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회식자리 화장실에서.
연수 이후로 서희 팀장을 볼 일은 거의 없었다. 부서가 달랐기 때문에 마주칠 일도 잘 없었고, 가끔가다 엘리베이트 등에서 마주치긴 했으나 그녀는 내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도 잘 되었다 싶어 그럴 때마다 가끔씩 사진첩에 남아있는 그녀의 검은 팬티 사진을 속으로 떠올리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브랜드마케팅 행사 이후 뒤풀이로 영업부와 기획부의 합동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기획부는 윤서희 팀장이 있는 곳이었으므로 회식 전부터 묘하게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 술자리에서는 꽤나 멀찍이 떨어져 앉게 되었다.
"건배! 위하여!"
부장의 인사말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자 과연 윤서희 팀장은 남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차지했다. 상사들의 끈질긴 건배제의도 이어졌고, 기획부 부장은 노골적으로 서희 팀장을 옆에 앉히려고 자꾸 기를 썼다. 회식자리가 깊어질 무렵에는 여기저기서 잔을 받았기 때문인지 서희 팀장도 꽤나 취한 모습이 역력했다.
"잠시 화장실 좀...."
서희 팀장이 부장이 주는 술을 거절하고 자리를 떴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부장이 많이도 먹인 것 같았다. 화장실에 들어간 서희 팀장은 꽤 오래도록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술을 깨고 오려는 모양이겠거니 하며 다들 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나는 왠지 모를 묘한 궁금증이 일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화장실이 바깥에 있는 술집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회사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여자 화장실 안이 조용한 것을 보니 칸막이 바깥이나 세면대 쪽에 사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화장실 입구 주변에도 인적이 없었다. 나는 슬쩍 여자 화장실 안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칸막이 안쪽에 있는 사람에겐 어차피 보이지 않을테고, 혹시라도 누군가 있어서 걸리게 되면 술에 취해 화장실을 착각한 척 하면 될 거란 심산이었다.
과연 예상대로 화장실 안엔 세면대나 바깥 쪽에는 사람이 없었고, 변기 칸막이만 세 군데가 있었는데 그 중 문이 닫힌 곳은 한 군데 뿐이었다. 혹시 저 안에 서희 팀장이....?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다.
나는 잽싸게 발소리를 죽이고 닫힌 칸막이의 옆 칸으로 들어가 급히 문을 잠궜다. 이렇게 들어오고 나서 나갈 때 누군가의 눈에 띄면 곤란해질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호기심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처음으로 남자 화장실 변기가 아닌 여자 화장실 변기 앞에 서서 나는 옆칸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았다. 구조를 살펴보니 칸막이의 아래로는 손바닥 한뼘 정도 공간이 뚫려 있었고, 칸막이의 높이가 꽤나 높아 위 쪽으로는 천장까지 공간이 꽤 되었다.
무음 카메라 어플을 켜고 칸막이 아래쪽에 렌즈를 대어 옆칸의 변기 밑 부분을 액정으로 살펴보았다. 미동도 하지 않는 검정색 하이힐 한 쌍이 보였다. 서희 팀장의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누군가가 변기에 가만히 앉아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나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 여지껏 해본 적 없는 과감한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아주 위험하지만 어쩌면 대단히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위 쪽으로....'
아랫쪽으로 렌즈를 밀어넣었다가는 단번에 걸릴 우려가 있었고, 안전하게 이쪽 칸만이 안에서 비추자니 발목 위로는 하나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위쪽의 공간을 이용해 찍어보기로 했다. 슬그머니 휴대폰을 들어 칸막이 위로 핸드폰 액정을 걸치고는 상태를 셀프촬영 모드로 바꾸어 화면에 옆칸 화장실 내부가 나타나게 했다.
'오우... 씨발....'
핸드폰 화면에 희끄무레하게 나타난 옆칸의 내부 광경에 나는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세련되게 정돈한 단발머리의 뒷통수가 보였다. 틀림없는 윤서희 팀장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뒷통수 뒤에서 렌즈 하나가 옆칸을 통해 삐죽이 튀어 나와 있는 것도 모르고 변기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마른 침을 삼키며 그녀의 동태를 살피고 있자하니 볼 일을 보는 중인 것 같지는 않음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혹시... 잠든 건가?'
아무래도 취기 때문에 용변을 보던 자세 그대로 변기 위에서 잠이 든 것 같았다. 셀프촬영으로 바꾼 핸드폰의 액정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기기 머리 쪽의 렌즈 부분을 옆칸으로 삐죽 내밀어 놓았기 때문에 액정 화면에는 옆칸의 모습이 그대로 찍히고 있었는데, 서희 팀장의 머리가 꾸벅꾸벅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조느라고 몸을 앞으로 푹 고꾸라뜨리고 있었기 때문에 뒷통수와 등에 가려 몸 아래 부분을 볼 수가 없었다.
'으.. 조금만 더..'
렌즈의 위치를 뒤에서 앞쪽으로 조금씩 움직여 중요한 부위를 찍으려고 해보았지만 숙인 상체 때문에 위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말려올라간 스커트와 무릎 아래에 걸쳐져 있는 스타킹과 팬티.... 적어도 속옷을 벗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게다가 올라간 스커트 때문에 맨허벅지와 종아리가 훤히 드러나 있었고 나는 그 광경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어차피 자는 것 같은데 밑에서 찍어보자...'
칸막이 아래로 렌즈를 집어넣는 것은 이미 말했듯이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자고 있는 것 같으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혹시라도 걸리면.... 에라 모르겠다.
칸막이 아래쪽으로 핸드폰의 렌즈 부분을 슬쩍 밀어넣으니 이번엔 서희 팀장의 발목에서부터 돌돌 말려 내려져있는 스타킹과 팬티를 지나 허벅지의 넓적다리 부분이 훤히 보였다. 변기 시트에 눌려있는 탱글탱글한 허벅지의 굴곡이 액정에 잡혔다. 스커트 자락에 아슬아슬하게 가려 절반 쯤 보이는 통통한 엉덩이의 윤곽도 보였다. 은밀한 속살이 화면에 보이기 시작하니 도저히 흥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단발머리에 가려져 있는 서희 팀장의 얼굴이 액정에 비추어졌는데, 꾸벅꾸벅 조느라 눈은 감겨있었고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세상에...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이런 기회를 주시다니.
내친 김에 보지까지 찍어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옆칸에서 그 부분을 촬영하는 것은 각도가 나오지 않아서 불가능했다. 상체를 일으킨 상태라면 위에서 아래로 찍어볼 수 있겠지만 아래에서 밑으로는 변기 아랫 부분에 가려져 찍기가 힘들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혹시 칸막이 앞에서 밑으로 렌즈를 밀어넣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과감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칸막이 앞에서 렌즈를 넣으려면 지금 숨어있는 칸에서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랬다가 다른 사람이 들어와 나를 보게 되면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 때는 단순히 둘러대는 것으로 해결되는 사태가 아닐 것이기 때문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이성이 흥분에 굴복하여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그 순간 찬물을 끼얹듯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윤 팀장! 윤 팀장 안에 있어?"
기획부 부장의 걸걸한 목소리.... 부장이 여자 화장실 바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주변에서 웅성이는 여자 목소리 몇이 들리는 걸로 봐서 여직원들도 있는 듯 했다. 중요한 순간에 훼방을 받은 셈이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는 졸지에 칸막이 안에서 나갈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는 거였다.
서희 팀장이 대답이 없자 여직원들이 여자 화장실로 들어와 서희 팀장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숨 죽인 채 핸드폰 카메라를 종료하고 쥐 죽은 듯 변기 위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들키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등줄기가 뻣뻣해졌다.
"안에 계세요?"
- 똑똑...
기획부 2팀 직원의 목소리가 들리며 내가 숨어있는 칸막이의 문을 두어차례 노크했다. 내가 떨리는 손으로 가볍게 문을 똑똑 하고 두드리자 여직원이 옆칸으로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렸다.
"팀장님?"
서희 팀장이 있는 옆칸에 여직원이 노크를 하자 옆칸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으, 응...?"
비몽사몽하는 서희 팀장의 대답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혹시라도 여직원들이 칸막이 안을 들여다보려고 했다면 끝장이었으니.
"팀장님, 괜찮으세요?"
"으, 응... 내가 깜빡 잤나봐."
"얼른 나오세요 팀장님. 부장님 기다리세요."
"어...응... 그래..."
겨우 정신을 차린 서희 팀장이 속옷과 스타킹을 끌어올리고 칸막이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옆칸에 남자가 숨어 있는줄 꿈에도 모르는 그녀가 화장실 밖으로 나가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기획부 부장의 목소리가 드문드문 이어졌다.
"윤 팀장, 많이 마셨나본데. 괜찮아?"
"예..."
"내 차로 바래다줄테니 슬슬 들어가지."
"아녜요.... 택시 타고 갈 수 있어요 부장님."
"어허, 여자가 취한 몸으로 택시는 무슨.... 가자구."
사람들의 발소리가 저만치 멀어진 다음에도 나는 한동안 칸막이 안에서 조용히 숨어있다가, 인적이 완전히 뜸해졌다고 생각됐을 때 쯤에야 조심스럽고 잽싼 발걸음으로 여자 화장실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화장실 입구를 나올 때 멀리서 걸어오던 여자 두 명이 걸음을 멈추고 이상하게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화장실을 착각한 척 행세하며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