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1) - 유미의 시점.
여느 때처럼 버스에서 내린 유미는 요즘들어 단짝 친구와 함께 다니고 있는 헬스클럽의 정문 앞에 금새 도착했다. 오늘은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 운동을 할 수는 없었지만, 아직까지 클럽에 남아있는 다영이와 만나 함께 귀가하기 위해서였다. 헬스장의 마감시간을 훌쩍 넘긴 이 늦은 시간까지 아직도 건물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모를 노릇이었지만, 굳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라고까지 하니 유미는 별 수 없이 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를 싸한 느낌....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바람이 차가운 탓이라고 생각하며 넘겨버렸다.
"다영아?"
3층 헬스클럽에 도착해 입구로 들어서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다시 엄습했다. 내부에는 이미 아무도 없고, 불은 켜져 있었지만 다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보니 이번에도 전화를 받질 않는다. 마지막으로 온 메시지에는 탈의실로 와달라는 말만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미심쩍은 기분을 뒤로 하며 여자 탈의실의 문을 두 번 노크했다.
- 똑 똑.
안 쪽에서는 대답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문득 노크 없이 매일 드나들었던 문을 굳이 두드릴 이유가 있나 싶어 유미는 그대로 문을 열어젖혔다.
"다영아? 거기 있어?"
여자 탈의실 안 쪽은 더 없이 고요하고 한적했다. 다영이는 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는 것 같은 침묵이 내리깔려 있었다.
"야, 오다영... 빨리 나와. 너 어디있어?"
왠지 모르게 꺼름칙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떨쳐내려는 듯 유미는 목소리를 높이며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출입문을 지나 안쪽으로 두어걸음 정도....
"안녕하세요, 유미 씨."
그리고 다음 순간,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잡아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