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 쐐기. (7/50)

# 7. 쐐기.

다음 날, 나는 서희 팀장의 번호로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9시까지 삼거리 앞 OO 모텔 304호실로 와요. 파일도 다 지우고 어떻게 찍었는지도 다 말해줄게요.]

물론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의 침묵이야말로 좋은 징조였기 때문에 나는 모텔 방에서 느긋이 기다리기로 했다. 

모텔 주인에게 미리 말해두어 비워놓은 304호실. 나는 이미 방 안에 인터넷에서 구매한 모든 몰카형 캠코더 장비를 설치해둔 뒤였다. 침대 옆에 위치한 탁상시계와 벽걸이시계는 누가 보더라도 모텔방의 인테리어처럼 보였지만 실은 침대 위를 샅샅이 비추고 있는 캠코더였고, 이미 한번 써먹은 화재경보기 모델도 천장에 달아두었다. 하지만 오늘은 몰래카메라 기종만이 아닌 진짜 DSLR 카메라도 휴대해왔는데, 그것은 아직 밖으로 꺼내지 않고 가방 속에 조용히 담아놓았다.

8시 47분... 윤서희 팀장이 모텔방 문을 두드렸을 때의 시간이다. 생각보다는 이른 시간, 똑똑거리는 노크소리가 내 심장을 뛰게 만든다. 방 문을 열어보니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윤서희가 서 있었다.

"일찍 왔네요."

"왜 하필... 모텔이죠?"

"뭐 문제 있나요?"

"사진만 지우는거 아닌가요? 혹시 또 무슨...."

이미 대충 짐작을 하고 왔을거면서 공연히 말을 빙빙 돌리며 순진한 척을 하는 년이었다. 나는 우선 그녀를 방 안으로 이끌어 문을 단단히 잠궜다. 

"서희 씨 말대로 사진부터 지워야죠. 자, 보세요."

나는 태블릿 PC에 저장된 그녀와 부장의 불륜현장을 그녀의 눈 앞에서 모두 삭제했다.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집의 컴퓨터에는 이미 복사본들이 즐비한 상태였다. 하지만 내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는 그녀는 미심쩍은 눈초리로 내가 하나하나 파일들을 지워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지막 파일까지 다 삭제하고나자, 그녀가 나지막히 물었다.

"어떻게 찍었는지도 말해준다고 했잖아요."

"아, 그건 이걸 보시면 알게 될 거에요."

나는 천연덕스럽게 방금 전의 폴더와는 다른 폴더로 들어가 새로운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방금 지웠던 파일과 마찬가지로 바지를 내린 한 남자와 자지를 빠는 한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동일인물.... 당연히 윤서희 팀장이었고, 남자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삭제한 파일에서는 기획부의 조 부장, 그리고 이 파일에서는 물론... 바로 나.

"하하. 어쩌죠? 새로운 파일이 생겨버렸네요?"

"이... 개만도 못한...."

그녀도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라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인지 삽시간에 표정이 일그러지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나는 태연히 말을 이었다.

"왜 그러시죠? 난 약속을 지켰어요. 조 부장과 서희 팀장님의 파일'은' 지워준다고. 다른 사진을 찍지 않을거란 말은 한 적이 없는 걸로 아는데. 그리고 어떻게 찍었는지는 이제 대충 감 잡았을 것 같고."

"다, 당신 도..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하하, 그걸 몰라서 물어요? 생각보다 멍청한 년이구만 이거."

내가 위협적으로 성큼 다가가자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그녀가 섬칫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미 방 안으로 들어온 이상 도망갈 데가 있을 리 없었다. 여기서 아무 것도 안하고 놓쳐버리면 공포에 사로잡힌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오늘 여기서 그녀가 앞으로 다시는 저항 못 할 만큼 확실한 약점을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뒷 걸음질로 문 손잡이를 더듬어 집으려는 서희 팀장의 움직임을 제지하고, 나는 그녀를 번쩍 들어 침대 위로 던져버렸다. 머리칼과 단정한 오피스룩이 흐트러지며 그녀가 외마디비명을 질렀다. 여태까지의 수치심에 이제는 공포감마저 뒤섞여 부르르 떨고 있는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가며 나는 명령했다.

"길게 얘기할거 없잖아. 옷 벗어."

"뭐... 뭘...."

"썅년이 여기 오면서 대충 생각했을거면서 왜 이렇게 질질 끄냐? 길게 얘기 안한다. 몸 한번 대주고 깔끔하게 끝내."

"이, 이러지 마세요. 이건 강간이에요."

"하하, 강간? 그럼 신고해. 나는 강간죄, 너는 불륜죄 하면 되겠네. 공식 창녀라는 별명은 덤으로 가져가고. 부장 자지 빠는 모습에 이어서 내 좆까지 맛있게 쪽쪽 빨아대는 모습을 같이 올려주면 회사 사람들이 너도 나도 자기 좆도 한번 빨아달라고 매달릴 텐데 아주 볼만하겠어."

"다, 당신... 당신이 이번에도 뭘 찍거나 해서 협박하지 않을거란 보장이 어디있어요."

- 짜악!

나는 침대 위에 널부러진 그녀의 따귀를 한방 철썩 갈겼다. 삽시간에 고개가 옆으로 꺾인 그녀가 얼이 빠져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걸 미리 생각할 정도로 똑똑했으면 여기 오지 말았어야지. 안 그래? 순진한 걸레년아."

손찌검을 한방 날리고 나니 그제야 좀 조용해진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입술을 꾹 다문채 벌벌 떠는 몸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큰 눈망울과 단아한 얼굴, 세련된 헤어, 기품 있는 스타일, 그리고 그 모든 것과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색기 넘치는 꼴릿한 몸매.... 이제부터 이 몸뚱아리를 안을 생각을 하니 입 안에 군침이 고였다.

"사, 살려주세요..."

내가 바지 벨트를 풀고 팬티를 내리기 시작하자 서희 팀장이 갈라진 목소리로 엉뚱한 소리를 했다. 내게 한 말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도도하고 까칠하던 윤서희가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정말이지 죽여줬다. 나는 씩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명령했다.

"살려줄테니 옷 벗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