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돌발 상황.
퇴근 후 헬스장으로 향했다. 아니나다를까, 현구가 나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빨리 좀 보여주십쇼."
"알았다, 알았어. 조용하고 이리와 봐."
현구를 조용한 곳으로 데려온 나는 태블릿으로 옮긴 영상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기 시작했다. 각각의 캠코더에 담긴 수많은 파일들을 모두 다 보여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녀석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만 중점적으로 보여주었다.
"히야아.... 형님 이거 솔직히 보기 전까진 진짜 될까 긴가민가 했는데 진짜 죽여주잖슴까!! 하하, 화장실 들어오는 여자들 보지랑 똥구녕까지 다 보이지 말입니다."
"야, 야, 조용해. 들리겠다."
현구는 혀 짧은 발음으로 침까지 튀겨가며 흥분하고 있었다. 현구가 평소 눈독을 들였던 젊은 여자들도 화장실에 들어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은밀한 두 구멍을 찍힌 장면이 많았기에,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현구는 황소같은 콧김을 훅 뿜어대며 화면에 거의 코를 처박고 몰입을 했다.
"햐... 고년 고거... 구멍 참 쫀득하게 생겼네.... 흐흐, 얼굴이 걸레같아서 보지도 시커먼 색일줄 알았는데... 어우, 이 년은 많이 따였나보네요... 조갯살이 너덜너덜한게... 흐흐흐."
현구는 화장실에 앉은 여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어느새 혼자 그녀들의 구멍에 대해 품평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희귀하고 값진 영상이긴 했지만 나는 어제 이미 한번 보았던지라 현구만큼 몰입되지는 않았기에 그냥 녀석을 지켜보기만 했다. 내가 찍은 도촬의 결과물을 남이 보며 흥분하는 모습도 썩 나쁘지 않은 재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와아... 혀, 형님. 이건 진짜 대박인데요!"
"뭔데?"
어느 순간 현구가 필요 이상으로 크게 소리를 지르자 나는 순간 호기심이 동했다. 태블릿의 화면을 보니 현구의 시선을 잡아 끈 부분은 바로 다영이가 대변을 보는 부분이었다. 현구는 침을 꼴깍 삼켜대며 다영이가 배설을 해대는 장면 하나하나 빠지지 않고 보겠다는 듯이 태블릿을 아예 먹어버릴 기세로 얼굴을 갖다댔다.
"아... 형님, 저 미치겠네요."
"똥 싸는거 보는게 그렇게 좋냐?"
"흐흐, 형님 그거 모르세요? 제가 보지보다 똥구멍을 더 좋아하는거? 전 항문에 꽂는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여자들 똥꼬 벌름거리는 모습만 보면 아주... 흐흐..."
나도 변태지만 이 녀석도 역시 빠지지 않는 변태 중의 변태인 것 같았다. 하긴 그래서 고른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영이가 똥 싸는 모습을 보면서 지나치게 흥분해 코피라도 흘릴 듯 얼굴이 붉어져있는 현구를 보니 역시 세상엔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형님. 제가 다영이를 따먹게 된다면 죽어도 꼭 똥구녕으로 따먹을 겁니다. 두고 보세요."
"맘대로 해라. 고 년 고거 좀 건방지고 당돌한 맛이 있어서 나름 재밌을 것 같긴 하네."
"하.. 이거 미치겠네. 여기서 딸을 칠수도 없고.... 형님, 이제 더 없습니까? 탈의실에서 찍은 건요? 다영이도 다영이지만 솔직히 유미 알몸이나 보지가 더 궁금한데.... 흐흐흐."
"아, 그게 말이다...."
이 말을 하면서 나는 바지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슬쩍 만지작거렸다. 현구에게 거짓말을 해야 할 타이밍은 바로 지금인 것 같았다. 휴대폰 속에 들어있는 영상.... 이것은 아직 현구에게 보여주기엔 이르다.
"미안한데, 탈의실 카메라들은 제대로 안찍혔더라. 내가 실수로 렌즈 앞 보호필름을 안 떼고 너한테 줬지 뭐냐."
"예에? 그, 그럼 탈의실은 하나도 못 찍은 겁니까?"
"뭐 어제만 날이겠냐. 내일부터 제대로 찍으면 되지. 안 그래? 오늘은 일단 그걸로 만족해라. 그래도 그거라도 건진게 어디냐?"
"하아.... 그, 그래도 진짜 기대했던건 유미였는데 다영이 똥구멍만 실컷 봤네. 뭐 형님 말대로 나쁘진 않았지만.... 그럼 내일부터는 탈의실도 제대로 찍는 겁니다?"
처음엔 반신반의 했던 녀석이 화장실 촬영물을 보고 이제는 아예 자기가 나보다 더 적극적이 되어있었다. 솔직히 성급하고 저돌적인 성격의 현구가 뭔가 실수를 하지는 않을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럴걸 대비해서 탈의실에서 찍은 '그 영상'을 현구에겐 아직 보여주지 않는거지만....
"형님, 저 잠깐 이것 좀 빌려가도 되죠? 이것 좀 더 보게요."
"응? 뭐... 그래라."
현구가 태블릿을 빌려간다는 것을 별 생각 없이 그러라고 하고, 다시 헬스장 내부로 나가니 양반은 못 되는지 방금 전까지 현구를 흥분시켰던 영상 속의 다영이가 가까운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어, 오빠들 안녕~"
"아, 아, 그래. 다영아. 얘기 들었다. 나 없는 동안 승환이 형하고 좀 친해졌다며? 하하."
따라 나오던 현구가 다영이를 발견하고는 음흉한 미소를 히죽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응, 호호. 현구 오빠 그거 알어? 승환이 오빠가 어제 오빠 없을 때 나한테 고백한거?"
"뭐? 고백?"
"응, 첫 눈에 반했다면서 나한테 들이대고 막... 호호호. 유미도 봤는데 이 오빠가 현구 오빠한테 내 이름도 물어보고 막 그랬다며?"
"아아... 하하. 그랬지."
다영이가 쾌활하게 까불거리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현구의 얼굴이 조금씩 더 붉어지면서 녀석이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더 솟아나는 녀석의 바지 자락이야 그렇다 쳐도, 몰카를 여러번 해본 적이 있는 나는 몰카의 대상이 내 앞에서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나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야릇하고 기묘한 흥분의 느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언제 고백했냐? 그냥 관심 있다고만 말했지. 이 녀석 이거 이제 보니 도끼병이 좀 있네."
"어머, 그게 그 말 아닌가? 근데 오빠, 내가 그렇게 만만한 여자가 아니야. 내가 보기엔 현구 오빠도 나한테 흑심이 많거든? 호호호."
고작 하루 만에 할 말 못할 말이 없어진 다영이. 혼자 착각을 하게 두는 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며 나는 슬쩍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친구 없이 혼자네? 유미라는 친구는 안 왔어?"
"아, 유미 걔 오늘 학교에서 늦게까지 레포트 쓴다고 못 올걸? 이따 올 때 들러서 같이 집에 가기로는 했는데."
나는 다시금 바지 속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핵심타깃인 김유미가 없다는 것은 예상 미스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오늘은 천천히 운동이나 하다 가자는 생각으로 다영이 근처에서 이것저것 몸을 풀기 시작했다. 현구는 다영이의 얼굴을 실물로 보고 나니 영상 속에서 보았던 다영이의 두 구멍이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는지, 태블릿을 들고 남자 화장실 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다.
"오빠 나한테 왜 관심 있는데?"
가만히 생각 좀 하려는데 다영이가 훼방을 놓으며 말을 걸어온다. 어차피 사냥감은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은 여기에 집중할까 해서 나는 다영이의 장단을 맞춰주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년은 별다른 수를 쓰지 않고서도 잘만 건드리면 따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인상도 좋고... 운동하는 모습도 보기 좋고, 이런 말하긴 쑥스럽지만 몸매도 좋고 해서? 하하."
"뭐? 풉, 내 몸매가 좋다니... 아무리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도 그건 좀 아니다. 이런 두꺼운 허벅지가 좋다구? 차라리 몸매는 유미 그 기집애가 훨씬 좋지."
"야,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본데 남자들은 의외로 가느다란 몸 보다는 적당히 통통하고 건강미도 있는 몸을 더 좋아해. 남자들이 전효성에 환장하는거 몰라?"
"웃기시네~ 그러니까 내가 전효성 같아서 좋다 그거야?"
"하하하,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난 마르기만 한 애들보단 너 같은 몸매가 훨씬 보기 좋더라."
허리가 조금 뭉툭하고 골반 라인이 빈약한 것이 흠이긴 했지만 확실히 육덕미를 갖춘 다영이의 몸은 맛있어 보이긴 했다. 몸매 이야기를 하면서 운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신체 곳곳으로 향하게 되었고, 다영이도 그 시선을 느끼면서도 현구가 자기 몸을 여기저기 터치할 때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듯 그런 눈길 정도는 전혀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것 봐라...'
오히려 다영이 쪽에서 내게 먼저 몸을 밀착해오자 나는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대충 짐작을 해보긴 했지만, 이제보니 이 년은 이러한 낯선 스킨십 자체를 즐기는 타입인 것 같았다. 클럽이나 나이트에서 얼마나 몸을 부벼대며 남자들을 홀렸을지를 뻔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익숙함이 그녀와의 접촉에서 묻어나왔다.
엉덩이를 뒤로 뺀 자세에서 무릎을 굽히는 허벅지 운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던 그녀가 뒤로 쭈욱 뺀 엉덩이를 이쪽으로 밀착해왔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접근.... 나는 손바닥을 내려 은근한 동작으로 그녀의 엉덩이 한쪽을 슬며시 더듬어올렸다. 역시 아무런 제지가 없다.
'이건 아예 나 먹어줍쇼 아닌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그녀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좀 더 적극성을 띄게 되었다. 이렇게 허술한 년이라니 재미가 좀 빠지는 느낌이긴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어쩌면 오늘 바로.....
"형님! 저 왔슴다."
그 순간 등장한 현구. 내가 과감히 바지 앞으로 솟아오른 자지 끝을 다영이의 엉덩이 부근에 가져다 대고 있었던 참이었다. 기묘한 타이밍에 등장하여 분위기를 깨버린 현구는 우리 사이에 흐르는 야릇한 분위기를 눈치 챈 것 같았다. 언뜻 질투와 시기의 눈길이 나와 다영이를 훑고 지나갔다. 녀석의 두 눈이 마치 내게 '혼자 재미보기 있냐'는 듯 소심한 원망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현구는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카운터의 호출을 받고 얼마 있지도 못하고 그 자리를 떠야 했기 때문이다.
"현구가 우리 같이 있는거 보고 질투하는 모양인데?"
"풉, 현구 오빠가?"
"너 현구랑도 사이 좋아 보이던데. 현구가 샘 낼만 하지 않나?"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대충 알아챈 다영이가 피식 웃었다.
"알아. 그래도 현구 오빠는 여기저기 다 그러고 다녀서 매력이 없어. 저기 저 부자 아줌마랑도 그렇고 그런 관계인거 여기 다니는 사람들이면 다 아는걸."
고개를 돌려 현구를 보니 어제의 그 귀부인과 함께 있었다. 카운터에서 현구를 호출한건 그 아줌마인 것 같았다. 척 보기에도 그 자리에 딱 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구가 부잣집 아줌마를 상대로 재미를 보고 있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돈 많은 귀부인의 노리개로 놀아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녀석은 꽤 늦게까지 아줌마에게 잡혀있다가, 거의 헬스장의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야 풀려나 내 근처로 돌아왔다.
"오늘도 이따가 저 아줌마랑 놀아나는거냐?"
"후우.. 그런건 아니구요. 도난 당하는걸 나더러 어떻게 해결해달라는 건지... 아무튼 오늘 유미 보기는 글렀네요. 내일은 꼭 유미가 와야 탈의실 몰카를 할텐데."
"그러게 말이다."
"그나저나 형님, 아까 보니까 다영이하고 심상치 않던데... 혹시 저보다 먼저 고 년 맛 보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크크, 왜? 먼저 먹고 싶어서 그러냐?"
"어차피 걸레같은 구멍, 누가 먼저 쑤시든 그게 중요합니까. 똥 싸면서 똥구녕 벌름대던거 생각하니까 여우같이 남자들한테 꼬리치고 다니는게 건방져 보여서 그렇지요. 흐흐... 아, 고 년 아직 집에 안 갔으면 말이라도 붙여볼텐데."
"다영이 아직 안 갔을걸? 아까 유미 오는 길에 만나서 같이 집에 갈 거라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던데. 아까 샤워하러 탈의실 들어가는건 봤다."
"흐흐, 그럼 기다리면 나오겠네요."
문을 닫을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탈의실이나 샤워실 안에서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헬스장의 내부는 아예 썰렁했다. 현구는 용품 정리를 하는척 하며 계속해서 여자탈의실 쪽을 흘끗거렸다. 곧이어 다영이가 물기로 젖은 머리카락에 사복차림을 하고서 탈의실 문을 열고 나왔다.
"현구 오빠, 나 여기서 유미 좀 기다려도 되지? 얘가 곧 이 근처로 온다는데 만나서 집에 같이 가려구."
"물론이지. 하하. 안 그래도 나 너한테 할 말 있었는데, 시간 있으면 잠시 이리 와 볼래?"
"뭔데?"
현구가 다영이를 데리고 인적이 뜸한 세탁물 창고 같은 곳으로 사라져버리자, 나는 따라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샤워를 하러 탈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탈의실과 샤워실에서 20분 정도의 시간을 보냈을까... 귀가할 채비를 마치고 헬스장 내부로 나와보니 이제 아예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내가 마지막인 것 같았다.
'문을 닫는 현구만 빼면....'
현구랑 다영이는 아직도 얘기 중일까? 아까보다 더 뚜렷한 호기심이 생긴 나는 세탁물 창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적이 완전히 뜸해진 헬스장 내부의 적막을 깨고, 여닫이 문 안 쪽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문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문 안 쪽에서 뭔가가 들린다. 성난 목소리... 높아져 있는 언성. 그리고 곧이어 철썩 소리가 한 차례 울렸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최근에 윤서희 팀장에게 한차례 따귀를 맞아본 경험이 있는 나는 이 소리가 마치 그것과 흡사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영이의 앙칼진 목소리.
"뭐 이런 미친새끼가 다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