며 빨라지고 있었다. 춤추기를 즐겼던 자신이 음악의 리듬에 따라 점점 템포를 올리듯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그 물건의 움직임이 절정에 다다른 빠르기로 몸 안을 몇 번 왕복하더니, 그대로 아랫배 안 쪽에 뭔가 뜨거운 것을 왈칵하고 쏟아냈다.
"끄으읍...."
하진은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자신의 아랫배에서 뭔가를 계속 움직이고 있을 그 누군가는 숨이 넘어가는 듯한 신음성을 한차례 탁 내뱉더니, 잠시 동안 부들부들 경련했다.
"부장님, 설마 안에다가 하신 겁니까?"
"와, 와우... 이거... 대박인데. 이래도 되나?"
"에잇, 씨팔. 어차피 여기있는 사람들 좆물 한번씩 다 들어갈텐데 무슨 상관이야. 다음은 내 차례야!"
방금 전의 누군가가 자신의 몸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자마자, 또 다른 느낌의 누군가가 자신의 몸에 손을 얹어온다. 이 사람은 또 누굴까. 비록 하진은 거의 꿈과 같은 혼수상태에 깊이 빠진 상태였지만, 꿈 속에서조차 그것이 자기 팀 서열 2위 박 차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아.. 아파...'
방금 전 물건이 빠져나간 아랫배 안쪽에 다시 비슷한 것이 뚫고 들어온다. 방금 전과 다르지만 한편으론 비슷한 느낌. 그러나 아프다. 여전히 아프다. 이상하게도 열기는 자신의 아픔에 비례해 덩달아 커지는 듯, 이제는 몸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기분마저 든다.
"박 차장님! 어떻습니까?"
"으훅... 조 부장님이 안에 한바탕 싸놓으셔서... 엄청 미끌미끌한데?"
"헛헛. 미안하게 됐네."
아까보다 한층 미끄럽게 그 물건은 자신의 아래쪽을 헤집어 놓는다. 하진은 이제 그만 일어나고 싶었다. 뭐가 되었든 간에, 이제는 주변을 조용하게 만들고 마음 편히 자고 싶었다.
"아~ 박 차장님! 이렇게 해서 언제 열네명이 다 돌려먹습니까! 이거 날 꼬박 새겠습니다!"
"그럼 어쩌자고?"
"이러다가 누구한테 들키면 좋을거 없습니다! 구멍이 보지에만 뚫린 것도 아닌데 구멍 하나 더 쓰시지 말입니다!"
"뭐어~?"
아주 잠시동안, 주변을 시끄럽게 만들던 그 짐승소리같은 목소리들이 조금 잠잠해졌다. 이제 조용해지나보다. 하진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직후 방금 전보다 오히려 더욱 시끄러운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최 대리 이 친구 이거, 이제보니 완전 변태 아니야?"
"아, 왜 그러십니까~ 솔직히 다들 속으로 그 생각 안했습니까?"
"크크.. 하, 하긴 보지구멍으로만 즐기란 법은 없지."
"에잇 썅! 다들 비켜! 그럼 하진이 첫 후장은 순서대로 내가 딴다!"
"하하하, 김 차장님 많이 급하셨나봅니다. 그럼 김 차장님 다음은 난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맘에 드는 구멍에들 넣읍시다!"
시끄럽다. 너무 시끄럽다. 이제는 일어나야겠다. 일어나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좀 봐야겠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하진은 자신이 굳이 일어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통이.... 엄청난 고통이 몸 안 어디에선가 엄습해온다. 살아생전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끔찍한 통증이다. 방금 전까지 물건이 드나들던 아랫배 쪽에서 느껴지는 통증 또한 아니었다. 엉덩이 한가운데에서 마치 불에 덴 듯 치밀어올라오는 이 혐오스런 감각..... 무언가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아아아악!! 아파! 아파! 너무 아파아!!'
하진은 속으로 그렇게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하지만 목소리가 목구멍을 뚫고 새어나오지 않았다. 이 망할 놈의 혼수상태인지 꿈인지에서 얼른 깨어나고 싶었다. 왜 이렇게 깨어나지지 않는 걸까. 가위라도 눌리고 있는 걸까. 제발 좀 일어나란 말이다, 이 몸뚱아.
그녀는 온몸의 기력을 짜내 목소리를 내어보려고 금붕어처럼 간신히, 입을 조금 벌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하진은 자신이 입을 벌렸다는 생각마저도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강제로 자신의 입을 벌리고, 그 사이로 딱딱한 무언가를 냅다 밀어넣었기 때문에.
'엄마... 엄마... 나 아파....'
하진은 보지와 항문, 그리고 입에 각각 자지가 하나씩 박힌 채, 자신이 세 구멍을 농락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끝내 자각하지 못하고 그렇게 깊은 심연에서 한없이 버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