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SY병원.
최신식의 의료시설로 가득 구비되어 있다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병원. 한반도 내부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의사들이 서로 가고 싶어할 정도로, 최근 주가를 매우 빠르게 올리고 있는 병원이었다.
오늘도 사람들로 가득한 병원. 접수하는 곳에만 수십명의 줄이 대기할 정도로 혼잡한 병원 내부에서도 유달리 조용한 곳이 있었다.
SY병원 최 상층에 위치한, 대기업 회장들도 함부로 방을 잡을 수 없는 초 호화 특별 병실. 오로지 SY그룹의 고위 인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병실이었다.
그곳에는 병원에 소속된 의사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승강기를 타도 특수한 층 이상 올라가려면 허가된 카드키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병실을 관리하는 특별히 지정된 의사나 간호사를 제외하고는 지나다니는 이가 없었기에 이 층은 일년 365일동안 항상 한산함을 유지했다.
그리고 요 근래.
이 초 호화 특별 병실을 홀로 차지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또각. 또각. 또각.
복도를 울리는 굽소리. 특별한 사람만 탈 수 있는 승강기를 타고 올라온 한 여인이 복도를 거닐며 병실로 향한다. 이 층을 관리하는 간호사들이 그녀를 제재하려다 얼굴을 확인하곤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 SY병원의 최고 권위자인 SY그룹의 대표 이사였으니까.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빛이 흐르는 느낌이다. 도도함과 고귀함을 흩뿌리며 시원하게 복도를 가른 미인이 병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멈췄던 여인이 문고리를 잡고 활짝 문을 열어젖혔다.
“수현. 저 왔어요. 약속했던 대로 오늘은 제가 예약한 식당을 먼저…….”
방금까지 흩뿌리던 도도함은 어디로 간 걸까? 애정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환하게 말하던 여인이 순간 돌처럼 굳었다. 순식간에 아까의 냉기가 따스한 분위기를 몰아냈다. 차가운 얼굴로 돌아온 여인이 이를 악물고 병실 앞에 있는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대, 대표 이사님. 가, 갑자기 무슨 일로……!”
“환자 어디 갔어요?”
“아, 크, 클레로드 김씨 말이시죠? 그, 그분은 아까 어떤 보호자 여성분하고 잠시 외출하셨습니다.”
“여성? 외출?”
여인, 아니 이 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대표이사 한소영은 순간 이를 갈았다.
“제가 분명 환자의 외출은 특별한 공문이 떨어진 게 아니라면 무조건 금하라고 했을 텐데요.”
“그, 그것이 오늘 분명 환자의 외출이 예약돼 있던 상태였어서…….”
“…….”
한소영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럴 수밖에. 그 외출 공문을 띄운 것도, 그리고 그 허가를 내린 것도 다름아닌 본인 자신이었으니까. 그녀가 이를 꽉 물었다.
‘정보가 샛구나.’
실책이었다. 그동안 다른 여인들에게 김수현을 공유 당하면서 단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낸 적이 꽤나 오래전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특별한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며칠전부터 들떠 있었는데 그 기분에 입을 너무 놀리고 말았다.
‘후후, 드디어 다음주면 그이와 떠날 수 있어.’
‘이미 7성 호텔 한 층을 통째로 예약한 상태예요. 수영장까지 포함된 로얄 층이라 하루 종일 그이와 술래잡기하면서 좋은 추억을 남길 거예요.’
그야말로 한소영이기에 가능한 씀씀이. 특히나 김수현과의 술래잡기가 무얼 뜻하는지 알고 있는 다른 여인들에게서 어마어마한 시샘을 받았었다. 오죽하면 한달동안 노예가 될 테니까 그 자리에 껴 달라고 하는 여인이 있을 정도.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 어떤 방해가 들어와도 규칙과 무력을 내세워 무찌를 거란 각오도 했었지만, 이렇게 선수를 칠 줄이야.
“그래서. 그 사람을 데려간 여자가 누구죠?”
“예? 저, 저희는 그저 보호자라는 말 밖에는 들은 게…….”
“아니, 특별 환자가 외출을 하는데 보호자 신분도 확인하지 않고 내보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요?”
“그, 그래도 평소에 이사님하고 자주 방문하신 분인지라, 저희는 다 이야기가 된 건줄로만 알고…….”
한소영이 풀풀 풍기는 냉기에 간호사들이 바들바들 떨었다. 홀플레인에서 철의 여왕이라 불리는 자의 기세를 일반 민간인이 버틸 리 만무했으니. 한소영이 숨을 가다듬으며 기세를 갈무리했다.
“그러면 생김새는요.”
“그, 괴, 굉장히 아름다운 분이셨는데, 히익?! 그, 으, 은발이 굉장히 아름다우셨던 여성분이었습니다!”
“…은발?”
한소영의 머리속에서 이미 몇몇의 용의자가 나뉘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증인의 발언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단서가 나왔다.
“…혹시 특별 환자가 그 여자의 품에 안겨 있던 가요?”
“…네. 야, 약간 어정쩡하긴 해도 그 여성분의 품에 틈만 나면 안겼습니다.”
‘이 빌어먹을 천사년이…….’
이걸로 확정이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선수를 쳐버렸다.
세라프. 항상 조신한 척, 양보하는 척 하더니만 이런 식으로 거하게 뒤통수를 쳐?
한소영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다른 이들이라면 SY그룹의 특수 정보망을 통해 바로 추적할 수 있겠지만, 단 한사람. 아니, 한 천사인 세라프만은 예외였다. 왜냐하면…….
[네? 세라프 씨, 오늘 아침 일찍부터 저쪽 세계에 갔다 온다 그랬는데?]
“…씹.”
[예? 갑자기 웬 욕이예요? 오늘 그이랑 놀러간다고 그렇게 기뻐하던 분이? 엥? 설마 세라프 씨가 뒤통수라도 쳤어요?]
“끊어요.”
[소영 씨! 소영 씨, 잠깐만요. 푸하핫. 통수쳤네? 소영 씨! 소영 씨!]
그림자 여왕에게서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한소영은 이내 조용히 좌절했다. 요즘 바쁜 일상속에서 간신히 낸 휴가였는데……. 그것이 허무하게 날아가게 생겼다.
“후욱, 후욱, 후욱.”
그래도 오랫동안 한 클랜을 통솔했던 클랜 로드였던 만큼 호흡으로 열기를 잠재운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호흡한 한소영은 잠시 후.
콰직.
주먹을 휘갈겼다. 그녀의 근처에 있던 나무가 한 웅큼 뜯겨져 바닥에 흩날렸다.
한소영이 성큼성큼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화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
꼴깍. 꼴깍. 꼴깍. 탁!
500cc 맥주잔이 단숨에 비워져 테이블에 내려쳐졌다. 그런 빈잔 옆으로 다섯개의 똑같이 빈잔이 애처롭게 널려있다.
“와, 그 한소영이 지금 이런 곳에서 뭘 하고 계신 거래?”
“…불렀으면 이야기나 해주고 마셔요. 지금 몇 잔 째야? 하나, 둘, 셋……. 벌써 일곱 잔 째예요!”
느닷없이 한소영에게 호출당해 보초 노릇을 하고 있는 두 여인이 투덜거렸다. 정확히 박다연 혼자만 투덜거렸고 연혜림은 연신 흥미로운 얼굴로 구경하고 있었지만.
“뭐, 오늘 김수현이하고 사랑 여행 떠난다고 좋아하더만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응? 뭐 헤어지기라도 했어?”
“헉?! 언니! 갑자기 그런 말을 하시면 어떡해요!”
“엥? 말하면 안되는 거였어?”
섬세하지 못한 언행에 박다연이 단박에 꾸짖었다. 그럴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연혜림도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뭐야, 진짜 헤어진 거야?”
“그렇게 자랑하던 여행이 깨졌는데 그 이유밖에 더 있어요? 먼저 말해줄 때까지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고만!”
“후우~.”
한소영의 긴 한숨소리에 연혜림과 박다연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방금까지 그나마 지키고 있었던 분위기가 살얼음처럼 떨렸다. 들리는 소리라곤 두 여인의 눈동자가 돌아가는 소리뿐.
연혜림과 박다연의 시선이 부딪혔다.
‘야! 그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알려줬어야 할 거 아냐? 네가 안 알려줘서 지금 이 꼴 났잖아!’
‘아니, 언니 바보예요? 척하면 척이잖아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홀플레인에서 살아남았는지 몰라?’
‘뭐야? 꼬맹이 너 말 다했어?’
‘누가 꼬맹이예요! 벌써 나이가 스물 중반인데!’
이미 매우 오랜 시간동안 함께 지냈던 두 여인이다. 눈빛만으로만 대화가 가능한 두 여인이 침묵속에서 투닥거리는 도중, 한소영이 입을 열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 그렇지? 아, 암 그럼~. 그 김수현이가 한소영을 이대로 떠나보낼 리가 없지!”
“그, 그럼요! 형부가 언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아마 언니가 죽으라면 목 콱 매달고 죽는 시늉이라도 할 걸요?”
“박다연.”
억지로 깔깔 웃던 박다연이 화들짝 놀랐다. 천천히 시선을 돌리자 뾰로통한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한소영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네 형부인데 그런 소리는 조금 아닌 것 같지 않니?”
“아니, 그, 그!”
“네가 아무리 내 친동생이나 다름없다지만 조금 듣기 거북하네?”
“죄, 죄송해요…….”
한소영에 기세에 눌려 금방 풀이 죽는 박다연을 보며 같이 맞장구 치던 연혜림도 얼른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선을 넘기 직전에 멈추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그렇게 한차례 테클이 들어오자 다시 대화가 중단됐다. 그새 한소영은 맥주 한잔을 더 시켜 맥주잔에 손을 가져가고 있는 중이었다.
“…….”
“…….”
다시 한번 원샷을 때리는 한소영. 꼴깍, 꼴깍 삼킬 때마다 볼록 솟은 가슴이 간헐적으로 흔들린다. 입가에 한줄기 새어 흐르는 액체가 턱을 타고 가슴골 사이로 사라졌다.
그 모습이 은근 색스러워 지켜보고 있던 연혜림과 박다연이 꼴깍 침을 삼켰다. 그렇게 한소영이 홀로 분위기를 아작내고 있는 도중, 결국 참다못한 연혜림이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우리를 이렇게 불러 세워 놓은 거냐고! 말은 해주고 묶어 두던가! 우리의 시간은 시간도 아니야?”
“…너 어차피 약속 없잖아.”
“네, 네가 어떻게 알아?”
“매일매일 심심해 죽겠다고, 놀자고 전화한 사람이 누구더라?”
“큭……! 그, 그래도 나도 가끔은 약속도 있고 외출도 하고 있다고!”
“보나마나 술 마시러 가는 자리겠지. 얼굴도 모르는 남자들이랑.”
말 한마디 한마디 정곡을 찌르는 말이라 연혜림은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 세상에서 제일 비겁한 공격이 팩트 폭행이라더니 너무너무 아프다.
결국 연혜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 이런 여자다! 근데 뭐 어쩌라고! 그런 세상에서 십년이 넘게 굴러왔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냐고! 너야 잘생긴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산다지만 우리는 아니라고!”
“맞아요! 그렇게 부추길 땐 아무것도 아닌 척했으면서 언제 꼬셔가지고는! 언니만 결혼해서 살면 다예요? 우리도 외롭다고요!”
“…그럼 너네들도 상대를 만들지 그랬니. 현실에서 힘들면 홀플레인에서라도.”
하지만 상대는 한소영. 두 여인의 반박을 단숨에 제압했다. 이런 주제로 싸워봐야 불리한 건 자신들이기에 박다연과 연혜림은 얼른 눈을 맞추고 합심했다.
“큭, 오케이. 알았어. 야 박다연. 너 어차피 오늘 할 일 없지? 우리 남자나 만들러 가자.”
“그래요. 이럴 때 남자 없는 여자끼리 합심해야지. 억울해서 원!”
박다연과 연혜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한소영이 한심하다는 듯 숨을 흘렸다. 그 모습에 더욱 발끈한 두 여자가 단숨에 룸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룸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손님분들? 혹시 잠시 괜찮으신지.”
“무슨 일인데요?”
“다름이 아니라 손님분들하고 합석을 원하시는 손님들이 계셔서……. 혹시 괜찮으시면…….”
“아, 안 해요. 훠이훠이~. 저리 가렴.”
문을 슬쩍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아닌 술집 종업원이었다. 평소에 가는 고급 바가 아닌, 일반인들이 주로 애용하는 룸 미팅 술집이었기에 이런 식의 단체 미팅도 이루어질 수 있는 곳.
그러나 이곳이 아니고서도 평소에 헌팅을 자주 당하는 편이기에 연혜림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거절했다. 그렇게 연혜림이 종업원을 룸 밖으로 내보내려던 순간.
“왜? 너희 어차피 남자 만나러 간다면서. 차라리 여기서 하지 그래?”
“엥? 그 고귀하신 한소영 님이 갑자기 웬일이시래? 그런 말도 다 하시고?”
“뭐, 이런 게 자연스러운 거라며. 자연스러운 일이니 나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헐.”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한 말. 눈도 살짝 풀린 게 한소영은 명백히 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평소 술은 간간이 즐기면서도 마력으로 취기를 날려버려 언제나 이성을 유지하는 사람이 취했다?
“그, 그럼 합석 수락하시는 거죠? 그럼 얼른 가서…….”
“아니요! 안해요, 안해! 수작부리지 말고 얼른 나가세요!”
“어, 어, 소, 손님! 손님!”
꽤 많은 팁을 받은 걸까? 끈질기게 매달리는 종업원을 내보낸 박다연이 씩씩거리며 한소영을 보았다. 안 그래도 한소영과 이 술집에 들어올 때부터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반쯤 남은 맥주를 쭉 들이키는 철혈 여왕.
“아니, 언니 미쳤어요? 뭐, 애정전선에 아무 일 없다매. 근데 지금 하는 짓은 영락없이 소박맞은 여자 행세잖아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런 게 아니긴 뭐가 아니예요!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명백히 화가 난 박다연의 모습에 한소영은 한숨을 푹 쉬었다. 저렇게 툴툴거려도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음을 알기에 한소영은 결국 입을 열었다.
“…오늘 분명 중요한 날이니까 기억하고 있으라고 말했는데 떠나버렸어.”
“떠, 떠나요? 형부가? 어디를요?”
“…홀플레인.”
“거, 거길요? 갑자기 왜요?”
“…빌어먹을 천사가 채갔어.”
“헐.”
그제야 모든 전말이 이해가 갔다. 한소영이 그간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려왔는지 잘 아는 두 사람이기에, 두 사람 역시 세라프에게 분노가 솟아올랐다.
“온갖 깨끗한 척 다 하더니 여우 같은 짓을 하네. 그것도 꼬리 아홉 개 달린 불여우 같은!”
“그 여자, 천사가 아니라 구미호 아니예요? 천사가 그런 추잡한 짓을 할 리가, 아니. 원래 천사들이 다 지랄맞았지? 어후! 근데 형부는 그걸 그대로 그냥 쫓아갔대요? 형부도 알 거 아니예요, 언니가 이 날을 기다린 거.”
한소영이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박다은의 머리에서 김이 펄펄 솟았다.
“진짜 너무하네! 아무리 열 이상의 여자를 거느린 하렘왕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요!”
“…그치? 이건 그 이가 너무한 게 맞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김수현 이 자식 안되겠고만! 여자 밝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키는 남자인 줄 알았는데 완전 실망이야!”
자신의 처지를 동정해주는 두 사람이 고마웠던 걸까? 한소영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가 박다연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그 이가 나한테 잘못했으니까 나도 똑 같은 짓 할거야. 그러니까 너네가 알려줘.”
“뭐, 뭐를요? 대체 뭘 하려고요!”
“나도 다른 남자랑 놀 거야.”
연혜림과 박다연이 쩍, 입을 벌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이 여왕은.
“미쳤어요, 진짜로? 진짜로 형부랑 끝낼 생각이에요?”
“그 이가 한 걸 나는 하면 안돼?”
“안돼죠! 애초에 일대 다수인 상황에서 다수가 아쉬운 편에 있는 건 당연한 건데! 언니가 똑같이 받아치면 진짜 형부랑 끝난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러면 나는 어떡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 두 눈을 글썽이며 애처럼 묻는 한소영의 모습에 두 여인이 매우 당황했다. 동시에 생각했다. 이 엄중한 여왕님은 애교부리는 것도 귀엽구나, 하는.
“아, 진짜 미치겠네. 혜림 언니! 뭔가 대책이라도 세워봐요!”
“으, 응? 내가 뭘? 원래 이럴 때 돌파구를 찾는 게 네 역할 아니었냐?”
“진짜 도움이 안돼, 도움이!”
“뭐야? 진짜 요 꼬맹이가 보자보자 하니까! 오랜만에 한번 이 주먹 맛 좀 볼래? 앙?”
티격태격하는 두 여인. 하지만 곧 맥주를 더 추가 주문하는 한소영을 보며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연혜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 진짜 미치겠네. 나 진짜 오늘 약속 있었단 말이야. 좀 있으면 가야 하는데…….”
“…뭔 약속이요? 설마 진짜 남자라도 있는 거예요?”
“남자라……. 뭐, 틀린 말도 아니긴 한데.”
“헐! 이 배신자!”
박다연이 작은 손을 움켜쥐고 연혜림의 배를 때렸다. 물론 그 연혜림이 아파할 리 전무했지만.
“뭐, 네가 생각하는 그런 남자는 아니고. 아! 그럼 너네도 같이 갈래?”
“…대체 거기가 어딘데요?”
“아, 있어! 남자를 만나는 장소기도 하면서 외도하는 장소도 아닌 그런 곳이. 어때? 생각 있어?”
그제야 방법이 생겼다는 듯, 눈을 빛내는 연혜림을 보며 한소영은 멍하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이 거절의 뜻이 아님을 안 연혜림이 킬킬 웃었고, 지켜보고 있던 박다연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눈동자를 굴렸다.
‘저 언니가 저렇게 자신만만 할 때는 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는데…….’
그렇게 박다연이 덜덜 떨거나 말거나. 허공에서 시선을 맞대고 있는 한소영과 연혜림에게서는 이미 수락한 것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002
연혜림을 따라 이동한 곳. 그곳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람이 많다는 명동 시내. 애초에 그곳에서 마시고 있던 터였기에 조금만 걸어도 연혜림의 목적지에 이르렀다. 물론 셋다 범상치 않은 외모인지라 다가오는 남자들이 많아 성가시긴 했지만 마력을 흩뿌리는 연혜림에 의해 모두들 떨쳐낼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장소.
“…나 참. 역시 저 바보의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
“아, 아니 왜에!”
“그걸 말이라고 해요? 미쳤나 봐. 풍속업소를 끌고 오면 어떡해요!”
박다연 이 빽 소리쳤다. 연혜림은 억울하다는 얼굴로 항의했다.
“풍속업소라니? 평범하게 마사지하는 곳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헹, 웃기시네. 요즘 남자 고프다고 이런 데 찾는 거 모를 줄 알았어요? 겉으론 정상적인 마사지 업소겠지!”
연혜림이 끌고 온 곳. 그것은 다름아닌 여성 전용 마사지 샵이었다.
건전한 이유에서 오자면 별일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시내 중앙에서 조금 동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한 가게였고 무엇보다 근육질 남성의 사진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노골적인 풍속업소 분위기를 풀풀 흘리는 곳이었다.
“언니, 더 들을 것도 없어요. 어서 가요.”
“아, 아니! 그래! 그런 목적이 있어 찾는 곳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다 그런 목적으로 오는 건 아니라니까?”
“언니, 빨리 가요!”
“아니, 잠시 있어봐.”
연혜림은 정말로 미친년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박다연이 얼른 한소영의 팔을 이끌어 멀리 떨어지려고 하는데 놀랍게도 한소영이 저지했다. 박다연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언니?”
“혜림이의 말도 들어 봐야지. 그런 곳이 아니라잖아.”
“아, 아니, 딱 봐도 풍속 업소구만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언니 진짜 돌았어요?”
“나 참. 내가 미쳤다고 한소영을 그런 곳에 끌고 오겠냐? 잘 들어봐.”
한소영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보이자 연혜림의 기세가 다시 올랐다. 반면에 박다연은 연신 당황하는 중이었고.
“여기 보이지? 여성 전용 마사지 샵. 여자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꽤나 이름있는 곳인데 이게 마사지사들 손맛이 죽인단 말이지? 진짜 손길 하나하나가 몸 이곳저곳을 찌르는데 몸의 피로가 한번에 가신다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풍속 업소긴 한데 원하는 사람들만 그 이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받고 싶은 사람들만 시크릿 코스를 받고 일반인들은 일반 코스만 받으면 된다니까?”
“…시크릿 코스?”
아무래도 이런 쪽으로 면역이 없는 한소영이 의문을 표하자 연혜림은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엄지와 검지를 붙여 원을 그린 후, 반대편 손가락으로 그 구멍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한다.
“섹스 말이야 섹스.”
“…천박하긴.”
“아하핫, 뭐 그런 곳이야 나랑 박다연 같은 외로운 여자들이나 가는 곳이고. 아, 요즘 보니까 유부녀들도 많이 오긴 한다만, 뭐 한소영 너는 일반 코스나 받으라고. 대화 상대도 해주니까 마음 편하게 즐긴다 생각하면 돼.”
“미친……. 언니나 가세요. 저는 그런 거 안해요.”
“에헤이~. 왜 이러실까? 우리 귀염둥이 처녀 박다연 양에게는 내가 특별히 최고 코스로다가 쏜다!”
“이, 이거 놔요! 그리고 누가 처녀라고!”
바둥거리는 박다연의 목에 팔을 건 연혜림이 강제로 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애처롭게 한소영을 부르는 목소리를 뒤로하며 연혜림은 슬쩍 한소영의 눈치를 보았다.
“…….”
무심한 얼굴로 바라보는 시선. 그러나 오랜 시간 함께 해오며 그녀의 반응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연혜림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입술을 살짝 내민 한소영. 그건 무언가에 삐져 오기를 부리고 싶을 때의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 굳어 있던 발을 떼며 자신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 여인이 들어간 가게. 승강기를 타고 무려 10층이란 층수까지 올라가자 찬란한 내부가 들어왔다.
“와…….”
마치 고급 호텔이라도 온 것 마냥 고급 샹들리제가 로비 중앙에 떡하니 걸려있다.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카운터에 있던 여인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어머어머! 연 씨 언니 오랜만이다~. 요즘 왜 이렇게 뜸했어~.”
“요즘 좀 바빴거든~. 어때? 요즘도 장사 잘돼?”
“우리야 언제나 똑같지~. 그나저나 일행분들은……?”
가슴골이 훤하게 파인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박다연을 훑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어린 느낌이 있지만 잡티 하나 없는 하얀 피부나 귀여움이 가득한 미인상을 보고 이내 활짝 웃는다. 친근하게 박다연의 팔을 살포시 잡아 끈 여인이 이번에는 한소영을 보았다.
“웬 귀여운 아가씨랑……. 오우 쉣.”
그러더니 이내 쩍 입을 벌린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녀에게서는 연혜림과 박다연과는 차원이 다른 빛이 흐르고 있었으니까.
살짝 볼륨을 넣어 이마를 드러내며 흘러내린 긴 앞머리. 전체적으로 작은 얼굴에 도도한 눈, 오뚝한 콧날과 붉게 익은 입술은 그야말로 경국지색이었다.
그뿐이랴.
노출은 거의 없지만 몸에 딱 맞게 제작한 고급스런 재킷과 하체 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하얀 백바지만 봐도 클래스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전체적으로 완벽한 미인.
“…그,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이런 곳에 오실 분이 아닌 것 같은데.”
“어허! 마담은 그런 소리 하지 말어~. 인정은 하는데 우리도 상처받으니까.”
“어머, 이런 실수를. 그나저나 오늘도 그, 서비스 받으러 온 거지?”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연혜림이 마담의 어깨를 툭 쳤다. 마담은 보이지않게 씨부렁거린 후, 한소영과 박다연 쪽을 슥 쳐다보았다.
“…일행분들도 서비스 받으시는 건가요?”
“당연하지. 서비스 가게에 왔는데 서비스 받는 게 당연하지. 그렇지?”
그래도 혹시 몰라 다시 묻자 한소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박다연만 울상이 된다.
“나랑 얘만 시크릿 코스로 해주고 저쪽 쟤는 일반 코스로 부탁해~.”
“응, 오케이. 그럼 안마사 선생님들은 누구로 할래? 다들 말 선생님으로?”
“엥? 에이~. 초심자한테 무슨 말 선생님을 붙여줘. 요 꼬맹이한테는 원숭이 선생님으로 붙여주고 저 여왕님한테는 음~. 어, 강아지 붙여줘.”
“왜 나한테만 원숭이에요! 뭔진 모르겠지만 나도 강아지로……!”
원숭이. 뭔가 자신을 비하하는 것 같아 발끈한 박다연이었지만 이번에도 연혜림의 헤드락에 곧바로 제압되었다. 마담이 한소영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여왕님?”
“아~. 그런 게 있어. 쟤 별명이 여왕님이거든.”
“아, 뭔지 이해할 것 같아. 뭔가 그런 느낌이 풀풀 나긴 해.”
한소영 특유의 도도함과 고고함이 흐르는 분위기를 보면 딱히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홀플레인에서는 이스탄텔 로우라는 거대한 클랜을, 그리고 대한민국에선 세계적인 소영 그룹의 대표 이사 직을 맡고 있는 만큼 누군가의 위로 군림하는 존재였으니까.
“그러면 바로 시작할 거지? 방은 초심자도 있으니까 함께 줘?”
마담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연혜림은 슬쩍 한소영을 보았다.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입술을 살짝 살짝 깨무는 것을 보니 조금은 초초함이 몰려온 듯싶다. 그 모습을 보며 연혜림이 속으로 킥, 웃었다.
“응, 그렇게 해 줘.”
“오케이. 그럼 바로 모실게요, 손님들~.”
마담은 능숙하게 세 여인을 안쪽 커다란 방으로 안내했다.
*
마담의 안내를 따라 배정받은 방. 마찬가지로 어두운 분위기에 붉은 등이 켜져 있는 고급스런 방이었는데 은은한 달콤한 향이 흐르는 데다가 방 벽이 쿠션으로 모두 마감이 되어 있다. 아마 방음을 철저하게 고려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
그런 분위기의 방에서 세 여인이 나란히 서 있었다. 원래의 옷차림이 아닌, 가슴과 하반실을 가리는 비키니 같은 옷차림을 한 상태로. 상대적으로 빈약한 가슴 부분을 흘끗 쳐다보며 씨부렁거리던 박다연이 연혜림을 노려보았다.
“…진짜 제정신이 아니야. 이건 진짜 미친 짓이라고요.”
“아이, 진짜. 눈 한번 꼭 감고 한번 받아보라니까? 내 장담하는데 너 나 몰래 여기 또 온다?”
“아가리 닥쳐요. 진짜 소영 언니만 아니었어도…….”
연혜림을 흘겨보며 슬쩍 한소영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가는 어깨와 풍만한 가슴골이 유독 돋보는 미녀가 조금 쑥스러운지 다리를 슬쩍슬쩍 비비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색기가 넘쳐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황급히 잡념을 떨쳐낸 박다연이 한소영의 팔을 와락 붙잡았다.
“언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지금 나가자고 하시면 바로 나갈 테니까!”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어, 언니…….”
“굳이 나 때문에 여기 있을 필요 없어. 내키지 않으면 가도 좋아 박다연.”
곧 울상을 지은 박다연이었다. 자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나도 서운한 말이었다.
“아, 안가요. 언니가 안 가는데 제가 갈 수는 없죠.”
“나, 참. 누가 못 올 곳 데리고 왔나. 한번 눈 꼭 감고 받아 보라니까.”
연혜림이 박다연의 등을 두드리며 한쪽으로 이동했다. 방 내부에 존재하는 세개의 침상. 그 중에 제일 왼쪽에 위치한 곳에 박다연을 앉혀 놓는다.
“그냥 피로회복 하러 왔다, 생각하고 눈 꼭 감고 있어. 알았지?”
“…알았어요.”
“착하다, 착하다. 자, 그럼 한소영 여왕님은 이쪽에 앉으시고.”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침상에는 한소영이. 나머지 남은 침상에 연혜림 본인이 가 앉았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대화가 끊기고 이유모를 긴장감이 흐르는 침묵이 이어지고…….
“실례하겠습니다.”
노크와 함께 닫혀 있던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곳에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세 남성이었다. 일단 첫번째로 체구가 아주 커다란 근육질 상의 남자. 그리고 두번째로 마르고 길쭉한 체구를 가진 남성과, 마지막으로 아직 앳된 느낌이 가시지 않은 어려 보이는 남성이 차례로 들어왔다.
연혜림이 곰 같은 체구를 한 남성에게 손을 흔들었다.
“곰 오빠, 여기야 여기!”
“오랜만이시네요, 손님. 그리고 곰이 아니라 말이라니까.”
“킥킥, 누가 오빠 체구 보고 말이라 생각하겠어. 완전 곰이구만. 아무튼 오빠는 내 파트너야.”
“예, 예. 알겠습니, 어?”
고개를 끄덕이며 연혜림 쪽으로 이동하던 남성이 문득 한소영을 보고 멈칫했다. 그러나 그건 아주 잠시일 뿐. 이내 정신을 차린 남성이 연혜림이 앉아있던 침상 옆으로 도구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허, 오빠의 주인님은 오늘 나라니까 그러네. 너무 노골적으로 실망한다?”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흐응~. 그래? 근데 뭐, 이해는 해. 쟤가 조금 이쁘긴 해?”
“하하…….”
사내가 멋쩍게 웃었다. 연혜림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소영의 미모야 홀플레인에서도 꽤나 유명했으니까. 이런 일은 꽤 흔한 일이었다.
“그럼 내 파트너는 누구야? 혹시 이 예쁘신 누님이 내 파트너인가?”
두번째로 들어온 남성. 모델 같은 체형을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날라리 인상을 한 사내가 히죽거리며 한소영에게 다가갔다. 연혜림이 바로 제지했다.
“아니. 원숭이 너는 저 꼬맹이한테 가시고~.”
“에엥? 나 아니야?”
“응, 너 아니야~. 우리 강아지가 저 이쁜 누나한테 가렴~.”
실망스러운 얼굴을 한 원숭이 남성이 투덜거리며 박다연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우물쭈물하던 강아지 남성은 한소영의 앞으로 향했고.
여전히 실망한 기색을 흘리던 원숭이 남성이 마찬가지로 도구를 정리하다가 박다연을 흘끗 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방긋 미소 짓는다.
“왜, 왜 그렇게 봐요?”
“와우, 이쪽도 만만치 않은 손님이었잖아? 완전 귀여운데?”
“시, 실례잖아요, 갑자기 그런 평가는…….”
“엥? 난 그냥 보이는 데로 말한 것뿐인데?”
박다연이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칭찬을 받은 건 기분 나쁘지 않은 지 나쁜 분위기는 아니었다. 흘끔 쳐다보던 연혜림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그럼 그렇지. 저 기집애도 은근 잘 넘어갈 팔자야.’
원활하다고 생각한 연혜림은 이번에는 한소영 쪽을 바라보았다. 무릎을 모은 채 침상에 앉아있는 여왕과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리숙한 소년. 그 모습을 보며 연혜림은 씨익 웃었다.
‘그저 귀여운 애라고만 생각하면 큰 코 다칠 걸? 우리 여왕님?’
겉모습이 저렇다고 우습게 봤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었기에 연혜림은 조금씩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과연 저 도도한 여왕님이 어떻게 허덕일지 상상하자 절로 흥분이 된다.
“자, 그럼 차단 막 치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곰 사내가 침상 사이에 있는 커튼을 닫았다. 동시에 원숭이 사내 역시도 커튼을 쳤고. 자연스럽게 막힌 공간이 된 강아지 남성만 그저 묵묵히 서비스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
“…….”
미리 준비한 가방에서 여러가지 통을 꺼내는 강아지 남성. 그런 남성을 한소영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런 시선을 느낀 걸까? 슬쩍 눈동자를 돌린 강아지 남성이 눈을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인다. 한소영은 여전히 응시했다.
‘…겉으로만 보면 영락없는 어린 아인데.’
원래라면 초감각으로 인해 고스란히 감정이 흘러 들어왔어야 했지만, 그때의 자신과 꽤나 변한 지금이었다. 이미 반신의 계열에 진입한 김수현과 수없이 관계를 맺으면서 한소영 역시 약간의 능력 상승의 효과를 지닐 수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초감각 랭크의 상승이었다.
조금도 세밀하게 감각을 정리해 전달하는 기능. 거기에 그동안 그녀를 괴롭히던 제재 한가지가 사라졌다.
바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능력을 조절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렇기에 한소영은 평소에는 초감각을 완전히 닫아 놓고 사는 중이었다. 누군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만큼, 살아가는 데에 있어 재미없는 것이 없으니까.
그렇기에 한소영은 눈 앞의 남성에게서 아무것도 알아 챌 수가 없다. 오로지 보이는 모습으로만 느껴질 뿐.
“…저, 이제 시작할 건데, 괘, 괜찮을까요?”
“…그러시죠.”
그렇게 짧게 대답하자 강아지 남성은 더욱 당황한 얼굴을 했다. 한소영이 고개를 갸웃하자 우물쭈물 말한다.
“그, 그럼 침대에 가만히 누워주세요. 이, 일단 워밍업으로 손하고 발 마사지 먼저 시작할 테니.”
한소영은 순순히 침대에 가지런히 누웠다. 배에 양 손을 올려놓고 천장을 바라본 상태로. 그녀의 모습을 침 삼키며 바라본 강아지 남성이 따뜻하게 데워진 젤을 짜 손에 천천히 펴 바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한소영의 심정은 복잡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목석과도 같은 모습이었으나,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녀의 속마음은 꽤나 혼잡한 상태였다.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홧김에 저지르긴 했지만 이것이 잘한 행동이 아님은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박다연도 마지막까지 말린 것일 터. 하지만 이제 와서 돌릴 수도 없다.
유치한 짓이었다. 고작 질투에 휩싸여 이런 곳에 오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여우 천사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김수현을 생각하니 여간 화가 솟구치는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박다연이 만류할 때마다 이 악물고 이 자리에 오려 고집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조금 후회가 들면서도 김수현을 떠올리면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이 들어 버린다. 연혜림 말마따나 둘과는 달리 자신은 일반 서비스를 받는 거니 딱히 죄를 짓는 것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소영은 애써 자위했다.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는데 지척에 남성이 다가왔다.
“그,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손 좀 내밀어 주시겠어요?”
어쩔 줄 몰라 하는 남성에게 한소영은 한쪽 손을 들어 내밀었다. 그리고 그 손을, 사내가 조심스레 만지며 젤을 펴 바르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젤을 과하지 않게 넓게 펴 바르며 한소영의 살갗에 묻혀간다. 마치 금으로 만들어진 동상을 만지는 것처럼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지긋한 힘으로 한소영의 뭉친 부근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강도는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네.”
한소영은 가만히 답했다. 어느새 손을 넘어 그녀의 팔꿈치까지 젤이 발라져 있는 상태였다. 손의 중아을 꾹 누르는 손길에 한소영이 작게 신음했다.
‘…이 남자. 잘해.’
그저 짧게 받은 것에 불과했지만 한소영은 단박에 꿰뚫어 보았다. 누르는 압력이나 뭉친 부근을 찾는 것이 꽤나 수준급이라고. 역시 사람은 겉으로 봐선 안된다는 걸까?
남성이 한소영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 한소영의 손과 깍지를 끼더니 힘을 주며 그대로 손을 빼내었다. 오도독, 하고 뼈들이 시원한 비명을 내지른다.
그 행동을 여러 번 반복했다. 단순한 행동이었지만 한소영은 그것만으로 꽤나 만족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의 손이 손목 부근의 팔뚝을 지그시 누르며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아.”
“괘, 괜찮으세요? 혹시 통증이 있으셨나요?”
“그런 건 아니에요. 계속 하세요.”
팔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통증이 어깨를 타고 몸을 꿰 뚫는다. 생각보다 강한 자극에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조, 조심해야겠어. 생각보다 느낌이……. 읏!’
팔뚝을 지나 팔꿈치를 지나. 남성의 손이 어깨 쪽으로 다가간다. 한소영의 팔을 살짝 들게 하여 따라 올려진 그녀의 어깨 쪽으로 젤을 펴 바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한쪽 팔이 전부 젤에 뒤덮였다. 난방이 잘 되어있어 따뜻한 공간이지만 젤이 발려 있는 부근만 유독 차게 느껴진다. 그런 부위를 지그시 마사지하며 열기를 띄게 한다. 그렇게 남성은 조심스럽게 한소영의 몸에 젤을 바르면서 점점 열기를 띄게 하고 있었다.
“그, 그럼 반대쪽도…….”
반대쪽으로 돌아간 남성은 이번에도 똑같이 따뜻하게 데운 젤을 펴 발랐다. 마찬가지로 약간의 마사지를 마친 남성이 이번에는 그녀의 침상 아래로 향했다.
“…이번에는 발 마사지 시작할게요. 혹시라도 불편한 점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
한소영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언의 승인을 할 뿐. 그녀의 입에서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방금 전까진 느끼지 못했는데 사내가 아래로 내려가니 조금 민감하게 느껴진다. 아래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 처음보는 사내 앞에서 입을 만한 복장이 아닌 채로 내려다보는 시선을 느끼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복장이 신경 쓰인다 할까?
일반 속옷보다 면적이 조금 넓은 스포츠형 식의 옷. 가슴골과 복부, 하반신이 완전히 보인 상태에서 이름도 모르는 사내에게 다리를 내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거북하게 느껴졌다. 왠지 이래서는 안된다는 느낌.
‘아니야, 이건 그저 일반 마사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그러나 한소영은 속으로 선을 나누었다. 이건 그저 평범한 마사지일 뿐이라고. 그렇기에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그의 손길에 천천히 몸을 맡겼다.
발목에 닿는 남성의 손. 손을 잡았을 때의 감각과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한소영은 몸에 최대한 힘을 뺐다. 그렇게 사내의 손에 따라 그녀의 오른발이 허공으로 들렸다.
“…흣.”
그리고 마찬가지로 발라지는 젤. 생각보다 민감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남성에게 표정이 보여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반대로 고개까지 돌리면서.
질퍽, 질퍽, 철퍽.
조금씩, 또 조금씩 그녀의 다리에 질척한 액체가 발라진다. 발바닥에서부터 펴 발라진 젤이 그녀의 발목 전체를 뒤덮었다. 남성의 손가락이 꼼꼼하게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드나들며 젤을 묻혔다.
“…흐음, 흠, 흠!”
간지러운 느낌이 심장까지 타고 올라와 한소영은 이를 악물며 신음을 참아야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내의 손길은 종아리를 타고 점점 깊숙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그, 이제 더 안쪽까지 젤을 발라야 하긴 하는데……. 괜찮을까요?”
“…으, 으응.”
종아리를 지그시 누르는 감각. 꽤 아프면서도 시원하게 퍼져 나가는 감각에 한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진 정상적인 범주에 이르는 마사지였으니 거절하는 것도 우스울 터.
그렇게 남성의 손이 무릎을 넘어 안쪽으로 들어왔다.
절퍽, 절퍽, 찔꺽.
그렇게 김수현 말고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한소영의 허벅지에 외간남자의 손길이 닿았다. 역시 젤을 골고루 펴 발라가며 허벅지 아래, 옆, 위까지 골고루 젤을 펴 발랐다.
그의 손이 더 과감하게 위로 올라왔다. 이제는 허벅지를 지나 고간에 가까운 살까지 올라오려던 손은 어느 순간 황급히 철수하며 반대편 다리로 옮겨갔다.
“이, 이제 반대편 다리 할게요.”
굳이 대답을 할 필요도 없고, 들을 필요도 없다. 자연스레 옮겨간 손이 마찬가지로 마사지 젤을 바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반복적인 행동. 허벅지까지 올라온 손이 지그시 살을 주무르다가 위험한 부근에서 칼같이 뒤로 물러났다. 조금 오싹한 느낌과 함께 그의 지압을 느끼고 있던 한소영은 그의 선을 넘지 않는 행동에 조금은 안도했다.
‘그래도 철저하게 선은 지키는구나. 혜림이가 조금 철이 없긴 해도 보장받지 않는 곳을 소개할 리가 없지.’
그래도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연혜림이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꽤나 그녀를 신뢰하고 있는 한소영이었다.
“그, 이제는 복부에 좀…….”
어느새 다시 옆으로 다가온 남성이 다시 우물쭈물 물었다. 지금까지 보였던 행동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묻는 행동에 한소영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하세요.”
“복부는 조금 불편……. 예?”
“하시라고요.”
이미 앞서 확실한 선을 지켜주었던 남성이었다. 일 적인 일이라면 몇 번이고 신뢰를 확인했겠지만 이건 그런 일도 아니다. 이미 한소영은 그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오히려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남성. 그러다가 이내 통에서 젤을 한 움큼 퍼 한소영의 복부에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마찬가지로 김수현 외에 아무도 손 대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하게 뻗은 그곳 위로, 마사지사의 손에서부터 길쭉하게 젤이 늘어져 내렸다.
#003
뜨겁게 데워진 젤들이 늘어지며 한소영의 배에 내려앉았다. 그 묵직한 감촉이 배를 지그시 누르자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복부 시작할게요…….”
이번에도 한소영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강아지 남성이 조심스레 뭉쳐진 젤을 여러 방향으로 펴 바르기 시작했다.
남자치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젤을 옆으로 밀어 젖힌다. 배꼽위에 얹어진 젤을 그녀의 윗배로 슥 밀어냈다.
지그시 누르는 손가락의 압력에 그녀의 살이 살짝 위로 밀렸다. 워낙 군살이 없는 형태라 매끈하게 빠진 복부가 조금씩 젤로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정확히 스포츠 브라가 있는 가슴 아래까지 간 손이 빠르게 철수한다. 아직 펴지지 않은 젤들이 마저 남은 살을 덮기 위해 여기저기로 펼쳐졌다.
위아래로 오가던 손이 이번엔 옆구리로 향했다. 사내의 손이 젤을 모아 옆구리 위를 스쳐 지나가자 문득, 한소영이 움찔 떨었다.
“가, 간지러우셨나요?”
“…괜찮아요.”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무덤덤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소영. 그녀의 눈치를 보던 강아지 남성이 다시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빨리 물러났던 옆구리에 다시 손이 올랐다. 이번에도 역시 움찔 떠는 여인. 그러나 남성은 약간의 눈치를 보며 이번에는 손을 빼지 않았다.
“조금 간지러우실 거예요.”
“…읏!”
살며시 모은 손바닥이 젤을 한가득 묻혀 옆구리를 쭉 훑었다. 질척한 감촉이 민감한 부위를 스치자 한소영은 입술을 깨물고 버텼다. 생각보다 많이 자극적이다.
어쩌면 이런 자리에 온 순간부터 이미 반쯤 각오했다고 볼 수 있었다. 철의 여왕 한소영이 아무리 질투심 때문이라지만 이런 곳을 찾아오다니.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목에 칼을 들이대도 믿지 못할 일.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미 그녀는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외간 남자의 손길이 어느정도 닿는 것을 인내하는 것으로. 그 이상은 아직 모르겠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허용 내에 들어왔다.
“…….”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느껴지는 감각은 어쩔 수 없는 일.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이 민감한 부위를 건든다는 건 생각보다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소영이 호흡을 다듬는 와중에도 강아지 남성의 손길은 계속됐다. 부들부들 떠는 옆구리에 젤을 모두 펴 바른 뒤 이번에는 천천히 그녀의 허리 밑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자, 잠시 허리 좀…….”
“…….”
또다시 떨리는 얼굴로 허가를 구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며 한소영은 천천히 허리를 들었다. 하반신이 살짝 들리며 남성에게 가까워진다. 돌연 한소영의 얼굴이 화악, 붉게 타올랐다.
‘…진정하자. 그저 마사지의 일환일 뿐. 아무것도 아니야.’
이름도 모르는 남자에게 여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부위를 살짝 내밀었다는 것만으로 한소영은 어마어마한 수치심을 느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참을 수 없는 민망함이. 그녀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붉은 등불이 가려주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이 얼굴을 보여주기 싫다는 생각만 들 뿐.
그걸 허가라 생각한 건지 사내의 손이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약간 부족한 젤이지만 그래도 그것이라도 펴 바를 생각이었는지 잘록한 허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른다. 간지러운 감각속에서 짜릿한 시원함이 느껴지자 한소영의 의식도 점차 그곳으로 향했다.
손끝으로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누르며 그녀의 허리를 쭉 밀어낸다. 그러다 힘조절에 실수를 한 걸까? 그의 손가락이 젤에 미끄러지며 위로 쭉 올라갔다.
“아!”
“…….”
스포츠 브라의 틈새로 뚫고 들어간 손가락. 순간적으로 미끄러진 상태라 남성의 상체도 무너져 한소영 위로 넘어졌다. 본의 아니게 한소영의 배에 코를 박게 된 남성이 화들짝 놀라며 물러났다.
“죄, 죄송합니다!”
“…….”
갑작스레 일어난 상황. 한소영도 갑작스레 다가온 남성 덕에 놀란 건 매한가지였으나 보아하니 고의로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남성이 꽤나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하며 한소영은 너그럽게 용서했다.
“실수할 수도 있는 거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네, 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자신의 뺨을 찰싹찰싹 때린 남성이 다시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실수한 허리 쪽은 다시 건드릴 생각은 없는지 복부를 다시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질퍽, 질퍽.
질척한 젤을 윤활류 삼아 한소영의 배를 이리저리 누른다. 아까와는 다른, 조금은 강한 압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소영은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한차례 마사지를 받아서 그런가, 생각보다 괜찮…….’
그녀의 배꼽 주변을 세워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던 손가락이 조금 더 깊숙하게 배를 눌렀다. 천천히 들어가던 손가락이 약 두 마디정도 들어갔을 때, 펴진 손가락이 돌연 ‘ㄱ’자로 접혔다.
“흐읍!”
“그, 굳은 장을 푸는 동작이라, 조금 통증이 있으실 수도…….”
“…….”
도대체 몇 번이나 물어보는 걸까? 한소영은 뱃속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을 참느라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수현이라면 이 선에서 굳이 묻지 않고 진행했을 텐데. 문득 그렇게 생각한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릴 뻔했다.
‘아니, 그이라면 오히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 봤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돌연 뱃속에 파묻혀 있던 손가락이 더 안쪽을 후비기 시작했다.
“…큭!”
“조금 아프실 거예요. 손님분의, 그 장이 워낙 굳어 있으셔서…….”
“…제 장이요?”
“그, 다른 의미가 아니라요. 요즘 젊으신 분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니까,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이 딱딱하게 굳어지거든요.”
스트레스. 스트레스라.
하긴, 아무리 그녀라 할지라도 업무적인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다. 아니, 실은 근래 들어 받는 업무 스트레스보다 오늘 하루 배신당해 받은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 사용자 정보가 아니었다면 아마 미친년처럼 날뛰지 않았을까.
자신도 몰랐던 스트레스의 증상을 바로 파악해 낸 것 보니 괜히 연혜림이 강력 추천한 게 아닌 모양이다. 새삼 의외라는 시선으로 남성을 바라보는데 남성이 그대로 내부를 건 손을 쭉 걸어 올렸다.
“아, 윽!”
“많이 굳어 있으셔서요. 조금 세게 풀게요.”
“크, 흑!”
배를 뚫을 것만 같은 강도에 한소영의 손이 침대보를 붙잡았다. 마력은 일으키지 않아 침대가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매트릭스가 통째로 구겨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내는 행위에 집중할 뿐이었다. 거의 손가락을 전부 박아 넣은 상태로 한소영의 뱃속을 꾹꾹 자극한다. 수직으로 깊숙이 넣었다가 갈비뼈 안쪽으로 손가락을 접어 눌렀다가, 그러다가 반대로 돌려 아랫배 쪽으로 자극을 옮겨갔다.
“…읏!”
배꼽에서 아랫배로 지압이 옮겨가면서 한소영은 갑작스레 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어떻게든 참아냈던 자극이 순간 배로 커져 그녀의 몸을 덮쳐왔다.
“흐앗!”
“조금, 조금 남았습니다.”
조금 남았다는 말. 한소영은 순간적으로 몸을 뒤집을 뻔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이를 꽉 물고 견뎠다. 느닷없이 하반신이 저려와 절로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몸을 배배 꼬며 자극을 견딘 한소영. 어느새 그녀의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든 상태였다. 땀과 젤로 젖은 절세의 미녀가 다리를 꼬며 신음을 참아낸다. 그런 상태에서 남성의 손가락이 아랫배 한복판을 힘껏 짓눌렀다.
“하으읏?!”
“후, 끝났습니다.”
절로 들쳐 올려지는 허리를 힘껏 짓누르느라 남성 역시 어느새인가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그가 숨을 몰아쉬며 늘어진 한소영을 내려다보았다.
돌린 고개를 팔로 가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미녀. 자신이 펴 바른 젤로 범벅이 돼, 상당히 야릇한 분위기를 흘리고 있는 여성을 보며 강아지 남성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전체적으로 환상적인 몸매 라인을 자랑하는 상태에서 젤을 발라 더욱 살결이 빛을 발한다. 특히나 스포츠 브라로 모두 가릴 수 없는 풍만한 가슴골이나, 잔뜩 오므려 떨고 있는 길다란 다리를 보면 그 어느 사내가 침을 삼키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방금, 자신이 잔뜩 자극해 놓은 복부.
조금 힘껏 눌러 놓은 터라 자신의 손자국이 붉게 남아있다. 배꼽 주변과 마지막에 힘껏 누른 아랫배 쪽에 새겨진 흔적을 보니 절로 음욕이 솟는다.
그러나 강아지 남성은 고개를 털어 음심을 떨쳐냈다. 프로 마사지사로서 손님에게 사적인 음욕을 가져선 안된다는 생각에 애써 마음을 다잡는다.
“소, 손님? 이제 이어서 진행해도 될까요?”
“…….”
대답은 없다. 그저 여전히 얼굴을 가리고 있을 뿐. 남성의 얼굴에 조바심이 띄었다.
‘아, 안되는데. 애써 푼 장기들은 열이 식으면 금방 다시 굳어지는데…….’
애써 풀어 놓은 경직이다. 이걸 위해서 서로가 꽤 힘을 소진했는데 이 효과를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매우 아쉬웠다.
“죄, 죄송합니다. 지금 해야 마사지의 효과가 극대화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해서 남성은 과감하게 먼저 손을 뻗었다. 한소영의 얼굴을 가린 팔이 흔들리지 않도록, 살포시 팔을 잡아주면서 반대편 손으론 그녀의 어깻죽지에 뻗었다.
“……!”
“그, 잠시면 되니까 힘 좀…… 빼주세요.”
“흑!”
남성의 손이 닿자 한소영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런 반응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남성은 그런 한소영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살며시 굳어진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 읏! 큭……!”
“천천히, 천천히. 조금씩 힘을 빼주시면 편해지실 거예요.”
조금씩 타이르듯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남성의 악력이 굳어진 한소영의 근육을 풀어가기 시작한다. 굳어진 근육을 꿰뚫는 듯한 통증과, 그러면서 몸으로 퍼져 나가는 짜릿한 감각에 한소영의 몸에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좋아요. 그렇게 천천히 몸에 힘을 빼세요.”
“…….”
잔뜩 오므렸던 무릎이 펴지며 다시 편안하게 침상에 누웠다. 그렇게 얌전히 사내의 마사지를 받아들이는 여인.
“…팔 좀 내려도 될까요? 손님?”
“…….”
그래도 필사적으로 가리려던 팔이었지만 부드러운 마사지에 어느덧 흐물흐물 풀려 있다. 이번에도 답하지 않는 한소영이었지만 남성은 조금씩 그녀의 팔을 내렸다. 이윽고 그동안 가려졌던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계, 계속 이어갈게요.”
그런 한소영의 얼굴을 확인한 남성. 순박하기 그지없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타오른다. 얼른 시선을 돌리며 마사지를 속행하는 남성. 그가 한소영의 얼굴에서 멀리 떨어진 다리로 향했다.
‘크, 큰일이야.’
그가 무엇을 숨기듯 침상 앞에 꿇어앉았다. 그래도 의심받지 않기 위해 손으로는 얼른 그녀의 발을 잡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보았던 여인의 표정. 반쯤 풀린 눈으로, 자신에게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얼굴을 본 순간 남성은 미칠 듯이 솟아오르려던 욕정을 간신히 억눌렀다.
‘이, 이러면 안돼. 손님이야! 제발 가라앉아라 제발!’
애써 억눌러온 욕정.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던 남성이었지만 저 마성의 매력을 가진 여성의 눈을 본 순간, 생각할 새도 없이 힘껏 발기해버렸다. 마사지를 하면서 욕정을 품어본 적은 많지만, 이토록 주체할 수 없던 적은 처음이었기에 크게 당황스러웠다.
그런 당황스러움을 숨기려 강아지 마사지사는 애꿎은 손만 계속 놀렸다. 그렇게 본의 아닌 집중 공략을 받게 된 한소영은 연신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아내야 했다.
‘…이, 이상해. 너무 몸이 뜨거워져서…….’
단순한 마사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몸의 피로를 조금 해소하기 위해 받는, 일종의 간단한 치료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아예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지금 몸에 느껴지는 이상한 열기. 그것이 무엇인지 한소영은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해도, 그것은 분명 성적인 쾌락이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조금 예민한 자극이긴 해도 분명 처음부터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답은 금방 나왔다.
‘분명 아까 뱃속을 자극했을 때…… 부터.’
그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때의 임펙트가 매우 컸으니까. 그때 비정상적으로 민감해진 몸에 계속 자극을 받으니 이렇게까지 오게 되었다. 아까 아랫배를 강하게 눌렸을 때 느꼈던 건 분명 가벼운 오르가즘이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진 않아 보이는데.’
물론 모든 것을 떠나, 이것이 마사지사의 음욕이 담긴 의도적인 행위였더라면 한소영은 분명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면서도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던 한소영은 그에게서 애써 음욕을 지우려는 느낌이 보여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무리 초감각을 열지 않았어도 욕정이란 시선에 유독 민감한 그녀였기에. 사내의 시선을 대강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마사지에 집중하는 모습에 그녀는 가만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그의 마사지에 다시 몸과 마음이 풀려가는 도중, 저도 모르게 팔이 풀어져 무방비한 얼굴을 보여버렸다. 이윽고 그의 시선에 욕정이 가득해지는 걸 본 한소영은 속으로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본인은 그 군신 김수현도 꿰어버린 여자. 단순히 사람에 대한 매력을 넘어 능력에 가까운 마력을 가졌다는 걸 알고있는 한소영이었기에 마사지사가 곧바로 욕정에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사지사는 욕정을 억누르며 다시 마사지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비고의적으로 발기한 모습을 애써 숨기며 마사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본 한소영은 솔직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의지가 엄청난 사람이구나.’
웬만한 사용자들도 숨기지 못하는 욕정을 애써 억누르는 모습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인재상에 무한한 소유욕을 가진 한소영이었기에 문득, 이 남성 역시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물론, 남자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인재를.
그렇게 강아지상의 마사지사를 흘끗흘끗 쳐다보던 와중에도, 마사지는 계속되고 있었다. 발을 꾹꾹 누르는 압박감에서 조심스럽게 타고 올라오는 쾌감에 한소영의 몸이 다시 뻣뻣하게 굳었다.
“그, 몸에 계속 힘을 뺀다는 느낌을 가져주세요.”
애써 하반신을 숨기면서도 마사지에 집중한다. 그가 발가락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돌리면서 반대편 손으로는 뒤꿈치를 지압하기 시작했다. 간지러움이 올라오면서도 긴장을 풀어주려는 감각에 그녀의 경직이 다시 조금씩 풀려갔다.
“이제, 조금씩 올라갈게요.”
앞으로의 행위를 알려주며 강아지 남성의 슬쩍 한소영의 시선에 물었다. 대답은 역시나 없었지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을 표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행동을 옮겨갔다.
발목을 가볍게 잡고 반대편으로 뒤꿈치를 누르던 손을 종아리까지 쭉 올린다. 종아리 근육을 풀면서 단박에 허벅지까지 손을 뻗었다.
“…읏.”
한소영의 몸이 움찔 떨린다. 가벼운 반응이기에 남성은 침을 꼴깍 삼키며 천천히 마사지를 진행했다.
천천히 다리 깊숙한 곳을 주무르는 남성과 그것을 지켜보는 여인. 그들의 시선이 중간중간 슬쩍 얽혔다.
*
“하읏, 윽, 흐읏!”
“이렇게 젖어 있으면서 뭘 그렇게 안된다는 거야.”
침상에 엎어져 엉덩이만 쳐 들려 있는 상태로 박다연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내쉬는 숨이 매우 떨린다. 뜨거운 숨이 가득한 그녀는 이미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알몸의 상태였다.
그런 박다연의 가랑이 사이로 깊숙이 박혀 있던 손가락이 쭉 뽑혀 나왔다. 이미 흠뻑 젖어 있는 침대보로 또다시 주르륵 흘러내리는 애액. 원숭이 남성이 도톰하게 부어 있는 음부를 찰싹찰싹 때리며 그녀를 다시 정면으로 돌아눕게 했다.
“이정도면 아무 아픔도 없을 거라니까? 내가 자랑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고, 아무 통증없이 처녀 따주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기회로 여겨.”
“흐, 흐, 흐으. 개, 개소리 하지 말아요. 악!”
“쯧쯧, 어찌 이리 고집이 세실까. 이미 다섯번이나 간 주제에.”
마찬가지로 알몸이 되어 있는 원숭이 남성이 그대로 하복부를 붙이며 몸을 숙였다. 한순간에 삽입한 게 아닐까 싶어 박다연이 화들짝 놀랐지만, 다행히도 사내의 양물은 하복부에 닿아 있는 상태였다. 그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떠, 떨어져요!”
“아으, 이렇게 귀여우니 욕도 못하겠고. 왜 그렇게 버티는 건데?”
“왜 버티냐고요? 그걸 말이라 하는 거예요?”
박다연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사내를 쳐다보았다. 지금 이 사내가 하고 있는 짓을 생각해 보라. 어이가 없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평범한 마사지로 진행됐다. 조금 날라리 느낌이 나긴 해도 뭉친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손길에 그녀의 마음은 금방 풀어졌다.
아픈 곳만 중심적으로 노리면서 짜릿한 쾌감을 주는 손길. 그 손길대로 따라주다 보니 어느샌가 상황의 주도권은 원숭이 남성에게 넘어가 있는 상태였다. 지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슬쩍슬쩍 가슴과 고간을 터치하며 순수한 여성의 몸에 성감대를 깨우기 시작했다. 박다연은 이를 악물면서 쾌감을 참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사내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아래가 심히 젖어 있다는 것을.
그 이후로 사내의 뜻에 따라 박다연은 굴러질 수밖에 없었다. 옆에는 한소영이 있었고 난리를 피우고 싶지 않았기에 가만히 당해주다 보니 어느샌가 알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원숭이 남성에게 마음대로 희롱 당하는 중이었고. 남성에게 면역이 없던 박다연이었는지라 능숙하게 조련하는 남성의 손길에 많은 것을 내어주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강제로 삽입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 자식, 범죄 직전까지만 몰아붙인 상태로 애태우고 있어. 상습범이야…….’
아무리 경험이 없어도 한가지는 확실히 알겠다. 이 남성은, 여자 따위는 가볍게 찜 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은 그저 그의 한끼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도.
“…아무리 저를 마음껏 가지고 놀아도 제 처녀를 가져갈 수는 없을 거예요.”
“엥? 그냥 슬쩍 밀어 넣으면 저 안쪽까지 들어갈 텐데?”
“그러면 고소하죠 뭐. 요즘 강간 처벌도 꽤 빡세졌다 들었는데 몇 년 정도 살다 나오나 구경할 거리도 생기겠네요.”
“참나. 말하는 건 경험 많은 마담 같은데 처녀라는 게 신기하네. 대체 왜 그렇게 버티는 거야?”
원숭이 남성이 흉측하게 부푼 남근을 마구 비볐다. 삽입될까, 말까 한 그 위험한 줄타기에 박다연이 식은땀을 흘렸으나 애써 표정을 숨겼다. 원숭이 남성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니, 보니까 자위로 꽤나 많이 놀아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처녀성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네. 이거 나중에 가면 족쇄만 된다니까?”
“…뭘 그렇게 다 안다고 떠는 거예요? 그리고 첫경험은 여자의 소망! 당신 같은 날라리한테 쉽게 내줄 것 같아요?”
“참나. 그런 여자가 이런 업소에 친히 방문하셨어요? 그것도 스페셜 코스로다가?”
“…그건 억지로.”
“딱 보니까 처음부터 알겠더만. 아예 모르고 온 것 같진 않아 보이던데.”
“…….”
박다연은 합죽이라도 된 것 마냥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모르고 온 건 아니었으니.
“야야. 고집 그만 부리고 제발 한번만 하자. 나도 더 이상 참기 힘들어.”
“안돼요. 절대 안돼요.”
“아이, 진짜. 곰아저씨는 벌써 하고 있는 모양이고 저쪽 강아지 쪽도 나중가면 하게 될 텐데. 왜 나만 못해? 불쌍하지 않아?”
“훗, 모르는 소리. 저~ 쪽 언니는 원래 그런 언니라 상관없지만 요 옆에 언니는 절대로 그럴 일 없거든요~?”
한소영을 잘 알고 있는 박다연이었는지라 사내에게 코웃음을 날렸다. 그러나 그 코웃음은 곧바로 되돌아왔다.
“너야말로 모르는 소리. 내 장담하는데 너네 언니, 백퍼센트 따인다.”
“…우리 언니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요?”
“아니, 너네 언니 의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쟤한테 마사지 받게 되면 따일 수밖에 없다고.”
모처럼 진지해진 원숭이 남성의 말에 박다연도 의아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말까지 하는 걸까?
“나도 마사지에 꽤 자부심이 있는데 우리 강아지를 보면 꼭 느끼거든. 왜, 재능의 차이란 거 있잖냐. 천재를 보면 느끼는, 뭐 막 그런 느낌. 쟤는 진짜 신이 내린 마사지사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신이라니?”
평소라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말. 하지만 근처에서 실제 신급의 인물들과 조우하고 나고 보니 그런 말에 절로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내가 주변을 살폈다. 차단막이 꽤 방음도 잘돼 들릴 리는 없겠지만, 사내는 귓속말까지 해가며 말했다.
“쟤는 마사지의 신이야.”
“…예?”
“왜 그 있잖아.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녹이는 신의 손.”
뭔 개소리를 하나 싶었지만 원숭이 남성의 얼굴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쟤 손에 닿게 되면 누구든 다리를 벌릴 수밖에 없게 돼.”
“…말도 안돼.”
“나도 모르겠다니까? 쟤가 손만 대면 여자들이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마치 잠겨진 성욕을 모조리 끌어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특히 쟤가 필살기가 있는데 그거 당하면 그냥 꼼짝없이 아웃이야.”
“필살기?”
“쟤 또 하나의 별명이 있거든. 킥킥, 졸라 웃겨.”
“혼람을 틈타 가슴 만지지 마시고요. 그나저나 별명이 뭔데요?”
박다연이 묻자 사내가 문득 손을 움직였다. 가슴을 주무르던 손이 그녀의 배를 타고 흘러가 아랫배로 향했다. 부드럽게 무언가를 찾듯, 아랫배를 매만지는 모습이 어디선가 많이 익숙한 모습이다.
문득 박다연의 머리로 누군가가 떠올랐다. 임신한 한소영의 배를 행복한 얼굴로 매만지던 김수현의 얼굴이.
원숭이 남성이 씨익 웃었다.
“홈 브레이커.”
“…홈 브레이커?”
“집 파괴자. 왜, 여성한테 아주 중요한 집 하나가 있잖아.”
무슨 소리인가 눈을 찌푸리던 박다연은 이내 동그랗게 눈을 떴다. 그녀가 입을 쩍 벌렸다.
“서, 설마!”
“그래. 대충 뭔 말인지 알겠지?”
“마, 말도 안돼요! 자궁을 왜 부숴요?”
“아니, 부순다는 게 아니라 거길 자극한다는 거지. 희한하게 자궁을 건들면 여자들이 확 미쳐 불타오른다니까?”
“거짓말.”
“하, 참. 미치겠네. 뭐, 믿던 말던 상황을 보면 알 것이고. 애는 순박하게 그지없는 앤데 능력은 완전 그쪽 계열의 천재라 나도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
박다연의 말이 없어졌다. 혹시나 설마 하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상념에 잠기자 괜히 원숭이 사내만 초라한 느낌이었다.
그가 슬쩍 박다연의 가랑이로 양물을 갖다 댔다. 흠뻑 젖어 있는 살을 느끼며 입구를 툭툭 건드리는데 곧바로 박다연이 쏘아보았다.
“생각도 마요. 내 처녀.”
“…참나.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나, 그래도 꽤 비싼 몸이라고? 너 말고도 나 찾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제가 골랐어요?”
“아니, 너무하네 진짜. 하, 오케이, 오케이. 알겠어. 항복, 항복.”
사내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드디어 사내가 물러났다는 안도감에 박다연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였다. 문득 그녀의 코앞으로 진한 밤꽃 향이 흘러 들었다.
“뭐, 뭐하는 거예요!”
“아니, 처녀는 포기한다고 해도 이거는 책임져야 할 거 아냐?”
“아니, 그걸 왜 제가…….”
“아니! 너한테 강제로 배정받아서 봉사하다가 이렇게 꼴렸는데 당연히 네가 책임져야지!”
순 억지에 박다연은 어이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 앞에 드리워진 양물은 힘껏 성을 내고 있었다.
“…….”
“아, 제발. 더 이상한 짓 하자고 안 꼬실 테니까 제발 한번만 빼 주면 안될까? 나 진짜 미치겠단 말이야.”
“…아니 그래도.”
“아아아아! 제바아알~. 솔직히 말하는데 너처럼 예쁜 애는 나도 엄청 오랜만이란 말이야. 더 바라지도 않을 게. 그냥 가볍게 입으로만 좀 해주면 안돼?”
“…….”
“나도 너 많이 가게 해줬잖아. 딱 한발만. 응?”
결국 박다연은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가 준 쾌감은 이제껏 느껴왔던 것보다 훨씬 강렬한 것이었으니까. 사내의 진한 내음만 맞는 것만으로 아랫도리가 저려올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느꼈다.
“…어떻게 하는 건데요.”
“별 거 없어. 그냥 입으로 물고 혀만 슬쩍슬쩍 움직여주면 돼.”
“이, 이렇게요?”
남성의 말에 따라 박다연은 천천히 입을 벌렸다. 그녀의 작고 붉은 입술 사이로, 사내의 흉측한 남근이 조금씩 모습을 감춰갔다.
#004
촥, 촥, 촥.
마사지가 한창 진행되는 방.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피어오르는 곳에서 한소영은 자신의 다리를 주무르는 남성을 내려다보았다.
지금도 열심히 허벅지를 문지르고 있다. 한쪽 다리를 접게 한 후, 허벅지를 손으로 누르며 문지르는데 시원한 감각이 뼈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기분이다. 통증과, 쾌감 사이를 오묘하게 왔다갔다 하는데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마사지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고 보니 조금 닮았네. 그이 클랜에 있는 그 남자애하고.’
신의 방패였던가. 처음엔 여자 아이라고 착각을 할 만큼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지금은 성전환이니 뭐니 이상한 짓을 하면서 남편한테 꼬리를 치려는 모양이었지만…….
뭐, 전쟁에서도 나름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괜찮은 이미지로 각인된 사용자였다. 새하얗던 그 사용자하고는 달리 이쪽은 조금 그을린 피부빛을 하고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여자 아이의 똘망똘망한 눈동자가 돋보이는 남자아이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에 손을 대게 했을 때도 생각보다 거부감이 조금 적었었다. 상대적으로 연혜림을 담당한 남자가 왔었더라면 아무리 화가 난 한소영이었어도 꽤나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응, 앗.”
“조금만 참아주세요. 골반 교정 들어갈게요.”
상체를 살짝 들어 지켜보고 있던 한소영은 마사지사가 다리를 접게 하며 위로 밀어 올리자 자연스럽게 누울 수밖에 없었다. 마사지사가 살짝 침상위로 올라와 한소영의 접힌 다리를 쭉 가슴팍까지 밀어 올렸다.
“…잠깐 힘껏 누를 게요.”
“…네.”
그저 마사지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자세는 꽤나 위험한 느낌이 있는 자세였다.
한쪽 무릎만을 힘껏 올리고 있는 상태. 사내의 각도에선 한소영의 중요부위가 잘 보일 법한 위치였다. 아무리 스포츠 속옷을 입고있다고는 하지만, 젤과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상태였다. 아까부터 계속 옷감이 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티 나진 않겠지?’
아까 살짝 가버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아래 쪽이 흥건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다행히 다른 타액들로 젖어 있는 상태라 한소영은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며 마사지를 속행했다.
그러나 이런 자세를 하고 나니 다시 그것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사지사는 그런 한소영의 위로 힘껏 체중을 실었다.
두둑. 둑.
“흣.”
“크게 호흡해 주세요. 천천히 내쉬어주시고.”
한소영의 접힌 다리를 상체로 짓누르면서 침대보를 힘껏 잡는다. 그가 체중을 실어 지그시 누르자 그녀의 몸에서 시원한 뼈소리가 울렸다. 한소영은 그의 말대로 길게 호흡하면서 몸을 완화시키다가 문득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감촉에 흠칫 놀랐다.
‘서, 섰어?’
차마 이쪽은 눈치채지 못했다. 무릎이 가슴을 지그시 짓누르면서 천조각 너머로 단단해진 감각이 느껴졌다. 유두가 완전히 서버렸다.
맞닿아진 무릎에서 젤이 묻어 가슴 쪽이 조금씩 축축해지기 시작한다.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입은 옷은 현재 흰 스포츠형 브라. 방금 젤이 묻어 젖으면서 유두 쪽이 비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천천히 풀게요. 호흡을 길게 내쉬세요.”
“…….”
그런 한소영의 사정을 모르는 마사지사는 천천히 그녀를 짓누르던 압박을 풀기 시작했다. 점점 떨어지는 무릎에 가슴 부위가 다시 드러난다. 한소영은 입술을 꾹 물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흘끗 마사지사의 안색을 살폈다.
“그럼 이제 반대……! 바, 반대 쪽도 똑같이 할게요.’
자연스레 반대쪽 다리를 잡고 접어 올리던 마사지사가 흠칫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 쪽을 향했다가 얼른 떨어지는 것을 한소영은 놓치지 않았다.
‘…다 보이는 구나.’
자신의 은밀한 부위가 남에게 노출됐다는 사실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참을 수 없이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으나 한소영은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했다. 지금 여기서 괜히 티를 내면 더욱 민망해질 것을 잘 알기에,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마사지사가 반대쪽 다리도 올려 꾹 누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허벅지가 가슴에 닿으면서 축축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한소영은 아까처럼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아까처럼 몸을 완화시키는 기분이 아니라, 최대한 안색을 숨기는 목적으로.
그렇게 마사지사의 안내에 따라 한소영의 다리가 쫙 찢어지며 몸이 쭉 늘어났다. 힘껏 몸을 젖힌 뒤로 이제 서서히 긴장시켰던 몸을 풀려던 순간이었다.
‘음?’
순간 고간 쪽에 단단한 무언가가 쿡 찌르고 지나갔다. 민감한 부위였기에 한소영도 깜짝 놀라며 몸을 떨었다. 반사적으로 마사지사를 바라보자 경악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마사지사의 얼굴이 보였다.
“죄, 죄송합, 으아악!”
우당쾅쾅.
오히려 본인이 더 놀라며 그대로 침상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한소영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넘어지면서 무릎을 세게 찧었는지 무릎을 붙잡고 바둥거리는 남성이 보인다.
“아으윽! 죄, 죄송합니다. 저, 절대로 고의가 아니었어요!”
“…알아요. 그런데 괜찮아요? 세게 부딪힌 것 같던데.”
“괘, 괜찮습니다. 이런 것쯤은……. 으으.”
무릎을 싹싹 문지른 마사지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하반신에 무언가 불편함을 느꼈는지 얼른 허리를 뺀다. 한소영도 그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완벽하게 쳐진 텐트. 바지를 뚫을 듯 솟아 있는 하반신에 마사지사가 얼른 하복부를 가렸다.
“아, 으, 그, 그러니까……! 이게 제가 일부로 이런 게 아니고……!”
“…알아요. 생리적인 현상이란 거.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 진짜로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라……! 오늘따라 몸이 좀 이상해서…….”
여간 당황하는 게 아닌지라 오히려 한소영 쪽이 민망해지는 기분이었다. 조금 오바를 한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철부지 어린 애를 보는 기분이랄까?
‘별로 아이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었는데. 그이의 모습을 보다 보니 나도 변한 걸까?’
워낙 애를 좋아하는 김수현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같이 행복해지는 기분을 느꼈었는데 아마 그러면서 조금씩 전이된 모양이다.
“전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러니 계속 진행하셔도 괜찮아요.”
“아, 네,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여전히 엉거주춤하는 자세로 쭈뼛쭈뼛 다가오는 마사지사를 보다가 한소영은 다시 침상에 누웠다. 그의 모습이 좀 우스워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릴 뻔했다. 최대한 표정을 유지하며 한소영은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어린 모습이라도 성인은 성인이구나. 저렇게 커질 정도면…….’
사내가 다시 팔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사내에 의해 이번에는 팔이 접히면서 한소영은 방금 그 모습을 떠올렸다.
바지 속에서 커지며 텐트를 지는 모습은 생각 외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수현과의 관계때는 대부분 바로 옷을 벗는지라 자세히 보지 못했던 광경이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니 조금 색다른 기분이 든다.
‘아마 내 몸을 보고…… 흥분한 거겠지.’
얼마나 흥분했으면 저 정도로 커져 있는 걸까. 한소영은 그렇게 의문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서 뿌듯한 감정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한 사내를 욕정하게 만든다는 것. 돌려 말하자면 남자를 흥분하게 할 정도로 자신에게 매력이 있다는 소리였다. 당연히 자부심이 느껴질 수밖에.
‘…이게 호감의 중요성이라는 걸까? 다른 남자들의 시선은 그토록 역겨웠는데 조금 괜찮다고 여긴 사람들한테는 조금…… 기쁘네.’
가뜩이나 세라프에게 김수현을 뺏긴 직후였다. 은연중에 세라프에게 매력이 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던 참이었는데 조금 안심이 되는 기분.
“…다시 천천히 숨을 들이켜주세요.”
팔꿈치를 힘껏 접어 머리 위까지 쭉 올려진 한소영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짜릿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늘려진 감각을 느끼며 호흡을 가다듬는 도중, 문득 진득한 향내가 느껴졌다.
‘이, 건……. 남자의…….’
익숙하면서도 약간은 생소한 냄새에 자연스레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자신의 팔을 누르느라 살짝 다가와 있는 사내의 하반신. 그곳에서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고간이 눈에 제대로 들어왔다.
한소영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녀치고 굉장히 당황스러운 움직임. 아무리 그래도 남의 고간이 눈 앞까지 드리워져 있는데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 아까보다 더 커진 것 같은데?’
가까이서 봐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흉흉한 기세를 흘리고 있다. 한소영은 최대한 모른척하며 시선을 돌렸지만 점점 진해지는 냄새에 자기도 모르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
이제야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욕정에 가득 찬 남자의 물건이 힘껏 성을 내는 모습을. 바지를 뚫을 듯 솟아 있는 물건이 사내가 살짝살짝 움직일 때마다 덜렁덜렁 흔들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끝이 살짝 젖어있다. 흰색의 옷이, 정확히 가장 강한 힘을 내고 있는 부위에 다른 색을 띄며 은은한 빛을 흘리고 있다. 기분 탓인지 그곳에서부터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 같기도 했고.
‘…남자들은 흥분하면 다들 이렇게 커지는 건가?’
그녀가 본 남성기라고는 김수현 하나뿐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남자들의 물건이 얼마나 큰 지는 모르겠지만 마탑로드나, 그림자 여왕의 말을 들어보면 김수현도 꽤 큰 편에 속한다고 했다. 그것을 감안하자면 이 남성의 물건도 상당히 큰 축에 속하겠지. 이 정도면 거의 김수현에 필적할 정도이니.
‘그이는 이렇게까지 커지면 꽤 아프다고 들었는데…….’
시도때도 없이 다가오며 성욕을 드러냈던 김수현이 징징거리며 하던 말이었다. 관계를 나누는 건 좋아하지만, 업무가 방해될 정도로 들이대 크게 한 소리 쳤더니, 해결하지 못하면 고통스럽다며 끝까지 매달렸다. 결국 성욕을 풀고 나서야 떨어지기도 했고.
김수현의 말을 따르자면 지금 눈 앞의 남자도 꽤나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말이 되었다. 그러면서 저렇게 열정적으로 자신에게 마사지를 하고 있는 중이었고.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여. 역시 아픈 거구나.’
아까부터 영 불편한 기색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렇기에 한소영은 확신했다.
“저기, 많이 불편하시면 억지로 하지 않으셔도 돼요.”
“예?”
“그…… 아래 쪽에 통증이 있으시잖아요.”
“아, 으?!”
그제야 한소영에게 하반신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에 마사지사가 화들짝 놀랐다. 그의 얼굴이 붉은 등불 속에서도 확연히 보일 정도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아니요, 뭐라고 탓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단순하게 통증을 감내하시면서 마사지해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예요.”
“…제 마사지가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지요?”
“그건 아니예요. 마사지는…… 좋았어요.”
“…근데?”
“말씀드렸다시피 그쪽이 굉장히 아파 보이니까요.”
마사지사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그가 원망스러운 얼굴로 하반신을 내려보았다.
“마, 말씀하신 대로 조금, 통증이 있긴 한데…… 크게 신경 쓰실 정도는 아니에요. 나, 남자들은 원래 이런 생물인지라…….”
“…그곳이 아프면 아무 일도 못할 정도로 많이 괴롭다고 하던데요?”
조금 민망한 얼굴을 하면서도 마사지사가 의아한 얼굴을 띄었다.
“누, 누구한테 들으신 말인지……?”
“…남편한테요.”
“아, 나, 남편이 계셨었구나…….”
생각지도 못한 말에 마사지사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그의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얼굴에 한소영은 마치 초감각 마냥 심정이 전해져 오는걸 느꼈다.
‘뭘 저리 아쉬워하는 건지……. 풋.’
혹시나 노려라도 본 것일까? 보아하니 그런 강단은 가질만해 보이진 않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그, 아마 남편 분께서 거짓말을 하신 것 같아 보이세요.”
“거짓말이요? 대체 왜?”
“그, 그러니까…… 손님 분께서 너무 아름다우시니까……. 어떻게든 같이 있고 싶어서 한 거짓말이 아닐까요?”
마사지하던 손을 멈춰서 허전한 걸까? 아니면 괜스레 민망한 것일까. 마사지사는 본인의 손을 주물럭거리면서 수줍게 말했다.
한소영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 그이가 나만보면 정신을 못 차리긴 했지. 그래도 그런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나를 원하다니.’
문득 그렇게 징징거렸던 김수현이 떠올라 가슴속에 애정이 충만해졌다. 방금까지 느꼈던 분노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
그래서일까? 갑자기 눈 앞의 사내도 굉장히 마음에 들게 느껴진다. 보면 볼수록 느끼는 거지만 심성이 굉장히 착하고 예쁘다.
“그런가요. 그래도 괘씸하긴 하네요.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에요. 조, 조금 아픈 건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
“그, 모, 몸에 이상이 있을 정도는 아니고……. 약간의 통증은 좀 동반하는지라…….”
“…그렇군요.”
느닷없이 침묵이 찾아왔다. 한소영은 시선을 내려 침상을 바라보았고 마사지사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바둥거리는 사내.
“그, 마, 마사지는 계, 계속 받으실 건가요?”
“…받아야죠. 일행들도 한창 받고 있는 것 같…… 고?”
조금 민망한 분위기이긴 했지만 마사지는 좀더 받고 싶었던 차였기에 한소영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그동안 차마 신경쓰지 못했던 양쪽에 관심을 기울인 순간 굉장히 끈적한 기분이 느껴졌다.
“……?”
방음막이 꽤나 성능이 좋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수준이다.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청각에 집중했다. 연혜림이 자리했던 쪽. 그곳에서 굉장히 뜨거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하윽, 하읏, 핫, 하윽!’
철썩, 철썩, 철썩!
‘앗, 아으으! 나, 나 죽어!’
연혜림의 절규하는 음성. 마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음성에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 이런 연혜림의 목소리…….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반사적으로 움직이려던 한소영. 그러나 이후에 들린 목소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 저도 이제 곧 갈 것 같습니다만.’
‘싸줘……! 안에다가 그대로 싸줘! 안쪽 깊숙하게……! 으흐읏!’
그것은 고통에 시달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영락없이 쾌감에 쩔어있는 음성에 한소영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단박에 깨달았다.
‘…미, 미쳤어.’
마사지에 집중을 하다보니 미처 깨닫지 못했다. 자신은 둘째치고서라도 연혜림은 이곳에 온 목적이 다르다. 저것이 바로 연혜림이 이곳에 온 목적.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남이 옆에서 섹스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여간 민망한 게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눈치챈 건지 마사지사가 당황하며 해명했다.
“저, 저쪽 분은 애초에 시크릿 서비스를 신청하셔서……! 그, 그러니까 저쪽의 목적은 마, 마사지가 주 서비스 목적이 아니라……! 아, 그렇다고 마사지를 안 한 다는 건 아니지만……!”
“…알고 있어요. 저쪽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는.”
“아, 그, 그러신 가요.”
괜스레 해명하려다 더욱 민망해진 기분이다. 마사지사는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얼른 제안했다.
“그, 그럼 마사지를 계속 속행하시죠. 그, 장을 풀어놨을 때 받아야 효과가 훨씬 좋은 마사지법이라 시간이 지체되면 안 좋아서요.”
“…그러시죠.”
한소영은 찜찜한 기분을 애써 거두고 천천히 다시 침상에 드러누웠다. 신경을 끄려 해보지만 한번 엿들어서일까? 계속 은은하게 연혜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으으으, 나 죽어어어……. 조, 조금만 쉬게 해줘…….’
‘애초에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제발 멈춰달라고 해도 멈춰주지 말라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아, 아직 다 못 갔어어……. 지, 지금 넣으면 정말 안되는……! 히이익?!’
그리고 이어지는 살이 부딪히는 소리에 한소영은 눈을 꼭 감았다. 불긋불긋한 근육질의 남성이 연혜림을 깔아뭉개며 허리를 내려치는 모습이 뇌리에 그려진다. 거의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지르는 연혜림의 얼굴도 같이 떠올라 한소영은 미칠 듯한 기분이었다.
‘혜, 혜림이도 여자긴 여자였구나.’
워낙 선머슴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연혜림. 그런 연혜림이 저런 신음을 내지를 줄이야.
괜스레 자신도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저런 커다란 체구의 남성에게 덮쳐진다면 도대체 어떤 기분…….
‘미, 미친! 한소영, 대체 무슨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해버린 상상에 한소영은 양 뺨을 살짝 때렸다. 절대로 해서는 안될 상상에 머리가 폭발할 듯 뜨거워진다. 어느새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모, 몸이 식으신 것 같으니까 다시 장을 조금 자극하고 다음 단계로 건너뛸게요. 이렇게 몸이 금방 식으면 장은 다시 원래대로……. 응? 아직 안 식었네? 왜 갑자기 뜨거워지지?”
“그, 그냥 바로 진행해주세요.”
살갗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하는 마사지사를 보며 한소영은 빠르게 마사지를 종용했다. 괜스레 자신의 이상을 눈치챌까 싶어서.
“그, 그럼 바로 속행하겠습니다.”
마사지사가 다시 한 움큼의 젤을 퍼 올린 후 손에 비볐다. 그리고 한소영을 바로 눕게 한 후 다시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까와 같은 마사지가 지속된다. 종아리서부터 허벅지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던 손이 불현듯 허벅지를 강하게 붙잡았다.
“조금 민감한 혈이예요. 자극이 조금 심할 테니까 참아주세요.”
“…네.”
허벅지를 어루만지던 손. 그가 엄지손가락을 힘껏 세우더니 양쪽 허벅지 안쪽을 깊숙이 누르기 시작했다.
“아윽!”
갑작스레 튀어 오른 한소영의 몸.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마사지사가 지압하는 손으로 꾹 눌러 하체를 고정했다.
“이건 근육을 건드는 혈이 아니라, 내부의 흐름을 좋게 해주는 혈이라, 꽤 아프실 거예요. 조금만 참으시면 되니까 견뎌주세요.”
“아흐읏!”
바둥거리면서도 한소영은 이를 악물며 신음을 견뎌냈다. 아까와 같은 시원함이 존재하는 그런 통증이 아니라, 이것은 그냥 생으로 느껴지는 통증이었다. 심지어 짜릿한 전류 같은 것이 흐르는 느낌까지 드는데 아무리 그녀라 할지라도 꽤 견디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었다.
그래도 한소영이 꾹 참아내는 이유는 바로 마사지사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한소영은 끝끝내 그 통증을 참아냈다.
“자, 이제 손 뗄게요. 하나, 둘, 셋.”
“하읏! 흑, 흐읏.”
마사지사가 꾹 누르던 손을 뗀 순간, 한소영은 눈을 부릅떴다. 미칠 듯이 아팠던 통증이 한 순간 기이한 뜨거움으로 변해 온 몸을 가로질렀다.
“아, 아아, 아?”
“확실히 느껴지시죠? 몸에 피가 달리는 느낌이.”
“네……! 네, 네.”
“그게 온 몸에 묵은 기운들이 한순간에 퍼지게 해주는 혈이예요. 평소에 서서 행동하는 사람들의 특성상, 하반신에 많은 기운이 축적되는데 그것을 한순간에 온 몸으로 돌려주게 하는 혈이죠. 평소보다 감각이 예민해지긴 할 텐데, 이 상태에서 마사지를 해야 더욱 효과가 있어서요.”
기이한 열기에 정신을 못 차리는 와중에도 한소영은 사내의 말을 전부 들었다. 하지만 들었어도 이해가 완전히 되는 건 아니었다.
혈? 이런 건 홀플레인에서조차 본적이 없었다. 치유 쪽으로 거의 최강에 속하는 광휘의 사제도 이런 치료법을 보인 적은 없었다.
‘이, 이건 일반 마사지 수준이 아니야.’
본인의 매력이 일정수치를 넘어, 능력에 가까워진 만큼. 이 남성도 이미 능력에 가까운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마사지 다시 시작할게요. 원래 좀 더 몸에 열을 가하고 해야 하는 기법이지만, 워낙 몸이 뜨거우신 분이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자, 잠시만요. 지금은 좀……!”
“그,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몸이 식으면 효과가 줄어들어서……. 사랑하시는 남편분도 계시다니까 좀더 노력해서 힘내볼게요. 이 마사지법은 여성분들의 생리기관에 굉장히 이로운 수법이니까…… 남편분도 굉장히 좋아하실 거예요.”
“…생리기관에 좋다고요?”
“그, 그러니까 생리기간에 통증이 줄어 든다거나, 이, 임신이 잘된다거나 그런 효과가 있다 하더라고요.”
“…….”
생리의 통증과 임신. 둘 다 한소영에게 크나큰 관심거리인지라 한소영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평소에 냉철한 CEO이긴 하지만, 그녀도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래도 조금 살살 부탁 좀…….”
“최대한 노력은 해보겠습니다만, 말씀드렸던 대로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혈을 건드린거라……. 지금 이러는 시간도 아까우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조금은 촉박한지 마사지사가 서둘러 그녀의 아래쪽으로 향했다. 발목을 잡고 좀더 가지런히 눕도록 살짝 당긴다. 그리고 양쪽 발을 살짝 잡아들어 발 뒤꿈치부터 주무르기 시작하는데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이, 이거……!’
다리를 통해 올라오는 소름끼치는 감각. 간지러움을 넘어서 절로 비명이 나올 정도의 감각이 몸을 꿰뚫으며 머리속으로 치고 올라온다.
“하윽?! 아, 으흑?!”
“그, 시, 신음은 굳이 참으시지 않으셔도 돼요. 다들 이 마사지를 받으시면 똑같이 흘리시니까…….”
“아응, 흑! 흐으읏? 윽?!”
그렇게 말했지만 그 어떤 여자가 바로 신음을 내지를 수 있을까. 한소영이 바들바들 떨며 신음을 참아내자, 마사지사도 하는 수없이 계속 마사지를 이어갔다.
점점 그의 손이 그녀의 다리를 타고 올라갈수록. 한소영이 몸부림치는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그의 손이 이미 허벅지 위까지 올라갔을 때는 이미 한소영이 몸을 파르르 떨며 몸을 잔뜩 경직시키고 있는 상태였다.
“흐이이익?!”
절정.
그저 다리를 주물러진 것만으로 그 한소영이 절정에 이르러버렸다.
“…계속하겠습니다.”
이미 익숙한 듯 마사지사는 계속해서 마사지를 속행한다. 몸에서 다시 휘몰아치는 감각을 느끼면서 한소영은 눈 앞이 암담해지는 걸 느꼈다.
아직도 그의 손은 허벅지에 가 있는 상태.
본격적인 마사지는 이제 막 시작된 상태였다.
#005
“하악, 하악, 흐윽.”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신음이 들린다. 여인의 목소리에서 새된 비명까지 들렸다.
한소영은 벌써 몇 번이나 절정에 오른 상태였다. 마사지사의 손은 복부와 허벅지 사이, 골반 부근에 머물러 있는 상태였다.
“아학!”
“이쪽도 기가 많이 뭉치는 부위라……. 자극이 좀 셀 거예요.”
“응흣, 핫!”
허벅지에서 골반 사이를 문지르던 손이 돌연 골반 쪽을 꾹 눌렀다. 작지만 단단한 손가락이 허벅지와 복부가 이어지는 부분을 꾹 누르자 한소영이 다시 바르르 떨었다. 긴 다리가 펄떡거리며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했으나 굳센 손은 역시나 놓아주질 않는다.
“응, 앗! 제, 제발 잠시만, 좀……!”
“…네 편히 쉬세요.”
“흐잇! 익!?”
결국 자극을 견디지 못한 한소영이 두 손으로 입을 막고 파닥거렸다. 질끈 감은 눈 사이로 한 줄기의 이슬이 흐른다. 꽉 틀어막은 손 사이로 뜨거운 숨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나, 나, 죽어…….’
세 번 이후로 정신이 없어 세지 못했다. 배는 더 될 법하게 찾아온 절정에 한소영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그만 둬야해. 더는 버틸 수가…….’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뿐. 하지만 마사지사가 놓아주지 않는 한 벗어날 수가 없다. 벗어날 수 있었다면 이 기이한 마사지의 초반부에서 벗어났어야 했다.
초반에도 자극에 못 이겨 빠져나가지 못했는데, 이미 녹초가 되어버린 지금, 빠져나갈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나마 여성에게 좋다는 마사지라는 점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뿐.
“…계속 진행할게요.”
“끄윽?!”
아니,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 저릿한 몸 위로 눌러지는 손가락의 압박감에 마치 머리에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흐읍, 흡, 흡!”
“복부로 올라갈게요.”
미칠 듯한 감각속에서 한소영은 눈을 부릅뜨며 사내를 바라보았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손을 보며 한소영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도 미칠 것 같은데 여기서 배 위까지 올라온다? 장난이 아니라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
“자, 잠시만 쉬게 해… 으흣?!”
“…말씀드렸다시피 최대한 빨리 속행해야 하는 마사지법이라, 더 지체하면 효과가 없어요.”
“그, 그런……!”
그러거나 말거나 배꼽 위로 올라온 사내의 손이 천천히 복부를 누르기 시작했다. 둥글게둥글게 원을 그리듯, 지그시 누르며 문지르는 감촉에 한소영의 몸이 다시 튕겨져 오른다.
마치 몸 전부가 성감대가 된 기분이라 한소영은 열기가 가득한 신음을 흘렸다. 절로 입이 쩍 벌어지는 수준.
“아으! 으으으으!”
손이 복부로 옮겨가, 자유로워진 다리가 힘껏 바둥거렸다. 그러자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마사지사가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다리를 힘껏 내리눌렀다. 하반신으로 감싸듯 잡아 꽉 누르자 한소영은 구속된 채로 몸을 덜덜 떨었다.
“으흥, 흣, 하악!”
“더 올라갈게요.”
“나……! 죽엇?!”
다시 팔딱거리는 여체. 쩍 벌어진 입에서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경악한 얼굴로 턱을 힘껏 젖힌 여인이 다시금 절정에 이른다.
“아———.”
지금껏 절정에 이르면 잠시 멈춰주었던 마사지사였지만, 이번에는 달리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바라보고 있는 곳은 그녀의 배꼽의 아래부분. 여성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부위라 할 수 있는, 아이를 잉태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가 누르던 손을 움직여 배꼽으로 향했다. 손가락으로 스치듯 배꼽을 건든 뒤, 반대편 손으로는 정확히 아랫배 부분에 손바닥을 갖다 댄다.
“으, 으으, 으으으으…….”
“후우, 자궁 마사지, 시작하겠습니다.”
“아하악!”
그리고선 자극하듯 배꼽을 약하게 후비면서 아랫배에 댄 손을 지그시 누르기 시작한다. 간지러움을 넘어 기이한 자극이 아랫배 속으로 전해져오자 한소영의 몸이 다시금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아아아… 아윽?!”
다시금 몰려오는 쾌감에 한소영이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해져오는 감각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자세로 자극을 받으니 마치 다른 행위를 하고 있는 것마냥 감각이 색다르다. 오히려 그게 독이 되었다.
“아으으, 흐으, 흐으으으!”
배를 살짝살짝 짓누르며 배꼽을 자극하던 손가락을 그림 그리듯 그녀의 복부 위로 휘저었다. 그런 가벼운 손짓이었지만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된 것 마냥 그녀의 배에 강하게 감각을 남겼다.
“…여성의 생리적인 부분의 이유이자, 여성이 존재하는 장소. 이곳이야말로 건강해야 여성의 삶 자체가 건강하다고 볼 수 있어요.”
“흥앗, 학, 하악!”
“조금, 조금 남았습니다.”
막판이 다가오는 건지 아랫배를 누르는 힘이 점점 강해진다. 그럴 때마다 한소영은 마치 뇌를 짓누르는 느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뇌에 마약을 통째로 털어 붓는 느낌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다.
“끄으으으읏?!”
결국 견디다 못한 한소영이 다시금 절정에 이른다. 그러자 이번에야 말로 마사지사는 한소영을 속박하던 구속을 풀어주었다. 자유가 된 여인의 몸이 활처럼 휘며 크게 포효한다.
바나나처럼 휜 여성의 몸이 그대로 쾌감을 방출했다. 힘껏 뻗어진 허벅지가 잘게 경련한다. 살짝 벌어진 가랑이 부분의 천이, 기하급수적으로 물기가 젖어든다.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한소영은 잇따른 절정에 이르렀다.
주르륵,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 그것을 슬며시 본 마사지사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지, 지금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원래 이런 반응이 정상인 것이니 혹여라도 자책하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됩…….”
“으흐흐, 흐으, 흣?!”
처음부터 도도한 모습을 보이던 한소영이었기에 혹여라도 신경 쓸까 한 말이지만 아직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적신 침상위로 늘어져 간헐적으로 떠는 모습을 보며 마사지사는 방 한쪽에 비치된 물 한 컵을 들이켰다.
“꼴깍, 꼴깍, 꼴깍.”
시원한 물을 들이키면서도 그의 시선이 흘끗 움직인다. 시원하게 절정에 이른 한소영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눈에 담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남편이 있다 하더라도 빼어난 미인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다. 단언컨대 눈 앞의 여자는 자신이 살면서 봐왔던, 그리고 앞으로 보게 될 여자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이 분명했다. 그런 여자를 앞에 두고 음심이 안들 수가 없다.
물론 그것을 바깥으로 드러낼 배짱은 이 사내에겐 없었다. 오히려 선한 쪽의 마음을 가진지라, 한소영이 남편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이런 특별 서비스까지 행하고 있지 않은가.
‘죄, 죄송해요. 그, 그래도 저도 꽤나 노력하는 거니까 이렇게 보는 건 용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헐떡이면서 자연스레 흔들리는 가슴. 이미 흠뻑 젖어, 입고있던 의상은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흠뻑 젖은 스포츠형 브라 너머로 분홍빛 유두가 여실히 비춰진다. 하의 역시 끈적하게 젖어 음부의 형상을 그대로 띄고 있는 중이었다.
‘소, 손님이 싸신 애액이…….’
그런 절세의 미녀가 힘차게 쏘아낸 꿀물. 그것에 대비한 특수한 재질의 침대가 애액을 모두 흡수한 상태였으나 흠뻑 젖은 그 광경을 보니 음심이 안들 수가 없다. 그 비릿하면서도 한없이 음란한 냄새에 사내는 아래쪽이 미칠 듯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바지를 진정 뚫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답답함이 극대로 끌어오르는 느낌. 그렇다고 여성처럼 절정을 이를 수도 없으니 오히려 이건 완전히 고문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으, 으으.”
그렇게 늘어진 한소영의 자태를 감상하고 있는데 그녀의 음성이 들렸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건지 움찔거리며 몸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저, 정신이 드신 모양이네요. 그럼 몸이 식지 않게 이어하겠습니다.”
“아, 아으, 또, 또?”
“아직 3단계나 남아있는데…….”
계속 미끄러지며 상체를 일으키던 한소영이 멍한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겁이 난 기색이 여실히 드러난다.
“사, 삼단계요?”
“네, 네. 일단 기본적인 코스는 2단계까지고 동의를 해주시면 3단계까지 진행할 수 있는데…….”
조금은 소심하게 말하던 사내가 돌연 얼굴을 붉혔다. 뭔가 말하기 힘든 구석이 있는 모양.
그러나 한소영에게 지금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삼단계라는 말만 뇌리에 계속 반복될 뿐.
“그, 꼭 계속 마사지를 받아야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원래 하나의 코스로 되어있는 거라……. 웬만하면 받으시는 걸 추천드려요.”
“…….”
한소영이 크게 머뭇거렸다. 그럴 수밖에. 지옥과도 같은 쾌락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게 고작 일단계에 불과했다는 것에 어마어마한 충격까지 받은 상태인데 앞으로 두단계씩이나 더 받을 자신이 없었다.
그런 한소영의 모습을 보며 마사지사는 문득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혹여라도 거절하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난다고 해야 하나? 굉장히 아쉬운 맘이 들어 저도 모르게 주절거렸다.
“이, 이게 굉장히 몸에 좋은 마사지라서요! 서비스를 받으신 손님 분들에게 들은 말로는 가, 감도가 좋아져서 사장님들하고의 관계가 무척이나 좋아졌다고…….”
“…….”
“마치 신혼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아마 굉장히 효과가 좋으실 거라 생각되는데요…….”
“……!”
당연히 버티지 못해 거절하려 했던 한소영은 문득 들리는 소리에 멈칫했다. 신혼으로 돌아간다? 그런 풋풋하고 행복한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평소에도 행복하다 생각했었지만 다른 여자 때문에 소박맞은 직후라 굉장히 신경쓰이는 말이었다.
“…나머지 두 단계만 버티면.”
“…….”
“확실히 효과가 있는 거…… 맞는 거겠죠?”
조마조마하던 사내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물론이죠! 이 마사지를 받으신 모든 분들이 다들 극찬해 주셨는 걸요!”
“…이걸 대체 몇 명이나 받았길래.”
“그, 그렇게 많이는 없어요. 한 스무 명?”
“…….”
손가락 하나만 대도 참을 수 없는 쾌감이 몰려오는 마사지다. 그걸 일반인이 받았을 거라 생각하니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근데 이걸 무려 스무 명이나 받았다니.
“…다들 살아는 나간 거겠죠?”
“그, 그야 당연히…….”
마사지사가 우물쭈물 눈을 돌렸다. 확실히 모두 살아 나가긴 했지만……. 다들 정상적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다들 반나절은 쉬고 나서야 돌아가실 수 있으셨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호흡을 고른 마사지사가 다시 마사지 재개를 알렸다.
“자, 그, 그럼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손을 풀면서 다가오는 마사지사를 보며 한소영 역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잠시간의 휴식으로 붕 떠올랐던 호흡을 다시금 가라앉혔다.
‘…너무 느꼈어. 나머지는 어떻게든…….’
이제서야 느끼지만, 이름도 모르는 남자에게 안마 당하며 수차례나 절정에 이렀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웠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하반신이 있던 자리로 향한다. 마치 이불에 소변을 지린 것 같은 모습에 그녀의 얼굴이 확 불타올랐다.
‘이, 이번엔 꼭 참자. 참는 거야. 그동안 잘 해왔던 거잖아.’
남성들의 수많은 음욕을 느끼면서도 한소영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며 견뎌왔다. 그래, 김수현을 모를 적부터 항상 해오던 것이 페이스를 유지하는 법이었다.
“흠……!”
하지만 마사지사의 손이 다시 살에 닿는 순간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한소영은 크게 떨었다. 살며시 발목을 잡았을 뿐인데도 마치 민감한 부위를 만진 것마냥 전류가 흐른다.
발목을 오밀조밀 만지던 마사지사의 손이 뒤꿈치로 향한다. 정확히는 아킬레스 건. 그곳을 지그시 지압하는 감각에 한소영은 저도 모르게 신음이 터질 뻔했다. 그녀가 다급히 물었다.
“그, 그러니까 지금 이 마사지!”
“…예?”
“이, 마사지가 원래 이런 거죠?”
영문을 알 수 없는 질문. 마사지사가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자 한소영은 다시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신답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제가 지금 많이 민감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오는데…….”
“아, 그. 무, 물론이죠. 다른 분들도 다 같은 반응을 하십니다. 원래 그럴 수밖에 없는 기법이라.”
“그, 그런 거죠? 당연한 거죠? 제가 이상한 게 아닌 거죠?”
“그, 그럼요! 심하신 분들은 중간에 졸도하시기는 하는데, 아.”
“…졸도요?”
마사지사가 아차했다. 최대한 경계심을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늘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조, 졸도하셔도 바로 깨워드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 마사지는 받으시는 분께서 의식을 가지고 계셔야 하는 기법이라, 기절하시면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
혹시나 수작을 부릴까 의심을 받을까 봐 얼른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여전히 의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한소영이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몸이 따뜻하시니까 이번엔 예열없이 바로 갈게요. 몸 좀 돌리겠습니다.”
“…네.”
마사지사가 들고 있던 한소영의 발목을 교차시켰다. 살짝 당겨 한소영이 움직이도록 유도한다. 그의 손에 따라 천천히 몸을 돌려 누운 한소영.
“으흣……!”
사내의 손이 종아리와 오금을 스치자 여체가 바르르 몸을 떨었다. 살짝 간질이는 수준인데도 다시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마치, 뿌려 놓은 기름에 불을 지르는 것처럼, 한소영의 숨이 다시 뜨거워진다.
“으응, 읏, 흑!”
가벼운 터치 후 본격적인 마사지가 시작된다. 엄지에 힘을 줘 종아리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쭉 밀어 오르는 손길에 한소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누워있을 때는 어쩌지 못했지만 엎드리니 표정을 숨길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꽤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
“아읏, 흑!”
척, 척, 척.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몸서리쳐지는 쾌감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지만.
“자, 그럼 다시 시작할게요.”
그렇게 한소영의 다리에 자극을 준 마사지사가 다시 허벅지 쪽을 붙잡았다. 그리고 세운 엄지를 깊게 꽂아 넣기 시작한다.
‘또 오고 있어……!’
몸 안의 무언가를 켜는 듯한 지압. 이미 수차례 맞아본 한소영으로서는 자연스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그곳에서부터 불길이 번지듯 뜨거운 감각이 솟아오른다.
“윽!”
“앞쪽에서는 터치하기 좀 그런 부분들이 많았으니까, 등은 좀 넓게 가볼게요.”
이미 자극을 참느라 이를 악문 상태다. 차마 대답할 여유가 없어 한소영은 그저 고개를 침상에 박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올라오는 손. 그의 손길이 허벅지에서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응, 앗!”
“…다 수순에 있는 부분이라서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어느새 침상에 박고 있던 고개를 높게 쳐든 한소영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드러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어떻게든 민감한 부위에서 물러나던 사내가 아니었던가.
그가 예고도 없이 민감한 부위를 붙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떡 주무르듯 주무르기까지 하는데 뜨겁게 타오르던 불길이 그곳에서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손톱으로 침상을 긁으며 한소영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아, 하악! 그, 그곳은 아직……!”
“이곳도 불순물이 많이 싸이는 곳이라서요. 조금만 빠르게 풀고 넘어가겠습니다.”
“흐, 흐윽! 아, 안되는데……!”
바르르 떠는 여체를 보고서도 사내는 손을 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깊숙하게 한소영의 잘 익은 엉덩이를 분해시킬 작정으로 주물렀다. 그러면서 한소영의 몸이 점차 흐물흐물하게 녹아갔다.
외간 남성에게 엉덩이가 주물러지는 상황. 평소에는 생각도 못해본 상황이라 한소영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이건…… 마사지야……. 마사지일 뿐이야…….’
스스로 계속 뇌리를 되새기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소영은 조금씩조금씩 본래의 모습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으, 으으…….”
“…다 됐습니다.”
드디어 떨어진 손. 쾌감을 폭발시키는 손길이 떨어지자 한소영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흐으, 흐으……. 그럼 2단계는 이제, 힉?!”
그러나 이번엔 등에 그 불이 떨어졌다. 잠시 쉬는 줄 알았는데 곧바로 공세가 이어져 온 것.
촥, 촥, 촥, 촥.
가느다란 등에 빨래를 문대는 것처럼, 두손으로 강하게 박박 문지른다. 그러면서 다시 손가락에 힘을 주어 살을 쭉 퍼 올리는 것까지. 민감해진 살을 만져지는 것도 미칠 것 같은데 거기에 압박을 넣어 안쪽까지 찌르자 한소영은 다시금 무언가가 터지려는 걸 느꼈다.
‘이, 이건 아, 앞쪽도 자극돼서…… 흐윽?!’
침상에 문댄 가슴이 강하게 짓눌린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강하게 눌러오니 그것마저도 쾌감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다시 한소영이 침상에 고개를 묻었다. 파르르 떨며 조용히 다시 찾아온 절정.
‘아, 아아, 아!’
이제는 확실히 느껴진다. 가랑이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습기가. 한소영은 미칠 듯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가뜩이나 들어가지 않는 힘을 끌어 모아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스르르…….
그녀는 조용히 조수를 흘렸다.
“등에 후끈한 감이 도시죠? 이게 여성의 몸에 축적된 음기를 체내에 최대한 회전시키는 건데 상체 하체를 반복하며 돌리다 보면 온몸에 골고루 퍼지게 돼요. 이것만으로도 몸이 건강해진다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
“그러면 잠시…….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시겠어요?”
이미 아래에 흘리는 것에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마사지사는 조금 떨떠름한 얼굴로 한소영의 골반을 잡고 살포시 들어올렸다. 움찔 떤 한소영이 인형처럼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다시 하체에 몰린 음기를 상체로……. 응?”
간헐적으로 떨리는 몸. 그 모습을 보며 대강 눈치를 채고 있던 마사지사는 순간 뜨겁게 몰려오는 열기에 멈칫했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한소영의 엉덩이로 향했다.
‘…와, 와아.’
한소영은 무사히 흘려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흠뻑 젖어 아직까지 흘러내리는 물. 습기를 잘 흡수할 수 있는 재질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형 속옷은 더 이상 습기를 빨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젖어버렸다. 그게 여실히 사내의 눈에 보이고 있다.
‘이, 이렇게 많이 흘리는 여성분은 보, 본적이 없는데…….’
게다가 코를 찌르는 음란한 향까지. 마사지에 집중하려던 마사지사의 마음이 다시금 흔들린다.
‘아, 안돼! 나, 나는 마사지사야! 저, 정신차려야……. 하는데…….’
다시금 힘을 주려던 손가락이 자꾸만 떨린다. 그의 눈이 자꾸만 그녀의 가랑이로 향했다. 반쯤 투시되는 천조각 너머로 이미 퉁퉁 불어 오른 은밀한 살이 보인다.
‘지, 진짜 안되는데…….’
눈까지 질끈 감는 남자. 그러나 이미 마음은 어두운 곳으로 크게 기운 상태였다.
그의 입이 저절로 열렸다.
“다, 다음 마사지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손이 같이 움직였고.
“……!”
한소영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
다시금 엉덩이에 올라간 손. 그러나 위치가 미묘하게 다르다.
방금 전에는 엉덩이 바깥쪽서부터 안쪽으로 밀 듯 주물렀다면 지금은 그녀의 틈새 사이 쪽에 손바닥이 올려져 있다.
“…3단계로 돌입하겠습니다.”
“사, 삼단계는…… 으극?!”
정신없는 와중에도 한소영은 최대한 기억을 살려 말하려 했다. 하지만 입을 여는 순간 사내의 마사지가 다시 시작되었다.
아니나다를까 사내의 손이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그녀의 허벅지가 꿀렁거렸다. 한소영은 이를 악물며 바둥거렸다. 다른 게 아니라 지금 이 상태에서 주무르면서 그녀의 비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자, 잠시만요! 지, 지금 손 위치가……!”
“마사지에 방해되니까 조용히 해주세요.”
“아윽?! 사, 삼단계는 분명 동의 후에 하기로……! 히익?!”
안쪽에서부터 잡으면서 엄지손가락이 자연스레 그녀의 엉덩이를 벌리는 자세가 되었다. 민감한 부위가 활짝 벌어지는 감각과, 비부가 보여질 수가 있다는 생각에 한소영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사지를 멈출 힘은 그녀에게 없었다. 더군다나 아까와는 달리, 음부 쪽으로 직접적인 자극이 전해져 들어왔다.
“아윽, 악, 아으읏!”
“하아, 하아…….”
서비스를 받는 손님의 말을 무시하고 마사지를 속행한다. 이쯤 되니 한소영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내의 숨결이 아까보다 굉장히 흐트러져 있음을 이제야 눈치챘다.
‘이, 이건 정말로 안돼!’
그렇기에 하는 수 없이 잠가 두었던 능력을 해체했다. 초감각이 돌아오면서 그녀에게 수많은 정보들이 전달된다.
이곳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제외한 총 다섯. 그것의 정보가 흘러 들어옴과 동시에, 한소영은 자신의 근처에 있는 이 사내의 정보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에게서 흘러 들어오는 감정은 역시나 복잡했다. 음욕, 성욕, 욕망, 그리고 절제. 자기에 대한 혐오와 함께 솟아나는 죄책감을 어두운 욕망에게 잡아 먹히는 게 그대로 느껴진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야. 결국 마력에 빠지고 만 거야.’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욕망에 져버린 사내의 처절함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아까부터 선을 지키던 모습이 떠올라 한소영 역시 굉장히 난감했다. 그래도 의지가 굉장히 뛰어난 남자가 아니었던가.
여기서 만약 그녀가 마력을 이용해 이 상황에서 벗어난다면 쉽게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마사지사가 받는 충격과 상처는 실로 어마어마할 터.
‘내가 어떻게 해야…….’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평소라면 바로 뿌리쳤겠지만 지금까지 견뎌온 사내에게 측은심이 느껴졌다. 그것이 한소영을 망설이게 했다.
그녀가 고뇌에 빠진 와중에도 사내의 마사지는 계속되고 있었다. 아니, 이것을 더 이상 마사지라 불러도 되는 걸까? 그의 손길이 점점 과감해진다.
“아흑?!”
“후욱, 후욱, 훅!”
전체적으로 엉덩이를 주무르는 게 아니라 노골적으로 엄지에 힘을 줘 그녀의 중요부위를 자극한다. 자꾸만 열렸다 닫혔다 하는 감각에 한소영은 절로 허리가 풀리는 느낌을 느꼈다.
“으, 으으으…….”
젖은 천이 민감한 부위와 닿으면서 자극이 더욱 강해진다. 아랫배가 징징 울릴 정도로 올라오는 쾌감에 한소영은 더 이상 생각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제, 제발 멈춰주세요……! 이, 이대로 계속 하다가는……!”
“마사지의 일환입니다. 마사지의…….”
질척거리는 느낌. 음부에서 쏟아지는 애액이 그대로 느껴져 한소영은 미칠 듯이 부끄러웠다. 그녀의 하복부에서 큰 경종이 울렸다. 전기 자극처럼 올라오던 감각이 순식간에 파도가 되어 크게 휘몰아쳐오고 있다.
“아, 아, 아아아아!”
푸슛, 푸슈슈슛.
침상에 머리를 쳐 박는 한소영. 철혈의 여왕답지 않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결국 다시 절정을 느끼고 말았다. 이번에는 조절도 하지 못해 사내에게 그대로 조수를 뿜는 걸 보여버렸다.
“아, 아으…….”
“…다음 단계로…….”
“으히익?!”
그리고 쾌감을 차마 갈무리하기도 전에 다음 손길이 다가왔다. 엉덩이보다 더 안쪽의 그곳. 여성의 가장 은밀한 부위가 존재하는, 그곳에 매우 가까운 가랑이쪽 살에 엄지손가락이 닿았다.
“거, 거긴 안돼…….”
턱이 풀려 발음조차 안된다. 한소영이 안간힘을 써 만류하려 했지만.
질척, 질척.
“하으윽?!”
사내의 손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엉덩이 안쪽의 회음부. 직접 닿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그 어떤 부위보다 가장 위험한 곳을 사내가 자극하기 시작했다.
“으, 으으으, 흐윽!”
파르르 떨리는 엉덩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 무릎이 안쓰러울 정도로 한소영은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저 다시 휘몰아쳐 오는 감각에 최대한 저항할 뿐.
‘대체 어떻게 해야…….’
아직까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이 남자가 상처받지 않고 끝낼 수 있을까.
평소의 철혈 여왕에 걸맞지 않은 생각에 계속해서 고뇌에 빠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내의 손길에 한소영의 하부는 끊임없이 젖어 드는 중이었다.
“으흑, 흑, 흐읏……!”
습하다 못해 숨막힐 정도의 끈적함이, 점점 더 짙어져 갔다.
#006
“하아, 하아, 하아…….”
사내의 뜨거운 숨결이 아래에 닿는다. 쾌감에 휩싸이면서도 한소영은 다시금 지금의 자세를 인지했다.
‘으, 으으……. 이런 자세는 안돼…….’
남성에게 엉덩이를 너무 무방비하게 노출했다. 이미 확인하지 않아도 더 이상 옷은 은밀한 부위를 가려주지 못한다. 그런 상태에서 엉덩이를 그대로 보여주다니.
음부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어떻게든 움직이려 했지만, 엉덩이를 붙잡은 손은 쉽게 놓아주질 않았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노골적으로 음부에 강한 자극을 주었다.
“아으, 으, 아.”
아주 아슬아슬한 차이로 은밀한 부위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한소영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초감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남자. 지금 일부러 이러고 있어.’
사내에게서 전해져 오는 정보. 그것은 어떤 것에 대한 강한 열망이었다. 일부러 최대한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한소영이 스스로 무너지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이쪽만 계속 자극하는 거야.’
이미 욕망에 무너진 그의 마음이 확연히 보였으나, 한소영은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래에서 올라오는 쾌감에 한소영이 다시 부르르 떨었다.
“아으으으, 흐으, 흑?”
아까와 같은 감각. 하체에서부터 힘이 빠져나가는 감각에 몸을 떨던 한소영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눈을 부릅떴다.
그녀가 절정에 이른 순간, 그대로 하의가 벗겨져 나간 것이다.
“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그것이 사내가 한 짓이라 인식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한순간에 속살을 보여버린 한소영이 재빨리 몸을 돌리려 했으나 하체가 옷으로 속박당해 그것마저 저지당했다.
“하아……. 마사지의 일환입니다……. 마사지의…….”
이미 초점은 저 먼 곳에 있다. 사내는 무심한 얼굴로 다시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번은 옷없이 직접 닿는 맨살. 단순히 그것뿐인데 느껴지는 자극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민감하다.
“아으으…….”
한소영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곳을 집중적으로 만지는 행위에 음부가 활짝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이미 수십번이나 당한 행위지만, 지금은 아무런 차단막이 없는 상태였다. 그녀의 음부가 사내에 의해 이리저리 일그러지며 뜨거운 애액을 흘려댔다.
“후욱, 후욱……. 손님의…… 그곳에서 진한 냄새가 납니다.”
“…으, 으. 제발 이 선에서 끝내세요……!”
“아아, 손님……. 손님……. 제가 손님을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아십니까?”
당연히 안다. 초감각이 그대로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맹렬히 거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런 일을 하면서도 저는, 남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껴 왔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그런 제 보람을 무참히 깨버렸습니다. 손님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셔서…….”
“아흑, 으흑, 흑!”
“저는 프로 마사지사인데……. 이런 일은 수십 번이고 더 있던 일인데……. 손님 때문에 그동안의 제 결의가 깨져버렸어요.”
“아아, 아아아아!”
“이게 다 손님 때문입니다. 손님이 너무나도 아름다우셔서……. 손님이 너무 매력적이시라 제가 이렇게……!”
그렇게 강해지는 손길. 한소영의 음부가 일시적으로 활짝 벌려졌다. 그녀의 은밀한 그곳이 활짝 열려 사내의 눈에 훤히 드러났다.
“아, 아아아!”
“…손님이 책임지셔야 합니다.”
그동안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던 소중한 부위에.
“아, 윽……?!”
사내의 손가락이 천천히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으으윽?!”
단숨에 두개의 손가락이 침입해 들어온다. 김수현 이외에 아무도 닿지 못했던 부위에 외간남자의 신체가 일부분이 들어왔다.
그런 어마어마한 충격에 한소영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라 신뢰하고 있었기에 그 충격은 더 배가되었다.
찌걱, 찌걱, 찌걱.
“아으으, 으흑, 으흐흣…….”
천천히 출납하는 손가락. 흘러나온 애액이 아니라, 안쪽에서부터 젖어들며 끈적이는 애액이 사내의 손가락에 묻어 손쉽게 안을 출입했다.
“아, 아으으!”
“이곳이 좋으신 거죠. 다들 그랬습니다. 저는 그럴 목적이 아니었는데 손님분들은 제 손에 항상 이렇게 되시더군요.”
“아, 아아! 안돼!”
한소영의 고개가 떨어졌다. 둥글게 굽어진 등이 파르르 떤다. 손가락을 부러뜨릴 듯 죄 오는 근육에 사내는 더욱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푸직, 푸직, 푸직.
“아으윽! 흐윽! 흐악!”
“그렇게 가시고 가시고 계속 가시고도 또 가시는 군요. 저는 아직 한번도 가지 못했는데.”
“제, 제발 그만……! 아극?!”
그렇게 힘차게 조여오는 질근육임에도, 사내의 손은 거침없이 음부를 헤집었다. 맨 피부도 거침없이 갈라내던 강한 손가락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런 손가락이 민감한 안쪽을 계속해서 긁어오니 한소영으로서 당해낼 여력이 없었다. 잇따라 몰려오는 쾌감에 계속해서 몸을 떨 뿐.
문득 그러다가 한소영이 화들짝 놀랐다.
“아! 거, 거긴……?”
“…음란한 분이시군요. 아까부터 눈 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이곳도 경험이 있으시네요.”
“아으……!”
여인의 음부를 사정없이 헤집던 사내가 돌연 다른 곳으로 손가락을 찌른 것이다. 한순간 항문을 건드리는 감촉에 한소영이 부르르 떨었다.
한소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다시금 덮쳐오는 수치심에 얼굴만 달아오를 뿐.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사내가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 되었다.
“그렇게 도도하고, 고고하고, 기품이 넘치셨던 분이 애널까지 즐기시는 음란한 분이셨다니. 매우…….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그, 그런 게 아니라 거기는 어쩔 수 없이……! 아, 아으으으!”
“변명에 불과해요! 처음보는 사람이 이렇게 보지를 쑤시는데 이렇게 좋아하시면서!”
“아, 아니야! 아니야!”
사내의 손이 점점 빨라졌다. 그녀의 음부에서 새어나온 애액이 사방으로 튀며 날았다. 그의 손에 따라 한소영의 하체가 통째로 흔들렸다.
“아아악……!”
그렇게 휘몰아치는 쾌감속에서 다시금 절정에 이르려던 순간이었다. 돌연 사내가 손짓을 멈추고 그녀의 하반신을 잡아 고정시켰다.
“아, 아으으……!”
“또 그렇게 가시려는 거군요. 또 혼자서만…….”
뜬금없는 정지에 그녀의 사고도 정지했다. 순간적으로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을 인지하기도 전, 사내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잠시간 흐름이 끊겼던 감각이 다시금 휘몰아치기 시작하자 절정감은 금방 찾아왔다.
“아으으으! 안돼에에에!”
그러나 몰려오는 파도를 분출하려 할 때, 사내의 손이 다시 멈추었다. 한소영의 입에서 뜨거움 숨이 터져 나왔다.
“아, 으?”
“뭘 그렇게 가시려는 건가요? 이제는 안 보내 드릴 겁니다.”
“…….”
“이제 봉사는 끝이에요. 손님께서 무언갈 해주시지 않는다면 저도 아무것도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렇게나 괴롭혔던 사내가 돌연 파업선언을 했다. 한소영은 고개를 돌려 묵묵히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인지는 훤히 보인다. 초감각이 전부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그는 진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그녀를 위해서 했던 봉사가 아닌, 자신을 위한 봉사로 바뀌었을 뿐.
‘…완전히 생각을 바꿀 마음이 없어. 이대로는……. 안돼.’
한소영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사내가 스스로 멈추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더 이상 브레이크가 들지 않는다. 최대한 상처가 되지 않게 멈추려고 했던 한소영은 하는 수없이 주먹을 쥐었다.
‘…주체하지 못하는 욕망은 그동안 봐왔던 이들과 다를 바가 없어.’
뛰어난 인재를 만났다는 기쁨에 주저했던 그녀였던 만큼 아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끊을 땐 확실히 끊어야 했다.
‘…이렇게 된 이유를 따지자면 이곳에 온 내 잘못이 제일 크겠지만. 결국 이렇게 된 것이니 너무 원망은 마시길.’
그렇게 쥔 주먹에 마력을 담는다. 그리고 몸을 돌려 그에게 뻗으려고 하던 찰나.
“아?”
돌연 한소영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그것은 무방비로 주먹을 맞을 뻔한 사내 역시 마찬가지.
“이, 이게 무슨……?”
“…지, 지금 무슨 짓을!”
한소영이 설마 반격을 할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랐던 사내가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음부에 꽂힌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반대편 손으로 한소영의 목을 잡고 침상에 눌렀다.
푹, 푹, 푹, 푹.
“제가 이렇게 열심히 해드리는데도……! 손님은 끝까지 저를……!”
“아, 아……?”
그녀의 소중한 부위를 무자비하게 헤집는 손길을 느끼면서도 한소영은 여전히 의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사내에게 눌리면서도 한소영은 방금 전, 뻗었던 손을 들어 보였다.
‘마력이…… 사라졌어?’
사라졌다기 보다는 순간 분해되어 다시 몸으로 돌아갔다. 마치 사용을 캔슬한 것처럼, 없던 것처럼 원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다시 마력을 불러모아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마력이 흩어져 돌아간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이것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상황이었다. 김수현과 악마들에게 납치당했을 때도 마력구속구에 묶여 마력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건 마력의 흐름을 방해받아 아예 운용이 불가했다면, 지금은 운용은 가능한데 자연스레 캔슬이 된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사내의 손은 여전히 음부를 쑤시고 있었다. 몸은 그대로 반응해 여전히 뜨거운 물을 쏟아내고 있었고.
“아으윽! 으흑!”
“…손님. 손님께서 저를 이렇게 만드신 겁니다. 저도…….”
“자, 잠깐만요. 뭔가 이상……! 악!”
“더 이상 뭘 하려고 하시든 이제 손님을 믿지 않아요. 저도 이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겁니다.”
“아윽!”
깊숙하게 들어온 손가락. 두 손가락이 벌어지며 한소영의 음부가 활짝 열렸다. 질척이는 살들 속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한소영의 내부를 환히 비춘다. 그리고 한소영의 목을 구속하고 있던 손을 거둬 본인의 바지춤을 풀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을 내리며 그것을 본 한소영의 얼굴에 다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그녀가 움직였지만 이미 의무를 마친 손이 다시 그녀의 목을 짓눌렀다.
‘아, 안돼! 지, 지금 이 상태는……!’
“하아……. 손님…….”
“머, 멈춰요! 당신……! 이대로 멈추지 않으면 진짜 큰일나!”
“…더 이상 믿지 않아요. 이미 너무 늦었어요.”
서서히 다가오는 사내의 하체. 이미 열 받다 못해 붉게 충혈된 남근이 덜렁거리며 한소영의 엉덩이에 닿았다. 그 흉측한 감촉에 한소영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 안돼! 진짜로 이 이상은!”
“…저도 이제……. 싸버리고 싶어요.”
사내가 살짝씩 허리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그녀의 입구에 귀두가 닿았다. 이미 손가락으로 벌리고 있는 터라 살짝만 밀어 넣어도 완전히 삽입이 될 터.
한소영이 미칠 듯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두려운 감정. 그것은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원초적인 감정이었다. 사용자가 된 이후, 이스탄텔 로우의 로드가 되면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무력함의 공포가 그녀의 뇌리에 다시금 새겨지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요! 당신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아니, 전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요. 억지로 꾹꾹 참아냈을 뿐, 항상 오시는 손님들에게 욕정하는……. 그런 남자였을 뿐.”
사내의 허리가 점점 앞으로 전진한다. 활짝 열린 음부에 귀두가 닿자 살들이 절로 움직이며 남근을 받아들인다. 한소영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미 수차례나 절정에 오른 몸은 남자의 물건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상태였다.
그렇게 천천히 잠입해 들어가는 양물. 그런 그의 귀두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을 즈음이었다.
“큭, 크윽……!”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이대로 당해버릴 것이라 생각했던 한소영은 돌연 이를 악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사내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사람…….’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양심이라는 감정이 끝끝내 버텨내고 있다. 완벽히 먹힌 상태에서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실은 이러고 싶지 않아요. 이럴 생각이 아니었어…….”
“…당신.”
“어, 어쩌다가 이렇게…….”
아직도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확실히 변했다. 음욕이 가득한 마음에서 그녀의 몸에 일부분을 삽입한 순간, 절제심이 급격히 살아났다. 아직도 욕정 쪽으로 기운 상태긴 했어도 지금이라면 확실히 뒤집을 수 있을 정도.
“…난 결국 이렇게 추악한 남자였어.”
“아니에요!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아무 것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어!”
“…너무 늦었어요!”
사내가 고개를 흔들며 거세게 저항한다. 다시 음욕과, 충동 쪽으로 기우는 감정. 그런 그가 몸을 흔들지 못하도록 한소영이 그의 옷을 붙잡았다. 마력도 못쓰는 상태에서 남성의 움직임을 막으려 힘을 주어 당겼는데 사내의 몸이 그녀에게 휘청거리며 기울어졌다.
“……!”
덕분에 사내의 남근이 조금 더 한소영에게 삽입되었다. 물론 아주 극부분일 뿐이지만, 한소영에겐 너무나도 확연히 느껴진다.
‘지,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어떻게든 그를 설득해야 돼.’
김수현이 아닌 다른 사내의 물건을 받았다는 사실은 일단 뒤로 제쳐야 했다. 당장에 설득하지 못하면 강간당할 판이었으니 그것부터 피해야할 상황이었다.
“당신의 의지는 확실히 돋보였어요! 소, 솔직히 나도 내가 예쁘다는 걸 알고 있어. 나를 보고 넘어오지 않은 남자도 당신이 처음이었고!”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요.”
“…내, 내가 일부로 그랬다는 거예요. 일부로 당신을 유혹했어요…….”
물론 절대 아니었다. 처음은 김수현의 배신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었고 마사지를 받는 초반부까지 그 충동의 영향으로 자리를 지키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마사지가 마음에 들어 그것에만 집중하기도 했고.
“…그냥 처음엔 호기심에 받을 생각이었는데 나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당신을 보고 오기가 생겼어요. 그래서 일부러 그쪽을 유혹하기도 했고…….”
“어, 어째서 그런 짓을 하신 건가요? 남편도 있으시다면서…….”
“…남편하고 조금 싸운 상태라.”
본인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본심이 나와버렸다. 김수현에 대한 작은 원망감이.
하지만 그런 아무말 대잔치가 소용이 있는건지 사내의 동요가 빠르게 진정되어갔다. 그가 진정되어가자 한소영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그의 몸을 밀어내었다.
“…미안해요. 충동적인 일이었어요. 하지만 이 이상은 절대로 안되니까…….”
“아, 그, 그렇죠. 죄, 죄송합니다.”
다시 원래의 어벙벙한 얼굴로 돌아온 사내를 보면서 한소영은 드디어 마음을 돌려놓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나머지는 안에 들어와 있는 지뢰였다. 그녀가 천천히 밀어내자 사내의 몸이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아, 자, 잠시만요!”
“하읏?!”
하지만 그렇게 완전히 빠져버리려는 찰나 사내가 돌연 한소영을 붙잡으며 멈추었다. 거의 목적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저지당하자 한소영의 얼굴이 오히려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가, 갑자기 왜……?”
“자, 잠깐만 이대로 있어도 될까요? 이, 이대로 움직이면 바로 싸버릴 것 같아서…….”
“…네?”
“그, 자 장난이 아니라 진짜 폭발 직전이라서 그래요. 이, 이대로라면…….”
한소영은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초감각으로 느낄 필요도 없었다. 다급함으로 물든 사내의 얼굴만 봐도 조금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할까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그냥 빨리 빼시는 게.”
“그, 그건 좀 위험한데…….”
한소영이 발로 슬며시 밀어내자 사내의 얼굴이 다시 펄떡 뛰었다. 한소영은 곧바로 멈추어야 했다. 그의 놀람과 함께 안쪽에 있는 귀두가 쉴 새 없이 펄떡거렸기 때문이다.
‘…안돼. 안에다가 사정하는 건 죽어도 안돼!’
그제야 한소영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조금이라도 안쪽에 사내의 정액이 들어가는 것만큼은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딱 인내할 수 있는 건 이 선까지. 그 이상은 죽어도 있어서는 안된다.
“…진정되면 천천히 빼내세요.”
“…예, 죄송합니다.”
멋쩍은 사과와 함께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두 남녀는 조금이라도 진정이 될 때까지의 상황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사내의 귀두가 점점 단단해진다. 그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던 한소영이 눈을 흘기자 사내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을 돌릴 뿐이었다.
“이, 이제 빼낼게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일까? 사내가 진정이 되었는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었다. 주르륵, 하고 꽤 오래 잠겨있던 남근이 천천히 음부에서 빠져나왔다.
“…음.”
“그, 그렇게 조이지 마세요. 안쪽이 움직여서 너무 자극이 심해서…….”
“쓰,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얼른 빼요!”
“아, 자, 잠시만!”
자극이 심한 건 한소영 쪽도 마찬가지였다. 급박한 상황에 미처 신경쓰지 못하긴 했지만, 음기가 풀리며 한창 달아올라 있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남근이 안쪽의 영역을 건드렸다. 사내의 자그마한 맥박도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크게 다가왔다.
다시금 몸이 뜨거워지려 하자 당황한 한소영이 그대로 사내의 가슴팍을 차버렸다. 사내의 몸이 뒤로 밀리며 남근이 빠져버렸고 그 순간.
“아으윽!”
푸슈슉, 푸슛!
사내의 남근에서 힘차게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어찌나 많이 쌓여 있던 것일까? 사내의 몸이 뒤로 멀리 밀렸음에도 정액은 멀리 날아와 한소영의 몸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아.”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007
한소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토록 꺼리던 질내사정은 피했으나, 그렇다고 질외사정을 바란 건 절대 아니었다.
“아, 그, 그…….”
그러자 정작 크게 당황하는 쪽은 마사지사 쪽이었다. 얼굴은 무척이나 한결 편해진 듯 가벼웠으나 크게 뜬 눈동자는 점점 두려움에 물든다.
“죄, 죄송……!”
“후, 아니에요. 괜찮아요.”
“…예?”
하지만 정작 돌아온 건 한소영의 관대한 용서였다. 눈을 지그시 감고 몸에 묻은 정액을 손으로 닦아내는 모습을 보며 사내가 멍한 얼굴을 보였다.
“신경 쓰지 마세요. 이렇게 된 거…… 어찌 보면 제 탓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그, 그런 가요?”
“…그래도 한차례 사정하셨으니 통증은 가라앉으셨겠죠. 조금은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지금이라면 서로 좋은 선에서 끝낼 수…….”
솔직히 지금, 분노보다 미안함이 조금 더 남아있는 상태였다. 괜히 자신의 오기에 엮여 피해를 본 쪽은 저 마사지사였으니까. 해서 오히려 이렇게 시원하게 사정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
그렇게 이렇게 좋게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한소영이 시선이 문득, 남자의 사타구니에 고정됐다. 사내의 발기는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방금 사정한 거 아닌가요?”
“그, 그, 제가 한번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체질이라…….”
“…….”
한소영의 눈이 가늘어졌다. 김수현 역시 한번으로 끝나지 않은 절륜함을 지녔기에 크게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하아, 귀찮게.’
이렇게 그냥 보낸다는 건 조금 떨떠름한 부분이 있다고 해야 하나? 방금 자신을 강간하기 직전에서 그녀를 원망했던 말.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되어 버렸다는 그의 말이 자꾸 뇌리에 남는다.
‘하아, 한소영. 미쳤구나, 너.’
마사지를 받으면서 그녀가 십여 번이나 절정에 이르도록 열심히 노력한 마사지사였다. 그녀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분명 느끼던 건 강렬한 쾌감이었기에, 어찌됐든 그에게 어마어마한 봉사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어정쩡하게 한발 싸고 끝을 낸다? 뭔가 저쪽에 굉장히 빚을 진 기분. 더군다나 이렇게 된 상황이 자신의 실수가 크니 무언가 보답을 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이리 오세요.”
“죄, 죄송합……. 예? 방금 뭐라고?”
“이리 오시라고요. 빨리요.”
결국 한소영은 눈을 꾹 감았다. 뇌리에 김수현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녀는 속으로 김수현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제가 한 행동에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겠어요. 당신도 지금쯤…… 그 천사년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테니…….’
갑자기 다시 열불이 나는 그녀였으나 호흡을 다듬으며 화를 흘려냈다. 그 와중에 어정쩡하게 다가온 사내가 한소영의 앞에 섰다.
“…이건 제 사죄의 뜻이니까.”
“아, 아윽?! 손님?!”
“…이걸로 용서해주길 바라요.”
그녀의 손이 천천히 뻗어져 사내의 양물에 닿는다. 부드럽게 남근을 감싸 쥔 손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터치였지만 그것만으로 민감하게 느끼는 걸까? 사내가 허리를 뒤로 빼며 부르르 떨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느낌. 사정은 아니지만 사내 역시 쾌감에 액을 흘려대고 있다.
“하아, 하아…….”
사내가 자신의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쾌감에 떨고 있다. 그것이 한소영에게 기이한 열기를 불러 일으켰다. 빠르게 식어가던 한소영의 몸이 다시금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아윽, 으윽! 소, 손님, 저, 이제……!”
“…참지 말고 그대로.”
“윽!”
그런 한소영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쾌감을 참지 못하고 사내가 사정했다. 손바닥을 강하게 때리는 감각에 한소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는 차마 느끼지 못한, 강한 밤꽃 내음이 코에 가득 흘러 들어온다.
“하아, 하아……. 방금 그렇게 쌌는데도 이렇게나 많이…….”
“크윽, 소, 손님…….”
손에 가득 묻은 정액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소영이 고개를 내렸다. 두번이나 연속으로 쌌음에도 사내의 남근은 여전히 굳건함을 유지한다.
“…….”
자연스레 한소영의 손이 다시 뻗어지고 사내도 반사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에 양물을 내밀었다. 다시금 이어진 수음행위. 이번엔 정액으로 가득한 손이 그의 남근을 적셔가며 더욱 농밀하게 움직였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점점 번져가는 정액 냄새에 두 남녀는 뜨거운 숨을 흘리며 행위에 집중한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사정.
“아으, 으으으으…….”
“이런……. 느낌이었군요.”
흐느끼는 신음을 흘리며 사내가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소영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이한 희열감을 느꼈다. 자신의 손에 의해 강한 쾌감을 느끼며 무너져가는 상대를 보는 이 감정.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당신은 이런 감정을 느낀 거군요.”
“…소, 손님. 소, 손님도 지금 저처럼 이렇게나 느끼셔서…….”
서로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교환한 두 남녀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닿았다. 다시 내미는 여인의 손과 그에 이끌리듯 다가가는 남성. 여자는 아직 더 욕망을 받고 싶었고, 사내는 더욱 더 욕망을 쏟아내고 싶다. 그것을 열망하며 두 남녀가 다시 뜨거운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손님의 손, 지금껏 제가 느껴봤던 감촉 중에 최고예요!”
“…그런 가요?”
“제, 제 물건은 어떤 가요? 손님이 만져본……. 그것 중에 제가 제일인가요?”
“…제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쁘지도 않네요. 애초에 남편 외에는 당신이 처음이라.”
“그, 그런 가요? 하, 하하.”
쾌감에 떠는 와중에도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린다. 비록 남편 외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그래도 처음이란 것이 그렇게나 좋은 걸까?
그렇게 쾌감의 교환이 이루어지자 다시금 이 사내에 대한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본인의 욕망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상대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그 기특한 마음. 그녀의 마음에 들었던 그 부분이 다시 부각되니 다시 이 사내에게 소유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좀더 상을 주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무언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무엇을 해줄까 생각하는데 문득 사내의 손이 뻗어짐을 느꼈다.
한소영은 가만히 그의 손길을 바라보았다. 손에 담긴 양물을 살짝 쥐자 단단한 감촉과 함께 그의 몸이 흠칫 떨렸지만, 손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손이 그녀의 가슴 위에 닿았다.
“…이 손은 뭐죠?”
“그, 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저도 무언가 해드리고 싶어서…….”
“…굳이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사, 사실 아직 마사지의 최종 단계가 남아있거든요! 워, 원래 아까 으, 음부 쪽하고 가슴 쪽은 민감한 부위다 보니 넘어가려고 했지만…….”
아래쪽은 욕망에 넘어가 건드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아직 남은 부위는 가슴뿐이라는 것.
“…….”
아직은 손 끝이 살짝 닿아 있을 뿐이다. 한소영은 가만히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 옷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스포츠 브라가 흠뻑 젖어 유실을 그대로 투과시키고 있었다.
마치 간절하게 원하듯 손끝이 떨린다. 한소영은 아직 열려 있는 초감각을 통해 그의 감정을 읽었다. 절제를 뛰어넘은 감동과 기쁨, 감격이란 밝은 감정 속에서 슬그머니 올라오는 음욕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그런 검고 추악한 욕망이 아니었다. 그저 순수하게 원하는 듯한, 조금은 귀여운 느낌의 그런 작은 욕망이었다.
그것을 느끼니 한소영도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은 한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고 싶으시면……. 한번 해 보세요.”
“아, 가, 감사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조심스럽게 움켜쥐는 손. 한소영이 작게 탄성을 흘렸다.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감각이 지금까지 닿지 않았던 곳을 자극하자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한다.
천천히 조물조물. 사내의 손가락에 의해 주물러지는 광경을 내려다본다. 김수현이 아닌, 다른 사내의 손이 가슴을 주무른다는 사실에 한소영은 점점 숨이 가빠옴을 느꼈다.
‘다시…… 그 감각이 또 올라와…….’
아까,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의 그 감각. 몸에 열기가 돌며 마치 온 몸이 성감대가 된 느낌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에 따라 몸도 느껴가고 있는 중이었고.
그런 한소영의 입에서 다시 달뜬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사내의 남근에서 나온 진득한 액체가 그녀의 손을 더럽혔다. 그에게서 전해져오는 쾌감이 그녀의 몸이 동조에 같이 뜨겁게 달구어져 간다.
“흥, 흐응……. 응…….”
“…소, 손님도. 기분 좋으신가요?”
“…네.”
그녀가 대답한 순간 마사지사가 다시 한번 사정한다. 아까와는 다른 대답의 느낌이다. 지금도 그녀를 위한 마사지를 하려 하지만, 지금 이런 쾌감의 교류 중에 있어 그 대답은 마치 다른 관계를 나누는 중인 것 같다.
그래, 마치 그녀와 성관계를 나누는 듯한 느낌.
“하악, 하악……. 다시 한번만 대답해 주세요.”
“…무엇을?”
“제 손……. 손님도 기분 좋으십니까?”
육체적인 쾌락에 정신적인 만족감까지 더해져서 그런 걸까? 한소영은 손에서 느껴지는 맥박이 점차 빨라짐을 느꼈다. 애타 보이는 얼굴이 불쌍하기까지 느껴져 한소영은 손을 점차 빠르게 놀리면서 그에게 답했다.
“…당신의 손, 기분 좋았어요. 그리고 지금도…….”
“아, 윽!”
“남편이 아닌, 외간 남자의 손에 주물러지는데도 몸서리칠만큼 느껴서……. 흐응…….”
마주보는 시선이 점차 끈적하게 변한다. 그녀의 시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낀 사내가 슬그머니 그녀의 스포츠형 브라를 잡아 올렸다. 손가락 끝에 걸린 옷감이 점차 위로 올려지면서 그녀의 젖무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한소영의 눈치를 살피는 걸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한소영은 여전히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자 사내는 침을 삼키고 마저 옷감을 들어올렸다.
탄탄한 스포츠형 브라에 감춰진 젖가슴이 터지듯 튕겨져 나온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 마사지사 사내가 천천히 그 젖무덤으로 손을 뻗는다.
“아, 아아아!”
“제 가슴……. 기분 좋은 가요?”
“…네. 세상에서 이런 가슴은 난생 처음 봐요. 너무 아름다워요…….”
아래에서 받쳐 올리는 것처럼 두 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들어올린 사내가 연신 감탄했다.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유방의 무게를 재던 사내가 점차 손을 오므려 주무르기 시작한다. 지방 덩어리가 사내에 의해 주물러지자 한소영이 침을 꼴깍 삼켰다.
이곳 역시도 김수현 말고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한 곳이다. 지금 이 사내에게 남편을 제외한 처음을 대체 얼마나 주고 있는 걸까?
“아읏, 그렇게……. 너무 세게는 말고 살살 주물러줘요.”
“…네.”
조금씩 격해지는 사내를 조절한 한소영이 더 만지라는 듯 가슴을 내밀었다. 사내의 손가락이 젖무덤에 파묻혔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그러기를 수십 번, 한소영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흘러나오자 사내가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온 분홍빛 유실을 손가락을 오므려 집어 그대로 쭈욱 당겼다. 한소영의 젖가슴이 그대로 딸려오며 위로 당겨진다.
“아윽, 조, 조금 아파요.”
“저도 조금……. 큭!”
유두를 꼬집히는 한소영 역시 자신도 모르게 사내의 남근을 꽉 쥐어 버린 상태였다. 통증을 느낀 건지 사내가 움찔 떨었지만 이내 손에 다시 쏘아지는 감촉에 한소영은 손에 힘을 풀고 그의 귀두를 부드럽게 문질러주었다.
“하아, 하아, 하아…….”
“…아직도 단단해. 도대체 얼마나 참았던 건가요.”
“…그곳이 터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참았습니다. 저, 잠시만 누워주세요.”
사내가 점점 다가와 한소영을 살짝 밀었다. 여전히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미는 행동에 한소영은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그의 말을 따라 자리에 누워주었다.
아까부터 마사지를 받던 침상. 그러나 그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아까가 마사지를 받기 위한 약간의 긴장감이 흘렀다면 지금은 긴장감은 많이 풀렸지만, 또다른 기대감으로 무르익는 중이다. 게다가 은은한 향초 향이 아닌, 남녀의 타액과 땀으로 가득한 끈적한 냄새가 실내에 가득했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이런 감정을 가진 건 조금 의외긴 한데.’
이 행위가 무척이나 이상하다는 것쯤은 한소영도 잘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이상의 진도가 나간다면 곧바로 그만둘 테지만 여기까지는 괜찮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지배했다.
‘…나름 재밌긴 하네. 남자랑 노는 거.’
약간은 즐겁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소영은 사내가 하는 행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물론 그 와중에도 사내의 남근을 손에서 떼지 않고 자극하면서.
“다시 몸을 뜨겁게 만들게요.”
“…네.”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몸의 감각은 아까보다 훨씬 가라앉아 있다. 그것을 다시 민감하게 만든다는 말에도 한소영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의 손이 가슴과, 복부, 허벅지를 강하게 눌렀다. 한소영의 신체가 움찔하더니 다시금 달뜬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비 꼬았다.
“하읏, 학, 하악!”
다시 몸에 불을 켠 사내가 손을 돌려 다시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러저리 일그러지며 붉은 손자국이 남는 젖가슴. 사내가 손을 올려 단단해진 유두를 살짝살짝 건드리며 자극하자 한소영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윽, 으흣?!”
“큭, 윽!”
사내의 손이 터치하는 것과 동시에 한소영의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그의 손이 가슴을 타고 내려와 복부를 꾹 누르며 훑고 지나갔다. 살짝 누르고 지나갔음에도 마치 스프링에 튕겨져 나오듯 한소영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좀더……. 손님을 위해서…….”
“아학! 학! 하악!”
배와 배꼽, 그리고 자궁이 존재하는 아랫배를 차례로 자극하고 내려간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한소영의 긴 다리가 열리며 드디어 그녀의 소중한 음부가 완전히 개방됐다.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화끈한 열기가 사내의 얼굴을 때렸다.
“…아, 안돼요. 그렇게 뚫어져라 보면…….”
“괘, 괜찮아요. 손님의 이곳……. 너무 예뻐서……. 먹고 싶어요.”
“머, 먹는 건 절대 안돼요……. 저를 먹을 수 있는 건 남편뿐이라…….”
“그, 그러면 손으로라도 제발…….”
저릿한 쾌감에 눈을 감고있던 한소영은 슬쩍 고개를 들어 아래를 내려보았다. 자신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금방이라도 고개를 쳐 박을 기세의 사내가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아, 내 그곳에 수현이 아닌……. 다른 사내가 저토록 가까이서…….’
단순히 보여지고 있음에도 참을 수 없는 느낌이 하복부에서 올라왔다. 이미 여기까지 온 상황이다. 삽입만 하지 않는다면 그다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그녀를 지배했다.
해서 그녀는 허락을 내려주었다.
“…입뿐이라면.”
“가, 감사합니다! 후루룹! 쯉!”
“아학……!”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고개를 쳐 박는 사내. 손으로 활짝 벌려진 음부 안으로 사내의 혀가 깊숙하게 침입한다. 뱀처럼 안을 이리저리 헤집는 감각에 한소영이 뜨거운 숨을 터뜨렸다.
“하악, 하악! 안쪽을…… 그렇게 핥으면……!”
“쯉, 쯉! 아아, 맛있어요!”
“아으읏! 흐으으응!”
잔뜩 민감해진 몸. 그곳에서도 유달리 민감한 부위를 입으로 자극 당한 한소영이 곧 크게 절정했다. 파르르 떠는 여인을 보고서도 아직 만족하지 못했는지 사내는 입을 놀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몸을 움직이며 그녀와 반대 방향으로 자세를 취했다. 살짝 다리를 들어올려 한소영의 머리를 가운데 두고 자세를 잡는다. 한소영은 눈앞에서 느껴지는 강한 밤꽃향기에 천천히 눈을 들었다.
“아.”
그리고 드리워진 커다란 물건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자신이 만든, 정액으로 범벅이가 된 양물이 그녀의 위에서 침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초감가에서부터 수많은 감각이 전해진다. 음욕, 소유욕, 쾌감, 만족, 절정. 그리고 단 일말의 기대감이 은연중 건네져 온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녀도 매우 잘 알았다.
‘입으로 해달라는 건가.’
본인도 해주고 있으니 괜찮으면 같이 해달라는 의미. 하지만 어느 정도 선을 그어 놓았던 한소영이었는지라 선뜻 어떻게 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에게서 수많은 감정이 전달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원하는 건가? 입으로 해주는 걸…….’
일말의 기대감이, 작은 실망으로. 그리고 매우 간절함으로 바뀌자 한소영은 작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껄떡거리는 양물에 손을 가져갔다.
“우웁! 웁!”
기대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며 사내가 연신 신음을 흘렸다. 그가 반사적으로 허리를 내린다. 천천히 다가오는 양물을 보며 한소영은 눈을 감았다.
‘내가……. 정말 미쳤나 봐.’
이상하리만큼 정확하게 전달되는 초감각의 정보만으로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다. 아니, 정확히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욕망이 그녀의 욕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토록 싫던 감각이 희한하게도 지금 그녀의 몸을 뜨겁게 하고 있다. 워낙 흥분한 상태라 그런 것일까?
그렇게 한소영은 천천히 입을 벌렸다. 그런 그녀의 자그마한 입술 사이로 사내의 양물이 천천히 내려 꽂혔다.
“아……! 아아!”
감격하며 사내가 허리를 움직였고 한소영 역시 입술을 그러모으며 그의 남근을 빨아주었다. 입안에 정액향을 가득 퍼뜨리는 남근을 입술로 핥으면서 혀로 자극한다. 쭙쭙, 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사내의 아래쪽에서 연신 들려왔다.
사내 역시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쾌감을 느끼며 더욱더 열심히 혀를 놀렸다. 한소영의 흠뻑 젖은 음부를 혀로 젖혀 들어가며 안쪽의 주름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훑어 올렸다.
“우웁, 우우우우!”
다시 한번 절정하는 한소영. 엉덩이를 튕기며 다리를 있는 힘껏 좌우로 젖혔다. 터져 나오는 분수를 얼굴 정면으로 받는 사내였으나 아랑곳 않고 행위를 지속했다. 절정하면서도 연신 자극이 전해져 오니 한소영이 허리를 비틀며 크게 흐느꼈다.
“웁, 웁, 웁, 욱! 우웁!”
그것에 큰 흥분을 느낀 건지 사내의 움직임 역시 빨라졌다. 절정에 이르느라 잠시 입의 움직임이 멈춘 한소영이었기에 그녀의 입을 사내가 홀로 움직이며 범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허리를 흔들면서 한소영의 입술 사이로 남근이 사라졌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한소영은 연신 컥컥거리면서도 그의 양물을 힘껏 빨아주면서 행위에 동조했다.
“아, 아윽! 저 다시 쌉니다!”
그리고 사내 역시 절정에 이르렀다.
입을 벌려 사내의 정액을 받는 한소영. 차마 모두 담지 못한 정액들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삐져나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헉, 헉, 헉!”
“쿨럭! 쿨럭, 쿨럭!”
그제서야 사내가 한소영의 위에서 내려왔다. 목구멍 깊숙이 찔린 영향인지 한소영이 연신 기침을 내뱉으며 정액을 흘려내었다.
“후으, 후으. 이 정도면 만족……. 흐읏?!”
“아직이요, 아직 멀었습니다.”
목에 걸린 정액을 그제야 다 걸러낸 한소영이 막 물으려는 찰나, 그녀가 다시 자리에 눕혀졌다. 그에게 몸이 뒤집히며 엎드린 상태로 엉덩이가 들어올려졌다.
“아으, 대체 언제까지…….”
상체를 침대에 늘어뜨리고 하반신만 들어올린 상태에서 다시금 뒤에서 핥아지기 시작하는 한소영.
“아, 아윽!”
그가 혀를 길게 빼 회음부에서 항문까지 길게 핥아 올렸다. 혀로 음부를 쑤시면서 애액으로 흠뻑 젖은 손가락을 그녀의 항문에 쏙 집어넣었다. 팔딱거리는 한소영이었지만 그가 더욱 강하게 몰아붙이자 그녀는 지친 신음만을 계속 흘려댈 뿐이었다.
“거, 거긴 건들면 안돼요……!”
“아아, 이건 마사지니까 괜찮을 거예요…….”
“아응, 학! 아으으으……!”
그렇게 다시 한소영이 절정에 이르렀다. 연달아 들이닥치는 쾌감에 한소영은 거의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어찌나 강렬한 쾌감인지 그녀가 침상을 강하게 밀어 올리며 다리를 쭉 폈다. 엉덩이가 하늘 높이 올라갈 정도.
그렇게 높이가 올라가자 사내도 역시 따라 올라갔다. 이번에는 항문으로 혀를 집어넣은 사내가 그녀의 음부를 손으로 자극하기 시작한다. 손에 젤을 잔뜩 퍼 올려 그녀의 음부에 범벅이가 되게 바른 후 가차없이 손바닥으로 문지르자 그녀가 크게 떨었다.
“아우우우……!”
이어지는 절정. 그와 동시에 사내가 손안에 느껴지는 단단한 구슬을 손가락으로 강하게 붙잡았다. 검지 손가락으로 톡톡 튕기면서 조수를 내뿜는 그녀를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크윽, 저도, 또 갑니다!”
그리고 맹공세를 몰아붙이면서 더 이상 자극받을 수 없던 그 역시 스스로 수음하며 사정감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한소영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그녀를 향해 그대로 크게 사정했다.
여성의 조수를 사내가, 사내의 정액을 여성이 받으면서 둘은 서로의 타액 범벅으로 흠뻑 젖어갔다.
*
“거봐. 내 말 맞았지? 넣는다?”
“…말도 안돼.”
믿을 수 없다며 박다연이 현실을 부정했지만 눈 앞에 보인 건 확실한 현실이었다. 그녀의 뒤에 자리한 원숭이 사내가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어루만지던 양물을 살무덤에 단숨에 찔러 넣었다.
“아윽! 아, 아파!”
“아프기는. 안쪽 푹 젖어서 이렇게 꽉꽉 물어오는데. 하아~. 드디어 먹었다. 귀여운 꼬맹이 처녀!”
단숨에 뿌리까지 깊게 찔러 넣은 사내가 만족어린 미소를 띈다. 단숨에 처녀를 내주게 된 박다연은 망연자실하게 눈 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건, 그녀의 침상의 한쪽에 비치된 모니터였다. 그 모니터 내부의 화면은 정확히 한소영이 있던 침상을 띄워주고 있었다.
박다연은 아까의 상황을 회상했다. 시기는 이 마사지사의 양물을 입으로 빨아주던 때로.
경험은 없었지만 홀플레인이라는 거친 세상에서 살아오면서 원초적인 욕망은 누구보다 강했던 그녀였다. 해서 자신에게 크나큰 쾌감을 안겨준 남자가 힘껏 발기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참지 못해 입으로 애무를 해주었다.
몇 번이나 사정하고서도 멈추지 않는 절륜함. 홀플레인에서 포로를 잡아 여러가지 고문을 했던 기억으로 남자들은 사정을 거듭할수록 힘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몇 번이나 사정시키면 알아서 떨어져 나갈 거라 생각해 그녀는 꽤나 열심히 사내의 양물을 애무해주었다.
하지만 사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팔팔한 상태로 그녀에게 다가왔고 그러면서 좀더 강한 수위를 요구했다. 섹스. 그가 최종적으로 원하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당연히 처녀를 허무하게 줄 생각이 없었기에 박다연은 쾌감에 빠진 상태에서도 그것을 완강히 거절했다. 그렇게 투닥거리다가 문득, 대화의 주제가 옆 칸막이에 있는 한소영에게로 향했다.
사내는 박다연에게 쏟는 욕망 어린 말을 한소영을 대상으로도 퍼부었고 한소영을 끔찍이 생각하는 박다연은 당연히 그 말에 반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사내의 포커스에 휘말려 말도 안되는 내기를 하고 말았다.
‘우리 언니가요? 헹~. 말도 안되는 소리. 우리 언니를 대체 뭘로 보시는 거예요?’
‘너야말로 우리 강아지를 뭘로 보는 거야? 걔는 신이라니까, 신?’
‘신은 무슨~. 신의 할아버지가 와도 우리 언니한테는 어림도 없을 걸요? 차라리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을 믿겠어요.’
‘…그럼 내기할래?’
‘뭔 내기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방금 말한 거 있잖아. 너네 언니가 우리 강아지한테 넘어오면 네 보지, 나한테 대줘.’
‘…미쳤어요? 그럼 우리 언니가 끝까지 안 넘어가면요?’
‘내가 1년동안 네 노예 해 줄게. 내 마사지 실력 알지? 수작 하나도 안부리고 일년동안 네가 원할 때마다 풀마사지 코스로 모실게.’
박다연으로서는 꽤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그녀에게는 한소영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고, 솔직히 이 남자의 마사지 테크닉도 꽤 수준급이었는지라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상태였다. 원숭이처럼 발정하는 것만 빼면.
‘그 말, 후회하지 않겠어요?’
‘헹~. 너야말로 후회하지 않겠어? 나 같은 양아치한테 처녀가 뚫리는 건데?’
‘우리 언니는 절대로 안 넘어가요.’
‘그런 말을 한 여자들도 꽤나 있었지. 그리고 다 나한테 따였지만 말이야.’
그렇게 매서운 신경전이 지나가고 원숭이 마사지사는 잠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하나의 모니터를 가지고 왔다.
이게 무엇인가 싶어 기다렸더니 잠시 후, 그 화면에서 한소영이 있는 방이 그대로 송출되었다. 원숭이 사내는 강아지 마사지사의 테크닉을 본받고 싶어 개인적인 용도로 녹화를 하는 거라 변명했고, 박다연은 분개하면서도 그 화면에 집중했다. 일단 내기는 내기였으니까.
‘우리 언니는 절대로 그럴 여자가 아니야. 철의 여자라고 철의 여자!’
그야말로 철벽에다가 오로지 김수현만을 바라보는 바보. 그것이 박다연이 아는 철혈의 여왕, 한소영이었다.
그래, 분명 그녀가 아는 한소영은 그런 여자였다.
그러나 이내 그녀가 보는 화면에서 나오는 영상은 과히 충격적이었다. 능숙하게 마사지하는 사내의 손놀림에 연신 절정에 허덕이더니 나중에 가서는 그에게 정절을 빼앗겼다. 비록 잠깐의 사고와, 귀두부분만 삽입되었지만 분명 삽입은 삽입이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행각에 박다연은 말을 잃었다. 스스로 사내의 양물을 주무르면서 애무해주는 한소영의 모습에 박다연은 거의 넋이 나간 얼굴로 화면을 응시했다. 이내, 누워서 입으로까지 애무를 해주는 것을 보며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그렇게 박다연은 사내에게 처녀를 내주고 말았다. 자신의 내부를 가득 채운 단단한 물건을 느끼며 그녀가 잘게 몸을 떨었다.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아아, 역시 고되게 얻어낸 산물이 맛이 좋은 법이야.”
“아흑! 다, 닥쳐요!”
“오케이. 닥칠 테니까 입으로 막아줘.”
“하읍?! 읍!”
아직까지 성이 누그러지지 않은 박다연의 턱을 잡고 사내가 입을 맞추었다. 입술까지 빼앗기자 박다연이 바둥거렸지만, 이미 아래쪽을 꿰 뚫린 여인이 반항을 해봤자 미약하기 그지없다. 그것마저도 사내가 몇 번 허리를 쑤시자 금방 진압되었다.
그렇게 부르르 떨며 박다연이 흐느꼈다. 삽입 후, 첫번째 절정. 마치 바닥이 없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은 감각에 박다연이 침대보를 꽉 붙들었다.
“으아, 조인다 조여. 너도 은근 명기인데? 처녀가 이렇게 느끼는 건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거든.”
“아으, 아…….”
“자, 조금 진정됐지? 다시 움직인다?”
“아으, 읏! 흐윽?!”
다시금 시작되는 움직임. 힘줄이 불긋불긋 튀어나온 검붉은 남근이 그녀의 음부를 가르며 다시 출납하기 시작한다. 흠뻑 젖은 살결이 사내가 들락날락 거릴 때마다 끈적한 애액을 뚝뚝 떨군다.
“아흑, 윽, 크흣!”
그렇게 사내의 물건에 깊게 찔리면서도 박다연은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한소영 역시 큰 신음을 흘리며 남성에게 음부를 장난감처럼 헤집어지고 있다. 그리고 폭죽처럼 터지는 조수를 보며 박다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어, 언니……. 나, 나의 그 영웅인 소영 언니가 저렇게…….’
그런 한소영마저 넘어가버린 쾌락의 늪. 그녀가 우상으로 모시던 그녀마저 떨어진 나락에 박다연도 더 이상의 저항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언니도……. 그 소영 언니도 넘어갈 정도니까……. 나 같은 사람도 버틸 수가 없는 거겠지…….’
그렇게 체념하자 억누르던 쾌감이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타고 퍼져 나갔다. 민감한 구멍을 굵직한 물건이 크게 헤집는 감각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전해진다. 뱃속을 쿵쿵 울리는 감각이 머리를 통째로 뒤흔드는 것 같다.
“아아아, 너무 두꺼워……! 윽!”
“킥킥, 내가 좀 한 물건 하지. 너도 좋지?”
“아응, 학, 하악! 모, 몰라요! 너, 너무 커서……! 저, 정신이 하나도 없어!”
박다연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그 모습에 무언가를 느낀 사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더욱 격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쑤걱, 쑤걱, 쑤걱.
좀더 힘차게 박히는 남근. 귀두 끝까지 빠져나온 남근이 단숨에 뿌리까지 박히며 모습을 감추었다가, 다시 끝까지 빼내어진다. 그 기세가 어찌나 빠른지 박다연이 그 감각에 차마 따라가지 못할 정도.
“아악, 악, 아아악! 아, 안돼! 더 세게 하면 안돼에에에!”
“어허, 참지 말고 느끼라니까. 너네 언니도 저렇게 즐기잖아? 너도 다른 생각 말고 몸이 느끼는 대로 말하라고.”
“모, 몰라! 몰라아아아!”
“그렇게 인지가 안될 만큼 좋은 거야? 응?”
“아응, 흑, 흑! 모, 몰라! 기분 좋은 거……. 몰라! 악, 좋아, 좋아아아!”
결국 박다연도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 아무렴 좋다는 생각에 그녀는 몸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솔직하게 내질렀다.
옆 칸에 있는 한소영도, 마찬가지로 박다연도.
평소라면 절대 행하지 않을 행동을 하면서 쾌락의 열기에 진하게 취해간다. 그렇게 평소의 자신으로부터 눈을 가리고, 그녀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이 밤을 보냈다.
#007.5
해가 슬슬 떨어지고 있는 명동 거리. 그곳에서 박다연이 벽에 기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은 곧 머지않아 도착했다.
“어이~. 꼬맹이.”
“…왔어요?”
“오래 기다렸냐?”
“아니요, 그다지.”
청 재킷에 청 핫팬츠를 입은 연혜림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다.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이 깃든 듯한 모습.
“헹~. 진짜로 오래 안 기다렸나 보네? 아니면, 내게 할말이 없어서 그런 걸까?”
“무, 무슨 소리예요? 쓸 데 없는 소리 말고 얼른 가기나 해요.”
“킥킥, 우리 앙칼진 고양이 아가씨가 안달 났나 보네~. 야! 같이 가!”
몸을 휙 돌려 성큼성큼 어디론가 가는 박다연. 그런 박다연의 뒤를 연혜림이 황급히 쫓았다.
“야야, 뭘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냐? 여기까지 와서 괜히 앙탈부리지 말고 우리 솔직해지자.”
“…저는 단지 궁금해서 그런 것 뿐이에요. 그 남자의 손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저 궁금해서.”
“네이네이~. 다음 앙앙이 변명 잘 들어 보았습니다~.”
박다연의 이마에 힘줄이 불끈 돋았으나 연혜림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을 뿐이었다. 오히려 그 얼굴에 당황해 피하는 쪽이 박다연 쪽이었고.
‘아으, 진짜! 어쩌다가 이렇게!’
원래라면 박다연의 논리정연한 대꾸에 연혜림이 연신 고전해야 했겠지만 요즘 들어 그녀들의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때 그 업소에 간 뒤로부터.
원숭이라는 가명을 한 남자에게 완전히 함락당한 박다연은 그날 완전히 녹초가 될 때까지 당했다. 거의 다리가 풀릴 정도로 범해져서 몇시간이 지났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무자비하게 당했는데 그때 말도 안되는 행위까지 해버렸다.
‘킥킥! 어이, 귀여운 아가씨. 네가 그리 추종하는 언니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쪽도 네 언니라고? 깨끗하게 해줘야지?’
‘…네, 넷!’
종일 거절하며 처녀를 지켜오던 박다연을 함락시킨 원숭이 사내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날뛰었다. 뒤에서부터 삽입한 채로 그녀의 다리를 들어올려 그대로 연혜림이 있는 칸막이로 이동한 것이다.
그쪽에서도 연신 곰 사내에게 당하고 있던 연혜림도 그때 얼마나 놀랐던가. 반쯤 풀린 얼굴로 자신에게 먼저 키스를 해오는데 워낙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두 사내가 이끄는 대로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4명이서 거침없이 즐기는 중이었고.
‘아, 아저씨! 나, 또 가! 가아아!’
‘오오, 누님 가는 거? 어이 꼬맹이, 너희 언니 가신단다. 얼른 받아 먹어야지?’
‘…예? 뭐, 뭘?’
물론 거기까지도 박다연에게는 흑역사다. 하지만 방금까지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이후에 있었던 일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곰 사내의 거근에 연신 꿰뚫리던 연혜림. 그녀가 다시 절정에 오를 기미가 보이자 원숭이 사내가 순간적으로 박다연을 몰아붙였다. 그에 맞춰 곰 사내가 연혜림을 들어올려 다리를 활짝 벌리게 했고, 그 엄청난 광경을 눈앞에서 본 박다연은 연유도 모른 채 연혜림의 조수를 얼굴로 맞아야 했다.
‘꼬맹아. 네 언니 분수잖냐. 동생인 네가 깨끗이 처리해야지.’
‘아, 안돼! 안돼는데……! 아아아!’
처음엔 거부하려던 박다연도 안쪽을 깊숙이 후비는 행동에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처음뿐. 같은 행위가 여러 번 반복되니 이제 자연스럽게 연혜림의 분수를 받아 마셨다. 그리고 박다연이 절정에 오를 때는 반대로 연혜림이 조수를 받아 마셨고.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세 여인은 뜨거운 향락에 흠뻑 빠졌다. 나중에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나오지 않음에 이상함을 느낀 마담이 오고 나서야 행위가 중지됐다.
그렇게 이성을 되찾은 세 여인들은 모두 말없이 집으로 향했다. 마지막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한소영을 먼저 보내고 나서 박다연은 연혜림에게 자신과, 한소영에게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나서 연혜림에게 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는데…….
‘네? 뭐라고요? 이렇게 될 줄 미리 알고 있었다고요?’
‘내가 왜 괜히 걔를 한소영에게 추천했겠냐? 근데 솔직히 좀 궁금하기도 했어. 그 고고한 여왕님께서 과연 무너질지 아니면 버틸지 궁금했거든. 나는 5분만에 바로 대줬지만.’
다리를 벌렸다는 말을 뭘 그리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건지. 그런 가벼운 언행에 박다연은 거북함을 느꼈지만 딱히 뭐라할 수도 없었다. 자신도 결국 무너졌으니.
‘말도 안돼……. 정말 신이 존재한단 말이야?’
몸이 손에 닿을 때마다 성감대라도 된 듯 미칠 듯이 반응하는데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연혜림의 말과 원숭이 마사지사의 말이 어느정도 겹쳐지니 박다연은 당연히 그 말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계속 궁금해하는 와중, 연혜림에게 다시 연락을 받았다.
다시 그곳에 가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그것도 이번에는 둘이서.
안 그래도 그날 이후로 밤만 되면 몸이 뜨거워져 자위로 매일을 보냈던 그녀였다. 고민하는 시늉을 하며 그 제안을 받아들인 박다연은 그렇게 오늘 연혜림과 자리를 갖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기대하라고? 내가 추가비용까지 지불하면서 예약해놓은 거니까 아주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을 거야. 아주 풀코스로 예약했거든?”
“그, 그런 말 좀 이런 데서 하지 좀 마요! 사람들 들어요!”
“에이, 뭐 들으라고 하지. 우리가 어디 갈 줄 알고?”
“아이, 진짜! 그리고 착각하는 게 있는데 저는 그 즐기러 가는 게 아니라 확인만 하러 가는 거예요, 확인만!”
“네이네이~.”
홱 하니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는 박다연. 연혜림은 두 손을 들며 알았다고 대꾸했지만 얼굴엔 여전히 장난스러운 미소가 가득하다. 그녀의 눈엔 훤히 보였다.
‘저 엉큼한 계집애. 헐떡거리는 숨이나 좀 고르고 거짓말을 치던가. 아까부터 나 발정했어요 하고 광고하고 다니네.’
어두워지고 있음에도 주변 조명 불빛으로 보일 정도로 박다연의 얼굴은 꽤나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건 단순히 연혜림 때문이 아닐 수도…….
그렇게 두 여인은 조금은 빠르게 가게에 도착했다. 누가 뭐라할 것도 없이 가게 내부로 들어간 그녀들은 곧 카운터에 있는 마담에게 다가갔다.
“마담~. 우리 왔어. 어때? 방은 준비돼 있…… 지?”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던 연혜림은 순간 이상한 분위기에 입을 다물었다. 실내 조명과 은은한 분위기는 그대로였으나 마담의 몰골이 심상치가 않다.
“…연 언니?”
“마, 마담? 무슨 일이야? 뭔 일 있었어?”
“이, 이, 이이이이!”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연혜림을 바라본 마담이 불현듯 눈을 크게 치떴다. 거기에 보이는 감정은 확연한 분노.
“뭐, 뭐야? 마담 갑자기 왜 이래?”
“이,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그 여자만 데려오지 않았어도!”
“뭔 개소리야? 대체?”
“당신이 그때 데려온 그 여자! 여왕인지 뭔지 하는 그 여자가……!”
마담은 목이 찢어져라 소리치며 상황의 정황을 말했고.
“뭐?!”
“뭐라고요?!”
연혜림과 박다연은 누가 먼저라 할 것없이 크게 경악했다.
*
터벅, 터벅, 터벅.
“무슨 일로 찾아오……. 저, 저기요! 잠시만요!”
로비를 지키고 있던 여직원이 만류했지만 두 여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황급히 여직원이 경비원을 부르려 하자, 옆에 있던 다른 동료직원이 얼른 말렸다.
“그만두는 게 좋을 걸? 저 두 분은 대표이사님과 절친한 사이니까.”
“아니, 그래도…….”
“됐어, 참아. 괜히 말렸다가 우리만 피 본다. 그냥 넘기는게 상책이야.”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 마저 손톱을 다듬는 동료 여직원. 그런 모습을 보는 여직원은 어찌할 지 모르는 얼굴로 발만 동동 굴렀다.
‘그냥 보내도 되기엔 표정들이 너무…….’
여직원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신경 쓰였던 얼굴. 연혜림과 박다연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얼굴로 한소영의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야, 한소영! 너 잠깐 일로 나와봐!”
“…이게 무슨 짓이지?”
엄청난 기세로 문을 박차고 들어온 연혜림과 박다연은 순간 풍겨오는 냉기에 움찔 몸을 떨었다. 아무리 화가 났다지만 눈 앞의 여인이 누군지 잠시 망각해버렸다.
“크, 큼! 너! 이렇게 뒤통수 치기 있어?”
“연혜림. 사람한테 말을 할 때는 일단 무슨 일로 왔는지 용건부터 말하는 게 수순이야. 다시 말해봐.”
“어, 언니가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조심스럽게 용기 낸 박다연에게 시선을 돌리는 한소영. 업무를 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녀가 놀리던 만연필을 사뿐히 내려놓는다.
“뭐가 말이지? 아니 것보다. 연혜림이야 그럴 수 있다 치는데 박다연 너까지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할 줄은 몰랐네?”
“그, 그게 아니라…….”
“아무리 우리가 가족과 같은 사이라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어. 특히 이런 사적인 업무 중에는 말이야.”
“그, 그래도…….”
냉철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말에 박다연 조차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연혜림이 나섰다.
“그게 아니라! 한소영! 너, 너 그 마사지샵에 가서 그 남자 채갔다며!”
“채가다니. 말에 어폐가 있네.”
“채간거지! 어떻게 금전적으로 남의 직원을 그렇게 뺏어갈 수가 있어! 너, 그거 엄연한 불법이야!”
“하, 불법?”
한소영이 기가 차다는 얼굴로 혀를 찼다.
“좋은 인재는 어디나 있길 마련이야. 좋은 회사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의무가 있고 인재는 자신이 원하는 대가를 받으며 직장을 선택할 권리가 있지.”
“그, 그래도 업소에는 아무 말도 없이 은밀하게 접촉한 건…….”
“은밀하게? 나는 당당하게 그 마담한테 말했어. 그리고 선택은 그 남자가 직접 한 거고. 나랑 마담이 보는 앞에서. 그리고 설령 불법적인 짓을 했다 하더라도 너랑 박다연이 그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
“홀플레인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재는 취해야 한다, 라고 말한 건 너희 둘 아니었나?”
그 말까지 꺼내니 연혜림과 박다연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한소영은 같잖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실례는 여기까지 허용하도록 하겠어. 돌아가. 그리고 일이 끝나면 그때 가서 찾아와. 물론 그때는 이 정도로 끝내지는 않겠지만.”
“…어, 언니!”
“나가.”
완전히 축객령을 내려버린 한소영은 더 할 말 없다는 듯 다시 펜을 들어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은 들어왔을 때 하고는 정 반대의 얼굴로 사무실을 나서야 했다.
“…인기 많네?”
“…….”
둘이 나가고 기척이 멀어지자 한소영은 다시 펜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침을 꼴깍 삼키며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한 사내가 보였다. 방금 두 여자가 애타게 찾은, 그리고 며칠 전 자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그 사내가.
“쯉, 쮸읍?”
“응……. 설마 그 둘이 날 찾아올 줄이야…….”
그녀가 업무를 보던 책상. 그 아래에서 자신의 다리사이를 열심히 빨고 있는 남자를 보며 한소영은 긴 숨을 흘렸다.
며칠 전, 그 일이 있고 나서 한소영은 계속해서 그 사내를 머리속에 둘 수밖에 없었다. 일단 첫번째로 김수현과는 완전히 다른 색의 방향성에 완전히 취해버렸다는 이유였고, 또 하나는 그 일 이후로 몸이 전 같지 않게 많이 개운해졌다는 것.
며칠 뒤, 찾아온 생리 기간을 거의 통증없이 보냈다. 더군다나 자고 일어날 때마다 느꼈던 찌뿌둥한 불쾌감이 아예 없어졌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너무 좋았어.’
바로 이 이후에 있었던 김수현과의 뜨거운 밤이었다.
평소에 그와의 관계는 전혀 모자람을 느끼지 못했다. 일이 있고 나서의 이후, 김수현은 자신이 큰 잘못을 했다고 무릎을 꿇고 빌었고, 한소영도 떳떳지 못한 짓을 한 뒤라 그를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둘은 화해의 잠자리를 가졌는데, 의외로 그날 엄청난 거사를 치를 수 있었다. 평소와는 무언가 다른, 그런 뜨거움이 안쪽에서부터 폭발하며 둘은 무려 주말 이틀을 모두 섹스에 사용해버리고 말았다.
‘…그 남자의 기이한 마사지. 곁에 두고 확인할 필요가 있겠어.’
마사지가 했던 행위와 말들이 거짓이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한소영은 그에게 소유욕을 느꼈다. 그녀가 인재욕을 가지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렇게 한소영은 곧바로 그 업소를 찾아갔고, 그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다리를 벌려주세요…….”
“응……. 하악!”
“쯉, 쮸릅, 쯉.”
종종 그에게 마사지를 맡기고 있다. 물론 지금 이 행위가 마사지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지만, 중간중간 몸 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분명 이 남자의 손끝 하나하나는 그녀가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나, 나, 이제 곧……!”
“그대로 내시면……. 됩니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게 다 마실 테니…….”
“하응, 흐으읏!”
절정에 오르려는 찰나 갑작스럽게 느껴진 방해꾼의 기척에 잠시 열기가 중단됐었던 열기가 단박에 끓어오른다. 한번 더 사무실 바깥에 기척이 없음을 확인한 한소영은 이제 거침없이 행동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상체와는 달리, 이미 오래 전에 벗어 던져 알몸이 된 하체를 있는 힘껏 열어젖힌다.
“으으으응! 가, 가!”
“쮸읍, 쯉, 쮸우우웁!”
책상에 두 다리를 올려놓은 한소영이 그렇게 크게 허리를 튕겨 올렸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맞춰 입을 크게 벌린 사내가 그녀의 음부를 통째로 덮었다. 그리고 혀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며 쭉 빨아올리자 입안으로 뜨거운 분수가 세게 쏘아졌다.
“꿀꺽, 꿀꺽, 꿀꺽.”
“하으, 으으으…….”
단숨에 조수를 받아 마신 사내는 멈추지 않고 입을 움직였다. 흠뻑 젖은 음부를 입술로 핥아 올리면서 손가락으로 흐물흐물하게 풀린 음부 안으로 집어넣어 천천히 긁어내기 시작한다. 강력한 절정 이후로 늘어졌던 한소영의 허벅지에 다시금 힘이 들어간다.
“아으, 아으으으…….”
푸슈슛, 푸슛.
이어진 두번째 절정. 다시 힘차게 조이는 질부를 느끼며 사내가 천천히 얼굴을 떼었다. 그가 애타는 얼굴로 한소영을 바라본다.
“…저, 저도 해주시면.”
“……아.”
반쯤 풀린 눈으로 그의 하체를 바라보는 한소영. 힘차게 부풀어 있는 바지를 본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나만 받는 건 조금 불공평하니까. 그리고 이건 다 그이와의 관계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이미 금전적인 계약으로 완료된 고용인 관계의 사이었지만 한소영은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했다. 가슴속에서 끌어오르는 어두운 욕망에 이미 잠식된 그녀는 발끝으로 그의 하반신을 건드렸다.
바지 건너편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뜨겁게 부풀어 오른 남근. 그것을 가볍게 짓누르면서 그녀가 발가락으로 그의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곧, 그녀에게 정액을 흩뿌렸던 검붉은 남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그저 마사지의 일환일 뿐이니까.”
“그, 그렇죠!”
“…이렇게 서로 교류를 해야 효과가 더 좋은 거니까.”
“…마, 맞는 말이십니다.”
한소영 쪽에서 먼저 상황을 합리화시키면서 천천히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끝에서부터 새어나오는 액을 남근에 펴 바르며, 그녀의 발가락이 남근을 위아래로 훑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도 오지 않는 그녀의 사무실에서.
끈적한 열기가 한동안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