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 광란의 312호. (44/50)

# 38. 광란의 312호.

하나, 둘, 셋, 넷..... 열, 열하나, 열둘, 열셋, 열넷. 나는 아주 세심하게, 312호에 모인 남성들의 머릿수를 모니터 위로 천천히 세었다. 정확히 열네명의 남성들. 이 중에서 조 부장과 타 부서 소속 두 명을 제외한 열 한명이 장하진과 같은 팀 소속의 직속 선배들인 셈이었다. 무려 14명의 남자들 앞에 놓여진 벌거벗은 여인이라...!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야릇한 상황이란 말인가,

그들의 모습은 모니터 위로 보고 있는 내가 웃음을 참기가 힘들 정도로 단순하고, 소심해보였다. 마치 학생들 많은 학급에서 누구도 선뜻 먼저 손을 들고 발표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10대 꼬마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달까? 이미 암묵적인 합의는 정해졌음에도 누구 하나 먼저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못하고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이 답답하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 빨리 일을 진행시키고 싶어할 사람은 바로 조 부장일 터였다. 입을 막기 위해서는 공범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조속한 진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더이상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주도했다가 나중에 혼자 덤터기를 쓰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조 부장을 대신해서 총대를 짊어진 과감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그 날밤의 영웅이라 칭송받아도 무리가 없을 장하진의 직속사수 최 대리였다. 

"에라, 씨발 모르겠다~! 뒷일 생각하지말고 일단 볼껀 보고 즐길껀 즐기자! 자자, 다들 봐봐! 우리팀 남자들 회식 때 다들 귀염둥이 막내년 한번 따먹고 싶다고 우리끼리 얘기했었잖아?"

최창규 대리는 서열로만 따지면 팀 내에서 장하진보다 여섯 계단은 위에 있는 대선배였지만, 업무 상에 있어서는 사수 - 부사수의 위치에 있는 직속관계였다. 그는 하진의 입사 이후로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업무 지도를 빙자해 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그동안 무던히 애를 써왔고, 기획부 2팀 사람들은 공공연히 그 사실을 묵인해왔다. 윤서희 팀장은 그런 최 대리에게 일찍이 한번 경고를 준 적이 있었으나, 그럼에도 최 대리는 꿋꿋히 하진의 마음을 얻기 위한 물밑공작을 그간 꾸준하게 펼쳐왔던 것이다. 

우선은 군대에 가 있다는 하진의 남친과 헤어지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리라 마음 먹고 차근차근 수작을 부려왔던 최 대리. 비정상적으로 몽롱해진 이성은 마치 이것이 자신의 정성에 감복한 하늘이 내린 선물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최음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뇌를 마비시키고 말초신경에서 끓어오르는 성욕만을 자극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가 어찌 판단할 수 있었으랴. 그 동안 하진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발가벗겨진 하진의 모습을 보니 어찌되었든 몸만 차지하면 그만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아! 다들 보고 싶어했던 우리 귀염둥이 막내년 보지 구경이나 한번씩들 하자고~!"

호기롭게 좌중을 향해 외치며 보란 듯이 하진의 늘씬하고 미끈한 다리를 하나씩 등 뒤에서 붙잡고는 좌우로 활짝 열어젖히는 최 대리. 최 대리의 손에 의해 하진의 보지가 선배들에게 삽시간에 쩌억 공개되어 버리자 2팀 남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제각각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점잔을 빼며 애써 딴청을 피우는 사람도 있었고, 노골적으로 콧김을 훅 뿜으며 당장이라도 달려들듯 눈을 빛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방 안에는 군침을 꿀떡꿀떡 삼키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올 정도로 묘한 기류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고, 다들 양주라고 굳게 믿고 있는 최음제를 한껏 들이켜 붉어진 목을 벅벅 긁으며 왠지 모르게 다리를 배배 꼬아대고 있었다.

"커.. 흐흠. 저.. 젊은 년이라서 그런가 색깔이 깨끗하긴 하구만."

"이거... 사,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놔야 하는거 아닌가 몰라."

"어이, 최 대리. 거기 손 좀 치워봐. 잘 안 보이잖아."

"흐흐, 그럼 여기 더 가까이 와서 자세히 보시죠, 김 차장님."

"그.. 그럴까."

누구 하나 선뜻 먼저 손을 들지 못하는 꼬마들의 학급에서도 누군가가 먼저 솔선수범을 하면 그 뒤로 자연스럽게 찬동분자들이 따라오지 않던가. 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최 대리가 앞장서서 분위기를 주도하니, 이미 마음이 음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기획부 2팀의 남자들은 하나둘씩 최 대리에게 동조하여 하진의 주위로 더욱 바짝 몰려들었다.

"마, 만져봐도 되겠지?"

"그럼, 씨발... 이 상황에서 누구 눈치를 봐. 만져보자."

"그러다가 깨면 어떡하지?"

"야, 야, 씨발 깨긴 뭘 깨. 딱 보니 완전 꽐라되서 정신 놨구만. 깰 것 같았으면 우리가 떠들어댈 때 진작 깼어야지. 안 그래?"

"마, 맞아. 아무래도 못 일어나는 것 같은데...."

"그리고 또, 하다가 중간에 깨면 뭐 어때? 여기 사람이 몇인데 잽싸게 튀면 누가 누군지 어떻게 구분하겠어."

"그, 그래. 맞아."

맞긴 뭐가 맞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성이 마비된 그들은 그것이 훌륭한 논리라고 여겼는지 다들 제각각 찬동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단체로 합리화를 함으로써 걱정거리를 지우려는 듯이. 

그리고 방금 최 대리가 말한 '하다가 중간에'라는 말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자체로 이미 도화선을 당긴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한다'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앞으로 뭔가를 저지를 것이란 이야기. 그 뭔가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굳이 더 물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야, 나, 나 좀 만져보자. 나 이 년 저번에 장기자랑 봤을때부터 허리랑 엉덩이 존나 만져보고 싶었어."

"그래, 이 년 대학 다닐 때 춤 동아리 다녔댔잖아. 많이 놀고 다녔을걸."

"클럽도 휘젓고 다녔겠지. 발랑 까진년."

"흐, 흐흐. 그래. 어차피 헤픈 년인것 같은데 이미 뚫린 물길에 뱃자국 좀 더 낸다고 티가 나겠어?"

"키키.. 맞아."

성욕이 자극된 열댓명의 남자 무리는 정말 재미있을 정도로 쉽게 단합이 잘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능이라는 뚜렷한 목표 하나만이 지금은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 아니겠는가? 기획부 2팀에서 박 차장 바로 아래 서열인 김 차장이 드디어 손을 뻗어 장하진의 몸에 첫 터치를 개시했다. 그것도 바로 수풀 사이에 얌전히 자리잡은 조갯살에 손을 얹은 것이다.

"봐, 보지 만졌는데도 아무 반응 없지? 완전 꽐라야 이거."

"좋아. 나도 어디 한번..."

확고하게 얼굴을 굳힌 김 차장에 이어 정 대리가 나서 하진의 앙증맞은 젖꼭지를 꼬집듯이 비틀었다. 그 뒤를 따라 이번에는 이 대리와 박 대리, 그리고 하진 씨 바로 윗 서열인 이름 모를 말단까지 나서 다섯 명의 남자가 장하진의 몸 구석구석을 하나씩 차지하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김 차장이 하진의 깨끗한 꽃잎을 헤치고 대음순과 소음순을 조물락거리는 사이에 정 대리와 박 대리는 각각 하진의 한쪽 가슴을 하나씩 차지하고 주물러댔으며, 이 대리와 말단 직원은 어디에 끼어야 할지 갈팡질팡하면서도 아쉬운 대로 하진의 늘씬하게 뻗은 허벅지나 종아리, 배꼽 등을 만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마치 도살장에서 돼지를 부위별로 나누는 것만 같은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그 괴기스러울만치 상식을 벗어난,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도 자극적인 광경 앞에 마침내 구경만 하고 있었던 다른 남자들의 이성도 하나둘씩 무너져가는 듯 했다.

"나, 나도 좀 만져보자!"

"이야아아~ 그 년 그거 장기자랑 때부터 알아봤는데 역시 몸매가 아주...."

"서희 팀장하고 비교해도 손색 없겠는데?"

"무슨 소리야. 그래도 우리 예쁜이 팀장님이 빨통 하나만큼은 갑이지."

"방뎅이 하나만큼은 팀장 못지 않은걸."

"크크, 골반이랑 엉덩이 라인 좀 보라구. 춤추고 다닌 년 아니랄까봐 존나 새끈하다, 진짜."

저마다 한마디씩 음탕하기 짝이없는 언행을 내뱉으며 짜릿짜릿한 성욕에 더욱 도취되어가는 그들. 자신이 분위기를 주도한 덕에 상황이 진전되고 있음을 뿌듯하게 여긴 최 대리가 허파에 힘이 잔뜩 들어가, 등 뒤에서 하진의 다리를 잡아벌리고 있었던 양 손을 한층 더 활짝 뒤로 잡아당긴다. 그러자 상체 쪽으로 더욱 다리가 들어올려지며, 보지 뿐만이 아니라 똥구멍까지 전방을 향해 쩌억 노출되고 마는 하진의 모습.

주름이 오밀조밀하게 잡힌 깨끗한 항문이 순식간에 자기네 팀 남자 선배들 앞에 훤히 노출되어지는 하진. 그녀는 깊은 무의식의 와중에 이 사실을 조금이라도 상상할 수 있을까. 가장 은밀하게 다루어져야 할 두 구멍이 자신의 의사와는 조금도 상관없이, 너무도 순식간에 군중들 앞에 드러나버린다.

"캬아... 거, 거 참... 뒷구녕도 깨끗하네. 역시 젊은 년들이 살결도 탱탱하고 구멍도 깨끗한 것이 박음직스럽단 말야."

"흐흐.. 조온나 맛있겠다아.. 크크크..."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맛있겠다'라는 노골적인 말이 모두의 성욕을 한껏 더 자극한 것이 틀림없었다. 최 대리는 일부러 다리를 더욱 활짝 벌려 하진의 보지와 항문을 사람들에게 내보여주며 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자, 손으로만 먹을거야? 어서 재밌게들 좀 해봐. 아니면 내가 한다?"

이제 분위기는 완전히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가 되어, 누가 먼저 하진의 첫 맛을 보는지만이 그들의 관심사가 되어버린 듯 했다. 바로 이 때 한동안 짱박혀 있었던 인물이 비로소 나섰다.

"흠, 흠.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데 하물며 여자는 내리사랑으로 먹어야지. 안 그런가?"

여태까지 소심하게 나서지 못하고 있었던 조 부장이,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자 그제서야 안심하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콧김을 훅 뿜어대며 흥분하는 것이, 아까 전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하진의 육체능욕을 어서 재개하고 싶어 좆이 근질거리는 듯한 얼굴이다.

"에이! 조 부장님~ 이런 상황에 윗물 아랫물이 어딨습니까?"

"야야, 어차피 돌려먹어야하는데 그냥 조용히 대기 타. 짬순으로 끊으면 복잡할 것도 없고 좋지 뭐."

'돌려먹는다'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나왔다. 이제 돌이킬 수도 없다. 그들의 머릿속엔 이미 14대 1의 돌림빵, 집단 강간을 하겠다는 욕망이 굳게 자리잡은 것이다. 그 분위기에 더욱 힘을 입어 보란 듯이 보지를 조물락대던 김 차장의 손을 제치고 대신 스스로 하진의 보지에 고개를 처박는 조 부장.

"오오우~ 역시 부장님!"

"화끈하십니다, 하하하!"

조 부장이 솔선수범하여 하진의 보지를 빨기 시작하자 좌중은 한층 더 달아올랐다. 그들은 미쳐가고 있었다. 조 부장의 행위가 마치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대포소리라도 되듯이 그들은 한마음으로 광기어린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쳐대고 응원을 해대는 등, 온갖 정신나간 광란의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 츠르르릅... 츠릅... 쩝쩝.... 츠릅츠릅.....

조 부장이 막내둥이 하진이의 보지에 침을 게걸스럽게 묻혀가며 빨아대는 그 질척질척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울 수록 그들의 양물에도 점점 더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열기를 참지 못하겠는지 좌중은 하나같이 다들 한겹한겹 탈의를 하기 시작했다. 다 함께 옷을 벗는 분위기가 되자, 군중심리의 영향인지 옷을 벗을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도 덩달아 옷을 벗어던지게 되었다. 

양복 바지를 벗고, 트렁크 팬티차림이 된 열 네명의 남자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조 부장이 팬티마저 벗어던지고는 상체에는 와이셔츠 하나만을 걸친 채, 그 많은 부하직원들 앞에서 흉물스런 자신의 좆을 덜렁덜렁 꺼내놓는다.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만천하로 드러나는 조 부장의 기묘하게 꺾인 자지. 그 동안 여기 있는 기획부 2팀 사람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왔던 자신들의 팀장, 윤서희를 수차례 강간해왔던 바로 그 물건이 2팀 남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역사적 순간인 것이다.

"요호우~ 부장님도 물건이 아주 실하십니다. 하하하."

"예끼, 이 사람.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크크."

이 상황을 희극으로 승화시키려는 웃음인지, 부하 직원의 농간을 이제는 같은 농지거리로 받아치는 조 부장이다. 그는 마치 천군만마를 이끄는 수장이라도 된 듯, 자신이 앞장서기를 기대하는 수 많은 부하직원의 반짝이는 눈초리들을 흡족한 눈으로 스윽 돌아본다.

"빨리 그 멋진 물건으로 저희들 흥 좀 돋우어주십시오~ 하하하하."

"낄낄. 자아~ 그럼 2팀의 귀여운 막내둥이 보지는 이 조기철 부장이 처음으로 맛을 한번 보도록 할까!"

조 부장이 하진의 다리를 뒤에서 잡고 있는 최 대리에게 눈짓을 보내자, 최 대리는 한껏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하진의 다리를 더욱 단단히 내리눌렀다. 활짝 벌어져 먹음직스럽게 박기 좋은 상태로 입을 쫘악 열고, 조 부장의 침으로 번들번들해진 꽃잎을 과시하는 하진의 보지. 조 부장이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그 흉물스런 좆의 끝부분을 하진의 싱싱한 보지 입구에 갖다대었다.

"자, 자, 다들 카운트 다운 합시다!"

최음제로 반쯤 정신이 나가 미쳐버린 남자들은 그 와중에 재꺽재꺽 박수를 쳐대며 숫자를 세고 있었다. 

"오!"

"사!"

"삼!"

"이!"

그리고 다같이 입을 모아 "일!"을 외치는 순간, 조 부장은 허리에 무게를 실어 있는 힘껏 하진의 보지 안으로 침입해 들어갔다. 황홀경에 빠진 듯한 조 부장의 표정,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흥분에 들떠 환호성을 지르는 열댓명의 남자들.... 312호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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