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 E M O R I Z E - IF편 Chapter - 07 [메리 크리스마스] (7/11)

#001

저벅, 저벅. 

잘 만들어진 화려한 도로를 걸으며, 한 사내가 건물 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뒤집어쓴 로브를 천천히 거두었다. 

여태껏 다른 누구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업적을 세운 홀플레인 역대 최강 클랜. 이제 전 도시에 지부를 가지고 있을 만큼, 명실상부 최강의 전력을 보유한 머셔너리 캐슬 앞에 선 의문의 인영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다. 

그리고 곧 멍해진다. 

로브를 벗자 드러나는 화려한 자태. 잘 다듬어진 검은 머리칼과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오연한 눈동자는 주변인들의 호흡을 빼앗았다. 그뿐이랴, 훤칠하게 잘 생긴 건 물론이고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기운은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모두 매료하게 한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분위기의 이가 있다고는 이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다들 들어봤다. 보기만 해도 매료를 시키는 마성의 남자. 바로 눈 앞, 머셔너리 클랜의 주인이자 홀플레인을 평정한 영웅. 

바로 김수현이었다. 

“머, 머셔너리 로드다.”

“머셔너리 로드가 돌아왔다!”

홀플레인을 평정하고 간부들에게 모든 일을 전임하고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는 머셔너리 로드. 그가 드디어 홀플레인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안 그래도 활기찬 도시를 더욱 뜨겁게 달구기 충분했다. 영웅의 귀환에 사용자건, 거주민이건 하나같이 환호했고 그런 환호속에 김수현은 머셔너리 캐슬에 입성했다. 

그리고 하나 둘씩.

“…이스탄텔 로우 로드?”

“저기 저 여자는 광휘의 사제 아니야?”

“검후도 있어!”

과거의 영광을 가진 영웅들이 하나 둘씩 머셔너리 캐슬로 모여들었다. 

*

“오빠~! 드디어 왔구나! 퇴원 축하해!”

“축하해요.”

김수현이 들어서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클랜 원들이 박수치며 맞아주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김수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근데 유정아. 이게 다 뭐야?”

“뭐긴~. 다 오빠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걸 공표하는 자리 아니겠어? 그런 자리에 이런 파티가 빠질 수가 없지.”

“맞아요. 아무리 유정 언니가 얼렁뚱당 넘어가긴 해도 이건 저도 동의했어요.”

“야야, 얼렁뚱땅이라니. 내, 내가 언제 그랬다고…….”

“제발 저리는 짓을 하는군. 그나저나 오랜만이다, 김수현.”

이제는 조금은 친분이 느껴지는 이유정과 김한별의 사이로 날카로운 인상을 한 사내가 가로질렀다. 그를 본 김수현의 얼굴도 반가움이 깃들었다. 

“나 역시. 그나저나 언제 홀플레인으로 돌아온 거야?”

“…꽤 됐다. 이 녀석이 워낙 귀찮게 해서 말이지.”

“아이 참. 그런 소리 말라니까 그러네. 그런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좋잖아? 그냥 조용히 넘어가면 안돼?”

“누구 좋으라고요? 준영 오빠가 거의 일을 도맡아 했는데 생색은 언니가 다 내려고요?”

“야야!”

어느새 이리 친해진 걸까? 이유정, 김한별, 허준영의 모습은 마치 친한 남매를 보는 것 같았다. 

친한 남매……. 그 셋을 보는 김수현의 눈빛이 조금 흐려졌다가 다시 원래의 빛을 찾는다. 

“뭐, 유정이가 원래 그런 건 알았지만 그래도 적당히 해야지. 너도 위치가 있는데 어느 정돈 네가 알아서 해야 할 거 아냐.”

“으, 나,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뭐, 저 말괄량이 아가씨도 꽤나 책임감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도 B급 임무를 깔끔히 완수하기도 했고.”

“그래?”

사실 이유정 급이면 A급 임무를 처리해야 할 때였지만 워낙에 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사용자였다. 그래도 B급을, 그것도 깔끔하게 완수했다고 하니 곧 A급도 처리할 수 있을 터. 

“그건 잘했네. 우리 유정이 그래도 노력 많이 했나 보다.”

“으, 응? 아, 그, 그렇다고 그렇게 칭찬받을 일도 아닌 것 같은데……. 헤헤.”

평소에 칭찬에 많이 무색한 김수현인지라 생각지도 못한 칭찬에 이유정이 몸을 배배꼬았다. 그것도 머리까지 쓰다듬어주면서. 그 모습이 영락없는 손길을 받는 고양이의 모습. 

순간 허준영의 눈가에 그늘이 앉는다. 물론 그것을 김수현은 놓치지 않았다. 아주 찰나에 사라진 기색이지만 허준영이 내비친 감정은 명백한 질투였다. 

“마냥 애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니 오빠도 기쁘기 그지없다.”

“가, 갑자기 왜 이래. 갑자기 그렇게 칭찬해주니까 오, 오히려 당황스럽네, 하하.”

“뭘? 둘이 있을 때는 그렇게 칭찬해달라고 앙탈 부렸으면서.”

“오, 오빠?”

평소의 잠자리에서 꽤나 김수현에게 매달렸던 이유정이었다. 그것이 까발려지자 이유정의 얼굴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아니, 단순히 그것이 까발려졌음에 당황한 게 아니라 근처에 있는 한 남자에게 크게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오늘 유정이 상 좀 줘야겠네. 오늘밤 내 사무실로 와.”

“어, 어, 응? 아, 알았어.”

“한별이도 유정이 많이 도와준 거 알고 있으니까 여차하면 같이 오고.”

“…네.”

발그스레 얼굴을 붉히는 두 여인을 뒤로하고 김수현은 다시 걸었다. 여전히 굳어 있는 허준영을 지나쳐 가자, 이번에는 또다른 인원이 보인다. 

“헤이, 요~. 여보 왔어용~?”

“응, 그나저나 너도 미리 와 있었네?”

“그럼요. 난 누구처럼 허약하지 않거든요~. 안 그래도 쉬고 싶은데 절 가만히 두지 않는 사람들 천지라.”

미리 도착해 있던 밝은 여인이 김수현을 맞아주었다. 손을 살짝 흔들더니 공간이동을 쓰며 바로 그의 앞에 나타난다. 제갈 해솔. 머셔너리의 천재 마법사였다. 

그녀가 어깨에 매달리자 김수현은 거리낌없이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그렇게 두 남녀가 행복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한 남자가 다가왔다. 

“하하, 크, 클랜 로드. 오랜만에 뵙는 군요. 보, 복귀 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신상용. 오랜만입니다.”

마지막 결전의 전장에서 클랜원들에 의해 부활해 큰 공을 세운 사용자. 비비앙의 제자이기도 한 말을 더듬는 게 특기인 신상용이었다. 

그가 어정쩡하게 웃으며 다가오자 김수현도 반갑게 그와 악수했다. 

“그나저나 제 부인을 너무 혹사시키는 건 아닙니까? 요즘 당신에게 불려간 해솔이가 거의 녹초가 다 돼서 돌아오던데.”

“하, 하하. 저, 저도 실례란 걸 알지만 그래도 해솔 씨의 연구학적 지식이 매우 뛰어나서……. 가끔은 스승님의 식견보다 더 효율적일 때도 많습니다.”

“그런 가요? 뭐, 우리 해솔이가 워낙 똑똑하긴 하죠. 그나저나 그 뒤의 도구는?”

그를 보던 김수현의 시선이 그의 등 뒤로 향한다.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던 희한한 물건. 등 뒤에 뭐로 만들어진 건지 모를 원이 둥둥 떠다니는데 그 원에는 빨주노초파 오색의 빛이 엮여 둥글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 이건 이번 원정에서 구한 상성이 다른 미지의 마력석인데, 각각 서로에 대해 강한 반발력을 지니더군요. 그, 그래서 이걸로 부유의 마법진을 걸어 하늘을 날 수 있는 아티펙트를 만들려고…….”

말을 심하게 더듬긴 했지만 결론으로 따지면 하늘을 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아티펙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제갈 해솔의 의견이 꽤나 들어간 작품이라고. 

그것을 감탄한 눈으로 보던 김수현이 불현듯 물었다. 

“거의 상급에 해당하는 장비급인데요? 이 정도면?”

“하, 하하. 과, 과찬이십니다.”

“근데 꽤나 복잡해 보이긴 해도 해솔이랑 사용자 신상용의 능력을 보자면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 그게 최근에 만든 물건이 그, 그것뿐만은 아니라…….”

“그래요? 나중에 한번 보여주겠어요? 신상용이 만든 물품이라 하니 괜히 기대가 되는 군요.”

“그, 그렇게 기대하실 만한 물품들이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신상용 뿐만이 아니라 다름 아닌 우리 해솔이도 합작한 작품들인데. 기대하겠습니다.”

“크, 클랜 로드!”

꽤나 당황스러워하는 신상용을 뒤로하고 김수현은 품에 안긴 제갈 해솔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항상 미소 짓던 제갈 해솔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그녀가 김수현을 가만히 바라본다. 마치 마음대로 해보라는 듯한 눈빛으로 신상용과 자신을 번갈아 보는 시선에 제갈 해솔의 몸이 딱딱히 굳었다. 

이윽고 그 둘을 뒤로하고 다시 걷자 이번엔 주방에서 무언가 신나게 만드는 임한나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서 요리의 맛을 보고 있는……. 의외의 인물도 보이고. 

“요리하고 있는 거야?”

“어? 수현이 왔어? 바깥이 시끄러워진다 싶었는데 역시나 너였구나.”

“응, 근데 지금 뭐 만들고 있는 거야?”

“파르페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답은 옆의 남자에게서 들려왔다. 그동안 자신을 대신해 클랜 로드 자리를 간간이 대신해 주었던 도플갱어 하승우. 

“파르페?”

“응, 지금 시간이 약간 이르잖아. 화려한 저녁보다는 일단 입가심을 할 애피타이저부터 만들고 있어서. 근데 하승우 씨가 파르페를 굉장히 좋아한다지 뭐야? 그래서 맛 좀 봐달라고 했지.”

요리하는게 신난 건지 김수현이 찾아왔다는 것에 신난 건지. 그녀가 모처럼 팔짝팔짝 뛰며 신나게 설명했다. 가만히 출렁이는 가슴을 내려다보던 김수현은 슬그머니 하승우를 응시했다. 

“그런 가요? 사용자 하승우가 파르페를 좋아하는 지 몰랐는데.”

“하하,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클랜 로드가 저번에 조언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먹기 싫어도 한번 먹어보라고. 해서 한입 해봤는데 생각보다 제 취향이라서요. 그 이후로 종종 애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좋은 변화군요.”

“하하하. 그렇지요?”

하하 웃는 하승우를 보며 김수현 역시 자그마한 미소로 화답했다. 겉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둘의 시선이 날카롭게 교차했다. 

파르페. 말은 파르페라 했지만 그것이 다른 것을 의미함을 김수현이 모를 리가 없다.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임한나는 그저 좋아라 웃고 있었고 그런 임한나를 보다가 김수현을 한발자국 물러났다. 

“그럼 하던 거마저 하십시오. 저는 다른 볼일이 있어서. 아, 그리고 사용자 하승우.”

“네, 클랜 로드.”

“세상에는 생각보다 맛 좋은 음식들이 많이 있더군요. 너무 파르페만 먹지 말고 다른 것도 한번 먹어보세요. 새로운 취향이 생길지 누가 압니까?”

“…명심하겠습니다.”

한순간 하승우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김수현은 그대로 등을 돌렸다. 한때 부랑자의 우두머리까지 맡았던 이 만큼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파악 했으리라. 

이번엔 주방을 지나 2층으로 향했다. 사무실로 가는 길. 계단 위에서 누군가 내려오는지 인기척이 들린다. 곧 그들과 맞닥뜨린 김수현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고연주?”

“어머, 수현. 왔어요? 아래에서 소란이 들린다더니.”

“네, 방금 왔습니다. 그나저나 뒤에 분들은?”

여전히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며 내려오던 고연주. 그녀가 살짝 옆으로 돌며 뒤의 사람들을 소개했다. 

“인사하세요. 제가 과거, 길드에서 활동하면서 연을 쌓았던 사용자들이에요. 여기는…… 작은 도둑 길드를 운영하는 지부장님이고 이쪽은 지금의 지부장님의 제자분이고.”

“클랜 외부의 사람들입니까?”

“네. 이번에 지인을 초청해도 된다고 하길래 한번 초대해 봤어요. 마침 머셔너리 캐슬을 소개할 생각이기도 했고.”

“…이름을 버린 그저 작은 길드의 지부장입니다. 홀플레인의 영웅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와아, 그 유명한 머셔너리 로드를 뵙게 되다니! 제 이름은 박일이라고 합니다! 예쁘게 봐주십쇼!”

고연주가 데리고 온 사람들. 사내 둘이 김수현에게 공손히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내려다보던 김수현은 역시나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악수를 받아주었다. 

“반갑습니다. 김수현입니다. 그나저나 고연주와 연을 맺다니. 그거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어떻게 잘 유지하셨습니다?”

“하하, 그림자 여왕께서 저희를 좋게 봐주신 거죠. 저희가 무슨 능력이 있겠습니까.”

“그럴 리가요. 고연주가 보는 눈 하나는 확실해서. 그녀가 인정한 사람들이라면 믿어도 될 만한 사람들이겠죠. 안 그렇습니까, 고연주?”

“그, 그런 가요? 후후.”

“과찬이십니다.” 

깊은 눈을 가진 중년 남성이 중후하게 웃었다. 멋들어진 분위기를 흘리는 남성이 공손이 고개를 숙인다. 고연주는 조금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으나 김수현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이번엔 뒤의 제자라는 사람에게로 향했다. 

“안 그래도 고연주에게 좋은 연락망이 있다 들었습니다만. 보아하니 확실한 것 같군요. 그리고 그런 분의 제자라 하니, 역시 기대해 봐도 좋겠습니까?”

“하하하! 맡겨만 주십시오, 머셔너리 로드. 이래봬도 여기저기서 정보 긁어모으는 건 장점이라서요. 연주 누님의 기대에 아주 부응하고 있습니다!”

“…너 너무 나대는 거 아니니?”

“엥? 누님이 그랬잖습니까? 손기술 하나만큼은 타고났다고. 누님도 매번 감탄하시면서?”

박일이라 소개한 사내가 손을 들어 손가락을 구불거렸다. 고연주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너 자꾸 까불래? 분명 이러지 않기로 약속하고 데려온 걸 텐데…….”

“아, 앗. 실수, 실수. 내가 너무 들 떠있었나 봅니다. 소문이 자자한 머셔너리 캐슬을 구경하다 보니 너무 신이 나버렸어.”

두 손을 들며 항복을 하는 박일. 영락없는 양아치의 모습이나 그의 뻔뻔한 모습에도 고연주는 이마를 매만질 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그런 고연주가 눈을 돌리며 김수현의 안색을 살폈다. 다행히 김수현은 별다른 불편함을 못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 그럼 얼른 내려가자. 내려가서 뭐라도 처먹으렴.”

“엥? 나 식전에 따로 먹고 싶은 게 있었는데?”

“헛소리 한번만 더 하면 죽여버린다?”

“아, 알겠어, 알겠어요. 그, 그럼 이만!”

고연주의 발길질에 결국 밀려 내려가는 박일. 김수현에게 이따 보자며 손을 흔든 고연주가 그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김수현. 그의 시선이 고연주의 엉덩이 쪽으로 슬쩍 향했다. 옆에서 중년인이 조용히 말했다. 

“…유희를 너무 즐기시는 거 아닙니까, 로드.”

“…그래 보입니까? 흑무?”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유희로 보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불안정해 보입니다.”

놀랍게도 두 사내는 이미 일면식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고연주도 모르는 남자의 이름까지 알고 있고. 

“…불안정해 보입니까?”

“예, 그것도 꽤나 많이.”

“아니요. 이건 불안정한 게 아니라…….”

그렇게 잔잔하게 웃던 김수현의 미소가 슬그머니 진해진다. 그 얼굴에 떠올라 있는 건 분명한 광기. 그것을 보던 흑무라 불린 사내가 조용히 읊었다. 

“…흥분하신 거군요.”

“아아, 티가 났습니까? 저도 아직 멀었군요.”

“저는 로드의 개가 되기로 한 몸. 로드가 무엇을 원하시든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만.”

그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김수현의 옆을 마저 지나친다. 

“이것의 끝은 큰 허무만이 남을 것입니다. 분명.”

그 말을 끝으로 그 역시 고연주의 뒤를 따랐다. 그 자리에서 잠시 머물던 김수현은.

또각, 또각. 

다시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한층, 두층. 꼬박꼬박 천천히 이동하니 곧 익숙한 광경에 다다랐다. 김수현 본인의 사무실 문. 그쪽으로 천천히 이동한 김수현은 문을 열기 직전,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느꼈다. 

끼이이익.

“어머, 수현?”

문이 열리자 의외의 인물이 그를 반겼다. 검은 머리칼에 은은한 푸른빛이 도는 미녀. 청순하고 이지적인 외모가 돋보이는 정하연이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왜 사무실로 올라오셨어요? 아래 파티를 즐기시지 않고.”

“…아직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더군요. 조금 심란하기도 하고 해서 서류나 볼까 하고.”

“에이. 간만에 복귀인데 벌써 일부터 하면 몸살나요 수현. 가뜩이나 아직 몸도 좋지 않으면서.”

정하연의 걱정스런 시선을 받으며 김수현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청소를 그렇게나 열심히 한 걸까? 새하얀 피부엔 약간의 홍조가 띄어 있다. 몸에 열기도 좀 있는 것 같고.

“몸은 진작에 완치됐었습니다. 다만, 심정이 조금 불안정해서 그랬지. 그나저나 왜 이렇게 땀을 흘려요?”

“네, 네? 아, 그 간만에 오니 방에 먼지가 꽤 쌓여서……. 청소에 열중하다 보니까 좀 덥네요.”

정하연은 손으로 부채질하며 땀을 시켰다. 그래도 열기가 가시지 않는지 그녀가 조금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인다. 그때였다. 

“으엑~! 형님 저도 있습니다!”

“안현?”

욕실 문이 활짝 열리며 안현이 쓰러지듯 튀어나왔다. 그 역시 꽤나 땀을 흘리며 더운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아으, 뭔 놈의 물때가 이렇게 많은 건지. 독한 약품을 쓰는데 죽을 뻔 했다니까요?”

“욕실에 물때가?”

“예. 다행히 곰팡이까진 피지 않았는데 그래도 하연 누님이 깨끗하게 치워야 한다고 하셔서. 하하.”

멋쩍게 웃는 안현을 보다가 김수현이 피식 웃었다. 

“땀까지 날 정도로 힘들면 마력이라도 쓰지 그랬어?”

“예? 뭘 마력까지 써요. 안 그래도 평소에는 마력을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요? 지구에서 저도 모르게 마력을 사용하면 인생이 재미없어지는 기분이라.”

“음, 그렇긴 하지. 그것도 좋은 생각이겠다.”

“그쵸? 아, 그나저나 아래 파티 준비는 다 된 건가? 배고프네.”

“요리는 아직인데 식전 간식은 준비된 모양이더라.”

“그래요? 그거라도 먹어야지. 누님, 가실래요?”

배가 심하게 고픈지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쥐며 안현이 물었다. 정하연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라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뭣 좀 먹어야겠어. 수현은요?”

“아, 저는 괜찮습니다. 점심을 조금 늦게 먹어서. 먼저 가서 먹고 있어요.”

“네,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청소 도구를 챙기며 나가는 두 남녀. 문이 천천히 닫히자 곧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

그러기가 무섭게 김수현의 얼굴은 무표정으로 바뀌었다. 그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다. 청소를 해서 인지 완전히 깨끗해진 방. 그것을 하나하나 바라보던 김수현이 드디어 책상 앞, 의자에 안착했다. 

“먼지가 쌓였다라……. 욕실에 물때가 껴 있었다고…….”

조용히 읊는 김수현의 눈에 허무함이 감돈다. 방금 전 둘이 했던 말을 곱씹는다. 

정하연이 했던 말은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김수현이 없는 사무실이라도 관리는 꾸준히 받아왔겠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 정도는 청소를 넘어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욕실은 아니었다. 욕실에서의 목욕 시간을 꽤나 즐기는 그로서는 이 캐슬을 제조하기 전, 특별 주문을 맡겼었다. 

바로 욕실의 자동 세정화.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욕실만큼은 자동 청결 마법을 부여했는지라 절대로 물때가 낄 일이 없다. 무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만든 만큼 효과도 대단했고. 

욕실에서 은은한 마력이 그대로 전해진다. 자동 세정화 마법은 손상되지 않았다. 그런데 물때가 끼었다고? 

“그렇게나 냄새를 풍기는데 내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 정하연?”

언제 꺼낸 걸까? 살짝 들어올려진 김수현의 손에는 하나의 수정구가 들려 있었다. 그가 마력을 불어넣자 조금씩, 수정구에서 형상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누님.]

[…현이, 너 미쳤니? 여기는 그이의 사무실, 흑!]

[…형님이 오시려면 아직 시간이 꽤 남았으니까. 조금만이라면 괜찮을 거예요.]

[아, 안돼……. 현아, 여기서는 안돼…….]

조금씩 새어 나오는 음성까지. 그것을 보는 김수현의 눈에 다른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연…….”

허무한 공허속에서 기이한 흥분이라는 열기가.

#002

[현아……. 아음, 응, 흥…….]

[하아……. 누님…….]

정하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목에 입술을 대는 안현. 그가 입술로 목을 핥으며 뜨거운 김을 불어넣자 정하연은 그를 밀어냈다. 그러나 매우 미약하기 그지없는 저항. 

그저 시늉만 할 뿐, 정하연은 안현이 이끄는 대로 뒤로 무너졌다. 지금 김수현이 앉아있는 이 책상 위로. 

[하윽, 현아…….]

뜨거운 숨을 흘리며 정하연의 다리가 열린다. 이미 익숙한 그들의 행위는 순식간에 불이 붙어 열기를 자아냈다. 활짝 벌어진 정하연의 다리가 안현의 허리를 감는다. 

천천히, 벗겨지는 옷가지들. 그러나 이곳이 어딘지 잘 알고 있는 둘인지라 완전히 탈의하지는 않는다. 정하연의 앞섬이 열리고 치마가 허리까지 올라간다. 새하얀 브라위로 볼록 솟은 젖가슴과 검은 스타킹이 올라가며 허벅지가 훤히 노출되었다. 

[하음, 음……. 음……!]

[음, 누님……. 후우…….]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뜨거운 입맞춤. 둘은 서로의 입술을 빨며 뜨거운 타액을 나누었다. 안현의 손은 정하연의 브라를 내려 젖가슴을 드러냈고 정하연은 그런 안현의 목에 팔을 두르고 열렬히 키스를 퍼붓는다. 둘의 입술이 흠뻑 젖은 상태에서 안현이 떨어져 나갔다. 

[누님……. 벌써 아래가 뜨겁게 되셨네요.]

[모, 몰라……. 이게 다 너 때문에…….]

[평소보다 더 뜨거우신 데요? 여기가 형님의 사무실이라서 그런 건가요?]

[그, 그런 말 하지마!]

김수현이 언급되자 정하연이 격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곧 정하연의 허리가 펄떡 뛰었다. 안현의 손이 그녀의 가랑이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젖으셨잖아요.]

속옷 속으로 들어간 안현의 손. 김수현의 수정구의 시야가 잠시 변하며 그 모습이 잘 보이도록 움직인다. 볼록 솟은 팬티 안으로 꿈틀거리는 안현의 손가락. 이미 그녀의 속옷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젖어있는 상태였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찔꺽, 찔꺽, 찔꺽. 

수정구에 똑똑히 들리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질척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울린다. 정하연은 이미 극도로 흥분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응, 흑! 그, 그만……. 이제 그만 하고…….]

[…그만하고?]

[이제 넣어줘…….]

슬그머니 내린 정하연의 손이 안현의 하복부로 향했다. 이미 마찬가지로 볼록 솟아 있는 그의 남근에 손을 댄 정하연이 천천히 그의 지퍼를 열었다. 곧, 능숙한 손길로 남근을 꺼낸 정하연이 그것을 잡아 끌어 자신의 음부로 이끈다.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팬티를 옆으로 젖히며.

[이 큰 자지로 얼른 쑤셔줘…….]

[누, 누님……!]

손가락으로 흥건한 조갯살을 활짝 열며 그의 귀두를 음부에 갖다 대었다. 안현 역시 이 상황에 크게 흥분해 있던 상태였는지라 곧바로 허리를 앞으로 밀며 그녀의 안을 쑤셨다. 

퍽, 퍽, 퍽, 퍽.

[하앗, 하악! 학! 혀, 현아! 나! 나……!]

[헉, 헉! 누님! 누님!]

[흐응, 흐윽! 흣! 현아!]

서로를 애타게 부르며 움직이는 남녀. 책상이 크게 들썩일 정도로 격하게 정을 나누는 이들을 보며 김수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평소에 냉정하기 그지없던 시선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입으로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하연…….”

조금 광기가 깃들어 있긴 하나 그것은 명백한 흥분. 그의 얼굴에 정하연에 대한 분노와 질투가 슬금슬금 올라오고는 있으나 결국 그것은 하나로 모여 흥분으로 번져나갔다. 

그 와중에도 행위는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흥분 속에서 격렬하게 움직인 덕분일까? 둘의 행위가 끝으로 다다르고 있었다. 

[학, 학, 누님! 너무 조여요!]

[하악, 하악, 학! 너, 너도 평소보다 더 커져서……! 하윽, 나, 죽을 것 같아……!]

[누님, 누님!]

정하연의 가는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끌어안은 안현. 능숙하게 허리를 움직이면서 그녀의 다리를 쭉 핥아 올렸다. 이미 여러 번 건드렸는지 올 하나 나간 적 없는 스타킹이 여기저기 뜯겨 있다. 안현이 그녀의 발목 부분을 파고들어 발끝까지 스타킹을 찢어냈다. 

[쯉, 쯉, 쮸읍……. 쫍……!]

[하윽?! 거, 거긴 더러운……! 힉?!]

[하아, 누님의 그 어느 곳도 더럽지 않아요……. 오히려 핥을 때마다 힘껏 조여서……!]

새하얀 정하연의 발가락을 마치 아이스크림을 빠는 것처럼 쪽쪽 빨아낸다. 혀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깨끗이 핥자 정하연의 허리가 들썩거렸다. 그러면서 안현의 허리도 힘차게 정하연을 때렸고. 

결국 고개를 힘껏 쳐든 정하연이 눈을 부릅떴다. 그녀가 온몸을 곧추세우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나, 나, 나……! 이제 가아아!]

[누님, 저도……! 윽!]

그런 정하연의 다리를 힘껏 끌어안고 안현이 남근을 깊숙이 박아 넣는다. 이후 부들부들 떠는 남녀. 안현이 움찔거리며 정을 듬뿍 쏟아낸다. 이제는 질내사정까지 거리낌없이 하는 두 남녀를 보고 김수현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누님…….]

[…이제는. 치워야 하는데…….]

나른한 목소리로 떠는 정하연. 그러나 안현은 끝낼 생각이 없는지 조용히 그녀를 옆으로 뉘였다. 아직 삽입이 된 상태에서 몸이 돌아가자 정하연이 움찔 떨었다. 

[현아……? 아, 안돼. 이제는 정말로 안되는데…….]

[누님……. 한번만요.]

[아으, 안되는데……. 흑!]

안된다고 하면서도 정하연은 다시 뜨거운 신음을 흘렸다. 옆으로 뉘여져서 다시금 움직이는 거대한 존재감에 곧 소매를 깨물며 헐떡인다. 정하연의 새하얀 엉덩이를 벌리며 남근을 쑤시던 안현이 고개를 숙여 그녀와 입술을 맞춘다. 

[흐음, 흠. 흠…….]

[으음, 흑, 으응, 읏!]

입술 바깥으로 혀를 내밀며 음란하게 타액을 교환하는 남녀. 곧 또다시 절정을 맞은 두 남녀는 이제는 누가 뭐라할 것도 없이 더욱 격하게 서로를 탐해갔다. 

마치 이곳이 자신의 침실인 것처럼. 사무실 이곳 저곳을 누비며 서로에게 정을 쏟아내던 남녀는 이제 완전한 알몸이 된 상태로 김수현의 욕실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역시 뜨거운 신음은 이어졌다. 

“…하아.”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무실에 여기저기 널린 옷가지들을 보던 김수현은 이내 수정구를 완전히 꺼버렸다. 그가 지친 얼굴로 의자에 몸을 깊이 뉘였다. 

김수현의 시선이 이동했다. 위치는 방금까지 수정구에서 뜨거운 정사를 나누던 책상 위. 자신이 아닌, 안현이 싸낸 정액이 흘러내려 흠뻑 묻었던 위치가 지금은 깨끗하게 닦여 있다. 

그곳을 유심히 보던 김수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간다. 그리고 자신의 볼록해진 가랑이를 본 순간, 그가 다른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

잠시 멈칫한 김수현. 그러나 이내 마력을 불어넣어 수정구의 영상을 작동했다. 

[너 진짜……! 읏!]

[아이, 진짜. 누님 오늘따라 엄청 튕긴다? 여기가 홈그라운드라서 그런 가?]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여기서는 정말로 안된다고…….]

이번에 들어온 화면 역시도 조금은 익숙한 공간이다. 그럴 수밖에. 이곳은 전에 자주 드나들던, 고연주의 방이었으니까.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단출한 방을 좋아하던 그녀. 고급스러운 방을 마련해 준다 해도 굳이 거절하면서도 골랐던 그녀의 방에 자신이 아닌, 다른 남성이 서있다. 

[에이. 그러기엔 누님의 반항이 너무 적은 걸.]

[…….]

[누님도 은근히 이런 상황을 바랬던 거 아냐?]

[말도 안되는 소리……! 흣?!]

그런 상황도 적응이 잘 안 간다. 하지만 화면의 상황은 더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중이었다. 아까 박일이라고 소개했던 사내. 그가 고연주를 압박하며 벽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고연주는 그런 사내에게 아무런 반항하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사내가 가랑이 사이로 무릎을 쑥 밀어 넣는데도 고연주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로 힘없이 그에게 몰아붙여졌다. 

그의 손이 고연주의 가슴을 힘껏 주무른다. 

[…읏!]

[이것 봐. 벌써 유두가 이렇게 섰잖아? 누님은 애초에 이 방에 날 들인 순간부터 이 상황을 기대했던 거야.]

[…너 자꾸 헛소리…….]

[느껴져?]

[…….]

[누님의 가랑이 이미 흠뻑 젖어서 내 바지가 축축해지는 거. 느껴지죠?]

고연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일부러 더 느껴보라는 듯, 사내가 그녀의 가랑이에 다리를 문질렀다. 하지만 고연주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는다. 아니, 오히려 자극이 심한지 입술을 깨물며 꾹 참아낸다. 

가슴을 막 주무르던 박일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가슴 끝을 쭉 잡아 올렸다. 유독, 오뚝 솟은 부위가 그의 손가락에 붙잡혀 위로 당겨 올려진다. 마치 장난감처럼 가슴을 이리저리 튕기자 고연주는 결국 숨을 내쉬었다. 

[…후. 알았어. 이제 인정할 테니까…….]

[할 테니까?]

[이제 그만……. 흑!]

결국 고연주가 항복을 했다. 그것을 보던 김수현의 눈에 힘이 들어간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쉽게 고연주가 항복을 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익숙한 지 박일이란 사내는 그녀를 풀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며 그녀를 더욱 벽에 몰아넣는다. 

[그만? 그럴 리가. 그건 누님이 평소에 하던 말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여긴 그곳이 아니니까. 흐윽!]

[그러니까 더 해달라고 해야지. 누님이 애초에 나와 만난 이유가 뭔데. 결국 이곳의 그 사람한테 외로움을 느껴서 온 거 아냐? 그렇다면 이곳에서야 말로 복수를 해야지, 안 그래?]

[…너.]

복수. 그 단어에 고연주의 눈이 다시금 날카로워진다. 그러나 사내는 진득한 미소로 흘리며 손을 내려 그녀의 가랑이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셔도 아래는 정직합니다. 어이쿠, 들어가버렸네.]

[흐으……. 너 진짜……!]

[킥킥, 그러니까 후딱 끝냅시다. 나 어제부터 너무 기대했단 말이야. 누님의 방에서 누님 따먹는 거 상상하면서 어제 다섯번이나 딸쳤어.]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의 스커트가 사내의 손에 밀려 올라간다. 그녀가 즐겨 입는 검은색 속옷 안으로 사내의 손이 들어가며 뱀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 

찔꺽, 찔꺽, 찔꺽. 

[아흣, 흑, 흐응……! 그, 그만……!]

[봐 봐. 누님만 흥분한 게 아니라니까? 내 것도 이렇게 벌써 서 있잖아?]

[너는 항상 서 있잖아……. 하윽.]

사내는 능숙하게 고연주의 안을 헤집으며 그녀의 빈 손을 자신의 가랑이로 이끌었다. 이미 힘차게 커진 바지 위로 고연주의 섬섬옥수가 닿는다. 사내의 손에 흐느끼며 정신없어 하던 고연주가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의 남근을 확인했다. 

“…….”

남근의 발기를 확인하는 여인의 손가락. 바지 위를 더듬으며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는 그 모습을 보면서 김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가랑이로 가져갔다. 불처럼 켜진 눈에서 흘러나오는 질투심과 흥분. 그 묘한 갈림길에서 김수현은 뚫어져라 수정구를 응시했다. 

[그, 그만……! 더 하면 나 진짜로 가……!]

[무슨 오해를 하시는 걸까? 한번 가시라고 하고 있는 건데?]

[너, 진짜……! 자, 잠시만……!]

척, 척, 척, 척, 척.

사내의 손이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간다. 조금씩 빨라져 가는 손이 이제는 맹렬하게 움직이며 음란한 소리를 키워낸다. 그 손에 고연주의 상체가 절로 숙여졌다. 사내의 어깨 위로 고개를 올리며 그를 반사적으로 끌어안는 고연주. 

[흐으응, 으으으으……!]

곧 그녀가 사내의 어깨를 깨물며 부르르 떨었다. 그에 맞춰 사내의 손길도 느려진다. 무릎을 모으며 힘없이 부들거리던 고연주가 그 자리로 스르륵 무너졌다. 

[하아, 하아, 하아.]

[누님, 평소보다 좀 크게 간 것 같은데? 역시 흥분하고 계시네~.]

[흐으, 흐으, 흐……?]

지친 얼굴로 헐떡이는 고연주. 그런 그녀의 앞으로 사내가 바지춤을 풀어 내렸다. 주저 앉은 고연주가 반쯤 풀린 눈으로 그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자, 누님. 나도 이제 한발 빼 줘야지?]

[…하아, 하아…….]

곧 그의 바지춤에서 커다란 물건이 튀어나왔다. 그것을 보는 김수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자신이 봐도 압도적으로 길다란 물건을 보며 이를 꽉 문다. 그것이 자신이 닿지 못한 곳까지 고연주를 탐한 물건이란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저걸로 고연주가……. 함락되었다.’

자신이 닿지 못한 곳을 마구 헤집으며 고연주를 끝끝내 함락한 물건. 그것이 고연주의 눈 앞에 불끈 서 있다. 그리고 그것을 멍하니 보던 고연주는 천천히 입을 벌려 그것을 입에 담았다. 

[츄릅, 쯉, 쭈읍…….]

[하아……. 누님, 좋아요.]

천천히 귀두서부터 붉은 입술로 감싸 고개를 움직인다. 그녀의 움직임은 사내와 달리 빠르지 않았다. 천천히, 천천히. 끝에서부터 침으로 적셔가며 그의 남근을 확실히 자극해 나간다. 

이미 욕정에 젖은 눈으로 열심히 입을 놀리는 고연주. 그것은 더 이상 이름 모를 섹스 파트너를 대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미 그녀는……. 저 물건을 단순한 남근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확실한 쾌락의 노예로 만들어 주는……. 마치 복종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듯한 그런 눈으로. 

[하아, 누님……. 이제 깊숙한 쪽으로.]

[우움……. 쯉, 쮸으으읍!]

[허읍!]

끝 부분만 자극하는게 감칠맛이 났는지 그가 천천히 허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요구에 맞춰 고연주도 크게 숨을 들이키며 목젖을 크게 벌렸다. 그녀의 입술이 점차 남근을 깊숙이 물어갔다. 

이윽고 절반 이상을 삼킨 고연주. 조금 벅차 보이지만 그녀는 훌륭히 인내하며 그의 남근을 빨아가기 시작했다. 쯉쯉 거리는 음란한 소리를 내며 그녀가 목구멍 전체로 남근을 빨아냈다. 

사내도 그것에 큰 흥분을 느끼며 점차 허리의 움직임을 빨리 가져갔다. 고연주의 목구멍을 통째로 범하는 사내. 곧 그가 고연주 입속으로 깊게 찔러넣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누님, 저 이제……! 윽!]

[으읍, 읍?!]

그녀의 목구멍 깊숙한 곳에 직접 사정하는 남자. 눈을 부릅뜨며 고연주가 바둥거렸지만 끝끝내 남자는 그녀의 안 속에 끝까지 사정했다. 콜록거리며 고연주는 정액을 뱉어냈지만 이내 익숙하게 목구멍을 움직이며 그것을 삼켜내기 시작했다. 

사내가 허리를 빼자 그녀의 입에서 길다란 양물이 주르륵 빠져나왔다. 그것을 보던 김수현이 다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까 보긴 했지만 저렇게 긴 물건이 뿌리까지 고연주 입 안에 박혀 있었다고 생각을 하니 절로 몸이 떨린다. 

‘…이제 고연주도 내가 모르는 영역까지 변해있는 거야.’

그러는 와중에도 행위는 이어지고 있었다. 꽤나 지쳐있는 고연주를 일으킨 사내가 그녀를 벽에 밀치고 엉덩이를 잡아 빼었다. 이미 올려진 원피스 덕에 훤히 드러난 엉덩이를 잡은 사내가 그녀의 속옷을 그대로 끌어내린다. 

[누님, 갈게요.]

[…으으. 으읏……!]

아까와 같은 저항은 이제 없다. 고연주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사내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이미 흠뻑 젖은 살이 손쉽게 벌어지며 사내의 물건을 뿌리까지 삼켜갔다. 

[아윽, 학, 하악!]

[으아, 조이는 거 보소. 누님, 벌써 또 간 거예요?]

[모, 몰라……! 모르니까 빠, 빨리!]

[킥킥, 누님 제가 뭐라 그랬죠? 원하는 게 있으면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음 모른다고 했었는데.]

[자, 자지! 자지로 내 안을 쑤셔!]

[오케이. 갑니다.]

노골적으로 애원하는 음성에 사내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사내의 남근이 무척이나 쉽게 그녀의 안을 드나든다. 그의 물건이 사라졌다 보이기를 반복할 때마다 고연주가 미친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악, 하악! 좋아! 좋아아아!]

[누님, 아까는 여기서 절대로 이런 짓 하면 안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모, 몰라! 그, 그때는 지, 지금하고는 상황이 다르니까……!]

[뭐가 달라요? 그때도 흥분한 상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잖아요.]

[그, 그땐 자지가 없었으니까……! 하악!]

이미 이성은 존재하지 않는 듯, 미칠 듯이 쾌락에 물들어진 고연주의 모습에 김수현은 부푼 남근을 매만졌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상상 이상의 짜릿함이 척추를 타고 흘러 오른다. 

고연주에게서 따로 마력을 사용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마력으로 소리를 차단하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있는 힘껏 신음을 내질렀다. 아마 지금 방문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으면 분명 듣고도 남았을 소리. 

그럼에도 고연주는 더 이상 절제하지 않았다. 그녀가 사내의 허리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었다. 오로지 사내의 남근을 삼키기 위해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몸을 움직였다. 

[…누님, 저 쌀 거 같은데.]

[싸, 싸! 아, 안에 싸줘!]

[흐응, 어쩔까?]

정하연과 마찬가지로 질내사정에 대한 저항은 조금도 없다. 사내의 정액을 애타게 원하며 오로지 엉덩이를 흔드는 고연주. 그러나 사내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고정시키고 그대로 남근을 빼내었다. 

[아학?! 왜, 왜……!]

[싫어요. 오늘 목적은 누님의 침소에 내 흔적을 남기는 거니까.]

고연주의 애액으로 흠뻑 젖은 남근을 손으로 매만지던 사내는 그녀의 침대로 가 손을 흔들었다.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자위한 그가 그대로 침대 위로 정액을 내질렀다. 

[윽 으윽! 후우, 시원하다.]

[…너.]

[자, 누님. 계속 하셔야죠?]

그 엽기적인 행각에 고연주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침대에 흩뿌려진 누런 정액들. 코끝이 찡할 정도로 농도 짙은 정액을 보던 그녀가 꿀꺽 침을 삼켰다. 마치 갈증을 느끼는 것처럼. 

그렇게 잠시 그를 노려보던 고연주였지만 곧 그의 손짓에 따라 다시 움직인다. 사내가 침대에 앉아 허벅지를 툭툭 치자 고연주는 그의 위로 올라가 남근을 잡고 자신의 음부에 맞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가는 허리. 

[하읏……! 커……!]

[그렇게 많이 쑤셨는데도 그 정도로 느껴져요?]

[으, 응……. 너, 넣을 때마다 나 너무 느껴서……. 하윽?!]

[킥킥,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천천히 남근을 삼켜가며 음미하던 고연주의 허리를 확 잡아 내린 사내. 단숨에 뿌리까지 삽입되자 고연주가 허리를 추켜세우고 부르르 떨었다. 다시금 찾아온 절정. 

[아으으으……. 그, 그렇게 갑자기 넣으면……. 하윽, 하악, 하아악!]

[누님, 왜 이렇게 귀여운 거예요? 오늘따라.]

남근을 꾹꾹 조여오는 살을 느끼며 사내는 허리를 거칠게 흔들기 시작했다. 허리까지 올라간 원피스를 가슴까지 끌어올리며 그녀의 맨 살을 핥는다.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쾌감과 민감하게 느껴지는 피부에 고연주가 신음을 내지르며 몸을 크게 들썩인다. 

[하악, 하악, 하앗! 나, 또 가아아!]

[가셔도 되긴 하는데 안 멈춥니다. 계속 가요!]

[아아아악! 아아아아!]

몸부림치는 고연주를 붙잡고 사내는 무서운 속도로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연속된 절정으로 고연주는 더 이상 그림자 여왕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쾌락의 노예가 돼 버린 하나의 여자일 뿐. 

그렇게 쾌락만을 갈구하는 정사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끝없는 절정에 고연주는 이성을 잃고 몸을 움직였고, 사내는 사정할 때마다 그녀의 방에 여기저기 정을 흩뿌려 놓았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고연주의 원피스에 잔뜩 사정한 후에야 둘의 관계는 끝이 났다. 

그녀가 입었던 원피스의 엉덩이 부위. 그곳 위로 사내의 정액이 흠뻑 묻어 있었다. 

“…….”

그것을 끝으로 수정구의 영상은 종료되었다. 김수현은 지친 얼굴로 수정구를 책상 위로 굴렸다. 

허탈하게 수정구를 바라보는 김수현. 책상위로 올려진 손과는 달리 아래로 내려진 반대편 손 위로는…….

“미쳤군. 미쳤어…….”

그가 싼 정액이 흠뻑 묻어 있는 상태였다.

#003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김수현은 마력을 사용해 정액을 단숨에 태워버렸다. 그러나 흔적은 사라졌어도 끓어오른 욕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절륜한 정력으로 유명한 만큼, 한번의 사정으로 양물은 아직 시들지 않았다. 

작게 한숨을 내쉰 김수현은 다시 허공에서 또다른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손에 들린 수정구에 마력을 가하자 조금씩 화면이 들어온다. 

점차 밝아지며 희미한 마력이 진동한다. 수정구 건너편으로 생생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진다. 이것은 방금 전까지 보던 단순한 녹화 수정구가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송출용 수정구였다.

[…해솔 씨. 아무래도 지금은 조금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위험요? 왜요?]

[아, 아니, 클랜로드까지 지금 성에 와 계시는데…….]

[훗, 걱정 말아요. 그이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테니까. 아니 일부러 신경을 돌린다 해야 하나? 아무튼 걱정 말고 빨리 다음 거나 꺼내 봐요.]

[해, 해솔 씨…….]

다음으로 들어온 화면은 이번에도 소박한 방에서 무언가를 뒤지고 있는 신상용과 제갈 해솔의 모습이었다. 여러 도구들이 즐비한 걸 보니 아마 신상용의 방으로 보이는데 제갈 해솔의 손짓에 따라 신상용은 책상 아래에서 무언가를 무더기로 꺼내고 있었다. 

[…이건 어떠십니까?]

[음, 너무 평범해요. 단순히 크기만 하고.]

[그럼, 이건.]

[형태는 훌륭하긴 한데 너무 비현실적이고요. 조금 제대로 된 거 없어요? 재밌는 거요.]

신상용이 회심으로 꺼낸 물건들을 제갈 해솔은 망설임없이 쳐냈다. 그녀가 손으로 툭 치자 물건이 저 멀리 날아간다. 신상용의 얼굴이 난감함으로 물들었다. 

[더, 더는 없습니다, 해솔 씨. 이제는 어, 없어요…….]

[헹, 거짓말치시네. 저기 저쪽 안에 마력으로 잠긴 보물 상자가 느껴지는구만 뭘. 뭔데 자꾸 숨기는 건데요?]

[그, 그건……!]

정곡을 찔렸는지 신상용의 얼굴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그가 황급히 제갈 해솔이 가리킨 방향을 몸으로 막았다. 제갈 해솔이 날려버린 물건을 양 손으로 들고 필사적으로 내민다. 

[저, 저건 제 개인적인 취미로……. 가, 아니라 그저 흥미로 만들어본 무, 물건입니다!]

[그러니까 그걸 내놓으라는 거예요. 이런 평범한 딜도들 말고. 으이그, 이런 물건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사실 제갈 해솔이 처음부터 쳐냈던 물건도 감히 여자에게 들이댈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바로 남자의 성기 모양을 한 딜도였는데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고 괴상하게 생긴 물건들이었다. 이것을 왜 신상용이 제갈 해솔에게 보여주고 있던 것일까. 

[해, 해솔 씨…….]

[에잇! 이런 징그러운 딜도들은 저리 치우고 어서 숨겨진 보물들을 공개하세요!]

길다란 딜도들을 마치 쌍절곤처럼 휘두르는 제갈 해솔의 행패에 신상용은 결국 숨겨두었던 상자를 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상자를 열어 천천히 꺼내기 시작한 물건들. 수정구로 그것을 보던 김수현의 눈도 동그랗게 떠졌다. 

[흐음, 희미한 마력이 흐르는 가면하고 이상한 슬라임들……. 그리고 이 약들은 뭐죠?]

[…그, 그저 플레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호기심에 만들어 본 물건들입니다.]

[술식이 똑바르지 않고 복잡한 배열로 희미하게 지워져 있네요? 일부러 이런 거예요?]

[…네. 그, 그렇게 해야 상대를 바라볼 때 인식능력이 흐려질 테니…….]

[…꽤나 어려웠을 텐데 잘 만들었네요? 이건 좀 신기한데?]

상대방에 대한 인식 능력을 흐트러뜨리는 가면. 어디선가 많이 본 물건에 김수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슬라임들은 원래 하나의 개체였던 것 같은데. 또 이상한 마법진이 깃들어 있네요? 이건……. 동기화 마법진이잖아? 설마 슬라임에 마법진을 부여한 거예요?]

[그, 스, 슬라임이 생각보다 마력을 잘 받아들여서……. 감각 동기화를 좀 시켰습니다.]

[…설마?]

단순히 그것만으로 무언가를 짐작한 걸까? 제갈 해솔의 얼굴 위로 흥미가 깃든 미소가 떠오른다. 

[와, 신상용 씨 진짜 진성 변태였네? 어떻게 이런 구상을?]

[그, 저, 저도 그저 심심해서 만들어 본 건데……. 의외로 상품성이 있어서 주문받는 대로 만들다 보니까…….]

[흐음? 이쪽 슬라임에는 이미 동기화가 작동한 흔적이 남아있는데요?]

[그, 그건…….]

무언가 찔리는 게 있는지 신상용은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의미심장한 미소로 다가온 제갈 해솔이 옆구리를 간지럽히자 결국 모두 말할 수밖에 없었다. 

[…소, 손님 분들이 구매해가신 슬라임에 몰래 동기화를…….]

[와, 완전 범죄자인데?]

[그,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깔깔 웃는 제갈 해솔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신상용. 그의 등을 툭툭 친 제갈 해솔이 다른 손으로 슬라임을 만지작거렸다. 

[헤에, 이걸 판매자 몰래 썼단 말이지? 대체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을까?]

[그, 그게…….]

[킥킥, 보아하니 쫀득쫀득한 게 여기다가 거기 발기한 걸 쏙 집어넣는 걸까?]

[해, 해솔 씨……!]

[그리고 판매자들 모르게 그렇게 남의 여자 구멍을 무자비하게 탐했단 말이죠? 자기가 실제로 범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신상용의 얼굴이 끝없이 붉어진다. 거의 울기 직전까지 가자 제갈 해솔은 깔깔 웃으며 그만 두었다. 

[하하하, 아 웃겨. 뭘 그렇게 창피해해요. 어차피 우리 사이에.]

[그, 그래도 이건 성적 모욕이…….]

[엥? 범죄자 주제에 성적 모욕을 논해?]

[…….]

[농담이에요, 농담. 뭘 그리 당황하실까. 근데……. 이거 점점 뜨거워지는데 원래 이런 거예요?]

[예?]

신상용이 돌연 눈을 뜨며 슬라임을 바라본다. 실제로 제갈 해솔의 손 위에서, 슬라임이 꾸물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다. 

[이, 이거 아까부터 움직이던데 지금은 완전히 팔딱거리네?]

[그, 그건 그 구매자가 지금 사용 중에 있는 모양…….]

[그래요? 근데 이걸 오나홀 용으로 사용했다는 건 동기화는 여성용에다가 걸었다는 걸 텐데. 여자들이 이걸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그냥 안에 집어넣으면…….]

[…이, 이걸 안에 집어넣는다고요? 서, 설마 그 질 안에?]

흐느적거리는 슬라임을 보며 질색하는 제갈 해솔. 신상용이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히익, 하며 몸을 떤다. 

[어떻게 이런 걸 안에 넣을 수가 있어요? 막, 그것도 꿈틀거릴 거 아녜요?]

[그, 그쵸.]

[으으, 이 짐승!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가 있지? 완전 상변태가 아니고서야 가능할 리가 없어!]

몸서리치면서 독설을 내뱉는 제갈 해솔. 다시 어쩔 줄 몰라 하는 신상용을 보며 은근 슬쩍 즐기는 티를 내기 시작한다. 

한편 그것을 보던 김수현은 조금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왜나하면 저 물건, 상당히 자주 보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고연주와 정하연을 녹화한 수정구에서 특히. 

처음에 봤을 때 어이가 없으면서도 꽤나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같은 클랜원인 신상용이 만들었을 줄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김수현은 다시 수정구에 집중했다. 신상용은 당황해 하면서도 의아한 얼굴이었다. 

[그, 그래도 링크는 거리에 제한이 있어서 그렇게 갑자기 연결될 리가 없는데…….]

[음?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 동기화 기능이 있어도 거리가 멀어지면 당연히 연결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제 쪽에서 마력을 사용해 거리를 늘려 몰래 동기화를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레 링크가 연결됐다. 이 말이네요. 그렇다는 건…….]

제갈 해솔의 눈이 가늘어진다. 신상용도 꿀꺽 침을 삼켰다. 둘의 생각은 일치했다. 

바로 저 슬라임을 근처에서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다는 것. 

[…성은 자연스레 외부에서의 마력 흐름을 차단하니 사용자는 성 안에 있겠고. 그렇다면 이 파티에 온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다는 건데.]

그 말을 들은 김수현은 곧바로 다른 수정구들을 꺼내 마력을 흘려 넣었다. 여러 수정구에서 고연주, 정하연, 이유정, 김한별, 임한나, 남다은 등, 머셔너리의 대부분의 여성 클랜원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은 모두 실시간 송출용 수정구. 그렇게 정신없이 바라보던 김수현의 시선이 한 수정구에 꽂혔다. 벽을 붙잡고 몸을 힘겹게 가누는……. 고연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김수현은 다른 수정구의 모습을 감추고 또다른 수정구를 하나 꺼냈다. 제갈 해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송출용 수정구가 아닌, 저장되지 얼마 안된 녹화용 수정구를. 

그것에 마력을 흘리자 서서히 빛이 오르며 영상이 흘러나온다. 채 한시간도 되지 않은, 영상이 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으으으! 으!]

[와, 잠깐 클랜 로드 한번 봤다고 이렇게또 질질 싸다니. 누님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으으! 으히익?!]

박일이라 불린 사내의 능숙한 움직임에 고연주가 몸을 뻣뻣이 굳혔다. 울컥울컥, 쏟아지는 정액들이 그녀의 자궁으로 깊게 흘러 들어간다. 

사내의 질내사정을 받은 고연주는 그야말로 쾌락에 흠뻑 젖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미 한창 한 모양인지 그녀의 몸은 거의 녹초가 되어 있었다. 

[후우, 나도 이제는 좀 힘들다. 누님, 우리 쉬었다가 조금 있다 다시 해요.]

[…시, 싫어. 아직 빼, 빼지마……!]

[어허! 그래도 어떻게 들어온 머셔너리 캐슬인데 구경은 좀 해야죠. 그렇게 못 참겠으면 잠시 이거라도 넣고 있어요.]

아까 계단에서 고연주와 마주쳤던 게 채 한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바로 방으로 돌아가 뜨거운 정사를 벌였다는 이야기. 

아까 본 영상도 김수현과 마주치기 전에 녹화된 영상이었다. 고연주는 김수현을 만나기 전, 후로 박일과 관계를 나누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그건……. 아윽.]

[킥킥, 잘 품고 있어요. 길 다니다가 검후나 이스탄텔 로우 보고 꼴리면 화장실에서 바로 박아줄 테니까.]

[…너, 너…….]

싱글벙글 웃는 박일의 눈에 심상치 않은 욕정이 보인다. 설마 남다은과 한소영까지 넘보고 있는 것일까? 

고연주가 놀란 눈으로 몸을 일으켰지만 이미 그녀의 다리 사이로 보랏빛 슬라임이 모습을 감춘 뒤였다. 안에서 꾸물거리는 느낌을 느낀 고연주가 잘게 흐느끼며 방을 나서는 박일의 뒷모습을 쫓는다. 

이후 고연주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다시 옷을 차려 입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결코 박일이 집어넣은 슬라임을 빼지 않은 그녀는 천천히 방 문을 열고 나섰다. 

그것이 영상의 마지막. 지금 벽을 붙잡고 흐느끼는 고연주의 안에 있는 슬라임이……. 제갈 해솔에 들린 슬라임과 동기화가 되고 있다. 

[…흐응, 그렇다면.]

의미심장하게 들려온 목소리. 그 소리에 천천히 돌린 김수현의 시선이 크게 뜨인다. 

제갈 해솔을 띄우던 수정구. 그 안에서 제갈 해솔의 시선과 김수현의 시선이 정확히 마주쳤다. 

[…원하는 대로 즐겨 드려야지.]

[예? 바, 방금 뭐라고……?]

[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혼잣말, 혼잣말.]

이윽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시선을 돌리는 제갈 해솔을 김수현은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조금은 누그러졌던 그의 심장이 다시 빠르게 고동치고 있다. 

‘…제갈 해솔.’

하늘을 굽어보는 지혜의 눈. 그런 천재의 기질을 가지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로 제갈 해솔이다. 과연 보통이 아니라는 걸까. 그녀는, 역시나 모든 걸 알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김수현이, 놀람, 기이한 열기로 가득한 시선으로 수정구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끼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갈 해솔은 뚜벅뚜벅 신상용의 앞으로 다가갔다. 

[자, 신상용 씨 자리에 앉으세요. 바지 벗고.]

[해, 해솔 씨?]

[뭐해요. 귀먹었어요? 얼른 벗어보라니까요? 이거 사용 좀 해보게?]

제갈 해솔의 손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슬라임. 신상용은 다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곧 바지춤을 풀며 그녀의 말대로 따른다. 순순히 따르는 것을 보니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닌 듯 보였다. 

곧 제갈 해솔의 얼굴 앞으로 굳건한 물건이 떠오른다. 그것을 바라본 제갈 해솔의 눈에 놀라움이 번진다. 

[와, 이건 언제 봐도 위압감이 드는 모양이네요. 으, 징그러워~.]

[해, 해솔 씨가 시킨 거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징그러운 건 징그러운 거니까요. 그래도…….]

제갈 해솔의 말대로 신상용의 물건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안현과, 박일의 것처럼 타고난 물건에 놀란 것이 아니다. 단순히 크기로만 따지면 일반인의 그것과 다름없지만…….

[이 모양만 보면 나, 몸이 뜨거워져…….]

제갈 해솔의 손가락이 신상용의 물건에 닿는다. 이미 잔뜩 흥분해 검붉게 부푼 남근. 그녀의 손이 귀두서부터 쓸어내리자 곧 기둥에 박힌 무언가에 그녀의 손가락이 걸렸다. 

그렇다. 신상용의 물건은 결코 심상치 않았다. 무언가 인공적으로 건드린 듯한, 구슬 같은 모양의 무언가가 그의 기둥 이곳 저곳에 볼록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성인물에서 언젠가 본 듯한, 오로지 쾌락만을 위한 그러한 남근의 모양새. 

그것을 제갈 해솔은 익숙하게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완전히 딱딱한 건 아닌 모양인지 그녀가 손가락에 힘을 줄 때마다 구술은 살짝 들어갔다 모습을 드러냈다를 반복했다. 그런 그녀의 손이 어느 샌가 조금씩 빨라진다. 

[하윽, 으으……. 해, 해솔 씨……!]

[벌써 싸면 안돼요? 이제 시작인데 벌써 싸면 나 실망할거야.]

[그, 그럼 조금은 살살……!]

[흐응, 벌써 이렇게 질질 흘리기는. 가뜩이나 무매력, 무존재감의 남자가 조루기까지 있으면 어쩌자는 거예요? 어? 나오려 그래요? 어? 나온다?]

[으으으으, 그, 그런 말은, 윽!]

마치 독을 뿜는 두꺼비처럼 팔딱팔딱 거리는 남근. 그것의 신호를 눈치챈 제갈 해솔이 얼른 반대편 손으로 귀두를 덮었다. 손 안에 쏘아지는 강력한 감촉을 느낀 제갈 해솔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상용 씨. 제가 항상 말했죠. 참는 법 좀 기르라고. 그래도 농도는 진하긴 엄청 진하네. 어휴, 밤꽃 냄새~.]

[아, 윽! 해, 해솔 씨!]

[매일매일 딸치면서 정력 좀 기르랬더니 이건 왜이렇게 쌓아 둔 거예요? 완전 누구 임신시킬 기세네? 누구예요? 당신이 그렇게 임신시키고 싶은 여자가!]

[아, 으으, 으으윽!]

[누구냐고요! 누구 안에 이렇게 진한 걸 쌀 작정이었는지 얼른 불지 못해요?]

손에 정액을 듬뿍 묻힌 제갈 해솔이 오히려 그것을 윤활류 삼아 남근을 흔들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음란한 점액 소리가 울리며 새하얀 손이 흉측한 남근을 꾹꾹 쥐어 짠다. 반대편 손으로 사내의 고환을 주물럭거리기까지. 

사내를 골로 보내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제갈 해솔의 손길이 무자비하게 쏟아진다. 결국 신상용이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해, 해솔 씨 밖에 어, 없어요!]

[절요? 저한테 무슨 욕정을 품은 거죠!]

[이, 임신시키고 싶은 여자……! 저, 저한텐 해솔 씨밖에는……!]

[어머? 저는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고요? 결혼까지 한 유부녀인데다가 당신이 그토록 떠받들어 모시는 클랜 로드의 부인인데?]

[그, 그래도……! 끄윽, 제, 제 처음을 가져간 사람이 해, 해솔 씨니까……. 아욱!]

[후후, 그렇단 말이죠? 그렇게 존경해 마지 않는 클랜 로드의 부인인 제게……. 이 진한 정액을 퍼붓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는 말이죠?]

[네, 네엣!]

[후후, 그럼 그렇게 하게 해줄까요?]

[예에?]

사정 직전까지 몰린 신상용이 돌연 눈을 크게 뜨며 제갈 해솔을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 뜨거운 열기에 얼굴이 달아올라 있는 상태였다. 그런 얼굴로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짧은 스커트 아래로 쭉 뻗은 길다란 다리.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각선미에 멍해 있는 신상용을 보며 제갈 해솔이 슬쩍 스커트를 들어 올린다. 

천천히 드러나는 붉은 색 속옷. 그 중앙이 살짝 젖어 있는 걸 본 신상용의 남근이 펄떡펄떡 꿈틀였다. 

[이 안에……. 싸고 싶어요?]

[…네, 네.]

[킥킥, 뭘 그런 눈으로 봐요? 평소에도 자주 먹었던 보지잖아?]

[그, 그래도……. 생으로는 한번도 못하게 해주셨잖습니까…….]

[그렇게 생으로 하고 싶어요?]

[…네, 요, 요즘 들어 계속 생각하는……. 제 소망입니다.]

신상용의 수줍은 고백. 그 말을 들은 제갈 해솔의 얼굴이 살짝 꿈틀거렸다. 이내 금방 원래의 페이스를 찾은 제갈 해솔이 씨익 웃으며 그의 위로 올라온다. 

[그렇게 원하면……. 잠깐은 하게 해줄 수 있는데?]

[…저, 정말입니까? 허, 저 진짜로 하고 싶었는데.]

[쉿, 너무 안달내지 말아요. 아주 잠시뿐이라면…….]

다시 크게 부풀어 오르는 남근. 그것을 느끼며 제갈 해솔은 그의 위에 무릎으로 서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한 손으로 그의 남근을 만지면서, 한 손으로 자신의 속옷을 살짝 옆으로 젖힌다. 

흠뻑 젖은, 붉은 색 음부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미 크게 흥분한 건지 애액이 맺히다 못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

사내를 받아들이기 충분하고 남을 상태. 수정구 너머로 그 모습을 뚫어져라 보던 김수현의 호흡이 순간 멎었다. 이미 그의 손은 잔뜩 발기한 남근에 닿아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지는 허리. 그에 맞춰 맹렬하게 사내의 손이 움직였고 그 순간. 

끼이이익.

천천히 방문이 열렸다.

*

“후후, 뚝뚝 떨어지는 제 애액……. 느껴져요?”

“…네, 너, 너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아잉, 부끄러워.”

제갈 해솔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앙탈을 부린다. 그녀의 말마따나 신상용은 실제로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스스로 속옷을 젖히면서 새어나온 애액이 자신의 귀두 위로 뚝뚝 떨어지는 감촉을. 그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 솟아오른다. 드디어 그녀의 속을 아무 거침없이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저히 표정을 관리할 수가 없었다. 

“후훗, 얼굴 좀 봐. 변태 같은 얼굴.”

“…해, 해솔 씨. 제발…….”

“알았어요. 그럼…….”

애타는 얼굴을 보던 제갈 해솔이 천천히 허리를 내린다. 정확히 그의 귀두와 흥건해진 음부를 맞대고 천천히 허리를 돌리던 그녀는…….

“읏차!”

“허으읍?!”

순식간에 허리를 깊숙이 내렸다. 신상용의 입에서 비명 같은 숨이 터져 나왔다. 

“드, 드디어……!”

신상용은 감격스런 얼굴로 몸을 떨었다. 그토록 바라던 제갈 해솔의 안을 생으로 집어넣었다는 생각에 눈물마저 흘릴 기세였다. 

“킥, 킥킥.”

그렇게 그가 생으로 이어진 제갈 해솔의 반응을 살펴보려던 찰나였다. 문득 웃는 소리에 그의 시선이 위로 들려진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배시시 웃고 있는 소악마의 얼굴이 보인다. 

“그렇게 좋아요?”

“…그, 그렇습니다만.”

“아이고, 안타까워라. 그런데 어쩌나~? 내 보지엔 아직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네?”

신상용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그가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가까이 붙어있는 제갈 해솔 때문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녀의 위치나 느껴지는 감각으로 보면 분명 이것은 여성의 질의 느낌이다. 따뜻하면서도, 매끄러우면서도, 꽉꽉 조이는 이 감촉은 분명…….

“…어?”

그러나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긴 한 건지 그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오른다. 비록 전에는 피임구를 썼다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감촉은 확실히 달랐다. 

마치 이것은 단순한 감촉 차이가 아니라, 다른 여자의 안을 느끼는 것 같은…….

“서, 설마!”

“짜자잔~. 딩동댕~. 생각하시던 그 부분이 맞았습니다~. 와아아~.”

마치 정답을 맞춘 아이를 칭찬하는 것처럼. 박수치며 제갈 해솔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신상용의 시야에 확실히 상황이 들어왔다. 자신의 남근에는……. 아까 제갈 해솔이 만지작거리던 슬라임이 뿌리 끝까지 박혀 있는 상태였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이미 전에 말 했잖아요~. 이거 한번 사용해 보고 싶었다고. 누군가 사용해달라고 쓰고 있는 중인데 안 쓰면 실례일 것 같아서.”

“해, 해솔 씨…….”

“아핫, 그런 얼굴로 보지 말아요. 혹시 알아요? 이게 더 저보다 잘 조여줄지?”

다시 신상용의 앞에 꿇어앉은 제갈 해솔이 남근과 함께 슬라임을 덥석 붙잡았다. 그녀가 슬라임을 위 아래로 빼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찔꺽, 찔꺽…….

“아윽……! 그,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제가 원하는 건, 다른 여자가 아닌, 오로지 해솔 씨만……. 윽!”

“후후. 여자로서 기쁘기 그지없는 말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생각을 해보라고요? 무려 머셔너리 캐슬 내부의 여자가 사용하고 있다는 건데 대박이지 않아요? 지금 이 조이고 있는 슬라임이 그 정하연 씨의 보지일 수도 있고, 젖소 임한나 씨의 보지일 수도 있고. 잘하면 그 이름 자자한 그림자 여왕의 구멍일 수도 있다고요?”

“허, 허억?! 그, 그림자 여왕님이요?”

“그 뿐일까요? 잘하면 우리 클랜 로드가 애지중지하는 이스탄텔 로우 로드가 사용할 수도 있을지도. 다른 언니들에게 들은 정보로는 한소영 씨의 보지가 그렇게 명기라던데. 마침 지금 여기 와 있었죠?”

“허, 허억!”

제갈 해솔의 자극 한마디 한마디에 신사용이 몸을 크게 떨었다. 그녀가 쥐고 있는 남근도 역시 크게 박동했고 슬라임 위로 허연 정액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내려다보던 제갈 해솔이 사악하게 웃는다. 

“…언제는 나 밖에 없다고 하더니 다른 여자 조금 얘기했다고 바로 싸버리시네. 너무해요!”

“허, 헉! 해, 해솔 씨 그게 아니고!”

“농담이에요. 사람 참 놀리는 맛이 있네. 것보다 더 움직일게요?”

“허으윽?!”

그렇게 제갈 해솔의 손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슬라임 역시 크게 꿈틀거리며 신상용의 남근을 꾹꾹 삼켜내기 시작한다. 

쫙, 쫙 질척한 소리를 울리며. 신상용은 몇 번이나 슬라임 안에 크게 사정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머셔너리의 여자들을 상상하면서.

#004

신상용이 여러 번 사정하며 뜨거운 숨을 내뱉는다. 그것을 재미있게 보며 슬라임을 움직이던 제갈 해솔이 드디어 슬라임에게서 신상용을 해방해주었다. 

[와, 이렇게 쌌는데도 아직 안 시들었네요? 웬일이래?]

[해, 해솔 씨……. 제, 제발 조금만 쉬게 해주…….]

[응? 이제 안에 넣게 해주려고 했는데?]

[헉?]

슬라임을 저쪽으로 던지고 속옷을 벗어 내리는 제갈 해솔의 모습에 신상용의 남근이 다시금 곧게 펴진다. 다시 크게 맥동하며 꿈틀거리는 남근. 

신상용의 어깨를 잡고 그의 위로 올라가는 제갈 해솔을 보다가 김수현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참으로 딱한 모습이로다. 이게 무슨 추한 모습인가.”

“게헨나…….”

문을 열고 들어온 여인. 어두운 방 안이 한순간 밝게 보일 정도의 정열적인 붉은 머리가 돋보이는 여인이 오연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수정구를 보며 홀로 수음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그대의 행태야 진작에 알고 있었느니라. 하지만 그래봐야 하찮은 존재들에게 느끼는 일종의 유희일 뿐. 그렇게 생각했다. 해서 굳이 그대의 행각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지. 하지만.”

“…….”

“이 모습을 보니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군.”

“…게헨나.”

“그대에게 다른 책임을 물려는 게 아니다. 이건 엄연히 부군의 욕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본처인 나의 잘못. 진작 내가 나섰어야 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게헨나. 용암과도 같은 붉은 머리칼이 잔잔하게 찰랑이며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피부에 닿는 것만 같아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 했다. 

기어코 책상을 돌아 김수현의 옆으로 온 게헨나. 그녀가 김수현의 뒤로 돌아가 그의 등에 기대며 끌어안는다. 

“…저것은 이 몸의 친동생이 자처하는 발칙한 계집이 아니더냐.”

“…….”

“꽤 오래전부터 그대가 아닌 다른 이의 체취가 느껴진다 생각했다. 그래도 어디 몰래 가서 외도를 즐기나 했는데 생각 외로 가까이에 있었군.”

“…알고 있었어?”

“물론이다. 이 몸을 누구라 생각하는가. 가뜩이나 그대가 품는 계집이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그 정도 흔적은 남겨두었다.”

등에서부터 느껴지는 포근함. 부드러운 감촉에 김수현은 쿵쾅거렸던 심장이 서서히 가라앉는 걸 느꼈다. 그녀의 기운인 겁화의 불꽃. 그것이 그의 몸을 감돌며 진정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저 계집뿐일까. 그대가 품는 다른 계집들도 다 마찬가지다. 그대의 세계에서 읽어본 문헌의 말로는 계집들은 바깥으로 돌면 외도를 한다 하였다. 아마 그 연유이지 않을까 싶은데.”

“…대체 무슨 책을 본거야.”

“문헌이다, 문헌. 그대들의 세계에는 실로 흥미로운 문헌들이 많이 있더군. 심심풀이로 읽기엔 딱 좋은 문헌들이었다.”

“…소설 읽었구나.”

요즘 지구에서 책을 많이 본다 싶었던 게헨나였다. 근데 그것이 흔히들 보는 소설일 줄이야.

“다들 허구적인 부분이 심하다고들 하지만, 읽다 보니 조금 공감되는 부분들도 많이 있더구나. 왜, 자신의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겼을 때의 그런 고통 있지 않느냐.”

“…….”

“…그래. 이 몸이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대가 다른 계집을 품을 때마다 묘한 분노를 느꼈다. 그것이 아마 그대들이 말하는 질투가 아닐까 생각된다만.”

“…그런 감정을 느꼈어?”

“…나도 네게 있어 하나의 여자일 뿐이라는 말이다.”

품을 안던 게헨나의 손이 서서히 내려간다. 그의 가슴, 그의 배를 지나 아직 크기를 유지중인 남근의 위에 닿는다. 

살포시 남근을 쥐며 위아래로 움직이는 손. 붉은 손톱이 아슬아슬하게 귀두를 스치며 능숙하게 자극해나가기 시작한다. 

“…흐음.”

“유희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까웠다. 이런 욕정이 들었다면……. 이 몸을 바로 찾아주었으면 될 것을. 그랬다면 나도 온 힘을 다해 그대를 기쁘게 해주려 노력했을 것이다. 많이 부족할지언정.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루어주었을 것이다.”

“…게헨나.”

“이 억겁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이런 행위를 배운 건 그대를 만나고서부터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꽤 능수능란하지 않은가?”

“…윽, 게헨나……!”

섬세하게 만져가던 손이 어느덧 빨라진다. 귀두 끝에서 새어나온 투명한 애액을 손바닥에 펴 바르며 매끄럽게 남근을 문지른다. 질척, 질척, 흥건한 소리를 내며 자극을 해 나가자 김수현이 쾌감에 몸을 떨었다. 

사정의 징조. 이미 어느 정도 흥분가도를 달리고 있던 중이라 그 시기는 빨리 찾아왔다. 

“…이대로 내어도 좋다. 이 몸이 다 받아줄 테니…….”

“윽……!”

“그대로 이 몸에게…….”

그렇게 몸을 떨며 사정하는 김수현. 게헨나가 자연스럽게 반대 손으로 귀두를 감싸며 손으로 사정을 받아내었다. 쭉쭉 싸내는 정액을 손으로 느끼며 게헨나가 슬쩍 눈을 돌린다. 

“…기분 좋았느냐?”

“…응.”

“…그런가.”

쾌감에 몸을 떨며 여운을 느끼던 김수현은 문득, 허탈한 음성에 눈을 떴다.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게헨나. 그녀의 눈에 슬픔이 가득 담겨있다. 

“…게헨나?”

“그대의 목소리에 거짓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김수현의 정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한쪽으로 가리킨다. 그 손을 따라 김수현의 시선이 서서히 이동한다. 정확히 그가 보고 있던 수정구 위로 향한 시선. 

[하응, 하응, 응, 응!]

[헉, 헉! 해, 해솔 씨!]

[아응, 응! …그렇게 좋아요?]

[네, 네! 해솔 씨 안이 계속 꾸물꾸물 조여서……. 그, 금방이라도 쌀 것 같아서……!]

[…뭘 그리 참는 건지……. 어차피 피임기구도 착용했겠다 그냥 싸버리세요.]

[크윽, 윽……!]

어느새 신상용의 물건을 받아내고 허리를 흔드는 제갈 해솔의 모습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제갈 해솔이 신사용의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추세지만 신상용도 그런 제갈 해솔의 엉덩이를 부여잡고 있는 힘껏 양물을 꽂아넣고 있다. 

능숙하게 사내의 물건을 잡아먹는 여체. 그리고 그에 맞춰 어설프게라도 호응하는 사내. 어설프긴 하지만 두 남녀가 하고 있는 행위는 그 어떤 행위보다 뜨거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제갈 해솔의 엉덩이가 들릴 때마다 보이는 신상용의 물건에 보라색 콘돔이 착용되어 있다는 것이지만……. 

그렇게 절로 정신을 빼앗겼을 때 옆에서 다시 잔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만큼의 떨림은 느껴지지 않는다.”

“…뭐?”

“이 몸의 손에 쾌감은 느끼면서도……. 고작 저 계집의 외도를 보는 것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

“…그것이 그대가 이 행각을 가만히 지켜보는 이유인가.”

게헨나의 말에 김수현은 한마디도 답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게헨나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아직까지도 힘을 잃지 않은 단단한 남근이 그대로 느껴진다. 

“…평소보다도 더 커져 있군.”

“…….”

“이 몸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도……. 그대는 고작……. 벌레만도 못한 계집들의 외도를 보는 것을 더욱 기뻐한다……!”

남근을 잡은 새하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흡사 이대로 쥐어 터치지는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김수현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니, 이대로 남근을 망가뜨려줬으면 하는 생각까지 든다. 차라리 이 물건을 잘라내는 것이, 주체도 못할 정도의 이 더러운 욕정을 처리하는데 더 좋은 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그렇기에 김수현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치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이 몸은……. 그대에게 아무런 해를 가할 수가 없다.”

“…게헨나.”

“…이 몸이 그대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거겠지. 그대가 내게 이런 상처를 주어도……. 그래도 그대는 나의 사랑하는 부군이며 우리 수나의 아비이니.”

“…게헨나!”

“…그렇기에 그대도 내게 알려주었으면 한다. 화정은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하지만……. 녀석도 내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그대가 내게 알려주어라.”

“…….”

“…그대가 왜 이런 고통에 빠져있는지를. 어째서 이 고통을 그런 망가진 유희로 즐기고 있는지를……. 내게 알려주거라.”

여전히 무덤덤한 음성이긴 하나……. 김수현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정도로 슬픔에 잠겨있는 게헨나의 감정을. 억겁의 세월을 지옥의 지배자로 군림해 있던 그 지옥 대공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처럼 슬픔에 젖어 있다는 것을.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그렇기에 김수현은 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과거를 한번 돌린 건 이미 알고 있지?”

“…그래.”

“형과……. 한소영의 죽음을 무마시키려 나는 제로코드를 사용했지.”

잠시간 김수현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이미 어느 정도 들어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듣는 게헨나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했다. 

자신의 실수로 대신 죽어간 김유현과 길드원들. 그리고 한소영을 만나 다시 회복하던 과정에서 악마들에게 다시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졌던 것까지. 그 이후의 일들도 많았지만 이야기는 거기까지 가지도 않았다. 

“…한소영이 악마들에게 무참히 강간당해 죽어간 그 순간부터 나는 다짐했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석들을 다 죽여버릴 것이란 각오와 함께 형과 한소영을 살려내겠다고.”

“…….”

“하지만 모든 것을 이뤄준다는 제로코드를 손에 넣었음에도 형과 한소영은 살리지 못했어.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는 천사들을 금방이라도 패 죽이고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다 죽여버릴 생각으로 과거로 돌아온 거야.”

김수현의 시선이 잠시 분노로 물들었다. 게헨나는 아무 말 않고 그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이어진 이야기. 

“그렇게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어. 여러 번 위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너와 다른 여자들을 만나면서……. 솔직히 조금은 행복했지. 내가 원한 모든 것을 얻었어. 근데.”

김수현이 잠시 침을 삼켰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어느 날부터 허무하다는 생각만 들더라고. 분명 행복하긴 한데,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해서 나는 처음에 아직 홀플레인의 그 분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고 생각했어.”

“…전쟁의 후유증 말이군. 너희 형이란 인간도 그리 말했었다.”

“…근데 그런 건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야. 그 증오만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 내게 그것을 강요하더라.”

“…그것은.”

“응. 한소영이 악마들에게 강간당했던 기억.”

김수현이 피식 웃었다. 허탈하기 그지없는 웃음. 자신에게 혐오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다. 

“…애써 부정해왔어. 증상은 진작 있었지. 징계라고 보내 놨던 안현과 정하연에게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 때부터 나는 일부러 모른 척해왔던 거야. 내가 이렇게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그대.”

“지금도 한소영의 그 모습을 떠올리면 미칠 듯이 욕정해. 안현과 정하연이 그런 사이가 됐다는 걸 눈치챘을 때도 이랬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욕정해서……. 발기가 수그러들지 않을 정도로…….”

“…그때의 이야기라면 이 몸이 그대와 만난 시간보다 꽤 오래전이라고 알고 있다. 이 몸은 그대의 이상을 최근에 눈치챘다. 그대는……. 이런 나에게도 숨겨왔던 것인가.”

“…꽤나 필사적으로 숨겼으니까.”

게헨나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억겁의 세월을 살아오며 그녀는 거의 신급에 오른 존재였다. 그런 자신을 이토록 오랜 시간 속여왔을 줄이야. 

“그대는 그렇게……! 홀로 그 아픔을 짊어지고 있었단 말인가!”

“…아픔이라. 그렇게 포장하기 좋게 말할 그런 감정이 아니야. 안현과 정하연을 시작으로 다른 여자들을 그런 쪽으로 내민 건 내 쪽이었으니까.”

잠시간 대화가 멎었다.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로 꽤나 충격먹은 게헨나와,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는 김수현. 그들의 방에는 오로지 절정을 향해 달리는 제갈 해솔과 신상용의 신음만이 들릴 뿐이었다. 

[아아아앙! 아아아아아앙!]

[해, 해솔 씨? 저, 저도 갈 것 같습니다만……. 그, 그렇게 소리지르시면 밖에서 들릴 지도……!]

[끄응, 일부로 그러는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흐응! 이, 이래도 안 봐?]

[예? 그게 무슨 소리…… 허윽?!]

이를 악문 제갈 해솔이 하복부에 꾹꾹 힘을 주자 신상용의 입이 쩍 벌어진다. 이윽고 제갈 해솔의 몸을 부서져라 끌어안으며 신상용이 힘껏 사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화가 멈춘 방에서, 게헨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저 발칙한 계집의 저 행동도 그대가 원해서 나온 행동이란 말이군.”

“…하하. 아니, 해솔이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저렇게 그대가 봐주길 기대하고 있는데?”

“…해솔이는 눈치가 빠르니까. 아마, 나를 위해 일부러 저러는 거겠지.”

“그대가 욕정 할 수 있도록……. 일부러 다른 사내에게 몸을 내준다는 말인가.”

인상을 쓴 게헨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혀를 찼다. 

“단순한 쾌락뿐인 육체적인 관계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인을 두고 저러는 건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겠지. 원래라면.”

“그런데도 저 계집은 오로지 그대 만을 위해 저렇게 행동하고 있단 말이로군. 오로지 그대만을 위해…….”

게헨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을 멈추었다. 그런 와중에도 수정구 속의 상황은 더욱 끈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으, 하으……. 해솔 씨……. 저 더 이상은 모, 못하겠…….]

[…흥.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이 와중에 다른 여자랑 분위기를 내?]

[예? 바, 방금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니 신상용 씨는 자지나 세워요. 음? 저 약. 저거 정력제 맞죠?]

신상용의 정액을 꽤나 뽑아낸 제갈 해솔이 문득 바닥에 널린 알약들을 낚아챘다. 아까, 신상용이 만든 도구들과 함께 멀리 날려졌던 물건. 그것을 든 제갈 해솔의 입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그, 그렇긴 한데 설마 그걸 저한테……?]

[신상용 씨 한계잖아요? 평소보다 절륜하긴 했는데 아직 많이 모자라. 이것 좀 먹읍시다.]

[그, 그건 좀…….]

[왜요? 별로 무해해 보이지도 않는구만. 엘릭서를 첨가한 정력제? 와, 엘릭서도 몰래 갖다 썼어요?]

[크, 클랜 로드도 허용해 준 겁니다! 아니, 그걸 왜 한 주먹씩이나? 해, 해솔 씨?]

단숨에 하늘을 굽어보는 지혜의 눈까지 사용해 약의 정체를 파악한 제갈 해솔이 무턱대고 신상용의 입 속에 약을 쑤셔 넣는다. 바둥거리던 신상용이 곧 남근을 크게 부풀리며 다시 위용을 되찾는다. 

[자, 일단 콘돔부터 새 걸로 끼고~. 응? 신상용 씨? 눈이 이상해요.]

[으으으, 해, 해솔 씨. 저 빨리 좀……!]

[와, 효과 존나 쩌네? 신상용 씨거 엄청 커졌는데요? 평소보다 훨씬 커.]

[해, 해솔 씨……!]

[아이, 알겠어요. 일단 콘돔부터 갈고. 아!]

남근 끝에 걸린 볼록 부푼 콘돔을 쏙 빼내자 동시에 하얀 분수가 솟아오른다. 얼떨결에 맨 얼굴로 정액을 맞은 제갈 해솔이 우뚝 멈춘다. 

[죄, 죄송해요! 그, 근데 지금 너무 예민해서……!]

[…아니요. 굳이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아니, 오히려 이게 더 좋은 자극이 될지도?]

얼굴에 묻은 정액을 스윽 닦아낸 제갈 해솔의 시선이 다시 수정구로 향했다. 그리고 그 시선과 정확히 마주한 게헨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킥, 신상용 씨. 아까 생으로 넣고 싶다고 했었죠?]

[…네, 네. 그, 그랬죠.]

[그럼 한번 진짜로 해보죠. 자, 이제는 속이지 않을 테니 직접 넣어봐요.]

신상용을 일으켜 세운 후, 직접 침대로 가 누운 제갈 해솔. 그녀가 스스로 다리를 벌린 후 두 손으로 잡아 고정한다. 훤하게 드러난 붉은 속살이 벌렁거리며 사내를 유혹한다. 

[여기 보이죠? 방금까지 당신이 마구 쑤셨던 곳. 이제는 신상용 씨가 마구 범해보세요. 얼른요?]

[…해, 해솔 씨.]

그런 유혹적인 모습에 신상용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그가 평소보다 부푼 남근을 가져가 제갈 해솔의 앞에 섰다. 그리고 허리를 낮춰 입구에 맞춘 뒤, 단숨에 허리를 밀어 넣었다. 

[어흑?! 해솔 씨……!]

[아읏……! 단숨에 안까지 들어왔어……!]

[해솔 씨……! 해솔 씨!]

[하응, 흥, 흐응, 핫!]

철썩거리며 신상용이 온 힘을 다해 제갈 해솔의 안을 쑤신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게헨나가 씩-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하, 저 계집이 지금……. 이 몸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인가.”

“…게헨나?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진지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감히 하찮은 계집 주제에 그대를 두고 이 몸과 경쟁을 하려 들다니.”

다시금 김수현의 남근을 잡은 게헨나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김수현의 안색이 다시 시퍼래진다. 

“…이놈의 발칙한 물건은 또다시 한층 더 커졌구나.”

“…미안.”

“말로만 하지 말거라. 이 몸도 조금은 뜨거워졌으니.”

정확히는 제갈 해솔의 도전에 대한 미묘한 승부욕 때문이었지만. 

여하튼 게헨나가 몸을 돌려 김수현의 앞으로 자리했다. 그녀가 고개를 살짝 털자 입고 있던 옷이 불에 휩싸여 삽시간에 나체가 되었다. 

“…그대가 무슨 연유건 욕정을 했으니 그것을 풀어주는 것 또한 정처가 할 일. 그 참지 못할 욕정……. 이 몸에게 싹 풀어내거라.”

“…게헨나? 윽!”

게헨나가 김수현의 팔을 잡고 단숨에 일으켰다. 그대로 뒤로 누워 책상에 쓰러지면서 양 다리를 우아하게 돌려 김수현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잠시간의 자세 교정 후, 그대로 꽉 끌어당기자 김수현의 양물이 단숨에 게헨나 안으로 파고들었다. 

“…허억! 게헨나! 갑자기……!”

“끄응……!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대의 그곳이 다른 때보다 확실히 커진 것은 알겠다.”

“…너!”

“그 삐뚤어진 욕정으로……. 이 몸을 실컷 범해 보거라. 이 또한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상태니……. 평소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겠지.”

“크윽!”

단숨에 불구덩이 같은 살들이 옥죄어오자 김수현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수음으로 수차례 정을 뱉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상황이 오자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쾌감이 온몸을 내달린다. 

그렇게 쾌감에 몸을 맡기며 격렬하게 허리를 흔든다. 남녀의 숨이 더욱 가빠지고 참지 못한 호흡을 서로의 입술을 통해 떠넘긴다. 타액을 교환하면서 혀를 놀리던 두 남녀가 곧 몸을 굳히며 절정에 다다른다. 

“아응! 그대의 정이……. 내 안에 가득 들어와…….”

“…게헨나……!”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는 불구덩이에 김수현은 있는 힘껏 정을 내질렀다. 단숨에 허탈해질 정도로 지쳐 김수현은 그대로 게헨나의 위로 허물어졌다. 지옥 대공의 풍만한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거친 숨을 몰아 쉰다. 

“…안에 낸 그대의 정도……. 평소보다 많구나.”

“…….”

“그래도 이 몸을 그토록 탐했으니 조금은 안심이다. 아직 내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

“…그렇지.”

조금은 다행이라는 어투. 김수현은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나.

“…거짓말을 또 하는구나.”

“…….”

“사정은 했다. 하지만 전혀 만족 못하지 않았느냐.”

게헨나가 천천히 손을 들어 김수현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녀가 김수현의 머리를 살짝 잡아 천천히 고개를 돌리게 했다. 그녀의 옆에 있는 수정구가 잘 보이도록. 김수현의 시선을 그쪽으로 두게 한다. 

[해, 해솔 씨……! 저 이번엔 진짜로……!]

[자, 잠깐만요! 조, 조금만 참아……! 으흥!]

그쪽에서는 아직도 열렬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제갈 해솔을 깔아뭉갠 채로, 신상용이 그대로 허리를 세게 내려치고 있다. 

잔뜩 벌어진 음부 사이로 무자비하게 파고드는 남근. 검붉다 못해 새카매진 구슬 박힌 남근이 제갈 해솔의 안을 잔뜩 벌리며 헤집고 있다. 

[저, 진짜……! 더는 참을 수가 없어요!]

[하응, 학, 하윽! 조, 조금만……! 조, 조금만 더 힘내 봐요! 아흑?!]

[죄, 죄송합니다. 이제는 더……. 으윽!]

[하으으응!]

이내 힘껏 내려치는 것과 동시에 흉측한 남근이 뿌리까지 깊게 박혀 들었다. 그것을 보는 김수현의 눈이 부릅떠졌다. 화면이 서서히 이동되며 제갈 해솔과 신상용의 이어진 부분이 화면 가득히 들어왔다. 

울컥, 울컥, 울컥.

[허으윽! 제갈 해솔 씨……!]

[아으으, 지금 싸면……. 아, 아아아…….]

[저, 저……! 머, 멈출 수가 없…….]

[이, 이런 멍청이가……. 으히이익?! 힉?!]

어찌나 맹렬한 기세로 내뿜는지 양물이 쿵쾅거리며 꿈틀댄다. 그에 맞춰 부르르 떨리는 제갈 해솔의 음부가 울컥거리며 뜨거운 애액을 뿜어대었다. 이미 그녀가 흘린 애액으로 항문까지 흠뻑 젖어있는 상태였다. 

그 음란한 광경에 김수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곧 틈새 사이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정액을 본 순간 김수현은 또다시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게헨나가 말했다. 

“…이어져 있으니 그 어느 때보다 자세히 알 수 있다. 방금 온 힘을 다해 내보냈으면서 다시 이렇게 커지다니.”

“…….”

“내가 아닌……. 다른 계집을 보면서. 그것도 별것도 아닌 남자에게 범해지는 자신의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미안.”

“…참으로 슬프기 그지없는 일이다. 사과라는 건.”

슬픔이 잔뜩 낀 목소리. 김수현은 또다시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몸서리가 치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수정구로 시선이 흐른다. 

“보이느냐. 네 여자라 생각했던 계집이 다른 사내에게 정을 받고 있다. 그대와 내가 수나를 잉태했던 것처럼. 저 계집도 저 사내에게 씨앗을 받고 있는 것이다.”

“…….”

“저 계집이 저대로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저 사내의 아이를 임신하겠지. 그대가 말하는 신비의 영약을 기초로 만들어낸 약을 복용했으니 잉태율은 아마 거의 확실할 터.”

“…엘릭서.”

“그래, 그 단어였다. 여튼, 저 계집이 다른 사내의 아이를 가져 배를 불려 오더라도 그대는 지금과 같은 욕정을 느낄 수 있을까?”

“…뭐?”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무덤덤하게 내려다보는 게헨나의 붉은 시선을 똑바로 마주본다. 

“말 그대로다. 저 계집이 저 사내의 씨앗을 태우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할 거냐는 소리다. 그대를 위해 몸까지 던지는 계집이다. 만약 그대가 그것을 원한다면 저 계집은 이번과 똑같이 행동하겠지.”

“마, 말도 안되는…….”

“그대의 마음에 손을 얹고 답해보라. 그런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나?”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제갈 해솔이 다른 사내와 자는 것을 상상하며 크게 욕정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임신까지 하는 건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왜냐하면 마력을 조금만 이용하면 해결될 일이었으니까. 체내에 마력을 돌려 정액을 태우기만 하면 씨앗의 기능은 곧바로 사라지게 된다. 저주에 가까운 악마들의 것만 아니라면. 

“그, 그건 싫어! 말도 안된다고 그건!”

“후, 그런가. 다행히 그쪽으로 까지는 번지지 않은 모양이구나.”

“…….”

안도하는 게헨나를 보며 김수현은 다시 생각했다. 다른 사내의 아이를 갖는다는 것.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그것만큼은 욕정이 차오르지 않는다. 아니, 생각지도 못한 일에 저도 모르게 분노가 차오른다. 

그런 그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는 게헨나. 그녀가 수정구를 들여다보았다. 

“…아무래도 이번 싸움은 내가 진 것 같다.”

“응?”

“저 계집 말이다. 이미 알고는 있었다만, 보통 근성이 아니다.”

김수현의 시선이 자동으로 수정구 쪽을 향했다. 그런 그의 시선이 찢어질 듯 크게 떠졌다. 

한번의 사정을 통해 잠시 행위가 멈춘 듯, 두 남녀가 떨어져 침대에 누워 있었다. 신상용은 멍하니 허공을 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고 제갈 해솔은…….

“허.”

수정구를 향해 양 다리를 벌려 그 흔적을 훤히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벌어진 질구 사이로 한가득 흘러내리는 정액들. 더 잘 보이라고 손가락으로 음부를 벌리며 다른 손으로는 V자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김수현은 허탈하게 입을 벌렸다. 

“진짜 매번 나를 놀라게 한다니까…….”

“다 그대 때문이지 않느냐. 그대가 이상한 취향을 가져서는…….”

“…끙.”

“그래……. 저런 인간 계집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본처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건 또 무슨 말일까? 묘한 위화감에 휩싸이면서도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그런 게헨나에게 집중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럴 때만 눈치가 좋아서는. 때가 되면 말해주겠느니라. 그러고 보니 이번에 하는 축제가 그대들이 사는 곳의 특별한 날 때문이라 했었지. 그래……. 그때가 좋겠구나.”

“…게헨나?”

영문을 모르겠다는 김수현의 얼굴. 그러나 그 기이한 흥분이 깃들어있는 얼굴을 보며 게헨나는 살며시 웃었다. 그녀가 김수현의 코를 손가락으로 살짝 누른다. 

“더 깊게 묻지 말거라. 더 이상은…… 이 몸도 말하기 곤란하니. 머지않았으니 조금만 기다려 줬으면 좋겠구나.”

“게헨나, 너 설마……!”

무언가 깨달은 듯, 김수현이 몸을 벌떡 일으켰지만 게헨나가 다시 당겨 끌어안았다. 얼굴이 거의 맞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두 남녀의 시선이 교차한다. 게헨나는 뱃속에서 조금씩 더 부풀어 오르는 남근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그래……. 이것이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나는 무엇이든 할 것이다. 설령 그것이 삐뚤어졌다 할지언정.’

김수현의 허리를 감은 게헨나의 다리가 다시 움직인다. 그녀가 조였다 풀었다 하는 행동을 하자 자연스레 김수현의 남근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게, 게헨나?”

“그러니 지금은…… 나를 강하게 안아다오.”

“…게헨나.”

“있는 힘껏.”

뜨겁게 젖어오는 눈동자. 그것을 본 김수현은 그저 아무 말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커다란 물건이 게헨나의 안을 다시금 헤집기 시작한다. 

방금 전과는 다른 듯한 느낌. 제갈 해솔에 의한 간접적인 욕정이 아닌, 오로지 게헨나에게서부터 솟은 욕정을 오로지 그녀에게 퍼붓는다. 

그런 사내의 행위에 동조하여 게헨나도 역시 그의 행위에 동조했다. 다시금 김수현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그녀의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 들었다. 

‘그래……. 지금 만큼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여 주기를. 

그렇게 바라며 게헨나는 앞으로 다가올 일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김수현에게 온 신경을 기울였다. 

*

파티가 진행된 지 한참이 지났다. 김수현의 가벼운 덕담을 시작으로 시작된 파티는 슬슬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중반부서부터 자리에서 빠져나온 김수현은 한동안 캐슬 내부를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확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티에 남아 있는 인원은 소수로 고정되었다. 나머지는 도중에 빠져나가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졌다. 

취한 이유정을 부축하여 이동한 허준영.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겠다며 김한별이 그 뒤를 따랐다. 그 셋은 이유정의 방에 들어간 뒤 몇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정하연. 그녀는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안현도 화장실을 갖다 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그 둘 역시 지금까지 돌아올 기미가 없고. 

고연주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애초에 처음부터 자리를 비웠다. 그럴 수밖에. 하루 종일 박일에게 시달린 그녀로서는 도무지 파티에 참여할 상태가 아니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슬라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신상용에게까지 당했으니 타격이 더 심했을 터. 어느 새부턴가 박일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아마 지금도 어디선가 관계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것은 나중에 추적 수정구를 확인해보면 알 일. 지금은 게헨나에게 온 정을 빨린 상태라 당장 욕정이 치솟지는 않고 있는 상태다. 조금은 잔잔한 마음으로 나중을 위해 김수현은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던 김수현의 발길이 한 곳에 머물렀다. 파티에 아예 참여도 하지 않은 제갈 해솔의 방. 슬쩍 마력을 돌려 안을 확인했으나 방 안에는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제갈 해솔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설마 아직도 신상용의 방에 있는 건가?’

게헨나와 섹스하면서 수정구는 자연스레 꺼졌기에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저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김수현이 신상용의 방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응? 당신이에요?”

그가 바라보는 방향. 그 복도 끝에서 한 여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길고 예쁜 다리를 우아하게 거닐며 다가오는 미인. 제갈 해솔이었다. 

“응. 나야.”

“파티는 어쩌고 왜 여기 있어요? 혹시 나 찾으러 온 거?”

“응. 파티에 안 오길래 걱정이 돼서.”

“흐응~. 걱정이 됐다라…….”

제갈 해솔이 게슴츠레 한 눈으로 김수현을 흘겨보았다. 그녀가 씩 웃으며 손가락으로 김수현의 가슴을 쿡 눌렀다. 

“내가 뭐 했는지 다 봤으면서.”

“…….”

“그리고 지금 어디에서 왔는지까지 알고 있는 주제에 왜 모른 척?”

“…실망하지 않았어?”

김수현의 작은 물음에 제갈 해솔은 미소를 지우고 자세를 바로 했다. 그녀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갸웃한다. 

“으응~. 처음에는 좀? 근데 워낙 냄새가 심하게 나니까. 혹시 나한테도 그런 걸 느낄까 싶어서 조금 질투 유발 좀 했다고 해야 할까?”

“…질투 유발?”

“처음에 신상용 씨한테 들이댈 때요. 조금은 반응해주길 바랬거든요. 물론 가만히 보면서 욕정하는 그런 반응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

“…….”

이런 대화까지 발랄하게 하는 모습을 보니 김수현도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갈 해솔은 다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뭐, 그래서 나도 좀 화가 났죠. 다른 언니들 대하는 걸 보면 나한테도 같을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그래도 왜 나만은 다를 거다, 하는 그런 욕심 있잖아요. 근데 욕심은 욕심이었던 거죠. 그래서 화가 나서 확 신상용 씨에게 대줬고.”

“대, 대주다니…….”

“사실이잖아요, 대준 거. 왜요? 또 흥분돼요?”

김수현은 멋쩍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다시 사타구니에 힘이 들어가려 하고 있다. 

“으이그, 이런 변태! 어쩌다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됐을까.”

“…미안.”

“에잇! 사과하지 말아요! 차라리 욕을 할지언정 사과는 절대 NONO!”

손가락으로 입술을 꾹 누르며 하는 행동에 김수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다른 건 몰라도 그녀가 자신을 끔찍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껴진다. 

“…그래서 게헨나를 도발한 거야?”

“음, 그건 딱히 계획된 게 아니었는데 괜히 내 차례인데 그 언니가 선수 치니까…….”

“…….”

“그때도 갑자기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그 언니 많이 화났어요?”

“…아니. 그다지?”

“휴, 다행이다.”

그래도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잘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제갈 해솔을 보며 김수현은 문득 시선을 돌렸다. 

“…머리 젖어 있네?”

“응? 아, 방금 신상용 씨 방에서 나온 거라.”

“그래? 그럼 같이 씻을까?”

“어머, 이게 웬 반가운……. 아니, 아니지. 이런 변태 같은 소리래?”

“응?”

“아니, 그렇잖아요. 방금까지 다른 남자하고 섹스하고 온 여자랑 왜 같이 씻으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니 김수현으로서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은 진짜로 단순히 자신을 위해 노력해준 모습이 이뻐서 씻겨주려고 했던 건데.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제갈 해솔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김수현을 스윽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피식 웃으며 그에게 다가간다. 

“농담이에요 농담. 신상용 씨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놀리는 게 너무 재미있어.”

“…조금 억울할 뻔했다.”

“킥, 그럼 자주 쳐야겠네?”

“봐, 봐줘.”

“봐 줄게요. 그러면 이번 목욕은 당신이 씻겨주는 거?”

“응, 원래 그러려고 했었어.”

“어머~. 웬일이래? 맨날 한나 씨한테 가더니만?”

“끄응…….”

김수현을 놀리는데 재미가 들린 모양인지 이런 저런 공세를 취하던 제갈 해솔이 덥석 그의 손을 붙잡았다. 

“농담, 농담~. 자 이제 가요. 나 오랜만에 당신 욕실에서 씻고 싶어.”

“…그래.”

“아, 맞다.”

그렇게 바로 이동하려는 찰나, 제갈 해솔이 문득 멈춰 섰다. 잠시 주변을 돌아본 그녀가 갑자기 김수현의 팔에 붙어 귀에 속삭였다. 

“나, 당신한테 줄 선물 있어.”

“…선물?”

그게 무엇일까 싶어 슬쩍 바라봤더니 제갈 해솔이 진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김수현. 제갈 해솔이 위험한 미소를 한 채 그의 손을 천천히 이끌었다. 

“…나, 신상용 씨하고 할 때는 항상 콘돔을 썼었거든요?”

“…….”

“근데 아까 봤던 것처럼 처음으로 없이 해봤는데…….”

그녀가 손을 이끈 곳. 스커트 사이로 들어간 손이 곧 그녀의 비부에 닿는다.

“…해솔아?”

“…당신이 보고 있다는 게 생각보다 위험해서……. 조금 흥분하다 보니까 이런 거까지 허용해 버렸는데…….”

질척한 감각. 속옷은 벗어두고 왔는지 아무것도 없는 매끄러운 감촉만 느껴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어나오는 끈적한 액체의 감각. 

“…생각해보니 이것도 당신이 알면 좋아할 것 같아서…….”

“…너.”

“…정답인가 보네? 킥.”

그것을 시작으로 손 위로 울컥울컥 애액들이 쏟아져 내린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밤꽃 향기에 그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하아, 하아……. 아, 힘 푸니까 계속 나오네.”

“…….”

“당신이 수정구에 마력을 끊었을 때도……. 신상용 씨랑 계속 했거든요. 나 때문에 그런 약까지 먹었으니까……. 신상용 씨가 진정될 때까지 다 받아주는데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

“…그렇게 좋아요? 당신 바지 뚫고 나올 것 같아.”

“…….”

마지막으로 결정타까지. 제갈 해솔의 얼굴은 어느새 묘한 흥분에 휩싸여 있는 상태였다. 바들바들 떠는 김수현의 모습을 보며 제갈 해솔도 미지의 가학심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한다. 

“…나 안 씻겨 줄 거예요?”

“…….”

“…이렇게 시간 끌리면. 임신할 지도 모르는데?”

김수현의 몸이 우뚝 멎었다. 그런 그의 귓가로 제갈 해솔이 살짝 숨을 흘려 넣었다. 

“…이런 선물도 괜찮죠? 후후,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그렇게 말한 순간. 김수현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얏! 자, 잠시만요?”

제갈 해솔이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김수현에게 이끌려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곧, 김수현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 제갈 해솔은 이어서 안쪽에 있는 욕실로 끌려갔다. 

그리고 곧 그녀의 옷가지들이 문 밖으로 내던져졌고 잠시 후. 

“아흥, 앗, 다, 당신, 자, 잠깐만, 하으으!”

욕실 안에서 물소리와 함께 뜨거운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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