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1) - 다영의 시점.
무섭다. 두렵다. 그리고 너무도 수치스럽다. 다영은 등 뒤로 단단히 결박된 양손을 필사적으로 꿈지럭거리며 온 몸을 뒤틀었다. 눈 앞의 두 짐승같은 남자들은 비릿한 웃음과 함께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술집 창부의 딸이라는 업신여김을 듣고 살아왔던 그녀로서도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굴욕적이었던 순간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 최소한의 굴욕감마저도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었다.
눈앞이 새하얘지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뱃 속에서 대장이 꾸르륵 거리며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현구가 관장약이라는 이름의 새하얀 약물병을 그녀의 항문에 삽입한 이후로 불과 5분 정도가 지났다.... 그 5 분이 다영에게는 마치 5년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다영은 아주 어릴 적 이후로 관장약을 써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저렇게 튜브식으로 직접 항문을 통해 직장으로 약물을 투여, 삽입하는 방식의 구식 약품 따위를 성인이 되고 난 이후 써봤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그런 다영으로서도 관장약이라는 것이 무슨 용도로 쓰는 약인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까지만 해도 용기가 절반 이상 차 있었던 것이 지금은 바닥에 텅빈 용기가 굴러다니고 있는 걸로 보아, 모르긴 몰라도 현구라는 작자가 정상적인 치사량을 훨씬 초과하는 양을 그녀의 항문에 주입한 것이 틀림없었다.
다영은 죽을 힘을 다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약효가 어떻게 되든간에 죽어도 참아낼 생각이었다. 뱃 속이 꾸륵거리며 요란하게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 고개를 들어 저주스런 남자 두 사람에게 표독스런 눈길을 보냈다. 저 죽일 놈의 호색한 트레이너.... 애초에 저 작자는 그녀들의 절도 계획을 원활하게 이끌어줄 멍청하고 덜떨어진 수컷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그렇게 얕잡아봤던 작자에게 지금 온 몸이 발가벗겨진 것도 모자라 이런 인간 이하의 굴욕적인 행위를 강요받고 있다니.... 너무도 분해 이가 부드득 갈린다.
"흐흐흐, 다영아. 약효가 돌 때가 됐는데.... 그거 꽤 효과 좋은거거든. 숙변까지 한번에 쫙 뽑아주니까 말야. 너 슬슬 화장실 가고 싶지 않니?"
죽여버리고 싶다. 저주스런 이 짐승들을 죽여버리고 싶다.... 이제는 아랫배에서 거의 천둥이 치기 시작하면서 눈 앞이 노래지고 입에서는 단내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멀찍이 떨어져 승환의 손아귀에 붙잡힌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흐느끼는 유미의 모습도 보이지만 이제 다영으로서도 유미를 걱정해 줄 여유가 없었다.
배설.... 배설욕구가 너무도 끔찍하리만치 또렷하게 치밀어오른다. 만약 그녀가 지금 자유의 몸이었고, 사생활이 보장되는 정상적인 상황이었더라면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변기 위에 앉았을 것이다. 그녀의 육체는 끊임없이 아랫배로, 대장으로, 그리고 항문으로 배설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을 그녀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것임을 알려오고 있었다.
싫다. 죽어도 싫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남자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미 짐승처럼 범해지고 윤간당한 그녀라 할지라도 인간인 이상 당연히 지니고 있는 최소한의 존엄성이자 자존심이었다. 차마 비교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다 큰 여성으로서 윤간을 당하는 것과 배설 장면을 보이는 것 중 동물적으로 더욱 수치스러운 것은 솔직히 후자였다. 이런 놈들 앞에서 대변을 누는 모습을 보이다니.... 생각만으로도 죽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녀는 어떻게든 흐려져가는 정신을 다잡으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양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동물처럼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항문에 힘을 모았다 풀었다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다영의 모습은 두 남자에게 있어선 최상의 즐길 만한 볼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킥킥, 요년 요거 잘 참네.... 너 얼굴 지금 누렇게 뜬거 아냐?"
"죽어도.... 안해.... 절대....."
무섭다. 두렵다. 이 남자들에게 그런 적나라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자신은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받게 될 것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짐승들이 자신에게 지금 이러한 고문을 가하는 것은 분명 그 후에 뭔가 또 다른 절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임을 다영은 알 수 있었다. 대변을 배설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그 후에는 더욱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말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줬을텐데 이 년이 학습능력이 없네...."
현구가 손에 침을 뱉는 시늉을 하며 아까 승환이 내려놓았던 스트레칭 봉을 집어들었다. 다영은 그만 두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제는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변의가 느껴져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는 수밖에 없었다.
"자아~ 다시 곤장이요!!"
- 뻐어억!!
"우욱...크흑...."
승환의 흉내를 내어 자신도 곤장꾼이 된 것처럼 능글맞게 다영의 궁둥이에 봉찜질을 가하는 현구. 그 장난스런 태도가 너무도 저주스러워 얼굴을 찢어발겨놓고 싶었다. 아까부터 배설욕을 참기 위해 항문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엉덩이에 힘이 가득 들어가 찜질을 한 봉이 그녀의 엉덩이를 가격하는 순간 투웅 하고 다시 튀어올랐다. 현구는 그 광경이 무척 재미있는지 꼬마처럼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엉덩이에 봉찜질을 연거푸 가했다.
- 뻐어억! 뻐어억! 뻐어억!!
"아.. 흑... 아아흑... 제발... 제발...."
지옥이다. 이건 정말이지 지옥이었다. 몽둥이 찜질의 아픔은 둘째치더라도 궁둥이에 매질을 한대 한대 맞을 때마다 대장과 직장이 흔들리며 조금이라도 항문에서 힘을 풀면 무언가가 쏟아져 나올 듯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찜질의 아픔은 지금 상황에선 아픔도 아니었다. 아랫배를 헤집어놓는 복통과 머릿 속을 곤죽으로 만들고 있는 배설에 대한 욕구.... 그녀는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도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적인 고통과 강제로 가해지는 생리적인 욕구 앞에서 그만 흐릿해졌다.
"못... 참겠어요.... 제발.... 제발....."
"흐흐흐, 진작 그럴 것이지."
"화... 화장실에.... 화장실에 가게 해줘요.... 부탁이에요."
자존심도 존엄성도 모두 버리고 애원하기 시작하는 다영. 그제야 현구가 정복자라도 된 얼굴로 흡족해하며 매타작을 하던 봉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현구는 다영의 애원과는 달리 세탁물 창고 한켠을 뒤져 웬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일회용 바구니 하나를 꺼내었다.
"여기가 니 화장실이야."
"제... 발.... 이러지 마세요.... 이것만은 정말....."
도저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인간말종의 변태새끼.... 의지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다영은 벌써 현구를 조각조각으로 찢어죽였을 것이다. 이 짐승은 조금의 인간 대접도 없이 지금 여기에서, 두 남자와 그녀의 단짝 친구가 보는 앞에서 대변을 배설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차마 자신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몸 한구석에서는 지금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다는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느덧 관장약이 주입된지 10분이 훌쩍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