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윤서희 팀장. (2/50)

# 2. 윤서희 팀장.

"OO 에서 오신 분들은 B동 대연수실로 모여주십시오. 5분 후에 교육 시작합니다."

스피커에서 교육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 합숙 연수에서 내 신경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대상은 오직 한 여자였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자판기 커피를 타고 있는 오피스룩 차림의 한 여인. 

기획부 2팀의 윤서희 팀장이었다. 

스커트 자락이 타이트하게 솟을 만큼 육감적인 볼륨의 둔부와 허벅지, 커피를 뽑느라 살짝 숙일 때 굴곡이 지는 엉덩이의 윤곽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언제나처럼 나는 이런 탐스러운 몸매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가벼운 핸드폰 도촬일 뿐이지만 아까부터 렌즈는 이 색기 있는 여인의 둔부와 허벅지를 향해 있었다.

윤서희 팀장은 사내의 남자들이 둘 이상 모이면 심심찮게 음담패설의 단골 화제로 등장하는 섹시함의 아이콘이었다. 보기만 해도 쫄깃한 찰기가 넘치는 색기 어린 허벅지와 물이 빵빵하게 오른 육덕진 엉덩이는 그녀의 H라인 스커트를 단순한 오피스룩 그 이상으로 그녀의 섹시한 스타일을 부각시켰다. 

볼살이 조금 올라 짝퉁 느낌이 나긴 하지만 어딘가 한가인을 닮은 느낌의 단아한 얼굴. 하지만 그 단아한 얼굴과는 대조적일만큼 볼륨 넘치는 농염한 몸매가 그녀를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귀여운 얼굴에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진 여자들이 '베이글녀'라고 해서 한창 각광받았던 현상을 생각하면 그녀의 단아한 얼굴과 섹시한 몸매는 이질적인 매력으로 사내 남자들에게 어필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20대 중후반의 젊은 여팀장이란 타이틀 역시 그녀의 이름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하... 씨발년... 궁뎅이가 아주 그냥...'

우연인지 행운인지 오늘 교육에서 서희 팀장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사내의 인기녀 옆자리에 앉아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극적인 일이건만 문제는 자꾸만 책상 밑 틈새로 보이는 서희 팀장의 매끈한 허벅지와 종아리였다. 일단 연수실 안으로 들어오게 되니 옆자리에서는 몰카를 찍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티가 날 뿐더러 당시 연수실의 구조는 4명이 일렬로 앉는 긴 책상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희 팀장의 반대편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혹시 카메라를 볼까봐 조심스럽기도 했다. 아쉬운대로 곁눈질을 해가며 그녀의 몸매를 훑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이 기회에 꼭 사진으로 찍어두고 싶었다.

흥분한 좆이 바지 속에서 날뛰다보니 교육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단 내가 아니더라도 지루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졸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숨 죽이며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하늘이 도운 것인지 곧 기회가 찾아왔다. 교육 중간에 잠시 주어진 쉬는 시간에 서희 팀장이 책상에 엎드린 것이다. 아까부터 졸음이 오는 낌새가 보이더니 쉬는 시간 동안 잠을 청하려는 모양이었다.

반대편 옆자리를 보니 앉아있었던 남직원은 화장실에라도 간 모양인지 자리에 없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나는 조심스럽게 무음 카메라 어플을 켰다. 책상 밑으로 핸드폰을 슬그머니 밀어넣어 엎드린 서희 팀장의 스커트 아랫 부분을 연속촬영으로 찍기 시작했다. 틈틈히 사진첩을 확인해보니 그림자 때문에 선명하게 찍히지는 않았지만 

스타킹에 감싸인 먹음직스런 두 허벅지가 카메라에 찍히고 있었다. 스커트를 타이트하게 조이는 풍만하고 매끈한 허벅지.... 절로 군침이 나오게 만드는 다리였다. 남자들에게 왜 섹시함의 대명사가 되었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살짝 앞에서 밑으로 찍으면.... 치마 안쪽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책상 밑에서 앞으로 손을 뻗어 치마 안쪽을 찍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방망이쳤다. 어지간해서 그런 위험한 시도는 잘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그날따라 윤서희 팀장이 옆자리에 앉았다는 행운에 힘입어 이기기 힘든 야릇한 흥분이 나를 계속 유혹하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흔하고 평범한 몸매 도촬사진이 슬슬 시들하게 느껴지는 시기였기도 했다. 점점 더 자극적이고 위험한 시도를 하고 싶은 욕구... 때마침 그런 시기에 어찌보면 윤서희 팀장은 내게 '잘못 걸린' 것이었다.

손을 슬금슬금 더 앞쪽으로 뻗어 책상에 엎드린 윤서희 팀장이 모르게 그녀의 오므린 다리 앞으로 무음 카메라가 실행되고 있는 휴대폰의 렌즈를 뻗어갔다. 뒤편에서 보면 수상하게 보이겠지만 다행히 휴식시간에 자리를 비운 사람들이 꽤 많았고, 누가 보더라도 설마 도촬로 생각하겠냐 싶어 과감하게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각도 상 앞에서 찍을 수는 없으니 대신 촬영모드를 셀프촬영으로 바꾸어 휴대폰의 앞쪽 렌즈로 사진을 찍기로 하고 연속촬영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간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므린 다리 때문에 깊숙한 곳을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다리만 좀 벌려도.... 더 깊이 찍힐 것 같은데. 어쩌면 팬티까지....'

이미 누가보더라도 상당히 수상할 법한 자세였다. 더이상 과감하게 움직이면 서희 팀장이 깰지도 모르고, 주변에서 확실히 이상하게 여길 법 했다. 하지만 천금같은 기회를 날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만 미련을 갖게 했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서희 팀장이 엎드린 몸을 벌떡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헉...'

여전히 그녀의 허벅지 부근에 휴대폰을 들이대고 있었던 나는 졸지에 기겁하고 말았다. 책상 밑으로 어정쩡하게 손을 뻗고 있는 나를 서희 팀장이 경계하며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허겁지겁 그 자세 그대로 책상 밑으로 몸을 숙여 공연히 땅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척 하며 딴청을 피웠다.

"......."

서희 팀장은 아무말 않고 딴짓을 하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가 뭔가 수상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몸을 일으킨 것도 아래쪽에서 뭔가가 자꾸 움직인다는 사실을 느끼고 그랬던 것 같다. 결국 그 날 남은 교육시간 동안 나는 불안한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으로 윤서희 팀장의 시선을 피해야만 했다. 

따지고 보면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도촬을 하다가 발각된 날이었다. 비록 완전히 걸린 것은 아니었지만 서희 팀장이 나를 쳐다보는 불쾌한 눈초리를 계속해서 느낄 수 있었고, 나는 그녀가 회사로 돌아가 혹시나 무언가 소문을 퍼트리지는 않을지 적잖이 우려를 해야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는 수상한 눈초리만을 보낼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연수를 끝내고 회사로 돌아온 뒤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금새 불안감을 지워버렸다.

다소의 불안함이 있었지만 얻었던 수확도 컸다. 나중에 휴대폰의 사진첩을 확인해보니, 서희 팀장이 몸을 일으킬 때 닫혀 있었던 다리가 옆으로 벌어지면서 그 사이의 광경이 휴대폰에 운좋게 찍힌 것이다. 빛이 없었기 때문에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검정색 란제리 팬티의 윤곽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만한 사진이 자동 연속촬영에 의해 서너장 정도 사진첩에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은 오래도록 내 자위행위의 도구가 되었다. 도촬을 하면서 속옷을 찍은 경우는 그 때가 처음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윤서희 팀장은 내게 기념비적인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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