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고 이틀이란 시간이 흘렀다.
저녁도 거르고 책상에 앉아있는 김수현.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후우, 후우…….”
얕게 몰아쉬는 숨과 계속해서 삼키는 침. 그러고도 목이 타는지 책상 위에 있던 커다란 물컵을 그대로 원샷한다. 컵을 내려놓는 와중에도 눈에는 뜨거운 열기가 가시질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오늘이야말로 게헨나가 예고했던 그날이니까.
‘그대는 그저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내가 연락을 하면……. 그때 알려주는 장소로 오면 된다.’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던 게헨나. 김수현의 상태가 무엇인지를 알고 무엇에 크게 흥분하는 지를 안다. 더군다나 제갈 해솔을 보며 각오까지 다지지 않았는가. 그녀가 대충 무엇을 할 지는 예상이 간다. 하지만 그 게헨나가……. 홀플레인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그 지고한 존재, 지옥 대공이 그럴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 진짜…….”
김수현은 한숨을 내쉬며 바지춤을 내렸다. 벌써 몇 번이고 사정한 상태지만 남근은 최대치로 커져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이 벌써 열 네번째 자위.
미칠 도록 올라오는 흥분에 김수현은 다시 수음을 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그렇게 빠르게 사정감을 끌어 올리는데 그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헉!”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의 화면을 확인한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액정 한 가운데에 게헨나의 사진이 떡 하니 떠올라 있다. 그녀에게서 온 전화. 드디어 때가 된 것이다.
“어흑……!”
그것만으로도 급격히 솟는 흥분감에 김수현은 그대로 사정해버렸다. 허공 높이 난 정액이 책상 위로 떨어지고 잠시 후. 호흡을 가다듬은 김수현이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어.”
[기다렸느냐.]
“…응.”
[…그래, 기다렸구나.]
여전히 덤덤한 음성. 전화 건너편이어서 인지 그녀의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실망을 한 것인 것, 아니면 기대를 했다는 것에 미세한 기쁨을 느끼는 건지. 억지로 음성을 누르는 듯한 느낌만 전해져 올 뿐.
[…상대를 구했다.]
“……!”
그 말 한마디.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슴을 옥죄어 오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면서도 그것을 감안하고도 남을 미친 흥분감이 온 몸을 가득 채운다.
“…그래?”
[그대가 원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별볼일 없는 남자다. 홀플레인에서는 어디가서 죽어도 누구도 찾지 않을, 그 정도로 하찮기 그지없는 남자다.]
“…그래.”
[…목소리가 떨리는 구나.]
목소리뿐일까. 지금 김수현의 몸은 사시나무 떨 듯이 계속해서 떨리고 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숨을 억누르고 있는 것뿐.
[시간 끌 필요가 있겠느냐. 장소는 알려주겠다. 지금 이 몸이 있는 이곳……. 이곳으로 오면 되느니라.]
그것을 끝으로 게헨나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김수현은 손가락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다시 바지를 끌어 올렸다. 옷 매무새를 다듬고 마력을 일으켜 흩뿌렸던 정액을 단숨에 불태운다.
아주 잠시지만 지옥 같은 시간이 흘렀다. 곧 핸드폰에 문자 메세지 하나가 도착했고 그것을 읽은 김수현은 다시 한번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곧 그가 서둘러 바깥으로 나갔다.
*
“헉, 헉, 헉.”
김수현이 달려 도착한 그곳. 좁은 도심속에서 사람들이 꽤 지나다니는 서울 시내 한 거리였다.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같은 건물들이 여러 채 늘어져 있다. 그가 올려다보는 건물의 이름은 조금은 달랐지만 하나같이 같은 단어를 띄고 있었다.
00모텔. 이곳은 바로 시내 모텔촌이었다.
정확히 게헨나가 보내준 주소 앞으로 도착한 김수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골랐다. 이곳까지 뛰어오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그 게헨나가 무엇을 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억겁의 고통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 압박감에 절로 호흡이 가빠진다.
특히나 이 모텔이라는 장소.
모텔이 무엇을 위한 장소인지는 잘 알고 있다. 물론 숙박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성인의 남녀가 오는 목적은 오로지 하나.
서로의 육체를 탐하기 위한 장소.
호텔도 아니다. 모텔. 그 지고하고 고고하고, 지옥에 군림하며 모든 이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 게헨나가…….
품위를 어느 정도 지켜줄 고급 호텔도 아닌, 이런 값싼 모텔에 들어가 있다.
게헨나가 했던 말. 별볼일 없다는 사내. 대체……. 어떤 사람을 상대로 삼은 걸까?
심장이 옥죄인다. 절로 문드러지는 가슴을 움켜쥐며 걷던 김수현은 어느새 모텔의 승강기에 탑승해 있는 상태였다. 점차 조급해지는 심장을 억지로 누르며 김수현은 문자에 찍힌 호수를 떠올렸다.
302호. 3층을 누르자 얼마 안가 금방 도착했다. 문이 열렸고 김수현은 침을 삼키며 천천히 발을 내밀었다.
저벅, 저벅, 저벅.
이렇게 천천히 걸어본 적이 얼마 만일까. 과거를 돌리고 나서부터 한번도 늦춘 적이 없는 발걸음인데 여기서 이런 때에 이토록 늦게 걸어본다. 김수현은 다시 한번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게헨나에게 연락이 온 시각. 저녁 8시 30분경. 지금이 9시 20분이니 약 50분의 시간이 흘렀다.
남녀가 모텔에 들어섰다면 벌써 무슨 일이 일어났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시간. 아무리 자신의 성벽을 위해서라지만 게헨나가 우선적으로 무엇을 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또 그녀이기에 그가 오기 전에 무언가를 저지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과연……. 게헨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똑똑.
그렇게 방문 앞에 도착한 김수현은 떨리는 심정으로 노크했다. 순간적으로 마력을 돌려 내부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게헨나가 정한 규칙에 위반된다.
절대로 마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게헨나 본인도 신격을 봉인한다 했다. 마력과 함께 봉인하여 이 순간만큼은 일반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로 돌아가 행위를 지속하기로 약속했다. 약속만큼은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것이 그녀이기에 아마 스스로를 어기지 않았으리라.
그렇다면…….
“누구세요.”
안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김수현은 절로 솟는 분노심에 주먹을 꽉 쥐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부인이 있는 곳에서 마치 본인의 위치라는 것마냥 응답하는 것 자체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연락을 받고 왔습니다.”
그렇게 화가 나면서도 이미 아랫도리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부어있다. 그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김수현은 답했다.
그러자 안에서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 오셨군요. 얼른 들어오세요.”
“…예.”
모습을 드러낸 남성의 얼굴은 지극히 평범했다. 아니, 평범한 것보다 한참 모자라다. 나이는 한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사이일까? 적은 머리숱과 전체적으로 통통한 얼굴. 커다란 뿔테안경까지 쓴 모습이 딱 평범한 직장인 같은 모습이다.
그렇다고 몸이 다부져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통통한 체구에 배가 유독 나와있는데 꼭 술을 좋아하는 중년의 모습을 빼다 박은 모습이다.
순간적으로 욕지기가 올라오려다 꾹 참는다. 게헨나가……. 그 지고한 존재가 고른 남자가 고작 저런 남자라는 사실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라면 분명 절정의 미남이라도 어쩌지 못해 따를 것이 분명한데 왜 하필 저런 남자를…….
“여기 앉으시죠.”
남성의 안내에 따라 방 한쪽에 위치한 의자에 앉는 김수현. 남성이 허겁지겁 간이식 냉장고에서 음료를 하나 꺼내 넘겨준다.
“하하, 말씀은 다 들었습니다. 부인께서 사장님의 성벽을 돕기 위해 직접 나서신 거라고.”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녀가?”
“예, 하하하……. 사실 그 제안을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장난을 치시는 건가 싶어 당황했는데 워낙 진지하셔서…….”
“…그녀가 뭐라고 했나요.”
“다짜고짜 자신과 성교하지 않겠냐고 물으시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당황해서 어버버하고 있는데 그 부인께서…….”
말하던 남성이 문득 멈췄다. 욕실 쪽에서 작은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아마 게헨나가 거기 있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김수현은 문득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왜 이렇게 땀을 흘리지?’
바깥은 춥고 방 안은 따뜻하다. 난방이 되고 있지만 더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눈 앞의 사내는 꽤나 더운 것처럼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는데 옷가지도 조금 풀어져 있는 것이 막 풀어헤친 모습이다.
그리고 욕실에서 씻고 있는 게헨나.
김수현의 손이 절로 주먹 쥐어졌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까 전의 문자가 떠오른다.
‘문자를 보낸 시간에서 이제 막 한시간이 다 되어가. 설마 이동중에 내게 장소를 알려준 것일까.’
아니. 시간은 꽤 지난 상태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게헨나가 미리 장소까지 골라 내게 시간을 정해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문자를 보냈을 때는 방 안에 들어와 있던 상태였을 것.
그런데 이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씻고 있다고? 더군다나 남자는 씻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데?
‘…방 안의 습도도 이상하게 높고 조금 진득한 냄새도 나. 처음에는 저 남자의 땀 냄새인 줄로만 알았는데…….’
김수현이 빤히 쳐다보자 남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조금씩 몸을 움츠리는게 시선에 뭔가 찔리는 듯한 점이 있는 모양.
그렇게 김수현이 무언가 더 확인하려는 찰나였다. 철컥, 하고 문이 열리며 드디어 그 안에서 지고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 왔는가?”
“…어.”
“생각보다 늦었구나. 바로 달려올 줄 알았더니.”
“…최대한 빨리 뛰어온 거긴 한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아주려는 순간이었다. 김수현은 욕실에서 나온 게헨나의 모습에 심한 이질감을 느꼈다.
젖은 머리칼을 덜 말려 늘어뜨린 모습. 애초에 옷가지를 벗어둔 것은 확인했기에 그녀의 차림은 예상은 했다. 검은색 실크로 이루어진 가운을 걸친 채로 그녀는 하얀 다리를 뻗으며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던 그 고유의 위압감이 전혀 없다. 그녀는 정말로……. 스스로의 신격을 봉인했다. 완전하게.
“안색이 좋질 않구나. 이제와서 후회되는 것이냐.”
“…….”
그런 김수현의 낌새를 느낀 것일까? 게헨나가 다가와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천천히 그녀에 의해 들어올려진 얼굴이 마주보는 붉은 시선을 응시한다.
“후회해도 좋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러지 말아야 했다고 자책해도 좋다. 그것이 모두 나를 위한 생각이니.”
“…게헨나?”
“그러나 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끝장을 봐야하지 않겠나. 그대 역시 괴로워도, 또는 기뻐도. 꼭 나의 이 모습을 마지막까지 봐주길 바란다.”
“…….”
동요하는 자신에 비해 상당히 침착한 모습을 한 게헨나. 김수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게헨나가 어느 정도까지 각오를 다졌는지를. 그녀는 지금, 자신을 위해 몸을 불사를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그런 여인을 어떻게 말리겠는가. 김수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게헨나가 살짝 밀어 그를 다시 의자에 앉힌다. 그리고…….
“잘 봐주길 바란다. 그대가 그 발칙한 계집을 보고 느꼈던 것을……. 내게도 그대로 표출해주길 바라.”
“…….”
“자,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천천히 뒷걸음질로 걸어간 게헨나가 몸을 돌렸다. 완전히 돌려지며 그녀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바라본다. 분위기를 읽고 잠잠히 기다리던 사내가 침을 꿀꺽 삼키며 게헨나를 올려다본다.
“…그, 정말 해도 괜찮을까요? 사장님 보시는 앞에서?”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상관없다고. 오히려 그것을 바라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내 지아비다. 충분히 설명 했을 텐데.”
“그, 그래도…….”
고개를 살짝 꺾어 게헨나의 뒤에 있는 김수현을 바라보는 남성. 김수현은 이를 악물면서도 기어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시, 시작하도록 하겠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네 마음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되니.”
“예……. 그럼.”
침을 꿀꺽 삼킨 남성이 천천히 손을 위로 올린다. 그가 향한 곳은 가운이 볼록 솟아 있는 가슴. 그의 투박한 손이 천천히 게헨나의 가슴위로 얹어진다.
처음 감촉을 느끼려는 것처럼 희미하게 움직이던 손은 이내 힘이 들어가 주무르기 시작했다. 얇은 가운 위로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던 게헨나의 젖가슴이 사내의 손에 일그러진다. 천천히 천천히. 게헨나의 가슴을 녹이듯 주물러가는 사내가 살짝 풀린 가운의 사이로 손을 옮겨갔다.
“…하아, 너무 부드럽습니다. 사, 살면서 이런 극상의 젖가슴은 정말 처음입니다.”
“…그러느냐. 이 몸도 알고 있다. 그이가 그토록 칭찬해주었던 가슴이니.”
“그, 그렇습니까? 하긴, 이런 가슴을 보고 미치지 않을 남자는 없겠죠, 세상에.”
어느새 가운 속으로 파고 든 남성의 두 손이 적극적으로 게헨나의 살을 주물렀다. 미세하게 살소리가 날 정도로 힘을 내면서도 결코 아프지 않게 힘을 조절한다.
그것을 보는 김수현의 눈이 찢어질 듯 떠졌다. 지고의 존재 게헨나가, 아무것도 아닌 일반인에게 가슴을 내주고 있다는 사실에 미칠 듯이 숨이 막혔다. 그 시선이 어찌나 센지 남성이 움찔 떨 정도.
“그, 그나저나 부인께서는 한국말을 정말 잘하시네요. 조금 어체가 사극톤이기는 한데 오히려 굉장히 잘 어울리십니다.”
“…그런가. 그런 말은 많이 들었다만……. 읏.”
계속된 사내의 애무에 게헨나의 호흡도 점차 뜨거워진다. 김수현이 허벅지를 찢어져라 움켜쥐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절대 떼 놓지 않는다.
“참지 말아주세요. 부인의 신음소리……. 계속 듣고 싶으니까요.”
“…흐응, 참는 것이 아니다. 아직은……. 아직은 나오지 않을 뿐.”
“그렇습니까……. 그러면 더욱 적극적으로 해도 되겠군요.”
“…마음대로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읏.”
잘 교차되어졌던 가운이 어느새 반쯤 풀려 그녀의 가슴골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복부까지 갈라진 가운 사이로 그녀의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는데 남성이 게헨나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그 사이로 고개를 박았다.
“하아, 하아……. 살냄새도 너무 좋아요.”
“그, 그리 숨을 내쉬지 마라. 간지럽다.”
“그래도 잠시만…….”
게헨나의 살내음을 모조리 마시겠다는 듯 크게 들이키길 몇 번이나 반복한다. 그 자극에도 게헨나는 눈에 띄게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그 모습이 평소의 게헨나같지 않아 굉장히 어색하다. 그것이 김수현을 더욱 더 미치게 했다.
그러는 와중에 사내가 천천히 게헨나를 침대에 앉게 했다. 그 상태에서 그녀를 눕히며 상체를 그녀의 위로 올린다.
“하아, 하아……. 부인…….”
“…….”
그의 손에 의해 천천히 벗겨지는 가운. 김수현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사내의 눈에……. 게헨나의 새하얀 젖무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성이 거칠게 호흡을 흘리며 그런 게헨나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가락에 이리저리 일그러지는 젖가슴이 그대로 노출된다. 점차 사내의 손자국이 새겨지는 새하얀 젖무덤 위로 애처롭게 유두가 떨린다.
“부인……. 유두가 섰어요. 흥분하시는 군요.”
“아, 아직은……. 아직은 별로 그런 기분이 아니다…….”
그리고 그 유두를 사내가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렸다. 단단하게 돋은 그곳을 손 끝으로 툭툭 쳐가며 자극하는 남성. 게헨나가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았다. 김수현이 아닌 다른 사내가 자극하는데도 몸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하아, 하아…….”
“부인……. 음…….”
멍하니 젖무덤을 주무르던 사내가 입술로 분홍빛 유실을 깨문다. 움찔하는 기색이 그대로 느껴지자 사내가 더욱 열렬히 가슴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우악스럽게 주무르면서 입술로 정신없이 유두를 탐한다. 민감한 곳을 집요하게 자극하는 손길에 게헨나는 결국 손등으로 입술을 가렸다.
“으흠, 음……!”
“하아, 하아……. 부인, 신음을 참지 말아주세요.”
“참는 게 아니다. 참는 게……!”
“쫍, 쪼옵, 쫍, 쫍…….”
“흐윽! 흠……!”
움찔거리는 게 여실히 보인다. 게헨나가 신음을 참으며 움찔움찔 떠는 모습은 김수현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게헨나가……. 자신에게만 보이던 모습을 지금 다른 남자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읏, 으, 흑…….”
“쫍, 쪼옵, 쫍.”
젖꼭지를 빨던 입술이 점차 가슴을 타고 내려간다. 명치, 복부, 배꼽. 지나온 부위에 진득한 액체를 남기며 사내가 혀로 정성스레 그녀의 몸을 핥는다.
그야말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육체에 사내의 흔적이 새겨진다. 혀가 지나간 살이 반들거릴 정도로 진한 침을 남기고 내려간 사내가 드디어 그녀의 아랫배로 향했다.
“하아, 하아…….”
아직까지는 가운으로 가려져 있는 하의. 그러나 사내가 가볍게 입술로 물고 옆으로 넘기자 곧바로 치워져 버렸다.
그리고 드러난 그녀의 아래를 본 순간 김수현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아, 부인……!”
“…하아, 하아.”
마치 뜨거운 김이 펄펄 끓는 것 같다. 굳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그곳이 얼마나 뜨거운지 여실히 느껴진다. 살짝 오므리고 있는 다리. 그럼에도 흠뻑 젖은 것이 보일 정도로 게헨나는 달아오른 상태였다.
“하아, 부인……. 다리를 조금 벌려주세요.”
“하아, 하아……. 거긴 아직……. 흣!”
“…이미 이렇게 젖어 있으신데요. 조금만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벌려주세요.”
“…….”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게헨나가, 슬쩍 김수현을 바라보았다. 두 눈을 찢어져라 뜨고 시선을 마주한 김수현은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 있었다.
“이러면 되겠느냐…….”
그런 게헨나가 천천히 다리를 벌린다. 남성의 얼굴이 하복부에 닿아있다. 이대로 벌리면 은밀한 부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완전히 다리를 벌렸다.
이윽고 드러난 비부의 상태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지켜보던 김수현도 입을 쩍 벌렸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젖어있다. 애액이 줄줄 흐를 정도로 허벅지까지 흠뻑 젖어 있는데 뜨거운 용광로가 펄펄 끓는 느낌. 털 하나 없는 붉은 속살이 말 그대로 퉁퉁 불어 있는 상태다. 그런 부위로 사내의 손이 점점 내려간다.
찔꺽, 찔꺽.
“하윽, 윽!”
“하아, 부인……. 완전 열탕입니다, 열탕. 완전 홍수예요.”
“그, 그런 말은 하지 마라. 그냥 하던 거나 마저 하거라.”
“…예.”
사내의 투박한 손가락이 게헨나의 은밀한 속살에 닿았다. 그 감촉을 느끼면서 조금씩 움직이자 질척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게헨나의 몸이 눈에 띄게 떨려온다.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듯한 느낌.
“부인……. 안에 넣을게요. 사장님, 손가락 넣어도 되겠죠?”
갑작스레 묻는 질문에 김수현이 화들짝 놀랐다.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게헨나의 모습만 쫓던 터라 뭐라 답해야 할 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 그러시죠.”
“아, 그럼…….”
그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사내가 천천히 손가락을 틈새로 밀어 넣었다. 벌리고 있던 게헨나의 다리에 점차 힘이 들어간다. 이윽고 사내의 손가락 하나가 완전히 들어가자 게헨나가 발목을 일자로 펴며 뻣뻣하게 굳어졌다.
“아윽, 흣!”
“부인……. 안쪽이 매우 세게 조여옵니다. 지금 움직이면 자극이 심하실 텐데요.”
“시, 신경 쓰지 마라! 그, 그냥 그대는 그대 할 일만 하면 된다! 아윽?!”
“그, 그럼 알겠습니다.”
찔꺽, 찔꺽, 찔꺽.
깊숙이 들어간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꾸물꾸물 조이는 내부를 억지로 벌리며 움직이자 게헨나의 허리가 곧추세워졌다.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은 게헨나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하윽, 흐응, 흥, 흐읏!”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억지로 신음을 참아낸다. 하지만 단순히 신음을 참아낸다 해서 참아지는 게 아니었다. 입은 막고 있어도 몸이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 그대로 표현한다. 사내의 손가락이 질척한 소리를 낼 때마다 게헨나는 허리를 튕기며 몸을 떨었다. 입을 막은 얼굴도 이리저리 흔들며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흐응, 흐읏 흑……!”
결국 게헨나가 떨어지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뻣뻣하게 세웠다. 침대를 세게 밀어 올리며 허리를 든 그녀가 파르르 떨며 무너진다. 김수현은 부릅뜬 눈으로 그 광경을 모조리 지켜보았다.
붉은 속살이 부르르 떨며 사내의 손가락을 있는 힘껏 빨아들인다. 제발 더 넣어 달라는 것처럼 애타게 비는 듯한 모습에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바지춤을 움켜쥐었다. 자신의 고간……. 남근은 역시나 터질 듯이 발기한 상태였다.
문득 그러다가 사내하고 눈이 마주쳤다. 사내는 약간은 긴장한 낯으로 침을 꿀꺽 삼키더니 천천히 자신의 바지를 벗어 내렸다. 곧, 사내의 발기한 남근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가 한쪽으로 가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
그것이 무엇인지는 바로 눈치챘다. 특별한 물건이 아니다. 고무로 된 피임용 기구. 콘돔을 꺼낸 그가 자신의 남근에 끼워 넣은 뒤 천천히 게헨나에게 다가간다.
“계, 계속 해도 되겠습니까?”
“…….”
이미 게헨나의 다리 사이로 자리잡은 사내가 이제와서 묻는다. 남근을 잡고 게헨나의 음부에 맞추면서 그가 허락을 내리면 바로 삽입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김수현은 멍하니 그 부분을 쳐다보았다. 크기는 특별할 것 없다. 자신에 비하면 한참이나 형편없는 크기의 물건이다. 하지만 그것이 게헨나의 음부에 닿아 있는 것을 보자 그 무엇보다 혐오스럽고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까지 가자 김수현은 선뜻 계속 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허락을 내려버리게 되면……. 정말로 게헨나가 그에게 몸을 내주는 것이 되었으니까. 이미 수많은 여인을 내주었음에도 왜 이제와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역시나 수정구를 통해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김수현은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방금 크게 절정했던 게헨나가……. 조금은 지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게헨나.”
“…뭘 망설이는 것이냐.”
“…….”
“그대는 이미 바라고 있지 않나. 괜히 죄책감 느낄 필요는 없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행하면 된다.”
그녀의 각오가 그대로 전해졌지만 김수현은 역시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저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게헨나에게서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까지 해버렸다. 차라리……. 차라리 화를 내며 꾸짖어줬으면 좋겠건만.
“그대가 결정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하지.”
그렇게 망설이고 있자 먼저 움직인 건 게헨나였다. 그녀가 스스로 다리를 움직여 사내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가 천천히 잡아당기자 사내의 몸이 점차 그녀에게로 가깝게 붙여졌다.
그리고…….
찔, 꺽, 찔꺽…….
“아, 아아…….”
사내의 몸이 완전히 게헨나와 겹쳐졌다. 게헨나의 음부를 벌리며 들어간 사내의 남근이……. 완전히 뿌리까지 깊게 잠겨 들었다.
#002
찔꺽, 찔꺽, 찔꺽…….
조용히 울리는 음란한 소리. 마치 지옥에서 울리는 경종의 소리처럼 김수현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속살을 벌리며 사라졌다가 안쪽의 애액을 묻히고 다시 뽑히는 남근. 그것이 몇 번 반복되는 것이 뚜렷하게 보인다.
“헉, 헉……! 부인!”
“…음.”
“저, 더 세게 움직여도 될까요?”
“…마음대로.”
퍽, 퍽, 퍽.
꽉 조였던 게헨나의 다리가 느슨해진다. 하얗게 잘 빠진 다리가 풀리자 사내가 다시 자리를 잡으며 허리를 맞추었다. 그리고 점차 허리를 흔드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응, 흐읏, 윽, 흑.”
“아아, 부인……. 부인……!”
사내의 행동에 맞춰 울리는 소리. 게헨나의 젖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린다. 그런 젖가슴을 양 손으로 움켜쥐며 주무르면서 사내가 고개를 내려 젖꼭지를 살며시 물었다.
“쫍, 쫍, 쪼옵…….”
“응, 앗……. 흥, 으응……!”
그런 사내의 행동이 이어지면서 게헨나의 입에서도 뜨거운 신음이 다시 흘러나왔다. 퍽퍽, 사내가 허리를 찍어 내릴 때마다 게헨나의 호흡도 끊어지며 숨소리의 박자가 맞춰졌다. 그 하나하나가 모조리 전달돼 게헨나가 다른 남자와 섹스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새겨지려 했다.
“부, 부인, 저 이제 갈 것 같습니다……!”
“응, 핫……! 버, 벌써 말이냐?”
“부인의 안이 너무 조여서……! 더는 버틸 수가……!”
“별 수 없지……. 그대로 안에 내어라.”
그 말에 김수현의 입이 다시 쩍 벌어졌다. 콘돔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오로지 게헨나가 그것을 허락했다는 사실에만 온 신경이 쏠렸다. 게헨나가 슬쩍 고개를 들려 김수현을 바라본다.
“부인, 부인……!”
“…….”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충격을 받은 얼굴로 인지도 못하고 아래를 잡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다른 그 어떤 때보다 극도로 흥분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게헨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허윽, 흐윽!”
“음……!”
허리를 격하게 흔들다가 부르르 떠는 남성. 깊숙이 박힌 남근이 펄떡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게헨나의 안에서 사정을 마친 것이다.
거친 움직임 끝에 지친 얼굴로 돌아온 남성이 슬그머니 분위기를 파악했다. 마찬가지로 나른한 얼굴을 한 게헨나가 김수현을 보고 있었고 김수현 역시 뚫어져라 여자를 보고 있다.
주르륵.
천천히 허리를 빼자 남성의 반쯤 죽은 물건이 흐물흐물 빠져나왔다. 질척한 그의 남근 끝으로 볼록해진 콘돔이 아래로 늘어졌다. 그가 천천히 콘돔을 빼고 옆에 두었다. 스리슬쩍 눈치를 보던 그가 슬금슬금 테이블 쪽으로 이동했다.
찌직, 찍.
남은 콘돔 하나를 더 뜯어 남근에 끼우기 시작한다. 어느새 다시 부푼 남근 위로 다른 색의 콘돔이 끼워졌다. 그가 다시 슬쩍 게헨나의 다리 사이로 몸을 옮겼다.
“하, 한번 더 해도 되죠?”
“음?”
그런 사내의 물음에 게헨나가 사내 쪽으로 고개를 옮겼을 때였다. 그녀의 음부에 조준을 한 남성이 천천히 남근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찔꺽.
“흐응, 응……. 방금 내었으면서……. 벌써…….”
“하하, 부인이 워낙 아름다우시다보니 평소보다 더 힘이 나네요.”
“아읏…….”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내. 김수현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철퍽, 철퍽, 철퍽.
“흥, 흐응, 흥……!”
방금과는 달리 이제 천천히 템포를 유지하는 남성. 사내가 돌연 자세를 바꾸었다. 게헨나의 하체를 옆으로 돌리더니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덕에 김수현의 눈에 확실히 보였다. 살짝 벌어진 게헨나의 다리 사이로 천천히 드나드는 남성의 물건이. 질척거리는 게헨나의 비부를 제대로 음미하며 사내가 허리를 움직이고 있다.
“아으, 읏, 흑!”
“하아, 부인, 남편분에게 제대로 보여주셔야지요. 얼굴을…….”
“흥, 흐응……. 내 얼굴을……. 말이냐……?”
“네……. 남편분께서는 그런 부인의 얼굴을 보길 원하실 겁니다. 그렇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 아닙니까…….”
“내 얼굴을…….”
안을 쿡쿡 찌르는 남근. 그것을 여실히 느끼며 게헨나는 다시 김수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불과 2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보고 있는 남편. 일그러진 얼굴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며 그는 확실하게 흥분하고 있었다.
“하아……. 부인, 부인께서도 엄청 느끼고 계시는 군요.”
“…하아, 하아……. 조금……. 조금은……! 응!”
“조금이 아닌데요……. 이렇게 조이시면서……. 이렇게 물도 많이 흘리시고……. 저 또 금방이라도 갈 것 같습니다.”
사내의 움직임이 다시금 빨라지기 시작한다. 아까처럼 무자비한 움직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방금 조절하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척, 척, 척, 척.
“흐응, 흥, 흐응……!”
“아아, 부인……! 남편분이……. 부인의 느끼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계십니다! 저렇게 발기했으면서……. 저렇게 보고 계실 수밖에 없어요!”
“그, 그런 말 하지 마라……! 나는 그저……! 흑!”
“남편분 들리십니까? 제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질척거리는 이 소리가? 부인께서는……. 당신이 보고 있다는 걸로 이만큼이나 느끼고 계신 겁니다. 아아, 또 쌀 거 같아.”
다시 허리를 빠르게 움직인 사내가 이내 또 부르르 떨었다. 그가 허리를 빼자 다시 힘을 잃은 남근이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러기가 무섭게 다시 힘을 찾아간다.
“…하아, 이렇게 사정하고도 다시 발기한 적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여자를 사서 안아봤지만 부인 같은 몸은 처음입니다.”
“…….”
“사장님께서는 행복하시겠습니다. 이런 부인을 매일같이 안을 수 있다니. 하지만…….”
남성이 김수현을 보며 피식 웃었다.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방금 그것은 명백한 비웃음이었으니.
“취향이 그래서는 매일 안지도 못하시겠군요. 그런 분들은 종종 뵌 적이 있습니다. 그 분도 꽤나 아름다운 부인을 갖고 있었는데 하필 이런 저주받은 성적 취향을 가지셔서…….”
“…그렇, 습니까?”
“하하, 그래도 그런 분들 덕에 저희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한번씩 덕을 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분이 그러더군요. 저 같은 사람을 상대로 고른 이유가 별 볼일 없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을 골라야 뒤 탈이 없을 거라 그러시더군요.”
사내가 콘돔을 빼고 다시 새로운 콘돔을 끼웠다. 아까처럼 김수현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가 다시 게헨나의 다리를 벌렸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야 꿀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이죠. 이런 자리에 한번이라도 찾아준 것만 해도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덕분에 이런 아름다운 분하고 섹스 할 수 있으니 말이죠.”
“…….”
“그리고 남의 여자를 안는다는 것. 그리고 그걸 남편에게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평소와는 전혀 다른 쾌락을 얻을 수 있죠. 자.”
“하응, 응!”
이제는 김수현에게 대놓고 보여줄 생각인지 게헨나의 한쪽 다리를 들어 어깨에 걸쳤다. 게헨나의 몸이 김수현을 바라보았고 그런 그녀의 비부로 다시 삽입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
“…평소에도 부인께서 이렇게 격렬하게 느끼십니까?”
“…네.”
“그런 가요? 뭐, 그럴 수 있죠. 사장님은 잘생기셨으니 여자를 안는 법도 잘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근데 저는, 읏차!”
“흐응, 흥!”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요.”
게헨나의 허벅지를 매만지며 사내가 허리를 움직였다. 앞뒤로 움직이며 게헨나의 안을 느낀다.
“그런데도 부인께서는 이토록 느끼십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이 상황에 흥분해서?”
“물론입니다. 사장님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사장님이 한마디 한마디 하실 때마다 부인의 안은 꽉꽉 조이며 제 자지를 물고 계십니다.”
“트, 틀리다!”
게헨나가 버럭 소리쳤다. 그 맹렬한 기세에 본인은 물론이고 김수현도 깜짝 놀랐다. 저렇게 다급한 게헨나의 모습이라니.
게헨나는 명백히 실수했다는 얼굴로 눈을 가렸다. 그때 사내가 허리를 크게 찌르자 그녀의 입이 쩍 벌어졌다.
“흐윽! 흑……! 아, 아니다. 나, 나는 그저……. 흐응!”
“아아, 부인……. 방금 최고였습니다. 방금 끊어지는 줄 알았어요.”
“트, 틀리다. 틀려! 이, 이건 단순히 그대의 목소리에 기뻐서……. 흐응!”
“하아, 부인, 부인! 최곱니다! 남편분은 혹시 아십니까? 방금 부인께서 가신 걸?”
갔다? 김수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아니, 당연히 모를 수가 없지만 지금 워낙 충격을 받아 생각이 돌아가질 않는다.
여전히 허리를 움직이며 사내는 거친 숨을 흘렸다. 그가 한쪽 손으로 게헨나의 가슴을 주무르며 말했다.
“방금 보셨지 않습니까. 복부가 미세하게 떨린 거. 남편분도 잘 아시겠지만 부인은 갈때마다 마치 지진처럼 안이 조여옵니다. 지옥의 불구덩이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그리고 이것이 벌써 세번째 절정입니다. 부인은 내색하고 있지 않지만, 사장님이 보고 계신다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하게 느끼고 계십니다.”
“아, 아니다. 아니야……! 아니야!”
게헨나는 이제 마저 얼굴을 가려버렸다. 사내가 허리를 찌를 때마다 그녀의 몸이 맥없이 흔들렸다. 사내의 손에 일그러지는 젖가슴이나 일렁거리는 붉은 머릿결이나. 모든 걸 부정하듯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게헨나.”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김수현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이미 쾌락에 젖어 있지만 애써 부정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녀의 애처로운 모습이 오히려 안타까울 지경.
“부인, 남편분께 보여드려야지요.”
“…….”
“이러시면……. 남편분께서도 실망하실 겁니다.”
“하윽, 흐윽, 흐으윽!”
사내가 얼굴을 가린 손을 잡고 끌어내린다. 평소라면 꿈쩍도 안 했을 손이 너무나도 힘없이 끌려 내려진다. 그렇게나 가리고 싶어했던 게헨나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게헨나!”
“아윽, 흑, 보, 보지 마라. 보지 마라……! 제발……!”
“부, 부인!”
드러난 게헨나의 얼굴. 그것을 본 김수현이 그대로 털썩 무릎 꿇었다. 그것을 보는 사내 역시 흥분을 그대로 드러나며 허리를 움직였다.
척, 척, 척, 척.
“하읏, 하응, 흑, 아, 안된다! 김수현……! 보, 보면 안된다! 내, 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 흐윽!”
마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 눈물까지 글썽이며 쾌락에 떠는 게헨나의 모습은 그저 충격 그 자체였다. 사내가 허리를 내지를 때마다 입에서 교성을 흘리며 뜨거운 숨을 내뱉는다. 여지없는 쾌락 어린 음성이 모텔 방에 가득 울렸다.
게헨나의 음부를, 이름도 모르는 남자가 있는 힘껏 범한다. 옆으로 돌려진 게헨나의 음부로 콘돔을 낀 사내의 남근이 질척한 소리를 내며 출납을 반복한다. 김수현의 눈이 멍하니 그곳에 향했다. 사내의 남근이 깊숙이 꽂혀지고 부르르 떨며 다시 사정한다.
“크윽, 큭!”
“아아, 아아아!”
그제야 보였다. 게헨나의 복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아까 사내가 말했던……. 절정에 다다르고 있는 것. 사내의 남근을 꾹 물고 있는 음부가 꿈틀꿈틀 경련했다. 그녀는 있는 힘껏 느끼며 사내의 남근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하아, 하아……. 이제껏 절정하신 것 중에서 이번이 최고였습니다.”
“…….”
“역시 부인께서도 남편에게 보여주시는 것이 더 흥분되셨던 거군요.”
“…….”
찔꺽, 찔꺽.
사내가 게헨나의 위로 쓰러진 채로 허리를 꿈틀거렸다. 마치 무언가를 하려는 것처럼, 그렇게 꾸물거리던 사내는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내었다.
김수현의 멍한 시선이 사내의 고간에 향했다. 사내의 남근엔 더 이상 콘돔이 껴져 있지 않았다. 방금까지 있었던 콘돔이 보이지 않는다? 그제야 방금 사내가 무엇을 한 건지 이해가 갔다.
“이것도……. 남편 분께서 좋아하실까요?”
여전히 게헨나의 다리를 잡고 있는 사내가 다리를 활짝 벌리게 하여 김수현에게로 향하게 했다. 김수현의 시선이 돌아간다. 그리고 게헨나의 비부를 본 순간, 그의 눈이 다시금 크게 떠졌다.
주르륵.
“아, 아아……!”
사내의 남근이 방금까지 채우고 있던 속살. 그것이 빠져나가고 틈을 메우지 못한 속살이 활짝 벌어져 무언가를 흘려내고 있다.
반쯤 풀려 흐물흐물해진 음부 사이로 삐져나와 있는 보라색 고무. 그 끝 입구 사이로 흰 정액이 줄줄 흐르고 있다. 사내가 꿈틀거렸던 이유. 그녀의 안에 착용하고 있던 콘돔을 그대로 빼 놓고 온 것이다.
마치 질내사정 후 흘리는 정액 같다. 그 모습에 김수현의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무릎꿇어 주저앉은 채로 그는 멍하니 게헨나에게 새겨진 다른 남자의 흔적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아, 부인…….”
“…….”
“엉덩이를 들어주세요.”
이제는 사내의 요구에 대답도 하지 않고 게헨나가 움직였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그녀가 그의 말마따나 엎드려 엉덩이를 내밀었다.
“얼굴은 남편 분 쪽으로 돌려서……. 네, 그렇게.”
“…….”
사내의 요구에 따라 자리를 옮기다 보니 김수현과 얼굴이 가까워졌다. 게헨나는 고개를 숙인 채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에서 다시 콘돔을 착용한 남성이 그녀의 둔부를 잡고 허리를 전진시켰다.
“…흣!”
“하아, 부인……. 그렇게 절정하시고도 이렇게 조이시다니……. 역시 최곱니다.”
철썩, 철썩, 철썩.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이를 악문 게헨나의 음성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진득하게 변해갔다.
“하앙, 하응, 흥, 흐윽!”
“부인, 고개를 드셔야지요……. 남편분께 잘 보여드려야지요.”
“응, 핫……. 보여줘? 그렇지……. 보여줘야……. 흐으응!”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는 게헨나. 하지만 사내가 뒤에서 찔러오자 힘겨운지 다시 고개를 내린다. 그 모습에 사내가 더욱 허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척, 척, 척, 척.
“아아, 부인! 고개를 드세요. 남편 분께서 원하십니다!”
“하악, 학, 학……! 아, 안된다! 이, 이렇게 세게 하면……. 고개를 들 수가……. 어, 없다!”
“부인! 부인……! 고개를 드세요!”
“아, 안돼! 안돼……! 나, 나는……! 못 든다!”
고개를 도리 친 게헨나가 오히려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여실히 보인다. 절정에 오른 듯했지만 이번에는 남성 쪽에서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아아, 먼저 가신 거군요. 부인께서 먼저 가시다니……. 처음입니다.”
“흐응, 흣, 흐윽! 흑, 흐으응!”
“아아, 저, 저도 이제……!”
퍽, 퍽, 퍽!
거의 폭력에 가까운 세기로 허리를 박차던 사내가 다시 절정에 이르렀다. 어찌나 맹렬한 기세인지 게헨나의 엉덩이가 사내의 손에 잔뜩 일그러진 상태.
한동안 사정하던 사내가 그대로 게헨나의 위로 무너졌다. 그에게 깔려 두 남녀가 완전히 두 겹으로 포개졌다. 지친 듯 거친 숨을 내쉬는 두 남녀.
“…게헨나?”
“…….”
김수현이 묻는데도 게헨나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김수현이 저도 모르게 손을 뻗는 와중.
찔꺽, 찔꺽.
“으흥, 흣…….”
질척이는 소리에 그대로 멈췄다. 완전히 찰싹 달라붙은 상태로. 사내가 고간을 미세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이어져 있는 상태로 꿈틀거리자 게헨나가 움찔 떨며 반응했다. 방금 자신이 불렀을 때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던 그녀가, 사내의 움직임 한번에 신음을 흘린 것.
철썩, 철썩, 찔꺽, 찔꺽.
그렇게 늘어진 상태에서 사내는 몇 번이나 허리를 움직였다. 둥글게 움직이며 비비면서도 앞뒤로 다시 피스톤 운동을 한다. 그러다가 다시 한번 부르르 떨더니 그제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한번 더 해도 될까요?”
“…….”
이제는 민망해하는 기색도 없다. 꽤나 많은 양의 정액이 쌓인 콘돔을 뺀 사내가 그것을 들어올렸다. 연달아 두 번을 사용한 콘돔. 그렇기에 양도 꽤나 차 있는 상태였다.
김수현은 멍하니 사내의 고간을 쳐다보았다. 그렇게나 사정을 해 놓고 저 물건은 다시 힘을 받으며 굳건하게 커지고 있다. 김수현의 대답이 없자 그는 다시 테이블로 가 콘돔을 꺼냈다. 그러다가 귀찮은 지 아예 상자 째로 가져와 침대 위로 올라갔다.
찔꺽…….
“흐, 흐으, 으으으…….”
“끄윽.”
다시 게헨나의 안에 삽입한 사내가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수현은 완전히 텅 빈 시선으로 그들의 행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
“아, 하하. 이거 끝나고 나니 민망하기 그지없네요.”
“…….”
“그, 너,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고……. 마음 잘 추스르길 바랍니다. 그, 그리고…….”
문을 나서려던 남성이 허겁지겁 지갑에서 무언가를 꺼내 넘겨주었다. 그것을 받아 든 김수현은 무심한 눈으로 내용을 확인했다.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무슨 명함 같았다. 아마 이 남자의 명함인 듯싶었다.
“그, 호, 혹시 다음 번에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실 거라면……. 그때도 절 불러 주셨으면 해서…….”
“…….”
“태, 태어나서 부인 같은 아름다운 여성분을 본 적이 없어서……. 그, 그럼 정말로 이만……!”
그렇게 말을 한 남성이 후다닥 방 문을 나섰다. 띠리링, 자동 잠금으로 문이 닫히고. 김수현은 천천히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섰다.
“…….”
모텔 안은 처참했다. 방 안은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열기가 가득했고 사내의 것인지 여인의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진득한 냄새로 가득찼다. 그런 방 한가운데서 게헨나가 죽은 듯 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다.
침대에 누워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게헨나. 그녀의 주위로 수십개의 사용한 콘돔들이 널려 있다. 그 모습을 보니 김수현은 다시 꿈틀거리는 욕망에 이를 악물며 고개를 털었다.
남성은 정말로 몇시간 내내 게헨나를 범했다. 사정을 해도 해도 다시 발기하는 남근으로 게헨나를 끝없이 괴롭혔다. 중간에 게헨나가 더 이상은 안된다고 소리쳤지만 남성은 멈추지 않았다. 기어코 게헨나가 조수를 뿜어댈 때가지 그녀의 안을 쑤시고 핥고 몸 여기저기를 매만졌다.
그리하여 생긴 흔적들. 사용한 콘돔만 수십개다. 사내는 준비해왔던 콘돔을 모조리 사용했다. 아마 콘돔이 더 있었다면 아직까지 게헨나와 하고 있었겠지.
“…게헨나?”
“…….”
“…깨어 있지?”
“…그래.”
머리카락이 덮여 있어 얼굴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역시나 깨어 있었던지 그제야 게헨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이 위태위태해 보여 김수현이 얼른 다가갔다. 그가 손을 내밀어 게헨나를 부축하려 할 때, 게헨나가 그의 손을 살짝 쳐냈다.
“…건들지 마라.”
“…게헨나?”
“지, 지금 만지면……. 안된다……. 조금 민감해서…….”
사내가 저렇게 절정 할 동안 같이 오르가즘을 맞았던 만큼 그녀의 몸도 정상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것을 잘 알기에 김수현은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대가 그토록 흥분한 얼굴을 보았으니 나는 기쁘다.”
“…….”
“마음 같아서는 그대의 품에 안기고 싶지만……. 이 상태로는 무리다. 지금은 그저 씻고 싶다.”
“…내가 씻겨줄까?”
“아니. 사랑하는 이에게 다른 남자의 흔적을 지워 달라고 할 수는 없지. 그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뭐라도 되려는 김수현의 손길을 마저 거부한다. 게헨나에게 있어 그저 죄인일 뿐인 김수현은 그럼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위태롭게 욕실로 향하는 게헨나. 그 뒷모습을 보던 김수현은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
그렇게 숨을 고르던 김수현이 문득 고개를 내려 고간을 보았다. 어떻게든 억누르려 했으나 이 빌어먹을 육신은 다시금 흥분해 단단해져 있다. 그러자 찝찝한 감각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축축하고 진득한 감각. 말하기 처량하지만 김수현은 게헨나와 남성의 관계하는 모습을 보며 몇 번이고 사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토록 흥분하던 광경을 눈 앞에서 보는데 흥분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렇게 고결하던 게헨나가 마력 한 방울 없는 남성에게 범해지며 쾌락에 몸부림치는데 어찌 흥분을 안 할 수가 있을까.
김수현은 그런 흥분 속에서 가까스로 이성을 유지하며 욕망을 억눌렀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 자리에서 바지를 내리고 자위했을지도 모른다. 게헨나가 다른 남자에게 범해지는 것을 보며, 그녀가 보는 앞에서 자위하는 모습을 보였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절로 식은땀이 흘렸다.
“…미쳤구나 진짜.”
그리고 이 미친 몸은, 그런 광경까지 상상하며 더욱 흥분하고 있었고.
하지만 이런 상황까지 내몬 상태에서 그녀에게 더는 상처주고 싶지 않았기에 김수현은 꾹꾹 참아내었다. 금방이라도 게헨나를 덮치고 싶었지만 그녀의 말도 있었고 그것은 숙소에 돌아가서 해도 될 일이니 지금은 참아야 할 때였다.
그렇게 김수현은 게헨나를 기다렸다.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테이블을 이리저리 만지는 도중, 위에 있는 종이 한 개를 발견했다.
“…영수증?”
편의점에서 사며 받은 듯한 영수증. 그것을 확인한 김수현이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콘돔 다섯 상자. 그것이 적나라하게 쓰여 있었다. 아마 게헨나와 만난 사내가 사용하기 위해 구매한 것일 터.
다시금 뜨거워진 숨을 억지로 참아내며 김수현은 영수증을 와락 구겼다. 그리고 휴지통으로 던지려는 찰나, 김수현의 눈이 크게 치떠졌다.
“다섯 개라고……?”
김수현이 얼른 침대를 바라보았다. 여기저기 널린 콘돔들. 그리고 한곳에 쳐 박혀 있는 상자를 확인한 김수현은 그것의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상자는 단 네 개. 사내는 콘돔을 사용하면서 치우지 않고 그대로 주변에 던져 놓았다. 분명 치우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김수현의 시선이 다시 휴지통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안을 확인한 김수현은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게 왜……!”
나머지 하나의 상자. 그것이 휴지통에 버려져 있었다. 그것도 모두 사용된 채로.
정액이 가득 담겨 줄줄 흘리는 고무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그것을 보는 김수현의 시선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왜……. 저것들이 왜!
믿을 수 없다고 생각되면서도 하나의 상상만이 자꾸 머리에 차오른다. 게헨나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계속해서 주체하지 못하고 떨려온다.
“마, 맞아. 게헨나가 그럴 리 없어. 게헨나가 그럴 리……!”
그러나 콘돔은 분명하게 사용되어 있었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이 사실은 변함없는 사실.
김수현은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 게헨나와 이미 약속한 것이지만 지금 그 규칙 따윈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
그의 의지에 따라 마력회로가 다시 회전하기 시작한다. 맹렬히 회전하던 마력이 온몸을 돌다 한곳으로 집결되기 시작했다.
눈. 제 3의 눈이 열려 이 장소의 과거를 끌어와 그의 눈 앞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003
김수현과 만남을 약속한 시간으로부터 약 3시간 전.
게헨나는 집을 나와 정처없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정처없다기 보다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고 봐야 옳다. 그녀는 명백히 목적지를 정하고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러나 평소보다 생각이 많았다. 웬만하면 넋을 놓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게헨나였지만, 최근 고민이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다름아닌 김수현에 대한 일이다. 그가 안고 있던 심리적인 병을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그의 고통을 덜어줄, 그러면서도 그의 마음에 한층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한낱 남편의 유희를 위한 필요 존재인 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몸보다 더 먼저 깨우치고 그의 마음에 먼저 들어섰다.’
제갈 해솔. 그저 하찮은 존재라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았던 인간 계집. 그러나 감히 우습게 볼 계집이 아니라 게헨나는 인정했다. 정확히 다른 사내의 물건을 받으면서 김수현의 욕망을 최대치로 끌어냈을 때, 게헨나는 참을 수 없는 질투심을 느꼈다.
그뿐일까. 다른 계집들 역시 자신보다 더 그에게 한발자국 다가가고 있었다. 스스로 자각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어찌됐건 김수현에 의해 그가 바라는 대로 되고 있으니 자신보다 몇 발자국 더 그에게 다가가 있는 셈이었다.
‘화정, 그 계집은 인정할 수 없다며 성을 냈지만…….’
아직도 정처의 꿈을 꾸고 있는 화정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녀만을 신경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녀에게 자존심은 김수현에 대한 우선 순위. 오로지 그것뿐이었으니.
그렇기에 게헨나는 며칠 밤낮을 새며 계속 생각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더욱 특별해야 그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하는. 단순히 다른 남자를 잡아 자기에는 그다지 큰 특정 포인트가 없다. 무언가 강렬하게, 그의 마음에 확실하게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런 고민을 하며 게헨나는 한 가게의 앞에 도착했다. 창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책장과 책들. 요즘 그녀가 자주 가던 대형 서점이었다.
이 세계의 서적을 읽으며 꽤나 흥미를 얻었던 그녀로서는 결국 이런 곳에 기댈 수밖에 없었기에, 결국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따르릉—.
문을 열자 걸어 놓은 종이 작게 울렸다. 손님을 받으려 자리에서 일어난 종업원 남성이 그녀를 보고 움찔 몸을 떨었다.
“어, 어서오세요. 또 오시네요?”
“아아, 찾는 게 있어서.”
“그, 그러십니까? 그, 그럼 찾아보시고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찾아주세요.”
“알겠다.”
왜인지 자신을 보며 몸을 떠는 남성을 뒤로하고 게헨나는 서점 안으로 들어섰다. 항상 가던 코너로 가려는데 그녀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아, 한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네, 네? 아, 마, 말씀하십시오.”
“혹시 남녀 간의 정에 대해 기록되어 있는 서적들이 있는가?”
“…예?”
“남녀 간의 정 말이다. 그래, 그대들의 말로 따지면 섹스라고 하던가?”
“…….”
섹스. 그 단어 하나에 남자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당황해 하던 직원은 근처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그런 용도의 코너는 있긴 있습니다만…….”
“그런가? 그러면 그쪽으로 안내하도록.”
“…….”
“뭘 하고 있는 것이냐.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도록.”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하대. 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종업원은 쭈뼛거리며 천천히 그녀를 안내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 들어서는 입구부터 미성년자 출입 금지 표지가 걸린 공간에 게헨나가 들어섰다.
“음, 확실히. 내가 원하던 곳이 맞느니라.”
주변을 잠시 훑어본 게헨나가 만족스런 기색을 흘린다. 그리고 그 담담한 얼굴로 책 한권을 빼어 읽기 시작하는데 그것을 본 종업원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음, 이건 너무 평범하다. 좀더 과격한 건 없는 건가?”
“과, 과격한 거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랑하는 사이의 부부가 다른 이와 정을 나누는 것.”
“…예?”
“분명 확실하게 들었으면서 또 대답을 요구하는구나.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확실히 듣긴 했다. 하지만 워낙 뜬금없는 소리라 당황해서 물은 것뿐. 종업원이 얼른 고개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순간 잘못 들었나 해서.”
“나의 의도 전달 방식에 의문을 품지 마라. 이 몸은 말이 아니라 의지를 직접 전달하고 있는 것이니.”
“예? 아, 네, 네.”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종업원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선지 그녀가 말을 하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 그녀의 말에 반박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어찌 됐든 게헨나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했기에 남성 종업원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녀를 한곳으로 안내했다. 어느 지점에 이른 그가 책장에 꽂힌 책들을 가리켰다.
“차, 찾으시는 내용이 아마 이런 종류의 것들인 것 같은데…….”
“네토라레? 이것인가?”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다른 이에게 빼앗기는 그런 류의 장르를 뜻하는 말이니까요.”
“음. 뺏긴다라……. 이 몸은 딱히 빼앗기려 하는 게 아니다만. 뭐, 크게 다르진 않겠지.”
책장에 손을 뻗어 한권을 꺼내 펼쳐보기 시작한다. 순간 게헨나의 말을 들은 종업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지만 그녀는 책장을 빠르게 넘기고 있는 중이었다.
“흠, 어리석기 그지없구나. 갖고 싶은 존재라면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이 당연한 도리일 터. 이렇게 지켜보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건 그야말로 최악이다.”
“…….”
순식간에 한권을 정독한 게헨나가 다른 책을 집어 들었다. 방금은 힘없는 남성이 소꿉친구를 학교 일진에게 빼앗기는 내용이었다면 지금 꺼낸 것은 성적 욕구가 강한 아내가 남편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는 내용이었다.
“자고로 정실이란 부군의 옆을 항시 보필해야 하는 것. 합의된 것도 아닌데 부군 몰래 외도라. 실로 한심하기 그지없군.”
“…….”
그렇게 게헨나는 책을 바꿔가며 감상평을 남겼다. 권력의 협박에 몸을 내주는 여인에게는 용기가 없다고 나무랐으며 돈을 위해 몸을 파는 여인에게는 저런 용기면 다른 무엇을 해도 성공했을 것이라 평했다.
그렇게 여러 책을 완독하는 와중, 한 책을 열어본 게헨나는 몸을 움찔 떨었다.
“…남편과 합의된 외도라.”
“…요 근래 가장 많이 팔린 책입니다.”
“그런가? 요즘 유행이란 것인가?”
“…그, 그렇죠.”
“유행이라…….”
방금 전까지 와는 달리 책을 읽는 게헨나의 표정은 진중하기 그지없다. 그것을 바라보는 종업원이 침을 꼴깍 삼켰다. 한없이 조마조마한 얼굴.
아까보다 책을 넘기는 속도도 느리다. 책을 읽는 게헨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내가 다른 남성에게 안기는 것을 보고 흥분감을 느낀다. 배덕감이라…….”
불현듯 게헨나가 종업원에게 물었다.
“이 책에 대해 알고있다 했느냐. 너의 생각은 어떻느냐?”
“…예?”
“재미없는 반문은 그만 두라 했거늘. 아무튼 이 책의 내용에 대해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다.”
“그, 그야 보는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흐, 흥분되기도 하죠.”
“경험담은 없느냐?”
“모, 모태 솔로인데요?”
모태 솔로. 그것이 무엇인지 소설을 읽으며 배운 게헨나는 혀를 차며 사내를 흘겨보았다. 그래서일까? 사내가 조금 분한 얼굴로 답했다.
“하, 하지만 반대의 입장은 경험해 본 적 있습니다!”
“반대의 입장? 여기 이 남자의 역할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게헨나가 책을 보며 가리킨 캐릭터. 남편이 관전하는 와중에 그의 아내를 차지하고 있는 남성이었다.
고통스러운 얼굴로 지켜보는 남편과 여유로운 미소로 아내를 농락하는 남자. 그의 우람한 물건에 여성은 남편의 앞에서 쾌락에 잔뜩 물들어 울부짖고 있다. 그 상태에서 남편이 더 잘 볼 수 있도록 사내는 압도적인 테크닉으로 여성을 완전히 녹여갔다.
“흐음? 이 남자와는 달리 그대는 그리 능숙해 보이지 않는데?”
“느, 능숙하지 않아도 경험은 있습니다! 이, 이런 저라도…….”
“말해보라.”
“저 같은 사람이라 골랐다고 그쪽에서 그랬으니까요…….”
“그대 같은 사람?”
종업원이 기죽은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굉장히 수치스러워하는 기색.
“…저같이 하찮고 능력없는 사람에게 당하는 게 더 흥분된다고 하더군요.”
“…음, 그건 잘 공감이 되지 않는구나.”
“저 같이 외모도 떨어지고 나이도 먹은 중년인에게 범해져야 배덕감이 더 크게 충족이 된다 했습니다. 그리고……. 훗날 복잡한 일이 생길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해서…….”
“흠, 배짱이 없어 보이긴 하는구나.”
“큭.”
이를 악물며 침음성을 삼키지만 딱 그뿐이다. 더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게헨나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외모는 하찮기 그지없다. 머리는 숱이 없어 속이 보였고 얼굴은 주름과 기름이 가득해 지저분해 보인다. 더군다나 살쪄 튀어나온 배는 자기관리에 한없이 소홀하다는 것을 뜻했다.
여러모로 김수현과 정 반대되는 사내.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사내다. 하지만 그렇기에 게헨나는 그에게 무언가 꽂혔다.
“사내로 태어나서 자존심도 없나 보구나. 정말로 하찮기 그지없어.”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대의 말에 관심이 가긴 하는구나. 그대같이 하찮고 못나고 자존심도 없는 이에게 당한다면 확실히 그이에게 큰 자극이 되겠지.”
“…예?”
이게 무슨 말일까? 종업원의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와중 게헨나는 손가락 끝으로 그의 턱을 들어올렸다.
“좋다. 너로 정했다. 어떻느냐. 나랑 한번 정을 나누어 보겠느냐?”
“…예? 네, 넷!”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는 머리지만 종업원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게헨나에게서 보여지는 붉은 눈동자가 꿈틀거리며 그의 마음을 통째로 뒤흔드는 느낌.
“좋다, 그럼 가자꾸나.”
“예…….”
하얀 손가락이 턱에서부터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업원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뒤돌아 나가는 게헨나의 뒤를 천천히 따랐다.
“장소는 그대가 정하라.”
아직 근무시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뒤따라 나온 종업원은 게헨나의 요구에 의해 모텔촌으로 이동했다. 높이 올라간 건물들. 화려하기 그지없는 외견이지만 게헨나에게는 한없이 초라하기만 한 건물이었다.
“하, 고작 이런 곳이더냐. 그대가 자주 애용한다던 장소가?”
“…저, 저 같은 서민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웬만한 커플들도 다 이런 곳을 사용하고요.”
“흠, 그런가. 뭐, 이곳의 규칙인 이상 따를 수밖에 없지. 앞장 서거라.”
게헨나가 턱짓을 하자 종업원은 움찔 떨며 모텔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다 멈칫하고 게헨나에게 슬쩍 물었다.
“저, 저기 혹시 남편 분도 부르시는 건가요?”
“물론이다. 애초에 그를 위한 자리이니.”
“…그, 그러면 당연히 콘돔을 사용해야겠죠?”
“음? 그 잉태를 피하기 위한 도구 말이냐? 나는 굳이 상관없다만…….”
종업원의 얼굴에 묘한 기대감이 솟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게헨나 정도의 미인이다. 그녀의 본 정체를 아는 자라면 감히 욕정을 가질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만, 일반인에게는 그저 어마어마한 미녀에 불과하다. 그런 여자에게 콘돔없이 삽입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꿈의 영역이 아닌가!
하지만 곧 나온 게헨나의 말은 그의 기쁨을 시들게 했다.
“아니지. 다른 곳은 몰라도 그곳은 그이만의 것. 수나가 잉태된 곳이다. 그곳에 다른 이의 씨앗을 품을 수는 없다.”
“…예.”
결국 콘돔을 사야만 했다. 해서 사내는 모텔에 들어서기에 앞서 근처 편의점에 먼저 들렸다.
“어서 오세…….”
편의점에 들어서자마자 편의점 알바생의 눈이 커다래진다. 당연히 게헨나를 미모를 보고 놀란 것.
괜히 사내는 어깨가 든든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콘돔을 집어 들었다. 그러다 슬쩍 게헨나를 쳐다보았다.
“…며, 몇 개나 살까요?”
“음? 그것을 왜 나에게 묻느냐? 당연히 그대가 쓸 만큼만 사면 될 것을.”
“…네? 그 말은 제 마음대로 사라는 말씀……?”
“당연하지 않느냐. 오늘 그것을 사용할 사람은 오직 그대 뿐이다.”
생각 외로 어마어마한 말이 나왔다. 사내는 저도 모르게 콘돔을 하나 더 집었다. 그렇게 두개를 들고 카운터로 간 사내. 여전히 멍한 얼굴을 한 종업원에게 계산을 종용했다.
“…합쳐서 만원…….”
“아, 잠시만요!”
그러다 갑자기 몸을 돌려 콘돔 코너에 달려가는 사내. 그가 하나의 콘돔을 더 가져왔고 다시 계산하려 하자 또다시 뒤로 돌아 콘돔 코너로 달려갔다.
그렇게 두, 세번 반복 끝에 결국 다섯 상자를 구매한 사내. 그가 떨리는 얼굴로 모텔로 들어갔고 그 뒤를 따라 게헨나가 모텔 방안으로 들어섰다.
“저, 그, 그럼 이제 어떻게……?”
“기다리거라. 남편을 부를 테니.”
곧 스마트폰을 매만지는 게헨나를 보며 남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도 꿈에 빠진 기분이다. 저런 미인과 섹스를 할 수 있다니.
서점에 처음 왔을 때부터 한눈에 반했다. 감히 좋아한다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외모에 마치 여신을 보듯 동경심에 빠져들었다.
해서, 게헨나가 서점에 올 때마다 감히 말을 건넬 엄두조차 안 났다. 그래도 가끔 ‘또, 또 오셨네요?’하고 용기 내어 말을 걸었을 때 ‘그래, 수고하거라.’라는 대답을 받아 날 것 같이 기뻤었다.
그렇게 단순히 예의적인 인사뿐이라도 이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고 지내는 와중, 이런 어마어마한 이벤트가 발생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 와중, 한편으로는 의심도 솟을 수밖에 없었다.
‘호, 혹시 일부러 접근한 꽃뱀 아닐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형편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여자가 접근한다? 저렇게 태연한 얼굴로?
처음엔 이상하게 홀린 기분이라 생각지도 못했지만 여기까지 오니 하나, 둘씩 불안감이 솟아오른다. 요즘 그 흔한 스마트폰도 저렇게 독수리 타자로 사용하는 걸 보니 더욱 그렇다.
“저, 저기……!”
“음?”
“호, 혹시 남편분이 아니라……. 다른 분이 오시는 건 아니겠죠?”
“다른 분? 누구 말이냐?”
“그, 그게 호, 혹시 경찰이라던가, 아니면 무서운 형님들이라던가…….”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당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게헨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설마 이 몸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저, 저 같은 놈을 대체 왜 선택하신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아서…….”
“그대가 말했지 않느냐. 그대 같은 인간이기에 배덕이라는 감정에 더욱 자극이 갈 것이라고.”
“…정말로 그게 다입니까?”
“그럼 뭐가 더 있겠느냐. 그대의 가치는 딱 그것뿐이다.”
게헨나는 딱 사실만 늘어놓았다. 사내의 용도는 딱 그것뿐. 김수현을 자극시키기 위한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내의 어깨가 또 축 늘어졌다.
“…그렇군요.”
“뭘 그리 기죽어 하는 것이냐.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리 기뻐하지 않았느냐.”
“다, 당연히 부인과 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발끈하던 사내가 다시 꼬리를 내린다. 게헨나는 한숨을 쉬었다.
“뭘 그리 걱정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그대는 그저 약속대로 행하기만 하면 된다.”
“…말을 그렇게 하셔도.”
“흠, 대체 무엇을 해야 나를 믿을 것인가.”
“…….”
“말을 해 보아라. 내가 무엇을 해야 그대가 믿을 것인가.”
사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잠시 망설이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슬쩍 말한다.
“지, 지금 한번만 하게 해주시면…….”
“…지금 말이냐?”
“아, 아닙니다. 제, 제가 헛소리를……!”
“뭐, 좋다.”
저도 모르게 실언을 했다는 생각에 얼른 부인하려던 사내가 우뚝 멈추었다. 그의 눈에 의문이 가득 찼다.
“바, 방금 뭐라고……?”
“어차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본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한번 테스트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예?”
게헨나가 한숨을 쉬며 겉옷을 벗었다. 고급스러운 티가 좔좔 흐르는 코트가 의자에 걸리고 몸매가 드러나는 검붉은 스웨터가 사내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대의 기색을 보니 그이가 왔을 때 제대로 힘을 못 낼 것 같기에 하는 소리다. 모처럼 마련한 자리다. 괜히 김을 새면 오히려 그이가 크게 실망할 터. 나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 그럼……?”
“어차피 이쪽이 협조를 받는 입장이니 그대의 상태도 조절해 두어야 겠지.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대가 원하는 것을 해도 좋다는 것이다.”
“허, 헉?!”
그리 말한 게한나가 천천히 웃옷을 벗어간다. 망설임없이 검붉은 스웨터를 벗어내자 마찬가지로 검붉은 속옷에 감추어진 커다란 살무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을 본 사내가 쩍 하고 입을 벌렸다.
정열적인 머리카락과는 달리 새하얗기만 한 피부. 무언가 기묘한 위압감이 들면서도 한없이 가녀린 어깨 아래로 부드러워 보이는 젖가슴이 작게 출렁인다.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진 군살 없는 복부를 보자 사내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왜 그러느냐? 그대가 원한 것이지 않느냐. 그대도 슬슬 옷을 벗는게 수월할 터.”
“아, 예, 예!”
그 말에 사내도 허겁지겁 옷을 벗기 시작했다. 대충 걸친 자켓을 얼른 의자에 걸고 후줄근한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 둘씩 푼다. 그러면서도 절로 움츠려질 수밖에 없었다. 추하기만 한 자신의 몸과는 달리 완벽에 가까운 게헨나의 아름다운 몸매를 보니 절로 수축이 된다.
그렇게 게헨나의 롱치마까지 벗겨졌다. 생각했던 대로 길다란 각선미를 자랑하는 다리가 드러나자 사내역시 마저 바지를 벗었다.
속옷 차림의 아름다운 미녀와 마찬가지로 속옷 차림의 초라한 중년 남성. 당당하게 몸을 핀 게헨나가 움츠리고 있는 사내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을 하느냐? 어서 오지 않고.”
“…그, 그것이.”
“이제 와서 후회가 되느냐?”
“그, 그건 아닙니다만!”
“아니면.”
오히려 사내에게 걸어가는 게헨나. 그녀가 어깨를 잡아 돌리자 사내는 움찔 떨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의 턱을 아까와 같이 손끝으로 들어올리며 시선을 가까이 마주한다.
“이 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냐.”
“아, 아니, 그, 그럴 리가! 부, 부인의 몸과 같이 아름다운 몸을 저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헌데 왜 그리 움츠려 있는 것이냐. 사내라면 사내답게 자신감을 좀 가져 보거라.”
“하, 하지만…….”
계속해서 움츠러드는 마음을 어쩌지 못한 사내가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부, 부인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저도 모르게 자꾸 위축이 돼서……. 죄, 죄송합니다!”
“흠, 마력을 봉인했음에도 그 정도인가.”
의문을 알 수 없는 말. 그렇게 중얼거린 게헨나가 그대로 손을 뻗었다.
“허, 헉?!”
“저항하지 말거라. 몸에 힘을 풀도록.”
그녀의 새하얀 섬섬옥수가 향한 곳은 바로 사내가 두 손을 가리고 있는 고간이었다. 부드러운 감촉의 손이 자신의 손을 슬며시 밀어내며 안으로 파고 들기 시작한다.
“어, 어흑!”
“그래, 저항하지 말아라. 이 몸이 어느정도 도와줄 테니.”
“아, 아윽!”
그의 손이 완전히 열렸다. 그리고 그의 고간에 여신의 아름다운 손이 드디어 닿았다.
그것만으로 사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감격스러우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감각에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았다.
아니, 정말로 사정감이 차올라 사내가 격하게 몸을 떨었다.
“어, 어흐으윽!”
“음?”
사내의 몸이 크게 격동하며 정을 내질렀다. 속옷의 위로 만지고 있지만 그 뜨거운 것이 그대로 느껴져 게헨나가 그대로 행동을 멈추었다. 축축한 느낌. 김수현의 것이 아닌, 다른 사내의 씨앗이 그녀의 손에 점점 번져간다.
“죄, 죄송합니다! 부, 부인의 손의 감촉이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흠, 그렇게 사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금 실망이구나.”
“죄, 죄송합니다!”
“뭐 어쩔 수 없지.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다시 세우면 될 문제지 않느냐.”
“그, 그게 바로는 조금 불가능해서…….”
죄인이라도 된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 사내의 말에 게헨나가 처음으로 분노의 기색을 보였다.
“무엇이라? 그만한 힘도 가지고 있지 않단 말이냐!”
“죄, 죄송합니다! 하, 하지만 남자들은 원래 한번 사정을 하면……!”
“변명은 필요없다. 당장에 내 부군만 해도 몇 번이나 발정하는데 어디서 거짓을 고하느냐.”
“마, 말도 안됩니다…….”
“하아, 이 어찌 한심한 사내인가.”
처음으로 게헨나가 답이 없다는 얼굴을 보였다. 사내의 어깨가 다시 크게 풀이 죽어가는데 게헨나가 품속에서 하나의 주머니를 꺼냈다. 여러 알약이 들어가 있는 봉투. 바로 신상용이 제조했던 엘릭서를 첨가한 정력제였다.
“혹시 몰라서 하나 챙겨둔 것을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그, 그게 뭡니까?”
“그대 같은 사내들을 위한 묘약이지. 섭취하거라.”
그것을 받아든 사내는 어쩔 줄 몰라했지만 그건 잠시였다. 게헨나의 눈초리에 못이긴 사내가 결국 몇 알을 털어 그대로 입으로 집어넣었다. 약의 효과는 금방 찾아왔다.
“어, 어?”
“드디어 사내다운 모습을 좀 보이는 구나. 자.”
갑작스레 커지는 물건. 사내도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내려다보는데 게헨나가 그대로 속옷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빳빳하기 그지없는 물건이 툭 하고 튕겨져 나오자 본인도 크게 놀란 얼굴을 보였다.
“이, 이게 대체……?”
“그래도 남자 구실을 하는 모양새구나. 그이보다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이 정도라면…….”
“그, 그 말은 조금 상처받는데요…….”
“사실인 걸 나보고 어쩌란 말이더냐. 그것보다 시간이 점점 가는구나. 곧 있으면 남편이 올 터.”
“…….”
“이대로 시간을 그냥 보낼 것이냐?”
여전히 여유 가득한 미소의 게헨나. 그녀를 본 사내의 얼굴에 슬슬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
“킥, 약의 기운이라지만 역시 아래가 힘이 넘치니 자신감도 넘치는 모양이구나.”
“…저, 정말로 제 뜻대로 해도 좋다는 말씀이시죠?”
“몇 번을 말하게 하느냐. 이 몸은 같은 말을 하는 걸 제일 싫어한…….”
게헨나가 도중에 말을 멈추었다.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밀치며 사내가 그대로 침대로 눕힌 것이다.
“…그럼 각오하십시오. 제 온갖 기술을 다 더해 부인을 가게 만들겠습니다.”
“킥, 마음대로 해 보거라.”
마지막까지 날아온 비웃음. 그것을 본 남성이 더 이상의 망설임을 끊어버렸다.
#004
욕망에 물든 사내가 천천히 손을 뻗는다. 그의 손이 가슴에 닿자 게헨나는 가만히 그 행동을 지켜보았다.
처음엔 움찔 떨면서도 점차 과감하게 만져가는 손길. 다른 사내의 손에 가슴이 주물러지자 조금 색다른 기분을 느낀다.
‘…그저 육신을 만져지는 것이다만. 조금 껄끄럽구나.’
이것이 사랑이라는 이에게 받아야 하는 애정 어린 행동이란 걸 잘 알고 있으나 그래도 그저 육신의 교류라고 생각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와 하던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꽤나 크게 다가온다. 단순히 가슴만 만져질 뿐이지만 머릿속으로 계속 김수현이 떠오른다.
“하아, 부인……. 부인의 가슴을 제 더러운 손이 만지다니.”
“쓸데없는 소릴. 하는 짓에 집중하거라.”
“…예.”
가만히 주억인 사내가 더욱더 손을 움직인다. 처음엔 살만 건드리듯 만지던 손길이 이제는 조금 과격하게 주무르기 시작한다. 사내의 손 안에서 마구 일그러지는 젖가슴. 브래지어가 살짝살짝 들리며 그 안에 있는 유실이 얼핏 드러난다.
“부, 부인의 젖꼭지가……!”
“말이 많구나.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과감하게…… 음.”
“쫍, 쫍.”
희한하게 사내가 말할 때마다 민망한 기분이 들어 다그치려는 찰나, 게헨나가 숨을 들이켰다. 예고도 없이 사내가 젖가슴을 물었기 때문이다.
조금은 따뜻하면서 축축한 감각이 민감한 부위를 찌른다. 왕으로 태어난 수나에게도 한번도 물리지 않았던 가슴을 이 사내에게 빨리고 있다.
김수현만 애용했던 부위. 그곳을 이 이름모를 사내가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하아, 부인의 이곳……. 마치 꿀을 발라 놓은 것처럼 맛있습니다.”
“…시끄럽느니라.”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실이라 저도 좀 의문이어서…….”
잠시 그렇게 말한 사내가 다시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가슴을 가득 모아 양쪽으로 번갈아가며 입술로 유두를 깨문다. 그 와중에 잘근잘근 이로 씹기까지 해 게헨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미, 민감하신 건가요?”
“무슨 소리냐? 이 몸이 네게 느낄 리가 없지 않느냐.”
“그, 그런 가요?”
냉철한 말에 움찔 떠는 사내. 그러나 그러면서도 손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질릴 정도로 가슴을 주무르는 사내에 의해 브래지어는 거의 벗겨진 거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가슴으로 흘러내린 천이 거슬리는지 사내가 그것을 풀어 한쪽에 떨어뜨렸다.
“그, 아, 아래도 해도 될까요?”
“…아까도 말했지 않느냐. 네 뜻대로 해보라고.”
“아, 알겠습니다.”
잠시 떨어져 나간 손이 점차 아래로 내려간다. 게헨나의 몸을 좀더 느끼려는 듯 그녀의 매끈한 복부를 만지며 내려간 손이 게헨나의 허벅지에 닿았다. 마찬가지로 주물러지는 살결. 그런 그의 손이 더 내려가 게헨나의 종아리, 그리고 발에 닿았다.
“…어떻게 이런 몸이 있을 수가 있을까요? 정말 너무도 아름다우십니다.”
“지고의 몸이다. 이 몸보다 나은 육신이 있을 리가 없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전부터 느꼈지만 사내에게 있어 게헨나는 조금 이상한 어투를 쓰는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흐르는 특유의 위압감과 분위기가 오히려 그 하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였다.
그녀에 홀리다 보니 자연스레 하인이 된 것 같다. 마치 자신이 그녀의 봉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사내는 게헨나의 얇은 발목을 주물렀다. 티 하나 없는 매끈한 살결을 매만지며 사내가 점차 고개를 내려 그녀의 발가락 앞에 얼굴을 가져갔다.
“하아, 하아…….”
“…무엇을 하는 거지?”
“하아, 부인의……. 냄새를…….”
“…징그러운 짓을 하는구나.”
순간적으로 발끈한 게헨나가 발을 빼려 했으나 사내는 잡고서 놓아주질 않았다. 멍한 눈으로 코가 닿을 듯이 가깝게 그녀의 발에 다가간다.
“…아닙니다. 부인의 체취가……. 너무나도 향긋하여 저도 모르게 그만.”
“그, 그만 두어라. 왜, 하필 그곳을……!”
게헨나가 저도 모르게 반응했다. 하필이면 발바닥에 코를 박는 행위를 해 저도 모르게 거부감이 생긴 것. 하지만 오히려 사내는 코를 들이밀어 그녀의 발바닥을 냄새 맡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부인……!”
“미쳤느냐? 얼른 떨어져라!”
“부인께서 제가 원하는 대로 하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부, 부인의 냄새를……. 부인의 체취를 좀 더 맡고 싶습니다.”
“그, 그거라면 다른 곳을 맡아도 되지 않느냐!”
이제는 거의 반항에 가까운 몸부림으로 바둥거리는 게헨나였으나 사내는 오히려 입을 벌려 그녀의 발을 핥기 시작했다.
“하악, 하악!”
“그, 그만 두어라!”
“헥, 헥……! 부, 부인!”
“그, 그만두래도! 흣?!”
길게 뻗어진 혓바닥이 그대로 발바닥을 핥아 올린다. 순간 게헨나가 숨을 들이키며 등을 세웠다. 마치 날카로운 벼락이 등을 훑고 지나간 것 같다.
“쯉, 쯉, 쮸읍……. 하아, 하아.”
“아, 읏, 으흣……! 읏!”
완전히 붙잡힌 양 발목. 발 이곳 저곳을 타액을 남겨가며 열렬히 핥아대는 통에 게헨나의 허리가 이리저리 비틀렸다.
“쫍, 쫍……!”
“아으으……!”
이제는 발가락을 입안가득 문 사내가 쪽쪽 빨아올렸다. 혓바닥이 발가락 이곳 저곳을 헤치며 드나들자 게헨나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입술을 깨문 게헨나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흘러나온다.
“하아, 하아……. 부인……!”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데 드디어 사내의 입이 떨어졌다. 슬쩍 내려다보니 위험한 눈을 한 사내가 슬금슬금 그녀의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드디어 다음 단계로 가려는 건가.’
드디어 욕정을 풀려는 것일까, 싶어 게헨나도 점차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니, 가라앉히려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올라온 사내는 그대로 멈추어 손을 옮겼다. 정확히 그녀의 발치에 꿇어앉은 사내가 다시 발목을 가볍게 움켜쥔다.
“무, 무엇을 하려는 게냐?”
“차, 참을 수가 없어서……. 부인께서 벌을 주십시오.”
“…벌이라?”
무엇을 하려는 걸까? 호흡을 간신히 가라앉힌 게헨나가 의문을 가지려는데 그의 행동이 먼저 시작됐다.
발바닥에 닿는 뜨거운 감각. 양 발바닥 사이로 끼워진 뜨거운 기둥이 위아래로 문질러지기 시작한다. 사내가 게헨나의 발목을 잡고 그녀의 발바닥을 도구삼아 자위를 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괴랄 한 상황인 것이냐?”
“아아, 부, 부인……! 저를 벌해 주세요! 그 도도한 눈빛으로 제게 벌을……!”
“지, 지금 이 몸을……. 한낱 자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냐!”
“아아, 부인!”
사내의 행위가 점점 과격해진다. 그렇게 어이가 없는 얼굴로 바라보던 게헨나는 곧 발바닥에서부터 크게 요동치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뒤이어 새하얀 정이 세차게 뿜어지기 시작했다.
푸븃, 븃, 뷰븃.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헉, 허억, 헉!”
힘차게 뿜어진 정액들이 다리에 잔뜩 엉겨 붙는다. 종아리와 발바닥, 그리고 허벅지까지 튄 정액들을 보며 게헨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 세계에 강아지라는 동물이 있었었지. 딱 그 꼴이 아닌가. 똥 오줌 분간 못 하고 좋다고 달려드는 꼴이 딱 그 짝이로구나.
정말로 한심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게헨나는 경멸 어린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내는 위축하지 않고 오히려 다시 발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허, 그렇게 내고도 바로 발정을 한단 말이냐. 욕정의 마수와도 같구나. 아니, 그 연금술사가 만든 약의 효과 때문인가?”
“죄, 죄송합니다 부인. 하, 하지만 이, 이걸로는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또 이 몸을 도구로 사용할 생각인가?”
“…허락만 해 주신다면…….”
“허.”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사내를 쳐다본 게헨나. 원래라면 곧바로 쳐낼 만한 행동이지만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를 지켜보았다.
희한하게도 지금 발에 느껴지는 단단한 감촉이 계속해서 신경 쓰인다. 코끝을 자극하는 비릿한 정액 향이나 몸에 뿌려진 진득한 감각이 이상하게 그녀의 감에 계속 걸린다.
이상하게 사내의 욕정을 뒤집어썼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기 시작했다.
“…염치도 없는 남자로고. 이 몸을 앞에 두고 고작 자위 도구만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니.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다.”
“…하, 하지만 부인께서 원하는 대로 하라고…….”
“그렇다 해도 도구로 사용하라는 말은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욕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게헨나가 그를 살짝 밀쳐내며 다리를 꼬았다. 그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내에게로 게헨나가 발 끝을 내밀었다.
“핥거라. 그토록 원했던 만큼 기회를 주지. 그대가 싸질러 놓은 흔적을 모조리 핥아 깨끗이 만들 거라.”
“부, 부인……!”
“허, 이제는 명도 거절할 생각인가. 하는 수 없지.”
돌연 게헨나가 다리를 뻗어 그의 고간을 짓눌렀다. 사내의 남근이 새하얀 발에 눌리며 그가 움찔 떨었다.
“허, 헉!”
“그렇다면 이런 벌을 줄 수밖에.”
“부, 부인……!”
“이 몸을 깨끗하게 만들기 전까진 그대에게 아무 행동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어, 어째서……!”
사내가 울상인 얼굴로 애원했으나 게헨나의 얼굴은 단호했다. 그 상태에서도 남근을 짓누르는 발을 멈추지 않는다.
“크윽!”
“그토록 바라던 벌이니라. 그대는 그렇게 계속 발에 짓눌려 바닥에 싸기만 하거라.”
“하, 하겠습니다!”
결국 사내가 항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고간을 짓누르는 게헨나의 새하얀 다리를. 그리고 그 위에 뿌려진 새하얀 정액들을 혀를 내밀어 핥기 시작한다.
“쯉, 쭙, 쭈웁 쭙.”
“…….”
자신의 발에 몸을 떨며 자신이 뿌린 정액을 핥아 먹는 남자. 별볼일 없는 모습으로 굴욕적인 짓을 하고 있는 사내를 보면서 게헨나는 기이한 감각이 몸에 차오르는 걸 느꼈다.
‘…이상하구나. 그저 하찮은 벌레의 재롱을 구경하는 것뿐인데…….’
그럴 뿐인데 희한하게 자꾸만 목이 타는 기분이다. 아까부터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의 혀가 닿을 때마다 몸이 살짝살짝 떨리는 것도 느껴졌고.
마치 김수현에게 애무를 받을 때의 감각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은가.
‘서, 설마! 말도 안된다. 이런 벌레의 봉사 따위를 그의 애정과 비교를 하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 게헨나가 고개를 맹렬히 휘저었다. 그렇게 애써 부정하는데 순간 종아리로 올라온 예민한 감각에 그녀가 다시 몸을 떨었다.
“무, 무엇을 하느냐!”
“예, 예? 이, 이곳에도 저, 정액이 튀어서…….”
“그, 그러느냐? 그럼 계속 하거라.”
괜스레 과민반응을 했다고 생각해 게헨나가 애써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다시 사내의 봉사가 재개된다. 방금 느꼈던 짜릿한 감각이 다시 전해졌으나 게헨나는 숨을 고르고 그것을 참아냈다.
‘아니다. 아니야. 이건 단순히……. 그래! 마력을 봉인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니라!’
속으로 애써 합리화를 한 게헨나는 이 현상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감각은 자연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여 그녀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읏, 음……!”
“쫍, 쫍, 쪼옵…….”
“흐응, 흣……!”
점차 올라오는 사내의 혀. 이제 허벅지 안까지 침입해 들어오기 시작하자 게헨나가 몸을 흠칫 떨었다. 숨과 함께 흘러나오는 신음소리에 그녀는 손가락을 살짝 깨물며 그것을 견디기 시작했다.
“흐응, 흣, 흥……!”
“할짝, 할짝, 쫍, 쪼옵!”
“응흣……!”
사내에 의해 한쪽 다리가 들어올려지는 게헨나. 자연스럽게 다리가 벌어지며 그녀의 상체가 뒤로 넘겨졌다. 사내의 혀가 허벅지 안쪽을 지나 뒤쪽을 핥기 시작한다. 그에게 다리가 벌려지며 핥아지는 감각에 게헨나의 숨소리가 점차 뜨거워졌다.
“하아, 하아, 부인……!”
“…음?”
애처로운 목소리에 게헨나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의 간절한 얼굴을 본 게헨나는 그제서야 자신의 발이 멈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발바닥에 다시금 내어진 정액이 묻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하, 정말 어쩔 도리도 없는 천하의 변태가 아니냐. 그렇게 짓밟히고도 그새 사정을 한 것이냐?”
“부인의 감촉이 너무 부드러워서……. 잠시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말은 많구나. 거의 다 닦아냈다 싶었거늘, 다시 이렇게 더럽혀졌구나. 이것을 어쩔 것이냐.”
멍한 사내의 얼굴 앞으로 다리를 들어올린다. 왼쪽 발바닥에 잔뜩 묻어 있는 새하얀 정액들. 그녀가 유혹하듯 흔들자 사내가 이끌리듯 그쪽으로 다가왔다.
“다, 다시 닦아내겠습니다.”
“흥, 이번엔 재빠르구나. 깨끗이 닦아내도록.”
“…예.”
그렇게 혀를 다시 내민 사내가 게헨나의 발을 핥기 시작한다. 걸쭉하게 흘러내리는 정액 무더기를 사내의 혓바닥이 크게 훔쳐 달아났다.
‘…참으로 역하기 그지없다. 본인이 낸 정을……. 본인이 탐스럽게 받아먹는 꼴이라니. 그야말로 저열한 짐승 같은 모습이 아니냐.’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그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침을 꼴깍 삼킨 게헨나는 어느덧 뜨거운 숨을 흘리며 그의 행위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쫍, 쪼옵, 쫍.”
“흐응, 그, 그래……. 실력이 조금은 늘었구나. 하긴, 이것조차 못한다면 그대의 존재 이유 자체도 없었겠지.”
“하아, 하아……. 부인.”
“조, 좀더 깨끗이 닦아 내거라. 아직 냄새가 배어 있질 않느냐.”
그녀의 종용에 입을 크게 벌린 사내가 그대로 그녀의 뒤꿈치를 베어 물었다. 양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크게 빨아들인 순간 게헨나는 저도 모르게 턱을 치켜 올렸다.
“읏, 으으……!”
“쪼오오옵, 쫍……!”
“그, 그래. 쓰, 쓰레기 치곤 꽤나 훌륭한……. 흑!”
이상할 정도로 달아오른 몸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내의 행위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감각에 몰입하던 게헨나는 문득 허벅지에 닿는 단단한 감각을 느꼈다.
“음?”
“쫍, 쫍…….”
어느새 자세가 이렇게 되었던가. 사내에 의해 잡힌 다리가 어느 샌가 높이 들어올려진 상태였다. 사내 역시 발을 따라 침대위로 올라온 상태였고 그렇게 게헨나의 발을 빨면서 그가 하복부를 게헨나의 허벅지에 닿게 붙인 상태였다.
“…….”
“쫍, 쫍…….”
허벅지에 문질러지는 단단한 감촉. 그 끝에서 새어 나온 액체가 허벅지에 묻어나는 것을 느낀 게헨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 방금까지 자신에게 정을 내뿜던 사내의 발칙한 물건. 김수현의 것보다 한참이나 작은 물건이면서도 약이 없으면 제대로 발기조차 하지 못하는 하찮은 물건이 자신의 허벅지에 닿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의 물건이 점차 밀어지며 깊게 들어온다. 그녀의 딱 붙은 허벅지 사이를 뚫고 남근이 살무덤에 끼워지기 시작했다.
‘…차, 참으로 건방지기 짝이 없는 물건이로고.’
원래 김수현을 맞이하기 위한 연습행위로 한번 품어볼 생각은 하긴 했었지만, 지금은 이 발칙한 작자에게 벌을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허락치 않은 이 행위에 그녀는 분명 호통을 쳤어야 했다.
하지만.
“흐응, 흥, 응…….”
게헨나는 검지 손가락을 살짝 문 채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사내의 단단한 남근이, 허벅지 사이를 뚫었다 빠져나갔다 하는 것에 하염없이 집중하고 있다. 그러던 그의 행위가 점점 빨라졌고 허벅지 깊이 파고든 남근이 움찔거리며 떠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느껴지는 뜨겁고 끈적한 감각을 느낀 게헨나는 순간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 사내의 정이……. 수나가 태어났던 곳 부근에 뿌려 졌느니라…….’
물론 바깥에 불과했으나 살에 느껴지는 감각은 그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허벅지 안쪽과 복부까지 뿌려진 씨앗의 느낌에 게헨나는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는 것을 느꼈다.
“아, 아아……. 제가 또 큰 실수를……!”
“…어?”
“어, 얼른 닦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너,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어?”
그녀의 생각이 미처 따라가기도 전, 사내의 행동이 먼저 움직였다.
게헨나의 발목을 잡고 활짝 다리를 벌린 사내가 고개를 내려 흩뿌려진 정액을 핥기 시작한다. 속옷 바로 앞 부근의 허벅지를 핥아 내려가는 끈적한 혓바닥. 게헨나가 순간 입을 틀어막았다.
“읏! 으으읏?!”
“쫍, 쫍, 쪼옵……!”
마치 하복부를 관통하는 듯한 격한 감각에 게헨나의 하체가 절로 떨렸다. 게헨나는 눈을 부릅뜨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절로 경악하는 중이었다.
‘이, 이럴 수가……. 내, 내가 지금 무엇을……?’
믿을 수 없으면서도 느껴지는 몸의 반응은 분명 그것을 뜻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경련하며 아래 부근이 절로 뻐끔거리는 감각에 게헨나가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느껴지는 뜨거운 습기.
‘아, 안돼, 이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뜨거운 액체가 뿜어지는 감각에 게헨나가 힘껏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 하지만 이미 허벅지 안까지 깊게 점령한 사내의 손에 가로막혀 그럴 수조차 없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는 오로지 자신이 뿜어낸 흔적을 지우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쫍, 쫍, 쫍…….”
“으흐?! 읏, 으읏!”
“쭙, 쭙…….”
“응, 으흥! 으으읏!”
다시 한번 파르르 떨리는 여체. 이제는 줄줄 흐르는 감각에 게헨나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 안된다. 이건. 모,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아…….’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육체의 반응에 게헨나는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내의 행위 하나하나에 격렬할 정도로 느끼고 있다. 그런 사내가 나머지 복부의 흔적까지 깨끗이 닦아내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핥, 핥, 핥……. 으, 음? 이, 이건 내, 내가 뿌린 게 아닌데?”
가랑이에 다시 내려간 사내의 혀. 흠뻑 젖은 그곳을 핥아 마시던 사내가 이상한 듯 고개를 주억인다. 그 말에 게헨나는 생전 느껴본 적 없는 절망감이 눈앞에 내려오는 기분이었다.
“…….”
“부, 부인? 이, 이것은…….”
“…모른다.”
“예?”
“…나는 모르는 일이다.”
눈을 가리며 말하는 게헨나를 본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러기를 잠시, 그가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손을 움직인다.
“부, 부인…….”
“…….”
“아, 아까 말씀하신 거…….”
“…….”
“계, 계속 해도 되겠습니까?”
그의 손이 게헨나의 마지막 남은 천에 닿았다. 골반에 걸려있는 진한 붉은 색의 속옷. 그 끈을 살짝 잡아 든 사내가 천천히 그것을 끌어내렸다.
게헨나의 무릎이 모아지며 그것을 저지한다. 하지만 사내가 조금 더 힘을 주어 끌어내리자 천조각은 너무나도 무력하게 그녀의 다리를 타고 벗겨져 나갔다.
“부, 부인……?”
그리고 그녀의 은밀한 부위가 드디어 공개가 되자, 사내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 말에 게헨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굳이 보지 않아도 자신의 음부가 어떤 꼴이 되었는지 잘 느껴졌기에.
사내의 손이 게헨나의 다리를 다시 벌린다. 그녀의 다리가 힘없이 벌어지며 이제 환하게 치부가 드러났다.
새하얀 살결 속에 묻힌 붉게 핀 작은 꽃잎들. 흘려낸 애액으로 흠뻑 젖어 있는 음부가 뜨거운 김을 펄펄 뿜어내고 있다. 그 진한 내음에 사내의 숨이 절로 막힐 지경.
그런 곳으로 사내의 손가락이 살짝 닿았다. 움찔 떨며 반응하기를 잠시, 그가 점점 꽃잎을 헤치며 움직이자 게헨나는 아무 저항 없이 잘게 흐느꼈다.
“으, 으윽, 으흣.”
“이, 이렇게 끈적한 늪이라니……. 부, 부인 저, 더는……!”
결국 참다 못한 사내가 남근을 잡고 그녀의 둔부에 다가갔다. 벌써 다시 힘을 되찾은 남근이 게헨나의 음부에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아, 안된다.”
“부, 부인! 어째서……!”
“그, 곳은 이미 임자가 있다하지 않았느냐.”
“…예?”
사내의 얼굴의 의문으로 가득찼다.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로 게헨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미리 사온 도구……. 그것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사내는 다급히 테이블로 달려가 봉지에 담긴 상자를 꺼내었다. 그리고 단숨에 그것을 찢어 콘돔 하나를 재빨리 끼운 다음.
“부, 부인 이거라면……!”
“…마음대로 하거라.”
그대로 게헨나의 안으로 삽입해 들어갔다.
#005
“헉, 헉! 부인……. 부인……!”
“응, 흣, 흐응, 흣!”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사내의 거친 움직임에 찰싹이는 살소리가 울린다. 게헨나는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로 사내의 그런 행동을 가만히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아니, 가만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사내의 물건이 들락날락 거릴 때마다 게헨나는 기이할 정도로 치고 올라오는 이 감각을 온 힘을 다해 참아내는 중이었다.
‘아, 안돼……! 안된다. 이, 이건…….’
금방이라도 입을 열었다가는 바로 신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게헨나는 입술을 물며 버텼다. 지금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 오로지 온 신경이 드나드는 사내의 물건에 쏠려 있다.
찌걱, 찌걱, 찌걱.
민감한 비부를 열며 침입하는 묵직함. 그것은 김수현이 들어오던 곳보다 한참을 못 미치는 곳만 두드릴 뿐이었다. 크기도, 길이도, 김수현의 그것과 한참 뒤쳐지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그녀에게 덮쳐오는 이 감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거대했다.
“으, 으윽! 부인……!”
퍽, 퍽, 퍽, 퍽.
사내의 허리가 점차 빨라지며 이제 그 간격이 매우 짧아졌다. 무자비하게 안을 쑤시는 물건에 게헨나 역시 헛숨을 들이키며 온 몸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어, 어흑……!”
사내의 고간이 딱 달라붙으며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안쪽의 물건이 꿀렁이며 경련했고 그 끝에서부터 무언가 볼록해지는 감각까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사정. 사내가 다시 한번 사정한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을 흘리는 사내가 게헨나의 풍만한 젖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살며시 주무르면서 사정의 여운을 느끼던 사내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내었다.
주르륵.
콘돔을 착용하고 있었기에 정액이 흐르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막고있던 물건이 사라지자 뚫린 뚝 마냥 뜨거운 애액을 울컥이며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찌나 뜨거운지 사내에게도 그대로 느껴질 정도.
“부인…….”
어느새 콘돔을 바꿔 끼고 온 사내가 게헨나의 다리를 벌리며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무릎을 잡고 벌리며 허리를 움직여 비부에 남근을 맞춘다. 그리고 다시 삽입되는 남근.
“으, 흑……!”
“아아, 부인……. 지, 지금껏 여러 여자를 안아봤지만……. 부인같이 뜨거운 여자는 난생 처음입니다.”
“시, 시끄럽다. 가, 감히 이 몸을 그런 하찮은 존재들과 비교를 하는 것이냐…….”
“하아, 하아. 맞는 말씀이십니다. 부, 부인의 아름다움은 다른 여성들하고는 비교도 할 수가 없죠……. 그리고 여기도 마찬가지고.”
무릎과 허벅지 이곳저곳을 만지며 만끽하던 사내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게헨나의 허벅지 안쪽과 골반을 어루만지던 손이 삽입되고 있는 부위로 이동해 건드리기 시작했다. 허리를 움직이며 구멍을 쑤시면서 엄지 손가락으론 잔뜩 부푼 음핵을 만지기 시작한다.
“응, 하아, 핫……!”
“부인……. 엄청 조여옵니다……!”
“시, 시끄럽다 하지 않았느냐! 가, 가만히 허리나 움직일 것을……! 하앗……!”
“이렇게……. 기뻐하시면서.”
“아, 아니다! 이, 이건 내가 한 것이……! 응, 하악……!”
움찔거리는 여체. 사내의 손가락이 튕길 때마다 게헨나의 허리가 크게 요동쳤다. 그에 따라 힘껏 조여오는 살결에 사내의 허리가 다시금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아, 부인, 부인!”
“하악, 학, 하악……! 또, 또 사정하려는 것이냐……!”
“네, 네……! 부, 부인의 안이 너무 조여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허리로는 잘게 움직이면서 손가락 역시 다급하게 놀리자 게헨나 역시 아래에서 올라오는 자극이 점차 커져가는 것을 느꼈다. 사내의 목소리가 한계에 다다르는 것을 느끼며 게헨나 역시 끌어오른 쾌감이 머리 속으로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 그대로……! 그대로……! 하윽……?!”
“끄으윽……!”
잘게 떨리는 허리.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경련하는 여체의 복부를 보면서 사내 역시 끓어오른 정을 그대로 내질렀다. 마치 정을 쥐어 짜내는 것처럼 요동치며 조여오는 감각을 느끼며 사내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점차 무너지는 사내의 몸. 그대로 게헨나의 위를 덮은 사내가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그런 사내의 가슴팍으로 마찬가지로 헐떡이는 여체가 그대로 느껴졌고.
“부인…….”
“…….”
대답하지 않는 게헨나였지만 아무렴 좋다는 듯 사내가 몸을 겹친 상태에서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마치 살을 문대는 것처럼. 여전히 삽입한 채로 그렇게 몸을 비비자 여체가 살짝살짝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 한 번 더 해도 되겠습니까?”
“…또 무엇을 묻는 것이냐. 이미 두번이나 한 주제에…….”
“…잠시만요.”
그렇게 게헨나의 육체를 만끽한 사내가 천천히 떨어져나갔다. 천천히 테이블로 이동한 사내가 남근에 걸려있는 콘돔을 빼내고 새로운 콘돔을 뜯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 광경을 게헨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지켜보았고.
다시금 커져가는 남근의 끝에 걸려있는 작은 주머니. 사내가 싸 놓은 정이 가득 찬, 콘돔을 보며 게헨나는 작게 침을 삼켰다. 그 주머니를 잡고 당기자 주르륵, 고무가 매끄럽게 빠져나온다. 그것을 휴지통에 휙 버린 사내가 새로운 콘돔을 주섬주섬 남근에 끼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고무가 사내의 남근에 깔끔하게 끼워졌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사내를 보며 게헨나가 호흡을 골랐다.
‘…저것이 방금 내 안에 들어온 것이구나.’
기껏 해봐야 한 뼘도 되지 않은 물건. 그저 단순한 육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물건이건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방금 느꼈던 쾌감. 게헨나 조차 영문을 모를 정도로 방금은 좀 크게 느꼈다. 아무리 마력을 봉인한 채라지만 이렇게 몸의 제어도 잘 안될 정도로 느끼는 것이 과연 정상인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저 사내가 다시 물건을 삽입해 온다면 자신은 또 방금처럼 느낄 것이란 것이었다.
사내의 몸이 점차 다가오는 것을 보자 게헨나는 자신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순간 깜짝 놀랐다.
‘이, 이 몸이 지금 긴장을 하고 있단 말인가?’
지금껏 수천년을 살아오면서 긴장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그녀다. 딱 한번을 꼽자면 수나를 출산할 때 조금 긴장을 했었다. 하지만, 단순한 상대에게 느껴본 긴장은 이제껏 단 한번도 없었다.
아니, 남성에 한에서라면 있긴 있다. 이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치면……. 김수현과 잉태 섹스를 처음 하였을 때.
지금 자신은……. 김수현과 잠자리에서 느꼈던 그 긴장감을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말도 안된다. 이런 보잘 것 없는 사내와 그이가 같을 리 없어. 그래, 이것은 이 몸의 큰 착각이니라.’
애써 부인할 뿐, 게헨나는 사내를 만류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가온 사내가 다시 침대로 올라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부인……. 방금……. 절정하신 거 맞죠?”
“…무슨 소리냐. 헛소리도 정도껏 하거라.”
“분명 느꼈습니다. 안쪽이 경련하며 꾹꾹 조여오던 느낌을. 그리고 이토록……. 흘리시지 않습니까.”
그러나 바로 삽입할 줄 알았던 것과는 달리 사내는 손을 뻗어 그녀의 가랑이로 집어넣었다. 질척이는 음부에 닿는 손가락. 그것이 닿자 게헨나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
‘이, 이게 무슨……!’
단순히 손만 닿았을 뿐인데 게헨나는 번개라도 떨어진 것 마냥 큰 충격을 느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자극이 생각보다 더욱 커다랗다.
“지, 지금 뭘 하는 것……. 흐윽!”
“…부인도 여운을 좀 느끼시게 손으로 봉사를 하겠습니다.”
“피, 필요 없느니라! 그냥 바로 집어넣고……! 흐읏?!”
찔꺽, 찔꺽, 찔꺽.
그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피부만 닿던 손가락이 살을 헤집고 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완전히 꿀물을 흘려대는 음부를 안쪽에서부터 긁어내려는 심산인지 사내의 손이 크게 원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 그만 하거라! 그, 그만 하래도!”
“…말씀과는 달리 안은 이렇게 조이십니다.”
“아, 아니다! 이, 이건 아니야! 내,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읏?!”
철퍽이는 소리가 게헨나의 귀에도 생생히 들렸다. 사내의 손가락이 깊숙이 삽입되어 안을 통째로 헤집는 것 역시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으흐흐읏, 크으읏?!”
푸슈슛, 푸슛, 푸슈슉.
그곳에서부터 퍼져 올라온 감각이 그대로 머리까지 폭발해 올라간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하얘지는 것을 느끼며 게헨나의 몸이 크게 펄떡였다. 길게 뻗어 나가는 조수. 성대한 절정이었다.
“…….”
그것을 멍하니 받아낸 사내가 입을 쩍 벌렸다. 한없이 일그러진 얼굴로 쾌락에 바들바들 떠는 여체를 본 사내는 터질 것만 같은 양물을 잡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귀두가 다시 음부에 닿았을 때, 게헨나가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간신히 말했다.
“아으, 아, 안된다. 지, 지금 그것을 넣는 것은……. 안돼…… 으으읏?!”
“부인……!”
하지만 이미 욕정에 물든 사내가 참아내기엔 너무나도 색정적인 모습이었다. 반쯤 풀린 얼굴로 말리는 게헨나의 모습이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당길 정도로 발기했으니, 이 상태에서 참는 건 절대적으로 무리였다.
그의 물건이 삽입되자 게헨나가 다시 파르르 몸을 떨었다. 단순히 자그마한 물건이 하복부에 들어오는 거였지만 마치 큰 바위가 머리를 때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이건 저, 정말 안돼……! 위, 위험하도다……! 위험하도다……!’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허리를 잡은 사내가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찌걱, 찌걱, 음란한 소리를 내며 사내의 남근이 빠르게 출납하기 시작했다.
바둥거리는 여체. 사내의 허리가 둔부를 때릴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게헨나가 고개를 흔들며 그만하라 외쳤지만 사내는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게헨나를 짓누르며 더욱 격하게 박아대기 시작했다.
“하윽, 하윽, 하윽! 제, 제발 부탁이다……! 자, 잠시만 쉬게 해다오……!”
“부인……. 부인……. 부인……!”
“히이익?! 그, 그만……!”
다시금 여체가 침대를 튕기며 떨기 시작했다. 찌익, 찌익, 하고 쏘아진 애액이 사내의 아랫배를 때렸다. 하지만 이번엔 절정에 이른 건 여자 쪽 뿐이었는지 사내는 조금도 쉬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아아아아! 그, 그만! 그마아아아안!”
“끄으으으으윽!”
“악……! 아으으으읏?!”
쭉 뻗어진 다리가 허공에서 부들부들 떨렸다. 사내에 의해 거의 반쯤 몸이 접힌 게헨나는 눈을 뒤집은 채 크게 절정하고 있었다. 사내 역시 마찬가지. 입에서 흐르는 침을 인지도 하지 못한 채 눈 앞이 하얘지는 큰 쾌감에 몸을 잘게 떨었다.
“흐으, 흐으, 흐으으…….”
“하아, 하아, 하아.”
뜨거운 숨을 몰아쉬는 사내에게서 침이 떨어져 내렸다. 열렬한 정사로 인해 어느새 코앞에 서로를 마주보고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터라 게헨나의 얼굴에 사내의 침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헨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쾌감에 머리속이 완전 타버린 것 같은 지경이라 인지할 수조차 없었다.
그 상태에서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사내였다. 눈 앞에 처참한 얼굴로 망가져 있는 게헨나를 본 사내의 물건이 다시 꿈틀이며 발기하기 시작한다. 사내는 그렇게 멍하니 허리를 비비며 그녀의 안을 다시금 만끽했다.
그리고 천천히 빠지는 남근. 이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며 다시 콘돔을 갈아 끼우기 시작한다.
이제는 못 참겠다는 듯 침대위로 날 듯 달려온 사내가 게헨나의 다리를 잡아 벌렸다. 멀어지는 정신 속에서 그것을 느낀 게헨나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아, 안된다! 지, 지금은 안돼……. 조, 조금만 있다가…….”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하는 게헨나.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억겁의 시간동안 지옥에 군림해 온 지공 대공. 그녀는 살면서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서 도망쳐 본 적이 없다. 그런 그녀가…….
“차,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제, 제발……. 이, 이 몸이 부탁하는 것이다. 제, 제발 조금만 쉬게 해다오.”
“…죄송합니다.”
여러 절정의 반복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녀다. 거의 엎드려 기어가는 수준의 도주가 사내의 손짓 한번으로 무마되었다. 그녀의 발목을 잡은 사내가 그대로 당기자 게헨나의 몸이 질질 끌려갔다.
잘록한 허리 아래로 탄탄하게 부푼 엉덩이를 붙잡은 사내. 그가 살짝 잡아당겨 들어올린 뒤 그대로 남근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아으으윽……! 아, 안된다……! 하읏?!”
“…하아.”
딱딱하게 굳는 게헨나. 그런 그녀의 안이 다시 조여오는 것을 느끼며 사내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으으으, 아, 안된다고 그렇게나 말했는데도……. 으으, 으, 흐으으!”
찔꺽이며 드나드는 남근. 천천히 움직이던 허리가 다시 다급하게 빨라지는 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척, 척, 척, 척.
“하윽, 하읏, 하윽……!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안돼에에에에……!”
“부인, 부인!”
“흐이익?! 으으……! 으흐윽!”
사내의 무자비한 움직임에 게헨나가 찢어져라 신음을 흘렸다. 애처롭게 침대보를 부여잡으며 애원하는데도 사내의 움직임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남근이 빠르게 삽입되며 엉덩이와 부딪히자 게헨나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으히이익?! 주, 죽는다……! 이, 이건 주, 죽어……!”
“이, 이대로……! 남편 분을 맞이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 안돼! 그것만은 절대로!”
다시금 쾌락에 떨어지려는 찰나, 게헨나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수현. 그 존재에 대해 듣는 순간 게헨나의 눈이 크게 치떠졌다.
“그, 그것만은 안되느니라. 이, 이것은 그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 하윽!”
“오, 오히려 더 좋아하시지 않겠습니까? 남편 분께서 원하시는 게……. 이렇게 부인이 제게 당하며 망가지는 것일 텐데요.”
“그, 그렇지는……! 하악, 하악!”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속해서 출납하는 남근의 존재에 게헨나가 또다시 뜨거운 숨을 흘렸다. 철썩이며 허리가 몇 번 더 왕복하자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며 다시 절정에 올랐다.
“아으, 아으으으……!”
“부인……. 저는 아직 가지 않았습니다.”
“제, 제발…….”
애처롭게 애원하는 게헨나였지만 사내는 단호했다. 다시금 엉덩이를 짚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 게헨나는 단단한 물건이 다시 헤집기 시작하자 다시 쾌락 어린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철썩, 철썩, 철썩, 철썩.
“하응, 흐응, 흐읏, 흐윽, 흣!”
“끄으윽!”
사내의 격한 움직임에 밀려 게헨나가 완전히 침대에 엎어졌다. 그럼에도 사내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깔아뭉개듯 덮친 사내가 그대로 게헨나의 안을 찍어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내의 움직임이 다시 빨라지기 시작하고. 곧 허리를 활처럼 휘며 아랫도리를 밀어 넣은 사내가 몸을 크게 경련했다.
다시금 안에서 느껴지는 사정의 감각. 쾌락에 절어 있는 몸이 그에 반응에 다시 절정에 오른다. 이번에는 얕게 오른 절정에 게헨나는 그나마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이제 시간이 다 되었다. 조금 있으면 남편이 올 것이니 슬슬 준비를 해야…….”
아직까지 울컥이는 남근을 느끼며 게헨나가 천천히 엉덩이를 들어 밀어내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잡은 사내가 그대로 몸을 돌리며 자세를 반전했다.
“마, 말하지 않았느냐. 이제 곧 그 이가 올 거라고.”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
발라당 누운 사내의 위로 나란히 누운 상태가 된 게헨나가 바둥거리려는 찰나, 그녀의 눈 앞으로 무언가가 드리워졌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물건. 비닐에 싸여 있는 새 콘돔이었다.
“…분명 이야기 했느니라. 남편이 올 시간이 다 됐다고.”
“…하지만 이것이 이대로 남아 있다면 의심하실 게 분명합니다. 뜯겨져 있는 콘돔은 생각보다 많은 의심을 하게 하거든요.”
“…그렇다면 창밖으로 던져버리면 되지 않느냐.”
“그, 그건 싫습니다.”
“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거부하는 사내의 모습에 게헨나가 혀를 찼다.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한 쾌락에 빠져 사내에게 휘둘리긴 했지만 이제는 정말 그럴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안된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되…… 니라.”
하지만 사내는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손을 돌려 게헨나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다른 손으로는 매끈하게 뻗은 복부를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그의 손이 점점 농밀해지자 게헨나의 얼굴이 다시 붉어지기 시작했다.
“…저, 정말. 더 이상은 안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흠……!”
“어, 어차피 하나 남았습니다. 빨리 끝낸다면 시간 안에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못 말리는 사내로고.”
가슴을 주무르며 유두를 건드리는 손길에 잘게 몸을 떤 게헨나가 뜨거운 숨을 흘렸다. 잠시 식으려던 열기가 다시 피어오르면서 그녀의 몸이 조금씩 민감해졌다.
‘어, 어차피 이 상태로 풀어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냥 빨리 끝내는 게…….’
아직까지 그와는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 안쪽 깊숙한 곳에서부터 다시 힘을 찾아가는 존재를 느낀 게헨나는 작게 한숨 쉬며 허리를 들어올렸다. 반사적으로 그녀를 안은 사내의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게헨나는 괜찮다는 듯 그의 몸을 토닥였다.
“도망가려는 게 아니다. 그러니 이 손을 풀도록 하여라.”
“저, 정말입니까?”
“그렇다고 하지 않느냐. 이 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 목소리에 이상하게 신뢰감을 느낀 사내가 천천히 손을 풀어주었다. 해방된 게헨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삽입되어 있던 물건이 천천히 빠져나갔다.
“…몇 번이나 사정을 했음에도 아직까지 팔팔하게 살아나는구나. 발칙한 것.”
“…저, 저도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아무래도 부인이 주신 약이 효과가 대단한 듯 보이는데……. 비아그라를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이것처럼 싸도 싸도 힘이 솟아나는 것은 처음입니다. 오히려 쌀 때마다 피곤함이 사라지는 것 같고요.”
“그러느냐. 그럴 수밖에.”
당연하다. 살아만 있다면 어떻게든 살릴 수 있다는 지고의 영약이다. 그 귀하다는 엘릭서가 첨가됐는데 이 정도의 효과는 오히려 약과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니라. 남편이 오기 전까진……. 몸을 가꾸어 놔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 근데 부인…….”
“음?”
천천히 물러나려는 게헨나를 사내가 애타게 붙잡았다. 의아한 얼굴로 돌아본 게헨나에게 사내는 우물쭈물하다 말했다.
“그, 마, 마지막이니까……. 마지막은 부인께서 직접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몸이 말이냐?”
“…예. 그, 그래만 주신다면 좀더 빨리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여성이 직접 해준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게헨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김수현과의 관계에서 수없이도 해본 경험이 있다.
“직접이라…….”
그러나 왜인지 꺼려진다. 김수현이 아닌 다른 사내에게 봉사하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게헨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아예 가망이 없지 않다고 느낀 건지 사내가 얼른 게헨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녀의 손을 발기한 남근에 가져간다.
“…….”
“부, 부인,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제발…….”
손 안에 느껴지는 뜨거운 감촉에 반사적으로 움켜쥔 게헨나. 움찔움찔 떠는 반응에서 애타게 기대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게헨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하는 수 없다는 듯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이 몸에게 이토록 발칙한 요구를 한 사내는 네놈이 두 번째니라.”
“부인……?”
“후, 그것을 줘 보거라.”
천천히 뻗어지는 손을 멍하니 바라본 사내가 반사적으로 들고 있던 것을 넘겨주었다. 그것을 이로 물어 뜯은 게헨나가 내용물을 꺼내 남근에 끼우기 시작했다.
“…….”
손안에 진득한 액체를 묻힌 미인이 자신에게 콘돔을 씌워주고 있다. 방금까지 이 여인의 안을 자신의 남근으로 수없이 헤집었음에도 지금은 그것과는 다른 쾌감에 몸이 전율한다.
그녀의 존재에 대해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하다고 느끼는 존재가 자신에게 콘돔을 씌워주는 모습은 그에게 정신적은 쾌락을 안겨준 것이다.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이러면 되는 건가.”
깔끔하게 씌워진 고무. 그것을 잡아당겨 끝까지 당긴 게헨나가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그것을 보는 사내의 얼굴에 희열 어린 기대감이 자리한다.
자신의 남근을 잡고.
“그럼…….”
자신의 위로 올라온 여인이 천천히 엉덩이를 내린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보이는 음란한 비부가 자신의 남근에게로 가까워진다. 사내의 코에 뜨거운 숨이 용광로처럼 뿜어졌다.
그리고…….
찔, 꺽.
“으음……!”
귀두에 음부를 맞춘 여인이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질척이며 조금씩 남근을 삼켜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쫄깃하게 조여오는 감촉이 귀두를 넘어 기둥에 닿기 시작했고 곧 머지않아 뿌리까지 그 감각이 확산되었다.
게헨나가 스스로, 사내의 남근을 끝까지 삽입한 것.
“그, 그럼……. 움직이마.”
“으, 으헉!”
“차, 참지 말고……. 얼른 싸 내도록 하거라…….”
천천히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둔부. 질척인 살이 기둥을 타고 딸려 나왔다가 삽입되기를 반복한다. 물건이 빠질 정도로 들어올려졌다가 다시 뿌리까지 삼키며 아래로 내려간다.
찔꺽, 찔꺽, 찔꺽.
그것이 반복되자 어느 새 두 남녀는 말이 없어진 상태였다. 오로지 연결된 부위에만 온 감각을 집중하여 그것만 느끼려고 하고 있었다.
게헨나가 그의 볼록한 배에 두 손을 얹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호흡이 어느 샌가 목구멍 아래까지 치솟아 올라온 상태였다.
‘이, 이거…….’
초조한 얼굴로 입술을 살짝 물며 허리를 움직이는데 전력을 다해 집중한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그대로 신음을 내지를 것 같았기에 그녀는 호흡까지 잊어가며 그 신경에 집중했다.
그녀가 아찔하게 떨었다.
‘이, 이 자세도 생각보다…….’
위험하다. 오히려 스스로 조절하는 게 더욱 위태롭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게헨나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돌이킬 수도 없다.
‘내, 내가 먼저 가버리면……. 시, 시간이 늦춰져서……. 아, 안돼…….’
오로지 사내가 사정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에 게헨나는 금방이라도 절정에 다를 것만 같은 감각을 억지로 참아내었다. 그래서일까?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다.
“부, 부인, 움직임이 느려 지셨는데.”
“…읏?!”
사내의 재촉에 게헨나가 저도 모르게 허리를 크게 움직였다. 의도적이지 않게 흐름이 깨지며 올라가던 허리가 아래로 뚝 떨어졌다. 게헨나의 턱이 치켜 들려지고 몸이 바르르 떨린다.
“부, 부인?”
“아으으……. 흐으…….”
너무나도 갑작스레 찾아온 절정에 게헨나가 크게 흐느꼈다. 자신의 물건을 꽉꽉 조이면서 몸을 편 채로 떨고 있는 여체의 모습에 사내도 다시 참을 수없이 욕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부, 부인……!”
“이, 이 몸이 할 차례니라……! 하, 함부로 만지지 말거…… 흐읏!”
“저, 저도 사정하고 싶습니다…….”
“마, 만지지 말거라! 마, 만지면 안된……! 하윽?!”
두 손을 뻗은 사내가 다시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출렁이는 가슴을 주무르며 그에 따라 반응하는 살결을 남근으로 느낀다. 그런 사내를 사정시키기 위해 게헨나가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처럼 망설임 없이 움직이는 허리. 하지만 다시 페이스를 잃는 건 금방이었다.
“으흐흐으……. 으……!”
몇 번 더 엉덩이를 흔들던 게헨나가 이제는 반도 들어올리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하체 전체를 휘감는 어마어마한 쾌감에 꼼짝도 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감질 맛을 느낀 사내 쪽에서 먼저 움직였다.
철썩.
“하으윽?!”
“빠, 빨리 끝내야 하지 않습니까. 저, 저도 돕겠습니다.”
“하으, 흐앗, 하아앗……!”
점차 움직이는 사내의 허리. 아까와는 달리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감각에 게헨나가 크게 떨었다. 단순히 방향만 바뀌었을 뿐인데 느껴지는 쾌감은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르다. 안쪽 깊숙이 들어오는 감각 외에도 아래에서 올려 치는 타격감이 그녀의 몸 전체를 크게 울렸다.
“아흑, 아흣, 으흐읏……!”
“부, 부인?!”
결국 쾌감에 어쩔 줄 몰라하던 게헨나가 크게 허리를 내려 찍었다. 사내가 올려 침과 동시에 여인이 내려찍자 순간적으로 가장 깊숙한 곳에 닿았다. 입술을 꾹 깨문 게헨나의 눈동자에게 기이한 열망이 떠오른다.
“모, 모르겠다. 이제는……. 그저……. 그저…….”
“허억, 부인……. 엄청 조입니다……!”
“모른다! 모르겠다! 어, 얼른…… 가기나 하거라!”
“헉!”
지금까지 소극적이었던 게헨나의 동작이 과감하게 바뀌어간다. 사내의 허리를 강하게 짚고 적극적으로 허리를 돌리기 시작하는 게헨나. 사내 역시 그 강한 쾌감에 떨며 허리를 힘껏 움직였다. 갑자기 강하게 열망하는 것이 그대로 느껴져 사내도 온 힘을 다해 그녀의 몸에 욕정을 풀도록 힘껏 움직였다.
철퍽, 철퍽, 철퍽.
“하읏, 하윽, 흐윽……! 가, 갈 것 같다……!”
“저, 저도……! 끄윽!”
이제는 절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헨나가 먼저 사내의 가슴위로 쓰러지며 몸을 떨었다. 그에 마찬가지로 조여오는 내부에 사내 역시 크게 꿈틀거리며 정을 배출했고.
크게 절정한 두 남녀가 뜨거운 숨을 흘리며 여운에 잠겼다.
드디어 정말로 끝이 난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헉?!”
하지만 끝날 줄 알았던 행위는 다시 시작이 되었다. 먼저 게헨나가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두 남녀의 행위가 지속된다.
천천히 다시 올라가는 허리. 그것에 끌려가듯 사내도 허리를 들어올려 그녀의 안을 따라간다. 그리고 다시 부딪히는 둔부.
그렇게 두 남녀는 두번의 절정을 또다시 맞이하고서야 떨어져 나갔다. 콘돔을 갈아 끼우지도 않고. 이미 가득 찬 상태에서 몇 번이고 사정을 한 사내도 더 이상의 미련은 남지 않았는지 게헨나를 붙잡지 않았다.
말없이 욕실로 향한 게헨나. 사내는 잠시 여운에 잠겨 있다가 천천히 그 흔적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자신이 힘껏 사정한 흔적들. 평소보다 세배는 부풀어 있는 마지막 사용한 콘돔을 보자 다시 욕정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으나 망설임 없이 휴지통에 던져 넣는다.
아직 콘돔은 많았기에. 그리고 이것은 그저 전초에 불과한 걸 알기에 사내는 침을 삼키면서 뒷정리를 했다. 그리고 대충 옷을 막 걸쳐 입었을 때.
똑똑.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006
모든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이 도착한 것까지 확인한 김수현은 그제서야 제 3의 눈의 사용을 중지했다.
“허억, 헉, 헉!”
반신계열에 들면서 모든 능력이 급격히 상승됐다지만 그래도 과거를 끌어오는 것 자체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짓이다. 반발이 꽤 심해 움찔할 정도의 통증을 느끼며 김수현은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절로 거친 숨이 나온다. 마력을 사용해서 그렇다기 보단 방금 본 광경이 워낙 충격적이라 호흡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김수현은 바닥에 널린 게헨나의 옷가지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처음부터 예상했었어야 했다. 먼저 씻기 위해 들어갔더라면 옷가지들은 욕실 안에 있거나 문 바깥에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옷가지는 바깥에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그것은 게헨나가 옷을 벗은 상태로 욕실로 향했다는 것을 뜻했다.
그녀가 남자와 둘이 있는 방에서 알몸의 상태로 있었다. 게헨나였기에 그럴 리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게헨나는 그의 예상을 너무나도 완벽히 깨뜨렸다. 그래서 더 충격이 컸다.
그렇게 김수현이 가만히 충격과 통증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천천히 욕실의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큰 수건을 몸에 감싼 게헨나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아직 축축한 물기가 남아있는 몸. 그녀가 천천히 김수현에게로 다가왔다.
“…마력의 흔적이 느껴지는 구나.”
“…….”
“…다 본 것이냐?”
“…….”
김수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것이 긍정을 뜻했기에 게헨나는 말없이 김수현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안았다.
“…그대가 전에 보였던 내 흔적을 끌어안았던 그 능력이구나.”
“…응.”
“그때보다 훨씬 진보했으니 지금은 더 확실하게 봤겠지. 그래. 어떻더냐.”
“…힘들어.”
“힘들다고?”
김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엔 조금의 거짓도 없었다. 지금도 숨이 계속 막힐 정도로 가슴이 고통스럽다.
“죽을 것 같아. 이 정도로 아픈 적은 정말 오랜만이야.”
“하지만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구나.”
“…어.”
“…발정했구나.”
하지만 게헨나는 그의 상태 하나하나를 확실히 꿰뚫어보았다. 김수현의 볼에 뺨을 비비며 끌어안고 있던 손을 내려 그의 아랫배로 향한다. 그리고 바지춤이 볼록해져 있는 것을 느끼며 그것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꼴사납구나. 참으로 꼴사납기 그지없다. 내가 다른 사내에게 범해지는 것을 보면서 몇 번이나 정을 낸 것이냐.”
“…두 번 정도?”
“따로 수음도 하지 않았지 않나. 손도 대지 않고 두번씩이나 냈단 말이냐?”
“…응?”
“자극이 되었던 것이로구나.”
“미칠 정도로…….”
드르륵.
바지의 지퍼가 열리며 억눌려 있던 남근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뜨거운 김을 펄펄 흘리며 비릿한 정액의 향이 그대로 게헨나의 코에 흘러 들어왔다.
“…이토록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찌 그런 애꿎은 것에 얽매이는 것이냐.”
“…….”
“처음엔 단순히 육체의 교류라 생각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대와 나 사이는 영혼 그 이상의 연이 있고 우리에겐 수나라는 결실이 있으니. 다른 사내와 정을 나눈다 해도 그저 껍데기뿐인 관계라 생각했다.”
“…근데?”
“근데 막상 해보니 달랐다. 생각보다 꽤나 견디기 힘들더구나.”
게헨나의 흘리는 듯한 말에 김수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견디기 힘들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걸까?
“…그대가 봤을 때. 내가 어떻게 보였느냐?”
“…몰라.”
“모르지 않다. 그대는 알고 있다. 애써 외면할 뿐. 내게 그 사실을 숨기려 하지 마라.”
“…….”
“…그대가 느낀 모든 것을 내게 알려다오.”
“…다 알고 있으면서.”
김수현은 미처 말을 잇지 못했다. 일단 말을 하기 굉장히 힘들면서도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절로 입이 다물어진다. 대답을 재촉하듯, 남근을 어루만지는 손이 점점 농밀하게 변해갔다.
기둥을 스치듯 건드리며 귀두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린다. 결국 김수현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 느꼈어. 평소의 지옥 대공의 모습은 온데 간데없고 오로지 쾌락에 물든 여자가 저 남자의 손에 이리저리 놀아났어.”
“그렇게 보였느냐?”
“…응. 처음엔 아닌 것 같아 보였어도 결국 저 남자의 물건에 꿰뚫리면서…….”
“꿰뚫린다라……. 그래, 그랬지.”
“…….”
“이름도 모르는 사내의 물건에 수없이 박히면서 난 꿰뚫렸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쾌감이 올라와 그에게 앙앙거리면서, 몇 번이고 절정을 맞아 그 남자 앞에서 조수를 흘렸다.”
“…….”
수치심은 조금도 없는 얼굴로 게헨나는 서슴없이 자신의 행동을 노골적으로 말했다. 김수현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게헨나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
그녀가 그런 노골적인 말을 할 때마다 자신의 남근에 피가 계속해서 몰린다. 그게 눈에 띌 정도로 움찔거려 만지고 있는 게헨나도 고스란히 느끼고 있겠지.
그녀는 지금 그가 참을 수 없이 흥분하길 바라고 있다.
게헨나가 그대로 김수현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었다.
“…정말로 아찔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
“그대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작고 얇은 남근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몇 번이고 느껴 계속해서 절정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도 아직 잘은 모르겠다.”
찌걱, 찌걱.
김수현 본인이 낸 정액이 윤활류가 되어 게헨나의 손짓을 돕는다. 그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쾌감을 느끼며 김수현의 호흡이 더욱 가빠졌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헉, 헉.”
“그대가 나나, 다른 계집들을 보며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몸도……. 그대가 아닌 다른 사내에게 범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겠지.”
“…게, 게헨나!”
“그것 아느냐? 그대보다 훨씬 못난 존재가 이 몸을 어루만진다는 사실자체가 몸을 흥분하게 한다는 것을?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존재인데 그에게 손을 내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각이 몸에 퍼지더구나. 그의 서툰 손길이 가슴을 만질 때 숨이 멎는 듯했고, 그의 물건이 내 안에 들어왔을 때 신음하지 않기 위해 입술을 물었지. 자 보거라. 이 몸의 입술……. 아직도 잇자국이 남아있을 것이다.”
김수현이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코 앞에 있는 그녀의 얼굴. 그녀의 말마따나 입술은 선명한 잇자국으로 조금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아…….”
“음…….”
그것을 보고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을 입술로 덮었다. 그 잇자국이 아파보여, 그가 혀를 돌려 그 입술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음.”
그것을 게헨나 역시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렇게 두남녀의 진득하고 애정 어린 입맞춤이 잠시간 유지되었고,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두 남녀가 떨어졌다.
“하아, 하아.”
“…질투하느냐?”
게헨나의 짧은 질문. 하지만 김수현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답했다.
“어.”
“이 몸이 다른 사내에게 범해진 게 싫으냐?”
“…싫어. 미칠 정도로 너무 싫어서……. 나도 모르게 아까 침대를 엎어버릴 뻔했어.”
“그렇느냐?”
그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게헨나가 작게 미소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김수현이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듣기 좋은 말이로고. 하지만……. 멈추지 않을 거지?”
“…….”
“죽을 듯이 싫지만……. 그대는 이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응.”
김수현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그런 그의 턱을 잡으며 고개를 들게 한 게헨나가 그와 두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타오를 듯 붉은 홍염의 눈동자.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게헨나가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그렇게 행하도록 해라. 이 몸도……. 그대의 그 병든 마음을 고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테니. 그러니…….”
그 상태에서 게헨나가 그의 몸을 돌아와 정면에서부터 그의 위로 올라갔다. 스르륵, 몸을 감고 있던 수건이 떨어져 나가며 그녀의 눈부신 살결이 다시 한번 자태를 드러낸다. 김수현의 위로 올라가 천천히 엉덩이를 내리며 그의 남근을 잡아 입구에 맞춘다.
“…이렇게 일이 끝나고 나면 이 몸을 강하게 안아주도록.”
“…….”
“…다른 사내에게 느꼈던 그 감각을……. 몸부림치며 느꼈던 그 감각을 그대가 직접 지워주도록 하거라. 알겠느냐?”
“…어.”
“그래……. 좋은 대답이다. 그러면 이제…….”
만족스런 얼굴을 한 게헨나가 천천히 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몇시간이고 다른 사내와 관계를 가져오며 풀린 몸은 너무나도 쉽게 김수현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찔꺽이며 깔끔하게 집어 삼키던 그녀가 문득 멈춰섰다.
“하아, 하아…….”
“게헨나? 왜 갑자기…….”
“지금 느껴지는 곳……. 이곳이 바로 그 자가 계속 꿰뚫던 자리였다.”
“…….”
김수현의 남근은 정확히 반 정도만 삽입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이 가장 안쪽에 닿아 있는 듯한 감각만 전해진다.
“…이상하구나. 그대와는 그토록 오래 몸을 섞어왔는데……. 그자와 잠시 몸을 섞었다고 몸은 벌써 그대의 감을 잊어버렸다.”
“…….”
“여기……. 읏, 그래 여기다. 그가 계속해서 두드리던 곳이……. 고작 이곳을 두드리는 것으로 이 몸은 그토록 절정했단 말이더냐.”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는 게헨나. 하지만 그녀의 허리가 내려가는 건 정확히 아까 절반밖에 되지 않는 그 지점까지였다. 그곳까지 숨을 들이켜며 내려간 게헨나가 무언가에 쫓기듯 다시 허리를 들어올린다.
찔꺽, 찔꺽, 찔꺽.
“하아, 하읏……! 기, 김수현……. 나, 가, 갈 것 같다. 고, 고작 이 정도 움직인 것으로……. 가, 가버릴 것 같아……!”
“…게헨나?”
“하아, 하아……! 가, 간다! 가, 가버려……!”
게헨나의 손이 김수현의 목을 감으며 꽉 끌어당긴다. 찰싹 달라붙은 상태에서 몸을 바르르 떨리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정말로, 게헨나가 절정에 이르러 쾌감에 몸을 떨고 있다.
그런 게헨나를 마주 안은 김수현은 생각이 절로 멈추는 듯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안에 잠들어있는 작은 소유욕이 그녀의 허리를 꽉 붙들고 천천히 아래로 내리게 했다.
“허, 허윽?! 아, 안된다! 이, 이상은……! 하윽?!”
찔, 꺽.
“하으윽! 으읏?!”
천천히 끌어당겨진 엉덩이가 완전히 남근을 끝까지 삼켰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끝까지 받아들였던 남근이, 마치 처음 받아들이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너, 너무 깊다……! 이, 이건 너무……!”
“이게 너의 물건이야.”
“하, 하윽?! 크읏!”
“방금까지 안을 헤집던 물건이 네 것이 아니라……. 이게 바로 당신 남편의 물건이야!”
“아, 알고 있다! 아, 알고 있으니 조금은 천천히……! 흐읏?!”
그러나 게헨나의 말을 듣기에는 김수현의 이성이 거의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가 스스로 한 말. 그것이 남자의 소유욕을 얼마나 자극하는지 그녀는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다.
오로지 그것만 생각한 채로. 김수현은 게헨나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쉴 새 없이 위아래로 떨구기를 반복했다. 한껏 벌어진 음부가 거근을 삼켜가며 애처롭게 이슬을 떨구었다.
“커, 커! 너, 너무 커!”
푹찍, 푹찍, 푹찍.
“오, 온다! 또, 또 와버린다! 하으읏?!”
다시 한번 온 절정. 하지만 김수현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아, 안돼! 지, 지금은……!”
퍽, 퍽, 퍽, 퍽.
“아아악! 가, 가고 있다! 가고 있단 말이다! 기, 김수현, 제발 멈……. 흐이익?!”
척, 척, 척, 척.
“아으으, 흐으, 흐으으으……!”
어느새 침대로 몰린 게헨나는 꼼짝도 못하고 김수현에게 박혀졌다. 몇 번이고 절정에 다다르고 있음에도 김수현은 단 한번도 사정하지 않고 그녀를 나락 끝까지 몰아붙였다.
그렇게 게헨나가 혼절할 때까지. 김수현은 조금도 쉬지 않고 게헨나의 안을 넓히는데 집중했다. 다시 자신의 모양을 새기기 위해서. 그녀의 몸이 다시 길들여질 때까지 쑤신 뒤, 가장 안쪽에 그대로 사정해버렸다.
*
이 만남을 가진지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김수현의 멘탈이 통째로 갈려버리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하나 지나갔지만, 오히려 게헨나와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서로 간의 비밀을 이해하며 그를 위해 노력한 것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
그렇기에 김수현과 게헨나가 밤자리를 같이 하는 빈도도 많아졌다. 그것은 자연스레 다른 부인들의 불만을 나타나게 했다.
“…저기 수현!”
“응?”
“오, 오늘 밤엔 시간이 되십니까?”
“음……. 미안, 오늘도 선약이 있어서.”
“아…….”
꽤나 기다렸던지 아름다운 은발을 한 여인이 애처롭게 고개를 떨구었다. 안쓰럽긴 했지만 정말로 선약이 있었기에 김수현은 다음을 기약하며 세라프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렬 마찬가지.
“에엑?! 또 게헨나야? 오늘이 몇 번째야!”
“너도 맨날 한별이랑 놀러 나가잖아. 왜 나한테만 잣대가 엄하실까?”
“그, 그건……! 그래도 저번에 파티 때 한 약속이 있는데!”
“그때 찾아오지 않은 건 너였단다, 유정아.”
“흐잉……!”
며칠 전부터 같이 자자고 조르는 이유정까지 거부하고 돌려보낸 뒤, 김수현은 본인의 집무실에 들어섰다.
이곳에서부터는 사람 김수현이 아니라, 클랜 로드 김수현이다. 업무가 아닌 이상 함부로 들어올 수는 없었기에 잠시간의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미세하게 분 마력의 흐름이 그 휴식을 깨뜨렸다.
“흐응~. 나는 이렇게 들어와도 되죠?”
“으음, 안되지만 오늘은 특별히 봐줄게.”
“오호? 혼날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요. 며칠 전에 보내준 애널 플레이에 조금 관대해지신 건가?”
소파가 있음에도 책상에 앉아 유려하게 다리를 꼬는 여인. 제갈 해솔이 요염한 얼굴로 김수현의 얼굴을 매만졌다. 김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녀가 말한 그것이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답이 없으시네? 정말 효과가 있었나 봐요?”
“어, 그때 정말 죽는 줄 알았어.”
“헤에~. 그때는 어떤 얼굴로 자위를 하고 계셨으려나?”
“울 것 같은 얼굴이었을 걸?”
“저, 정말요?”
제갈 해솔이 드물게 당황한 얼굴을 보인다. 김수현은 까딱거리는 그녀의 다리를 잡고 가만히 매만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제갈 해솔로부터 꼭 라이브로 시청하라는 말을 들은 김수현은 집무실에서 송출용 수정구를 작동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그녀는 신상용과 은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그 뒤에 이어진 광경에 김수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단 평범하게 섹스하는 건 이미 본 상태기에 충격을 덜했으나, 그 다음의 이벤트가 문제였다. 신상용은 처음보는 젤을 대량으로 준비했고 그것으로 제갈 해솔의 몸을 녹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갈 해솔을 엎드리게 한 후, 그녀의 음부를 깊숙하게 쑤셨는데, 뒤이어 노려진 곳은 바로 금침의 영역이었던 그녀의 항문이었다.
처음에는 얇은 딜도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전초에 불과했고 그것으로 넓혀진 항문에 신상용의 괴랄한 남근이 점차 삽입되어 들어갔다.
구슬이 이곳 저곳 박힌 인공 남근에 제갈 해솔은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상용은 그녀의 안에 질펀하게 사정을 하면서 관계에 성공했다. 뒤 이어서는 조금 괜찮아 진 것 같다며 제갈 해솔이 주도하며 항문 플레이를 즐겼고.
마지막으로 신상용 위에 안겨 엉덩이로 박히면서 음부에는 커다란 딜도로 쑤셔지는 것으로 그 이벤트가 마무리되었다. 완전히 돌아간 눈동자와 풀려버린 얼굴을 보고 몇 번이나 사정을 했던지.
결국 참지 못하고 항문 섹스를 하자고 그녀를 찾아갔지만 제갈 해솔은 지금까지 그곳은 신상용 전용이라며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아아, 시원해라. 그래도 항문은 안된다고요? 그곳은 오로지 신. 상. 용 씨 만의 것이니까!”
“…너무 그러지 마. 나도 상처받아.”
“헹~.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에 안기게 해놓고 뭔 소릴 하는 거래? 아아, 거기 더 주물러봐요. 아, 진짜 시원해.”
종아리를 조물조물 주무르자 제갈 해솔이 몸을 움찔 떨며 만족해했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마사지 타임이 흐르고 있는 도중.
띠링~.
“음?”
김수현의 핸드폰으로 알람 소리가 울렸다. 제갈 해솔을 주무르고 있던 김수현이 얼른 손을 떼고 그것을 확인하자 제갈 해솔의 얼굴이 금방 불만으로 물들었다.
“뭐예요? 뭐, 기다리고 있던 연락이라도 있었어요?”
“…어. 그렇긴 한데…….”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스마트폰을 꺼낸 것과 달리 김수현은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머뭇거렸다. 괜히 궁금해 제갈 해솔이 공간 이동을 이용해 김수현의 가슴 팍 사이로 파고들었다.
“뭐야~. 뭔데요? 뭔데 그렇게 겁을 먹으셨을……. 까?”
그리고 막 내용을 열던 화면을 본 제갈 해솔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녀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 이거? 지, 지금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그럴 리가 없는데? 어?”
“…….”
그렇게 황당해하는 도중, 김수현이 천천히 그것을 눌렀다. 게헨나의 얼굴이 있는,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진 재생 버튼을 눌러 활성화시킨다.
[잘 찍고 있는 것이냐?]
[무, 물론이죠.]
[그런가. 그럼 시작하면 되겠느냐?]
화면이 재생되며 나온 건 당연 게헨나였다. 붉은 용암 색의 아름다운 머릿결이 보이며 그녀의 화사한 외모가 화면에 들어온다.
하지만 구도가 조금 이상하다. 이상할 치만큼 가까운 것은 물론이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로 찍혀 있다. 그리고 그녀 얼굴 앞으로…….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부, 부인께서 직접 하나하나 벗겨 주시는 것도 아마 큰 자극이 될 겁니다. 부인의 자의가 담긴 행동이니까요.]
[끙. 이쪽으로는 그대가 더욱 해박하니 그대의 말이 맞는 거겠지만……. 조금 꺼려지는구나.]
사내의 고간으로 보이는 하체가 가까이 붙어있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헨나가 어떤 남자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상태. 그리고 그것을 그 남자가 직접 촬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제갈 해솔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김수현을 봤다가 다시 화면을 돌아본다.
“이, 이거 설마 진짜로 게헨나 언니예요?”
“…어.”
“헐. 대박. 이 자존심 센 언니가 지금, 누, 누구랑 있는 거예요?”
“몰라. 이름도 모르는 남자야.”
“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과연 천재의 기질이 있는 만큼 단박에 상황을 파악한 제갈 해솔이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에 게헨나가 조금 자극받은 기색이 있긴 했는데 설마 이렇게 바로 행동으로 옮길 줄이야.
“끄응, 역시 무시못할 여자네요. 행동력이 말도 안되네.”
“음? 뭐라고?”
“아니, 아니에요. 그나저나 수정구가 아니라 영상으로 찍어 보낼 정도면 저 남자도 알고 있는 거예요?”
“어, 셋이 만났었으니까.”
“헐? 쓰리핑?”
“아니, 초대남.”
“헐?”
연신 놀람의 계속이었다. 제갈 해솔이 질렸다는 얼굴로 쳐다봤으나 김수현의 시선은 화면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벌써 이렇게 커져 있구나.]
[그, 부, 부인 얼굴만 보면 저절로 서버려서……. 그리고 그, 저번에 주신 약도 먹었고…….]
[언제고 약의 힘을 빌릴 셈이냐. 스스로 힘을 내는 것도 사내의 매력이니라.]
[죄, 죄송합니다.]
어느새 겉에 입고 있던 바지는 벗겨져 내려간 상태였다. 얇은 속옷 한 장만 두고 게헨나의 얼굴이 사내의 고간에 가까워져 있다. 툭 튀어나온 존재감을 보는 게헨나의 눈이 심상치가 않다.
“저, 저거 연기 아니죠?”
“…그럴 걸?”
“와, 저 언니……. 완전 요부 다 됐네? 아니, 처음부터 임신 공격을 해온 사람한테 내가 무슨 소리람.”
“쉿.”
노골적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에 제갈 해솔이 입술을 삐쭉 내밀며 입을 다물었다. 상황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 그럼…….]
[아, 부인. 바로 벗기지 마시고……. 이 상태에서 애무해주세요.]
[…이 위로 말이냐. 흠.]
사내의 요구. 제갈 해솔은 바로 꾸짖는 게헨나의 목소리가 들려올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생각지도 못한 쪽으로 흘러갔다.
[하음, 음…….]
[아아, 좋습니다. 부인.]
얌전히 입술을 벌린 게헨나가 그대로 부푼 남근을 베어 문 것이다. 그뿐이랴? 혀를 길게 내밀어 부푼 속옷을 쭉 핥아 올리는데 과연 그것이 자신이 아는 게헨나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아, 부인, 부인……!]
[하음, 음, 하아…….]
정성스레 남근을 핥는 여자. 사내의 몸이 점차 떨리기 시작하며 화면도 같이 흔들렸다. 그런 사내의 속옷에 게헨나의 손이 얹어진다. 그리고 그녀가 속옷을 그대로 끌어내리자.
“어머.”
이미 귀두에서 투명한 액을 흘리는 남근이 불쑥 튀어나왔다. 김수현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크기의 물건이 게헨나의 얼굴 앞에서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것을…….
[하음, 음, 쭈웁, 쯉, 쭙……!]
[허윽! 조, 좋습니다.]
게헨나가 입술을 크게 벌려 한입에 담았다. 그리고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크게 흡입하며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내의 남근에 여자의 타액이 묻어 젖어간다. 게헨나는 입으로 귀두를 빨아 올리면서 손을 움직여 사내의 기둥을 잡고 살며시 흔들기 시작했다.
명백하게 사내에게서 정을 뽑아내려는 행위. 그런 외설스럽고도 음란한 광경에 김수현도, 제갈 해솔도 입을 다문 상태였다.
그리고 잠시 후.
[부, 부인, 저 이제 나옵니다……! 허윽!]
[쭙, 쭙, 쭙.]
[부인……!]
결국 부들부들 떨리던 사내가 크게 경련했다. 동시에 게헨나의 고개도 가만히 멈추어 졌다. 그런 상태에서, 오로지 게헨나의 손 만이 천천히 사내의 기둥을 흔들면서 사내의 정을 짜내고 있다. 그녀의 입이 점차 부풀어졌다.
[쭈읍…….]
사내가 허리를 천천히 빼내자 조금은 힘을 잃은 남근이 빠져나왔다. 곧 다시 세워질 물건이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입술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게헨나. 살짝 풀린 눈으로 카메라를 올려다보던 그녀가 조금씩, 입을 오물거렸다.
[하아, 하아……. 부인, 그대로 입을 벌려주세요.]
[…….]
[남편 분에게……. 잘 보여주셔야지요? 잘 했다고…….]
[…음, 아…….]
그리고 천천히 입을 벌리기 시작한다. 붉게 물든 입술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탐스러운 입 안이…….
“와……. 대박이네.”
“…….”
사내의 새하얀 정으로 얽혀 지저분하게 되어 있다. 그녀가 김수현이 볼 수 있도록 혀를 굴리면서 입안에 정액을 담고 굴리고 있었다.
그 외설적인 모습에 같은 여자인 제갈 해솔도 아래쪽이 뜨거워지려는 기분이었다. 그 정도로 게헨나의 모습은 색정적이기 그지없었다. 괜히 입술이 바짝 말라 가만히 있으려는데 문득 김수현의 손이 자신의 허리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 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
“…왜. 안돼?”
“아, 아니요.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게헨나 언니 차례잖아요…….”
“해솔이 너도 새치기 당했잖아?”
“…그렇긴 한데. 하읏?”
그러나 김수현의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쪽, 상의 틈새로 파고든 손이 맨살을 건드리자 제갈 해솔은 화들짝 놀랄 정도로 몸을 움찔했다.
“아, 진짜……! 오, 오늘은 그 할 생각이 없었는데……!”
“…남편의 부탁이잖아. 정말 안돼?”
“아으, 이 변태! 게헨나 언니 때문에 흥분하고 있으면서!”
“그래도 안된다고는 안 하네?”
“아응, 지, 진짜!”
어느새 가슴까지 올라온 손이 주물럭거리기 시작하자 결국 제갈 해솔이 항복했다. 저항하지 않고 그의 손을 받아들이는 제갈 해솔에게서 점차 뜨거운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띠링, 띠링.
스마트 폰에서 다른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김수현과 제갈 해솔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침대네요.”
“…응.”
“…이제 와서 안 멈출 거죠?”
“멈출 수 있을 것 같아?”
“…아뇨. 엄청 커졌는데 무슨…….”
이번에 온 영상은 침대 위에 있는 게헨나였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대충 알 것 같았기에 김수현은 그것을 재생해 놓고 다시 제갈 해솔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떨어지는 여자의 옷가지들. 곧 알몸의 상태로 부둥켜안은 두 남녀는 스마트폰 안을 힐끗거리며 행위를 지속해 나갔다.
[부인,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벌써 이만큼 젖어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럼 넣도록 하겠습니다…….]
[흐읏, 응……. 핫……!]
테이블에 녹화용 핸드폰을 올려놓은 듯, 가로로 눕혀진 화면에서 게헨나의 옆모습이 잡혔다. 그리고 그녀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곧 침대가 출렁이기 시작했고.
[부인……. 여전히 조이십니다. 아아, 좋습니다!]
[시, 시끄럽다. 가만히 허리나 움직이도록……. 흣……!]
게헨나가 눈을 감으며 그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게헨나의 무릎을 잡아 벌리며 허리를 흔드는 배불뚝이 사내의 모습을 보며 제갈 해솔도 부르르 떨며 김수현의 물건을 삽입 당했다.
“하읏, 하윽! 읏! 이, 이상해! 모, 몸이 조, 좀 많이 달아올랐네? 흐으!”
“…너도 평소보다 많이 조이는 것 같네.”
“모, 몰라요! 하악……!”
그렇게 화면을 힐끗거리는 두 남녀가 뜨거운 숨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