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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올게요~.”
“나도~.”
“저도요~.”
한둘씩 나가는 인원. 그렇게 점차 줄어가던 인원은 오늘도 역시 혼자가 됐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김한별을 바라보던 세라프는 손에 들고 있던 옷가지들을 마저 개었다. 무릎 위로 차곡차곡 쌓인 옷들을 살며시 들고 일어서던 세라프는 문득 넓게 펼쳐진 창가를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잠시 그것을 멍하니 쳐다보던 그녀는 저 멀리 뛰어가는 김한별을 바라보았다.
늦었는지 헐레벌떡 뛰어가던 김한별이 마저 사라지고. 그녀가 뛰어갔던 방향으로 고급 승용차가 한 대 지나간다.
“…….”
이곳에 와서 지낸 지도 어느덧 2년. 신기한 문물이지만 배우는데 빠른 그녀는 저것이 무엇인지도 잘 안다.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도.
이 저택의 주인이자, 최고 권력자 수나, 게헨나를 제외하고서 다음으로 가는 서열 1위.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온갖 권력을 행사 중인 한소영 님 되시겠다.
그런 대단하신 분의 자동차가 멀어져가는 걸 보며 세라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착잡해진 눈. 안타까운 시선이 스쳤지만 미워하는 그런 눈빛이 아니다. 오히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혼란만 가득한 시선일 뿐.
“후우…….”
사실 요즘 들어 세라프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랑하는 부군 김수현에 의해.
김수현의 1회차, 2회차를 모두 지켜본 세라프로서는 그가 지금까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부터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절망에 이르는 고통을 수없이도 맛보면서 어디 하나 고장 나지 않았으리라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런 평화를 찾은 세상에서 그가 잃어버린 나사는 생각보다 골치 아픈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정도면 약과다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어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들의 외도를 보며 흥분하는 이상성욕. 그것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의 이상을 알고 스스로 몸을 던져가는 여인들을 보며 세라프는 요즘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저였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김수현을 사랑한다. 감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여인들과 비교해서 그 부분 만큼은 밀리지 않을 거라 자부했다.
하지만 게헨나나 제갈 해솔의 행동을 보면 그것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녔다. 무엇보다 자신은 그들처럼 김수현이 보는 앞에서 다른 사내와 몸을 섞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그녀의 시선을 끄는 여자가 바로 한소영이었다.
‘갔다 올게요.’
오늘 역시 평소의 모습대로 출근하던 모습. 하지만 그녀가 회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 지 세라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절대 그러지 않을 여자라 생각했지만, 한소영은 결국 해 버렸다. 비록, 아직 최후의 선은 넘고 있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소영은 스스로의 철벽을 허물고 변했다.
해서 생각했다. 자신을 변하게 해 줄 사람은 오로지 한소영뿐이라고.
“저도 할 수 있을까요.”
누구한테 하는 질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옷가지를 꽉 쥔 그녀의 손에서 무언가 확실한 의도가 엿보였다.
*
“오늘 점심은 좀 나가서 먹을까?”
“영양사님도 오늘 출근하지 않으신댔지? 밥 맛없게 나오겠네. 그냥 나가자.”
“그래. 마침 저기 맞은편 건물 상가에 기가 막히는 짬뽕집이…….”
대한민국에 내로라하는 최대기업. SY그룹. 그곳에 입사에 스스로 자부심을 품던 초 엘리트 직원들이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멍해졌다.
그런 그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한곳으로 몰렸다. 저 멀리서 한 여인이 가벼우면서도 절제된 걸음걸이로 카운터를 향해 오고 있었다.
“짬뽕……. 짬……. 뽀, 오, 오…….”
“와…….”
그런 이들의 시선을 가볍게 흘리며 카운터에 다가간 여인. 살짝 흔들린 은발을 누르며, 마찬가지로 입을 벌리며 쳐다보는 안내원에게 물었다.
“혹시 대표 이사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아……. 네……. 아, 예?”
“대표 이사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던 안내원 여성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아, 그, 대, 대표 이사님이요? 대표 이사님이 누구야. 엥? 대표 이사님……?”
“한소영 대표 이사님이요.”
“아, 그, 그렇죠. 우리 대표 이사님 성함이 한, 소자, 영자, 맞으시지. 그, 그런데…….”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던 안내원 여성이 스스로 뺨을 세게 쳤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은 여성이 재빨리 수화기를 잡았다.
“대, 대표 이사님하고 혹시 미리 잡으신 일정이 있으신지요.”
“아뇨. 그런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여쭤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 대표 이사님은 미리 일정을 잡지 않으시면 함부로 만날 수 없으신 분이라…….”
“세라프라고 하면 될 겁니다. 한번 연락 넣어 주세요.”
평소 같았으면 경비원을 불러 내쫓았어야 할 일이지만, 안내원 여성은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상대에게서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아우라 때문에 뭔가 특별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 한번 연락은 넣어 드릴게요. 잠시만요.”
그렇게 안내원 여성은 대표 이사 비서실에 통화를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오, 오, 오, 오, 올라가시면 될 겁니다. 아, 아가씨!”
“……!”
눈을 부릅뜨며 당황해하는 안내원 여성. 그녀의 말에 은근슬쩍 다가와 엿듣고 있던 사람들도 크게 경악했다.
“네, 감사합니다.”
대표 이사도 바로 만날 수 있는 초특급 VIP 손님.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흘리는 여인이 점점 멀리 사라지자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벌리며 그녀의 뒤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현대문물 승강기를 타, 꼭대기 층에 올라간 세라프.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비서로 보이는 여성의 안내에 따라 큰 문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 앞에 도착한 세라프가 노크를 하려 손을 들던 차였다.
“들어와요.”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잠시 멈칫한 세라프는 가벼운 호흡을 다듬고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넓디넓은 실 내부를 보다가, 그곳에 오연히 앉아있는 한소영을 발견했다. 업무를 보던 중이었는지 가지런히 놓인 서류들 앞에서 그녀가 흑요석 같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다시 한 번 마음을 잡은 세라프는 굳은 발걸음을 한 발짝 내디뎠다.
001
마주 보고 앉은 두 여인. 그런 두 여인 사이로 각각의 찻잔이 내려졌다.
비서가 후다닥 방을 나가고. 남은 두 여인이 서로를 응시하다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래서 이곳까지 귀한 행차하신 이유가?”
“…….”
김이 나는 블랙커피를 살짝 음미한 한소영의 물음에 세라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덤덤하지만 말 속에 돋쳐있는 가시가 고스란히 느껴졌기에.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았기에 세라프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기를 잠시.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요즘……. 수현이 자주 바깥으로 나가죠?”
“그런데요.”
“그 이유에 대해 조금 논의할 게 있어서요.”
“논의? 저랑요?”
한소영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입은 미소를 그리고 있지만, 여전히 눈 한번 깜빡 안 하는 시선은 냉혈하기 그지없다.
“그쪽이 무슨 염치로 저랑 논의를 제안하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한소영……. 당신이 뭐 때문에 그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알기에 웬만하면 당신의 시선에 끼어들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만……. 그래도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서 꼭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하. 노력했다, 라?”
달그락.
여전히 홀짝이던 커피잔이 테이블에 내려졌다.
“이봐요, 천사 씨. 그쪽이 요즘 그이의 총애를 받는다고 뵈는 게 없는 것 같아 다시 말해 드릴게요.”
“네. 경청하겠습니다.”
“당신이 뒤늦게 합류했다 하더라도 말귀는 잘 알아듣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고. 우리는 우리만의 규칙이 있어요. 그걸 어길 시에는 그만한 페널티를 가진다고 누누이 말했고요.”
“네. 알고 있습니다.”
무덤덤하게 답하는 세라프의 모습에 한소영의 이마에 작은 혈관이 솟았지만, 그녀는 꾹 참았다.
“무엇보다 제일 지켜야 할 규칙이 바로 우리만의 이벤트에 관여하지 않는 거. 근데 당신이 그걸 어겼다 이 말이죠.”
“네.”
“네? 고작 할 말이 그거예요?”
“그건 지금도 계속 죄송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계속해서 사과했고요.”
한소영은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는 걸 느꼈으나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세라프의 말마따나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자신을 보면 머리를 숙이고 있었으니까.
결국, 한소영이 한 수 접을 수밖에 없었다.
“후,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이 뭔데요.”
“요즘 수현의 외도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지옥대공과 제갈 해솔에게 가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어요.”
“그래서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균형이 흔들리고 있어요. 다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사안이지만, 생각 외로 무덤덤하게 넘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랬다. 원래 서열 싸움에서 한참 밀린 차소림이나 임한나 같은 경우는 애초에 이런 싸움에 적극적이지 않아 그렇다지만, 다른 여인들이 눈에 띄게 조용한 것은 조금 이상했다.
특히 안방마님이라 할 수 있는 고연주나, 초기 구성원으로서 입지를 다진 정하연 등등.
김수현을 신경 쓰는 척, 다른 곳에 신경을 쓴다는 느낌이랄까?
최근 들어 김수현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여자는 한소영과 세라프의 지분이 다분했다.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다시 균형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흥. 요즘 그쪽한테 발길이 조금 뜸하긴 해도 아직까지 저한테는 자주 오고 있어요.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쪽하고 손을 잡아야 하죠?”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최근 들어 수현의 발길이 점점 줄어든다는 걸.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애정 전선에서 가장 위험한 건, 익숙함이라고. 우리는 이미 그에게 익숙해져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한소영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요즘 들어 점점 요염해지는 게헨나라던가, 언제 어디서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갈 해솔이라던가. 김수현이 자주 찾는 두 여인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바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어쩌자고요. 본론만 말하세요.”
“당신에게서……. 그……. 배우고 싶습니다.”
한소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정작 중요한 내용이 없다.
“뭐를요?”
“당신에게서 흘러나오는 천부적인 색기. 그걸 배우고 싶습니다.”
“뭐……. 요?”
한소영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진지하게 마주 보는 얼굴을 보며 잘못 들은 게 아님을 바로 눈치챘다.
“하. 결국,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별 시답잖은 소릴.”
“한소영. 저는 진지합니다.”
“…….”
“지옥 대공마저 경계하던 당신의 천부적인 색기. 그것을 당신에게서 배우고 싶습니다. 그것으로 전 조금이나마 변화하고 싶습니다.”
저렇게까지 말하니 한소영도 더 이상 매몰차게 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무언가 알려줄 수도 없다. 그녀의 말마따나 본인의 색기는 말 그대로 천부적인 재능이었기에. 의도한 것이 아닌 자연스레 나오는 일종의 패시브 같은 것이었기에 설명해 주려 해도 해줄 수가 없었다.
“흠.”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단 한치의 거부도 없이 다 따르겠습니다.”
침착하다 못해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 모습에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천사.
홀플레임에 사용자로 끌려간 이 중에 천사를 좋게 보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 재앙을 겪게 한 천사를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소영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늘 뒤에서 김수현을 헌신적으로 도운 세라프에게는 그나마 나은 감정이 있긴 했지만, 결코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물론 그 감정마저 저번 뒤통수 사건으로 바닥 치긴 했지만.
결국, 천사란 존재는 언제나 아니꼬운 존재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고귀한 척, 순결한 척. 온갖 유세는 다 떠는데 이번에도 역시 혼자 김수현을 생각하는 척 나서고 있다.
‘마음에 안 들어. 뒤늦게 합류한 주제에.’
자신 역시 다른 여자들에 비해 뒤늦게 합류한 상태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김수현은 자신 때문에 회귀라는 선택을 한 것이기에.
그렇게 한소영의 마음은 질투라는 덧없는 감정으로 크게 번져나갔다.
“뭐든지 다 하겠다고요?”
“네.”
“그 어떤 궂은일이라 해도?”
“네.”
여전히 하나 흔들림 없는 얼굴을 보며 한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따라 들어오세요.”
“네?”
“분명 스스로 말했어요.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그 각오가 얼마나 갈지 한번 지켜보죠.”
그녀를 한번 쏘아본 한소영이 어디론가 향했다. 큰 대표 이사실 한쪽에 있는 문. 그것을 본 세라프의 낯이 아득하게 변했다.
“거긴…….”
무언가를 지켜보는 권능을 가진 천사다. 한소영의 비밀 행각 역시 다 알고 있었기에 그곳이 어디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별 장식 없이 침대가 하나 있는 방. 최근 들어 만들어지게 된 그 방을 보며 세라프는 차마 따라 일어나지 못했다.
그런 그곳의 문을 한소영이 벌컥 열었다.
“뭐해요? 따라오지 않고?”
“네…….”
여전히 자신이 아는 그대로의 모습을 한 방이 시야에 비치자 세라프는 눈을 감고 말았다. 한소영의 재촉 아닌 재촉에 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소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현.’
자신의 비틀어진 성벽에 스스로 고통을 주던 김수현의 모습을 떠올린다. 무척이나 힘들어하던 그 모습. 그리고 그를 위해 몸을 굴리는 걸 망설이지 않는 두 여인을 떠올리며 세라프는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녀의 눈에 잠시나마 비추던 망설임은 단박에 사라졌다.
‘저도 당신을 위해 한번 변해 보겠습니다.’
각오를 다진 천사의 첫 발걸음이 망설임 없이 뻗어졌다.
*
“흠, 말 한마디 했다고 바로 벗네.”
“…….”
방에 차려진 침대. 일반적인 휴식용이 아니라 의료목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침대 위로 세라프가 앉아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 세라프 역시 익숙하지 않은 지 자꾸만 움츠러드는 몸이었지만 그녀는 억지로 아무렇지 않게 몸을 펴고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한소영이 그녀에게 긴 타올 하나를 던졌다.
“일단 그거라도 덮고 있어요. 곧 있으면 사람이 올 테니까.”
“네…….”
여전히 아무 말 않고 따르는 세라프를 보며 한소영이 눈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니, 정말로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예요?”
“말씀드렸습니다만.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다 할 거라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에서 옷을 벗으라는데 한마디 질문도 없이 따르는 여자가 어디 있어요?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요?”
“그것 역시 아까 말했습니다. 수현을 위해서라고요.”
“하.”
여전히 고상한 척하는 세라프에 한소영이 먼저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 숭고한 의지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이미 그녀는 어딘가로 전화해 누군가를 부른 상태였다.
과연 저 모습이 그가 온 뒤로도 유지될 수 있을까? 가소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해지기도 했다. 자신조차 버티지 못한 그 미지의 손길. 저 고상한 천사는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실례합니다.”
그렇게 얼마 있지 않아 누군가가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한소영은 가만히 세라프를 바라보았다. 문을 바라본 세라프가 살짝 굳어지는 게 보였지만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호. 이것도 참아 넘겨?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한소영은 문 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다.
“문 닫고 안으로 들어와.”
“대, 대표 이사님? 이분은 누구……?”
“오늘 네가 모셔야 할 귀한 분이야. 오늘 정성을 다해 극진히 모셔.”
여전히 당황해하는 기색.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앳돼 보이는 소년이었다.
한소영의 일탈 사건 이후로 그녀에게 스카우트되어 지금까지 개인 전속 마사지사로 일하고 있다. 그로부터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하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 하지만 저는 계약 이후로부터 오로지 대표 이사님만…….”
“내가 말했잖니? 오늘 특별히 모셔야 할 손님이라고.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네…….”
여기서 한소영의 말은 곧 법이었다. 예전에 강아지라고 불렸던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침대로 다가와 세라프의 앞에 섰다. 세라프 역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주치는 시선. 묘하고 신비로운 기색의 눈동자를 보며 소년은 불현듯 심장이 쿵쾅거려 오는 걸 느꼈다.
‘예, 예쁘다.’
다른 잡스러운 생각은 아무것도 들지 않는다. 오로지 예쁘다는 말만 떠오를 뿐.
그럴 수밖에 없다. 눈앞의 여자는 정말로 하늘에서 여신이 내려온 듯한 분위기를 흘리고 있었으니까. 고요하기 짝이 없는 눈이나, 고귀함마저 느껴지는 자태. 아름다운 외모는 둘째치고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은발은 이 세계의 그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한소영 역시 서구적인 느낌의 미인이었으나 눈앞의 여성은 정말로 서양 미녀였다. 한소영에 비견될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뭐해? 어서 시작하지 않고.”
“아, 네. 그,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침대에 편히 누워주시겠어요?”
“네.”
담담한 목소리마저 아름답다. 그렇게 답한 세라프가 천천히 침대 위로 몸을 뉘었다.
여전히 몸 위에 올려진 수건. 소년은 그것을 함부로 걷지 않았다. 그가 침대를 이리저리 만지며 세라프의 체형에 맞게 침대의 높이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잠깐의 조정 시간이 끝나고. 그가 한쪽에 놓인 오일을 쭉 짜 손바닥에 펴 바르기 시작했다.
“너무 긴……. 장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편안하게 쉬신다고 생각해주시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긴장하지 말라고 말하기엔 조금 무색할 정도로 세라프의 얼굴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괜히 무안해지는 기분을 억누르며 소년은 조심스레 세라프의 손을 잡아 올렸다.
최대한 거부감이 적은 곳부터 시작해 마음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한 방식이었다. 새하얀 손에 조금씩 오일을 펴 바르며 약간의 지압으로 마사지를 시작했다. 그의 손길이 잠시 손에 머물렀다가 천천히 팔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팔뚝을 지나 팔꿈치 위. 그리고 어깨 밑까지 간 손이 깊숙하게 살을 누른다. 약간의 자극을 주기 위해 힘을 넣었지만 세라프는 여전히 동요가 없었다.
그가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마찬가지로 반대편 팔도 마사지를 한 후, 소년은 세라프의 안색을 살폈다.
‘조, 좀 무덤덤하신 건가? 반응이 없네.’
아무리 미약하긴 해도 첫 자극은 꽤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세라프는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특유의 무덤덤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뿐.
“그럼 다리 쪽도 시작하겠습니다.”
세라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으로 안 소년이 내려가 그녀의 발을 살며시 잡아 올렸다.
중요 부위가 보이지 않도록 적당히 들어 올리고 작은 발을 만지기 시작한다. 발은 성감대를 제외하고 가장 민감한 부위 중 하나다. 당연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그의 섬세한 손길이 발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세라프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발가락 사이를 조심스레 파고드는 데도 그녀는 여전히 무덤덤했다. 그 정도니 그의 손길도 한층 편해졌다. 발 마사지를 끝내고서 그의 손길이 아킬레스건을 갔다 종아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고 예쁘게 뻗어진 각선미. 침을 꼴깍 삼키며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그가 종아리에 지압을 넣던 순간이었다.
“뭐하는 거니, 지금?”
“예, 예?”
“손님이 아무렇지도 않아 하시는 거 같은데. 내가 말했지 않니? 정성을 다해 모셔야 한다고.”
“아…….”
한소영의 매서운 태클이 들어왔다. 언제나 마주하는 한소영이지만 저런 모습의 한소영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소년은 바로 알아들었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 그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하라는 소리였다.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 자신보고 눈앞의 여성을 녹여버리라는 말과 같았다. 소년의 심장이 다시금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잠시 세라프의 안색을 살폈다.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신비한 눈동자. 그런데 기분 탓일까? 그런 시선에서 굉장히 편안한 듯한 기색이 전해져왔다.
마치, 괜찮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듯한 눈빛. 그에 이끌리듯 소년은 마음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희미한 기운을 손을 통해 그녀에게 흘려 넣기 시작했다.
“……!”
동시에 편안하기 그지없던 은빛 눈동자에서 드디어 미세한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002
희미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손길이 새하얀 종아리를 주무른다. 오일이 발라지며 끈적한 소리가 흘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라프는 묵묵부답이었다. 마사지하던 소년이 슬쩍 한소영을 쳐다보았다.
한소영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세라프에게 향해있을 뿐. 혹시라도 자신의 시선을 느낄까 싶어 얼른 눈을 깔고 마사지에 집중했다.
왼 다리가 끝났다. 그의 손이 자동으로 오른 다리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오일을 짜 새하얀 살결에 펴 바른다.
주로 엄지손가락에 힘을 줘 살을 쭉 눌러 올린다. 겉으로는 완벽하게 빠진 라인일지라도 속으로는 피로가 쌓여 있을 수 있어 그것을 분산하는 게 중요하다. 세라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종아리 깊은 곳에서 꽤 무리한 듯한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해서 그가 집중적으로 기운을 흘리며 그곳을 꾹 눌렀다. 뭉친 걸 와해시키며 종아리 깊은 곳으로 긁어 올리는데 여인이 살짝 떠는 게 느껴졌다.
‘그, 그래도 아무 신음을 안 흘리시네?’
보통 이 정도만 해도 신음을 흐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능력은 조금 특이하여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다 보니 그런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이 여성은 그런 작은 반응만 있을 뿐이었다.
“허벅지 쪽 진행하겠습니다.”
“…….”
여전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소년은 잠시 뭉친 종아리를 만지다가 손을 깊숙이 넣었다.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위. 하지만 지금껏 보이던 여성의 반응을 생각하면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을 것 같았기에 소년의 손길엔 망설임이 없었다.
타올 아래로 보이는 매끈한 허벅지에 소년의 시선이 꽂혔다. 조금만 시선을 올리면 은밀한 부위가 그대로 보이겠지만 소년은 왜인지 함부로 보면 안 될 것 같다고 느껴 최대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런 상태에서 그의 손이 허벅지에 닿았다. 이전에 했던 대로 그곳에 기운을 흘리며 마사지를 시작했다. 여전히 세라프에게선 아무런 신음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무릎 윗부분에서 중간 부분까지. 그곳을 집중적으로 주무르던 손이 더욱 위로 올라간다. 허벅지 안쪽에 손이 갔을 때 좀 더 원활하게 작업하기 위해 자연스레 세라프의 다리가 들렸다.
젖혀지는 타올. 들려진 다리 덕에 그쪽의 타올이 아래로 밀려났다. 소년은 순간 헛숨을 들이켤 뻔했지만 최대한 평정을 유지했다.
‘내, 내 쪽에서 당황했다간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거야.’
마사지사로서 가장 먼저 교육받는 건 손님에 대한 사적인 욕망을 다스리는 것이었다. 어쩌다가 그 욕망을 즐기는 사람들과 만나 함께하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마사지사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요즘 들어 한소영과 함께하며 욕망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심신을 다스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보, 보면 안 돼!’
하지만 그런 강한 다짐도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여성 앞에서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자꾸만 위로 올라가려는 시선을 애써 내려보지만, 본능은 시선을 자꾸만 그쪽으로 향하게 했다.
‘헉?!’
그러다가 소년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본능을 억제하며 얼른 시선을 내렸지만, 그 찰나에 무언가를 본 것이었다.
새하얗게 빛나던 깨끗한 피부처럼, 마찬가지로 밝은 분홍색을 띠고 있던 속살. 여성기에 많이 익숙한 소년이었지만 그런 예쁜 모양을 한 음부는 그도 처음이었다.
‘대, 대표 이사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인데…….’
한소영도 물론 흠잡을 데 없는 이상적인 모양을 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새빨갛게 붉어 사내의 음심을 쉼 없이 자극하는 게 한소영이라면, 이 여성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욕망보다는 감탄을 불어 일으키는 예쁜 색.
하지만 그의 뇌리에 꽂힌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젖어 있었지……. 분명?’
찰나였지만 소년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앙다물려 있던 그 속살에서 이미 꽤 많은 양의 액이 흘러나와 있었다는 것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여성은 분명 자신의 손길에 꽤 많은 자극을 느끼는 것이었다.
반대편 허벅지를 주무르던 소년의 눈길이 다시 한 번 그곳에 향했다. 이미 한 번 본 이상, 억제력은 상당히 약화된 상태. 거기에다 호기심까지 생기니 그의 다짐은 이미 저 먼 곳에 날아간 뒤였다.
그렇게 그의 시선이 세라프의 그곳에 닿았다. 반대편 다리까지 작업하느라 자연스레 그녀의 고간에 모인 타올이 시야를 방해했지만 애초에 자리가 자리였다. 그가 살짝 자세를 낮추는 것만으로 아무런 방해 없이 여실히 그곳이 보였다.
‘여, 역시 내가 본 게 맞았어!’
자신이 주무를 때마다 흔들리는 허벅지. 그 사이에서 여성의 음부는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살짝살짝 벌어질 때마다 흠뻑 젖어있는 분홍빛 속살이 보인다. 그가 꾹 누를 때마다 움찔 떨며 벌어지는 구멍에서 주르륵, 하고 뜨거운 액이 흘러나왔다.
한번이 아니라 계속 반복한다. 일부러 좀 더 강하게 누르자 살짝 경직되는 엉덩이도 보였다. 소년은 확신했다. 여성은 분명 느끼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확인한 소년은 얼른 한소영의 눈치를 살폈다.
“…….”
한소영은 뭔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세라프를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걸까?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대체 뭘 하느냐는 듯한 시선. 소년은 세라프의 비부와 한소영을 번갈아 보면서 신호를 보냈다. 그것을 눈치챈 한소영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그걸 참고 있어? 끝까지 고상한 척하시겠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도 참지 못한 손길이다. 그런데 그것을 꾸역꾸역 참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소영으로서는 뭔가 참기 힘든 기분이었다. 그녀가 소년에게 다시 시선을 보냈다.
‘바로 다음 단계로 진행해.’
‘바로요? 아직 이분이 그런 신호는 보이지 않으시는데…….’
‘하라면 하지 왜 이리 말이 많아? 네가 언제부터 나한테 토를 달았지?’
언제나 한소영과는 말보다 눈빛으로 대화하는 날이 많았다. 그렇기에 곧바로 그녀의 의중을 알아챈 소년은 바로 눈을 깔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음 단계 진행하겠습니다.”
“아…….”
세라프의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소년이 그녀의 가슴에 올려진 타올을 완전히 거두었다. 갑작스레 가림막이 치워져서일까? 세라프가 반사적으로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이내 한소영의 눈치를 보더니 손을 천천히 내렸다. 경직된 듯, 뻣뻣하게 차렷 자세를 한 그녀의 자태에 다시 한 번 소년이 멍해졌다.
“뭐해? 바로 시작하지 않고.”
“네? 아, 시작하겠습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소년이 다시 손에 오일을 뿌렸다. 조금 많은 양의 오일을 바른 그가 조심스레 세라프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촥, 촥, 착, 촥.
커다란 볼륨을 가진 덕에 살짝 벌어져 있던 젖가슴이 매끈하게 젖어간다. 그는 무리한 자극이 가지 않도록 양손으로 젖가슴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소중하게 오일을 이곳저곳에 펴 발랐다.
그런 그의 손이 바로 명치를 타고 아래로 향했다. 조금 더 오일을 뿌려 빈 복부와 골반 부위에 넓게 오일을 펴 발랐다. 전체적으로 지압보다는 오일을 펴 바르는 식으로 그의 손길이 이곳저곳을 오갔다.
“일단 어깨부터 풀겠습니다.”
그 작업을 마친 소년이 걸음을 옮겨 세라프의 머리 쪽으로 옮겼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두 손으로 세라프의 어깨 쪽을 살살 주무르기 시작했다.
“흣.”
그가 엄지손가락을 꾹 누른 순간이었다. 돌연 손끝에서 긴장한 느낌이 전해오며 세라프가 몸을 떨었다. 처음으로 들린 신음. 이 경우를 수없이 봐온 소년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아, 죄,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워, 원래들 많이 그러십니다. 억지로 참지 않으셔도 돼요.”
“알겠습니다.”
당황한 세라프였지만 소년은 빨리 대처했다. 동시에 바로 손을 움직였다. 옆에서 강렬하게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으, 음……! 으, 흣! 음……!”
‘아, 진짜. 미치겠네.’
그의 손이 뭉친 곳을 누를 때마다 아래에서 계속된 신음이 들려왔다. 차라리 대놓고 신음을 흘렸으면 더 나았으련만, 억지로 참으면서 새어 나오는 신음이라 소년도 상당히 큰 자극을 받고 있었다.
‘참자, 참자.’
마음으로 억눌러지면 세상에 성범죄는 없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자신을 다스리는 데 노력하고 있는 소년이었지만, 흥분하기 시작한 몸은 바로 증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필이면 세라프의 머리 위쪽. 소년의 고간이 서서히 부풀고 있다. 다행히 세라프의 시선에는 닿지 않았지만, 자세를 옮기면 곧 들킬 일이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세라프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한소영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지만 여전히 한소영의 시선은 냉담하다. 계속 지속하라는 소리였다.
숨기기 위해서라도 얼린 그녀의 하체 쪽으로 이동하고 싶지만, 이미 과정을 다 아는 한소영이 지켜보고 있어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 평소 진행하는 대로 행해야 하는 소년은 세라프의 어깨를 풀던 손가락을 위로 세웠다.
아래에서 쭉 밀어 올리는 손가락들. 세라프의 어깨 쪽을 깊숙이 누른 손가락들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들어 올렸다. 짜릿한 통증과 함께 세라프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위로 들리는 형태가 되었다.
소년은 눈을 꼭 감았다. 세라프의 시선이 순간 동그랗게 변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창피함에 죽을 것 같았지만, 그는 손을 움직이는데 멈추지 않았다.
“읏, 으읏…….”
자신의 물건이 커진 걸 본 세라프의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으나 별다른 반응은 없다. 소년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계속해서 그녀의 몸을 마사지했다.
그렇게 잠시간의 어깨 마사지가 끝이 나고 소년이 옆으로 이동했다. 차마 세라프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그의 시선은 다음 부위에 가 있는 상태였다.
“그, 그럼 다음은 복부 시작하겠습니다.”
물론 그곳도 멀쩡한 정신으로 볼 부위는 아니었다. 약간은 빠른 속도로 고저를 그리는 가슴이나 살짝 달아오른 살결은 다시 봐도 눈이 부시게 빛이 났다. 차마 손으로 건드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신비로워 소년은 살짝 침을 삼켰다.
“이, 이쪽부터는 자극이 좀 세질 거예요. 혹시라도 통증이라도 있으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네…….”
작게 흐느끼는 듯한 대답. 아까와 같은 무덤덤한 음성이 아니었다. 살짝 떨리는 듯한 그 목소리에 소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살짝 닿는 살결. 단순히 닿았을 뿐인데도 그의 손은 크게 떨렸다. 부드러운 감촉에 본인도 떨었고, 당사자인 세라프도 눈에 띄게 떨림이 커졌다.
그의 손이 점점 배를 누른다. 부르르 떨리는 감촉을 느끼며 그가 쭉 살을 밀어 올리자.
“흐읍……!”
세라프가 거칠게 헐떡였다.
아직 몸을 크게 비틀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까와 비교하면 이건 어마어마하게 격한 반응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모습에 소년 역시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 상태에서 손이 몇 번을 오갔다. 어느새 세라프는 두 손으로 침대를 꽉 붙들고 있었다.
“아프……. 십니까?”
“아, 아니요…….”
잠시 멈추자 편안해진 호흡. 하지만 그가 다시 마사지를 시작하니 새하얀 천사의 몸은 경련이라도 온 듯이 떨려왔다. 애써 억누르는 신음이 흐르는 상황 속에서 소년의 손이 멈추었다.
“다음은 아랫배인데요……. 이곳은 여성분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위로서 자궁에 좋은 자극을 주는 마사지입니다.”
“…….”
“그만큼 자극이 심할 텐데 이곳은 꼭 손님분들의 동의를 얻고 하는지라……. 괜찮을까요?”
중간에 한소영이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며 시선을 줬지만, 소년은 묵묵히 물었다. 이 철칙만은 자신의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
“그, 그러도록 하세요.”
다행히 여성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허용해 주었다. 뭔가 한소영의 눈치를 살짝 본 듯한 기분이지만 그건 소년으로서 크게 알 바가 아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그의 손이 세라프의 아랫배에 향했다.
조심스레 두 손으로 세라프의 아랫배에 올린 소년이 천천히 그 부위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손끝으로 살짝 살을 누른 다음, 그가 체중을 실어 점점 깊게 손가락을 누르기 시작했다.
“으, 으응!”
저도 모르게 입에서 터져 나온 소리에 세라프는 스스로 깜짝 놀랐다.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올려 입을 틀어막았다. 배를 누르던 압박감이 멈추었다.
세라프는 황급히 입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장을 응시하자 다시금 아랫배를 누르는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윽……!”
절로 터져 나오는 신음. 이번에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내 참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너무나도 간단히 소리가 흘러나왔다.
세라프는 자신도 모르게 한소영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살을 누르는 것만으로 몸이 전체가 떨리는 기분이다. 이것이 무엇인지 세라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한소영이 결국 무너지게 된 부위. 이곳을 자극받으면서 한소영이 완전히 무너져내려 쾌락에 몸을 떨었었다. 그만큼 각오한 상태지만 이건 참을 수 있는 부류의 그것이 아니었다.
“하윽! 흑, 흐읏……!”
아랫배를 기점으로 그곳 안쪽에 존재하는 자궁에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함이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 저도 모르게 다리를 비비 꼴 정도로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세라프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로지 한소영만 애타게 쳐다보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애처롭게 몸을 꼬는 세라프를 한소영은 여전히 냉담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훗. 그럼 그렇지. 지가 고상해 봤자 결국 여자지. 버티면 얼마나 버티겠어?’
겉으로는 비웃음이었지만 한소영은 속에서 피어 드는 불쾌한 기분을 애써 지웠다. 그것이 뭔지는 잘 알고 있다. 바로 안도감.
세라프 같은 앞뒤 꽉 막힌 천사도 허덕일 수밖에 없는 기술. 그렇기에 자신도 저 쾌락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애써 자위했다. 결국, 어떤 여자든 저 기술에 걸리면 버틸 수 없다고 한소영은 생각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궁 마사지는 계속되는 중이었다. 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누르던 손이 양쪽으로 나뉘며 그녀의 복부 이곳저곳을 헤집기 시작했다. 세라프의 몸부림은 더욱 심해졌다. 다소곳이 놓여있던 다리는 어느새 활짝 벌어져 침대를 긁으며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하윽! 으윽, 흐으윽! 허읍!”
그럼에도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는 건, 오로지 저 배를 누르는 손 때문일 것이다. 결국, 몸부림쳐도 한번 꾹 누르는 손길에 그녀의 몸은 작살에라도 꽂힌 것처럼 침대에 고정됐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조절하며 소년은 마사지를 끝까지 지속했다.
“그럼 다음 부위 가겠습니다.”
통보식으로 내뱉은 소년의 손이 쭉 올라갔다. 퍼덕이던 몸과 함께 크게 출렁이던 가슴에 소년의 손이 닿았다. 그 손이 가슴을 받쳐 들 듯 잡더니 부드럽게 살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읏! 으응, 하악!”
자궁 마사지로 잔뜩 민감해진 몸이 더욱더 큰 쾌락에 몸부림친다. 단순히 가슴을 주물러지는 것이지만 세라프의 반응은 더욱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아읏……. 하윽! 하아아앗!”
그러던 그녀의 호흡이 최대치로 끓어 올랐다. 새하얀 여체가 크게 튕겨 올랐고 소년의 손이 단단해진 유두를 살짝 꼬집어 그대로 끌어 올렸다.
펄떡거리는 몸. 숨넘어갈 듯이 호흡을 삼킨 세라프가 곧 파르르 떨며 침대 위로 허물어졌다.
“하악, 하악, 하악!”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소영도 어느새 숨을 멎은 상태였다.
그토록 고귀한 모습으로 점잖은 모습만 보여주던 천사. 과연 그 여자와 동일인물이 맞는지 의심이 드는 모습이었다. 그녀를 보며 한소영 역시 몸을 잔뜩 웅크린 상태였다. 쾌감에 헐떡거리는 세라프를 보며 저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라 몸이 움츠러든 것.
“하아…….”
곧 길게 흘린 숨결 역시 탈 듯이 뜨거웠다. 한소영은 현재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리는 걸 느꼈다.
“다음.”
“예?”
“얼른 다음 걸 진행해야지.”
한소영의 음성에서 묘한 열기를 느낀 소년은 바로 상황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저런 모습의 한소영은 익히 봐온 모습이었다. 언제나 하던 비밀스런 마사지에서.
그가 다시 세라프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단순히 주물럭거리는 행위였지만 세라프의 반응은 격렬했다.
“흐으, 으읏!”
“잠깐 몸을 돌려주시겠어요? 이번엔 뒤쪽을 할 거라.”
“네……. 네.”
제대로 말을 들은 것인지 대답은 흐릿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말을 따라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힘겨워 보이지만 침대에 엎드리는 데 성공한 세라프. 소년이 오일을 다시 그녀의 뒤쪽에 펴 바르기 시작했다.
“하윽, 으윽……. 으흑!”
이미 민감해진 몸은 그런 자극에도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감전이라도 된 것마냥 소년의 손이 스칠 때마다 여체가 떨었다.
그의 손길이 등, 허리, 엉덩이, 허벅지를 스쳤다. 그리고 가는 종아리로 내려가자 그녀의 다리를 잡고 다시 한 번 종아리를 지압했다.
알 하나 없는 얇은 다리를 엄지로 꾹 눌러 문지른다. 아까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으으…….”
마치 성감대를 건드린 것마냥 세라프가 침대에 얼굴을 묻고 힘겹게 떨었다. 아까와의 반응 차이가 너무나도 극심했다. 감도를 그만큼 끌어올렸다는 증거.
그의 손이 다시 엉덩이로 향했다. 이곳 역시 환상적인 볼륨을 가지고 있어 손에 착 달라붙는 감각이다. 그가 감탄하며 엄지손가락으로 양쪽 살을 꾹 눌러 문질렀다.
“이곳은 림프샘을 자극하는 부위로 몸 안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조금 참아주세요.”
“아흣! 아학!”
파르르 떠는 세라프. 자극이 심한지 그녀의 허리가 비비 꼬였다. 덕분에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 엉덩이가 위로 솟아올랐다. 자연스레 음부가 훤히 보이게 됐고 그곳에서 뜨거운 습기가 흘러나오는 것까지 느껴졌다.
소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사지에 더욱 열중했다. 최대한 민감한 부위를 오랫동안 누르며 그의 손길이 다시 세라프의 몸 이곳저곳을 스쳤다.
“이번엔 다시 등 마사지입니다.”
자극에 견디지 못한 세라프의 자세가 다시 흐트러지자 그가 이번엔 침대 위로 올랐다. 세라프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녀의 위에 올라간 뒤 손으로 꾹 누르자 세라프가 완전히 엎드리는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손이 등을 꽉 누르는 순간.
“아흐으으……!”
세라프가 흐느꼈다. 원래부터 떨고 있긴 했지만, 그것과는 근본 자체가 다른 신음.
반사적으로 소년이 한소영을 보았다. 한소영은 여전히 세라프를 뚫어지라 보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아까와 같은 그런 기색이 아니었다.
잔뜩 힘이 들어간 몸. 살짝 붉어진 얼굴과 의식하지도 못하는지 벌어진 입에서 뜨거운 호흡을 흘린다. 꽉 쥔 두 손은 알게 모르게 떨리고 있어 그녀가 대충 어떤 상태인지 소년은 눈치챘다.
‘흐, 흥분하고 계셔?’
자신이 다른 여성을 마사지하는 것을 보고 흥분을 한다. 그, 철혈같은 여왕님이. 물론 자신을 보고 흥분을 하는 게 아닌 걸 잘 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하는 행위에 느끼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안 소년의 얼굴 역시 크게 달아올랐다. 그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며 강렬한 기운이 등을 타고 흘러들었다. 세라프의 떨림도 점점 커졌다. 그녀가 애타는 눈으로 한소영을 바라본다.
“거, 거긴……. 흐으으! 거긴 아, 안됩니다……!”
애처로운 목소리였지만 그것에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거친 숨을 흘리는 세 쌍의 시선만이 뚫어져라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003
“하악! 항! 하앙! 그, 그쪽은 아, 안됩니다!”
지금껏 잠자코 손길을 받던 세라프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눈에 띄는 반응. 하지만 소년의 손길에는 멈춤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한소영에게 있는 상태였다. 떨리는 눈으로 세라프를 응시하는 한소영. 주먹을 꽉 쥐었던 손이 점점 이동하는 게 보였다.
목표는 다름 아닌 본인의 가슴. 그곳을 살짝 움켜쥔 한소영이 조금씩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소년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흐응! 흐으응!”
흥분도에 따라 커지는 힘. 그것이 크게 증폭되어 세라프에게 전해졌다. 등에서부터 뻗어지는 감각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의 자극을 받은 세라프가 애처롭게 몸을 떨었다.
‘아, 안돼! 이, 이건 모, 못 버텨……!’
사내에게 눌려 옴짝달싹 못 하던 세라프가 두 다리를 힘껏 오므렸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다리. 그렇게 세라프가 다시 한 번 절정에 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년은 오로지 한소영에게 시선이 향한 상태였다.
“……!”
그러다 문득 한소영과 시선이 마주쳤다. 자신의 행각을 그제야 눈치챈 한소영이 움찔 떨었지만 금세 도끼 눈을 뜨고 소년을 응시했다.
마치 지금 뭘 보고 있느냐는 투. 소년은 그제야 세라프를 다시 인식했다.
평소보다 힘껏 누른 손. 살짝 삐져나온 세라프의 손이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걸 본 소년이 아차 싶어 얼른 손을 떼었다.
“죄, 죄송……!”
황급히 사과하려다 멈추었다. 힘없이 떨리는 몸과 죽은 듯 늘어져 있는 고개를 보니 사과를 해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지, 진정하자. 아직 시간은 많아.’
그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방금까지 크게 흥분했던 것처럼, 고간이 미칠 듯이 커져 있었지만 애써 의식을 끊었다. 아무리 흥분에 휩싸였다 해도 마사지를 망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가 기운을 갈무리하여 다시 세라프의 등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세라프가 애처롭게 몸을 떨었다. 아직 기운이 많이 퍼져있는 탓이다.
그 기운을 펼치듯 등을 넓게 문지르며 마사지를 해 나간다. 크게 떨던 세라프의 몸 역시 점점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편안한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 으으……. 읏…….”
그의 손이 잘록한 허리를 지나 엉덩이에 다시 도착한다.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는 양쪽 엉덩이. 다시 림프샘을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읏, 흐읏, 흐응…….”
편안하던 신음이 다시 열기를 띄워간다. 몸을 다시 꼬며 흐느끼기 시작하는 여인. 다시 열기를 피우기 시작한 여체를 보다가 소년은 한소영 쪽으로 흘끔 시선을 돌렸다.
“하아, 하아…….”
다시 세라프에게로 집중하기 시작한 한소영은 아까 했던 행위를 계속해서 지속하는 중이었다. 가슴을 부여잡은 손은 여전히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중이었고, 두 다리를 비비 꼬며 애처롭게 세라프를 바라본다.
그 음란한 자태에 소년은 다시 흥분하면서도 이성을 힘겹게 붙잡았다. 그는 정성을 담아 세라프를 녹이기 위해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으으, 으으으……!”
손 너머로 다시 한 번 여체가 떨려왔다. 다시 한 번의 절정에 이른 것이다.
꼭 닫힌 여체의 가랑이 사이는 이미 홍수가 난 상태였다. 음란하게 애액을 흘리는 모습을 보다가 소년이 한소영을 뚫어지라 응시했다.
“…….”
“…….”
그 시선을 느낀 한소영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 살짝 떨었지만,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소년이 볼 수 있도록 몸을 펼쳐 행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갔다.
‘대, 대표 이사님이……!’
자신이 가장 흥분할 수 있게 하는 모습. 바로 한소영 스스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일부러 보여주는 이유는 명백했다. 지금의 행위에 더욱 몰두하라는 것. 그리고 자신을 더욱 흥분시키라는 의미이기에 소년은 더 이상의 망설임을 버렸다.
“잠시……. 엉덩이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으, 으으…….”
여성의 골반을 살며시 잡고 당겨 엉덩이를 들게 했다. 세라프는 별다른 저항 없이 소년이 이끄는 대로 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들려진 둔부. 그러자 그곳의 상황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곳은 조금도 건들지 않았음에도 이미 한껏 풀어져 뜨거운 김을 흘리고 있었다. 분홍빛 속살은 어느새 붉게 충혈돼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듯한 모습.
“하읏, 흐윽!”
“하아…….”
소년이 그 부위가 더 잘 보이도록 엉덩이를 주물렀다. 살이 주물러지며 좌우로 벌어졌고 그에 따라 음부가 벌어졌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뜨거운 액체까지.
그 음란한 자태에 소년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남근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게 너무나도 확연히 느껴졌다.
“…….”
그가 다시 한소영을 바라보았다. 방금 보다 더 애타는 눈으로 한소영 역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에 이끌리듯 소년은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한소영이 잘 볼 수 있도록. 그가 혀를 길게 내밀어 세라프의 음부에 고개를 박았다.
“후룩, 쭙, 쭈웁, 쭙!”
“아읏, 흐윽, 하악……!”
“쫍! 쫍! 쫍!”
“하읏, 하앗! 하아앗!”
일부러 더욱 잘 들리도록 소년은 음란한 소리를 내며 세라프의 음부를 빨았다. 그것을 보는 한소영의 숨이 더욱더 거칠어졌다. 그에 따라 행위도 더욱 거칠어지며 그녀의 옷 역시 하나둘씩 단추가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또 바라보던 세라프. 아래에서 느껴지는 겉잡을 수 없는 쾌감을 느끼면서 그녀는 한소영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이게……. 당신을 변화시켰던……. 쾌감이었군요.’
한소영마저 변화시켰던 쾌락. 그것을 몸소 느낀 세라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그저 만지기만 했을 뿐인 마사지. 그러나 능력이 발휘된 이후로부터 세라프는 뼈저리게 느꼈다. 이 소년의 손에서 벗어나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임을.
과연 한소영을 떨군 능력이라 해야 하나? 알 수 없는 기운이 몸에 스며들기 시작한 뒤로부터 세라프는 정신없이 그 쾌감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느꼈던 타인에 대한 불편함이, 쾌락이 몸을 달리고 나서부터는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함으로 변했다. 쾌감에 물든 몸은 평소에 느꼈던 불편함을 더욱 큰 자극으로 받아들여 쾌감으로 산화했다. 어째서 김수현이 이런 성욕에 빠졌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걸로는 당신이 말한 변화에 이를 수 없습니다.’
김수현이 원하는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단순히 감정 없이 타인과 몸을 섞는 것에 김수현이 흥분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김수현이 원하는 건 자신의 여인이 타인에게 안기면서 무언가를 빼앗길 때 느끼는 탈력감. 그것을 이루게 하려면 자신은 그저 쾌감만 느껴서는 안 된다.
‘정말로……. 떨어져야 해.’
나락까지 떨어져야 한다. 그 정도로 무너져야 김수현에게 자극될 것이다.
그렇기에 세라프는 중간중간 드는 거부감에도 애써 억누르며 소년의 손길을 받아내었다. 중간중간 저도 모르게 놀랄 때는 한소영의 모습을 보며 다짐했다. 이대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그리고 소년의 혀가 자신의 안을 헤집고 있음에도 세라프는 거부하지 않았다.
“하윽……. 흑……. 흐읍……!”
“쭙, 쭈웁, 쭙!”
“아흐으으……!”
아래에서부터 쭉 치솟아 오른 저릿한 감각에 세라프가 크게 몸을 떨었다. 절로 수축하는 듯한 느낌에 몸을 웅크리며 고개를 파묻었다. 아래에서 뜨거운 애액이 터져 나오는 듯한 감각.
‘아, 안돼…….’
그리고 그것을 모두 받아마시는 감각에 세라프는 절로 몸을 떨었다. 방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수치스러운 감정이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내……. 내 그걸 다 받아 마시다니…….’
다른 남자 앞에서 절정에 이른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그것을 모조리 받아마신다. 꼴깍거리는 소리까지 날 정도로 소년은 일부러 소리를 내며 그것을 받아마셨다.
그의 시선이 한소영을 향해 있는 것도 어느 정도 눈치챘다. 한소영도 묘한 열기를 띠며 크게 흥분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마 그녀를 더욱 흥분시키려고 일부러 과하게 행동하는 것이겠지.
그러는 와중에 소년의 입이 떨어져 나갔다. 잠시 호흡을 고를 시간이 와 몸을 추스르려는데 그러지 못하게 소년이 뒤에서 다시 눌러왔다.
다시 한 번 소년의 손이 몸 이곳저곳을 지압한다. 몸을 관통하는 감각에 다시 몇 번을 떨어야 했고 다시 그에 의해 자세가 변했다.
“아…….”
지금껏 그의 의사에 맞춰 움직여주었던 세라프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품에 안겨 침대에 앉은 상태로 천천히 다리가 벌어졌다.
한소영에게 전부 보이도록. 소년이 그녀의 다리를 잡아 활짝 벌리게 했다. 세라프는 아득한 시선으로 한소영을 바라보았다.
‘사용자 한소영…….’
마음 한구석으론 멈추어줬으면 싶은 생각이었지만 한소영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미 반쯤 풀어헤친 상의 사이로 가슴골이 보이는 상태. 음란한 얼굴을 하는 한소영이 선반에 앉아 이쪽을 향해 마주 다리를 벌렸다.
“하, 한소영?”
“하아……. 대표 이사님…….”
소년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흘렀다. 세라프가 움찔 떨었고 그 순간 소년의 손이 내려가 세라프의 음부로 향했다.
“아……. 으…….”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한 감각. 절로 고개가 들렸지만 세라프는 소년의 손길을 만류할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음부에 손을 가져간 한소영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행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읏, 흐으, 흣……!”
“으응, 흣……!”
평소의 한소영을 안다면 절대로 상상할 수조차 없는 모습. 평소의 그 모습 때문인지 저런 모습의 한소영은 세라프에게 굉장히 낯설 수밖에 없었다. 지켜보는 권능으로 이미 수없이 그녀의 행각을 지켜봤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그런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이다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락이라고 생각됐다. 자신이 생각했던 나락은 저 정도로 떨어져야 나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그렇기에 세라프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소년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찌걱, 찌걱, 찌걱.
“아으, 흐, 으으…….”
“자궁……. 자극할게요.”
“아, 지금은……. 아으으……!”
귓가에 작게 속삭이는 소리에 몸을 채 떨기도 전에 아랫배에 손이 닿았다. 자궁 깊숙한 곳까지 관통하는 강렬한 감각과 음부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만나 순간 몸에서 벼락이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아아아아……!”
“하아…….”
어마어마한 자극에 세라프의 몸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하지만 뒤에서부터 꽉 안고 있는 소년에 의해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아, 아아, 아학!”
철퍽, 철퍽, 철퍽!
세라프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몸이 크게 펴지며 그녀의 경련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푸슈슉, 푸슛, 푸슛.
가랑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몸을 격하게 떨며 분사한 조수가 침대 위를 가득 적셨다. 그럼에도 소년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조수를 손에 받아 음부를 더욱 강하게 자극했다. 질척이는 소리가 실을 가득 메웠고 그 모습을 보던 한소영 역시 열렬히 손을 움직이며 몸을 떨었다.
“흐으으으……!”
투두두둑.
꽉 누른 속옷이 축축하게 젖기 시작한다. 한 번의 절정으로 조수를 분사한 것이다. 이미 소년에 의해 조수를 뿜는 것에 적응되어있던 한소영은 단 한 번의 절정으로 조수를 흘려버렸다. 강렬한 절정을 맞이한 그녀가 풀린 눈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하아……. 흐음…….”
살짝 풀린 눈으로 다가와 소년에게 얼굴을 가져가는 한소영. 곧 두 여인의 입술이 겹쳐지며 거칠게 비벼졌다. 혀까지 섞으며 진한 입맞춤을 나누는 여인들.
고개를 치켜든 세라프에게 그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멍했던 정신이 점점 돌아오는 도중 세라프는 다시 음부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몸을 떨었다.
“아……. 흣! 하, 한소영?”
놀랍게도 방금까지 느껴졌던 감각이 아니었다. 좀 더 얇고 부드러운 감촉. 그녀의 음부를 만지는 건 한소영의 손이었다.
“아욱! 으, 앗……!”
“하음, 음, 쫍…….”
이미 질척하기 그지없는 곳을 매만지던 손가락이 틈새를 벌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방금 과는 다른 감각의 쾌감이 오자 세라프의 몸이 또다시 떨렸다. 능숙하게 두 개의 손가락을 집어넣은 한소영이 특정한 부위를 바로 찾아 그곳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찔꺽, 찔꺽, 찔꺽.
“하악! 하앗……. 하악……!”
한소영에게 쑤셔지면서 두 남녀가 진득하게 키스하는 걸 응시하는 세라프. 한없이 얽힐 것 같던 두 남녀의 혀가 드디어 떨어졌다. 내밀어 진 혀에서 진득한 애액을 흘리던 한소영이 돌연 고개를 숙였다.
“으읍……!”
“하아……. 쭙, 쭈웁, 쭙.”
탈 듯이 뜨거운 감촉에 세라프도 경직됐다. 하지만 입안을 헤집는 무자비한 행위에 곧 녹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할 행위. 친분이란 전혀 없던 한소영과 이렇게 열렬한 입맞춤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그게 무색하게도 두 여인은 빠르게 입맞춤에 몰두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졸지에 홀로 버려진 소년은 멍하니 그 자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여자들끼리의 행위지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아름다움을 지닌 두 여인이 서로를 격렬하게 탐하고 있는 모습은 그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 충분했다.
아니, 과했다. 멍하니 바라보기만으로는 도저히 부족해 그는 체면도 잊고 부풀어 오른 남근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속옷의 밴드가 들썩일 정도로 크게 발기한 상태. 이미 발기한 끝 부분은 새어 나온 애액으로 인해 흠뻑 젖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홀로 자위를 하던 소년에게도 드디어 포상이 떨어졌다. 키스를 퍼붓고 있던 한소영이 돌연 세라프를 와락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리를 살짝 움직여 세라프를 끌어당겼다. 그녀에게 안겨 끌려가던 세라프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상태였다. 자연스레 소년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자세가 되었다.
‘대, 대표 이사님?’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행위에 소년은 한소영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키스를 나누는 상태로 한소영 역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이 말하는 바는 명백했다. 이미 욕망에 잔뜩 잠겨있는 소년은 더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하아…….”
속옷을 아래로 끌어내린 소년은 튕겨져나온 남근을 잡고 허리를 세웠다. 목표는 벌렁거리며 뜨거운 김을 흘리는 여성의 음부.
이곳에 온 뒤로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이곳에 침입한 적이 없었다. 한소영이 결코 이곳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년에게 있어 이 순간은 굉장히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였다.
섹스. 간만의 섹스를 목전에 둔 상태였다.
‘아…….’
그리고 그것 역시 세라프도 느꼈다. 자신의 음부에 닿은 단단한 감촉. 어느샌가 뒤에 다가온 기척을 느끼며 세라프는 한소영의 시선을 마주했다.
‘당신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흑요석 눈동자에서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본인이 의지가 그렇게 확고하다면 받아들이라고. 김수현을 생각하는 게 진심이라면 이대로 받아들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수현……. 저는 이렇게 노력할 겁니다. 저도 당신을 위해 이럴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멍한 정신 속에서 세라프는 굳게 다짐했다. 김수현에 대한 사랑을……. 누구보다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이 자리에서 증명할 것을 세라프는 결심했다.
“아…….”
그렇게 결심을 한 세라프는 자신을 안고 있는 한소영을 마주 꽉 안았다. 그리고 그것을 지탱해 오히려 그녀가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음부에 닿은 남근이 더욱더 확연히 느껴진다.
반대로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소영을 마주한 세라프. 그런 상황에서…….
찔……. 꺽…….
소년의 허리가 점점 앞으로 전진했다.
004
“아, 아아……!”
찌걱, 찌걱, 찌걱.
세라프의 허리를 잡은 소년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인다. 그의 고간이 엉덩이에 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굵은 남근. 그것이 살을 갈랐다 빠져나올 때 끈적한 애액에 젖어 빛에 번들거렸다.
그리고 그것을 한소영은 확실히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어마어마하게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해……. 버렸어…….’
홧김에 소년에게 허락의 뜻을 보냈지만, 막상 상황이 닥쳐오니 한소영도 공황상태에 빠졌다. 정확히 소년이 귀두를 밀어 넣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소년의 남근은 완전히 여체에 삽입되었고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그의 행위는 몇 번이고 지속했다.
“아읏, 아, 앗……. 읏……!”
자신을 붙잡고 여전히 힘겹게 버티는 여인. 아래에서 올라오는 신음에 한소영은 멍하니 고개를 숙였다. 세라프 역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로 젖은 눈동자, 잔뜩 붉어진 얼굴. 한껏 벌어진 입은 애처롭게 신음을 흘리고 있다. 세라프는 자신을 보면서 영락없는 쾌락을 흘리고 있었다.
한소영은 여전히 멍한 생각에 가만히 그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소년에 의해 몸이 흔들리며 그렇게 한동안 시선을 마주했다.
뭐라 말해야 할까? 한소영이 뭐라도 말하려고 했지만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머릿속에서는 그저 소리 없는 아우성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세라프는 계속해서 흔들렸다. 점점 살 소리가 잦아지더니 이내 세라프의 몸도 빠르게 흔들렸다.
철썩, 철썩, 철썩.
“하읏, 하윽! 흣! 으으읏!”
“하악, 하악, 하악!”
거친 소년의 숨소리. 그가 허리를 빨리 움직이면서 세라프의 몸도 더욱 격렬히 흔들렸다. 출렁이던 가슴이 더 버티지 못하고 한소영에게 찰싹 붙었다. 그로 인해 소년이 행하는 힘이 세라프를 통해 고스란히 한소영에게 전해졌다.
‘이, 이렇게 격렬히 하고 있어…….’
꽤 묵직한 감각에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소년은 자신에게 보인 적 없는 격한 모습으로 세라프에게 달라붙었고 자신과 동급의 여성이라 생각했던 세라프는 김수현이 아닌 다른 남성에게 허덕이고 있다. 무언가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에 한소영은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윽, 하악, 하악……!”
“이, 이사님! 저, 곧 쌀 것 같은데……!”
“……!”
순간 애타는 목소리에 한소영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소년의 움직임이 한계에 다다라 빨라졌다는 걸 눈치챘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소년.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얼굴을 보자마자 한소영이 재빨리 손을 뻗었다.
“아……!”
어깨를 밀려 뒤로 물러난 소년. 그 순간 새하얀 정액이 허공으로 강하게 쏘아졌다. 세라프의 등 위를 넘어 한소영에게까지 닿은 정액들. 거친 숨을 흘리던 소년이 당황한 기색으로 티슈를 뽑아 다가왔다.
하지만 한소영은 가볍게 손을 들어 만류했다.
“잠시만…….”
자신의 상체에 튄 정액을 손으로 훑은 한소영은 그것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진득한 액체. 농밀한 밤꽃 향기를 풍기는 정액을 보던 한소영이 천천히 세라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여전히 반쯤 녹은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세라프. 그 모습을 보니 한소영은 불현듯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만약 자신이 방금 멈추지 않았더라면 소년의 정액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것이 아닌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이 정도로…….’
처음엔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모습이 괘씸해 위협을 줄 생각이었다. 아무리 김수현의 모르는 일면을 다 아는 존재여도 자신이 더 김수현에게 특별하다는 걸 각인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 천사는 마치 뒤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막가파로 전진하는 중이었다. 절대로 멈추지 않는 기관차처럼.
이 정도로 자신에게서 그 색기라는 걸 배워갈 작정이었나? 다른 남자에게 이렇게 범해지는 걸 허용하면서까지 희생하면서?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하나만은 알겠다. 지금 세라프는 그 누구보다도 김수현을 생각하고 있다. 방식이 어떻든, 아무것도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오로지 김수현만을 위해 이런 짓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론은 한소영에게 뼈저린 패배감을 안겨주었다.
“한소영……. 저는 지금……. 어떻습니까?”
그렇게 착잡하게 세라프를 바라보던 한소영은 움찔 놀랐다. 세라프가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뭐를……. 요?”
“저는 지금……. 전과 달라 보입니까?”
달라 보이냐고? 그걸 말이라 하는가. 지금 이곳에 더 이상 고귀하던 천사는 없다. 그저 흥분에 잘게 떨고 있는 한 명의 여자만이 있을 뿐.
하지만 이미 패배감에 안겨 있는 한소영에게 그것까지 인정할 여유는 없었다. 그녀의 자존심이 거짓말을 하게 했다.
“고작 이런 거로 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요?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받기만 했으면서?”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 스스로 알아가야죠. 제가 언제까지고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아읏……!”
뭔가 골똘히 생각하려던 세라프가 문득 몸을 떨었다. 어느샌가 다시 다가온 소년이 다시 삽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한소영이 저도 모르게 소년을 만류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런 그녀의 손을 세라프가 꽉 잡았다.
“세, 세라프?”
“제가……. 먼저 변하려 움직이면……. 된다는 말이죠?”
한소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세라프의 눈이……. 평소의 그것이 아니었다.
무척이나 위험하게 느껴지는 눈. 목표를 위해 주변을 아무것도 보지 않는, 그런 장막에 가려진 눈동자였다.
대체 무엇이 저 천사를 저리 변하게 한 걸까? 갑자기 그것에 대해 급격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해서 한소영은 다시 한 번 규칙을 어기기로 했다. 그녀가 초감각을 활성화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읍?!”
“하음…….”
한소영을 붙잡은 세라프가 고개를 들어 그대로 입을 맞추어 왔다. 능력을 활성화 시키려던 한소영은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에도 키스를 하긴 했지만, 세라프가 직접 자신에게 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멍해져 있는 한소영은 자신의 입술을 비집고 들어오는 혀를 느꼈다.
“하악……! 하읍, 으음!”
“하아……. 하악……! 하악!”
철썩. 철썩. 철썩.
적극적으로 얽혀오는 혀의 놀림. 한소영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초감각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한소영의 이지는 거의 마비가 된 상태였다. 오로지 자신을 껴안은 세라프와 그녀를 통해 느껴지는 소년의 움직임만이 한소영의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그런 상태에서.
“아……!”
한소영이 침대 위로 쓰러지듯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녀를 꼭 껴안은 세라프가 점점 강하게 밀며 한소영을 완전히 눕혔다.
‘아, 안돼……. 거부할 수가 없어…….’
여전히 이어지는 입맞춤이지만, 자세가 바뀌니 다가오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위에서 눌러오며 해오는 키스는 마치 천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그 무게감이 너무 거대해 저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흐읍?!”
그런 한소영이 불현듯 몸을 튕겨 올렸다. 자신의 가슴 쪽에 손길이 닿았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만져지는 감각이 돌연 적극적으로 변했다. 자신의 젖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는 손길에 한소영의 숨결이 더욱 뜨거워졌다. 그녀의 시선이 힘겹게 움직였다.
세라프는 자신의 몸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범인은 한 명이었다.
‘저 자식이…….’
세라프의 얼굴 너머로 가까워진 소년의 얼굴이 그제야 보였다. 세라프가 그녀를 덮치는 형태가 되면서 소년 역시 그녀의 위로 올라와 허리를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다. 욕망에 빠져있는 얼굴로 여전히 세라프에게 삽입하면서 손으로는 한소영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한 것.
무언가 쏘아붙이려던 한소영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세라프에게 눌려 힘겨운데 자신을 만지는 소년의 손에서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소년은 아무런 조절도 없이 본인의 능력을 그대로 한소영에게 흘리는 중이었다.
“하악……! 하읍! 흐으읏!”
가슴에서부터 퍼지는 미묘한 기운과 세라프의 혀 때문에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렇게 허덕이던 한소영은 점차 자신의 다리가 벌어지는 걸 느꼈다. 조금씩 꼼지락거리던 소년이 한소영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소영이 침대에 정자세로 눕게 되었다. 그 위를 세라프가 올라가 겹쳐있는 상태였고 그런 세라프의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소년 덕에 한소영의 몸까지 덩달아 흔들린다.
“하악, 하악! 하악!”
“흐응, 흐읏, 흐응……!”
“헉! 헉! 헉!”
점차 빨라지는 움직임에 세라프가 결국 한소영에게 퍼붓던 키스를 멈추었다. 절정에 이르는지 뜨거운 신음을 흘리던 그녀가 한소영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몸이 부서져라 한소영을 껴안는 세라프.
그럼에도 소년의 허리는 멈추지 않았다. 질척이는 소리의 주기가 매우 짧아져갔고 곧 그 역시 사정의 신호를 알려왔다.
“…….”
소년은 사정 직전의 그 순간까지 한소영의 눈을 뚫어지라 응시했다. 세라프의 어깨 사이로 두 남녀의 얼굴이 거의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 그런 와중에도 소년은 다리를 미세하게 움직여 세라프와 한소영의 다리를 조금씩 벌리게 했다.
두 남녀가 절정에 이르는 모습. 미지의 기운을 받으며 덩달아 흥분하고 있던 한소영은 그런 모습을 보며 자신도 머리가 뜨겁게 가열되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다리가 한껏 벌어지고 있음에도 한소영은 조금의 거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빼고 그가 할 수 있는 대로 그대로 따라주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으으!”
그렇게 한계 끝까지 참아내던 소년이 불현듯 허리를 쑥 뽑았다. 단숨에 세라프의 안에서 빠져나온 남근이 그대로 아래로 내려갔다.
쉴새 없이 껄떡거리는 남근이 그대로 한소영의 비부에 닿았다. 이대로 밀어 넣기만 하면 한소영의 정절은 그대로 깨어지게 된다. 그런데도 한소영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밀어 넣을 거야?’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히려 그를 바라보는 한소영의 시선은 한없이 뜨거워져만 갔다. 그것에 이끌리듯 소년이 천천히 허리를 밀어 넣었다. 터질 듯 붉어진 귀두 부분이 점차 한소영의 살을 가르며 들어갔다.
“으, 으흑!”
그렇게 김수현이 아닌 다른 사내의 일부가 들어오는 것을 고스란히 느낀다. 한소영의 턱이 점차 들렸다. 무언가가 마음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것 같아 상실감을 느끼면서도 그 거대한 욕망의 덩어리에 한소영은 턱밑까지 숨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이, 이대로 더 안쪽에…….’
입구 부분이지만 이 정도의 충족감.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느끼던 한소영이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던 그 찰나였다.
“헉?!”
소년의 기겁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 안으로 침투하던 남근이 그대로 멈추었다. 한소영은 갑작스레 멈춘 쾌감의 파도에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그녀의 시선 끝으로 경악한 얼굴의 소년이 보였다.
“왜……. 왜?”
“허억……!”
헛숨을 삼키는 소년의 모습을 보는 와중, 갑작스레 남근이 빠져나가는 감각을 느꼈다. 소년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 들어왔던 남근이 빠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도중 세라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흘리며 지친 기색을 보이는 세라프. 하지만 두 눈만큼은 아직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제가 먼저……. 변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죠?”
“…….”
“이렇게……. 이러면 되는 거죠? 으읏……!”
세라프의 고개가 살짝 떨렸다. 붙어있는 하반신을 살짝 들어 무언가를 하는 듯 꼼지락거렸고 곧 그녀의 얼굴이 다시금 녹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상체가 조금씩 흔들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체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찰싹, 찰싹하는 미세한 살 소리가 들렸고 곧…….
“아, 아윽!”
“흐응……!”
뒤에 있던 소년이 상체를 펴고 부르르 떨었다. 거친 동작과 긴 여운. 두고 볼 것도 없었다. 사정의 시간이었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소영. 그녀의 시선이 다시 세라프에게로 향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아직도 머릿속이 터질 듯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조금 전, 소년의 삽입을 막은 건 세라프였다는 것을. 그리고 스스로 소년의 남근을 이끌어 자신에게 삽입시키고 그대로 사정을 유도했다. 한소영이 간신히 막았던 질내사정을, 세라프 본인이 그렇게 하도록 이끌었다.
그 엄청난 충격에 한소영은 그제야 초감각을 활성화 시켰다. 그리고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어마어마한 정보량을 느끼며 잘게 몸을 떨었다.
“하아아…….”
자신을 보며 여실히 쾌감을 느끼고 있는 세라프. 그녀에게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이 검은 욕망에 한소영은 그저 몸을 떠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으응, 응…….”
다시 한 번 행위가 시작됐다. 이번엔 소년이 먼저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소년의 남근을 잡고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이는 세라프. 그녀가 삽입을 마치고서 스스로 앞뒤로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까지 살며시 감으며 쾌감에 몰두하는 모습. 곧이어 소년도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둘에게서 전해져오는 쾌락 어린 욕정을 느끼며 한소영 역시 다시 숨이 뜨거워져 옴을 느꼈다.
005
뜨거운 열기는 좀처럼 가실 줄을 몰랐다.
이미 수차례 열기가 휩쓸다 지나갔지만, 곧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
“쭙, 쭙, 쭈웁…….”
“하아…….”
허리를 곧게 편 소년의 아래에서 은발의 미녀가 부지런히 고개를 놀렸다. 양손으로 남근을 잡고 입술을 오므려 남근을 열심히 빨아낸다. 이미 수없이도 많이 한 행위인지 소년의 남근이 붉게 충혈된 상태였지만, 세라프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행위에 열중했다.
그런 세라프의 집요함 때문일까? 소년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점차 척추를 타고 온몸으로 흐르는 쾌감에 소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두 다리가 쭉 펴질 정도로 짜릿한 쾌감과 함께 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음…….”
조용하면서도 기나긴 사정. 그가 허리를 들썩이며 정을 내어냈지만 세라프는 입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멈춘 상태에서도 입술에 힘을 주어 더욱 쪽쪽 빨아내었다. 소년의 정액을 소중히 입에 모은 세라프가 곧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아…….”
이미 수차례 사정했음에도 진득한 애액이 입에 가득 찼다. 그것을 음미하듯 혀를 굴리던 세라프가 입을 열어 소년에게 보여주었다. 긴 여운을 느끼며 그것을 바라보던 소년이 다시금 거친 숨소리를 흘렸다.
동시에 다시 고개를 드는 남근. 그것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던 세라프가 천천히 입에 담았던 정액을 흘려내었다. 남근에 정액을 묻히면서 손으로 다시 질척하게 남근을 쓸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윽, 읏, 아?”
그렇게 다시 쾌감을 끌어 올리던 소년은 문득 옆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여태껏 침대에 죽은 듯 누워있던 한소영이 피곤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를 잡고 입을 맞춰오는 한소영. 소년도 역시 거부감 없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었다. 보기만 해도 음란해 보이는 진득한 키스가 이어졌고 점차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한 한소영이 적극적으로 그의 몸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흐응, 응, 흐응!”
“쭙, 쭙……. 쭈웁…….”
그렇게 소년의 입술을 탐하던 한소영은 한 손으로 소년의 손을 잡고 자신의 다리로 이끌었다. 그것이 무엇의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소년 역시 아무런 저항 없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그가 부드럽게 몇 번 쓰다듬어주자 마찬가지로 붉게 충혈된 음부에서 진득한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응, 읏, 흐윽!”
그제야 적극적으로 매달려오던 한소영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이후에 벌어진 일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한소영이 두 다리를 활짝 벌리며 그대로 벌러덩 드러누운 것이다.
마치 주인에게 배를 드러낸 강아지처럼. 한소영은 애타는 시선으로 소년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음부를 쓰다듬던 소년도 급격히 끓어오르는 흥분감에 손가락을 세워 그녀의 음부 안으로 찔러 넣었다.
이미 질척한 손가락은 단숨에 세 개까지 삽입되었다. 처음엔 부드럽게 움직이던 손가락이 점차 속도를 올리며 한소영의 안을 쑤셔가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흐응, 읏, 흣, 흐윽! 으으읏!”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소년의 손짓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소영. 오히려 더욱 세개 해달라는 듯 허벅지를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이 더욱 살을 활짝 열어젖혔다. 팽팽하게 당겨진 허벅지 덕에 두툼하게 부은 음부도 활짝 열려 소년의 손가락을 환희하며 받아들였다.
가뜩이나 연속된 행위에 잔뜩 민감해진 몸이다. 그 상태에서 소년의 손길에다 기운까지 받아들이니 다시 절정에 가버리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나, 나, 나……! 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음부가 쑤셔지는 광경을 보던 한소영이 결국 고개를 치켜들었다. 눈동자가 치켜들려 질 정도로 강렬한 쾌감을 느낀 그녀가 크게 경련하며 몸을 떨었다.
푸슛. 푸슈슉. 푸슈슈…….
소년의 손을 강렬하게 때리는 분수. 성대하게 폭발한 조수가 소년의 손도 모자라 침대 시트를 다시 축축이 적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잇달아 쳐들어오는 절정. 그것을 노리고 오히려 더 크게 노를 휘젓기 시작한다.
척, 척, 척, 척.
“아윽, 흐으윽! 으흐으으으……! 흐이익?!”
힘껏 당기던 허벅지가 손에서 빠져나가며 한소영의 다리가 쭉 펴졌다. 좌우로 쫙 찢어진 다리가 부러질 듯 팽팽하게 뻗어졌고 그녀의 허리 역시 활처럼 휘었다. 어찌나 강렬한 절정을 맞이하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대강 알 것 같은 모습.
두 번째 분수 쇼가 다시 시작되고 나서야 소년의 손가락이 그녀에게서 빠져나왔다. 애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내려다보던 소년은 여전히 남근을 빨고 있는 세라프를 살짝 밀어내며 한소영의 얼굴로 다가갔다.
“아으, 아으으으…….”
“빨아주세요. 이사님.”
“으, 으으…….”
얼굴에 드리워진 남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여인이 빨고 있던 젖어있는 남근이 한소영의 입술에 닿았다. 평소라면 매서운 눈치를 줬을 한소영이었지만, 이미 수차례 강렬한 절정으로 가버린 한소영은 이미 본래의 그녀가 아니었다.
“음……. 으음…….”
힘겹게 입술을 벌리며 소년의 남근을 입에 담은 한소영. 미약하긴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고개를 움직이며 소년의 남근을 조금씩이나마 빨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세라프의 봉사와 한소영의 음란한 모습을 보며 크게 흥분했던 소년이었다. 그 정도의 행위만으로도 사정감이 오른지라 그가 몸을 떨며 그대로 사정을 내었다.
“아아…….”
천천히 허리를 빼내 남근을 뽑아낸 소년은 스스로 죽어가는 남근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타고난 정력 때문인지 다시금 부활하는 남근을 잡고 이제 한소영의 아래로 향했다.
여전히 벌어져 있는 다리. 그것을 조심스레 잡아 벌리며 자리를 잡은 소년이 허리를 움직이며 한소영의 음부에 남근을 갖다 대었다.
“하아…….”
이미 수차례 절정을 맞이한 한소영의 음부는 활짝 벌어져 제 기능을 잃은 상태였다. 이대로 살짝만 밀어 넣어도 끝까지 삽입하기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잠시 그곳을 내려다보던 소년이 한소영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내어낸 정액을 어떻게 할 여력도 없는지 힘없이 입밖으로 흘려내고 있다. 그런 그녀를 보니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이 다시금 떠올랐다.
대체 둘이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소영의 포커페이스는 세라프라 불린 여인이 스스로 남근을 받아들였을 때,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철저하게 배제되던 행위를 하려 했을 때, 이 여성이 끼어들며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우연인지, 아니면 여성이 노린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남근을 삽입하면서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하고부터 한소영은 이 전의 냉정하던 여인이 아니었다.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며 남근을 삼키던 여성과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던 한소영. 처음엔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세라프가 다시 입을 맞추어가기 시작하니 한소영도 다시 행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철저하게 룰을 관철하던 방식이 아닌, 그야말로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욕망만 앞서는 행위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는데 그런 한소영은 소년으로서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해, 해줘…….’
소년의 손을 스스로의 몸으로 끌어오며 애원하던 모습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그렇게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것처럼 한소영은 소년의 손길을 전혀 마다치 않고 받아들였고 소년도 거의 반쯤 이성을 놓고 두 여인과 뜨겁게 몸을 섞었다.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나마 한소영과의 최후의 선은 넘지 않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진척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바로 지금처럼.
“하아, 하아…….”
서로 성기가 닿아있는 상태에서도 한소영은 전혀 만류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혹시 모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절대 하지 못하게 할 자세였지만 지금은 아무런 저항도 없다.
이미 이 자세도 이성을 잃은 순간 수차례나 했던 자세였다. 심지어 소년이 살짝살짝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지만, 한소영은 미약한 신음을 흘릴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남근을 비비던 소년이 일순간 허리를 세웠다. 귀두가 세워지며 벌어진 구멍에 맞춰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소년의 허리가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찌걱…….
“하으으…….”
부드러운 살 틈을 가르며 귀두가 천천히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귀두가 완전히 살에 묻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을 즈음, 소년의 허리가 멈추었다.
“하아, 하아, 하아…….”
여기까지가 마지노선. 소년은 그렇게 판단했다. 지금에야 마음만 먹으면 끝까지 삽입할 수 있다지만, 그런 모험을 하기엔 소년은 평소 한소영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지금처럼 무너진 한소영도 매력적이지만, 평소의 냉철하던 한소영 역시 소년이 마음에 담아둔 한소영의 모습이었으니까. 여기서 더 전진했다간 지금까지의 관계가 박살이 날 것을 본능적으로 예측한 소년이었기에 더 이상의 모험은 할 수 없었다.
‘아직은……. 여기까지만이야.’
그나마 지금도 아까의 그 충동으로 인해 억지로 벌려놓은 마지노선이었다. 한소영도 그때만큼은 이성을 유지 중이었기에 이 정도는 아마 눈감고 넘어가 줄 것이다.
그러니 소년이 지금 욕심을 부릴 수 있는 건 딱 이 정도였다.
“하아아……. 이사님……. 좋아요…….”
“하아, 아읏, 읏……!”
그 상태에서 소년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귀두만이 그녀의 안을 드나들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소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이사님……. 저 또 쌀 것 같아요……!”
“하읏, 읏, 으읏! 아, 안은, 아, 안돼……! 하응!”
“허윽! 윽!”
귀두삽입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이던 소년이 허리를 살짝 빼내었다. 튕기듯 뽑힌 남근에서 새하얀 정액이 쭉쭉 뿜어 나왔다. 한소영의 복부에 쫙 뿌려진 정액들. 그 무방비하면서도 음란한 자태에 소년은 하염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하아…….”
그걸 기다렸다는 듯, 이번엔 세라프가 천천히 침대 위로 올라왔다. 여운을 느끼던 두 남녀 사이도 올라오며 세라프가 한소영의 배 위에 엎드리듯 누웠다.
“이번엔 제 차례…….”
엉덩이를 벌리며 뜨거운 시선을 보내오는 모습에 남근이 다시 부풀어 오른다. 이미 사정 횟수만 해도 십수 번이지만 소년의 정력은 멈출 줄 몰랐다.
그의 남근이 다시 세라프의 음부를 파고들어 갔고, 세라프와 한소영이 다시금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소년의 손이 쉴새 없이 한소영과 세라프의 몸 이곳저곳을 오갔다.
그렇게 방안은 해가 질 때까지 뜨거운 신음이 멈출 줄 몰랐다.
*
늦은 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김수현이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오늘도 역시 게헨나와 함께한 외출이었다. 그녀가 깜짝 준비한 이벤트는 생각 외로 강렬해 상당한 정신력을 앗아간 상태였다.
설마 쓰리썸이라니.
물론 김수현 본인을 제외한 쓰리썸이다. 게헨나는 평소에 만나던 사내 외에 다른 남자를 준비했고 그들과 함께 2대 1 섹스 쇼를 펼쳤다. 스스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내들을 애무하며 행위를 이끌던 모습을 보면 지금도 발기가 되는 기분.
“음?”
그렇게 천천히 호흡을 고르던 김수현은 그제야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둥근 모양의 맑은 수정구. 그것을 본 김수현은 아차 싶었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뻔했어.”
그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이런 곳에 함부로 두고 갔다가 누군가가 보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대참사였다. 자신의 비정상적인 성욕을 눈치챈 건 게헨나와 제갈 해솔 정도. 세라프도 어느 정도 짐작한 모양이지만 딱 그녀뿐이었다. 다른 여인들이 알았다가는 그야말로 대혼란이 찾아올 수도 있는 그런 영상이었다.
“근데……. 내가 이걸 치우지 않았었나?”
그가 황급히 수정구를 숨기려 할 때였다. 김수현은 순간적으로 의문이 들었다. 이 위험한 걸 깜빡했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비밀스러운 취미인 만큼, 누구보다 철저하게 이 사실을 숨겨오던 그였다. 그걸 이렇게 허술하게 조치했을 리가 없다.
“무슨 영상이었더라? 기억이 안 나네.”
마침 아까 전의 게헨나가 떠오르며 다시 욕정이 솟던 차였다. 욕정을 해소 할 겸 궁금증도 풀기 위해 수정구에 마력을 천천히 불어넣었다.
그리고 서서히 떠오르는 영상을 보던 김수현의 얼굴에 한줄기 금이 갔다.
[하앙, 하앙, 하앙! 더……. 더 깊게……!]
[내 보지도……. 마음껏 쑤셔줘!]
눈에 들어온 영상은 매우 낯선 광경이었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영상.
즉, 그가 모르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상에 투영되는 두 여인의 정체에 김수현은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세, 세라프? 하, 한소영?”
한소영의 외도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애초에 그쪽으로 유도한 것도 다름 아닌 김수현 본인이었다. 잔뜩 기대하던 여행을 무산시키며 그녀가 복수심에 충동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이끈 것이다.
이후로 종종 그런 영상을 체크하며 그녀의 외도 컬렉션도 수집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세라프라니?
순간 음란하게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게 진짜 세라프 본인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하지만 제 3의 눈은 확실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다. 다른 사내의 남근을 맛있게 삼키고 있는 여인이 틀림없는 그녀라는 사실을.
[하아, 하아……! 뜨, 뜨거워…….]
사내, 아니 소년의 남근을 뿌리 끝까지 삼킨 상태로 뱃속에 정액을 받는 세라프. 잘게 몸을 떨며 황홀함에 떠는 천사의 모습에 김수현은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뒤이어 소년의 위로 올라타는 한소영의 모습. 무슨 생각인지 섹스까진 허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어진 행위는 섹스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귀두만을 삽입한 채 허리를 움직이는 사내와 그것에 쾌감을 흘리며 신음을 내지르는 한소영. 사정 직전까지 움직이다 물건을 빼내고 그대로 사정하는 모습은 김수현의 숨을 멎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다시 세라프의 합류와 물처럼 자연스레 섞이는 세 남녀. 번갈아가며 섹스를 해가는 여인들을 보며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고간을 움켜쥔 상태였다. 그가 반대 손으로 수정구를 붙잡았다. 남은 마력을 확인해본 결과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이미 엉망진창인 상태인데 아직 반도 오지 않았어……?’
그 사실에 절망과도 같은 통증이 몰려왔다. 숨도 쉬어지지 않을 정도지만, 그런 만큼 남근은 미칠 듯이 커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방안에 뜨거운 열기가 흘렀고, 마지막으로 세라프가 수정구를 회수하는 것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뻗어있는 한소영이 전혀 수정구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을 보니 그녀는 모르는 사안인 것 같았다.
‘이 모든 게……. 세라프가 이끈……. 거라고……?’
여러모로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갑작스러운 영상과 뜬금없는 인물의 주도.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은 세라프와 한소영이 함께했다는 것도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방 안은, 한동안 무거운 침묵만이 흐를 뿐이었다.
006
오늘도 어김없이 바쁜 아침.
평소라면 세라프 혼자만이 남아있을 시간에 의외의 인물이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찻잔을 우아하게 들어 입가로 가져가는 여인은 바로 한소영이었다.
“…….”
그녀가 차를 홀짝인 후,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세라프를 마주 보았다.
세라프 역시 가만히 한소영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마치 계속 대화를 하는 것처럼 긴장감이 흘렀다. 그런 와중 먼저 입을 연 건 세라프였다.
“일단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바쁜 것은 아니니까요. 그보다 할 말이란 게 뭐죠?”
“어제……. 수현이 들렀다 간 것을 알고 있습니다.”
“…….”
다시 찻잔을 들어 올리던 한소영이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입가로 가져가 한 모금 들이킨다. 그녀가 작게 탄성을 흘렸다.
“항상 어디서든 훔쳐보는 취미…….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되네요.”
“당신도 수현이 제 방에 들를 때마다 초감각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습니다.”
“…….”
잠시 세라프를 쏘아보던 한소영이 움찔 떨며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세라프는 그녀를 똑바로 직시하는 중이었고.
결국, 찔리는 게 있는 한소영이 먼저 항복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바쁘지 않긴 해도 출근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고요.”
“요즘 수현이 우리에게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한소영도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요?”
“그리고 그 일이 있고 나서 한 달이 지났습니다. 슬슬 수현의 관심도 식어가고 있고요.”
한소영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세라프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문득, 저번의 일이 있고 난 후, 갑작스레 찾아온 변화를 떠올렸다. 몇 번이고 절정을 맞아 기운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그날 밤, 찾아온 손님에 그녀는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 당신? 오, 오늘은 좀 피곤한데…….’
거의 잠들 즈음에 찾아온 김수현은 느닷없이 자신의 옷을 벗겨 나갔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섹스. 한소영은 거절의 의사를 밝혔지만, 간만에 사랑하는 이의 손길이 오니 금방 다시 달아올랐다. 그렇게 뜨거운 정사를 한판 벌이고 나서 한소영은 행복한 기분으로 잠에 들려 했다.
하지만 김수현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좀처럼 죽지 않는 남근을 내세워 한소영을 끝까지 몰아붙였고 그날 해가 뜨고 나서야 한소영은 풀려날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고 앓아누워 회사에 출근조차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해가 질 때까지 회사에서 기절할 정도로 쾌락을 누볐고, 그날 밤 역시 해가 뜰 때까지 섹스했다. 거의 하루 내내 한 셈이니 아무리 한소영이라도 골병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가서야 알았지만, 그날 세라프 역시 함께 앓았다고 한다. 정황을 보면 자신에게 들리기 전, 세라프에게도 찾아간 모양인데 이게 과연 우연이었을까?
의심 속에서만 끝마쳤던 추리기에 아직 아무런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세라프의 모습을 보니 대강 어떤 상황이었는지 예상이 갈 것 같았다.
“지금 그이가 우리를 찾아오는 이유가……. 저번에 당신이 그 짓을 벌였던 이유와 일치한다는 건가요?”
“그렇다고 9할 이상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날……. 당신과 제가 그 소년에게 실컷 당하고 나서 제정신이 아니란 것은 한소영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임하나가 묻더군요. 요즘 수현과 특수한 플레이를 하고 있는 거냐고. 얼굴에 색기가 좔좔 흐른다고 했습니다.”
“임……. 한나 씨가요?”
세라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소영도 그 말에 진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김수현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기는 해도 정직한 심성을 가진 임한나였다. 그래도 그의 여인 중에 순수한 편에 속한 임한나의 말이면 어느 정도 신뢰가 갈 정도니.
세라프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소영의 안부도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녀들에게도 제가 한소영을 찾아간 사실이 알려져 있더군요.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고연주까지 물어왔습니다. 이 정도면 확실한 거겠지요.”
“고연주 씨까지……. 그래서 뭐라 답했나요?”
“한소영에게 특별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걸로……. 납득하던가요?”
“예.”
한소영으로서는 조금 어이가 없는 기분이었지만, 한편으론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름 아닌, 천부적인 색기로는 스스로도 자부심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흠. 그래서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이 뭔가요? 그이의 흥미가 떨어져 가고 있으니 다시 그 짓을 하자는 말은 아닐 거고.”
“맞습니다.”
“예……?”
“한소영의 말이 맞습니다. 저는 다시 그 자리를 만들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겁니다.”
“하…….”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한소영이었지만 세라프의 얼굴은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한소영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이 천사가 딱 그 짝이었네!’
눈에 의심 어린 기색을 잔뜩 머금고 세라프를 노려보았다.
“그날……. 저도 놀라긴 했어요. 당신이 보여주었던 모습은 평소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했던 일이 정당화되지 않아요. 우리는 분명 그이에 대한 배신 어린 행위를 했고 지금까지 그 일을 숨기고 있죠. 특히나 당신은 너무나도 쉽게 그에 대한 정절을 깨버렸어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하지 않다고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정절이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건가요?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 이 행위를 지속하고 있어요. 그이에 대한 배신감에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긴 하지만……. 그래요. 솔직히 이 행위. 지금은 즐기고 있어요.”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니 조금 민망해졌지만, 한소영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이건 아닌 것 같네요. 처음엔 그이를 생각하는 척하는 당신의 모습이 꼴사나워 벼랑 끝으로 몰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그이를 생각한다면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을 거예요.”
“…….”
“당신은……. 순수했던 만큼 더럽혀지기도 쉬우니까.”
그 말을 끝으로 한소영은 눈을 감았다. 조금 격정적이 되어서 손이 살짝 떨려왔지만, 그녀는 무리 없이 찻잔을 입가에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침묵 속에서 찻물을 들이키는 소리만 흐르는데 세라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충고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한소영이 생각하는 만큼 깨끗한 존재가 아닙니다.”
“무슨 말이죠……?”
“원래라면 감정을 숨기고 살아갔어야 할 천사. 하지만 수현을 오랜 시간 지켜보며 그에 대한 연모의 감정을 피웠습니다. 그를 바라볼수록 가슴이 뛰었고 그를 생각할수록 작은 욕망이 일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밝히지만 그를 바라보며 수음을 할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소영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의 치부를 아무렇지 않게 밝히면서도 세라프의 얼굴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수현이 만지고 간 자리……. 그 자리에 앉아, 그의 체취를 맡으며 수도 없이 했습니다. 저는 음탕했습니다. 오로지 수현에게만 음탕한 기분을 보였고 그에게만큼은 본능적인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지막이 될 때까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그 말을……. 왜 하는 건데요?”
“저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당신과 같은 욕망을 가진 존재일 뿐. 그리고 그 욕망을 위해 저는 이제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잠시 말을 멈춘 세라프가 곧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수현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생각입니다. 물론 한소영이나 다른 분들에게 폐를 끼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질 생각도 없습니다.”
그 눈을 본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왠지 모를 서열에서의 패배감. 그 위기감이 그녀의 감에 경고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이요? 그게 수현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얻는 게 있다면 대가를 치를 생각입니다.”
“질내……. 사정 했잖아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고요?”
“네. 아이를 잉태하는……. 행위죠. 하지만 그 역시도 문제없습니다. 당신을 비롯해 수현의 여인들은 수현이 아니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니까요.”
그건 한소영 역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게헨나가 일전에 이야기해준 내용이기에. 해서 그걸 의미해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그 행위의 의미. 수현이 아닌 다른 사내의 씨앗을 그런 소중한 곳에 받아들이는 걸 각오하고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세라프는 분명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수긍했고 한소영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수현에 대한 욕망만큼은 세라프에게 한참이나 밀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김수현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마저 밀리고 말 것 같다는 생각에 한소영은 더 이상 세라프를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끝까지 다시 그 자리를 마련해 보시겠다?”
“네. 부탁드립니다.”
“정말……. 오로지 그 이유로 이 자리를 만들려 하는 건가요?”
잠시 말을 멈춘 세라프는 이내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게 주목적이긴 하지만……. 솔직히 그 날의 감각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어서…….”
“…….”
“그날 한소영이 아니었다면 저는 그 벽을 허물지 못했을 겁니다. 벽을 허문 만큼 느꼈던 쾌락 역시 상상을 뛰어넘었던 것이었죠. 그리고 그것이 저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내심 기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아…….”
“그리고……. 그것은 한소영 역시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 세라프의 마지막 말에 한소영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미 세라프가 운을 띄우기 시작한 이후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이 묘하게 뜨거워져 오고 있음을.
‘진짜……. 미쳤니, 한소영?’
실제로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는 상태였다. 차분하던 호흡은 살짝 달뜬 상태였고 아까부터 목젖은 마른 침만 삼키는 중이었다.
그만큼 그 날의 감각은 한소영에 있어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엄청난 사건이긴 했다. 김수현이 아닌 다른 사내에게 처음으로 애무해달라 애원했던 날이니 어느 정도인지 굳이 가늠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자신이 그때 왜 그리 불탔었나, 다시 생각을 해보면 딱 한 가지 밖에 없었다. 바로 눈앞에 있던 여인의 존재.
오로지 김수현의 여인일 것이라 생각했던 여자가 김수현이 아닌 다른 남성에게 질내사정까지 허용하는 것을 보며 이상하리만큼 흥분을 느꼈던 그녀였다. 그리고 자신의 치부를 그렇게 꺼리던 세라프에게 보여지는 것만으로 평소의 몇 배나 더 민감하게 느껴졌고.
정말 정신이 쏙 빠져버릴 정도의 강렬했던 날이었다. 그것을 떠올리니 다시 그날의 흥분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시, 시끄러워요. 일단 오후에 회사로 나와요.”
“네.”
결국, 한소영이 제안을 수락하며 이 자리는 끝이 났다. 한소영은 출근을 빌미로 서둘러 저택을 나섰고 그 뒷모습을 세라프는 한참 동안 응시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세라프가 돌연 긴 숨을 흘리더니 소파에 힘없이 기대었다.
“하아…….”
방금까지만 해도 아무 감정도 보이지 않던 얼굴. 그런 그녀의 얼굴이 와르르 무너지며 조금 힘겨운 얼굴로 뜨거운 숨을 흘렸다.
살짝 붉어진 얼굴. 그것은 한소영의 얼굴과 다를 바 없는 얼굴이었다.
‘지금 이 감정……. 지금 우리의 얼굴이 수현이 가장 좋아하는 얼굴이란 걸……. 당신도 곧 알게 될 겁니다.’
그 뜨거운 쓰리썸이 있던 날. 한소영 몰래 수정구에 영상을 담은 세라프는 그 수정구를 김수현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당연히 그날 바로 들킬 수밖에 없었고 자신에게 흥분한 얼굴로 찾아온 김수현의 모습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다른 남자의 좆이 맛있었어? 엉?’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며 그녀의 머리칼을 잡고 남근을 들이미는 모습은 세라프로서도 충격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불쾌한 충격이 아니었다. 그녀의 심장을 다시금 뛰게 하는 색다른 충격.
그에게 거의 폭행에 가까운 섹스를 당하고 나서도 세라프는 흥분을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 오히려 거칠게 해주는 그의 손길이 더욱 그녀의 욕망을 자극해 일부러 그의 화를 돋우는 말까지 했다.
‘그의 손길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만들었어요.’
‘세라프으으!’
그야말로 미쳐갔던 광란의 밤. 나중에 가서야 모든 걸 알고 있던 김수현이 사과를 건네왔지만 세라프는 오히려 그 모습에 말 못할 다른 무언가가 크게 충족되어 가는 걸 느꼈다.
요즘 들어 뜸해지는 손길.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세라프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김수현의 눈길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자리를 만들게 한 이유였고.
그리고…….
“일단은……. 씻어야겠지요?”
슬그머니 치맛자락을 들어 올린 세라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마 들여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속옷은 축축하게 젖어있는 상태였다.
세라프는 앞으로 한소영의 집무실에서 있을 상황을 상상했다. 점점 민감해지는 몸이 더욱 뜨거워지려 했지만 세라프는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며 샤워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김수현만을 위한 자리라 하기엔……. 약간의 사심이 피어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