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 E M O R I Z E - IF편 Chapter - 11 [불안한 안정]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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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꺽, 찔꺽, 찔꺽.

“하응, 학, 하악…! 학, 아읏……!”

“큭!”

침대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광경. 엎드려 있는 여성의 엉덩이를 잡고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던 사내가 침음성을 흘렸다. 허리가 으스러지라 꽉 움켜쥔 그가 곧 허리를 깊숙이 밀고 몸을 떨었다. 

“하응, 하읏, 하으…! 아, 아파!”

“아프냐?”

“아으…….”

붉은 기운이 어려있는 머리가 매력적인 여인. 그녀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사내가 얼른 허리를 빼내었다. 주륵, 하고 빠져나온 남근이 아직 성을 잃지 않고 뻣뻣이 고개를 들었다.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인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아직 무리라면 그렇게 애써 참을 필요 없어.”

“아으, 그래도 처음은 참을 만했는데 세게 움직이니까 힘들어서…….”

“준비한다고 꽤 했는데 아직 모자랐나 보군.”

여인이 엉덩이를 잡고 울상이자 사내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토닥이듯 쓰다듬어주자 곧 고양이처럼 남자에게 안기는 여성. 

“그쪽이 아무나 한다고 되는 곳인 줄 알아요? 처음엔 이걸로 풀어야 한다니까요. 조금씩 넓혀나가다가 완전히 준비되면 넣어야 한다니까.”

그리고 그런 둘을 지켜보던 여성이 무언가를 들고 다가왔다. 구슬 여러 개가 이어붙여 져 막대처럼 되어 있는 물건. 그것을 본 붉은 머리 여성이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시, 싫어! 그런 물건을 어떻게 똥꼬에다가 넣어?”

“또, 똥꼬라뇨? 항문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아무튼, 그곳에 넣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라고요. 왜 못 넣어요? 이리 와봐요.”

“시, 싫어! 오빠!”

날렵하게 남자의 품에서 빠져나와 그의 등 뒤로 숨는 여성. 이유정이 으르렁거리며 경계하자 다가가던 김한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들고 있던 막대를 까딱였다. 

“딜도는 되고 왜 이건 안된다는지 모르겠네. 똑같은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이라니까요?”

“너, 너무 혐오스럽게 생겼잖아! 그리고 이제 오빠 걸 받아들였으니 앞으로 필요 없어!”

“나중에 그러다 피나도 전 몰라요?”

“피, 피?”

피라는 말에 눈을 부릅뜬 이유정이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매만졌다. 방금까지 사내의 물건을 받아들여 아직까지 열려있는 듯한 기분. 지금도 조금씩 따끔거리는데 피라는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두려움이 닥쳐왔다. 

“오, 오빠. 아무래도 젤 좀 많이 발라야 할 것 같은데…….”

“그게 필요하다면야 하나 구해올 수 있긴 한데. 그런데 꼭 그…. 뒤로 해야 하는 거냐?”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앞으로도 해도 충분히 만족해. 굳이 애써 이럴 필요는…….

회색빛 머리가 잘 어울리는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 허준영이 머뭇거리자 이유정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부릅떴다.

“그건 안되지! 안 그래도 마음에 걸렸었는데 오빠도 여기로 해보고 싶다면서? 내가 얼마나 큰맘 먹은 줄 알아?”

“그저 단순한 내 욕심이었을 뿐이다. 그걸 크게 바라서 한 말이 아니었어.”

“이미 개통한 순간 끝난 거야. 그리고 뭐……. 나도 조금 욕심이 나기도 하고.”

이유정이 먼 곳을 보며 얼버무리자 허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김한별은 고개를 저었고.

“여하튼, 하기로 했으니 여길 무조건 개발해야겠어. 그, 그런데 지금은 조금 아프니까……. 오늘의 마무리는 이쪽으로…….”

결국, 다시 항문으로 하긴 두려운지 이유정은 살며시 다리를 벌리며 음부를 손으로 벌렸다. 붉게 젖은 속살이 벌어져 음란하게 번들거리자 허준영의 남근 역시 다시 힘차게 꿈틀거렸다. 

━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아응, 하윽, 핫…. 하윽, 하앗!”

“큭, 크읏!”

“역시…! 이쪽이 좋아! 똥구멍 같은 데보다 여기가 훨씬 좋아…! 하악!”

단숨에 뿌리 끝까지 삽입한 허준영이 있는 힘껏 허리를 흔들자 이유정 역시 능숙하게 동작을 맞춰왔다. 찌걱거리며 음란한 소리가 울렸고 그럴 때마다 이유정에게서 흘러나온 애액이 침대 사방으로 튀었다. 

“하아……. 제 차례는 언제냐고요.”

그 두 남녀의 음란한 행각을 보고 있던 김한별 역시 점점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허벅지를 살살 비비며 욕구를 참고 있던 그녀 역시 천천히 옷을 벗어 내리기 시작했다. 허벅지를 아슬아슬하게 가리던 미니스커트가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셔츠 역시 그 옆에 떨어졌다. 

“하암, 쭙, 쭈웁…….”

“헉!”

열심히 허리를 놀리고 있는 허준영의 뒤로 다가가 그를 끌어안는다. 그의 넓은 등판을 혀로 핥으면서 앞으로 손을 돌려 그의 단단한 가슴을 어루만졌다. 손끝으로 걸리는 단단한 유두. 그것을 살살 자극하니 허준영이 헛숨을 삼켰다. 

“하악, 학, 하악…! 하악!”

“크윽!”

점점 그의 탄탄한 상체를 타고 내려간 손이 이제는 고간에 닿았다. 계속 여인의 안을 들락날락하는 남근에 살짝 손이 닿자 허준영의 움직임도 서서히 느려졌다. 이미 축축하게 젖은 기둥. 그것을 어루만지던 김한별은 좀 더 손을 내려 그의 고환을 살며시 붙잡았다.

“하아……. 한별아…….”

“그렇게 싸셔놓고……. 이렇게 가득 차 있네요?”

“그럴 수밖에. 요즘 네가 그렇게 보석을 정제해 오는데 이럴 수밖에 없지.”

“꼬박꼬박…. 드시고 계셨어요?”

“물론. 누가 주는 건데.”

“후훗. 잘했어요.”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짓던 김한별이 이내 행복하게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서서히 주무르기 시작하는 손. 정액을 생성하는 곳을 자극해오자 허준영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는 쾌감을 느끼며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하악…! 더 커졌어…! 하응! 하앙!”

“큭! 이러면 더는……!”

“유정 언니의 안에 듬뿍 싸주세요. 임신할 정도로.”

“크윽!”

허준영의 얼굴에 여유가 없어지면서 동작은 더욱더 빨라졌다. 이유정의 잘 단련된 탄탄한 허벅지를 잡고 음부를 쑤시던 그가 이내 최대치로 허리를 밀어 넣고 그대로 사정했다. 남자임에도 턱이 절로 들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쾌감에 그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 푸슛, 푸슈슉, 푸슉.

“아, 아아…! 안에 가득 차……!”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이유정의 위로 쓰러지려던 허준영. 하지만 그런 그의 상체를 김한별이 끌어당겼다. 

“안돼요. 이제는 제 차례란 말이에요.”

“하아…. 조금만 쉬게 해주면…….”

“수현 오빠였다면 쉬지 않고 해줬을 거예요.”

“너…….”

수현이라는 말에 허준영의 눈빛이 바뀌었다. 평소라면 존경의 빛을 띠었을 눈빛이 질투심으로 가득 찼다. 그가 도로 몸을 일으켜 김한별을 강제로 침대에 눕게 했다.

“꺅!”

“후우, 일부러 도발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도저히 흘려 들을 수가 없군.”

“화났어요?”

“어. 딱 보면 모르나.”

“킥. 잔뜩…. 화났네요?”

그가 허리를 살짝 튕기자 딱딱하게 솟은 남근이 크게 흔들렸다. 방금 사정한 거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한 모습. 그가 다가오자 김한별은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렸다. 

“어디로…. 할 거예요?”

“글쎄….”

이미 흠뻑 젖어 뜨거운 김을 흘리는 음부에 남근을 갖다 대었다. 그가 허리를 살짝살짝 움직이자 남근이 음부를 눌렀다가 클리토리스 쪽을 스치며 위로 빠져나왔다. 그것을 몇 번 반복하자 김한별의 호흡 역시 뜨거워졌다. 

“하아…. 애태우지 말고요. 얼른 아무 데나 넣어줘요.”

“항문에…. 넣고 싶은데.”

“으응……. 아무리 저라도 거긴 조금 준비가 필요한데.”

“준비? 그냥 하면 되지.”

아무리 개발이 되어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살을 풀어야 하고 거기에다 적셔놓기까지 해야 했다. 당장 급한 두 남녀로서는 그 시간마저 아까운 상황이었기에 잠시 머뭇거렸는데 둘 사이로 이유정이 끼어들었다. 

김한별의 아랫배를 찰싹 때린 이유정이 손을 그대로 아래로 내렸다. 허준영의 남근을 살짝 밀치고 음부를 만지작거리는 손. 단숨에 두 손가락을 밀어 넣은 그녀가 능숙하게 안을 쑤시기 시작했다. 

━ 찌걱, 찌걱.

“앙, 하읏…? 어, 언니? 가, 갑자기?”

“너 이쪽도 민감하잖아? 이쪽 조금만 쑤셔주다가 아래쪽 적시면 되지.”

“하앙, 하악…! 그,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만지면…! 하악! 하아악!”

이미 여러 번 해본 일인 듯, 단숨에 김한별의 G스팟을 찾은 이유정이 그곳을 자극해나가자 김한별이 몸을 크게 떨었다. 활짝 다리를 벌린 채로, 같은 여성에게 음부를 만져지고 있는 광경은 몇 번을 봐도 음란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을 보는 허준영도 마른침을 삼키며 남근을 부풀렸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가 양손을 내밀어 김한별과 이유정의 가슴을 동시에 만지작거렸다. 

“하읏, 흐응!”

“하아, 그새를 못 참은 거야?”

“유정아…. 빨리…….”

“알았으니까…. 젖꼭지 그렇게 만지지 마. 하응!”

재촉하듯 젖꼭지를 쥐고 살짝 잡아당기자 이유정이 낮게 신음을 흘렸다. 결국, 안쪽을 쑤시던 손가락을 뽑더니 그녀가 손을 더 아래로 내렸다. 

“힘 빼.”

“네……. 으, 으읏!”

“쑤실게?”

“네…. 엣! 흐으응……!”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으로 항문을 건드리던 이유정이 그대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음부를 만질 때와 비교가 될 정도로 조심스러운 움직임. 천천히 안으로 밀어 넣은 이유정이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찔꺽거리는 소리가 음란하게 울렸다. 계속 꿈틀거리는 음부에서 뜨거운 애액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조심스레 움직이며 항문을 넓혀가던 손가락이 드디어 조금씩 빠져나왔다. 

“하아, 하아…….”

“넣는다.”

“네……. 하아아악!”

이윽고 두꺼운 남근이 삽입되었다. 귀두를 조심스레 머금던 항문이 일순간 벌어지며 남근을 뿌리까지 삼켜냈다. 김한별이 턱을 쳐들며 쾌감에 흐느꼈다. 

“커, 커……!”

“크윽! 움직인다.”

“하악, 학…! 아악, 하아아악!”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남자. 그의 남근이 쭉 뽑혔다가 삽입될 때마다 여체가 크게 펄떡거렸다. 힘껏 죄는 압박감에 허준영이 숨을 삼켰지만 이를 악물고 허리를 움직이는데 멈추지 않았다. 

“오, 오빠! 저, 저…! 주, 죽어! 저, 죽어요……!”

“큭! 나도 죽을 것 같다.”

“하악, 하악…! 배 터질 거 같아…! 하악! 하아앙!”

ㅡ푹, 찍, 푹, 찍.

사내의 고간이 크게 내려칠 때마다 김한별이 죽는소리를 냈다. 실제로 입을 쩍 벌린 그녀가 받아들이는 감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커다란 망치가 뱃속 내부를 힘껏 두드리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럴 때마다 몸을 잠식해 들어가는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음부로 하는 섹스와는 확연히 다른 쾌감. 그리고 일반적인 행위에서 거리가 먼 행위라 생각하니, 이율배반적인 배덕감까지 몰려왔다. 

“아으, 하으으, 흐아악?!”

“큭!”

점차 빨라지던 사내의 허리가 크게 앞으로 내질러졌다. 뿌리 끝까지 남근을 밀어 넣으며 파르르 떤다. 사정의 기운. 동시에 이유정 역시 김한별의 가슴을 쥐고 강하게 주물렀다. 젖꼭지를 살짝 꼬집는 자극까지 겹쳐지며 김한별 역시 크게 허리를 튕겨 올렸다.

“하아…….”

길게 숨을 흘린 허준영이 그대로 김한별 위로 쓰러졌다. 김한별 역시 그런 허준영을 끌어안으며 절정의 여운에 잠겼다. 그러기를 잠시.

“오빠…. 이번엔 나…….”

“하아, 하아…….”

슬쩍 다가온 이유정이 허준영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다가왔다. 다시 눈에 힘을 찾은 그가 이번에는 이유정을 덮쳤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수차례 번갈아가며 관계를 나눈 세 남녀는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오빠도 그렇고 수현 오빠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사정하는데 계속 서?”

“맞아요. 원래 남자들은 한번 싸면 쉽게 회복이 안 된다던데…….”

허준영의 양옆으로 누워있던 두 여인이 슬쩍 물었다. 아직 굳게 서 있는 남근을 어루만지는 두 여인의 손. 그 부드러우면서 농염한 손짓에 허준영이 살짝 몸을 떨었다. 

“글쎄. 사실 생각해보면 나도 처음부터 이런 상태는 아니었지. 아무래도 사용자 정보가 큰 영향이 있는 모양이다.”

“체력이나 근력 쪽 능력 때문인가?”

“그런 것 같다. 특히 체력 쪽이 증가할수록 스테미너도 함께 늘어나니 그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 굳이 하려고 하면 온종일 할 수도 있는 건가?”

기둥을 잡고 살짝살짝 흔들던 손길이 과격하게 변했다. 애액으로 젖은 귀두를 몇 번 훑자 허준영이 얼른 말했다. 

“그, 그래도 마냥 체력에 국한되지는 않는 거 같다. 사정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피로감이 쌓이니까. 하자면 못할 건 없지만 말이다.”

“흐응~. 그래? 그러면 수현 오빠는 그냥 정력이 타고났다고 봐도 되는 거네?”

“뭐? 갑자기 김수현 이야기가 왜 나오지?”

“아니, 생각해보니까 그렇잖아. 오빠는 우리랑 둘이서만 하고 있지만, 수현 오빠는 따지고 보면 몇 배는 더 되는 사람들이랑 매번 하고 있는 거니까.”

남자에게 이런 쪽으로 비교를 당하는 건 큰 수치였다. 하지만 이유정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도 수현 오빠는 이겨 먹을 생각이 안 든단 말이지? 요즘 들어 다른 언니들도 팀 만드는 거 같던데.”

“팀?”

“네. 어제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좀 오래된 건 한나 언니랑 다은 언니부터였는데…. 요즘에는 세라프 씨랑 소영 언니까지 붙은 것 같더라고요.”

허준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소영이랑 세라프라고?

“한소영하고 세라프? 이해가 가지 않는데?”

“저희도 깜짝 놀랐다니까요? 처음엔 어디 싸우러 가는 건가 싶어서 걱정했는데 알게 모르게 친해진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하연 언니랑 연주 언니는 연합한 건지 모르겠는데 둘은 옛날부터 계속 함께 사라지는 거 같고.”

“아이, 그 둘은 옛날부터 독자노선이라니까. 문제는 그쪽이 아니야. 최강의 조합은 따로 있으니까.”

“최강의……. 조합?”

두 여인의 막대한 정보량에 허준영은 도저히 따라올 수가 없었다. 철저한 상남자 상에 속하는 그인 만큼, 여성들의 기 싸움에 조금의 면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흥미가 솟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게헨나 언니와 제갈 해솔 씨가 붙어먹었다니까? 진짜 어이가 없으려니까.”

“지옥 대공하고 제갈 해솔이?”

“그냥 수현 오빠를 독차지하겠다는 생각이겠죠. 게헨나 씨의 입지는 말할 것도 없고 제갈 해솔 씨는……. 그 약삭빠르니까.”

“그…. 런가?”

“그… 런가 라니? 제갈 해솔이 얼마나 눈치가 빠른 여자인 줄 몰라? 틈만 나면 여기저기 세력을 불리고 있다고? 연차로만 비교하면 신입 수준인데 간부급 영향력 행사하고 있잖아?”

“그건 제갈 해솔의 능력이 그만큼 출중하니…….”

━ 짝!

허준영의 가슴팍에 불꽃이 튀었다. 

“오빠, 지금 우리 앞에서 그 여자 칭찬하는 거야?”

“다시 한 번 말해 볼래요?”

“아, 아니다.”

두 여인의 기세에 허준영은 단숨에 꼬리를 내렸다. 

“솔이는 뭐, 어디 세력 들어갈 애도 아니고. 소림 언니도 그런 거에 딱히 생각 없는 것 같고. 비비앙도 요즘 방송에만 매달려 있으니 그럴 기미도 안 보이고.”

“그 사람들은 가끔 오빠가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니까요. 문제는 앞서 말한 두 세력이에요. 요즘 소영 언니와 세라프 씨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요.”

“거의 매일…. 오빠가 찾아가는 거 같지?”

“어이…. 너희들…….”

지금 자신의 품에 안겨 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일까? 거슬리는 것도 어느 정도지 이 정도로 태연하게 하니 오히려 어이가 없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이런 와중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남근을 매만지는 손길에 점점 쾌감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응? 왜?”

“하아…. 지금 나랑 이러고 있으면서 김수현에게 찔리는 것도 없나?”

“조금…. 요?”

“조금? 크윽!”

허준영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내려다보았지만, 곧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점차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손으로 인해 쾌감이 몸으로 번져갔기 때문이다. 

이제 질척거리는 소리까지 날 정도로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한 손은 뿌리를, 한 손을 귀두를. 각자 역할을 분담한 여인들이 능숙하게 손을 움직이자 곧 허준영이 허리를 움찔거렸다. 

━ 푸슛, 푸슛.

“와아, 폭죽이다~.”

“흐읏, 큭! 너희들…….”

“정액 기분 좋다~. 그나저나 진짜 각자 편짜고 뭘 하고 있는 걸까?”

허준영이 눈을 부릅뜨고 있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두 여인이 대화를 계속했다. 그런 두 여인의 얼굴도 꽤 진중해진 상태.

“그러게요. 요즘 들어서 그렇게 다들 수현 오빠한테 집착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이게 언니들의 성숙함이라는 걸까? 다들 어른의 여유가 느껴진단 말이지.”

“우리를 부르는 빈도도 많이 줄어들었고……. 그런데도 연주 언니와 하연 언니는 꾸준히 부르는 걸 보면 뭔가 알게 모르게 무슨 짓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잠시 시선을 맞추던 두 여인이 이내 몸을 일으켰다. 이유정과 김한별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동시에 외쳤다.

“미행하자!”

“미행하죠.”

“뭐?”

허준영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는 얼굴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여인의 눈에는 이미 의욕적인 불길이 활활 치솟고 있었다.

목표가 세워지니 행동하는 건 바로였다. 간만에 합심한 두 여인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세부계획을 세웠다. 

“흠, 하연 언니는 이번 모임에서 따로 빠진다 했지? 물어봐도 대충 얼버무리는 걸 보니 딱 그날인 거 같고.”

“맞아요. 그리고 연주 언니도 그날 오후에는 따로 일이 있다고 했으니 거의 확실하다고 보면 돼요.”

“후, 드디어 밝혀지겠군. 대체 날마다 이렇게 약속을 잡고 어디를 싸돌아다니는지!”

침대에 엎드려 종이를 쓱싹 거리는 두 여인을 보며 허준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 두 여인이 투닥거리지 않고 잘 지내는 건 좋은데 이런 쪽으로 계획을 세워도 후일이 괜찮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정하연은 그렇다 치고 나머지 한 여자는 바로 그림자 여왕이다. 첩보의 최강자로 불리는 그녀의 뒤를 과연 들키지 않고 쫓을 수 있긴 할까?

“걱정 마! 언니들은 수현 오빠의 철칙에 따라 절대로 마력을 사용하지 않을 테니까.”

“두 사람 모두 오빠의 말이면 끔찍이 여기니까요.”

“그, 그러냐.”

뭐 그렇다니 자기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음대로 하라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펜을 내려놓은 김한별이 갑자기 다가와 그의 위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지, 지금?”

“네? 아, 잠깐 계획 세웠으니 한 번 더 하려고….”

“아! 치사해!”

곧 양물을 만지작거리며 단단하게 만들자마자 김한별은 항문에 대고 허리를 내렸다. 찌걱, 하는 소리와 함께 단숨에 양물을 삼킨 그녀가 쾌감 어린 얼굴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하아, 하아…. 기분 좋아…….”

“너 진짜! 너 원래 이런 애 아니었잖아? 처음엔 그렇게 부끄러운 척하더니!”

“흐응, 하앗…! 어, 언제는 앙탈 부리지 말고 즐기라고 해놓고선! 이제야 조금 즐겨보겠다는데 웬 방해예요?”

“너…….”

다가온 이유정을 살짝 밀치기까지 하며 허리를 흔드는 김한별의 모습은 이제껏 보던 그녀의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항상 날이 서 있는 듯한 앙칼진 고양이 같은 느낌의 여성이었는데 지금의 모습은 그저 쾌락에 몰두하고 있는 요망한 암고양이였다. 능숙하지는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는 모습은 허준영의 음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처음에 들켰을 때는…. 상당히 당황했었는데 말이야.”

“하앙, 하악! 저, 저도 얼마나 놀랐는데요. 언니와 준영 오빠가 그런 사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 하읏…! 유정 언니는 수현 오빠만 바라보는 바보였으니까…! 하앙, 하앗!”

“바, 바보라니! 너 말을 해도 꼭…!”

“그렇지. 이제 도움이 안 될 거라 혼자 판단하고 클랜을 떠나려고 했으니 말이야. 속으로 자존심이 상했다고는 해도 결국 김수현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 결정한 사항이었겠지.”

“뭐, 뭐야. 갑자기. 오빠도 왜 그런 이야기를 해!”

“오, 빠가 그랬죠? 아응, 핫…! 그런 유정 언니의 모습에…. 새삼 가슴이 뛰었다고…. 그때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흐앙, 학, 하악! 조, 조금은 이해가 될 지도…. 하악, 하악……!”

김한별의 동작이 빨라졌다. 아니, 그녀의 동작이 아니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쥔 허준영이 점차 속도를 올려간 것이다. 

그렇게 위아래로 들어 올려지던 김한별이 몸을 움츠리며 허준영에게 안겼다. 파르르 떠는 여체. 남근을 조이는 항문이 쉴새 없이 꿈틀거렸다. 거친 숨을 흘리던 김한별이 허준영의 품에서 무너져내렸다. 

그렇게 잠시 소강상태로 진행되는 중. 정작 당황해하는 건 이유정이었다. 

“오, 오빠가 그런 말을 했어? 어, 언제 그랬대?”

“저, 저번에 제 방에서…. 따로 만났을 때 해줬어요…….”

“시, 시끄럽다.”

“그, 그래? 준영 오빠가 그런 소리를 했어? 흐응, 그랬구……. 뭐? 둘이 나 몰래 따로 만났었어?”

이유정이 눈에 불을 켜고 화냈지만, 김한별은 허준영의 품에 꼭 숨을 뿐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이유정이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 원래부터 속이 시커멓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야한 애인지는 몰랐어.”

“저도 몰랐어요. 제가 이렇게 돼버릴지. 처음은 조금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행?”

“이거…. 생각보다 기분 좋으니까…….”

오르가슴의 여운에 잠겨있어서 그런 걸까? 행복한 음성으로 말하는 김한별을 보고 이유정이 입을 쩍 벌렸다. 

처음에 그녀에게 허준영과의 관계가 들켰을 때는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허준영에게 위로를 받고 나서 가끔씩 밀회를 즐기던 날. 그날도 어김없이 둘이서 날을 잡았다. 그렇게 이유정의 방에서 뜨거운 행각을 벌이던 중, 문밖에서 들리는 기척을 허준영이 눈치챘다. 

기척은 금세 줄어들었지만 이미 눈치를 챈 허준영이 몰래 다가가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안을 엿보며 몰래 자위를 하고 있던 김한별을 발견했다. 

그때 얼마나 당황했던지. 이유정이 강제로 김한별의 입을 막고 합류시켰기에 망정이지 정말 풍비박산이 날 뻔했다. 물론 그때는 김수현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클랜 내부에서는 크게 난리가 날 만한 사항이었으니. 

그때 싫다는 김한별을 강제로 범할 때 허준영의 죄책감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네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왜요? 처음에 강간해서요?”

“가, 강간? 뭐, 마, 말하자면 강간이 맞겠지…….”

“킥, 뭘 미안해하고 그래요? 사실 그래 주길 바랬을지도 몰라요. 저 진짜로 외로웠거든요.”

허준영의 남근을 꽉꽉 조여오면서 김한별이 말을 이었다. 

“진짜…. 매일 같이 유정 언니가 괴롭히지, 클랜원들의 시선은 따갑지. 내색은 안 해도 도망가고 싶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녔어요. 그런 와중에 언니랑 오빠랑 하는 걸 보고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몰라요.”

“그래서 엿보면서 자위했냐?”

“처음에는 녹화하려고 했어요. 마법으로. 근데 계속 보다 보니까……. 뭔가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상한 느낌? 그리고 뭐? 녹화?”

“그 드세고 드센 유정 언니가 앙앙거리면서 엉덩이를 흔드는 꼴이라니. 처음엔 어처구니가 없다가도 저도 모르게 흥분하고 있더라고요.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발끈하는 이유정을 가볍게 흘려넘기며 김한별이 허준영에게 키스했다.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허준영이 다시 그녀의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흐응, 으응…. 매일 투닥거리던 언니와 오빠가 뒤로는 이런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몸이 뜨거워져서……. 저도 모르게 자위를 해버렸어요. 사이가 좋지 않은 저도 저렇게 함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그래서? 일부러 기척을 냈었나?”

“알고 있었어요…?”

음란한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는 김한별을 보며 이유정이 입을 쩍 벌렸다. 그녀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그렇지. 누가 봐도 일부러 낸 소리였으니까. 계속 생각했지.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더군.”

“하응, 하악…. 역시 준영 오빠는…. 눈치가 빨라서 좋아…. 하악, 하악……!”

유려하게 골반을 흔들며 남근을 받아내던 김한별이 다시 격하게 호흡했다. 점점 동작이 빨라지며 남근을 삼켰다 뱉는 빈도가 매우 짧아졌다. 허준영 역시 격한 숨을 흘리며 허리를 흔들었고 곧 두 남녀가 꼭 끌어안으며 길게 신음을 흘렸다. 

“후욱, 후욱…! 기분 좋아……! 가슴도 빨아줘요…….”

결합부를 문지르며 여운을 즐기는 김한별. 그런 그녀의 부탁대로 허준영이 작게 부푼 그녀의 유두를 입술로 살짝 물었다. 그의 입이 조금씩 움직이면서 김한별이 잘게 몸을 떨었다. 그렇게 그녀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 위로 쓰러졌다. 

“둘이만 이런 비밀 알고 있고!”

그러기가 무섭게 이유정이 뛰어들었다.

“이제는 내 차례인 거 알지?”

“거뜬하니 걱정하지 마라.”

“걱정은 무슨! 나 이미 젖어있으니까…….”

두 손가락으로 음부를 벌리며 허리를 내리는 이유정을 보며 허준영의 남근이 다시 꿈틀거렸다. 곧 이유정의 입술을 덮치며 그녀의 위로 올라탄 허준영이 격렬하게 허리를 찍어 내리기 시작했다. 

*

드디어 날이 되었다. 각자 나름의 위장을 한 상태로 모인 세 사람은 소영 저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잠복했다. 

“어? 나온다.”

선글라스와 후드를 깊게 눌러 쓰며 재빠르게 움직이는 두 여인을 보며 허준영이 작게 한숨 쉬었다. 

“이거…. 정말 괜찮으려나?”

괜히 둘이 보냈다가 큰 사고가 날 거 같아 끼어들긴 했지만, 전혀 내키지 않는다. 아무리 말려봐야 소용도 없어 그는 하는 수 없이 두 여인의 뒤를 쫓았다. 

“일단 하연 언니부터 쫓자.”

저택에서 제일 먼저 나온 정하연이 자가용을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미리 준비해두었던 차를 타고 몰래 미행한 일행은 정하연의 차를 탑승하는 뜻밖의 인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안현? 쟤가 왜 여기서 나와?”

“오빠를 만나는 게 아니었나 봐요. 어쩌죠?”

“흐음……. 뭐, 무슨 준비라도 하러 가나? 어떡하지?”

“뭐야? 왜 나를 봐?”

느닷없이 시선이 쏠리자 허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미 선택권은 그에게 옮겨진 이후였다. 

“뭐…. 이만하면 됐지 않을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 둘이면 별다른 내용도 없을 텐데.”

“흠, 그렇긴 한데. 왠지 아쉽네.”

“그러게요. 왜 하필이면 현이 오빠람?”

“그러고 보니 오늘 안솔도 오전 강의라 하지 않았어? 혹시 셋이 뭐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거 아니야?”

핸들을 붙잡고 있던 이유정이 눈에 불을 켰다. 

“아니. 그게 맞아도 이거 기분 나쁘네? 너는 조금 애매하지만 나도 머셔너리 초창기 멤버 아냐? 왜 나만 빼고 만나?”

“전 할 말이 없네요…….”

“개 열 받네? 아, 빡쳐. 그냥 쫓아.”

그렇게 이를 갈던 이유정이 곧바로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정하연과 안현의 행보는 크게 눈에 띌 것이 없었다. 

쇼핑, 쇼핑, 쇼핑. 그리고 또 쇼핑.

사치를 부릴 정도는 아니지만 대체로 정하연의 주도하에 안현이 따라다녔다. 왜 저 둘이 쇼핑을 하고 있나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다름 아닌 두 사람이었으니까. 

거의 친남매나 다름없는 사이이기도 했고 안현은 별다른 불평 없이 잘 따라다니는 좋은 짐꾼이기도 했으니. 

그렇게 한동안 쇼핑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며 셋은 지루한 하품만 흘렸다. 결국, 이유정은 손을 내저었다. 

“아, 시간 낭비했네. 포기, 포기.”

“어? 또 어디 가는데요?”

“보나 마나 쇼핑이겠지. 이동한 게 한두 번이야?”

“아, 아니. 저 둘이 들어간 곳…. 의 상태가 좀……?”

얼빵하게 올라가는 김한별의 목소리에 이유정이 눈을 찌푸렸다. 그녀가 다시 시선을 앞에 두었고 곧 그녀 역시 동그랗게 눈을 치켜떴다. 

“성…. 인…. 용…. 품 점?”

“저기에……. 저 둘이 왜 가?”

멍하니 전방을 주시하는 두 여인 말고도 허준영 역시 몸을 바로 세웠다. 그 역시 시선에 온 힘을 집중하며 전방을 주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남녀가 가게에서 나왔다. 별다른 이상한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안현의 손에는 들어갈 때 있지 않았던 처음 보는 종이 가방이 하나 추가로 들려 있었다.

세 사람은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마음만은 하나로 통하고 있었다. 다들 두 남녀의 행각에 집중하며 조용히 그들을 추적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 그곳을 본 순간 세 추격꾼은 다들 멍하니 입을 벌렸다.

“포…. 탈…?”

“이곳엔 왜……?”

“…….”

바로 머셔너리 클랜원 중에서도 김수현의 최측근들만 알고 있는 포탈이 있는 곳이었다. 홀플레인과 공간을 오갈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 별일이 아닌 이상 절대로 드나들지 않는 그곳으로 정하연과 안현이 사이좋게 사라졌다. 

“이거……. 영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데…….”

“어떡…. 할까요? 여기까지만 쫓을까요?”

“미리 말하는데 나한테 책임을 묻지 마라. 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을 거야.”

“좀팽이.”

“뭐?”

눈을 부릅뜬 허준영을 뒤로하고 이유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여자가 자존심이 있지 이곳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못 먹어도 고지! 자, 가자!”

“어, 언니?”

“미치겠군…….”

그렇게 포탈로 먼저 몸을 던진 이유정을 바라보다가 나머지 두 남녀 역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다행히 포탈 너머로 정하연과 안현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세 명은 얼른 기척을 죽이고 그들의 마력의 잔재를 따라 조용히 추적했다. 다행히 허준영이 추적술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지라 어렵지 않게 둘의 행적을 찾았다. 

“여기는…….”

“과거의 영광, 바바라…….”

과거에 찬란했던 영광을 누렸던 대도시, 바바라. 이제는 많이 회복돼 과거 이상의 번창을 누리는 대도시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예전의 보금자리를 찾아 돌아간 사용자들도 수두룩했고. 

그런 상당히 밝아진 도시의 분위기에 감탄하면서도 셋은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그래도 대체 이곳에 온 이유를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셋은 크게 경악했다. 

“밤의 거리…? 대체 왜?”

정하연과 안현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바로 밤의 거리였기 때문.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그와 같이 어느 도시에나 존재하는 밤의 도시다.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아는 만큼, 셋은 덩달아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 수현 오빠가 특수 아티펙트라도 사오라고 시켰나?”

“그, 그럴 수도 있죠. 오, 오빠는 가끔 그런 심부름도 시키니까…….”

“일단 쫓아보지.”

이제는 허준영까지 안달이 날 정도. 그렇게 둘의 뒤를 쫓던 셋은 조금씩 더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꼈다. 

불법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부근을 지나 성행위가 유행하는 거리. 그곳 끝쯤에서 둘이 어느 한 가게를 들어갔기 때문이다. 셋은 떨리는 마음으로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옷을 입은, 하지만 얼굴엔 이상한 동물 가면을 쓴 채 걸어 나온 두 인영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티펙트……. 맞아요. 인식을 헤집는…. 그런 마법이 걸린 가면이에요.”

만약 두 인영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더라면 아마 인지조차 불가능했겠지. 가면을 쓴 것만으로도 두 사람을 보며 누군가를 유추하게 하지 못하는 방해가 들어왔다. 그런 모습까지 보니 의심은 더욱 크게 번져갔다. 

“일단은 더는 쫓을 수 없겠어요. 더 쫓으려면……. 아무래도 똑같이 변장을 해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할 거냐, 이유정.”

두 사람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이유정이 움찔 떨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마음은 금방이라도 쫓아가고 싶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했다. 혹시,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 때마다 이유정은 잘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가자……. 여기까지 왔는데 확실하게 보고 가야겠지. 이대로 빼면 평생 이걸로 머리 터질지도 몰라.”

“김한별 너는?”

“두 사람이 가는데 제가 안 갈 수는 없죠.”

그렇게 정하연과 안현의 뒤를 쫓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졌다. 곧 심호흡 몇 번 하고 그들이 들어갔던 건물 안으로 세 남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세요~? 어머나, 한번에 세 분의 손님이 오셨네?”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한 여인이 그들을 반겼다.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미소가 예쁜 여인. 그 여자가 단숨에 다가와 허준영의 팔에 매달렸다.

“흐응~. 잘생긴 오빠 한 분에 예쁘장한 두 아가씨라……. 대충 무엇 때문에 왔는지 알 것 같네요. 스와핑이죠?”

“스, 스와핑?”

갑작스럽게 훅 들어오는 단어에 이유정과 김한별의 낯이 아득해졌다. 순간 잘못 들어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리 없었다. 이쪽으로 들어오는 문은 단 하나였으니.

그나마 이런 어두운 쪽으로 경력이 있는 허준영만이 표정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니 조금 당황스러운데. 내 여자들은 그런 면에서 조금 약하니까.”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음~. 그러니까 은밀한 취미가 있으신 분들이 보통 이곳으로 오시는데 저희는 손님분들의 취향에 맞춰 알맞은 상대를 제공하죠. 혹시 그쪽 언니들은 어떤 취향을 가지고 계신가요?”

“글쎄. 요즘 손님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플레이가 뭐지? 그래도 대중적인 걸로 접근해 볼까 하는데.”

“흐음~. 하드가 아니라 소프트 스와핑을 자주 선호하긴 하시죠. 요즘 잘나가는 아이템이 하나 있거든요.”

“아이템?”

단발머리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손가락을 세워 허준영의 팔뚝을 살살 긁었다. 

“네. 그 감각을 공유하는……. 그런 아이템인데 이게 여러 가지 마음을 자극하죠. 자세한 건 직접 참여하셔야 알려드릴 수 있어용.”

“그래? 혹시 이전에 들어간 사람들도 그걸 즐기러 온 건가?”

“아하? 그 두 분에 이끌려 오신 거구나? 그렇다면 아주 좋은 타이밍에 오신 거네! 마침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고 있었는데 잘됐네요! 바로 가실까요?”

여인이 박수를 치며 허준영을 잡아끌었다. 허준영은 저항 없이 끌려가면서도 이유정과 김한별에게 눈짓을 보냈다. 

‘굳이 내키지 않으면 올 필요 없어. 이 여자라도 꼬셔서 참여하면 그만이니까.’

이미 오랫동안 몸을 섞어온 두 여인은 단박에 허준영의 속마음을 파악했다.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인 여자를 따라가자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 어디가! 나도 같이 가!”

“저도요!”

그렇게 세 사람은 가게 안쪽의 한 창고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여인이 추천하는 가면을 하나씩 골라 착용한 뒤, 주의사항을 들었다. 

“절대로 마력을 일으키시면 안 돼요. 아티펙트는 마력에 민감해 바로 제거될 거고 그러면 여러분의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으니 절대로 명심하셔야 해요.”

“알았다.”

“알겠어요.”

“네.”

각자 창고에서 나온 허준영 일행들은 조금 머쓱한 기분이었다. 귀여운 토끼 가면을 쓴 주인 여자를 필두로 회색 늑대 가면을 쓴 허준영. 붉은 고양이 가면을 쓴 이유정. 그리고 까마귀 가면을 쓴 김한별은 연신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참아야 했다. 

“오빠랑 언니는 딱 자기한테 맞는 걸 찾으셨네요.”

“그러는 너도 꽤 잘 어울리는데? 까칠한 까마귀.”

“킥.”

“우, 웃지 말아요!”

괜히 김한별만 손해 보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검은 고양이 가면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것은 이미 임자가 있다 했으니 어쩔 수 없이 이걸 골라야 했다. 

그렇게 거리를 걷던 네 사람은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토끼 여인이 바로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간 세 사람은 먼저 와있던 인물들을 보며 숨을 삼켜야 했다.

“안녕~. 누님 언니랑 동생 오빠 기다렸지? 아직 해님 삼촌이랑 퀸 언니는 오려면 멀었다고 해서 새로운 손님을 모셔왔어.”

“새로운 손님?”

바로 달려가 먼저 있던 여인에 품에 안기는 토끼 여인. 흰 고양이 가면을 쓴 여인을 본 순간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정하연…….’

‘하연 언니…….’

‘그럴 수가…….’

설마 했지만, 눈으로 확인하니 참담한 기분이었다. 충격도 충격이지만 도저히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 철컥.

그들이 잠시 시선을 교환하고 있는 사이에 토끼 여인이 빠르게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이 자리를 위해 준비했던 아이템을 빨리 가져오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러는 와중, 정하연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자신들을 보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정하연의 모습이었다. 인지 방해 마법 때문인지 흰 고양이 가면 너머로 그녀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직접 그것을 쓰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추측조차 할 수 없었을 아티펙트. 

새삼 아티펙트의 무서움을 느끼던 허준영이 무언가 말하려 할 때 이유정이 먼저 나섰다.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여기 자주 오셨나 봐요?”

친근하게 다가가는 그녀를 보며 허준영과 김한별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정하연 역시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이곳에서 신세를 져요.”

“아, 가끔……. 가끔이라면 혹시 어느 정도나?”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일탈을 가지죠. 너무 자주 하면……. 우리 스스로를 잃어버릴 것 같아서요.”

“아……. 한 달에 한 번이요……. 그러셨구나…….”

한 달에 한 번. 정하연과 안현이 가끔 함께 자리를 비우는 기간과 일치했다. 즉, 자리를 비울 때마다 이곳에 왔다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이쪽에 자주 온다는 건……. 그 애인……. 분하고 별로 만족스러운 관계를 갖지 못해서 그런 거겠죠?”

“네?”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이유정의 순간적인 질문에 안현이 크게 당황할 때였다. 그의 앞을 보호하듯 가로막으며 정하연이 고개를 저었다. 

“동생……. 하고는 매일 밤이 즐거워요. 하지만 어쩌다가 일탈의 관계를 갖게 됐고, 그거에 제가 조금 흥미를 느끼다 보니 동생이 직접 알아봐 준 곳이 바로 여기에요.”

매우 진지하게 말하는 정하연의 모습에 이유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정하연. 그리고 안현. 그들이 누구던가? 자신이 홀플레인에 떨어지고 나서 초기부터 함께 한……. 거의 친남매나 다름없는 사이가 아니었던가? 대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 둘은 얼마나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해온 걸까?

“아……. 그러시구나. 되게 행복하시겠어요? 그렇게 사랑해주는 동생분이 있으셔서.”

“네. 솔직히 저한테 과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누님…….”

그런 정하연을 감동한 듯이 바라보는 안현. 그 모습을 도저히 보지 못할 것 같아 이유정은 얼른 끼어들었다. 

“하, 서로 진한 애정을 가지신 두 분을 보니 저도 갑자기 너무 기대되네요. 대체 오늘 어떤 일이 있을지 너무 궁금한데……. 혹시, 두 분께서 저희에게 새로운 플레이를 가르쳐 줄 수 있으신가요?”

“어, 언니!”

한눈에 봐도 이유정의 오기가 엿보였다. 갑작스레 일을 진행시키자 얼른 만류하려던 김한별을 허준영이 붙잡았다. 그녀가 어쩌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이유정이 다시 다가갔다. 

“사실 저희도 이런 새로움을 찾고 있었거든요. 그런 차에 이곳을 발견한 거라 큰 기대를 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으신 만큼 조금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애써 미소 지으며 묻는 이유정을 보던 정하연과 안현은 곧 서로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저희도 배우는 쪽이라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세 분을 위해서 성심성의껏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하하, 저는 누굴 가르치는 데는 영 소질이 없어서. 저희 누님만 잘 따라오시면 다들 만족스럽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되네요.”

‘나도 알아, 이 멍청아.’

안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유정이 속으로 소리쳤다. 휘몰아치는 배신감에 금방이라도 소리치고 싶었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도 그리 떳떳한 입장은 아니었다. 

그저 두 사람의 이 행위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아니, 절대로 틀리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에 그녀는 이를 악물며 일을 진행시켰다. 

“음, 일단 뭐부터 하면 좋을까요? 옷을 벗을까요?”

“아니요.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일단 갑작스러운 변화보다 지금 상태에서의 자그마한 변화로 시작해보도록 하죠.”

이유정의 손을 부드럽게 잡은 정하연이 그녀를 침대로 이끌었다. 너무나도 친숙한 손의 감촉에 이유정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것 같았으나 숨을 들이켜며 애써 참아냈다. 

곧 침대에 앉게 된 이유정. 정하연이 손짓해 허준영과 김한별까지 그리로 오게 했다. 

“일단 세 분은 연인 사이시죠? 이런 경우에는 아무래도 남성분을 중심으로 관계가 이루어지니까 남성분이 가운데에 앉도록 할게요.”

정하연의 말대로 허준영이 이유정의 옆에, 그리고 그 옆으로 김한별이 앉았다. 정하연과 안현은 그들이 앉은 침대의 맞은편 침대로 가 마찬가지로 나란히 앉았다. 

“일단 시작 부분이라 별다른 건 없어요. 다만 감정을 조금 고조시킬 필요가 있죠.”

“고조……. 요?”

“네. 어렵지 않아요. 그저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시면 돼요. 잘 모르시겠으면 저희가 하는 걸 지켜봐 주세요.”

여전히 부드러운 어조로 말한 정하연과 안현은 곧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맞닿은 두 손을 꼭 쥐고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둘은 서서히 얼굴을 가까이해 입술을 맞추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유정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도 정황상이었지 이렇게 직접 행위를 보니 가슴팍을 주먹으로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배신감에 아주 치가 떨릴 지경. 

그러는 중에도 두 남녀의 행위는 계속되는 중이었다. 서로의 입술을 음미하듯 빨던 두 남녀가 곧 작게 입술을 벌리며 혀를 내밀기 시작했다. 

“하음…. 음…. 쫍, 쪼옵…….”

눈을 감은 채로. 음미하듯 교감하며 서로의 타액을 받아마시는 모습에 이유정의 숨이 가빠졌다. 금방이라도 침대보를 움켜쥔 손에서 마력이 흘러나오려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손을 남자의 손이 덮었다. 

“아…….”

“괜찮다. 옆에 내가 있어.”

무미건조하지만 따뜻한 음성. 놀랍게도 그 한마디에 부글부글 끓던 마음이 착 가라앉는 걸 느꼈다. 새삼 허준영이 얼마나 자신에게 큰 존재인지 눈치챈 이유정은 그의 팔에 기대며 다시 맞은편의 행각을 바라보았다. 

“아음…. 하아, 하아…….”

“쪽…….”

어느새 행위에 몰두한 두 남녀가 서로에게 상체를 기대고 있는 상태였다. 정하연을 부드럽게 끌어안은 안현. 그리고 그의 가슴에 손을 대고 적극적으로 몸을 비비고 있는 정하연의 모습은 평소에 보던 그들의 모습과 매우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매우 이상한 기분. 평소에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두 남녀의 뜨거운 모습에 이유정은 알 수 없는 감각이 온몸에 휘몰아치는 기분이었다. 

‘이, 이상해. 숨이 너무 가빠져서……. 숨쉬기가 힘들어…….’

자신들의 시선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서로의 입술을 매우 맛있게 탐하는 두 남녀의 모습에 이유정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건 김한별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하아…….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면 돼요.”

잠시 키스를 멈추고, 자신들에게 한마디를 던지는 정하연. 그제야 그녀가 말하는 미세한 변화라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 무척이나 흥분하는 자신들의 모습. 평소에 본인들도 항상 하는 진한 키스일 뿐이지만, 그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고양 감이 온몸에 휘몰아친다. 이유정은 자신도 모르게 두 다리를 모아 비비고 있었다는 사실도 지금에서야 알아챘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에 연연해 하지 않으니 애써 참을 필요 없어요.”

한 번 더 그들의 마음에 쐐기를 박은 정하연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상체로 가져간 손이 살며시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옷가지가 하나둘씩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언니…….’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음란한 모습. 스커트만 남기고 알몸이 된 정하연을 보며 이유정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그녀의 몸매가 좋은 편이라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건강한 몸매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웬걸. 새하얀 피부가 너무나도 매력적이면서도 풍만하게 흔들리는 젖가슴은 무척이나 요염하기 그지없었다. 작게 달뜬 호흡을 내쉬며 자신을 응시하는 정하연의 모습은 평소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저희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어요……. 그냥……. 자신의 상대에게……. 열중만 하면……. 아읏……!”

알몸을 드러내고 있으면서 전혀 가리지 않은 정하연을 안현이 살며시 덮쳤다. 그녀의 젖가슴에 입술을 갖다 대며 살짝 빨아들인 안현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팔로 감으며 애무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응…! 하앗…. 앗……!”

마치 자신의 것을 탐하는 것처럼. 정하연의 몸 이곳저곳을 만지며 안현은 행위를 지속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안현의 손에 일그러지기도 했고 잘록한 허리에 두 손이 자리할 때도 있었다. 두 손으로 젖가슴을 주무르다가 손가락으로 유두를 자극하는 모습 역시 그들의 눈에 정확히 보였다. 

“하앙, 하앗! 하읏……!”

“누님……. 기분 좋아요?”

“응……. 좋아. 오늘은……. 새로운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그런지……. 더 예민해…….”

자신들을 흘끗 보며 다시 신음을 흘리는 모습에 이유정, 허준영, 김한별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들의 행위를 지속하는 정하연과 안현은 착실히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아, 하아…….”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침대 위로 넘어진 두 남녀. 안현의 옷가지 역시 정하연에 의해 하나, 둘씩 벗겨져 가고 있는 상태였다. 재킷과 셔츠가 벗겨지며 그의 잘 단련된 상체가 드러난다. 그것을 바라보던 이유정은 자신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가는 걸 느꼈다. 

‘저, 바, 바보 안현의 몸이……. 저렇게 탄탄했었나?’

평소에 웃통을 벗고 훈련하는 꼴을 보며 얼마나 꼴불견이라 생각했던가? 성적 매력은 조금도 느끼지 못했던 안현에게 이유정은 이유 모를 큰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김한별도 마찬가지.

‘저 바보 오빠가……. 훈련은 참 열심히 하긴 했지…….’

잘 단련된 근육이 움찔거릴 때마다 정하연의 육체가 움찔 떨렸다. 젖가슴을 꽉 쥐며 유두를 핥는 모습은 별다른 행위가 아님에도 매우 색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움찔거리며 보다 보니 세 남녀도 어느새 크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오, 오빠……. 나, 나도…….”

“저도요…….”

결국, 참지 못한 이유정과 김한별이 동시에 허준영에게 매달렸다. 자신의 손을 꽉 움켜쥐며 뜨거운 시선을 보내오고 있는 두 여인을 보던 허준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 같은 놈. 내가 뭐라고 질투를 느껴서는…….’

사실 허준영에게 정하연과 안현의 행위는 크게 신경 쓰이는 요소가 아니었다. 나름 충격적인 모습이긴 해도 홀플레인의 어두운 일면을 잘 아는 그에게 있어 이런 건 작은 헤프닝에 불과했다. 

하지만 방금 안현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두 여인의 기미를 눈치챈 허준영은 그것에 크게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질투할 입장은 아니지. 그래……. 분명 그럴 텐데…….’

괜스레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니,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답은 매우 간단했으니. 

“하응! 하으음……!”

“하읏! 오, 오빠……?”

소유욕. 그것은 바로 여인에 대한 사내의 소유욕이었다. 

살아있는 생물로서 당연히 가지고 있는 욕구. 그것을 인지한 허준영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단숨에 이유정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김한별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당황해하는 두 여인을 힘껏 끌어안은 허준영은, 이제는 자신들을 응시하고 있는 안현을 보며 생각했다. 

‘이 여자들은 내 것이다. 김수현이 내게서 완전히 뺏어가기 전까지는 절대 아무한테 뺏기지 않아.’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투지를 불태우며 허준영은 열렬하게 이유정과 김한별을 공략해나갔다. 곧 그의 손에 의해 이유정과 김한별의 옷가지도 하나둘씩 벗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조용한 공간 속에서 여성들의 달뜬 신음만이 들린다. 그렇게 그곳에 있는 이들은 자신의 파트너에게 온갖 심혈을 기울여 자신들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 중이었다. 

“하아, 누님……. 예뻐요.”

“너도 벌써 이렇게 단단해져서는…….”

당연히 이곳에서의 경험이 어느 정도 많은 안현과 정하연 쪽이 상황을 리드해 나갔다. 

서로의 몸을 애무하면서도 허준영네 들이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중간중간 말을 곁들었다. 이렇게 해보라는 둥, 마음을 가볍게 가지라는 둥. 정하연의 잔잔하면서도 마음속 깊이 들어오는 차분한 음성에 세 남녀는 자신도 모르게 상황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더……. 흣! 민감해져 있죠?”

“하아, 하아…….”

“과격하게는 말아요. 살짝, 살짝……. 터치하듯이 부드럽게…….”

정하연은 과격함보다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가뜩이나 낯선 환경에 몸이 굳어있는데 거기서 더 과격한 행위는 상황의 몰입을 망칠 수 있다. 그것을 잘 아는 만큼 부드러운 손길로 안현의 몸 이곳저곳을 터치했다. 

그렇게 가슴을 만지던 두 손이 아래로 내려가 단단한 남근을 만진다. 그것마저도 손끝으로 스치듯 건들자 안현이 작게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흥분할 수 있답니다. 이렇게 이쪽을 살짝살짝 자극하면 끝에서 액이 나오는데……. 하아, 보기만 해도 민감해져 있는 게 보이죠?”

“네…….”

“…….”

그렇게 그녀가 바라던 상황대로 이유정과 김한별은 유심히 그녀의 손놀림에 집중했다. 

생각지도 못한 거근에 당황한 것도 잠시. 그런 무시무시한 물건이 여자의 손끝 터치만으로도 펄떡거릴 정도니 그 쾌감이 어떨지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저 모습을 보니 자신들이 하던 애무는 애무의 축에 끼지도 않았음을 여실히 느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그것보다 더 부드럽게…….”

정하연의 손짓을 따라 하듯 허준영의 잘 단련된 복근을 어루만지던 두 여인이 조심스레 발기한 남근을 건든다. 귀두 끝을 쓸듯 스치며, 다른 여인은 기둥 아래쪽을 쭉 스쳐 올렸다. 허준영의 허리가 살짝 뛰었다. 파르르 떨리는 귀두에서 희미한 애액이 새어 나온다. 

“아, 나왔다.”

“너희들…….”

“기분 좋아요, 오빠?”

어느새 상황의 목적을 잃어버린 두 여인을 보며 허준영이 어이없어했지만,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니 그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로지 자신의 쾌감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 한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뭐……. 나쁘지 않다.”

“기분 좋대.”

“알아들었어요.”

“아니, 내가 언제 그런 말을…….”

속내를 들킨 허준영이 황급히 변명했으나 두 여인은 신경도 쓰지 않는 중이었다. 남근을 이리저리 만지며 정하연을 따라 행동한다. 두 여인이 몰두하자 허준영 역시 다시 올라오는 쾌감에 서서히 몰입했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파트너를 기쁘게 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보다 더 기쁘게 해주고 싶다면…….”

계속 스치듯 남근을 만지던 정하연이 이번엔 제대로 남근을 붙잡았다. 위아래로 쓸며 남근을 자극하던 그녀가 서서히 고개를 내렸다. 

“마음을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해요. 그 모습에 상대는 더욱 더 큰 흥분감을 느낀답니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며 남근을 삼켜갔다. 

턱을 한껏 벌리며 남근을 빨아 이리저리 침을 적신다. 충분히 적셨다 싶었는지 정하연은 잠시 이유정들에게 시선을 주더니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고개를 크게 아래로 내렸다. 

“쭙, 쭈웁……. 쭙…….”

“와…….”

“저, 저 큰 걸 한입에…….”

이어 정하연이 보이는 기행에 지켜보던 세 사람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작은 입으로 거의 팔뚝만 한 남근을 목구멍 깊숙이 삼키는 모습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모르는 여성도 아닌, 그 정숙함의 대가인 정하연이 정인이 아닌 다른 남자의 남근을 목구멍 깊숙이 받아들이다니.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정하연은 자신의 행위에 집중했다. 입술을 꼭 다물며 남근을 조이면서 고개를 쭉 뽑아낸다. 목구멍 깊숙한 곳으로부터 끈적이는 소리가 여실히 들려왔다. 

“쭈웁, 쭙, 쭙……. 꾸륵, 꾸르륵…….”

거품까지 일어나는지 목 속에서 버거운 소리가 들렸으나 정하연은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이고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던 그녀는 안현이 어깨를 톡톡 건드리고 나서야 입에서 남근을 빼내었다. 

“하아, 하아……. 이 아이의 물건은……. 아직도 제게는 조금 버거워서…….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겠네요.”

“아…….”

헛구역까지 올라왔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질척한 침을 흘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색정적이기 그지없다. 그 모습에 모두들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부끄러운 듯 수줍게 미소 짓는 모습과, 아직까지도 젖은 남근을 손으로 애무하는 음란한 모습. 그 분위기가 섞여 괜히 이쪽의 심장이 크게 뛰게 만든다. 

“나, 나도 해볼까?”

“가, 가능하겠어요?”

“몰라, 한번 해보게.”

조심스레 말하는 이유정과 그에 놀라는 김한별. 하지만 둘 다 서서히 허준영의 남근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허준영이 당황한 얼굴을 보였지만, 가면으로 가려져 있는 데다가 한편으로는 조금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그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남근을 근처에 두고 뚫어져라 보는 두 여인. 남근을 반씩 잡고 주물럭거리면서 침을 꼴깍 삼키는 모습을 보니 절로 남근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다.

“오빠, 흥분했어? 계속 꿈틀거리는데?”

“무, 무슨 소리냐. 너희가 자꾸 만지작거리니까…….”

“평소보다 더 흥분해있는 게 확실해요. 액 계속 나오잖아요.”

“그러네. 흥분되나 보네.”

남근의 귀두 부분을 점령한 이유정이 손가락으로 귀두 끝을 살짝 매만졌다. 그곳에서 새어 나온 애액이 묻어 귀두를 살며시 적셨다. 그 매끄러운 감각을 느낀 허준영이 침을 꼴깍 삼켰다. 

“하아, 미치겠군.”

“킥, 오빠 당황스러워하는 모습 귀여워.”

“시끄럽다. 그보다 하지 않을 거면 떨어져라.”

“할 거야. 아앙.”

그렇게 말한 이유정이 기습적으로 입을 벌렸다. 남근을 단숨에 물어 목구멍 깊숙이 밀어 넣는다. 한 번에 반을 삼킨 이유정의 고개가 잠시 멈췄다. 

“이르게 하믄 대는거아?(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조, 조금 더 삼켰던 거 같은데…….”

“으, 으기허?(여, 여기서?)”

난감해 하는 김한별이 반사적으로 정하연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에선 안현의 위에 앉아 애무를 받는 정하연이 자신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도움의 눈빛을 알아챈 걸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왔다. 

“어, 어어?”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천천히. 갑자기 과하게 하다가 괜히 통증만 있을 수 있어요.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우웅, 웅…….”

옆에 다가온 정하연이 이유정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하자 이유정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마따나 천천히 호흡하다가 이내 고개를 점차 내려갔다. 

“너무 강하게 빨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반쯤 호흡하고 반쯤은 조인다는 느낌으로 살살 애무하는 걸 우선으로 하세요.”

“쭙……. 쭙, 쭈웁…….”

“크흑!”

마음속 깊이 편해지는 음성에 따라 이유정이 천천히 목구멍을 죄었다. 아직 2할가량이 남아있지만, 지금이 한계라고 생각해 이유정은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 상태로 목구멍을 조이며 가장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귀두를 조인다. 그러자 놀랍게도 위에서 쾌감을 참지 못한 허준영의 음성이 들려왔다. 

“좋아요. 과하지 않게 천천히.”

“쭙, 쭈웁, 쭙. 쭙.”

“큭!”

“남성분도 느끼고 계신 거 같네요. 아주 잘하고 있어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행위에 집중하면서 다른 애무도 곁들어주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이렇게.”

그렇게 이유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한 손으로 허준영의 허벅지에 손을 올린다. 갑작스레 정하연의 손이 닿자 허준영의 몸이 크게 뛰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능숙하게 정하연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허벅지를 살짝 누르다가 스치듯 움직이는 손. 새하얀 섬섬옥수가 허벅지와 남근 사이를 간질이자 허준영의 허리가 부르르 떨렸다. 

“아, 크흣……!”

“이렇게 피부층이 얇은 곳을 터치만 해줘도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예민해진답니다. 이번에는 이쪽 분이 한번 해보시겠어요?”

“제, 제가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한별이 화들짝 놀랐다. 이미 그녀의 손은 정하연에게 붙잡혀 허준영에게 뻗어지는 중이었다. 

“아까 알려드린 대로 피부에 스친다는 생각으로 해보세요. 만진다는 느낌보단 간지럽힌다는 생각으로.”

“이, 이렇게요?”

“좋아요. 아주 잘하고 있어요. 그렇게 천천히 올라가서 이쪽을 자극해주는 것도 좋아요.”

정하연의 손이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 복근을 스쳤다. 그리고 단단한 가슴 근육을 어루만지다가 단단해져 있는 유두에서 멈췄다. 

마치 금단의 지역인 것처럼 깔끔하게 손을 뗀 정하연이 따라 올라오던 김한별의 손에 힘을 보탰다. 느렸던 김한별의 손을 받쳐 살짝 누르니 김한별은 본능적으로 아래에서 했던 것처럼 허준영의 유두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하아, 흣……!”

“오, 오빠. 괘, 괜찮아요?”

“새, 생각보다 크게 다가오는군. 이, 이거 좀 위험……! 큭!”

단단해진 유두를 손끝으로 툭 건들자 허준영의 턱이 하늘로 치켜들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한별이 두어 번 더 건드리자 허준영의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 그만! 이만하면 된 거 같다.”

“그, 그렇게 민감해요?”

“모, 모르겠다. 그냥 더 하면 위험해질 것 같아.”

“그, 그래요?”

남성보다 더 성감대가 풍부한 여성의 관점으로서 유두가 얼마나 자극적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느낄 줄은 정말 몰랐기에 김한별도 내심 당황스럽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묘한 흥미가 돋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조, 조금만 더 해볼까?’

이대로 손을 뗄 거라 생각했는지 호흡을 가다듬던 허준영이 다시 펄쩍 뛰었다. 김한별의 손이 다시 유두를 건든 것이다. 

“너…….”

“오빠가 기분 좋았으면 좋겠어요. 더 해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지금 이걸……. 읏!”

“쭙, 쭈웁, 쭙, 쭙!”

위에서 묘한 기분을 느낀 걸까? 아래에서 행위에 집중하던 이유정이 고개를 놀리기 시작했다. 

벌써 적응을 했는지 능숙하게 고개를 움직이며 그녀가 강하게 빨아댔다. 쭙, 쭙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강렬하게 흡입하자 허준영이 쾌감에 흐느끼는 신음을 흘렸다. 게다가 마찬가지로 자극받은 김한별이 나머지 한 손까지 동원해 양쪽 유두를 괴롭히자 허준영은 그야말로 쾌락에 빠져 허덕거렸다. 

“아, 안돼! 이러면 참을 수가……. 크흣!”

“우웁!”

결국, 참지 못한 허준영이 허리를 크게 떨었다. 동시에 남근을 깊숙이 삼킨 이유정의 눈이 부릅떠졌다. 

사정의 징조. 허리를 떨며 사정을 해내고 있는 남성에 여자가 부르르 떨었다. 그에 맞춰 김한별 역시 놀리던 손으로 허준영의 유두를 살짝 꼬집었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자극을 주며 사내의 사정에 동조해 움직이는 손길은 더 이상 초보자의 손길이 아니었다. 

“허억! 허억!”

“웩! 너, 너무 많이 싼 거 아냐?”

“너희들이 다 자초한 거 아니냐. 난 분명 멈추라 했다.”

“으, 목 안에 온통 정액투성이야.”

나름 삼키려고 했던 모양인지 이유정이 눈물을 글썽이며 정액을 토해냈다. 아직 초보자인 그녀가 농밀한 정액을 모조리 삼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보던 정하연은 엄한 눈을 보였다. 

“안돼요. 그건 잘못됐어요. 소중한 파트너의 정액이잖아요? 그걸 맛없다는 얼굴로 뱉으면 상대에 큰 무례를 저지르는 거예요.”

“어, 어? 아, 네?”

“행위를 지속할 때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상대의 기분도 배려해야 해요. 그런 행위는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자제하도록 해요.”

“아, 네…….”

반사적으로 반말로 답하려던 이유정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부터 정하연의 말이라면 철석같이 듣던 이유정이었다. 친언니나 다름없는 정하연의 말에 이유정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입안에 흐르던 정액을 조심히 받아냈다. 

“잘했어요. 앞으로 삼키지 못하겠다면 그렇게 하는 거예요? 알겠죠?”

“네, 네. 아, 알았어요.”

“좋아요. 다음으로 넘어갈까요?”

잠시 멈췄던 행위가 다시 진행되려 했다. 조금씩 식던 흥분감이 다시 돌기 시작하자 두 여인은 조금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정하연을 바라보았다. 

“원래면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하는데 당신들은 아직 초보자인 거 같으니까 다시 물어볼게요. 스와핑……. 괜찮죠?”

“어?”

스와핑. 갑작스러운 단어. 물론 앞서 토끼 여성에게 들은 사항이긴 했지만, 다시 들으니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단어였다. 반사적으로 이유정과 김한별의 고개가 허준영에게 향했다. 허준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왜 나를 보는 거냐?’

‘어, 어떡해요? 이대로 바꿔요?’

‘지, 지금 와서 그만둘 수는 없잖아!’

이미 어느 정도 흥분으로 달아오른 상태였다. 무엇보다 여성으로서 한참 앞서 있는 정하연에게 더욱 교육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유정은 더 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세 사람이 서로 의견을 공유하기도 전에 이유정이 단박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어, 언니?”

“난 더 할 거야. 더 배우고 싶어. 그러니 내키지 않으면 넌 빠져있어.”

“너……!”

김한별은 물론이고 허준영마저 큰 충격을 받은 얼굴로 이유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유정의 얼굴은 완고했다. 

‘그래. 이참에 언니의 모든 것을 봐 두는 거야. 그리고 언니한테 배운 거로 수현 오빠까지 다 사로잡아버리면 되는 거야!’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지만, 정하연에게는 아무렴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상냥하게 웃으며 침대에 앉아있는 안현에게 손짓했다. 

“이리 오렴. 와서 이분에게 상냥하게 가르쳐드려.”

“네, 알았어요.”

조금 기죽은 목소리긴 하지만 안현은 사뿐하게 걸어와 이유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름 신사적인 느낌이 드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자, 그럼 저쪽으로 가실까요?”

“뭐, 뭐……. 그, 그래요.”

이미 이런 경험이 많이 있었는지 안현의 자세는 꽤나 틀이 잡혀 있었다. 평소 안현의 모습에서 이런 일면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었기에 그렇게 다가온 안현의 모습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움찔거리며 그의 손에 손을 올리는 이유정. 그러자 안현이 그 손등에 입을 맞춘 뒤 그녀를 천천히 침대로 이끌었다. 

‘미, 미쳤나 봐, 안현! 닭살 돋아! 미친 새끼!’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이유정은 이유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꼈다. 그것이 그저 안현의 어울리지 않는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이유정은 애써 그 감정을 무시했다. 

그래, 지금은 그렇게 무시했다. 

그렇게 안현과 이유정이 반대편 침대에 앉자 정하연이 다시 가벼운 손뼉으로 상황을 진행했다. 

“자, 그럼 이쪽 분은 아직 거부감이 있으신 듯 하니 저와 이분께 봉사를 드리도록 해요. 그러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게요.”

다른 여성들과 같이 허준영의 앞에 무릎 꿇어있던 정하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허준영에게 다가가 그가 앉아있는 침대에 무릎을 올리며 그에게 몸을 기댔다. 

“익숙하지 않은 파트너에게 최대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자, 잠시만……!”

“몸을 맞대며 스킨십을 하는 거예요. 이건 익숙한 연인에게도 굉장히 좋은 효과를 주니 꼭 하도록 해요.”

그녀를 따라 반대쪽으로 김한별이 허준영에게 붙었다. 두 여성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라 몸을 기대오는 덕에 허준영의 남근이 크게 꿈틀거렸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반대편에 있는 이유정에게 향해 있었다. 

“이, 이렇게요?”

그리고 이유정 역시 정하연을 따라 안현의 위로 천천히 올라가는 중이었다. 안현의 허벅지 사이로 무릎을 넣고 몸을 세워 그에게 기댄다. 그런 이유정의 허벅지에 안현의 튼실한 남근이 닿는 것을 본 허준영의 눈이 부릅떠졌다. 

정하연이 그런 그의 얼굴을 살며시 감싸 쥐었다. 

“그리고 상대가 잘 집중을 하지 못할 때는 이 방법 만한 게 없죠.”

허준영은 멍하니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상대가 누군지 아는 만큼 허준영의 숨이 그대로 멎었다. 

“쫍, 쪼옵, 쫍…….”

완전히 맞닿은 두 남녀의 입술은 끈적하게 얽혔다. 

격하지도 않고 조용하지도 않다. 완전히 맞닿은 상태에서 두 남녀의 입안은 볼이 볼록거릴 정도로 농밀하게 얽혀갔다. 

조용히 들리는 점액 소리. 가끔 떨어지는 입술 사이에서 움직이는 뱀 같은 혀는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실하게 알게 해주었다. 

“아.”

멍한 얼굴로 그것을 보고 있던 이유정은 문득 단단한 것이 허벅지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안현의 남근이 완전히 발기해 그녀의 허벅지에 닿아 있었다. 

‘히, 히익?’

처음엔 안현의 물건이라 생각해 소름이 돋는 걸 느꼈으나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그동안 봐왔던 남자들의 물건보다 월등히 커 조금씩 흥미가 돌았기 때문이다. 

‘어, 언니가 아까 이걸 끝까지 삼켰었지? 어, 어떻게 저런 걸 목구멍에다가…….’

턱을 크게 벌리는 거로 모자라 목구멍까지 크게 벌려 뿌리까지 삼키던 정하연의 모습을 떠올린 이유정은 갑자기 목이 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허준영의 것도 다 삼키지 못했는데 그동안 정하연이 어떤 행위를 해왔는지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쓸데없이 체력만 강한 놈! 그동안 언니랑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정하연을 이렇게 만든 건 결국 안현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 대한 원망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안현의 남근으로부터 떨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 

‘이, 이걸 삽입하면……. 주, 죽겠지?’

그동안 겉만 번지르르하고 남자 구실 못할 거라 생각했던 안현의 존재가 이런 것이었다니. 평소 보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속내에 이유정은 아직까지도 혼란스러워하는 중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하연과 허준영은 농밀한 키스를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은 안현으로서도 충격인지 아직도 자신에게로 시선을 주지 않고 있었다. 

‘오빠도 너무해. 언니에게 푹 빠져놓고선…….’

자신이 이러고 있든 말든 정하연과 열정적으로 입을 맞추는 허준영에게 문득 원망감이 생겼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이유정은 안현의 남근을 잡았다. 

“헉.”

“우리는 안 해요? 저 언니가 하라고 이렇게 바꾼 거잖아요.”

“아, 해야죠. 죄송해요. 신경 써주지 못해서.”

“그, 그렇게 사과할 필요 없어요.”

부드럽게 웃으며 사과하는 안현을 보며 이유정은 다시 가슴이 콩닥거리는 걸 느꼈다. 

‘왜,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상대는 그 안현이라고!’

그렇게 속으로 되새기면서도 안현의 손이 어깨에 닿자 그녀는 움찔 떨었다. 곧 살며시 미는 힘에 이유정의 몸이 힘없이 뒤로 넘어갔다. 

“아.”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갑자기 허락 없이 뭘 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으니까.”

“그, 그런가요?”

“천천히. 진행할게요. 제가 리드할테니까 그쪽은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해주면 돼요.”

평소와는 달리 무척이나 차분한 음성으로 안현이 이유정의 볼을 매만졌다. 그녀의 볼이 한순간에 확 달아올랐지만, 다행히도 가면에 가려져 안현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유정의 시선은 오로지 안현의 눈에 꽂혀 있었다. 

‘그, 그래. 아무리 물건이 커도 상대는 안현이야. 안현이 해봤자 얼마나 잘하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이유정은 가만히 안현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안 가 접어야만 했다. 

“아읏, 하악, 핫!”

“쫍, 쪼옵, 쫍.”

처음엔 잠깐 주물럭거리다 금세 달려들 것이라 생각했던 안현은 무척이나 침착하게 그녀를 애무했다. 가슴을 직접 주무르지 않고 아까 정하연이 강조했던 미미한 터치로 이유정의 이곳저곳을 건드렸다. 

처음엔 거부감이 적은 어깨를 시작으로, 천천히 내려 이유정의 허리, 허벅지, 그리고 가슴을 조금씩 자극했다. 가뜩이나 상황에 흥분하고 있던 터라 그녀의 몸은 금세 달아올랐다. 

“어때요? 속도는 이 정도면 괜찮겠어요?”

“모, 몰라요.”

“흠, 좀 더 천천히 할까요?”

“그,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너무나도 여유롭게 자신을 다루는 안현을 보며 이유정은 갑자기 부아가 치미는 걸 느꼈다. 그의 손길에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었고, 이렇게 천천히 애무하는 것도 큰 불만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그동안 느긋하게 즐기는 법을 모르고 살아왔기에 조금 답답함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가만히 애무를 받아들였던 건 이런 애무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다리에 힘을 풀어줄래요?”

“아…….”

“이젠 이쪽을 자극해야 할 것 같아서.”

안현의 손이 천천히 허리를 타고 내려가자 반사적으로 이유정이 다리를 꼭 다물었다. 하지만 노크하듯 복부와 허벅지를 살짝 자극하자 그녀의 몸에 서서히 긴장이 풀려갔다. 

‘어, 어떡해! 안현한테 내가…….’

그리고 곧 그에 의해 이유정의 다리가 활짝 열렸다. 차마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이유정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보고 있지 않음에도 안현이 자신의 비부를 바라보는 것이 훤히 느껴지는 기분이다.

“와, 예뻐요. 진짜 예쁘네요.”

하지만 안현의 순수한 감탄에 그 수치심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우리 누님도 예쁜 모양을 가졌지만, 그쪽도 상당히 예쁜 꽃을 가지고 계시네요. 음, 조금 좁아 보이는데 파트너분이 굉장히 좋아하셨겠어요.”

“조, 좁다니요?”

“하하, 좁은 성기는 아무래도 남성을 꽉 조여주니까요. 남성으로서는 굉장히 탐할만한 물건이죠.”

“그, 그래요?”

이제는 수치심보다 순수한 부끄러움이 더 커졌지만 그래도 비부를 평가받는다는 건 뭔가 오묘한 기분이었다. 이유정은 천천히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렸다. 정말로 안현은 자신의 음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물론 안쪽을 잘 풀어놔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섹스는 상호 간의 배려니까. 배려만 있으면 날마다 즐거우셨을 거예요. 그쵸?”

“아, 네……. 뭐…….”

뭔가 안현에게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색했지만, 이유정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안현이 천천히 음부로 손을 뻗었다. 

“아읏……!”

“좋은 감촉이에요. 바로 받아들이는 것도 상당히 매끄럽고요.”

“그, 그런 말 하지 마요.”

“아하하, 죄송합니다. 그저 느낀 대로 말하다 보니.”

능구렁이처럼 웃으며 넘기는 안현이 자기가 아는 안현이 맞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의 손이 꿈틀거릴 때마다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신음을 애써 참아야 했다. 안현의 손이 자신의 비부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릴 때 맞은편 침대도 꽤 뜨거운 열락을 피우는 중이었다. 

“하아, 하아……. 이대로……. 저를 만지셔도 돼요.”

“하지만…….”

“어차피 이러기 위한 자리예요. 서로가 원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만 원한다면 자제를 하실 필요는 없어요.”

“…….”

“많이 참고 계신 거……. 다 알아요.”

정하연의 허리까지 올라간 손을 애써 내리려던 허준영이 움찔 떨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흥분감을 억누르느라 한계에 도달하려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쭙, 쭙, 쭈웁, 쭙…….”

아래에서 남근을 물고 열심히 고개를 흔드는 김한별. 그녀를 내려다보며 올라오는 쾌감을 느끼던 허준영은 그녀가 빨면 빨수록 더욱더 남근으로 피가 몰리는 걸 느꼈다. 

이 이상할 정도로 끓어오르는 흥분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이러는지 대충 알 것 같기도 했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안겨있는 여자가 바로 김수현의 여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결국은……. 김수현에 대한 열등감으로부터 생긴 못난 마음 때문이라는 건가.’

솔직히 이제는 열등감이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차이가 벌어져 있지만, 그래도 그런 마음이 생긴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실, 김수현의 능력보다 이유정과 김한별이 겉으로는 그의 여자로 표명되어 있기에 그에 대해 불만이 생긴 것이지만. 

여하튼 김수현에 대한 감정은 그와 비슷했다. 우정, 친우애, 존경, 경쟁. 그런 사내의 여자를 자신이 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미칠 듯이 심장이 끓어올랐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는 단순히 그 요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응, 하읏, 핫……. 거, 거긴 안돼……!”

“아프지는 않죠? 이미 많이 풀려 있어서 수월하게 들어가네요.”

“그런 말은 하지 마라니까……! 하악……!”

맞은편 침대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다시 한 번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의 시야로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안현에게 비부를 쑤셔지고 있는 이유정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우웁! 웁……!”

순간 주체하지 못할 기분을 느끼는데 아래에서 격한 소리가 들려왔다. 김한별이 눈을 크게 뜨고 굉장히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가 남근에서 입을 떼며 턱을 매만졌다. 

“가, 갑자기 그렇게 커지면 어떡해요?”

“미, 미안.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턱 빠지는 줄 알았잖아요. 깜짝이야.”

“후훗, 원래 남자라는 사람이 다 그렇거든요.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안기는 걸 보면 주체할 수 없이 화를 내요.”

“그, 그래요?”

부드럽게 웃는 정하연이 설명하자 놀랍게도 김한별은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이유정과 마찬가지로 김한별 역시 정하연에게 항상 의지해왔었기 때문이다. 

“그, 그래서 그런 거예요? 오빠?”

허준영의 남근을 빨며 그에게 집중하고 있었다지만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건 아니었다. 뒤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와 쾌감 어린 이유정의 신음. 무슨 행위를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김한별이 물었다. 

허준영은 그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정말인가 보네.”

“원래 사내들의 소유욕이란 게 다 그렇잖아요? 내 여자라는 인식이 박혀있으면 다른 남자랑 이야기하는 것도 못 참는 거. 근데 그것을 잘 이용하면 이렇게 큰 자극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거죠.”

“그럼……. 언니도 그 기분에 이런 자리에 오시는 거예요?”

김한별은 이유정과 마찬가지로 별로 의식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썼다. 근데 워낙 연륜과 경험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 걸까? 정하연 역시 별다른 의식 않고 그 호칭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저희도 처음은 이런 거로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그럼요?”

“그……. 녹화용 수정구에 녹화해 이곳저곳으로 유통시켰죠. 처음엔 얼마나 거부감이 들었는지. 근데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자극이 심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이런 장소를 찾았고요.”

“언니의 파트너분은……. 괜찮으시대요?”

안현을 의식하며 물은 질문이었다. 정하연은 너무나도 깨끗한 미소로 답했다. 

“원래 이런 제안을 한 것도 저 아이였어요. 물론 그래놓고 나중에 이 일을 치를 때 얼마나 성을 냈는지 몰라요. 지금도 애써 참고 있을 거예요.”

“그, 그래요?”

“네. 다행히 삽입까지는 하지 않으니까……. 애써 안심하고 있는 척하는 거죠.”

“그, 그렇구나.”

이걸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김한별은 자신의 머리를 살며시 내리누르는 손길을 느꼈다. 

허준영의 손길이었다. 조금은 애타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김한별은 작게 웃으며 다시 그의 남근을 입에 담았다. 

“쭙, 쭈웁, 쭙…….”

“하아…….”

“기분……. 좋으신가요?”

자신에게 기대 은밀하게 묻는 정하연의 질문에 허준영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아무렴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손길이……. 부드러우시군요.”

“네. 이걸 배웠다고 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가르쳐준 분들이 워낙 뛰어나신 분들이라.”

“가르쳐줘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물었지만, 정하연은 작은 미소로 화답할 뿐이었다. 

그녀의 손이 허준영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아까는 전 단계에 그쳐 닿지 못했던 부위. 그녀가 아까 이유정이 했던 것처럼 그의 유두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하아…….”

깊은숨을 내쉬며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허준영. 그런 그의 입술에 다시 정하연이 키스했다. 혀를 다시 얽히기 시작하며 유두를 애무하자 당연히 아래쪽 남근으로 반응이 왔다. 김한별이 다시 힘겨운 신음을 내었지만 이내 꿀꺽하고 침을 삼키더니 다시 천천히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유정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향했다. 

‘오빠……. 기분 좋아 보여.’

자신도 이상하리만큼 느끼고 있지만, 정하연에게 애무받는 허준영의 모습도 평소와는 판이했다. 입 밖으로 조금의 숨김없이 뜨거운 숨결을 흘리며 느끼는 허준영. 정하연과 혀를 얽히는 키스를 하며 또렷하던 시선이 멍해지는 걸 본 이유정 역시 이제는 아무렴 좋다고 생각했다. 

“저도 좀……. 해주시겠어요?”

“하아…….”

손가락을 하나 집어넣어 안을 애무하던 안현도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천천히 몸을 돌려왔다. 여전히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하체를 이동해 이유정의 상체 쪽으로 옮겼다. 그가 뭘 원하는지 바로 눈치챈 이유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의 남근을 움켜쥐었다. 

‘훨씬……. 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허준영과의 크기를 비교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김수현의 것까지도. 다른 건 모르겠지만 크기 하나만큼은 안현이 단연 월등하다 볼 수 있었다. 

‘언니는 이걸 삼켰어. 나도 삼킬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며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 더 이상 도의적인 문제는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그저 이 남근에 대한 호기심과 이상한 기대감만 차오를 뿐. 

그렇게 이유정의 입이 벌어졌다. 평소라면 생각지도 않았을 안현의 물건을 서서히 입술로 덮어가기 시작했다. 

“쭙, 쭙, 쭙…….”

처음에 입에 넣었을 때는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곧 입안을 가득 채우는 진한 남성의 향은 이유정을 본능으로 물들게 만들었다. 

평소에 허준영에게 하던 봉사. 본능적이 되어버린 이유정이 남근을 잡고는 천천히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술로 남근을 압박하면서 혀로 귀두를 간질인다. 그럴 때마다 사내가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것에 스스로 기뻐하며 더욱더 농염하게 움직였다. 

“우움……. 쭙……. 쭙.”

“하아, 좋아요. 아주 잘하고 있어요.”

아래에서 들려오는 칭찬. 평소에 그렇게 승부욕을 보이며 지기 싫어했던 대상이 자신을 칭찬하는 느낌은 굉장히 묘했다. 선머슴이라며 자신을 여자취급 하지 않았던 안현이 지금 자신에게 빨리며 쾌감에 떨고 있다. 

그 현실이 묘하게 그녀의 마음을 불태웠다. 이유정의 고개가 더욱 능숙해졌다. 한 손으로 남근의 뿌리를 잡고 아까 정하연이 알려줬던 방법으로 남근 깊숙이 목구멍 안으로 집어삼켰다. 

“쭈웁, 쭙, 쭈우웁…….”

그렇게 아래에서 여성의 애무가 진해지자 안현 역시 손을 움직였다. 조금 힘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벌어져 있는 다리는 여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오히려 안현이 살짝 벌리자 이유정은 그가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활짝 다리를 벌려주었다. 

그런 음부를 보며 안현은 살짝 침을 삼켰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서 여러 여자를 거쳐 갔지만 새로운 여성을 상대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만다. 사람마다 이곳 모양은 참 다양하게 생겼다는 것을. 그리고 향 역시도 각자마다 매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이유정의 것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음부의 모습은 그렇다 치고 육체를 단련한 전투계열인지 탄탄한 허벅지는 만지는 촉감이 참 좋았다. 복근 역시 과하지 않고 호흡할 때마다 탄탄함이 그대로 보이는데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조금은 고집이 세 보이는 여인. 그 여인이 자신의 남근을 빨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더 흥분되는 느낌. 안현은 살며시 젖어오는 여성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살짝살짝 문질렀다. 그럴 때마다 움찔거리는 여체를 보다가 천천히 구멍 안으로 손가락 하나를 쑥 집어넣었다. 

━ 찔꺽…….

“흐음……!”

역시나 민감한지 아래에서 바로 반응이 온다. 하지만 먼저 다시 머리를 움직이며 남근을 빠는 것이 계속하라는 것처럼 들려왔다. 안현의 손이 점차 위아래로 움직였고 손가락이 젖은 살에 들어갔다가 빠지는 것이 반복됐다. 그럴수록 남근을 문 점막에서 뜨거운 호흡이 귀두로 쏟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당연히 행위는 더욱 짙어져 갔다. 어느새 이유정의 음부에는 안현의 손가락 세 개가 삽입된 상태였다. 활짝 벌어진 음부에 세 개의 손가락이 꿈틀거리며 헤집었고 크게 부푼 음핵을 반대편 손가락으로 자극한다. 이미 이유정의 하체는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크게 반응하고 있었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남근을 빠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이미 붉게 물든 얼굴은 쾌감에 잔뜩 물들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상대가 안현이란 걸 잊지 않은 터라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두 눈에서 엿보였다. 

그렇기에 이유정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안현은 거부하지 않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곧 안현이 침대에 누운 상태가 되며 그 위로 이유정이 올라오는 형태가 되었다. 

서로 고간을 내밀며 올라타 있는 자세. 즉 69자세가 된 두 남녀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다시 애무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와…….”

그리고 그 모습을 김한별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엔 조금 당혹감이 어려있는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지금 허준영은 정하연과 입맞춤을 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냉철하기 그지없던 허준영은 이상하게도 이성을 거의 잃은 상태였다. 그저 정하연이 이끄는 대로 행한 그는 이제 그녀에게 이끌려 침대로 몸을 눕혔다. 

그러는 상태에도 여전히 입술을 떼지 않는다. 혹여나 살짝 떨어지더라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 혀가 여인의 입술을 따라 입 밖으로 빠져나온다. 그 모습을 보며 김한별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는 차에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모르는 남자에게 엉덩이를 맡긴 채로 열심히 남근을 빨아대는 이유정의 모습을 보니 그녀도 거의 패닉상태에 빠질 지경이었다. 아니, 모르는 남자도 아니다. 저 남자가 안현이라는 건 백 프로 확정이었으니까!

쾌락과 열락에 빠진 일행들을 보며 멘탈이 나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김한별은 조금씩 화가 나는 걸 느꼈다. 

‘뭐, 뭐야! 나만 빼고!’

그저 목적을 잃고 욕망에 빠져버린 두 사람을 보며 김한별은 어찌할 줄 몰랐다. 하지만 왜인지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건 조금 외로운 거 같아 당장 허준영 쪽으로 달라붙으려 하던 순간이었다. 

━ 철컥.

“음? 뭐야. 이미 시작하고 있었네?”

갑자기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어중간한 자세에서 김한별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한 명의 남성과 두 명의 여성이었다. 여성 중 한 명은 이미 알고 있는 여인이었다. 이곳으로 자신들을 안내해준 아까의 가게 주인.

그녀가 손에 큰 가방을 들어 올리며 배시시 웃었다.

“이걸 가지고 오다가 입구 앞에서 만나버렸지 뭐예요~. 어차피 참가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니까 상관없죠?”

“어, 그……. 저…….”

“대꾸 안 하시는 걸 보니 괜찮다고 하시네. 참여할 거지?”

토끼 여인이 웃으며 묻자 남성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멍하니 있던 김한별과 시선이 마주쳤다. 

“으음, 이 아가씨는 왜 여기서 이렇게 혼자 외롭게 있는 걸까?”

“네? 아, 그게 아니고.”

“마이 퀸. 이 어린 까마귀에게 은총을 베푸시죠?”

“이리 데리고 올라와.”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상황에 김한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차마 몸을 가릴 생각도 못 하고 있는데 남성은 옷을 훌러덩 벗더니 그녀의 팔을 잡고 나머지 빈 침대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손을 비틀며 반항하려던 김한별은 먼저 앞서간 퀸이라는 여성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가면은…….’

아까 가게에서 자신이 쓰려다가 못 쓴 가면. 검은 고양이 형태를 한 가면을 그 여인이 쓰고 있었다. 그녀 역시 가볍게 걸친 코트를 벗어 내리자 속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새하얀 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도하게 풀어내리는 머리. 가면 아래로 보이는 섹시한 입술이라던가, 한 손으로는 감히 담을 생각도 들지 않는 커다란 가슴, 잘 단련된 탄탄한 복근에 길게 쭉 뻗은 다리를 보니 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김한별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며 가슴을 가렸다. 이유정하고 비교해도 빈부 격차를 느끼고 있었는데 저 여인을 보니 자신이 과연 여자가 맞는 걸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 정도로 퀸이라는 여성의 몸매는 폭발적이었다. 

“뭘 가리고 그러니?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도 아닌데.”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이미 다 보인 상태잖아? 그런 상태에서 오히려 가리는 건 본인의 단점만 부각시키는 행동이란다.”

“아, 알고 있거든요!”

자신을 보며 피식 웃는 퀸의 모습에 김한별은 머리에 열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하지만 듣고 보니 그 말이 또 맞는 거 같아 김한별은 이를 악물면서 억지로 손을 끌어내렸다. 옆에서 마저 속옷을 벗던 남성이 킥킥 웃었다. 

“또 또 그러신다.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저렇게 말해도 누구보다 신경 써주는 츤데레 여왕님이시니까.”

“쓸데없는 소리 할래? 그보다 쟤네들은 내가 왔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네?”

“다들 열중하는 중이니까요. 지각한 저희의 잘못이죠. 뭐.”

“흠, 그건 그러네. 그나저나 뭐해? 어서 안 올라오고?”

퀸이라 불린 여인의 손짓이 자신을 가리키자 김한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그녀의 등을 웃는 해님 가면을 쓴 사내가 살며시 밀었다. 

“저, 저요?”

“그럼 여기에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즐기려고 온 거 아냐? 이대로 몸이 식는 건 꽤 불쾌할 텐데.”

“그, 그렇긴 한데요.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이랑…….”

“싱거운 소리 하고 있네. 뭐해, 노예. 빨리 움직여.”

“네이~.”

노예라 불린 사내가 그대로 김한별의 허리를 안고 침대로 밀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김한별이 힘을 주어 밀리지 않으려 버텼다. 그녀의 얼굴에 당황이 그대로 떠올랐다. 

“자, 잠시만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이곳에 와서 벌써 그 짓 하고 있었으면서 무슨 마음의 준비? 자꾸 버티면 재미없을 줄 알아?”

“어서 가세요. 여왕님 화나면 엄청 무서워요.”

수치심이란 없는 걸까? 음부가 훤히 보일 정도로 다리를 벌려 앉고선 자신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왠지 거부감이 느껴져 가지 않으려 했지만,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 남성의 완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김한별이 침대에 올려져 퀸의 손에 잡혔다. 그것에 황급히 놀라 바동거렸지만 김한별은 지금 의식하고 있지 못했다. 이미 벌써 처음 보는 사내와 알몸으로 완전히 접촉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 잠시만요!”

“흐음, 이미 이 정도로 뜨거워져 있고 유두도 꽤 서 있고. 아래도 좀 볼까?”

“어딜 만지시는 거예요! 하읏?”

능숙하게 자신의 몸을 매만지는 여성의 손길에 김한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방어하려 팔로 몸을 가려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뱀처럼 움직이며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헤집는 여성의 손. 이미 그녀의 손은 김한별의 몸 구석구석을 확인한 상태였다. 

“헉, 헉!”

“아래도 꽤 젖어 있네? 다행히 아직 식지는 않았어. 근데 식어가고 있는 걸 보니 역시 외톨이가 됐었나 보네.”

“외, 외톨이는 누가!”

“원래 이런 자리에서 자주 있는 일이거든. 상황에 따라오지 못해서 따로 도태되는 아이들이 종종 있어. 평범한 섹스랑은 거리가 멀어서 본인들 자극을 감당하느라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그러니 창피해 할 필요 없어.”

김한별은 자신의 마음을 콕 찝는 듯한 말에 갑자기 서러움이 몰려오는 걸 느꼈다.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아 우물쭈물하는데 갑자기 퀸이 그녀의 턱을 잡고 살며시 입을 맞춰왔다. 

“으읍……!”

“쭙, 쭙……. 쫍. 하……. 펠라 하고 있었구나? 정액의 맛이 느껴져.”

“하아, 하아……. 가, 갑자기 이게 무슨……?”

“흠, 맛을 보니 비릿함도 적고 정액의 향도 옅네. 저 남자하고 붙어 있었나 봐?”

“그걸 어떻게……?”

단순히 그런 맛으로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니. 그 말은 이 여인 역시 안현과 붙어먹은 사이라는 것을 뜻했다. 뭐, 지금 벌어지는 일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퀸의 시선이 정하연과 붙어 있는 허준영에게로 향했다. 

“능력 좋은 남자인가 봐? 여자 둘이나 끼고 이런 곳에 다 오고?”

“그, 그렇죠. 오빠가 능력이 있긴 하죠.”

“킥, 뭐 다들 그렇게 말은 하지. 하지만 정작 아래쪽의 일은 어떨지 궁금하네?”

마치 비웃는 듯한 말에 김한별은 갑자기 화가 나는 걸 느꼈다. 

“오빠는 밤일도 충분히 잘하니까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래? 뭐, 그러면 상관없지만. 근데 밤일을 잘하는지 우리 꼬마 아가씨가 어떻게 알지?”

“무, 무슨 소리에요? 당연히 우리를 매번 만족하게 해 주니까…….”

“그건 너희들이 애송이여서 그런 거고. 다른 남자하고 비교는 해 봤니?”

“……!”

비교? 했을 리가 없다. 아니, 아예 안 해본 적은 없다. 그녀들에게 허준영은 은밀한 관계의 대상일 뿐, 본래의 남자는 따로 있었으니까. 

솔직히 김수현과의 밤일과 비교를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을 비교라 말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김수현은 더 이상 인간이라 보기엔 어려움이 있었으니까. 지치지 않는 체력과 마찬가지로 죽지 않는 정력에 시달리다 보면 김수현과 하는 행위는 섹스가 아니라 성고문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진짜 고문은 아닌지라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헤어나올 수 없는 쾌락에 두려움마저 들 지경. 

그와 비교하면 허준영과 하는 섹스가 안정적으로는 좀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단순히 쾌감으로 따지면 김수현과 비교할 수준이 되지 않지만, 좀 더 의식을 보존할 수 있는 허준영과의 섹스가 그녀의 취향엔 조금 더 맞았다. 아니, 마음이 편했다. 

그런 허준영이 밤일이 허술하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비교할 필요도 없어요. 오빠는 뭐든 다 잘하는 사람이니까.”

“킥. 그러니? 뭐, 그렇다는데 내가 뭐라 하겠니. 근데 이 이후에도 과연 그 소리가 똑같이 나올까?”

“네?”

퀸은 말없이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김한별은 그것이 자신에게 한 것이 아니란 걸을 바로 눈치챘다. 뒤에서 다른 사내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녀의 등 뒤에 닿는 사내의 몸. 김한별은 그제야 자신과 그 남성이 알몸인 상태에서 닿고 있다는 걸 인지했다. 사내 특유의 탄탄한 체구와 짙은 체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등을 찌르고 있는 단단한 그것에 절로 신경이 온통 쏠린다. 

“그 아이의 손길. 5분 동안 버티면 인정해 줄게.”

“뭐, 뭘요?”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 꽤 잘 나가는 여자거든? 내 칭찬을 받았다고 소문내고 다녀도 다들 인정해줄 거야. 그러니까 의심하지 말고 한번 몸을 맡겨보는 게 어때?”

퀸 역시 살짝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왔다. 서서히 손을 뻗자 김한별이 움찔 떨었지만, 볼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딱 5분이야. 평소에 눈만 감았다가 뜨면 지나갈 시간.”

“…….”

“네 일행들도 각자 파트너에게 열중하고 있잖아? 5분쯤은 한번 투자해봐도 괜찮지 않겠어?”

머뭇거리던 김한별의 말에 퀸의 말이 불을 질렀다. 김한별은 살짝 고개를 돌려 침대의 상황을 확인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서로의 파트너에게 열중하고 있는 두 사람. 여전히 정하연과 키스하며 그녀에게 남근을 만져지는 허준영과 이제는 몸을 돌려 안현과 제대로 키스를 하고 있는 이유정의 모습에 김한별은 순간 오기가 일었다. 

“5분……. 5분만 버티면 되는 거죠?”

그녀의 보석 같은 눈동자가 퀸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퀸이 예상했다는 듯 진한 미소를 지었고 해님 가면 사내 역시 기다렸다는 것처럼 손을 올려 김한별의 가슴에 가져갔다. 

곧, 사내의 행위가 시작됨과 함께 김한별의 입에서 뜨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김한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님 가면 사내가 웃으며 다가왔다. 서서히 그녀를 끌어안는 사내. 뒤에서부터 감싸듯 끌어안던 사내가 천천히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흠, 손맛은 적은데 이것도 이런 맛이 또 있네요.”

“시, 시끄러워요!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이런 것도 장점이 있다 이 말입니다. 하하,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가슴은 빈약해도 감도는 좋은 것 같으니.”

“아, 진짜! 그런 말 좀 하지 마라니까……! 하응!”

참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비틀려던 김한별이 순간 허리를 바짝 세웠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뭐, 뭐야 방금?’

“기분 좋죠? 제가 이런 손놀림 쪽으로는 일가견이 있어서.”

무슨 헛소리냐고 답하고 싶었지만, 김한별은 차마 답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손을 뗐다간 방금 나왔던 신음이 다시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알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 가슴을 세심히 주무르며 끝에 단단해진 유두를 살며시 건든다. 가슴을 만져진다는 사실에 의식이 몰려 그것에 집중하다가 민감한 유두를 살짝 스쳤을 때, 순간 느껴지는 감각은 마치 몸을 날카롭게 관통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작 잠깐 만져졌을 뿐이다. 그런데도 김한별은 분명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느꼈다. 

“기분 안 좋아요?”

“이, 이런 게 좋을 리가 없잖아요? 그냥……. 만지작거릴 뿐인데.”

“흠, 그렇구나. 그러면 다른 방법을 써 볼까요?”

가슴을 한동안 주무르던 해님 가면 사내가 갑자기 손을 떼었다. 슬금슬금 몸 안에서 피어오르던 열기가 갑자기 멎자 김한별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물론 사내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작게. 

사내는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가슴에서 손을 살짝 떼었을 뿐, 여전히 그녀의 가슴 앞에 손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다시 손이 닿을 거리. 그 상태에서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 김한별의 등에 얼굴을 가져갔다. 

“아직도 잘 못 느끼시는 거 같으니 감각을 끌어올려 봅시다. 이렇게.”

“뭐, 뭘 하려고……. 하읏?!”

“이렇게 살짝살짝 감각을 올리는 거지요.”

갑작스럽게 등에 느껴지는 기이한 감각에 김한별이 새 된 신음을 흘렸다. 등에 닿는 뜨거운 숨과 맨질맨질한 살덩이의 감촉. 그것이 무엇인지 김한별은 바로 알아챘다.

“뭐, 뭐하는 거예요, 지금? 핥는 거예요?”

“애무하는 건데 왜요? 이만한 좋은 애무가 없는데.”

“그, 그래도 갑자기 혀를 쓰는 건……! 히약?!”

사내의 혀가 강하게 등을 훑자 그것에 못 견딘 김한별의 상체가 앞으로 흔들렸다. 그러자 떨어져 있던 사내의 손이 가슴에 닿았고 그러기가 무섭게 사내의 손이 다시 젖가슴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등에서 느껴지는 혀와 다시 가슴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 유두를 집요하게 꼬집는 손길에 김한별이 얼른 상체를 바로 세웠다. 다시 가슴과 손이 떨어졌고 사내의 손은 그곳에 정지라도 된 것마냥 그 자리에서 쫓아오지 않았다. 

“킥. 자세 유지 잘하세요. 몸 기울어지면 바로 가슴 쪽 애무 갑니다.”

“이, 이게 지금 뭐하는 건데요?”

“하나의 게임이죠.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는 건 제 손길에 느낀다는 이야기니까 결국 그쪽이 지게 되는 거죠.”

“그런 어처구니없는 게임이 어디 있어요! 읏……!”

“지금 여기요.”

해님 가면 사내는 막무가내였다. 다시 입을 다물고 김한별의 새하얀 등 이곳저곳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입술로 핥으면서 혀를 내밀어 길게 훑기도 한다. 그런 행위가 반복되자 간질이는 감각이 김한별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이, 이건 그냥 간지러울 뿐이야. 이런 거로 느낄 리가 없어!’

그저 간지러울 뿐이라고 되새기는 그녀였지만 몸은 의지와 다르게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일단 등 부위가 살갗이 얇은 예민한 부위이기도 했지만, 사내의 자극 하나하나가 꽤 능숙한 것이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행동이었다. 실제로 해님 가면 사내는 김한별의 반응을 보며 그녀의 약한 곳을 중점으로 건드리는 중이었다. 

“하아, 하아……. 하읏!”

“허리에 힘 빡 주세요.”

“하, 하고 있어요! 손 떼요!”

언제 몸이 기울어졌던가. 황급히 허리를 세운 김한별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 가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그녀의 가슴이 사내의 손에 닿았다. 

“하응, 으응……! 너, 넘어가지 않았어요! 가슴 만지지 말아요!”

“제 손에 완전히 기대고 있습니다만?”

“그, 그럴 리가……. 아읏……. 흐으응……!”

사내의 혀가 길게 나와 김한별의 등 한가운데를 꾹 눌렀다. 파르르 떨리는 여체를 느끼며 그가 쭉 훑어 올리자 김한별의 등에 힘이 들어갔다. 이미 기울어진 그녀의 젖가슴은 사내에 의해 이리저리 주물러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한별은 아까처럼 허리를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 2분 지났어.”

가만히 시간을 세던 퀸의 말에 김한별은 흐려지려던 정신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녀가 이를 꾹 물며 힘겹게 다시 상체를 세웠다. 

하지만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해님 가면 사내가 그녀의 목에 후, 하고 숨결을 흘려 넣었다. 갑작스럽게 목에 자극이 가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뭐, 뭐하는 거예요?! 목은 하지 않는 거였잖……. 읍!”

뭐라 따지려고 하는 순간 김한별은 갑작스레 입을 틀어막는 무언가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지척까지 다가온 사내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당연히 온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떨어져 있던 사내의 손이 다기 젖가슴을 감싸며 이리저리 주무르기 시작했다. 가슴과 유두, 그리고 사내의 긴 혀가 입안을 헤집자 김한별의 반응도 서서히 줄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 안돼……. 밀쳐내야 하는데……. 힘이 안 들어가…….’

평소라면 당연히 이겨냈겠지만, 상황은 그녀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미 이런 자리에 왔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마음의 벽을 어느 정도 허물고 있는 상태였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일행들의 신음 소리에 저항감이 많이 사라진 것이다. 

저항하려 들었던 김한별의 팔이 서서히 힘을 잃고 아래로 내려갔다. 반쯤 풀린 눈으로 사내의 눈을 응시하며 가만히 키스를 받아들이는 여인. 그러자 젖가슴을 주무르던 사내의 손길도 좀 더 부드럽게 변했다. 그것에 김한별의 입김 역시 좀 더 진득하게 물들어갔다. 

“하아, 하아…….”

“입술이 맛있는 여자였네. 맛있는 여자야.”

“사, 사람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에요? 예의 없게…….”

“예의는 이 정도 자리에서도 내숭이나 떠는 그쪽이 더 예의가 없고.”

“뭐라고요?”

김한별이 발끈했지만, 유두를 꽉 꼬집자 이내 움찔 떨며 행위를 멈추었다. 김한별은 자기도 모르게 사내의 손짓 하나하나에 이미 이끌어지는 중이었다. 

“저쪽을 봐. 저 두 커플은 이미 본인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잖아? 저쪽 일행이라면서. 혼자서 외롭게 떨어져 있었다면서.”

“외, 외로운 건 아니었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거 치곤 몸이 많이 외롭다고 말하는데?”

“어, 억지예요, 그런 건…….”

뭔가 아까 느꼈던 서러움이 다시 복받쳐 오르는 기분. 괜히 침울해지는 기분으로 김한별은 사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쭙, 쭈웁, 쭙…….”

“우웁, 웁, 쭙, 쭈웁……!”

함께 이곳에 왔던 일행은 자신이 있는지도 잊었는지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제 누운 채로 정하연의 펠라를 받고 있는 허준영과 안현의 거근을 입안 가득히 받으며 어떻게든 삼키려는 이유정.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쾌락에 빠져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관계가 지속된 이후로 셋은 한몸이다 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걸까?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그런 그녀의 마음은 해님 가면 사내가 원하는 대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버틸 거야? 이제 3분째 지나는 거 같은데.”

“그, 그건…….”

사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김한별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저항하지 말고 편안하게 몸을 맡기라는 말. 순간 마음 편하게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김한별은 애써 유혹을 떨쳐냈다. 

허준영에 대한 의리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이대로 몸을 맡긴다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만히 몸을 내주기에는 조금의 망설임이 남아있었다. 

“아, 아직 2분 남았잖아요? 게임이라면서요.”

“킥, 그래? 뭐 게임은 게임이니까 일단 계속해야겠지.”

그런 김한별의 속마음 역시 훤히 들여다본 해님 가면 사내는 젖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서서히 아래로 내렸다. 

전체적으로 슬랜더 형의 체형이라 볼륨감은 적지만, 그래도 손맛이 없는 육체는 아니었다. 마른 만큼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하게 뻗은 복부를 음미하며 천천히 내린 사내의 손이 김한별의 아랫배에 닿았다. 

손끝에 닿는 까슬까슬한 감촉. 그곳을 자극하듯 툭툭 두드리자 김한별이 움찔하면서도 서서히 허벅지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서서히 열리는 음부. 사내의 손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녀의 은밀한 부위로 손을 뻗었다. 

━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철퍽, 철퍽!

“하응, 하앗, 하앙……! 하아앙……!”

이미 흠뻑 젖어있던 음부는 사내의 손길이 닿자마자 환희하며 울부짖었다. 이미 뜨거운 습기에 불은 속살은 벌렁거리며 사내의 손을 받아들였다. 민감한 살을 건드는 것만으로도 김한별이 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예민하게 느꼈고 사내는 그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그녀의 아래를 마음껏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하응, 아읏, 흥……! 하읏, 하으응!”

“기분 좋아? 이제 좀 받아들일 생각이 들어?”

“아,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흐으응! 아, 아직까지는……. 무너지지 않아……! 아응!”

“생각보다 꽤 오래 버티네? 더 버텨봐?”

김한별의 저항에 소리 내며 감탄한 사내가 손가락을 더욱 힘차게 움직였다. 동시에 유두 역시 문지르며 자극하자 김한별이 뜨거운 숨을 흘리며 신음 소리를 내었다. 

김한별의 뒤에서 애무하던 사내는 그녀 모르게 짙게 미소를 지었다. 

이미 시간은 꽤 흘러 약속했던 5분은 훨씬 지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김한별은 자신이 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행위를 멈추어야 된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의 의미는 하나였다. 이미 이 행위에 빠져들어 승부는 뒷전이 된 상태라는 것. 

━ 찔꺽, 찔꺽, 찔꺽! 찌걱, 찌걱, 찌걱.

“하으, 하읏! 하으으응……!”

두툼한 속살을 헤치며 사내의 기다란 손가락 두 개가 한 번에 쏙 들어갔다. 단숨에 김한별의 약점을 찾은 사내가 능숙하게 그곳을 자극하니 김한별이 하체를 크게 떨며 절정에 다다랐다. 

“하으으, 흐으, 흐으으…….”

“기분 좋았지? 이제 인정할 만 하지?”

거한 분수까지 뿜으며 절정에 흐느끼는 김한별에게 드디어 퀸이 다시 다가왔다. 음부에서 손을 뺀 사내 대신 그녀가 손을 뻗어 축축하게 젖은 음부를 어루만졌다. 퉁퉁 불은 속살을 비비며 단단한 음핵을 자극하니 김한별이 움찔 떨며 그녀에게 시선을 맞춰왔다. 

“그럼 다시 물을게. 이제 좀 다 풀어 놓고. 이 행위에 즐길 생각이 드니?”

멍해진 김한별의 시선엔 아직도 미약한 저항감이 보였다. 하지만 퀸이 능숙하게 손을 움직이자 그것은 순식간에 쾌락의 그림자에 숨어버렸다. 

김한별이 작게 흐느꼈다.

“흐, 흐읏……! 네, 네……. 아, 알았으니까 제발…….”

“제발 뭐? 똑바로 말해 보겠니?”

“하악, 하악……! 거, 거긴 민감하니까 제발 손 좀…….”

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분홍 속살을 아래에서 위로 훑어 올린다. 제일 위에 위치한 단단한 음핵을 손끝으로 살짝 튕기는 것만으로 김한별이 고개를 쳐들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런 민감해진 그녀의 젖가슴을 사내가 다시 주무르며 자극하기 시작했고 퀸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김한별의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 찔꺽, 찔꺽…….

“손 좀 뭐 어떻게 해달라고?”

“하악, 하악, 하앙……! 소, 손 움직이지 말아……! 흐읏?!”

“다시 말해 볼래?”

“하악, 하악 하아앙!”

━ 푸슛, 푸슈슛! 푸슛!

다시 한 번의 절정. 김한별의 허리가 퉁겨져 오를 정도로 격한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을 자극하던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 찔꺽, 찔꺽, 찔꺽, 찔꺽.

“히익?! 하아앙, 하앙, 하앙! 하아앙! 아, 알겠어요! 하,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제발 좀……! 히익?!”

“방금 한 말, 진심이지?”

“지, 진심이니까! 제, 제발 멈춰줘어어어! 또 가! 또 가요! 하아아앙!”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이제는 전신을 펄떡거리는 여체를 사내가 안아 꽉 짓눌렀다. 그럼에도 김한별은 온몸을 흔들며 경련하는 중이었다. 안쪽 깊숙이 손가락을 밀어 넣어 움직이던 퀸. 그제야 그녀의 손이 질척한 음부에서 빠져나왔다. 

“또 이렇게 망가뜨리셨네요.”

“이게? 아직 시작도 안 했어.”

“킥, 역시 마이 퀸이십니다.”

이미 흔한 일이었는지 사내는 별거 아니라는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당연히 건장한 사내인 만큼, 힘껏 발기하고 있는 남근이 위아래로 크게 껄떡거렸다. 

일반 남성보다 배는 길어 보이는 기다란 남근. 단단하게 솟은 남근을 어루만지며 쓰러진 김한별의 얼굴로 그가 다가갔다. 

“이제 나도 봉사 좀 받아야겠다. 알지?”

“네, 네에…….”

쾌락에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김한별은 그저 실 끊긴 인형처럼 그저 입을 벌리며 사내가 원하는 행동을 취해줄 수밖에 없었다. 

“쭙, 쭙, 쭙……. 후웅……. 우웅…….”

“상당히 많이 늘었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겠어.”

“후웅…….”

어느덧 시간이 꽤 흐른 상태였다. 해님 가면 사내의 가랑이 사이에서 조곤조곤하게 고개를 놀리던 김한별은 쭙, 하고 남근을 강하게 빨았다. 자극을 느낀 사내가 살짝 떨자 그것이 만족스러운지 얌전해진 눈으로 다시 남근을 머금었다. 

무릎을 꿇고 조신하게 고개를 놀리는 김한별의 뒤로는 퀸이 연신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는 세 손가락은 우습게 들어가는 음부를 계속해서 쑤시며 그녀의 안을 자극했다. 

“흐읏, 흐응, 흥…….”

“이렇게 얌전해질 거였으면서 처음은 왜 이렇게 버텼는지. 귀여운 새끼고양이 같네.”

“마이 퀸. 이 여자가 마음에 드신 겁니까?”

“응. 난 원래 기가 센 귀여운 아이를 좋아하거든. 우리 클랜에도 이런 애가 있었는데 좀처럼 접점이 없어서 친해지지 못했거든. 대용이 생긴 거 같아 다행이야.”

퀸이 손가락을 빼 그녀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기분 좋다는 듯 김한별이 엉덩이를 흔들며 그녀의 손길을 만끽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퀸은 흠뻑 젖은 손으로 그녀의 항문과 음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흐응, 흣, 흐앙…….”

“그래도 조금 아쉽네. 이런 애들은 길들이는 맛인데 이쪽은 이미 한창 개발된 모양이야.”

“어디요? 항문이요?”

“응. 살짝 건드렸는데도 별로 거부감도 없고 잘 받아들여. 타고난 애야.”

“오.”

사내가 의문이라는 얼굴을 짓자 퀸이 김한별을 당겨 자신의 가슴에 기대게 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다리를 벌리게 하더니 훤히 보이는 질척한 음부를 어루만지면서 그녀의 항문이 잘 보이게 더욱 드러눕게 했다. 

그럼에도 김한별은 별다른 거부감없이 더욱 다리를 벌리며 자신의 치부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그저 퀸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좋다는 듯 그녀의 가슴에 입을 가져가며 고양이처럼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음부를 만지다가 적셔진 손으로 김한별의 항문에 손가락을 가져간다. 그곳을 잠시 어루만지자 그녀의 말대로 김한별의 항문은 움찔거리면서 조금씩 벌어졌다. 마치 무언가를 받아들이기 위해 단련이 된 듯한 모습. 

“정말이네요. 바로 넣어도 괜찮겠는데요?”

“그치? 저 남자, 얌전해 보이면서 별걸 다 한 모양이야. 아무래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노련한 사용자 같은데.”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곳에서는 다 무의미한 건데.”

이곳은 신분이 어떻건 그저 성적 자유를 위한 장소였다. 해님 가면 사내의 말마따나 그건 그저 부가적이고 개인적인 사항일 뿐이었다. 

“그건 그렇지. 자, 이제 이쪽을 맛볼까?”

“하앙, 하아앙……! 하응……!”

벌렁거리는 항문을 톡톡 건드리다가 천천히 손가락을 밀어 넣는다. 역시 예상대로 항문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손가락을 받아들였고 오히려 더 깊이 넣어달라는 듯 움찔거리며 손가락을 당겨왔다. 손쉽게 받아들이는 걸 느낀 퀸은 곧바로 하나의 손가락을 더 집어넣었고 쾌감을 흘리는 김한별을 꽉 끌어안으며 음부 역시 함께 쑤시기 시작했다. 

━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쯔걱, 쯔걱, 쯔걱…….

“하앙, 하앙! 하읏! 거기 좋아아……! 둘이 같이 쑤셔주는 거 좋아요……. 하아앙!”

“위가 좋니 아래가 좋니?”

“두, 둘 다 좋아! 둘 다 참을 수 없이 좋아!”

“둘 중 하나로만 가게 해줄 거야. 어느 쪽이 좋아?”

“하앙, 하으응! 어, 엉덩이! 엉덩이가 좋아요……!”

이미 쾌락에 빠진 김한별은 더 이상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고양이가 아니었다. 퀸에게 매달리며 쾌락을 갈구하는 김한별의 고백에 퀸이 웃으며 항문에 삽입했던 손가락을 빼내었다. 갑자기 기분 좋던 손길 중 하나가 사라지자 순간 김한별이 의문의 표정을 지었으나 곧 다른 느낌의 손가락이 삽입되자 다시 쾌락 어린 신음을 흘렸다. 

“하악, 하악! 더 굵고 긴 손가락이 들어왔어! 하아앙!”

“이쪽이 더 깊이 들어가잖아. 내 손가락이 더 기분 좋지?”

“모, 몰라! 두, 둘 다 좋아! 하아앙! 좋아! 나, 또 가……! 하아앙!”

바톤터치 하며 바로 손가락을 삽입한 사내가 퀸과는 다른 힘찬 손놀림을 선보였다. 그녀의 하체가 통째로 흔들릴 정도의 힘으로 안을 무자비하게 쑤시자 음부와 항문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방을 가득 울릴 정도로 질척한 소리가 김한별 스스로의 귀에 들어올 정도였고 그것에 더욱 흥분을 느끼며 다시 성대하게 절정에 이르렀다. 

“하응! 하아앙! 하아아아앙……!”

━ 푸슛, 푸슈슛! 푸슛!

음부에서 끊임없이 분수를 쏘면서도 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윤활유 삼아 퉁퉁 불은 조갯살을 손가락으로 마구 문질렀다. 큰 쾌감을 느끼며 조수를 뿜으면서 김한별은 연달아 절정에 이르러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으으, 흐으…….”

“아직 더 할 수 있지?”

“모, 못해요……. 나 죽어…….”

더 이상 반항의 눈빛을 보이지 않는 그녀를 보며 퀸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부드럽게 뺨을 쓰다듬어주니 자신의 쏘아낸 애액이 얼굴에 묻는 것도 모른 채 김한별은 편안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녀를 보다가 퀸은 아직도 한창 중인 다른 침대를 바라보았다. 

“슬슬 많이들 즐긴 거 같은데 다음 단계로 진행하지?”

“그럴까요? 저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퀸가 해님 가면 사내를 데려온 토끼 여인은 아까부터 조용히 관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평소에도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관전을 주로 지향하던 그녀였기에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구경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그녀도 사람인지라 조금씩 숨이 가빠오고 있던 상태였다. 구경하면서 자위라도 하고 있을까 하던 차에 퀸이 마침 그녀를 찾았다.

“자자, 여기 봐주세요. 아직 한창인 건 알지만, 본격적인 게임은 지금부터라고요~? 아이템 개봉~!”

활달한 목소리에 한창 열중 중이던 다른 이들 역시 행위를 멈추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상자를 두 개씩이나 개봉한 토끼 여인은 조금씩 다가오는 이들에게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허준영과 이유정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슬라임?”

“이걸 왜……?”

“크크. 다들 똑같은 반응이지만 이것의 효과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지요! 이것은 하늘이 내린 발명품이다. 라고!”

저렇게까지 자부심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궁금해질 지경이다. 토끼 여인은 서로 색깔이 다른 슬라임을 들어 보이며 살짝살짝 주물럭거렸다. 그러자 죽은 듯 가만히 있던 슬라임들이 조금씩 꿈틀거리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의 효과는 바로~. 아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죠. 직접 만져보시면 알아요. 자요.”

“아니, 잠깐…….”

“히익? 시, 싫어! 이걸 왜 주는 건데요?”

“아이, 잠시만 가지고 있어 보세요. 곧 알게 될 테니.”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었지만 조금 거부감이 있어 보이는 허준영과 질색을 하는 이유정. 하지만 토끼 여인의 완고함에 결국 그것을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효과가 있다 하니 그래도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들고 있던 둘은 어느 샌가부터 조금 미묘한 변화가 느껴지는 걸 눈치챘다.

“응? 이거……?”

“지금 주물러지고 있는 이 감각……. 네가 움직이는 건가?”

서로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슬라임에게서 그 감각이 전해져온다. 그것을 눈치채자 토끼 여인이 짝, 하고 손뼉 쳤다.

“정답입니다~. 맞아요. 그건 특수한 연금술로 제작된, 감각이 공유가 가능한 특별한 슬라임이랍니다~.”

“그걸 어디다 쓰려고 쓸데없이 그런 걸 만들었대요?”

“예끼! 쓸데없다뇨! 이게 얼마나 대단한 발명품인데요!”

별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던 이유정이 화들짝 놀랬다. 항상 웃음을 유지하던 토끼 여성이 갑자기 성을 냈기 때문이다.

“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깜짝이야…….”

“이건 그야말로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요! 다들 이곳에 온 만큼 성적 판타지가 얼마나 관계에 중요한지 잘 아실 거예요! 그런 분들도 함부로 남들과 몸을 섞는 데 큰 거부감을 느끼는데 이건 그걸 줄여줄 아주 획기적인 작품이란 말이에요!”

“어, 어떻게 하는 건데요?”

“간단해요! 이걸 그쪽의 거기에 넣고 다른 쪽 슬라임을 다른 남자들이 오나홀처럼 쓰는 거죠.”

“오, 오나홀이요?”

오나홀이 뭔지 이유정은 잘 알고 있었다. 자세한 경로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알고 있는 지식이었다. 

“미, 미쳤어요? 그걸 어떻게……. 결국 다른 남자랑 하게 된다는 거잖아요!”

“노노. 감각은 분명 다른 남자의 것이지만 실제로 넣는 건 아니에요. 오로지 느껴지는 건 감각뿐! 다른 남자의 살이랑 조금의 터치도 없답니다~.”

“어, 억지야!”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유정은 저도 모르게 안현을 바라보았다. 이미 익숙한 듯 미소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그의 굳건한 남근을 자신도 모르게 내려다보았다. 

‘쟤, 쟤랑 직접 할 수는 없으니까 이걸로 대신할 수도…….’

방금까지 안현에게서 큰 쾌감을 느껴서인지 그의 몸만 봐도 절로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그런 상태에서 속으로 음란한 상상을 하다가 그녀는 퍼뜩 몸을 떨었다. 

“마, 말도 안 돼요! 이, 이건 배신행위야!”

“흐응, 또 그러시네? 그럼 그쪽 오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정을 뒤로하고 토끼 여인이 허준영에게 물었다. 방금까지 이유정의 거부반응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가 이제 막 안심을 하던 차였다. 갑자기 자신에게 시선이 꽂히자 허준영 역시 화들짝 놀랐다. 

“나, 나 말인가? 나 역시 조금…….”

그 역시 거부를 하려고 할 때 문득 옆에 다가온 여인이 살며시 그의 손을 붙잡았다. 

“괜찮아요. 이건 배신행위 같은 게 아니에요. 선을 넘지 않은……. 서로가 상상해오던 일탈이잖아요? 그저 내키는 대로 선택하시면 돼요.”

“…….”

상냥한 목소리로 마치 보듬어주는 듯 말하는 정하연을 보며 허준영은 저도 모르게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정하연보다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이유정이 더 그의 마음에 깊이 자리 잡은 상태. 그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건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아직은 이걸 사용할 생각이 없다.”

“흠, 그런가요? 아쉽네요. 그러면…….”

허준영까지 거부하니 자연스레 다음 타자에게 시선이 옮겨갔다. 그에 따라 나머지 인원들 역시 그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퀸의 품에 눕듯 안겨있는 김한별에게로. 

이미 수많은 절정에 녹초가 되어있는 그녀는 반쯤 풀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마주했다. 이미 상황은 듣고 있었기에 그녀의 시선이 토끼 여인에게 들려있는 슬라임에 향했다. 

“감각을 공유시켜주는……. 링크?”

“어. 진짜 생생한 느낌이긴 한데 역시 이건 아닌 거 같지? 얼른 거절해.”

“…….”

당연히 김한별이 거절할 것이라 생각한 이유정이 얼른 선택을 강요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한별은 대답하지 않고 자신을 안고 있는 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거……. 기분 좋아요?”

“야, 기……. 너!”

“저거 하면……. 또 기분 좋아질 수 있어요?”

순간적으로 이름을 말할 뻔한 이유정이 입을 틀어막고 김한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김한별이 묻고 있는 곳. 퀸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음부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선택은 누구에게 강요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거지. 남이 원하는 대로 하다간 어느 때든 후회하기 마련이란다.”

“저걸 쓰면……. 어떻게 되는 데요?”

“쉬워. 저 한쪽 슬라임을 네 여기에 집어넣고 다른 쪽으로는 이 물건으로 쑤시는 거지.”

퀸의 왼손이 김한별의 가랑이에. 그리고 오른손이 해님 가면 사내의 남근에 닿았다. 김한별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아까부터 신경에 걸리던 이상한 모양의 남근. 굵기는 그 어떤 남자보다 얇은데 길이는 김수현의 그 대물보다 훨씬 길다. 넣으면 별로 어려움 없이 제일 안쪽 깊숙한 곳까지 찔러 들어올 것만 같은 살인적인 모양. 

그것이 안쪽을 찌른다? 그것을 상상한 김한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절로 다리가 오므려지고 그곳에서부터 묘한 쾌락이 벌써 몸에 퍼지는 기분이다. 방금까지 퀸에게 느껴졌던 어마어마한 쾌감이 다른 형태로 느껴질 거라 생각하니 벌써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직접 하는 건 아니라고 했죠?”

“네, 물론이죠. 이건 단순히 감각만 전해지는 거니까요!”

“야, 너! 뭐하는 거야! 얼른 거절해!”

“그러면……. 전 할래요.”

“야!”

이유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지만, 김한별은 더 이상 그녀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을 안은 퀸의 손길과 토끼 여인의 손에서 꿈틀거리는 슬라임에만 시선이 가 있을 뿐. 

토끼 여인이 토끼처럼 총총 다가와 퀸에게 슬라임을 건넸다. 그것을 받아든 퀸이 천천히 김한별의 다리 사이로 그것을 가져갔다. 김한별은 조금 긴장한 얼굴을 하면서도 퀸이 하고자 하는 걸 원활하게 해주기 위해 다리를 크게 벌렸다. 

“너…….”

그러던 차에 김한별의 시선이 허준영과 마주쳤다. 조금 충격받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김한별은 잠시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꼈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였다. 

“저……. 더 느끼고 싶어요. 괜찮죠, 오빠?”

허준영은 그 물음에 아무 답도 할 수 없었다. 평소에도 예리한 눈치를 가지고 있던 그였는지라 김한별이 어떤 상황에 처했었는지를 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 정하연에 빠져 그녀를 미처 챙겨주지 못했던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지라 허준영은 그녀를 차마 막을 수가 없었다.

“네가 원한 선택이라면…….”

“고마워요, 오빠.”

그런 허준영의 마음을 여실히 느낀 김한별은 미소 지으며 퀸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허준영에 대한 조금의 미안함도 완전히 사라졌다. 

“좋은 오빠네? 널 생각하는 게 갸륵해.”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오빠가 후회하지 않도록 기분 좋게 만들어 주세요.”

“걱정 말렴. 저 아이의 자지는 나도 감당하기 힘드니까.”

퀸의 마지막 말은 귓속말이었다. 그 말을 듣자 김한별은 이미 달아오른 몸이 재차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이미 굴복해버린 대상인 퀸 조차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이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침이 넘어갈 정도로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 스르륵, 주륵, 쭈르릅…….

그렇게 다리를 벌리며 슬라임이 자신의 음부에 들어오는 걸 김한별은 확실히 바라보았다. 더욱 잘 들어갈 수 있게 퀸이 두 손가락으로 그녀의 음부를 벌렸고 그 사이로 슬라임은 꿈틀거리면서 그 틈을 비집고 조금씩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너, 너 진짜……!”

그리고 이유정 역시 그 모습을 확실하게 지켜보는 중이었다. 경악하는 그녀의 눈에 슬라임이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게 보였다. 

“하아, 하아……. 다……. 들어 왔어요.”

“안에서 움직이는 게 느껴지니?”

“네……. 제 뱃속에……. 꽉 차있어…….”

아랫배 안에서 꿈틀거리는 감각을 신기하게 느끼던 김한별의 눈에 다른 하나의 슬라임이 드리워졌다. 그녀가 보는 앞에서 퀸이 슬라임을 일그러지도록 꽉 움켜쥐었다. 

“흐, 하악……!”

김한별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어때? 기분 좋니?”

“하악……! 흐아아아앙!”

“벌써 그러면 어떡하니. 아직 본격적인 시작도 안 했는데. 이리와.”

움찔거리는 김한별을 꽉 누르며 퀸이 손가락으로 해님 가면 사내를 불렀다. 바로 지척에 있었으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그였기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다란 남근을 그녀에게 향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이가 바라보는 상황에서, 기다란 모양의 남근으로 퀸이 다른 슬라임 하나를 가져갔다. 이미 그녀의 손에 동그랗게 말려있는 슬라임이 남근에 닿자 꿈틀거리며 조금씩 남근을 삼켜가기 시작했다. 

“아, 아아……! 드, 들어오고 있어요! 하앙!”

“큭……!”

“어, 어떡해……!”

쾌감에 떨며 그 모습을 뚫어져라 보는 김한별. 입술을 피나도록 깨물며 그것을 지켜보는 허준영.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유정은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죽이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 찌걱……. 찌걱…….

천천히 밀리는 것과 함께 슬라임이 조금씩 남근을 삼켜갔다. 처음은 귀두, 그리고 기둥. 점차 반투명한 슬라임 속으로 깊숙하게 남근이 삽입되면서 김한별의 호흡도 격해지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 기, 깊어! 깊어어어!”

그리고 완전히 뿌리까지 삽입됐을 때, 김한별의 다리가 파르르 떨렸다. 쪼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애액과는 다른 조금은 샛노란 액체가 그녀의 음부 위쪽에서 쏘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침묵한 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 찌걱, 찌걱, 찌걱, 찌걱…….

━ 찔꺽, 찔꺽……. 푸슛, 푸슈슛!

“하앙, 하아앙! 아아앙!”

파르르 떨며 크게 펄쩍 뛰는 여체. 활짝 벌린 다리에서 뿜어지는 새하얀 조수들을 보며 허준영과 이유정은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한별이 벌이고 있는 퍼포먼스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고 화려했다. 화려? 아니, 그런 부류의 단어가 아니었다. 떳떳한 모습이 아님에도 그럴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김한별은 지금 어마어마한 환희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었으니. 

해님 가면 사내가 슬라임에게 남근을 꽂아넣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한별은 벌써 두 번의 절정에 치달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아직 해님 가면 사내의 남근은 굳건했다. 

“얼마 흔들지도 않았는데 벌써 두 번이나 가버렸네? 얼마나 민감한 거니 얘는.”

“그러게요. 근데 아직 멀쩡한 모양입니다. 조임은 전혀 풀리지 않았거든요.”

“응, 느껴져. 손안에서도 자지를 꽉꽉 물어주는 힘이.”

퀸의 손에 쥐어진 슬라임은 꾸물거리며 남근을 조여대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위아래로 흔들자 슬라임은 남근을 조이면서도 매끄럽게 미끄러져 귀두까지 뽑혀 나왔다. 그것이 위아래로 몇 번 들썩이자 김한별이 다시 엉덩이를 꿈틀거렸다. 

“하앙, 하앙! 하으으, 흐으……!”

“좋니? 그 어떤 때보다 기분 좋지?”

“네, 네에……. 기, 기분 좋아요…….”

“어디가? 어떻게 기분이 좋지?”

“안쪽이……. 자지가 깊숙이 들어와서……. 안쪽을 벌려서……. 으아앙……!”

짙게 미소 지으면서도 퀸의 손은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귀두서부터 기둥을 타고 뿌리까지. 슬라임이 깊게 박히자 김한별의 턱이 치켜들려 졌다. 

“아, 안돼요! 더, 더 이상 가면 안 돼……!”

“거짓말. 실제론 더 가고 싶으면서?”

“아, 아니야! 가, 가기 싫어! 저, 죽어요! 진짜로……! 하으으……!”

━ 찌걱, 찌걱, 찌걱…….

김한별의 애원에도 퀸의 손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그러면서 아주 미세하게 속도를 올려간다. 김한별의 몸에 다시 힘이 들어가면서 그녀의 길쭉하게 뻗은 몸이 다시금 뻣뻣해진다. 

“나도 한번 가고 싶은데. 좀 더 세게 움직여 줄 순 없을까요? 마이 퀸.”

“흐음, 그러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

“아, 안돼. 진짜 안돼요…….”

“그러기엔 이쪽 아이가 너무 불쌍하지 않니?”

퀸이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김한별의 시선에 조금씩 초점이 돌아왔다. 그녀의 눈에 슬라임에 묻힌 기다란 남근이 눈에 들어왔다. 퀸의 말대로였다. 남근은 아직까지 꿈틀거리며 사정을 해내지 못한 상태였다. 금방이라도 가고 싶다는 듯 계속해서 움찔거리는데 슬라임을 통해 그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아, 하아……. 이, 이걸 어떻게든 해야…….’

방금 저 물건에 얼마나 흐느꼈는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들면서도 그런 쾌감을 줬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김한별은 조금 망설임이 들었다. 결국, 그녀가 퀸에게서 슬라임을 빼앗아 들었다. 

“제, 제가 할게요. 그러면 되죠?”

남의 손에 당하는 것보다 스스로 하는 게 그나마 덜 자극적일 거라 판단한 김한별은 스스로 행하기로 했다. 물론 퀸은 웃으면서 그것을 넘겨주었고. 

슬라임을 손에 쥔 김한별은 곧바로 손을 움직이려다 지금의 상황을 인지했다. 퀸에게서 그것을 빼앗아 들면서 사내의 품에 살짝 기대있는 상태였다. 뭔가 묘한 자세로 사내와 붙어있다는 것을 깨닫자 갑작스레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하, 할게요. 해도 되죠?”

“마음대로. 근데 조금 급하니까 빠르게 해줬으면 해.”

“네, 알겠어요…….”

어느 새인지, 말을 놓는 해님 가면 사내에게 김한별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이, 이제 내가 움직이면 돼. 천천히 움직이면……. 괜찮을 거야.’

아직까지 아래쪽에 생생하게 느껴지는 남근의 형태. 그것이 눈앞으로 보이자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녀가 큰마음을 먹고 살짝 슬라임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부릅떠졌다. 

“하, 하악?!”

저도 모르게 몸을 굽힌 김한별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내비쳤다. 

‘뭐, 뭐야? 사, 살짝 움직였는데 이런 기분이라니? 미, 미쳤어?’

그저 살짝 뽑아 올렸을 뿐인데 안쪽에 느껴지는 감각은 어마어마했다. 김한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스스로는 더 못 움직인다고.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렸다. 

“이, 이거 아, 안돼요. 전 못해요.”

“방금까지 스스로 하겠다면서. 한번 해 보지그래?”

“모, 못해요. 방금 느꼈어요. 고작 그것만으로도…….”

“할 수 있다니까. 자 움직여봐.”

두려움에 찬 얼굴로 슬라임을 쥐고 있는 손을 해님 가면 사내가 덮듯이 움켜쥐었다. 그가 힘을 줘 슬라임을 살짝 빼내자 김한별의 얼굴에 안달감이 솟아올랐다. 

“하, 하지 마…….”

“쉿.”

“하, 하지 마라니까……. 흐으……!”

━ 찌걱…….

김한별의 눈이 치떠지며 허리가 활짝 펴졌다. 그녀의 시선에 웃고 있는 해님 가면 사내의 얼굴이 고스란히 들어온다. 사내의 손에 쥐어져 슬라임이 조금씩 뽑혀 올라오고 있었다. 

“아, 아아……!”

마치 눈앞에 터지기 일보 직전인 시한폭탄을 보는 것처럼. 김한별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하지만 동시에 피어오르는 강렬한 쾌감에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씩 새 되며 톤이 높아져 갔다. 

“아, 아으으으…….”

“자, 다 뽑혔다.”

그저 한번 뽑혀 올라왔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김한별은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쾌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가까스로 숨을 가다듬으며 그녀가 겁에 질린 얼굴로 사내를 올려보았다. 여전히 웃고 있는 사내를 본 순간, 김한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자, 잠시만요!”

━ 푸직!

“히익?!”

곧바로 아래로 찍히는 슬라임. 뒤로 펼쳐졌던 허리가 다시 숙여졌다. 뿌리까지 깊숙이 박힌 슬라임이 다시금 빠르게 위로 뽑혀 올라왔다. 

━ 푹찍, 푹찍, 푹찍!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아아아아아……!”

지금까지는 봐줬다는 것처럼 사내의 움직임은 격렬하기 그지없었다. 빨딱 선 남근을 쉴새 없이 머금었다 빼내며 슬라임이 형체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격하게 위아래로 흔들거렸다. 김한별은 차마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입을 쩍 벌리며 곧이곧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앙! 아앙……! 죽어……! 나 죽어……! 죽는다고……! 하아아앙……!”

“죽어. 죽어버려. 쾌감에 절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아?”

“모, 몰라! 하아앙, 아앙! 하아아앙! 몰라아앙!”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어마어마한 쾌감에 김한별의 정신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녀의 손은 어느새 슬라임을 꽉 붙들어 쥔 상태였다. 사내에 의해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그 감각이 고스란히 음부 안쪽을 헤집는 게 전해졌다. 어느새 그녀의 반대편 손도 다리 사이로 들어가 음부를 쉴새 없이 자극하는 중이었다. 

“허…….”

“…….”

그리고 그런 김한별의 모습에 이유정과 허준영은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넋을 잃으면서도 놀랍게도 그 음란한 자태에 둘은 알 수 없는 흥분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우리도 이어서 해 볼까요?”

“아…….”

“저희도요. 저희 것도 준비되어 있답니다?”

“음.”

그런 두 사람에게도 파트너가 은밀하게 달라붙었다. 

이유정의 가슴을 주무르며 침대로 눕히는 안현. 그의 손에 어느샌가 토끼 여인이 건네준 슬라임 하나가 들려있었다.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정이었지만 한 쌍의 슬라임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 장난감처럼 만지게 하자 얼굴에 묘한 열망이 떠올랐다. 

안현이 살짝 구슬리자 이유정은 흥분이 찬 얼굴로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현의 손이 그녀의 음부로 향했고 곧 미세한 움찔거림과 함께 이유정이 묘한 쾌락 어린 얼굴을 보였다. 

“드, 들어왔어?”

“네, 다 들어갔어요. 생각보다 나쁘지 않죠?”

“그, 그러네요. 그러면 이제…….”

방금 전, 김한별이 보였던 어마어마한 모습에 이유정 역시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대체 얼마나 느끼기에 저런 모습까지 보였을까 싶은 생각과 허준영에 대한 이상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허준영 역시 정하연에 의해 남근이 슬라임에 조금씩 먹혀들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위에 무릎으로 선 정하연의 둔부 사이로는 자신의 아래에 넣은 것과 같은 색상의 슬라임이 얼핏 보이고 있었다. 

‘오, 오빠도 지금 즐기고 있는 거니까……. 나도 괜찮겠지?’

이미 김한별은 다른 남성과 즐기는 중이었고 허준영 역시 정하연과 함께하고 있다. 자신 역시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안현에 대한 묘한 열망이 타오르자 이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쪽이 해줄래요?”

“제, 제가요? 알겠어요…….”

곧 안현에게 반대편 슬라임을 건네받는다. 이유정이 침을 꼴깍 삼키며 슬라임을 살짝 주물럭거렸다. 링크에 연결돼 안쪽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촉.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 자신의 남근에게로 이끄는 행위에 이유정이 침을 꼴깍 삼키며 그가 행하는 대로 손을 맡겼다. 

그리고…….

━ 찔……. 꺽…….

“아……. 으흣……!”

슬라임이 크게 벌어지며 우람한 남근을 꿀꺽 삼켜갔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삼켜가는 슬라임을 보며 아래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감에 이유정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하, 하악……! 아, 안에 거의 다 들어왔어……! 흐읍……?”

아래가 거의 열리는 감촉. 그 존재감과 그것이 주는 거대한 쾌감에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는데 그녀의 턱을 붙잡고 안현이 입을 맞춰왔다. 

입속을 헤집는 격렬한 혀의 놀림과 함께 안현이 살짝 허리를 움직였다. 배속을 크게 때리는 남근의 형태에 이유정이 쾌감어린 신음을 지르려 했지만, 입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사내의 혀 때문에 그것마저 저지당했다. 

그런 이유정의 손을 강하게 잡고 안현이 허리를 크게 쳐올렸다. 

━ 철퍽, 철퍽, 철퍽…….

“으, 읍?! 읍! 으으응!”

부릅떠져 있던 그녀의 눈이 서서히 쾌락에 물들어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옆 침대에 있던 허준영 역시 엿보고 있었다. 

“역시 신경 쓰이시나요?”

크게 반응하는 남근을 슬라임으로부터 전해 느낀 정하연이 살며시 물었다. 허준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토록 한심한 적이 있던가?’

홀플레인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고 자부할 만큼의 호된 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삶을 살아오면서도 이렇게까지 초라해져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허준영은 허탈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정하연이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 기분 뭔지 잘 알아요. 하지만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요. 그저 이건……. 일탈인 유희일 뿐이니까.”

“그렇게……. 가벼운 말로 정의할 수 있는 건가?”

“가볍지 않아요. 제가 저 아이와 이곳에 와서 얻은 게 뭔지 아세요?”

이유정과 열렬한 키스를 하고 있는 안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정하연의 모습을 허준영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그녀에게 되묻고 있었다. 

“뭐지?”

“저 아이에 대한 제 마음이에요. 저 아이와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지만……. 여기에 오고 나서 확실히 느꼈어요. 저는 저 아이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요.”

“어째서지?”

“이렇게 다른 여자에게 안겨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잖아요. 그게 무엇을 뜻하는 건지 생각해 보시겠어요?”

“뭐……?”

잔잔한 정하연의 목소리는 희한하게도 마음에 안정을 주는 묘한 기운이 있었다. 쿵쾅거리던 심장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머리도 한층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나 역시도……. 많이 좋아하기에 이렇게 아프다는 건가?”

“맞아요. 지금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기에 커플들은 이런 자리를 찾게 되죠. 다들 권태기라 새로운 자극을 찾고 있다지만 실상은 조금 달라요. 서로 간의 관계를 더욱 확고히 찾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행위죠.”

“…….”

“이런 행위를 함으로써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끼게 되는 거예요. 아마 당신도……. 나중에 돌아가고 나면 전보다 더 나은 관계를 찾을 수 있을 거라 감히 예상해 볼게요.”

그의 얼굴을 쓰다듬는 정하연이 살며시 입을 맞춰왔다. 이미 수차례 한 입맞춤이지만 시원하면서도 기분 좋은 물맛 키스는 조금도 질리지 않는다. 

이유정과 김한별이 보여줬던 욕망에 찬 키스가 아닌, 애틋함이 느껴지는 수줍은 키스. 정하연이 다시 떨어지고 두 남녀의 시선이 허공에 맞닿았다. 

허준영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 

“방금……. 공개적으로 이룰 수 없다는 관계라 했지. 혹시 다른 정인이라도 있나?”

“네. 부끄럽지만 있어요.”

“그렇다면……. 저 남자를……. 연모하면서도 원래의 정인에게는 어떤 감정을 품고 있지?”

이미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는 허준영으로서는 조금 궁금하기도 한 내용이었다. 이유정과 김한별 역시 자신과 이런 관계를 수없이 가져오고 있으면서도 김수현의 아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정하연도 그녀들과 같은지 문득 궁금해졌다. 

정하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깨끗하게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깊이 사랑하고 있어요.”

“참……. 너무 고민도 없이 말하는 거 아닌가?”

“그렇지만 그게 사실인걸요. 여기는……. 원래 이런 세계잖아요?”

조금씩 하복부를 밀착시키며 몸을 비비는 정하연을 보며 허준영 역시 피식 웃었다. 지금껏 느꼈던 모든 답답함이 깨끗하게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래, 홀플레인은 원래 그런 세계지. 규칙보다 욕망이 앞선……. 그런 세계.”

그동안 이유정과 김한별에게 가져왔던 비틀린 소유욕. 

김수현에 대한 죄책감과 그녀들에 대한 소유욕이 엇갈리며 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부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무척이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이곳은 욕망과 강함, 의지가 최우선인 그런 세계였다. 

김수현 역시 그렇기에 수많은 여인을 감당하며 사는 게 아니겠는가?

본인이 강제로 범한 것도 아니다. 그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인해 이런 관계를 맺어왔다. 물론 김수현에게 들킨다면 문제가 좀 되겠지만, 그렇게 죄책감까지 느끼며 의식할 필요는 없는 문제였다. 

‘이 일이 끝나면……. 그녀의 말마따나 너희를 더 사랑할 수 있을까?’

한 문제가 지나가자 다음 궁금증이 찾아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일 이후에도 그녀들에 대한 감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었다. 

묘한 기대심과 함께 허준영도 슬슬 음욕이 다시 차오르는 걸 느꼈다. 자신의 위에 올라와 요염하게 허리를 흔드는 정하연을 보며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받쳐 올렸다. 

“생각은 다 정리되셨나요?”

“덕분에. 이제 그 보답 좀 하려고.”

“기대할게요.”

부드러운 눈웃음을 짓는 것과 반대로 요염함이 깃든 붉은 입술을 본 허준영이 그녀의 입술에 다시 입을 겹쳤다. 

곧 정하연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잡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슬라임은 서로의 성기에 부착된 상태. 바짝 밀착한 하복부 사이로 눌리는 남근을 비비며 두 남녀가 뜨겁게 몸을 섞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는 조금 다른, 또다시 뜨거운 열풍이 방 안을 가득 메워갔다. 

이미 서로 간의 신뢰는 뒷전으로 미루고 행위에 몰두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행위는 점점 더 과감해졌다. 이제는 누가 더 뭐라 할 것 없이 각자의 침대에서는 음란한 소리만이 크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 찌걱, 찌걱, 찌걱……. 푹찍! 푹찍! 푹찍!

“좋아?”

“조, 좋아요! 하아앙! 더, 더 깊이……! 더 깊은 곳에……! 하아앙!”

“보통 뒷구멍은 유희용인데 이쪽이 더 보지 같네. 좀 더 꽉 조일 수 없어?”

“흥, 앗! 이, 이렇게요……? 으으…….”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사내의 남근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는 김한별. 물론 슬라임을 통해서지만 그녀의 배 위에 올려진 슬라임을 푹푹 찌를 때마다 그녀가 허리를 튕기며 크게 흐느꼈다. 

이미 음부에 꽉 차있던 슬라임은 항문으로 옮겨져 있는 상태. 사내의 기다란 남근이 슬라임을 헤집을 때마다 항문은 활짝 벌어져 남근의 존재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하앙, 하앙! 좋아, 좋아아아!”

그렇게 사내의 남근을 받아들이면서 더한 쾌감을 받아들이고 싶었는지 그녀의 손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음부를 매만졌다. 이미 애액으로 줄줄 흘러내린 젖은 음부는 손이 비빌 때마다 찔꺽이는 소리를 내었다. 이미 자극이 상당히 간 음핵은 크게 부풀어 민감하게 발기되어 있는 상태였다. 

여타 다른 여인들과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젖가슴이었지만 워낙 잘빠진 몸매라 그마저도 장점으로 두드러지는 것 같다. 애처롭게 떨리는 여체를 보던 해님 가면 사내가 짙게 미소 짓더니 그녀의 단단해진 유두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작은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손가락으로 유두를 건들며 살짝살짝 잡아당긴다. 김한별의 몸은 분홍빛으로 붉어질 정도로 달아올라 있어 그것마저 크나큰 쾌감으로 받아들였다. 

“하아아앙……! 하아앙!”

━ 푸슛, 푸슈슛! 푸슛!

그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슬라임을 통해 항문을 깊이 쑤셔지면서 유두를 자극당하니 김한별이 조수를 내뿜으며 거하게 절정에 이르렀다. 그녀의 조수를 맨몸으로 맞으면서도 사내는 허리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격하게 쑤시듯, 그가 점차 속도를 올리자 김한별이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며 크게 신음했다. 

그렇게 방안이 격한 신음으로 가득 찼어도 신경 쓰는 이는 별로 없었다. 

이유정 역시 김한별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 푹찍, 푹찍, 푹찍, 푹찍.

━ 촥, 촥, 촥, 촥!

“하응, 하앙, 하앙……. 아앙…….”

안현의 하체에 올라타 허리를 흔드는 붉은 머리의 여인. 아까의 수줍은 모습은 더 이상 온데간데없어 이제는 먹이를 내려다보는 맹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분 좋아……?”

“네, 꽉꽉 조여줘서 굉장히 기분 좋아요.”

“뭐, 뭘 이런 거로 그렇게 좋아해?”

“하하, 사실인 걸 어떻게 하나요. 정말 그쪽의 안쪽……. 기분 좋아요.”

행위에 몰두하면서 이유정은 저도 모르게 안현에게 말을 놓게 되었다. 그의 정체를 아는 만큼 실수에 가까운 행동이었으나 안현은 그녀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가볍게 받아주었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앙칼진 모습이 더 어울린다며 칭찬까지 해주니 이유정은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억눌러야 했다. 

그러고 나서부터 행위는 전적으로 뒤바뀌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듯하면서도 묘한 어색함에 소극적인 행동을 보였던 이유정이 드디어 몸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안현의 거대한 남근에 처음은 힘겨워했지만 빠르게 적응한 그녀는 그 대물에 어마어마한 쾌감을 느꼈다. 곧 그것의 묘미를 알게 된 이유정은 자궁을 두드리는 거근에 점차 중독되어 갔고 이제는 스스로 그의 위에 올라타 엉덩이를 움직이는 형태가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으……. 진짜, 졸라 커. 여기까지 차는 느낌이야.”

당연히 슬라임을 통해서만 관계하는지라 실제로는 그의 복부에서 허리를 흔드는 꼴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손으로 짚고 있는 부위만큼 배꼽 안쪽까지 차지하는 존재감은 실제로 안현의 물건과 똑같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지금도 살짝만 움직여도 내장이 꽉 눌리는 느낌. 

하지만 그럼에도 이유정은 조금씩 다시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찔꺽이는 소리와 함께 안현도 희미한 쾌감 어린 신음을 흘렸고 그가 출렁이는 젖가슴을 살며시 그러모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 씨……. 진짜……. 존나 좋아……! 안에 꽉 차서……! 기분 좋아……!”

그의 손길에 여실히 쾌감을 느낀 이유정도 다시 행위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두 남녀도 다시 뜨거운 열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두 커플이 그렇게 자기들만의 행위에 빠져들고 있을 무렵, 허준영과 정하연의 무리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바로 퀸이 참전한 것. 

김한별을 함락시킨 퀸은 잠시 이유정 쪽과 허준영 쪽을 바라보다가 허준영에게로 향했다. 이유정은 이미 안현의 거근에 꿰뚫려 허덕이고 있는 상태였고 허준영은 이성이 있는 상태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이라 해도 이미 행위에 동조하기 시작한 건 매한가지였다. 그런 와중에 퀸이 다가오자 허준영은 살짝 움찔하면서도 그녀의 손을 마다치 않았다. 

“하음, 쭙, 쭈웁, 쭙…….”

“그래……. 혀 놀림 하나는 꽤 알아주는 모양이네. 나쁘지 않아.”

“고, 고맙습니다.”

침대에 누운 허준영의 복부에서 정하연은 열심히, 허리를 놀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맡에는 퀸이 무릎걸음으로 얼굴을 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마법사인 만큼 육체적인 단련은 조금 모자란 정하연도 근육량이 조금 부족할 뿐이지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성숙한 육체였다. 하지만 눈앞의 여성과 비교하자면 조금 모자람이 있을 정도로 퀸이라는 여성의 몸매는 과히 폭발적인 육감을 자랑했다. 

일단 두 손으로도 받치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젖가슴은 둘째치고 철저하게 단련된 근육이 돋보이는 하체는 만지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이 튕겨 나올 정도의 탄력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질리지 않는 감촉에 허준영은 그녀의 허벅지를 가득 쥐며 그녀의 음부를 혀로 자극했다. 

처음 퀸의 존재에는 조금 거부감을 느꼈지만, 그녀의 손놀림에 허준영은 순간 참지 못하고 바로 사정해버렸다. 남근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흔들면서 음낭을 굴리듯 능숙하게 만져대는데 마치 정액을 끓게 만들어 폭발시키는 듯한 쾌감에 허준영은 조금도 버틸 수 없었다. 

‘하읏……! 윽! 흣……!’

과묵하고 체통을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그로서는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신음을 흘리며 거하게 사정했다. 어찌나 크게 내었는지 행위에 열중하던 이유정과 김한별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볼 정도. 

그렇게 한번 함락되니 퀸이라는 여성의 말에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저도 모르게 따르던 허준영은 그녀의 말에 존댓말을 붙일 정도로 이미 거의 함락된 상태였다. 

“하앙, 하앙……! 저 갈 것 같아요……! 퀸…….”

“그래? 너는 어떠니?”

“아윽, 흣……! 큭!”

젖가슴을 출렁거리며 열심히 허리를 놀린 만큼, 정하연이 절정의 기미를 보이자 퀸이 허준영에게 물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퀸의 음부를 핥는 것을 멈추고 작게 침음을 흘렸다. 그런 그의 유두를 퀸이 양손으로 세게 꼬집었다. 

“큭!”

“내가 아까 분명히 말했을 텐데? 갈 것 같으면 바로 보고하라고. 벌써 잊은 모양인데 벌을 받고 싶은 모양이구나?”

“아, 아닙니다. 다, 당신의 말대로 바로 갈 것 같습니다.”

“흥, 원래라면 벌을 줬겠지만, 아직 처음이니 봐주도록 할게.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 없도록 하렴?”

“아, 알겠습니다.”

끓어오르는 사정감까지 보고를 해야 할 정도로 압도당한 허준영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것은 상대에게 눌렸다는 치욕감 때문이 아니었다. 벌을 받지 않았다는 모호한 느낌의 안도감. 그와 동시에 사정을 해도 된다는 신호와도 같아 그는 끓어오르는 사정감을 참지 않고 그대로 크게 사정해냈다. 

━ 푸슛, 푸슛! 푸슛!

“이제 엎드리렴? 앞으로 잘하라는 이 여왕님의 포상이니까 거절하지 말고 받아들여.”

“네…….”

사정의 여운을 느끼면서도 허준영은 그녀의 말마따나 엎드리는 자세를 취했다. 마치 후배위를 기다리는 여성의 자세처럼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내미는 자세를 취한 그의 남근을 퀸이 부드럽게 잡아 아래로 내렸다. 

아직 크게 발기한 남근이 아래로 향해진 모습은 마치 큰 성견의 자태를 보는 듯했다. 슬라임의 애액과 정액으로 젖은 남근을 매끄럽게 매만지는 손길에 그는 치욕감을 느끼기보단 아찔할 정도의 쾌감을 느꼈다. 

━ 찔꺽, 찔꺽, 찔꺽. 

“하음……. 쭙, 쭙…….”

“헉……! 크흣……!”

퀸의 손이 남근을 흔들면서 정하연이 다가와 그의 항문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이미 수차례 해본 듯한 능숙한 동작으로 그의 남근을 혀로 핥아주기 시작했고 그것에 맞추어 사정을 이끌기 위한 퀸의 손놀림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크흣……! 또……! 또 갈 것 같습니다!”

“시원하게 가렴?”

그런 노골적인 자극에 사내로서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허준영은 반사적으로 보고했고 퀸은 관대하게 그것을 받아주었다. 아래로 향해진 남근에서 하얀 정액이 뿜어져 침대를 적셨다. 정하연은 부드러우면서도 정성스럽게 그의 항문을 자극하며 그가 사정의 여운을 길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잠시의 열풍이 지나가고 판도는 다시 바뀌었다. 퀸에 의해 위치를 바꾼 여섯 남녀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다른 형태의 행위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 찌걱, 찌걱, 찌걱!

━ 철퍽, 철퍽……. 찔꺽, 찔꺽.

“하앙, 하아앙……! 오빠……! 오빠……!”

“헉, 헉……! 너, 너희들……!”

“좋아, 기분 좋아……. 이거 안쪽 깊숙이 들어와서, 하앙! 자궁까지 들어와서……! 하앙!”

세 남녀가 한 침대에 누운 채로 쾌감 어린 신음을 흘리며 거칠게 움직였다. 

침대에 눕혀진 채 정하연에게 깔려 헐떡이는 허준영. 

엎드린 채 안현에게 엉덩이를 붙잡혀 앞뒤로 크게 흔들리는 이유정.

두 남녀가 서로의 행각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흐느끼거나 말거나 해님 가면 사내의 남근에 항문을 자극당하며 스스로 자위를 하고 있는 김한별. 

이제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다른 이에 의해 헐떡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들은 아프면서도 묘한 자극에 뜨거운 숨을 흘렸다. 

그렇게 끓어오른 분위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

거리를 걷는 세 남녀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나란히 서서 걷고 있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거리는 묘한 어색함이 흐를 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기류만 흐르는 건 아니었다. 그런 일이 있던 만큼 어색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묘한 뜨거운 열기가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까지 해왔던 행위. 그들은 지금 그런 자극을 고스란히 가슴에 담은 채 그것을 풀 시간이 오길 간절히 기다리는 중이었으니까.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아니, 이 밤의 거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욕망을 표출할 것이다. 워프에 점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숨소리는 이제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거칠어져만 갔다. 

“오, 오빠. 우, 우리 저기 잠시 쉬었다 갈래?”

하지만 결국 참지 못했는지 이유정이 작게 물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이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말을 묵과할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일심동체로 그녀가 가리킨 성인문화가 깃들어진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였다. 

“어? 준영이 형? 여기서 뭐 하세요?”

“으힉?!”

“컥!”

“히익?!”

반가움이 느껴지면서도 활발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정체를 바로 떠올린 세 사람은 누가 봐도 깜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며 그쪽을 쳐다보았다. 

당연히 목소리의 주인공은 안현이었다. 반갑게 이쪽으로 달려오는 그와 그 뒤에서 마찬가지로 조금 서두르는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정하연이 보였다. 

“엥? 이유정에다가 김한별까지? 독특한 조합이네?”

“그게 무슨 말이니. 요즘 친하게 지내서 보기 좋았는데.”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요새 셋이 잘 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하는 두 남녀를 보며 허준영을 비롯한 두 여인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곳엔 무슨 일이에요? 수현이 형이 뭐 시킨 거 있었어요?”

“아, 아, 아, 아니. 아니. 그, 그런 게 아니고…….”

“형? 어디 아프세요? 왜 이렇게 식은땀을 흘리세요? 너희도 마찬가지고.”

“우, 우리가 뭘 어쨌다고? 그, 그나저나 너는 언니랑 여기서 뭐, 뭘 했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평정심을 찾지 못하는 허준영을 대신해 이유정이 나섰다. 그녀 역시 허준영과 매한가지인 상태였지만 그나마 조금 나은 모습이긴 했다. 

“우리? 우리는 이거 사러 갔다 왔지.”

“이거?”

“상용이 형이 부탁한 엘릭서랑 비비앙이 부탁한 고르곤의 힘줄. 이걸로 뭔 속박 도구를 제작한다나, 어쩐다나? 게헨나 씨가 특별히 부탁한 도구라던데?”

“그건 또 언제 샀냐?”

“음? 하연 누님이랑 여기저기 돌면서 산 건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안현의 천연스러운 얼굴에 이유정은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과 그런 행위를 수없이 했으면서 저런 얼굴이라니. 멍청하긴 하지만 그래도 순수함은 간직하고 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유정은 큰 충격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미 이런 일에 많이 익숙해진 안현이었다. 오히려 이유정 쪽이 평정심을 찾지 못해 상황이 길어지자 정하연이 손뼉을 작게 치며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다들 워프로 가는 모양인 거 같은데 집에 가는 거면 우리 같이 갈까?”

“그, 그러던가.”

“유정이랑 한별이 너희한테 줄 선물도 하나씩 샀거든. 마침 잘됐다.”

선물이란 말에 이유정과 김한별의 얼굴에 미약한 화색이 돌았다. 선물이라 하면 사족을 못하는 두 여자니 곧 정하연에 휘말려 그녀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워프 쪽으로 향했다. 

그런 둘을 바라보며 안현과 허준영 역시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선물? 밤의 거리에서 저 둘한테 줄 선물도 있던가?”

“작은 장신구라고 하더라고요. 마력이 도는 장신구인데 여성들이 착용하면 매력이 미약하게 올라가는 아티펙트라나 뭐라나. 요즘은 홀플레인이 평화로우니 저런 물건도 없어서 못 구한대요.”

“그러냐…….”

허준영은 그렇게 답하며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에 무언가 들어있었는지 그의 손에 단단한 보석 같은 것이 매만져졌다. 

‘언제든 그녀들에 대한 확신을 잃지 마세요. 당신 스스로가 확신을 잃지만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그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의미로 선물 하나 줄게요.’

정하연과의 행위를 마치면서 그녀에게 하나의 선물을 받았다. 그녀에게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지 모르는 허준영에게 선물을 줄 만큼 그녀는 자애롭고 상냥했다. 

‘이건…….’

‘제 마력으로 형성한 아쿠아 쥬얼이에요. 그냥 형편없는 장식품일지 모르지만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는 정화의 의미도 가지고 있어요. 언제나 그 의지가 변하지 않길 바라며 멀리서나마 응원할게요.’

여신이 흘려 떨어진 눈물방울 같은 모양의 보석을 허준영은 가만히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잠깐이나마 이 상황에 조금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하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그런 관계였으니까. 물론 아주 잠시 느낀 생각이었다. 그 정도로 정하연이 보여준 오늘 밤의 모습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살며시 보석을 만지작거리는데 갑자기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그곳에서 이유정과 김한별이 다시 헐레벌떡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오빠! 언니가 오빠 선물도 샀대! 얼른 이리 와봐!”

“뭐, 뭐냐? 갑자기.”

“아 빨리요! 얼른 착용해봐야 한단 말이에요!”

“뭘 착용해? 어?”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걸까, 허준영이 반사적으로 안현을 바라보았지만 안현은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외면할 뿐이었다. 그녀들에게 질질 끌려가는 허준영의 눈에 늑대 코와 꼬리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정하연의 모습이 보였다. 

“너, 너희들! 무슨 짓을 하려고……!”

“오빠에게 잘 어울리는 파티복이래. 얼른 가서 한 번만 써봐. 앗!”

“어딜 도망가요!”

이미 그들이 위치한 곳은 워프가 지척에 있는 장소였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허준영이 황급히 워프를 향해 뛰어들어갔고 그 뒤를 이유정과 김한별이 황급히 쫓았다. 그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안현 역시 곧바로 둘의 뒤를 따라 워프에 몸을 던졌다. 

결국, 홀로남은 정하연이 못 말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어휴, 다들 아직 어린 애들이라니까. 준영 씨도 저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네.”

그렇게 그녀 역시 그들의 뒤를 따라 워프로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응? 이건…….”

허준영과 이유정들이 투닥거리면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졌었다. 그것을 주우려 허리를 숙인 정하연의 얼굴이 미묘함으로 물들었다. 

눈물 모양을 한 푸른 보석. 그것의 정체를 정하연이 모를 리 없었다. 

“이걸 왜……. 준영 씨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뇌면서도 하나로 연결되는 상황에 그녀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침묵으로 이루어진 경악. 정하연의 발걸음은 한동안 그곳에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새하얀 피부, 갸름한 턱. 붉디붉은 예쁜 입술이 벌어지며 그 안에 번들거리는 혀가 살며시 나온다. 

“자, 잠시만.”

“지금은……. 행위에 집중하는 게 서로 좋을 거예요.”

천천히 정하연의 얼굴이 다가오는데도 허준영은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천천히……. 평소에는 스쳐 지나갈 때만 느꼈던 생소한 향기가 눈앞에서 농밀하게 흘러들어왔다. 

이윽고 두 남녀의 입술이 맞닿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한별은 그저 조용히 손으로 입을 막을 뿐이었다. 그리고 맞은 편에서 행위를 따라 하던 안현과 이유정 역시 동그래진 눈으로 두 남녀의 행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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