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몰카 그리고 도촬.
몰카.... 언제부터 몰카를 찍기 시작했을까.
가벼운 취미 혹은 장난으로만 여겼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선을 넘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가벼운 것이 아니게 되어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무음 카메라 어플을 이용해 보기 좋은 여인들의 몸매를 사진으로 몰래 찍어 남기는 정도였다. 상당히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런 식으로 가장 처음 내 카메라에 몸매가 찍힌 여자는 드라마틱하게도 친구의 여친이었다.
그 당시 학과 내에서도 알아주는 몸짱이었던 3학번 아래의 퀸카녀 소윤이를 차지하게 된 내 동기 종석이는 우리과 남성들에게 있어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될 만 했다. 모두들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속으로는 '저런 여자와 섹스를 할 수 있다니...' 하는 생각이 만연했을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인 나조차도 내심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말이다.
소윤이는 쭉 뻗은 매끈한 몸매에 보기좋게 붙은 볼륨이 아주 꼴릿한 비율을 자랑하는 편이었지만, 그것 이상으로 그 몸매를 야릇하게 연출할 수 있는 옷차림이나 스타일에 관해서는 거의 통달한 여자였다. 평범한 레깅스나 스타킹이라도 소윤이가 신으면 학과의 남자들은 소윤이의 허벅지와 엉덩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 역시도 소윤이가 스키니를 입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서는 그 날 내내 소윤이의 볼륨감 있는 탱탱한 엉덩이가 실룩이는 장면을 머릿 속에서 지우지 못했다.
좌우지간 그런 선망의 대상을 친구인 종석이가 차지하게 되었으니 그 때의 내 감정은 부러움과 열등감이 묘하게 뒤섞여 아주 복잡씁쓸한 그런 기분이 아닐 수 없었다. 종석이가 소윤이와 사귀고 난 이후로 자연스럽게 나는 소윤이를 볼 기회가 많아졌다. 종석이가 여기저기 소윤이를 데리고 다니며 자랑하는걸 즐겼기 때문에 굳이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은 그 당시 소윤이를 꽤 자주 볼 수 있었다.
소윤이를 자주 보게 될 수록 나는 점점 더 소윤이의 몸에 대한 야릇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친구의 여자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성적인 상상과 그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 아니,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친구의 여자라는 점이 묘하게 더 흥분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종석이의 몸에 올라탄 소윤이의 매끄럽고 멋진 알몸을 생각하면 도저히 성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
친구의 여자가 아니었다면 죽이되든 밥이되든 어떻게 해볼 꿈이라도 꾸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니 나는 좀 다른 방법으로 욕구를 해소하기 시작했다. 종석이와 소윤이를 포함해 3대 3으로 놀이공원으로 놀러갔던 그 날, 나는 핸드폰에 미리 준비한 무음 카메라 어플로 흰색 핫팬츠를 입은 소윤이의 탱탱한 엉덩이와 육감적인 허벅지, 종아리 등을 틈틈이 아무도 모르게 촬영했다.
그런 식의 몰래 촬영은 처음이었던데다가, 들키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움직이는 와중에 찍은 것이라 집에 돌아와서 사진첩을 확인해보니 선명하게 찍힌 것은 전체의 10퍼센트도 될까말까였다. 마구잡이로 찍다보면 괜찮은 장면이 몇 개는 찍히겠지 하는 심정으로 찍은 수백장의 사진들 중 제대로 건진 것은 약 스무 장. 그 스무 장은 지금까지도 기념비적으로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소윤이의 가슴, 엉덩이, 허벅지 등을 멀리서 확대하거나 가까이에서 몰래 연속촬영으로 찍은 장면들이었다.
매일 눈으로 보면서 상상했던 몸매였긴 하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 마음놓고 감상하는 것은 색다른 묘미가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으로 느꼈다. 촬영하는 대상이 모르게 내 카메라에 상대방의 모습을 담는다는 데에서 오는 야릇한 스릴과 긴장감도 한 몫 단단히 했다. 나는 그 날의 경험 이후로 몰카의 재미에 눈을 떴다.
그 때부터 맘에 드는 여자의 몸매를 무음 카메라를 이용해 도촬하는 버릇이 생겼다. 처음에는 장소를 신경 쓰느라 공공장소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했지만 티 나지 않게 찍는 요령, 이를테면 어플만 실행시켜둔채 핸드폰 케이스를 덮고 렌즈 부분만 자연스럽게 상대방 쪽으로 향하게끔 쥐는 자세 등에 익숙해지고 나니 학교 강의실이나 도서관에서도 맞은 편에 앉은 여학생의 다리를 책상 밑으로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확대나 축소, 연속촬영 등의 기능을 이용하면 지하철 맞은 편에 앉은 여자의 허벅지 틈새를 아슬아슬하게 찍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촬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서 속옷이라던가 하는 깊숙한 부위까지 찍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이렇게 해서 카메라에 찍힌 사진들은 내게 왠지 모를 묘한 흥분을 주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연예인이나 모델 들의 야릇한 사진들이 오직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면, 이런 사진들은 비록 질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담아낸 내 행위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걸어가는 여자의 엉덩이 굴곡을 뒤쫓아가며 촬영,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의 스커트 속을 확대 촬영, 엘리베이터 등의 좁은 공간에서도 핸드폰을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 다리나 엉덩이 등을 촬영.... 기타 등등의 수없이 많은 촬영 행위를 거치면서 어느샌가 이것이 뭔가 하나의 취미처럼 내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갈수록 도촬에 대해 대범해지기 시작하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시작했고, 급기야 촬영의 대상도 점점 다양해져갔다.
처음에는 얼굴을 모르는 길거리의 타인들을 대상으로 하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주변에 자주 눈에 띄는 여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한번 보고 말 여자들의 몸매를 찍는 것에도 어느샌가 흥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찍어놓고 오래도록 사진을 감상하며 즐기기 위해서는 촬영의 대상이 나와 어느 정도 지속적인 관계가 있는 여성이어야만 했다. 쉽게 말하면 얼굴을 알고 지내는 사이여야 했다. 도촬이라는게 사진을 찍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촬영물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더욱 중요한데, 나의 경우에는 누군가의 몸매를 촬영한 사진을 핸드폰에 간직한 채로 아무 일 없는 듯이 그 사람을 대하는 데에서 오는 그 알 듯 모를 듯한 스릴과 긴장감이 또 무시 못할 요소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지내는 주변 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촬이 훨씬 즐거운 편이었다.
그렇게 해서 찍어낸 사진첩의 수많은 사진들을 나열해 놓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찍힌 자신의 몸매사진을 감상하며 내가 성욕을 해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사진 속의 여자들을 생각하며. 그렇게, 나만의 소소한 취미를 만들어 온 것이다.
하지만 '그 때의 경험' 이후로 그것은 더 이상 가벼운 취미가 아니게 되었다. 그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단순한 도촬의 대상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 정복의 대상으로 바뀌어 버렸던 그 인상적인 경험.
어느새 2년도 더 지난 이야기.... 입사 1년째에 전체 합숙연수를 다녀왔을 무렵의 이야기이다. 지금부터는 그 때로 돌아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