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 두 번째 요구. (18/50)

# 17. 두 번째 요구.

[저는 A대 OO 학과 3학년 김유미입니다. 나이는 스물 셋, 166cm에 49kg 이며 혈액형은 A형입니다. 가족관계로는 어머니 한 분과 남동생 한 명이 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셔서 그 이후 아르바이트로 어머니를 도우며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저희 남매를 버리고 집을 떠나신 이후 아르바이트 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이 들어 그만 잘못된 길에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이번 한번만 이라는 생각으로 저지른 잘못이 계속 되풀이 되었고, 그러다 결국 여기까지 와버리고 말았습니다. 저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신다면 다시는 이런 길에 빠지지 않고 성실이 일을 하여 생계를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10분 만에 그녀가 다급하게 써내려간 한 장의 반성문은 비록 달력 뒷면에 삐뚤삐둘하게 쓰여진 볼품없는 글이었지만 그 내용만큼은 솔직히 조금 안타까웠다. 아니, 어쩌면 이 내용조차도 동정심을 자아내기 위하여 일부러 부각시켜 쓴 것일지도 모른다. 나라도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상대방의 동정심을 유발했을 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것이 마냥 지어낸 거짓말이 아니라고 한다면, 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부친은 죽고 어머니는 자식들을 팽겨치고 튀었다라.... 

"여기, 저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어, 어떤 벌...."

"글쎄, 감옥에 가는 것보다는 덜한 벌이니까 안심해. 아까 말한 세 가지 기억하고 있지? 아직 두 가지 남았어."

"알... 겠어요."

첫 번째 명령이 반성문을 쓰게 한 것이라 그런지 나머지 두 개도 갱생 조치의 일환 쯤으로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유미의 얼굴에서 안심하는 듯한 기색이 엿보였다. 하지만 불쌍하게도 앞으로 내가 요구할 두 가지는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리라.

"자, 이제 일어서서 따라와."

나는 유미를 일으켜세우고는 앞장서서 탈의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세탁물 창고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영이 어딨는지 궁금해했지? 곧 만나게 해줄게."

"......."

창고 쪽에 가까워질수록,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주변의 적막이 서서히 깨지면서 창고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격정적으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 새어나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그리고 여기까지 전해지는 묘한 열기....

"아.. 아아... 아아아... 아아아으..."

세탁물 창고의 문 앞에 다다르자, 문 안쪽에서 또렷하게 열기에 젖은 신음소리가 틈새를 비집고 퍼져나오고 있었다. 그 신음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귀에 익은 목소리로 알고 있는 유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 열어봐."

거부할 수 없는 명령. 유미의 덜덜 떨리는 손이 창고의 손잡이를 비틀어 천천히 끼익 하고 열었다.

"아아흑! 아흑! 아아흐으.... 아아아...."

문을 열어젖히자마자 순식간에 몇 배로 또렷해진 신음소리가 우리의 귓전을 가득 메우면서 충격적인 광경이 시선을 한가득 사로 잡았다. 벌거벗은 두 남녀.... 울퉁불퉁하고 우락부락한 알몸을 드러내고 짐승처럼 헐떡이고 있는 현구와, 그 밑에 깔려서 온 몸이 땀에 젖은 채 다리를 벌리고 가랑이 사이로 현구의 성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다영이.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벗겨진 그녀의 몸은 이미 완전한 전라 그 자체였다.

"다, 다영아!!"

유미의 새된 목소리가 창고 안을 메웠지만 그 목소리는 현구의 짐승같은 몸짓이 동반하는 격정적인 소리 아래 깔려버렸다.

"유... 미야...."

반쯤 정신이 나가 멍하니 풀린 눈으로 이 쪽을 바라보는 다영. 벌어진 입에서 침이 한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 다영아! 다영아! 괜찮아?"

"자자, 재밌게 노는 두 사람을 방해하면 안 되지."

나는 다영이에게로 뛰어가려는 유미를 붙잡았다. 완전히 발가벗겨져 알몸이 된 모습으로 남자의 몸 밑에 깔려 처참하게 범해지고 있는 단짝친구의 모습을 보는 유미의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저기 니 친구 다영이가 현구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게 보이지?"

나는 유미의 어깨를 슬며시 감싸쥐면서 귓가에 두번째 요구를 속삭였다.

"두 번째 요구는 너도 저렇게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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