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7/8)

7부

원우는 얼마만인지 모를 쾌감에 한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머리가 어지러운 것이 몸에서 힘이 쭉 빠지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난 뒤 원우는 죽은 듯이 꼼짝 할 수 없었다.

비록 아내의 몸 속이 아니라 손에 의한 사정이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가져보는 이 만족감.

"허어.....음.........."

가슴 속 아주 깊은 곳에서 배어나오는 신음을 길게 토해내는 원우였다.

선미는 남편이 이렇게 많이 하는 것은 처음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것도....

사랑하는 남자가 절정을 맞는 것을 보는 것은 여자에게도 기쁨이다.

선미도 남편이 자신에 의해 사정을 하고 격한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것을 빤히 보면서 전에는 가져보지 못했던 그런 행복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슬며시 솟구쳐 오르는 이상한 생각에 눈을 찔끈 감고 한숨을 가만히 내쉬었다.

'음...휴...우..'

왜 모든 것이 끝나고 난 지금 자꾸 남편 위로 도영이라는 남자가 겹쳐지는 것일까..

고개를 저으며 생각에서 벗어날려는 선미.

하지만 그럴수록 더 꼬여가는 머릿속이었다.

'안돼...그러면....'

원우는 겨우 눈을 떴다.

몸 속의 모든 기가 빠져나간 듯이 기진맥진한 상태.

얼마나 사정을 했는지 허벅지와 배쪽에서 끈적한 것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고마워, 여보..."

아내의 손은 여전히 사그라들어가고 있는 물건을 꽉 잡고 있었다.

선미와 원우의 눈길이 마주쳤다.

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부부만이 줄 수 있는 사랑의 눈길.

남편이 정말 고마워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던 선미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선미는 마지막으로 쥐어짜듯이 원우의 물건을 밑에서부터 위로 훑어 올라갔다.

"어....어....서,선미야~~~"

그 황활감,

그 짜릿함,

그 행복감....

원우는 다시 한번 밀어 닥치고 있는 알싸한 쾌감에 몸부림을 하고 말았다.

절정 뒤의 여자는 남자의 후희에 행복감을 만끽한다면

남자는 사정 뒤의 작은 이런 손길에 미쳐가는 것이었다.

"헉~~! 그,그만...해~~선미야~~~"

선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보였다.

작은 이 손길 하나에 남편이 온 몸으로 보여주는 사랑의 표시가 너무 행복했던 것이었다.

가끔이지만 사정을 하고 난 뒤 남편이 자기 손으로 한, 두 번 더 훑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남아 있던 정액들이 귀여울 정도로 빠져나오는 것이 신기했는데...

지금 선미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남편의 물건을 훑고 있는 것이었다.

몇 번을 더 했을까,

이제 남편의 물건에서는 더 이상 정액이 흐르지 않자 선미는 티슈를 뽑아 남편이 사정한 정액을 훔쳐 내기 시작했다.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귀두에 닿는 작은 감촉 하나하나에도 남편은 심할 정도로 반응을 보였다.

"허어...흑!!"

원우는 아내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발끝이 찌릿해 정도로 이어지는 여운의 자극에 몸이 움츠려들었지만 즐거운 고통이었다.

"아...아~~살살 여보~~"

귀두에 몰려있는 신경이 얼마나 예민한지 여자들은 모르기 마련이었다.

사정 전보다 사정 뒤의 이 터치가 더 찌릿하다는 것을....

건드리기만 해도 몸서리까지 치는 남편을 보면서 흐뭇해 하는 선미.

몇 장의 티슈를 더 뽑아 깨끗하게 남편의 흔적들을 닦아내는 선미.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남편을 흘끗 쳐다보는 선미의 표정은 기쁘면서도 그 뒤에는 작은 착잡함의 그림자가 깔리고 있었다.

"으..음...고마워 여보~~"

달콤했다.

모든 정액을 뽑아내고 난 뒤의 이 나른함 속에서 원우는 행복했다.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을 정도로 풀어진 몸.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져 버린 원우는 소파에 널부러진 채로 힘겹게 눈을 떠 아내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저 행복한 미소만 지으면서....

오늘 따라 남편은 달랐다.

사정 후에 보통 급격하게 수축되면서 손가락 크기만큼 작아졌었는데 지금은 딱딱한 정도만 다를 뿐 크기는 거의 변함이 없는 것이었다.

힘을 잃고 옆으로 스러져 있는 남편의 갈색 물건을 넌지시 바라보던 선미.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갑자기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원우도 그런 아내의 모습을 의아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서서히 눈이 커지면서 놀라기 시작했다.

"여,여보....!!"

어디서 그런 힘이 솓아나는 것일까,

원우의 상체가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사타구니에 얼굴을 갖다대는 선미.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입을 벌려 남편의 죽어있는 물건을 물었다.

밤꽃 냄새....

어렸을 때 할아버지 집 뒤에 늘어서 있던 밤나무 밑에서 맡았던 그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약간 끈적하고 비릿하면서도 토할 것 같은 냄새 때문에 입에 물고 있는 남편의 것을 뱉어내고 싶었지만 오늘은 꼭 남편에게 해 주고 싶었다.

"음...읖,읍!!"

몇 번 구역질을 했지만 결코 ㅤㅂㅐㄷ어내지 않는 선미였다.

"헉! 헉!! 여,여보, 허억!!"

손을 허공에 뻗어 잡히지 않는 실체를 잡으려는 원우의 몸부림.

이건 아니었다.

어떻게 아내가 이럴수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니 예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에 원우는 갈팡지팡이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그 사이 선미는 남편의 실체를 조심스럽게 입 안에 머금었다.

"음...쏘..옥...씁..."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느낌.

마치 잘 익은 어묵이 입 안에 들어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익숙지 않은 오럴...

그렇지만 선미는 정성껏, 최선을 다해 빨기 시작했다.

"음...쭈...읍,ㅤㅉㅡㅂ...."

"아....다,당신.."

원우는 처음이었다.

아내가 자기에게 이런 기가 막힌 오랄을 해 주는 것도 처음이었고

아내의 입속에 있는 물건으로 전해지는 쾌감도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어쩌면 아내의 몸에 사정하는 것보다도 더 황홀한 기분....

그것은 사정 뒤의 느낌이었기에 더 좋은 것이었다.

아내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만끽하고 있는 원우.

그 싫어하던 끈적거리는 정액의 흔적마저 저 고운 입으로 삼켜주는 아내의 모습에 지금 원우는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기분인 것이었다.

선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사랑하는 남편이 그 동안 그렇게 원했지만 결코 해주지 않았던,

불결하고 저속한 변태적인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그 행위를 선미 스스로 찾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은 남편에게 그 모든 사랑의 요구를 스스로 해 주는 것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하는 것이 서툴지나 않은지 그것이 오히려 미안할 뿐이었다.

"후루루....쓰..읍, 씁, 쭙,쭈...읍~~"

원우는 지금 대 혼란 상태였다.

잠시 아내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생각했지만 전혀 알 수도, 이해 할 수 없었고

그것 보다는 강하게 찔러 들어오는 상상할 수도 없는 쾌감은 생각을 마비시키며 오로지 그 즐거운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만들고 있었다.

"오...선미야...선미야~"

선미는 마치 귀신에 홀린 사람 같았다.

길다란 기둥을 빨고 핥는 것도 모자라 손으로 눌러 제끼며 그 아래 쪼그라들어 덜렁거리는 방울까지 손으로 만지작 거리는 것이었다.

"흑~~훅..헉...."

어쩔줄 몰라하는 원우.

모든 것이 원우와 선미에게는 처음이었다.

선미의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하나의 방울이 사라졌다.

"음...쭙...쓰..읍~"

말랑말랑한 과자가 입 안에 들어간 느낌.

약간 늘어진 피부 안에 동글동글한 덩어리가 혀 끝에 닿았다.

"하,하지..마..."

약간의 통증에 이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찌릿한 즐거운 고통에 원우는 숨이 넘어갈 지경.

발가락 끝이 마비가 된 것처럼 뻣뻣해지면서 온 몸으로 우는 원우였다.

"하아...흑,흑~~서,선미야~~!"

하나 더 입에 문 선미.

작은 입이 불룩하게 솟아날 정도로 거북한 모습이었지만 선미의 입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오물오물....

입술로 가볍게 누르고 혀로 살살 굴리고....

배운 것도 아니건만 본능적으로 선미는 그렇게 오랄에 스스로 미쳐가고 있었다.

지금은 그저 아무 것에나 빠져들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원우의 다리가 들려지더니 굵은 허벅지로 선미의 머리를 감쌌다.

"아....아파..."

선미는 양쪽에서 압박하는 남편의 다리를 간신히 손으로 밀어내며 버티고 있었지만 단단한 근육덩어리인 원우의 다리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왜....그래요...."

가까스로 고개를 든 선미.

남편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약간 어리둥절한 선미의 눈과 원우의 시선이 마주쳤다.

벌려진 아내의 입가에 허연 물기가 묻어있는 것이 보였다.

보기만 해도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내의 섹시한 모습.

하지만 원우는 허전해진 아랫도리의 쾌감이 못내 아쉬웠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자극이 그만 자신도 모르게 아내를 당황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아....아니야..좋아~~좋아서 그래~~"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정말....."

"그럼~~!!"

원우의 기뻐하는 모습은 선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남편에게 자신이 저지른 일은 너무도 가혹한 형벌이었다.

'미안해 여보...정말이야....'

자꾸 눈 앞이 침침해지는 선미.

혹시라도 남편에게 들킬까봐 말 없이 고개를 숙이는 눈 앞에 남편의 물건이 보였다.

원우는 아내의 거침없는 오랄에 탄성이 저절로 나왔지만 행여 기분을 상하게 할까 조심했다

결혼하고 이런 황홀한 써비스는 처음이었기에 참기 힘들 만틈 강한 쾌감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아내가 자신의 물건을 흡입하는 것을 조마조마하는 심정으로 보고 있었다.

"쪽~~~"

흐물해진 것이 한번에 빨려 들어갔다.

"오....서,선미야...너무,너무 좋아~~"

"음...음...씁...쭙~~"

피부에 닿는 선미의 촉촉한 입 속만큼이나 자극적인 애무의 소리는 성감을 급격하게 끌어 올렸고 감겨지고 있는 눈 속으로 들어오는 아내의 모습은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소파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물건을 사랑하고 있는 아내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원우.

홀쪽하게 볼이 들어갈 때마다 쪽쪽 빨아당기는 아내의 모습은 마치 오랄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듯이 섹스럽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은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원우는 가만히 아내를 잡아당겼다.

"뽁..."

선미는 몸이 당겨짐과 동시에 입에 물고 있던 남편의 물건이 빠져나가자 의아한 듯이 쳐다 보았다.

"됐어~~. 고마워 여보~~"

정말 원우는 아내가 이뻐 죽을 지경이었다.

입가에 흘러 내린 물기와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보면서 오늘 만큼 행복한 날은 없었던 것 같은 기분에 아내를 다시 한번 끌어당겼다.

선미는 마치 그것에 집착한 사람같았다.

곧 죽어도 다시 잡으면서 놓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만해도 돼~~. 누굴 죽이려는 거야~~~"

기분좋은 표정으로 아내를 다독거리는 원우.

그제서야 선미도 손을 놓고 남편의 가슴을 만지작 거렸다.

"오늘 웬일이야~~?"

"..........."

"이거 오늘 완전히....."

원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내의 손가락이 입술을 누르고 있었다.

선미가 가만히 가슴에 기대어 왔다.

"여보....."

"응. 왜, 선미야~"

기뿜이 가득한 목소리로 원우가 대답을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무거운 선미였다.

"아,아니야....."

선미는 왜 남편을 불렀는지 몰랐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남편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느끼고 싶었다.

혹시라도 자기에게서 멀어질까봐....

"왜~~"

"아니야. 나 사랑하지...?"

"그럼~~. 내 사랑은 당신 밖에 없지~~"

"정말이지? 언제까지나 사랑할 거지?"

"후후~~오늘따라 왜 이러실까...나에게 당신말고 누가 있다고~"

원우의 손이 선미의 머리카락 사이로 사라졌다.

"고마워...."

선미가 일어나 자신의 타액이 묻어 있는 원우의 사타구니 주변을 깨끗하게 닦기 시작했다.

흐뭇한 표정으로 그런 아내를 말없이 바라보는 원우.

완벽한 아내의 마무리에 원우는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 들어간다...."

"어...그래~~. 당신도 쉬어. 오늘 신경쓴다고 힘들었을 텐데~~"

"그럼, 먼저 들어갈게....."

"응. 나도 서류 다시 훑어보고 금방 들어갈게~."

선미가 일어났다.

원우는 아내의 토실한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톡,톡~~"

기분좋은 탄력감.

언제만져도 아내의 힢은 탱탱볼 처럼 그렇게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돌아선 선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면서 원우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

선미는 남편이 봉투를 여는 것을 보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

돌아서 문에 등을 기대고 소리 죽여 깊은 한숨을 내쉬는 선미.

모든 것이 끝났다.

조마조마한 마음,

죄책감에 억눌린 마음,

쉴 새 없이 파고들었던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셨지만 눈 앞이 어질어질했다.

비로소 속이 메스껍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급하게 욕실로 들어간 선미.

억지로 참고 있던 것이 금방이라도 토해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웁..!! 웁.."

하지만 아무것도 뱉어지지 않고 헛구역질만 나오는 것이 아닌가.

몇 번 그렇게 하고나자 코 끝이 찡해지면서 눈물까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익숙지 않은 남편의 정액냄새는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면서 한 동안 그렇게 화장실에 앉아 있게 만들었다.

힘이 빠진 상태로 그렇게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오늘 저녁 짧은 몇 시간동안 엄청난 일들을 겪고 난 뒤라 선미는 정신이 없었다.

마치 미친년 처럼 몸부림 치던 자신의 모습과

외간 남자 앞에 온 몸을 드러내고 남자에게 잠시나마 빠져들었던 후회,

그리고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기운 때문에 남편에게 하게 되었던 오랄....

"휴우...음...내가 정말 미쳤어....내가..."

눈을 감은 선미.

몸과 머릿속은 만신창이가 되어 피곤했지만 눈을 감을수록 더 생생하게 떠오르는 영상이 있었다.

어두운 그림자가 덮쳐왔다.

스멀스멀 피부로 파고든 그 안개 같은 어둠 속에 갇혀 헤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서든 벗어날려고 발버둥쳤지만 그럴수록 점점 빠져들어가고 있는 모습 속에서 놀라 눈을 번쩍 뜬 선미.

"안돼......."

눈만 뜬 채 꼼작하지 못하고 어둠속을 바라보던 선미.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았다.

바로 저 천장 위에서 조금전 다른 남자 밑에 깔려 음란한 모습으로 욕정의 섹스를 치룬 자신을 생각하자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몸을 돌려 엎드리고 베개로 머리를 누르며 고개를 휘젓는 선미.

"아니야!! 아니야...흑,흑...."

눈가에 맺히는 물기...

하지만 그것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를 남편 때문에....

다음날.....

"선미야......"

꿈결 처럼 들려오는 원우씨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선미는 그것이 현실임을 알지 못하고 비몽사몽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선미야...!!"

몸을 흔드는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는 선미.

"어...!!"

눈을 껌벅이는 선미에게 머리맡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원우의 모습이 그제서야 보였다.

"일어나야지~~"

"어...? 어...며, 몇시야... 내가 늦잠 잤어...?"

"그래~~. 너 어제 많이 피곤했었구나~~"

사랑스런 눈길로 아내를 내려다보는 원우.

선미는 그런 남편의 시선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어? 그,그게 무슨..."

놀라 가슴이 뛰기 시작했지만 다행히 원우는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임마, 안 하던 일을 하니까 그렇지~~"

"워,원,원우씨...."

다시 한번 가슴이 덜컹내려 앉았지만 그렇다고 티를 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큭,큭~~어제 밤에 너무 좋았어, 선미야~~"

"뭐..뭘...."

남편이 하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받아넘기지 못하고 울렁거리는 가슴을 겨우 달래고 있는 선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원우는 재밌다는 표정이었다.

"당신에게 그런 서비스도 받아보고 말이야~~. 피곤하지, 선미야. 어제는 정말 너무 좋았어."

원우가 멍하게 앉아 있는 선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어...그,그랬어..."

"이제 그만 일어나. 이러다 나 회사에 늦겠다...먼저 나가 있을게~~"

목발을 짚고 나가는 남편을 쳐다보는 선미의 눈에 알 수 없는 복잡한 눈빛이 떠올랐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선미의 눈에 나리가 잠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나리야..."

갑자기 눈물이 핑그르 도는 선미.

천사 같이 곱게 잠들어 있는 나리를 보는 순간 더 이상 깨끗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미안해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휴우....내가 미쳤지...정말..."

씻고 머리를 묶은 선미가 주방으로 왔을 때 이미 원우가 아침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당신...출근 준비 다 했어...?"

선미는 생각지도 않은 남편의 행동에 놀랬다.

아직 넥타이도 매지 않은 남편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었다.

"금방 할 건데 뭐~~자, 와서 먹어~"

토스트를 준비하고 샐러드까지 제법 그럴싸하게 그릇에 담아 놓은 남편의 행동에 선미는 적잖게 당황했지만 일부러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거의 없었기에....

"미,미안해...내가 늦게 일어났지..."

"아니~~. 그냥 고마워서 그래. 어제 말이야..."

선미는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들지 못하고 샐러드만 뒤적거렸다.

"당신 말이야, 보통이 아니었어~~. 나 어제 천국에 갔다 온 기분이야~~"

"여,여보...."

"아~~지금도 그 느낌이 살아있는 것 같은데~~"

"그만해 여보...."

선미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남편의 말뜻과 그 의미를 알면서도 남편이 알지 못하는 또 하나의 비밀 때문에 자꾸만 숨고 싶어지는 이 초라한 자신의 모습...

"아,알았어~~. 그냥 너무 좋아서 그래. 자, 먹자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아침을 들기 시작했지만 정작 선미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거의 접시가 비워갈 때쯤 원우는 선미의 태도가 뭔가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졌다.

"왜 그래?"

"어? 뭐,뭐..가?"

"무슨 생각을 하는데..."

"내가? 생각은 무슨..."

"그런데 꼭 넋이 빠진 사람처럼 왜 그런 표정이야. 사람도 참...."

"어...그냥 머리가 좀 아퍼서 그래..."

선미는 뜨끔한 가슴을 진정시키며 애써 웃었지만 어색함은 어쩔 수 없었다.

"킥,킥~~~"

원우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웃자 선미는 가슴이 턱 막혀왔다.

마치 뭔가 알고 있다는 듯한 남편의 웃음...

"왜, 왜 웃어? 왜 그래 당신..."

"아,아니야~~~큭,큭...."

그래도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며 큭,큭대며 웃는 남편을 보는 선미는 힘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혹시 이 사람이....'

세상 모르고 밤에 잘 때 행여 자신에게서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발견한 것은 아닌지 온갖 생각이 다 들면서 불안해지는 선미.

"정말 왜 그래....왜 그렇게 웃는거야.."

"그게 아니고...당신을 보니 자꾸 어제가 생각이 나서 말이야~~"

"당신 정말...."

말없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이는 선미의 머릿속은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선,선미야...그게 아니고...니가 생각지도 않던 일을 해 주니까 너무 좋아서 그런거야..."

선미의 모습에 당황한 원우가 급하게 달래려고 했지만 그 순간에도 두 사람의 머릿속은 각기 다른 생각으로 복잡했다.

원우는 선미의 오랄을 통해 절정을 맞던 그 황홀했던 순간을....

선미는 생각하기도 싫은 스티브와의 처절했던 그 섹스의 순간으로...

그렇게 아침식사가 정신없이 지나고 출근준비를 마친 원우가 거실로 나왔을 때 선미는 주방에서 뒤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음~~아침부터 왜 이러지~~'

원우는 츄니링을 입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자 아래쪽이 불끈해짐을 느끼는 동시에 절뚝거리며 아내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몸에 달라붙어 하체의 선이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나 보여주는 츄리닝 위로 아내의 탱탱한 살집이 고스란이 보여지고 있는 것이었다.

도톰하게 솟아오른 히프,

늘씬하게 뻗어내린 허벅지와 그 아래 종아리,

묶은 머리로 훤하게 드러나보이는 목선이 오늘따라 너무 자극적이었다.

"어머!!"

선미는 필요 이상으로 놀라며 뒤돌아 설려고 했지만 원우의 힘에 의해 싱크대 쪽으로 몸이 붙으며 움직일 수 없었다.

"여,여보!!"

"가만히 있어봐~~"

원우의 손이 바짝 업되어 있는 아내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말았다.

"헉!! 왜, 왜 이래...."

"당신 너무 섹시해서 그래~~참을 수가 있어야지 말이야~~"

하지만 천 위로 만지는 것은 아내의 탱탱한 피부의 질감을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하지마...여보..!!"

"잠,잠깐만...있어봐....잠깐만..."

원우의 손이 옷 속으로 쉽게 들어갔다.

"아......좋다~~~"

탱실탱실한 기분좋은 이 느낌...

원우는 갑자기 성욕이 확 밀려옴에 몸이 '후두두...'떨렸다.

코속으로 스며드는 아내의 상큼한 체취와 촉각을 예민하게 자극하는 살아있는 살결의 감촉.

"여보,여보..하지마. 아침부터 왜이래...."

"너무 좋아서...당신이 너무 좋아서 그래~~"

"아........"

선미는 할 말이 없었다.

어느새 남편의 손이 뒤에서 스며들어와 앞쪽까지 만지고 있는 것이었다.

"오우~ 당신도 좋은가봐. 물이 벌써 많이 나왔네~~"

"다,당신 출근해야 하잖아....그만해..."

원우는 고개를 돌려 싱크대 위에서 깜박이고 있는 전자시계를 보았다.

'으이쿠...벌써 시간이...'

지금 당장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렇다고 회사에 늦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망설이던 원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헉!! 여,여보!!!"

선미는 뜨거운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뭔가 딱딱한 것이 질 속으로 들어왔다 한 바탕 휘젓어 놓고 바람같이 사라져 가는 것이었다

싱크대를 부여잡은 선미의 손톱이 바들바들 떨면서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끼..익..끽...."

손톱이 접혀지면서 통증이 왔지만 그것보다도 더 참기 힘든 즐거운 고통에 선미의 갸녀린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제발...여보..."

아내의 흐느낌이 느껴졌지만 원우는 멈춰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더 미적거리다가는 출근시간에 늦을 수도 있기에 아쉽지만 손을 뺄 수 밖에...

선미의 입에서 긴 탄식소리가 흘러나왔다.

"음...하아.........."

뭔가 아쉽고 허전하면서도 안도의 한숨......

뒤쪽의 허전해지면서 남편의 무게가 사라짐을 느끼는 선미였다.

"킥,킥...당신 너무 많이 나왔다.~~"

"뭐, 뭐야!! 당신 정말!!"

남편의 생각지도 않은 말에 선미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아,아니야...노,농담이야, 농담..."

말은 그렇게 해도 원우는 아내의 질속이 흥건하게 젖어있음에 놀래고 있었다.

'선미가 이렇게 물이 많은 여자였던가....'

아무튼 기분좋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뒤돌아 이제 막 고무장갑을 벗는 아내를 보는 원우의 눈이 뜨거웠다.

"선미야, 가방 좀...."

아직 불편한 남편 대신 고개를 숙인 선미가 방에서 가방을 갖고 나왔다.

"히히~~너무 좋다~~"

".........."

빨개진 선미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상해~~"

"........."

"당신 이상하단 말이야....."

남편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이 조마조마한 선미.

절뚝거리며 현관쪽으로 나가는 남편 뒤를 따르는 선미는 자꾸만 갸웃거리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디보자....달라졌어, 당신~~"

"뭐,뭐가...뭐가 달라졌다고......"

신발을 신으며 빤히 쳐다보는 남편의 눈길을 차마 마주하지 못하는 선미.

"왜 그래요..자꾸만..."

"이상해, 아니 달라졌다니까..."

"뭐가요...자꾸 이상한 말만 하지 말구요...."

회사까지 걸어봤자 불과 몇 분, 하지만 다치고 난 뒤로부터 차로 출퇴근을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선미가 아침마다 운전을 해주고 있었기에 남편을 부축해 내려오면서도 가급적이면 오늘은 남편 몸에 손이 적게 닿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미였다.

"오늘 아침 당신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단 말이야~~"

"예?......"

선미는 남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음...뭐랄까...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이 당신을 감싸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런 말이...."

선미는 가슴이 울렁거렸다.

정말이지 이상한 말을 하는 남편을 보면서 밤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남편이 다 알고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선미.

"정말이야. 오늘따라 당신에게서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기운이 느껴진다 말이야...."

"그만..하세요..."

"어...어...서,선미야~~"

토라진 것 처럼 남편을 놓고 계단을 내려가는 선미를 급하게 부르는 원우는 그러나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소녀 같은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었다.

"야, 같이가~~~"

불편한 다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부축하여 차에 태우고 겨우 사무실까지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선미의 마음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휴우......"

몇 번이나 깊은 숨을 내쉬었지만 이상하게도 멍해지는 기분...

아침부터 남편의 손가락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가 묘한 울림을 여전히 주고 있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지난 밤....

너무도 격렬했던 섹스의 흔적이 우릿하게 남아있는 상태에서 남편과의 생각지도 않았던 접촉으로 거의 뜬눈으로 지새다시피 한 아침.

당연히 피곤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비록 늦잠을 잤지만 몸은 개운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밤과 달리 밝은 아침의 눈부신 햇살속에서 죄를 지은 자신의 행동 때문에 차마 남편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작은 터치는 또 다시 알 수 없는 흥분마저 갖게 하는 것이 아닌가.

선미는 불안했다.

지금의 자신이 어제의 자신이 아닌 것만 같은,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찌릿찌릿한 기운이 마치 불에 데인 것처럼 화끈거리며 사타구니에서 온 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었다.

"음...안되겠어...빨리 들어가야지...."

집안 일을 정리하면서 잊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은 스물거림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정말 미쳤어...."

자책을 하며 혹시나 나리가 깨어 났을까봐 걱정이 된 선미가 발걸음을 재촉하여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음~~룰루~라~~~"

오랜만에 잠겨있던 빗장을 풀고 마음껏 즐긴 도영의 아침은 상쾌했다.

가만히 있어도 허밍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후후~~정말 대단했어..."

아직까지 아래쪽이 여자의 질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뻐근하게 조여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서 고개를 쳐들고 있는 놈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도영이었다.

"좋은 여자야~~"

자기를 그렇게 흥분하게 만들고 다양한 느낌을 주는 여자는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지난 밤을 생각하자 온 몸이 바짝 긴장이 되는 것이 아래쪽이 끊어지도록 아파왔다.

"자식, 너 임마 어제 호강했어~~"

대가리를 빳빳하게 쳐들고 있는 물건을 손으로 툭치는 도영.

성능 좋은 스프링처럼 끄덕이며 주인의 마음을 알았다는 듯이 건들거리는 물건을 도영이 손으로 쓰윽 훑어내렸다.

"흐..윽~~!!!"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알싸하면서도 찌릿한 자극이 퍼져나가면서 도영은 쓰러지듯이 벽에 손을 대며 가까스로 버티고 섰다.

"휴우...."

정신을 잃을 만큼 강한 쾌감이 훑고 지나가자 다리까지 떨려오는 것이었다.

"이거 이러다 내가 빠지는 거 아니야~~~"

몸을 씻고 나오면서도 도영은 거세게 반항하면서도 결국 자기의 몸을 휘감으며 울부짖던 송팀장의 와이프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선미라고 했었지....."

선미...

참 착한 이름이자 여자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후우~~섹스를 즐겁게 해 줄 여자야...."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큰 집.

여름이지만 썰렁한 실내 분위기가 몸을 웅크리게 만들었다.

"이거 옮기던지 해야지...."

아직 풀지 못한 짐들 사이를 비집고 겨우 옷가지를 찾아 들고 나온 도영이 출근 준비를 마치고 급하게 우유 한잔을 마실 때였다.

입에 머금은 우유가 미처 목구멍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풉~!!"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면서 분수처럼 뿜어지고 만 우유.

하지만 바닥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손으로 쓰윽 입가를 훔친 도영이 향한 곳은 바로 소파위에 걸쳐져 있는 천 조각이었다.

"음....킁,킁...으..음~~"

여자의 체취....

물기가 배어 얼룩이 진 여자의 팬티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었다.

코 끝에 갖다대고 깊게 들이마신 도영은 묘한 향이 느껴지면서 다시 불뚝 거리며 발기되는 아래쪽 기운에 웃음이 나왔다.

"자식~~좀 참아라 임마~~"

약간은 빛 바랜, 솔기가 삐져 나온 면 팬티는 평소 같으면 눈길도 두지 않을 도영이었지만

자신과의 섹스를 즐긴 여자의 흔적이라는 생각은 눈을 감고 지난 밤을 떠올리게 했다.

적당한 크기의 가슴,

깊고 깊은 곳의 달콤한 샘물,

날씬하게 흘러내려간 하체의 선,

사타구니에 와 닿던 기막히던 도톰한 히프의 그 탄력성,

허리를 감고 울면서 달라붙던 그 절정의 쪼임....

잠시 망설이던 도영은 손에 들고 있던 천 조각을 다시 자리에 내려 놓고 현관문을 나서기 시작했다.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장도영.

계단을 밟는 발걸음이 너무 가볍고 즐거웠다.

"음~~라~~"

상쾌한 아침공기였다.

경황이 없는 선미는 아무 생각없이 급하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2층을 돌아 3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막 밟았을 때 누군가의 발자욱 소리와 함께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멈추고 만 선미.

위에서 내려온다면 결국 한 사람 밖에 없는데....

생각이 거기에 닿자 가슴이 콩닥거리며 뛰기 시작한 선미는 자신도 모르게 올라온 계단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이내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나리가 생각난 것이었다.

혹시라도 깨어나 울기라도 한다면....

저번 처럼 문이 열려 있는 것도 모르고 나왔다가 나리가 계단까지 나와 울고 있었던 일이 생각나자 선미는 오도가도 못하고 속만 타들어갈 뿐이었다.

도영도 잰걸음으로 급하게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잠시 멈췄다.

2층이 아니라면 3층인데...

혹시나 하는 바램에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막상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고 또 다시 확인할 틈도 없이 다시 사라지면서 머리쪽만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것이 선미라는 그 여자라는 것은 분명했다.

향...

조금전 천조각에서 맡았던 그 향의 냄새였다.

순간 급격하게 엔돌핀이 상승하면서 핏줄이 바짝 타들어가는 느낌을 받은 도영.

선미는 입술을 찔근 깨물었다.

물러설 수 없는 일, 고개를 숙이고 다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하는 선미.

2층을 지나 3층으로 오르는 계단쪽을 힐끔 보았지만 다행인지 몰라도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다급해졌다.

조금만 더 빨리 움직인다면 어쩌면....

중간을 지나 거의 눈 앞에 서너개의 계단이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선미.

"휴우......"

그렇게 마지막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돌 처럼 굳어버린 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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