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바바라에 위치한 밤의 거리. 한번 피폐해졌던 도시지만 과거의 명성이 있는 만큼 시간이 흐르자 안정기에 이르렀다. 다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욕망의 집합소인 밤의 거리 역시 상당히 활발해진 상태였다.
“오빠~ 여기. 여기 좀 들렸다 가~.”
“언니, 저기 옆에 있는 사람 안보여? 딱 봐도 커플이잖아~.”
“흐음, 커플이 왜 여길 왔을까? 혹시 특이취향이야? 그거라면 우리도 잘 해줄 수 있는데.”
그리고 거리를 거니는 두 남녀.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지만 천 너머로 보이는 몸의 굴곡은 한 쌍의 남녀임을 나타냈다. 성큼성큼, 그러면서도 속도를 유지한 채 사내가 앞을 걸으면 뒤의 여자가 바짝 달라붙어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수 많은 유혹들을 떨쳐내며 거리 안쪽으로 이동했다. 한단계, 두단계. 그렇게 안쪽을 지나갈수록 그들을 잡는 손도 급격히 줄어갔다. 이제는 일반인이 올 수 없는 곳까지 다다르자 눈에 보이는 사람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게 그들이 도착한 곳. ‘유리의 구슬’이라 적혀있는 간판 앞에 서자 뒤따라오던 여인이 움찔 떨었다. 잠시 간판을 올려다본 여인이 말했다.
“…이곳이니?”
“네. 일단 들어가야 하긴 한데 누님은 어떻게 하실래요? 오래는 안 걸릴 거예요. 그 장소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했으니까.”
“…현아.”
여인이 작게 말했다. 떨리는 손으로 사내의 로브를 잡자 사내 역시 여인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쪽으로는 꽤나 철저한가 봐요. 고위급 아티펙트도 다 준비해 두었다고 했으니까 비밀이 새어나갈 일도 없고요. 혹여나 걱정이 되시면 직전에 누님이 감정하면 되잖아요.”
“…그래.”
사내가 따뜻한 목소리로 어르자 안심이 되는지 여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손을 꼬옥 잡아오는 손길에 여인도 손을 돌려 사내와 마주잡는다.
“그러면 같이 들어가자.”
“네!”
여인이 마음을 다잡은 게 기쁜지 사내가 배시시 웃었다. 그가 여인의 손을 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오늘은 어떤……. 어머, 드디어 오셨네?”
가게에 들어서자 한 여인이 살갑게 맞이했다. 머리를 위로 묶어 길게 내린. 포니테일이 잘 어울리는 귀여운 인상의 여인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오빵! 그동안 작품이 안 나와서 얼마나 곤란했는지 알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데 귀띔이라도 해주지!”
“하하, 미안합니다. 그동안 준비할 것이 있어서요.”
“아하~. 저번에 그 제안 말이구나? 그래서 결정은 했어? 음……. 같이 온 언니를 보니 이미 결정한 거겠네?”
로브를 쓴 사내, 안현은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가게 주인 여성이 배시시 웃으며 안현의 팔을 꼬옥 안았다. 그녀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안현에게 이끌려온 여인을 응시했다.
“흠, 행색을 보니 그렇게 대담한 걸 좋아할 스타일은 아닌 거 같아 보이는데. 뭐, 겉으로는 깨끗한 척 해도 속으로는 어떤 벌레가 기생하고 있을 지 모르니까.”
“…벌레?”
“아하, 제가 말한 건 그런 부류가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왜 있잖아요? 사람마다 각자 다른 욕망의 꿈틀거림. 저는 그걸 벌레라 부르거든요~.”
여인의 로브 속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눈치챈 주인 여성이 깔끔하게 웃어 넘겼다. 그 시선이 사내의 팔에 닿은 가슴을 보고 있다는 것까지 확인한 주인 여성은 팔을 놓고 얼른 뒤로 물러났다.
“그럼 합의는 되신 거죠? 곧바로 진행할게요~.”
주인 여성이 빙글 몸을 돌려 카운터로 돌아갔다. 여자가 떨어지자 뒤에 서 있던 여인, 정하연은 재빨리 다가와 안현의 옆에 달라붙었다.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안현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질투 어린 표정을 하고 있는 정하연의 얼굴을.
“누님, 걱정 마세요. 저한텐 누님 뿐이니까.”
“…뜨, 뜬금없이 무슨 소리니. 새삼스럽게…….”
무슨 그런 말을 하냐는 투였지만 목소리에는 당황함이 잔뜩 어려있다. 그 모습이 예뻐 안현은 다시금 욕망이 끓어오르는 걸 느꼈으나 꾹꾹 눌러 참았다. 어차피 곧 있으면 모든 걸 해방할 무대가 마련된다. 지금의 갈증은 곧 다가올 즐거움의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니 기쁘게 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카운터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던 주인 여성이 하나의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안현과 정하연보고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해 보이고 수정구에 마력을 흘려 넣는다.
[헉, 헉, 헉, 헉.]
“음? 뭐야?”
수정구에서 빛이 흘러나오면서 달뜬 사내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주인 여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잘못 꺼내 들었나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그게 맞는듯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삼촌, 지금 하고있어?”
[음? 아아, 토끼냐? 아니, 내가 하고 있는 건 아니고 손님 좀 받고 있었지.]
“아이 참! 곧 연락 올 테니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잖아.”
[아니, 그 소리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잖아. 나는 뭐, 굶어 죽어?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니냐.]
두 남녀의 통신 소리를 들으며 정하연은 침을 꼴깍 삼켰다. 다시금 손을 올려 안현의 소매를 붙잡는다. 하지만 이번엔 안현 역시 긴장이 되는지 그 역시 굳은 손으로 정하연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런 와중에도 두 남녀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아니, 설마 드디어 연락이 온 거야?]
“그럼 내가 삼촌한테 수정구로 연락할 일이 뭐가 있겠어?”
[뭐, 한판 하자고 할 때 자주 연락하잖아? 요즘 남자들 부실하다느니, 어쩐다느니. 잠 좀 편히 잘 수 있게 마음껏 박아달라고 한 게 누군데?]
“아이 참. 손님도 옆에 있는데 무슨 상스러운 소리를 하고 있어. 어쨌든. 이쪽은 바로 할 생각인데 어때? 돼?”
[당연하지. 문제 없어.]
사내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토끼라 불린 주인 여성은 본인에게만 보이는 수정구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물었다.
“문제 없다고? 지금 돌리고 있는 거 ‘퀸’ 아냐?”
[맞아. 근데 걱정하지마. 우리 퀸 체력 하나만큼은 지리거든. 하루 내내 돌려도 끄떡없다. 이제 막 두 명 째라 널널해.]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뭐, 삼촌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여하튼, 그리로 보낸다?”
[엉, 그래라.]
그 말을 끝으로 수정구의 빛이 서서히 꺼져갔다. 완전히 꺼진 것도 확인하지 않고 토끼라 불린 여인이 수정구를 뒤로 던져버렸다.
“자, 그럼 가실까요?”
곧바로 어디론가 향하려던 주인 여성이 문득 멈칫했다. 그녀가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더니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안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도 가지고 오셨죠? 수정구.”
“…아, 네. 여기 조금…….”
“와우? 무려 세 개씩이나? 요즘 잠잠하다 싶었더니 이렇게 신작을 잔뜩 가지고 오셨군요!”
박수를 짝짝 친 주인 여성이 골드가 담긴 주머니를 안현에게 건넸다. 반대로 수정구를 넘겨 받은 그녀가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방방 뛰며 기뻐했다.
“요즘 이거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내가 이것 때문에 요즘 배가 빵빵하다니까? 연기 톤이니 뭐니 그거 엄청 거슬리는데 저 언니는 그런 게 없어서 참 좋더라고요.”
“그, 그렇습니까?”
“그럼요? 저 언니, 은근 남자들이 좋아하는 몸이라니까요? 딱히 근육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관리하는 것 같은 티도 안 나는데 군살 하나 없잖아요. 남자들이 저런 청순한 몸에 색기 있는 여자들에 미친다고요.”
“…….”
“또 그것뿐일까요? 아래 구멍이 허벌한 것도 아니고. 꽤 좁아 보이는데 오빠의 그 대물을 쑤컹쑤컹 잘 받아 먹는 걸 보면 제 아랫배도 절로 저려온다고요. 아으, 생각하니까 또 꼴리네.”
거리낌없는 주인 여성의 말. 정작 듣는 안현과 정하연의 얼굴이 더욱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특히 정하연이 더욱 심했다. 자신을 향한 노골적인 음란한 평가에 등이 절로 오싹거린다. 이런 부류의 평가는 익숙하지 않기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하하, 저 언니 귀여운 것 봐. 아우, 오늘은 나도 참여해야겠다. 일단 가시죠?”
잡담이 길어진 걸 아는지 주인 여성이 신속한 걸음으로 둘을 안내했다. 곧, 가게 문을 걸어 닫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하는 여인의 뒤를 안현과 정하연이 조용히 뒤따랐다.
그렇게 향한 곳. 안 그래도 깊이 들어온 지역이었는데 한단계 더 안쪽으로 진입한다. 밤의 거리는 안쪽으로 향할수록 더욱 은밀하고 긴밀한 내용이 오고 간다. 그렇기에 이곳을 찾는 이들도 그에 맞는 위치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곳이고.
자연스레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곳이란 소리. 하지만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현과 정하연은 주인 여성에게 하나의 아티펙트를 받은 상태였다.
“흥, 흐응~. 두 분도 잘 어울리시네요. 대물 오빠는 명성에 맞게 튼실한 타이거 가면~. 그리고 저 겉과 속이 완전 다른 야한 언니는 박쥐 가면~. 어때요? 제 센스 괜찮지 않나요?”
그것은 얼굴을 가리는 가면. 하지만 말 그대로 일반적인 가면이 아니었다. 특수한 마법 효과가 깃들어있는 가면으로써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하여금, 인지 능력이 흐려지게 하는 능력이 부여되어 있다. 상대의 존재를 잊는 것이 아니라 가면을 쓴 사람의 얼굴을 추리하는데 방해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센스는 모르겠는데 효과는 굉장하네요. 누님의 얼굴을 못 읽겠어요.”
“…마찬가지야. 어떻게 이런 인첸트가 가능한 건지……. 이런 건 들어본 적도 없어.”
“하하, 다 업계 비밀입니다~. 근데 사실 그렇게 복잡한 아티펙트는 아니에요. 가볍게 마력을 담은 충격을 가하면 바로 박살 난다니까요? 뭐, 마력의 흐름을 이용해서 형상을 인지하는 신경에 간섭을 준다는, 뭐 그런 방법이라는데 꽤 섬세해서 조심해야 한다 하더라고요.”
“그래… 내구도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보통은 내구도를 신경 쓰지 않고 인첸트를 할 수는 없으니까.”
금방 부숴질 거면 혼신을 다해 마법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봐야 가볍게 부숴지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이런 마법 부여는 쓸모가 없다.
“오호~? 언니도 꽤나 날리는 마법사이신가 봐요?”
“…네? 아, 그렇게 치켜세울 만한 수준은 아니에요.”
“에이~. 아무리 그쪽 물정에 대해 잘 모른다 하더라도 인첸트는 아무나 못한다는 것쯤은 저도 알고 있다고요? 헤헷, 언니랑 친하게 지내야겠다.”
주인 여성이 폴짝 뛰어서 정하연에게 팔짱을 끼었다. 마치 애용하는 인형을 껴안 듯 가슴이 일그러질 정도로 꽉 끌어안고 비비자 정하연도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는 짓은 영락없는 애인데……. 이런 곳에 던져져서 궂은 일을 하는구나.’
애교가 많아서 그런지 정하연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인이었다. 물론 하는 행위는 밤에 거리에 최적화 된 일이긴 했으나 본 성격은 어디 가지 않는다. 특히나 친동생을 한번 잃었던 그녀로서는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에게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단 한가지만 빼면.
‘…속옷만 입었으면 조금은 괜찮았을 텐데.’
얇은 천 너머로 느껴지는 노골적인 살의 감촉. 그 끝으로 느껴지는 단단한 첨단의 감촉에 정하연은 쓴 웃음을 지어야 했다.
그렇게 한 남자와 두 여인이 비벼대며 어느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밤의 거리, 경매장이 위치한 마지막 단계의 바로 전 단계. 그곳에 위치한 커다란 건물 앞으로 주인 여성이 폴짝 뛰며 문을 열었다.
“자, 들어가시죠? 삼촌이 손님을 받는 중이라 했으니까 아마 안에 있을 거예요.”
“…네.”
여인의 안내를 따라 건물에 진입하자마자 안현과 정하연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길게 이어진 복도. 어둠으로 가득한 복도는 가게의 분위기가 아니라 호텔 복도와 같은 모습이었다. 따로 맞이해 주는 사람도 없다. 당연히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었다.
두 남녀가 들어서자 문을 닫은 주인 여성이 다시 폴짝 앞으로 나섰다.
“자, 따라오세요 들. 삼촌의 방은 3층이랍니다~.”
익숙하게 어둠 속을 거닐며 여인이 계단 위로 쏙 올라갔다. 안현과 정하연은 서로 시선을 잠시 마주한 뒤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또각, 또각, 또각.
침묵 속에 울리는 발소리. 나무로 된 복도여서 인지 삐걱거리는 소리가 음산하게 울렸다. 그렇게 긴장감이 흐르는 상태로 걷다 보니 어느덧 3층 어느 한 방문 앞에서 서있는 주인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삼촌~. 나야. 들어갈게~.”
허락을 맡는 것 치곤 대답도 듣지 않고 문을 벌컥 열었다. 여인이 곧바로 방 안으로 쏙 들어감과 동시에 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터져 나왔다.
“허윽, 헉, 헉, 헉! 아윽!”
“하응, 흑, 흐응, 흐앗!”
뜨거운 열기를 잔뜩 머금은 신음. 호흡의 끝까지 다다른 사내의 두터운 목소리와 가녀리게 떠는 여성의 신음이 복도를 가득 울렸다. 괜스레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자 안현과 정하연은 저도 모르게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다급히 문을 닫자 방 안에 가득 차있던 육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천천히 방 내부로 시선을 옮긴 둘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방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침대. 그곳에 두 남녀가 열렬히 몸을 뒤섞고 있는 중이었다.
철썩, 철썩, 철썩,
“아으으으! 싼다, 안에 싼다!”
“하응, 흣, 흐윽, 흑! 흐으으응!”
이곳에는 드문 흑색의 피부를 가진 사내. 육중한 체구를 뽐내며 거칠게 여인의 뒤를 쑤시던 사내가 있는 힘껏 허리를 흔들었다. 거의 폭력에 가까운 강도로 여인의 엉덩이를 몰아치던 사내가 뿌리까지 삽입하고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울컥, 울컥, 울컥, 울컥…….
“끄으으으…….”
길게 이어진 사정. 사내가 움찔움찔 몸을 경련했다. 그 강도가 꽤나 격렬해 굳이 보지 않아도 얼마나 사정하고 있는지 대강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흑인 남성의 모든 정을 받아내고 있는 여인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옮겨갔다.
커다란 손에 붙잡혀 있는 탄력 있는 엉덩이. 이미 수차례 가격당했는지 붉은 손자국이 새겨진 엉덩이가 파르르 떨렸다. 안현의 시선이 천천히 여인을 훑어보았다.
“으으…….”
침대에 엎드려 엉덩이만 쳐 들고 있는 자세. 하지만 그 자세만으로도 사내의 시선을 잡아채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탐스럽게 부푼 엉덩이 아래로 한줌은 될까 싶은 잘록한 허리는 과연 현실의 그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매혹적인 곡선을 그린다. 꽤 훌륭하게 단련된 11자 복근이 거친 숨을 몰아 쉴 때마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일단 거기까지만 해도 훌륭한 몸매임을 자랑하는 건 충분했지만 제일 시선을 끄는 건 그 다음이었다. 탱탱한 엉덩이, 잘록한 허리. 그리고 거기서부터 다시 훌륭한 볼륨을 되찾기 시작한 상체는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 손으로 과연 품을 수 있을까 싶은 어마어마한 살무덤. 딱 보기에도 탄력이 넘칠 거 같은 엄청난 거유가 안현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꿀꺽.”
“…….”
사내로서 어쩔 수 없이 도는 군침. 그 장면을 바로 옆에서 목도하고 있으면서도 정하연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도 눈 앞의 여인에게 반쯤은 홀려 있었으니까. 어마어마한 크기의 남근을 머금은 채로 달뜬 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이 같은 여인이 봐도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끄으, 진짜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몸이야. 오늘도 다 털어 냈어.”
그제서야 여운이 가신 건지 흑인이 뒤로 물러나 양물을 빼내었다. 이미 통째로 쏟아낸 터라 발기가 죽은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의 남근은 꽤나 깊숙한 곳에서부터 빠져나오고 있었다. 주르륵, 빠져나가며 걸쭉한 흰 액체가 울컥하며 쏟아져 나온다. 활짝 열린 음부에서 주르륵 흘러나온 정액이 침대 위로 길게 늘어졌다.
“…….”
“아, 잠시만. 나도 곧 간다.”
그리고 뒤이어 다른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스레 안현과 정하연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곳을 바라본 순간 정하연의 시선이 동그랗게 치떠졌다.
“으윽! 윽!”
침대 옆에 놓인 의자 위에 앉아 수음하고 있는 사내가 보인다. 사내 역시 인지 방해 마법이 걸린, 웃는 해님의 형상을 띈 가면을 쓰고 있는 상태였다. 보통 남성보다 배는 길어 보이는 남근을 손으로 잡고 빠르게 흔든다. 어찌나 세게 흔드는지 살을 때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
“헉, 헉, 헉!”
그런 사내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위로 달려들었다. 엎드려 있던 여인의 머리채를 잡아 일으킨 사내가 그대로 여인의 입에 양물을 가져가자 여인 역시 입을 벌려 사내의 욕망을 받아주었다.
“으윽!”
이어진 사정. 붉은 입술이 매력적인 여인의 입으로 새하얀 정액이 튀어져 나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거의 열 번에 가깝게 힘차게 사정된 정액이 여인의 검은 고양이 가면을 더럽혔다. 긴 사정의 여운에 빠진 건지 사내가 달아오른 남근을 여인의 입술에 갖다 대자 검은 고양이 가면 여성이 천천히 입술을 벌려 남근을 핥아주기 시작했다.
“쫍, 쪼옵, 쫍…….”
“음?”
그 모습을 숨도 못 쉬고 바라보던 안현이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육감적인 몸매에 도발적으로 섹시한 입술. 길게 웨이브 진 잿빛 머리카락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형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거짓말처럼 그런 생각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인지 방해 마법이 깃들인 아티펙트의 효과. 조금은 의심하고 있었던 가면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아, 당신들이……. 최근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그 커플이군요.”
여인의 머리채를 잡고 봉사를 받고 있는 사내가 그제야 말을 걸어왔다. 남근을 핥아지면서 인사를 건네 오는 모습에 안현과 정하연이 살짝 당황했지만 정작 사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만나고 싶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요. 아, 여기는 저 토끼를 통해 미리 말씀드린 저의 ‘퀸’이십니다. 자, 마이 퀸, 손님께 인사를 드려야지요?”
“…어? 어, 응…….”
정신없이 남근을 핥고있던 고양이 가면 여성이 그제야 안현과 정하연 쪽을 돌아보았다. 순간 멍해 있던 시선이 움찔하며 초점을 되찾는듯 했으나 가면의 기능이 발동되며 다시 멍하니 흐려지기 시작한다.
“…안녕? 반가워. 애칭은……. 보다시피 퀸이라고 해. 오늘……. 나를 잔뜩 기쁘게 해줬으면 좋겠구나.”
“에이! 마이 퀸이시여. 제가 분명 손님에게 인사를 건넬 때는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아, 응……. 아, 알겠어. …자, 여왕을 알현한 것에 대한 포상이야. 이리 오렴…….”
고양이 가면 여인, 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정액이 터져 나와 움찔 떨었으나 애써 발걸음을 유지하며 천천히 안현에게 다가온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던 안현의 등을 누군가가 살포시 밀었다. 바로 이곳까지 안내해 온 토끼라 불린 여성이었다.
“혀, 현……!”
“어머, 언니. 쉿, 하셔야 해요. 이곳에서 실수로 이름을 불러버리는 사람들은 꽤나 많다고요? 아무리 은밀하게 보안을 유지한다 해도 결국 흘러 나갈 수도 있으니까 스스로 조심하셔야 해요. 알았죠~?”
저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려던 정하연의 입술을 토끼라 불린 여성이 살포시 손가락으로 눌렀다. 정하연은 아차 싶으면서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 안현에게로 향했다.
“이리로 와서 얼굴을 묻으렴? 자, 그래……. 착하지?”
“…네.”
아까부터 사내의 시선을 이끈, 커다란 젖가슴을 양 손으로 그러모은 퀸이 유혹하자 안현은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향했다. 정하연이 있음을 알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퀸에게 홀려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정도로 퀸의 유혹은 매혹적이었다. 정액이 이리저리 튀어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 안현은 커다란 젖무덤에 얼굴을 파묻었다.
“착한 아이구나……. 그래, 좀 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단다.”
“…쫍, 쫍…….”
가슴에 얼굴을 묻은 안현의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자 안현이 절로 고개를 움직였다. 얼굴에 가득한 여인의 육향. 그곳에서 가장 진한 내음이 느껴지는 곳으로 본능적으로 향한 안현이 그 끝에 도드라진 유실을 입술로 살짝 베어 물었다.
“쪽, 쫍……. 쫍, 쪼옵.”
“아응…! 그래…. 잘 하고 있어. 응, 그렇게 살짝 살짝……. 으응, 조금 더 세게 해도 괜찮으니까……. 흑!”
“쫍, 쫍, 쫍……. 쭈읍…….”
노골적으로 움직이는 사내. 이제는 손을 들어올려 여인의 젖가슴을 이리저리 주무르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정하연이 가슴 속에서 이유 모를 서운함을 느낄 즈음.
“자, 여성분은 이리로 오시죠. 음, 애칭이 누님이었던가요? 누님, 분께서는 이리로 와서 앉으세요.”
“…….”
“자, 얼른 가세요 언니.”
사내가 안내한 곳. 그곳은 방금 사내가 수음하며 앉아있던 의자였다. 정액이 묻어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사내의 수음 행위를 목격한 장소여서 인지 왠지 꺼려진다. 더군다나 방금까지 일을 치르던 흑인 역시 그 옆에 서있는 상태였다. 길다란 양물을 주렁주렁 흔드는 두 남성이 위치한 자리.
정하연이 머뭇거리자 토끼 주인 여성이 그녀의 등을 살포시 밀었다. 아까 안현이 그랬던 것처럼, 정하연 역시 가볍게 밀리며 그들이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잘하셨습니다. 자, 그럼 이곳에 앉아서.”
낯선 사내의 손길. 과감하거나 야한 손짓은 아니다. 그저 가볍게 어깨를 두르고 의자에 앉히는 행동이었을 뿐. 그러나 그 순간 정하연은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걸 느꼈다. 진득한 밤꽃 향기. 안현과는 다른 사내의 진한 내음에 가랑이가 찌르르, 울린다.
저도 모르게 잔뜩 움츠린 정하연의 귓가로 사내가 속삭였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 깊이 이야기 해 봅시다.”
자신의 복잡한 심정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하연은 알지 못했다. 해님 가면의 사내가 비죽이 미소 짓고 있다는 사실을.
#002
“자, 저쪽은 이미 시작했으니 규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규칙이요?”
“아무리 합의하에 한다 하더라도 이런 일일수록 더욱 확실하게 해둬야 하거든요. 왜, 욕망에 이성을 잃고 무기라도 빼어 들면 큰 사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네.”
사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정하연의 시선은 침대 위를 향하고 있었다. 이미 두 남녀의 행위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응, 그래, 착하지? 그곳은 민감한 곳이니까……. 천천히 해주렴.”
“…네.”
퀸의 가슴에서 복부를 거쳐 천천히 내려간 안현이 드디어 여인의 다리 사이로 진입하고 있었다. 닫혀 있던 여성의 무릎을 살짝 잡아 벌리자 쉽게 방어벽이 무너졌다. 활짝 열린 다리. 그리고 이미 선두주자가 거쳐간 그곳은 아직까지 벌어져 정액을 꾸여꾸역 흘려대고 있는 중이었다.
“아, 나도 참. 갑자기 이어져서 깜빡했네. 잠시만 기다리렴.”
이미 뱃속엔 다른 남자가 싸지른 정으로 가득 차있다.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 거부감을 표하기에 그에 따른 준비도 해놓은 상태였다.
잠시 안현을 밀어낸 퀸이 침대 옆 테이블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손바닥에 올려진 작은 크기의 오르골. 그것에 약간의 마력을 흘리자 푸른 빛과 함께 오르골의 뚜껑이 천천히 열렸다.
쏴아아.
열린 틈새로부터 쏟아져 나온 푸른 빛이 허공에 날아 퀸의 몸을 감싼다. 마치 이곳 저곳을 탐험하 듯 그녀의 몸을 이곳저곳 거닐던 푸른빛이 이내 그녀의 음부 속으로도 쏙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으응, 흣.”
무언가를 느끼는지 퀸이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흘렸다. 안현이 벌렸던 다리도 절로 오므려져 두 다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작은 신음과 함께 푸른 빛이 빠져나오며 다시 오르골 안으로 사라졌다.
“자, 기다렸지? 다시 시작해도 되니까 이리 오렴.”
다시금 몸을 눕히며 다리를 벌리는 퀸. 그녀의 다리 사이를 확인한 안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건?”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던 음부. 흑인의 흔적이 가득했던 그곳이 지금은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씻겨진 상태였다. 그녀의 몸이 달아올라 있어 다시금 촉촉한 액체로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벼운 마법도구란다. 신기하지? 나도 처음 봤을 땐 조금 놀랐어. 지구에서 가졌던 손재주를 사용자 능력으로 살리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그렇군요. 임무에 나갈 때 굉장히 편리 하겠어요.”
“그렇지. 나도 그래서 몇 개 따로 구매해 두었지. 나중에 한번 알아봐도 좋을 거야.”
신기한 마법 도구에 감탄하던 안현은 다시 이리 오라는 퀸의 손짓에 몸을 맡겼다. 방금 하려던 것처럼, 퀸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천천히 고개를 들이 밀었다.
“으응, 그래. 천천히, 부드럽게…….”
“쭙, 쭙, 쭈읍, 쭙.”
부드럽게 흡입하는 소리가 울린다. 사내의 정성 어린 애무에 퀸의 고개가 천천히 위로 들려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던 정하연은 절로 침이 넘어가는 걸 느꼈다.
“하하, 너무 진도가 빠른 것 같군요. 그러니까 후딱 말씀드릴게요.”
“…네.”
“지금 이 모임은 서로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마련한 자리입니다. 결코 비합법적인 자리가 아니죠. 서로의 존중을 위해 신분도 가렸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신사적으로 임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자리죠.”
“…….”
“해서 절대 무력 행위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대화로 풀어야하며 상대가 거부할 시에는 언제든지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네.”
비 폭력적인 행위. 그것은 정하연에게도 기꺼운 말이었다. 무엇보다 상대가 원치 않으면 멈춰야 한다는 조건이 그녀의 불안함을 줄어들게 했다. 비록 이 자리에 참가하는 건 직접 승낙한 것이긴 하나, 다른 사내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했다.
“그러면 저희도 슬슬 시작할까요? 우리 애칭 ‘누님’분께서는 아직 초심자이신 듯 하니까 천천히 가도록 하겠습니다. 저쪽 팀과 페이스를 맞춰 가도록 하죠.”
“…읏.”
살포시 어깨를 잡는 손. 그 접촉만으로도 정하연은 펄쩍 뛸 정도로 크게 움찔했다. 순간적으로 생기는 민망함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웃는 해님 가면의 사내가 피식 웃었다.
“너무 겁먹으실 것 없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불편하면 조금 불편하다고 바로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방금은 그냥 조금 놀라서 그런 거예요.”
마치 어린애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그녀가 조금 발끈했다. 정하연은 억지로 허리를 곧추세웠다.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속으로 미소를 지은 해님 가면 사내가 천천히 정하연의 로브를 벗기기 시작했다.
사르륵, 사르륵.
능숙하게 로브를 벗긴 해님 가면 사내가 로브를 고이 접어 한쪽 의자에 걸어두었다. 그가 다시 다가와 정하연의 옆 자리에 앉았다.
가볍게 닿은 허벅지. 사내가 반대쪽 다리를 안쪽 다리에 꼬아 접근했다. 길다란 사내의 남근이 기울어지며 정하연의 허벅지에 닿았다.
“…….”
꿀꺽 넘어가는 침. 저도 모르게 삼킨 침이지만 정하연에게는 아차, 싶은 실수였다.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소리임에도 마치 천둥이라도 친 것마냥 크게 다가왔다.
“길죠?”
가벼운 물음. 정하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뒤 모두 자른 물음이지만 바로 이해해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사내의 물건은 말 그대로 길다랬으니까.
“조금 자부심이 있는 녀석입니다. 저 흑형의 물건은 너무 커서 아무나 못 받아들이거든요. 퀸이나 되는 여자니까 아무렇지 않게 녀석을 받아주지 사실 열에 반은 포기를 하곤 하죠. 크면 뭐합니까? 넣지를 못하는데. 그에 비하면 저는 꽤나 받아들이기 쉬우니까.”
사내가 자신의 남근을 잡고 위아래로 쓸어 내리기 시작했다. 땀? 여자의 애액? 의문의 매끈한 액체로 인해 마찰 소리가 울린다. 사내의 손으로도 반도 숨기지 못했다. 두 손을 얹어 잡아도 귀두가 삐져 나와 있을 정도의 길이에 정하연의 긴장감이 더욱 늘어간다.
“근데 와, 닉네임 ‘동생’분의 걸 보곤 완전히 기가 확 죽더라니까요? 무슨 한국인 중에 저런 흑인 버전의 물건이 있는지. 실물로 꼭 한번 보고싶기는 했습니다.”
“…왜요?”
정하연이 조심스레 물었다. 짧은 물음이었지만 슬쩍 흑인의 물건을 흘겨보는 모습만으로 사내는 그 질문의 의도를 알아챘다.
“아니, 그렇잖아요. 사내의 로망. 굵은 자지 아니겠습니까? 넣고 박기만 해도 여자를 골로 보낼 수 있는 물건이 사내의 로망인데 그 꿈의 실물이 실제로 존재했으니까요.”
“크기라면 저 분이 더…….”
정하연이 다시 흑인 사내의 물건을 흘끗했다. 안현의 물건이 확실히 큰 편이기는 해도 저 흑인에게 미치지는 못한다. 사이즈라면 저쪽이 훨씬 우위일 터.
그러나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크기만이라면 저 흑형이 더 크죠. 근데 발기했을 때의 모양이나 강도, 힘을 비교하자면 동생 분이 더 뛰어납니다. 잘 모르시겠죠? 그건 좀 있다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니, 굳이…….”
괜찮다, 라고 말을 하려던 정하연의 입이 다물어졌다. 두 손을 마주잡고 꼼지락거리던 손 위로 사내의 손이 덮어졌기 때문이다.
“하하, 대화만으로는 감칠맛이 나서. 한발 빼기는 했어도 자위로 뺀 거라 조금 참기가 힘들었거든요.”
“…아.”
사내가 천천히 손을 잡아당겨 그의 고간으로 가져간다. 말없이 그것을 지켜보던 정하연은 숨을 멎고 그것을 지켜보았다. 천천히 이끌리는 손. 그것이 사내의 남근에 닿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닿는 뜨거운 감촉. 사내가 여전히 손을 덮은 상태로 손을 오므리자 그녀의 손 역시 그를 따라 사내의 남근을 감싸 쥐었다.
“하아, 역시나 부드러운 감촉이네요. 일단 이것부터 시작하죠. 뭘 하셔야 하는 지는……. 알고 계시죠?”
“…네.”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매우 잘 알고 있다. 이미 안현에게 셀 수 없이 많이 해주었던 행위였으니. 하지만 문제는 마음가짐이다. 좀처럼 그런 마음이 들지 않던 정하연은 점점 격해지는 신음이 흐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으응, 흑, 으읏!”
“쮸우웁, 쯉, 쭈읍!”
턱을 한껏 치켜든 채 입을 벌리고 신음을 내지르는 퀸. 허리가 활처럼 꺾이며 허공을 거닐던 다리가 안현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파르르 떨리는 여체. 마침 절정에 이른 것이다.
“…….”
그 모습을 보던 정하연은 입술을 물고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저쪽은 입으로 애무를 할 정도로 진도가 나가있는 상태였다. 그에 비하면 이쪽은 고작 손. 터무니없이 약한 수위다.
찔꺽, 찔꺽.
“으……”
그렇게 움직인 손이 매끄럽게 내려갔다. 질척한 감촉에 오싹한 느낌을 느끼며 정하연은 손을 움직이는데 집중했다. 시선은 침대 위를 향하고 있지만 신경은 손에 맞닿아 있는 뜨거운 물건에 집중한다.
‘뜨거워…….’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굵은 혈관들. 자신의 손의 감촉을 고스란히 느끼는지 움직일 때마다 맥박이 요동치는 게 느껴진다. 그 뿐일까? 사내의 입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신음은 그녀의 몸을 잔뜩 긴장하게 했다. 그에 따라 점차 예민해지는 몸. 몸에 걸친 옷 조차 민감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몸도 뜨거워지고 있었다.
찔꺽, 찔꺽……. 촥, 촥, 촥, 촥.
자신의 손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내. 그것이 그녀에게도 큰 흥분으로 다가와 점차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낯선 사내이지만 얼른 사정하게 만들고 싶다. 자신의 손에, 자신의 행위에 절정에 다다르는 사내의 모습을 보고싶다는 욕망이 정하연의 마음속에 똬리를 틀었다. 그런 그녀의 행위가 점차 더 과격해진다.
“으, 윽! 누님, 좀더……. 좀더 세게……!”
평소에 듣던 목소리는 아니지만 누님이라는 말에 정하연은 충실하게 따라주었다. 이제는 그녀 역시 자세를 낮추어 보다 편한 자세를 취했다. 이제는 완연히 빨라진 손. 어느새 한쪽 손으로 사내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사정을 촉구한다.
그리고 잠시 후.
“으윽! 싼다! 누님, 싸요!”
푸슉, 푸슈슛, 푸슉.
사내가 크게 들썩거렸다. 의자에서 허리가 떨어질 정도로 큰 반응. 그와 같이 뿜어진 정액이 침대 쪽으로 날아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이상으로 수차례 쏘아진 정액들을 보면서 정하연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평소에 안현에게 해주었던 대로 사내가 보다 큰 쾌감으로 내어낼 수 있도록 그녀는 열심히 애무했다.
“…….”
콧속으로 스며드는 진한 밤꽃향. 어마어마하게 쏘아진 정액을 보며 정하연은 어느 샌가 자신도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뜨거워진 몸. 그녀는 극도록 흥분하고 있는 상태였다.
“…누님?”
그 순간, 침대 위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에 정하연은 벼락이라도 맞은 양 눈을 치켜 떴다. 천천히, 그쪽을 보자 어느새 여인의 음부에서 얼굴을 뗀 안현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게 보였다.
“…그, 그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무언가를 해명하려던 정하연은 안현의 상태를 확인한 순간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안현의 입가가 흥건하다. 퀸의 애액인지 입가가 잔뜩 젖어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로 퀸의 몸에 올라타 어정쩡하게 멈춘 자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바지는 언제 벗어 던진 건지 모습을 드러내 껄떡거리고 있는 양물은 퀸의 고간에 닿기 직전까지 다가간 상태였다.
이대로 안현이 허리를 밀어붙인다면 분명 삽입하게 되겠지. 안현은 정말로 퀸과 끝까지 가기 직전 단계까지 다다른 상태였다. 어느 순간 자신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로.
“자, 곧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 같은데 우리도 좀 시작할까요?”
안현과 정하연의 시선이 맞부딪히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해님 가면 사내가 끼어들었다. 정하연의 어깨를 잡고 자신을 보게 하더니 그대로 그녀를 안아 들어 한쪽으로 향한다.
정확히 퀸과 안현이 누워있는 곳의 반대에 위치한 또 하나의 침대로. 그곳에 정하연을 내려놓은 뒤 사내가 안현을 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쪽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건가요? 이쪽은 규칙을 정해서. 그쪽이 진행하면 이쪽도 같이 진행할 겁니다. 계속 하셔도 돼요.”
“그게 무슨 말…….”
“뭐, 이런 겁니다.”
사내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아직 로브 밖에 벗지 않은 정하연이었지만 상관없다는 듯 그녀의 다리를 잡고 위로 올렸다. 자연스레 스커트가 내려가며 검은 스타킹에 가려진 속옷이 드러난다. 그녀의 엉덩이를 들춘 채로 양물을 가져가 은밀한 부위의 속옷에 양물을 갖다 대었다.
“자, 잠시만요. 아직 전……!”
“음? 아, 진행은 하지 않을 겁니다. 저쪽도 아직 하기 전이잖아요? 저쪽이 시작하면 저도 허락을 구한 다음에 진행할 거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렇게 말하니 정하연으로서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처음 본 이 사내를 믿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존재는 잊어버리고 퀸이라는 여자한테 온갖 관심이 쏠려있는 안현에게, 그녀는 의미 모를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아니, 나 지금 현이한테 무슨 감정을…….’
아니. 이 서운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하연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자신이 김수현을 떠나 있을 때 느꼈던 그 감정. 안현에게 묘한 모성애를 느끼면서도 김수현에 대한 약간의 서운함이 그 날의 밤을 만들었다. 결국은 작은 질투심이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한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그 감정은 그때의 감정과 다르지 않다.
정하연은 입술을 꾹 깨물고 감정에 저항했다. 그동안 안현과 관계를 가지면서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김수현에게 느끼는 사랑과는 다른 감정이라고 철저하게 되새겨왔다. 헌데 다른 여자를 안는 안현에게 실망과 서운함을 느낀다면……. 지금까지 다짐해왔던 그 생각이 모두 거짓말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정하연은 안현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가 그대로 퀸이라는 여자를 안기를. 그러면서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스스로 끊어낼 수 있도록 그녀는 작게 바랐다.
하지만.
“아, 알겠어요. 멈출 테니까 누님한테서 떨어지세요.”
안현은 그런 정하연의 바람을 꺾어버렸다. 다급히 침대에서 물러나며 해님 가면 사내에게 물러날 것을 종용했다. 상당히 조급한 얼굴로. 정하연은 눈을 감았다. 자신의 바람을 몰라주고 멈췄다는 것에 실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안도감. 안현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동시에 크게 피어 오른 감정은 자신을 우선시 해준 안현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꼬맹이, 너…….”
“죄, 죄송합니다. 방금은 순간 정신이 나가서.”
“…하아. 저리 꺼져.”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건지 퀸이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신경질적으로 해님 가면 사내에게 손을 휘저었다. 그들의 말을 따라주라는 소리였다.
“뭐, 그쪽에서 그걸 원하신다면야.”
사내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정하연에게서 떨어졌다. 한껏 발기한 남근이 정하연에게서 떨어져 나가자 안현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누, 누님 괜찮아요? 죄송해요, 누님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 게 아닌데……. 저도 모르게…….”
“…됐어. 변명하지 않아도 돼.”
“누님?”
“널 탓하는 게 아니니까 신경 쓰지마. 애초에 이런 곳인 거 알고 왔잖니.”
“그건 그렇지만…….”
이럴 수밖에 없는 장소란 걸 본인도 잘 알고 있는 안현이었지만 막상 상황에 맞닿아보니 순간적으로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그런 여인이 다른 남자에게 안긴다는 것은 단순한 각오만으로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규칙 같은 게 있는 모양이야.”
“그러고보니 규칙이라 했었죠? 누님은 뭐 들은 거 있으세요?”
천천히 퀸이 있는 침대로 걸어가는 사내를 보며 정하연은 규칙에 대해 안현에게 설명했다. 절대로 강제적은 것은 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안현이 행하는 수위에 맞춰 단계를 따라간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안현의 얼굴에 안도가 흘렀다.
“그건 다행이네요. 그래도 바로 멈춘 걸 보니 약속을 어길 것 같아 보이지도 않고요.”
“그런 곳이니까……. 떳떳한 곳은 아니더라도 신뢰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동네잖아, 밤의 거리는.”
정하연의 말에 안현 역시 동의했다. 괜한 객기를 부리다가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는 곳이 바로 밤의 거리였다.
여하튼. 상황이 일단락됐다. 뜨겁게 흐르던 공기가 조금씩 식어가자 해님 가면의 사내가 가볍게 박수쳤다.
“자자, 갑자기 흥이 끊겨서 이거. 주최자로서 면목이 없네요. 그래도 이 자리를 파할 건 아니시죠?”
“…네.”
잠시 정하연의 의사를 살피던 안현이 마음대로 하라는 그녀의 신호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동안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긴 했으나 멈출 생각은 없었다. 언제든지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둘 수 있다는 조건이 그들을 아직 이 자리에 남아있게 했다.
“흑형하고 토끼는? 참여할 거야?”
“물론이지~. 여기서 어울리지도 않는 순정 커플을 봐서 그런가? 갑자기 몸이 땡끼네? 언제 저 눈물겨운 사랑이 무너질지 궁금해.”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궁금했거든. 그 영상 속의 여자의 보지 맛이 어떨지 말이야.”
거구의 흑인이 정하연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덩치만큼이나 커다란 혀가 입술을 핥는 모습이 자못 기괴스러웠다. 저도 모르게 정하연이 몸을 움츠리자 안현이 반사적으로 그녀의 앞을 가로섰다. 흑인 사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규칙은 이미 말했잖나. 강제로는 절대로 불가하다고. 그저 허락했을 때 말이야, 허락했을 때.”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우리는 그저 보여주기 위해 만난 겁니다. 그 선을 넘을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킥, 방금까지 퀸한테 박으려고 했던 놈이 할 말은 아니군. 그리고 그 각오가 얼마나 갈지도 궁금하고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죠?”
“그거야 차차 보면 알게 될 일. 천천히 알아가며 즐기라고, 애송이.”
그 말을 끝으로 흑인 사내가 토끼라 불린 여인의 허리를 번쩍 안아 들어 또 하나 남아있는 침대로 향했다. 토끼 여인이 바둥거리며 저항했으나 그것이 가벼운 장난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다시 상황이 정리되자 해님 가면 사내가 설명을 이었다.
“음, 각자 커플도 갖춰졌으니 다음으로 진행하면 되는데……. 그냥 이대로 각자 파트너끼리 하는 건 조금 식상하죠? 그래서 조금 특별하게 해볼까 하는데.”
해님 가면 사내가 주변을 훑어보았다. 안현과 정하연의 있는 쪽을 한번, 흑인 사내와 토끼 여인이 있는 곳을 한번. 의사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규칙을 어기는 건 아니죠?”
“물론입니다. 한번 들어 보시겠어요? 그쪽은?”
“우리는 당연히 찬성이지.”
“아, 삼촌 빨리~. 감칠맛 난단 말이야~.”
어느새 흑인 사내에게 벗겨진 건지 토끼라 불린 가게 여주인은 하반신을 고스란히 드러낸 상태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두 다리를 훤히 벌리고 있는 모습에 안현의 시선이 크게 흐트러졌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들어는 볼게요.”
“네네, 별로 특별한 건 없고요. 일단 가볍게 우리 남자들의 테크닉을 한번 보여주는 겁니다.”
“…테크닉이요?”
“간단한 방법이죠. 한 커플의 차례가 올 때마다 나머지 커플은 단순한 관객이 되는 겁니다. 별건 아니고 남자로서 가장 자신 있는 수단으로 여성분을 가볍게 보내드리는 거죠.”
“…보내요?”
“아 참,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구실까, 아마추어처럼. 절정으로 보내버린다고 절정에.”
자꾸 되묻는 안현이 답답했는지 흑인 사내가 설명했다. 중지와 약지를 붙인 채로 허공을 쑤시는 행위를 하고 나서야 안현이 그제야 이해했다.
“그런……!”
말도 안된다 라고 말하려던 찰나 안현은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 자신의 파트너를 건드리니 애초에 목적도 매우 타당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잠시 멈칫했던 욕망이 다시금 몸 구석구석 차오르기 시작했다.
“…누님은?”
“네 마음대로 하렴. 네 판단에 맡길 게.”
정하연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달뜬 얼굴이 그녀 역시 그 상황을 떠올리며 흥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자, 그럼 모두 합의한 것 같군요. 그런 의미에서 처음은 저희 커플이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와아아~.”
손을 좌우로 들며 침대로 향하는 해님 가면 사내. 마치 공연이라도 온 것마냥 환호하는 흑인, 토끼 커플의 반응에 따라 안현과 정하연 역시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주시했다.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마이 퀸.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흥, 내가 거부한다고 안할 것도 아니었으면서.”
“하하, 제가 어찌 퀸의 마음에도 없는 짓을 하겠습니까. 정작 원하시는 것은 퀸이시면서.”
행위가 잠시 멈춘 다음 방치되어 있던 퀸에게 사내가 고개를 조아렸다. 침대 한 가운데에 앉아 다리를 꼬며 상황을 지켜보던 퀸이 가만히 안현을 응시했다.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 그 시선을 직접 마주한 안현이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추세웠다.
“…입만 살아서는. 뭐, 마음대로 해봐. 가뜩이나 저 아이 때문에 흥이 식었었는데 네 노력에 따라 상을 내릴지 벌을 내릴지 결정 하겠어.”
“여부가 있겠습니까. 마이 퀸.”
사내가 여유롭게 허리를 숙였다. 마치 레이디에게 하는 신사의 인사처럼.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다가가 퀸의 다리를 조심스레 벌렸다.
다시금 드러나는 여인의 음부. 행위가 끊겼어도 아직까지 샘이 마르지 않았다. 그녀가 얼마나 뜨거운 몸을 가졌는지 나타내주는 방증이었다.
“뭐, 제가 가진 스킬은 간단합니다. 바로 요거지요. 제 좆이 이걸 닮았나 길기만 해서요 하하.”
사내가 손바닥을 보여주며 흔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다섯 개의 손가락을. 확실히 그의 말마따나 손가락은 하나하나가 길쭉했다. 마치 농구선수의 그것을 보는 것처럼.
“맞아 맞아. 삼촌의 저거에 걸리면 버틸 수가 없다니까? 나도 참아보려 했는데 20초가 한계였어.”
그다지 자랑할 만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토끼 여인이 손뼉을 치며 호응한다. 침을 꿀꺽 삼키는 안현과 정하연을 확인한 해님 가면 사내가 행위를 지속했다.
“간단합니다. 이렇게 천천히 밀어 넣고 안을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데…….”
“으응……!”
찔꺽.
마치 무대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조교처럼. 퀸의 퉁퉁 불은 조갯살에 중지와 약지를 집어넣은 사내가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려는 듯한 움직임으로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안을 헤집던 사내가 입을 활짝 벌렸다.
“아, 찾았네요. 원래는 바로 찾는데 특별한 손님이 오셔서 그런지 안쪽이 살짝 변한 거 같네요. 그렇죠 퀸?”
“모, 몰라. 무, 묻지마 그런 거.”
다시금 여왕이 무너진다. 사내의 손가락이 삽입되면서 퀸은 다시 턱을 치켜든 상태였다. 사내가 안을 헤집으면서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가벼운 동작이지만 직접 느끼는 본인에게는 상당한 여파가 있는 듯 했다.
“하하, 퀸이 부끄러워 하시네요. 안을 헤집다 보면 약간 돌기 같은 게 만져지는데 이곳이 바로 지스팟이라는 곳이죠. 여자의 주요 성감대로 해야하나? 여자마다 위치가 다른데 우리 퀸은 여기, 이쪽 배꼽에 가까이 붙어 있죠. 보통 여자들보다 상당히 깊은 곳에 위치한 건데 웬만한 남자 좆으로는 닿지도 않을 겁니다, 이건.”
“후후, 내게는 껌이었지. 뭐, 저 애송이도 충분히 닿을 것 같구만.”
“…….”
여유있게 말하는 흑인과는 달리 안현은 오로지 그 행위에 신경이 쏠린 상태였다. 여인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쑤시는 외설적인 모습. 자칫 잘못했으면 저기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버렸을지도 몰랐다는 사실에 절로 침이 넘어갔다. 사내의 손가락에 쑤셔지며 쾌감에 부르르 몸을 떠는 모습 역시 사내로 하여금 참기 힘든 무언가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하연도 마찬가지.
‘…안을 저렇게 헤집으면…….’
사내의 손가락은 대충 봐도 상당히 길었다. 그런데 그런 손가락을 뿌리 끝까지 집어넣고 안을 이리저리 헤집는데 절로 가랑이가 오므라드는 광경이었다. 저런 걸로 안을 쑤셔지면…….
‘…못 견뎌.’
장담할 수가 없었다. 사내가 더한 요구를 해올 시, 칼같이 거절할 자신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으응, 읏, 으윽! 하응, 하으읏!?”
그렇게 무자비한 손가락질이 더욱 격해졌다. 물건을 찾은 손가락은 이제 그것을 다루기 위해 능숙하게 움직였다. 음부를 뒤덮은 손이 그녀의 가랑이 전체를 문지르며 격하게 흔들렸다.
촥, 촥, 촥, 촥.
“발견하는 게 어렵지, 발견만 한다면야 세상 쉬운 일입니다. 그냥 모기 물린 곳을 상처 나지 않게 긁는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아으으으으!”
“왜, 다들 경험해보셨잖아요? 부어오른 곳 한 가운데를 긁다가 상처 난 적. 상처 안 나게 부은 곳 주변을 살살 긁잖아요. 이렇게.”
“흐이이익?!”
사내의 손놀림이 점점 농밀해져간다. 격하게 움직이던 손이 한순간 느려졌다. 하지만 찔걱거리는 소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안쪽의 손가락은 여전히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소리와 여자의 반응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냥 다들 경험해 보셨던 대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이렇게……. 어후, 오늘따라 심하시네. 이렇게 질 내부가 격하게 떨리게 되는데.”
“으하아아앙! 하아앙!”
“여기서 좀더 자극해주시면 흔히 말하는 분수쇼가 됩니다. 이렇게요.”
푸슈슈슉, 푸슈슛.
자세히 보라는 것처럼. 퀸의 아랫배를 다른 손으로 지긋이 누른 사내가 몇 번 손을 움직이자 타이밍에 맞춰 여체가 크게 들썩였다. 들어 올려지려던 허리를 제압당해서 그런지 일자로 뻗은 다리가 감전된 것마냥 펄떡거렸다. 그리고 뿜어지는 조수.
침대를 떠나 멀리 뿌려지는 조수들을 보며 안현과 정하연은 말을 잃었다. 그야말로 폭죽쇼였다. 그들도 그런 경험을 숱하게 겪어왔지만 강도의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정작 그것을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도 처음이었고.
“으, 으으으, 흐으…….”
“아이고, 우리 여왕님 또 뻗으셨네. 자, 그럼 제 차례는 여기까지였습니다. 하하.”
완전히 축 늘어져 뻗어있는 퀸. 고양이 가면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와 힘없이 삐져 나온 혀를 보니 혼절이라도 한 듯 보인다. 사내는 공연을 끝마친 배우처럼 다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깔끔한 마무리였으나 그에 환호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
“…….”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네 남녀. 그들의 얼굴은 가지각색의 의미로 물들어 있었다.
단순히 그 행위에 감탄한 이와 그 모습에 흥분하여 몰래 자위를 시작한 이. 그리고 방금 본 어마어마한 광경에 충격을 받은 이들.
그렇게 다음 차례는 흑인 남성과 토끼 여성에게로 넘어갔다.
#003
“흠흠, 이거 우리 차례구만. 씹질도 내 장기중 하나긴 한데 앞서 보여줬으니 나는 다른 걸 보여줘야겠군.”
“응~. 어떤걸 하려고?”
마치 기대하던 공연을 기다리는 것마냥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토끼 여인에게 흑인 사내는 킬킬 웃었다. 그가 입을 벌려 혀를 길쭉하게 내밀었다.
“내게 이게 있다는 걸 잊었나? 네가 특히 좋아하는 거잖냐.”
“으으, 그거 당하면 진짜 못 버티는데…….”
“네가 언제 내 공격을 버텨본 적이나 있었냐. 뭘 해도 넌 1분컷이야.”
“으으으……. 괜히 분한 소리 하고 있네.”
토끼 여인이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침대 위로 올라가 스스로 속옷을 벗는다. 가뜩이나 짧은 치마를 입고 있던지라 중요 부위가 그대로 노출됐지만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는 모양이다.
“자, 바로 시작하자!”
“흠, 벗기는 운치를 모르는구만.”
그녀가 스스로 다리를 벌리며 침대로 눕자 흑인 남성이 뭔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이내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를 따라 침대 위로 올라갔다.
“잠시 혀 좀 풀고.”
혀를 길게 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안현은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슬쩍 봤지만 혀가 굉장히 기괴하게 생겼다. 일단 길기도 길지만 울퉁불퉁하게 생긴 것이 꼭 괴수의 촉수를 보는 것 같다. 혀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보니 유연성도 굉장히 좋아 보이는데 저런 걸로 여자를 괴롭힌다면…….
“하하, 흑형의 저 뱀의 혀는 이곳에서도 꽤나 알아주죠. 혀로 벽돌을 드는 훈련도 했다고 하던데 이곳에 와서 저런 거나 붙잡고 있답니다.”
“흠흠, 이렇게 생겼어도 전투쪽으로는 영 취미가 아니라. 자, 그럼 시작한다.”
혀를 뱀처럼 꼬던 흑인 남성이 토끼 여인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어깨를 으쓱 해 보인 해님 가면 사내도 뒤로 물러나 그 모습을 감상했다. 안현과 정하연 역시 숨을 죽인 채로.
“흐응~. 오랜만에 받는 거라 조금 긴장되는데.”
“받는 건 오랜만이지만 느끼는 건 바로 올 거니까 이 악물고 있어.”
“헤헤, 기대할게! 아읏?! 간지러워~.”
사내의 애무가 시작됐다. 처음엔 살짝 혀로 음부를 건드린다. 뜨거운 열기를 띈 혓바닥이 민감한 부위를 건드리자 여인의 하체가 움찔 떨려온다.
“하응, 흥, 흐으응……. 아, 진짜 잘해.”
토끼 여인은 순수하게 애무를 받아들였다. 우악하게 생긴 겉모습과는 다르게 흑인 남성의 행위는 섬세하기 그지없다. 이미 수차례나 몸을 섞은 사이다. 자신의 민감한 곳을 아주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마치 처음 관계를 맺는 것처럼 주변을 우선적으로 건드린다.
그렇게 여인의 몸에 천천히 문을 연다. 그런 얕은 자극에 서서히 몸이 달아오르는 걸 기다리면서 사내는 여인의 마음을 조금씩 넓게 열어간다. 흑인 남성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지금의 심심한 애무도 즐겁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흐응, 흣!”
톡톡 건드리는 혀. 서서히 단단하게 솟아오르는 음핵을 혀끝으로 건드리자 토끼 여인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움찔움찔 떠는 모습에 안현과 정하연도 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저도 모르게 행위에 집중을 하는 것이다.
지금쯤 얼마나 고조되고 있을까. 안현은 저도 모르게 다시 침을 삼켰다. 아마 자신이었으면 못 견디고 바로 달려들어 이 흥분감을 떨쳐내기 위해 열렬히 허리를 흔들었겠지.
“저것이 바로 흑형의 최대 장점이죠. 참고 참고 또 참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확 터뜨리는데 그게 보는 사람도 싸버리게 만든다니까요?”
안현의 그런 심정을 눈치챈 건지 해님 사내가 설명을 덧붙였다. 속으로 감탄하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안현은 순간 변하려는 분위기에 다시 행위에 집중했다.
“하읏, 으윽, 읏?!”
찔꺽, 찔꺽.
연신 할짝거리던 소리가 질척하게 바뀌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흑인 사내가 입을 크게 벌리며 음부를 한입에 먹을 듯이 덮어버렸다. 그의 목 근육이 크게크게 꿈틀거리는 걸로 보아 혀를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듯싶었다.
그의 목젖이 크게 꿀렁일때마다 여인의 하체가 꿈틀거린다. 그에 따라 음란한 소리 역시 함께 울렸고. 아마 혀를 깊숙하게 밀어 넣은 모양이었다. 중간중간 후루룩 거리며 애액을 삼키는 소리도 들렸다. 그런 음탕한 소리에 정하연도, 안현도. 해님 사내와 어느새 정신을 차린 퀸 역시도 입을 다물고 그 행위를 지켜보았다.
찔꺽, 찔꺽, 찔꺽, 찔꺽.
“하응, 흥! 흐응! 흐으으읏!”
자꾸만 들썩이려는 여인의 복부를 커다란 손으로 강제로 억누른다. 손이 어찌나 큰지 두 손만으로 여인의 배가 완전히 가려질 지경이었다. 그런 손으로 억누르니 당연히 움직일 수가 없을 터. 그 억제력이 몸 안에서 끓어오르는 쾌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흐앙, 흐응, 가, 가, 가아아아!”
“쮸우우우웁!”
그렇게 급격하게 타오른 불씨에 드디어 폭발이 일어났다. 여체가 들썩거리고 얇은 다리가 쭉 뻗어졌다. 허공을 찌르는 발끝이 파르르 떨리며 그녀가 느끼는 감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마치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살이 요동치는 모습에 지켜보던 모두가 조용히 침을 삼켜 넘겼다.
“흐으으, 흐으, 흐읏!”
“꿀꺽, 꿀꺽, 꿀꺽.”
흐느끼는 여인, 여인의 하체에 고개를 박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삼키는 남성. 조용히 그런 소리만 울리는 상태에서 침묵이 깨진 건 흑인 남성이 드디어 고개를 떼어냈을 때였다.
“흐음, 오랜만에 맛봐서 그런가? 조임이 조금 달라진 거 같은데?”
“으, 으으…….”
“너 요새 잘 안 온다 싶더니 다른 남자 만났냐?”
“그, 그런 건 갑자기 왜 묻는 거예요? 여운 좀 즐기려 했더니.”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쪽으로는 천재적이잖냐. 다른 사내 맛이 나더라고.”
힘없이 몸을 돌리는 토끼 여인의 엉덩이를 찰싹 때린 흑인 남성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까는 약간 줄어 있었던 남근이 어느새 우뚝 서 엄청난 위용을 내뿜는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는 안현과 정하연. 그런 그들에게 흑인 사내는 씨익 웃었다.
“자, 그럼 뉴페이스들 차례인가?”
“하하, 생각보다 빨리 차례가 찾아왔군요. 저희가 조금 일찍 끝내긴 했습니다만…….”
해님 사내가 말을 흐리며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어투였다. 안현은 슬쩍 고개를 돌려 정하연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안현으로서는 조금 막막한 기분이었다. 서로 보여주고 그 자극을 느끼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지만 확실히 이곳에 먼저 물들어 있던 이들의 행위를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당연한 이유였다. 상대가 보여줬던 테크닉은 자신으로서는 아직 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해님 사내의 말은 어려울 것 같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배려를 품고 있었으나, 마냥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둘의 행위는 본 상태였고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의외로 근본적인 부분에 있었다.
‘…난 뭘 하면 되지?’
둘은 자신의 장기라고 하여 앞서 두 행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자신은? 자신은 그저 정하연에 대한 애정과 욕망으로 단순한 섹스를 했을 뿐이다. 저들처럼 욕구를 즐기기 위해 했다기 보다는 정하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딱히 이런 쪽으로 무언가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저들에게 보여줄 건덕지가 그다지 떠오르질 않는다.
“…….”
“…….”
정하연 역시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안현은 그 시선과 마주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은 정하연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앞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정하연을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것을. 그것에 대한 크기를, 무언가 특별한 다른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내가……. 앞서 두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행위가 뭐가 있지?’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이 있지만 떠오르는 건 없다. 그렇게 잠시 동안 침묵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안현이 갈팡질팡하고있는 와중 먼저 움직인 건 정하연이었다.
“…누님?”
자신의 팔을 살며시 잡는 느낌에 안현이 움찔했다. 마주보는 시선에서 정하연의 희미하게 떨리는 눈동자가 보인다.
“…네가 편한 대로 하면 돼.”
“제가 편한 대로요?”
“응. 딱히 뭔가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그냥 우리 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니까.”
“…그래도 될까요?”
안현은 지금까지 기다려준 이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누가 강한 자극을 선보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지요.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남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주최자라 할 수 있는 해님 가면 사내가 긍정하자 다른 이들도 동의했다. 안현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정하연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조금 진정되긴 했으나 아직까지 떨리는 건 그대로다. 그건 정하연도 마찬가지인지 그의 팔을 잡은 손에서 떨림이 전해져 왔다.
‘…그래. 나만 곤란한 게 아냐. 하연 누님은 나보다 더 떨릴 거야.’
이런 쪽으로 조금 더 어려운 입장일 수도 있는 여성도 애써 침착하고 있다. 자신이 덜덜 떨 수는 없는 법.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평소대로 하면 된다. 정하연을 대할 때 가장 편했던 행위. 그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안현은 여전히 떨고있는 정하연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물빛을 띈 검푸른 눈동자. 이슬을 머금고 살며시 떨리는 눈동자를 보다가 문득 그녀의 붉은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아.”
상쾌한 물 향을 느낄 수 있는 탐스러운 입술을 보니 갑자기 갈증이 타오른다. 그가 정하연과 관계를 나눌 때 유독 집착하는 부위가 바로 입술이었다. 남녀간의 관계에서 가장 밀접한 부분이 성기의 교합이라지만, 정신적인 교감을 나눌 때 가장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키스였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그녀가 바라는 게 바로 이거였는지. 안현은 저도 모르게 끌리듯 정하연의 얼굴에 다가갔다. 코 앞까지 가까워지자 그녀 특유의 육향에 안현은 정신적으로 편안해 지는 것을 느꼈다.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서 안현은 다시 정하연과 시선을 마주했다.
“…….”
“…….”
안현의 애타는 눈동자와 정하연의 떨리는 눈동자가 교차한다. 그 시선 속에서 둘간의 수많은 대화가 오갔다. 이대로 괜찮겠냐느니, 떨리지 않느냐느니. 그런 시답잖은 대화 속에서 결국 최종적인 의미는 하나였다.
당신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 이런 자리에 오게 해 미안하다는 것.
그러한 감정교차속에서 둘의 입술이 드디어 맞닿았다.
“음.”
“…….”
뜨겁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가벼운 입맞춤. 마치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서로간의 입술이 맞닿은 걸로 둘은 전에 없던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다.
“아…….”
가볍게 닿은 입술이 천천히 서로에게 눌려지며 완전히 맞닿는다. 시선을 마주하던 둘은 어느새 차분히 눈을 감고 서로를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안현의 팔이 천천히 올라갔다. 옆으로 흘러내린 정하연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치워준 뒤, 그녀의 얼굴을 조심이 매만진다.
정하연 역시 살포시 안현의 옷자락을 잡은 상태였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서로를 붙잡으며 둘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 행위는 결코 음란하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모습만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크게 뒤흔들었다.
“쭙, 쭙.”
“응…….”
그렇게 서로를 느껴가던 입맞춤도 서서히 농밀하게 변한다. 맞닿은 입술이 꼼지락거리며 이제는 층을 이루고 서로에게 맞물렸다. 그 상태에서 상대의 입술을 입술로 물자 또다른 형태의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하아, 하아…….”
상대의 침으로 번들거리는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터져 나온다. 서로는 누가 뭐라 할 것없이 동시에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잔뜩 젖은 눈동자. 잠시 시선을 마주하던 둘은 다시 입맞춤을 재개했다.
“쭙, 쭙……. 쪽…….”
“흐응, 흥…….”
이전과는 다른 농밀한 입맞춤. 부드럽게 정하연의 얼굴을 잡았던 안현은 반대편 손 역시 들어올려 그녀의 얼굴을 완전히 붙잡았다. 그녀의 입술을 좀더 느끼고자 두 손으로 얼굴을 고정시키고 열렬히 그녀의 입술을 빨아낸다. 그런 그의 욕망을 모두 받아들여주 듯, 정하연도 안현의 옷자락을 두 손으로 힘껏 움켜쥐고 그의 행위에 호응했다.
열렬히 교차되는 입술. 그 사이로 서로의 입 안으로 침투하려는 혀가 어지럽게 얽혔다. 중간중간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보이는 혀의 교차는 그 어떤 행위보다 더욱 음란해 보인다. 그것을 보는 이들 중 하나가 크게 침을 삼켜낼 정도.
그렇게 둘만의 교감 속에서 어느덧 행위는 무르익었다. 입술 너머로 뜨거운 타액을 주고받던 둘은 누가 뭐라할 것없이 침대위로 쓰러졌다. 눕혀진 정하연 위로 안현이 얼굴이 그대로 떨어졌다. 그런 안현의 등을 꽉 끌어안은 정하연이 뜨거운 호흡을 흘리며 안현의 공세를 받아내었다.
“흐응, 흥, 쭙, 쭈읍.”
“츄릅, 쯉, 쭈우웁.”
본래 남녀의 관계에서 한단계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요소는 어두운 분위기와 침대였다. 단순히 입맞춤하는 것으로도 둘은 뜨겁게 타올랐지만 침대가 곁들자 그 욕망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어느새 주변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은 둘은 저도 모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안현의 손이 천천히 정하연의 옷가지를 벗겨간다. 겉옷이 벗겨지고 이내 그녀의 스커트 사이로 손이 침입했을 때,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자, 자. 거기까지.”
“아.”
“……!”
해님 가면 사내가 박수를 치며 다가오자 안현은 황급히 정하연에게서 떨어졌다. 정하연 역시 다급히 옷가지를 추스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참으로도 좋은 광경이었습니다. 이거 뒤통수 한대 맞은 기분인데요?”
“나 참. 키스 따위로 쌀 뻔한 적은 어렸을 때 말고는 처음이네.”
“…와.”
“…….”
지켜보는 이들의 감상평을 들으며 안현과 정하연은 얼굴이 타오를 듯 뜨거워짐을 느꼈다. 두 사내는 순수하게 감탄한 모습이었고 토끼 여인은 입을 벌리며 쳐다봤으며 퀸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시선을 던져온다.
“아, 하하…….”
괜스레 부끄러움에 안현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이 세워 앉았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하반신을 벗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그리고 빳빳하게 세워져 있는 양물을 본 순간 괜히 더 민망해짐을 느꼈다.
그것을 눈치챈 건지 해님 가면 사내가 다시 손뼉을 쳤다.
“자자, 다들 한번씩 순서를 돌았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볼까요?”
“다음은 뭘 준비했는데?”
“음, 내가 이번에 재밌는 걸 준비했거든? 잠시만.”
궁금해하는 토끼 여인을 뒤로하고 해님 가면 사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품 안에 자그마한 상자가 들려있는 상태였다.
“그게 뭐야?”
“자자. 너무 재촉하지 말고 자리에 가서 앉아봐.”
그의 말에 따라 세 남녀는 자신들의 자리에 가 앉아 대기했다. 침대는 총 세 개. 거기에 정해진 커플들이 앉아있는 상태에서 해님 가면 사내는 상자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특별한 손님이 오신다 하여 제가 특별히 준비한 ‘녀석’입니다. 사실 의도한 건 아니고 굉장히 희귀한 물체로써 우연히 손에 넣은 녀석인데요.”
해님 가면 사내가 손을 들었다.
“혹시 몬스터 혐오증 같은 게 있으신 분?”
“…몬스터 혐오증이요?”
“아, 별건 아니고 몬스터라 하면 죽어도 손대기 싫다거나 하는 그런 걸 묻는 겁니다. 혹시 있으세요?”
“으, 난 벌레 같은 건 싫은데…….”
토끼 여인이 질색하자 해님 가면 사내가 하하 웃었다.
“그런 건 나도 싫다. 그래도 귀여운 녀석이라고? 감촉도 좋고 말이야.”
“나야 뭐 상관 없다.”
“저도 딱히…….”
“나도 징그러운 것만 아니라면…….”
흑인 사내야 당연한 듯 끄덕였고 안현 역시 딱히 그런 건 없었기에 수긍했다. 토끼 여인은 조금 찜찜한 얼굴이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자연스레 시선이 정하연에게로 몰린다. 아직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는 중이었는지 정하연이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크게 상관은 없어요. 크게는…….”
“자, 그럼 잘됐네요. 이 녀석을 쓸 수 있게 되에서 정말 다행입니다.”
안심하며 해님 가면 사내는 상자의 뚜껑을 열여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이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이건…….”
상자에는 총 여섯 개의 유리병이 들어있었다. 당연히 유리병 때문에 놀란 건 아니었다. 문제는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미지의 물체.
녹빛과 보랏빛의 액체가 각 세 병씩 들어있다. 그냥 액체가 아닌지 그것들은 병 안에서 쉴새 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미량의 마력까지 느껴지는 걸로 보아 그의 말대로 이건 몬스터인 모양이었다.
“슬라임…….”
그것의 정체를 바로 눈치챈 정하연이 말하자 해님 가면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건 슬라임이라는 몬스터죠. 이게 제가 정말 어렵게 구한 건데 이놈들은 평소에 알고 있던 녀석들과 조금 다른 녀석들입니다.”
“뭐가 다른데에~?”
“여기 색깔이 다른 녀석들 보이시죠? 원래 보라색과 녹색이 합쳐진 게 한 개체인데 이게 한 연금술사가 마법적인 술식을 가미해 재미난 걸 만들었더라고요.”
해님 가면 사내는 녹빛 병과 보랏빛 병을 하나씩 꺼내 들어 뚜껑을 열기 시작했다. 병안에 든 슬라임을 테이블에 쏟아낸 그는 양 손으로 슬라임들을 집어 올려 보여주었다.
“슬라임은 분열되면서 순간적으로 감각 공유를 한다고 한다나 뭐라나. 여하튼 그것을 발견하고 마법으로 분열한 뒤 그 효과를 지속되게 연구한 게 바로 이놈들입니다.”
양 손에 각각 녹색과 보라색의 슬라임을 들어올린 그가 한쪽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반대편에 올려져 있던 슬라임이 움켜쥔 슬라임처럼 이리저리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자 보이죠? 한 녀석이 변하는 대로 움직이는 거.”
“그래. 근데 신기하긴 하다만, 그걸로 뭘 할 생각이지?”
“자자, 기다려봐. 자 그럼 이 보라색 슬라임을 각자 한 개체씩 드릴게요.”
그가 나눠주는 대로 안현과 흑인 사내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이것으로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의미를 파악하던 도중 해님 가면 사내는 미소를 띄며 퀸에게 다가갔다.
“간단합니다. 각자 자신의 파트너에게 가셔서 이것을 파트너의 질 안에 넣어줍니다.”
“…뭐?”
“예?”
순간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다들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다. 당연히 슬라임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내의 모습에 도도함을 유지했던 퀸 역시 경악을 면치 못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 따위의 것을 내……. 몸에 넣는다고?”
“응? 아, 뭐 몸에 해롭다거나 한 건 절대로 아니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제가 설마 당신의 몸에 해로운 걸 집어 넣겠습니까. 마이 퀸.”
“싫어. 몬스터 따위를 몸에 넣는다니. 가당키나 한 소리니? 네가 아주 미쳤구나?”
퀸의 격렬한 반응에도 해님 사내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 계속해서 다가갔다. 그가 지척까지 다가오고 있음에도 퀸은 여전히 도도하게 다리를 꼰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다가오기만 해봐. 규칙이고 뭐고 없을 테니까.”
“…하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퀸. 제가 언제 당신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적이 있습니까?”
“…내 말이 우습니? 그간 함께 어울려주니 내가 누군지 잊은 모양인데…….”
서슬 퍼런 목소리에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나름 강하다고 평가받는 안현과 정하연도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쥘 정도로 어마어마한 살기가 실내에 맴돈다.
“나를 화나게 하지 마렴. 지금 이 자리에서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하아.”
퀸의 완고한 모습에 해님 가면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이거 어쩔 수 없군요. 저번의 그 약속을 쓰는 수밖에.”
“…너?!”
살기까지 흩뿌리며 거부감을 표하던 퀸이 불현듯 몸을 떨었다. 고양이 가면 너머로 그녀의 노기가 흉흉하게 피어 올랐지만 사내는 떳떳하게 말했다.
“서로의 사생활에 치명적인 부분이 아닌 이상, 모든 부탁은 받아줘야 한다. 그 계약의 대가 지금 쓰기로 하겠습니다.”
“너 진짜……!”
“설마 이명까지 걸고 한 약속을 어길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그 고고한 ‘퀸’께서 말이죠.”
“…윽.”
둘간의 무언가 계약이 있었던 걸까? 살기를 흩뿌리던 퀸이 일순간 기운을 거두었다. 사내가 다시 슬라임을 주물럭거리며 다가갔지만 더 이상 퀸은 거부하지 않았다.
“몸에 해롭다거나 더럽다거나 한 건 절대로 아닙니다. 슬라임은 스스로 독한 산성을 만들어내 자가 소독을 하죠. 그 위력도 충분히 낮춰 놓았다 하니 오히려 질 내부를 세척시켜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몬스터따위를 내게 넣으려 하다니.”
“왜 여성들도 안을 소독해주는 게 건강에 좋다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재밌는 걸 준비해 놨으니 제 말을 따라주십시오. 마이 퀸.”
사내가 퀸의 무릎 앞에 꿇어앉자 조심이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퀸은 여전히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었으나 사내의 손에 의해 조금씩 다리가 벌려지고 있었다.
이윽고 활짝 벌려지며 다시금 그녀의 음부가 노출되자 해님 가면 사내는 조심스럽게 슬라임을 그녀의 음부에 가져다 대었다.
“크게 어려울 건 없습니다. 그냥 가까이 가져가시면 요놈들이 알아서 질 내부로 침입해 들어갈 겁니다. 음의 마력을 포함시켜 놓은 녀석이라 여성의 깊은 곳을 좋아하거든요.”
“…읏?”
그의 말마따나 슬라임은 여성의 질에 닿자마자 꿈틀거리며 음부 위로 찰싹 달라붙었다. 마치 벌레가 닿은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던 퀸이었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슬라임은 꿈틀거리며 그녀의 질을 벌리고 그 안으로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내, 내 뱃속에……. 저런 몬스터가…….”
“자자. 여러분들도 바로 따라해주세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저를 믿고 따라 주시면 됩니다.”
여전히 떨리는 얼굴로 자신의 아랫배를 어루만지는 퀸을 보며 다른 여인들 역시 움찔 몸을 떨었다. 사내들도 망설이는 건 마찬가지. 오죽하면 이쪽 세계에서 오래 지내온 흑인 남성도 조금 거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자, 퀸께서도 벌써 하고 기다리시는데 계속 망설이실 겁니까?”
“…이거 제거할 수는 있는 겁니까?”
“물론이죠. 그냥 가볍게 마력을 흘려주시면 알아서 기어나올 겁니다. 설마 그런 대책도 없이 이걸 꺼내 들었겠습니까?”
대책도 쉽다 한다. 그 말을 들어서인지 정하연은 작게 한숨을 흘렸다. 그녀가 안현의 팔을 잡아 끌었다.
“…누님?”
“이리와……. 하자.”
정하연이 먼저 선뜻 나설 줄은 몰랐는지 안현을 비롯한 다른 일행들도 놀란 얼굴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중요 부위를 보이기는 아직 거부감이 있는지 그녀는 안현을 이끌고 침대 반대편으로 돌아 앉았다.
천천히 스커트 안에서 속옷을 벗어 내리는 정하연을 본 토끼 여인도 흑인 사내의 팔을 이끌며 다리를 벌렸다.
그렇게 스스로 준비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해님 가면 사내가 만족스런 미소를 띄었다.
“…넌 진짜 색에 미친 놈이야.”
“오, 마이 퀸. 제게 있어 가장 최고의 칭찬인 거, 알고 계시죠?”
“…어련하시겠어?”
퀸의 핀잔에도 사내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결국 먼저 항복한 건 퀸이었다.
“하아……. 네가 그 약속까지 꺼내니까 어쩔 수없이 한 거지만, 만약 실망스러웠다가는……. 알지?”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는 저도 꽤나 기대하고 있는 거니까. 그리고 이번으로 끝낼 생각도 없고요.”
“…너.”
대충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퀸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자 해님 가면 사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그가 바라던 준비가 끝이 났다.
#004
준비 시간은 생각보다 조금 더 걸렸다. 지척까지는 어느정도 진행됐지만 막상 슬라임을 삽입하는 데는 조금 망설임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읏……?! 이거 뭐야……. 느낌 이상해!”
“꼬물꼬물 들어가는데? 야, 여기 보지살 떨리는 것 봐봐!”
먼저 삽입을 한 것인지 흑인 사내 쪽의 커플에서 소란이 일었다. 그 모습을 보던 정하연은 눈을 꼭 감았다.
“…넣어.”
“…네. 넣을게요.”
이미 여기까지 왔다. 여기서 물러난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정하연은 자신의 아집으로 이 자리를 번거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 할거면 확실하게 해야한다.
그렇게 눈을 꼭 감은 정하연이 스커트를 들어올렸다. 스타킹과 속옷은 이미 벗어 한쪽에 둔 상태. 앞서 느꼈던 자극으로 이미 흠뻑 젖어있는 그녀의 음부가 서서히 드러났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바로 뺄 테니까.”
“…응.”
아무래도 두려움이 있어 보이는 모습에 안현 역시 편한 마음은 아니었으나, 한편으로는 약간은 기대되는 기분이 없지않아 있었다. 사랑하는 이의 소중한 곳에 자신이 아닌 다른 생물이 삽입된다. 그 배덕감 어린 사실만으로 안현의 양물은 이미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그렇게 안현이 들고 있던 슬라임이 천천히 속살에 다가갔다. 그곳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스스로 무언가를 냄새 맡았는지 슬라임이 크게 요동쳤다. 그리고 잠시 후.
“아읏……!”
지척까지 다가가자 슬라임이 안현의 손바닥위에서 뛰어들었다. 정하연의 음부에 찰싹 붙은 보라색 슬라임이 꿈틀거리며 좁은 살틈을 비집고 점차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 읏!”
“괘, 괜찮아요?”
“으, 응……. 조금 이상한 느낌이긴 한데 크게 나쁘지는…….”
자신의 음부 속에서 꿈틀거리며 들어오는 감각에 정하연이 쓰게 웃었다. 기분이 조금 나쁘긴 해도 통증으로 따지면 처녀를 잃었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정하연 쪽도 준비가 끝난 듯 하자 해님 가면 사내가 다시 일행들을 불러모았다.
“자자, 이쪽으로 와주시고. 아까는 우리 남성분들이 여성분들한테 봉사를 했으니까 이번엔 여성분들께서 봉사를 해주는 차례를 가져보죠.”
침대에 안현과 흑인 사내를 앉힌 해님 사내가 테이블에서 나머지 슬라임들을 가져왔다. 초록색 슬라임.
“그걸로 뭘 하려고?”
“지금 여성분들 안에 슬라임이 들어가 있죠? 지금 남자용인 초록색 슬라임을 남성용 성인 도구처럼 사용할 겁니다. 오나홀, 아시죠?”
따로 만져본 적은 없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대강은 알고 있는 정하연이었다. 여성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해님 사내가 문득 슬라임을 나눠 주려다가 멈칫했다. 그가 씨익 웃었다.
“하지만 그냥 하면 재미 없으니까. 하나의 트릭을 넣어보도록 하죠.”
“…트릭이요?”
“예. 이렇게요.”
세개의 초록색 슬라임을 들어올린 사내가 돌연 슬라임들을 섞기 시작했다. 마치 저글링을 하는 서커스처럼. 이리저리 슬라임을 섞던 그가 여인들에게 슬라임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이건?”
“하하. 서로의 파트너에겐 허락없이 손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간접적인 영향이라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 설명을 들은 모든 이들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방금 유심히 보지 않아서 어떤 슬라임이 자신의 파트너의 것과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즉, 누가 누구의 것을 사용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설마 그런 방법을 생각해낼 줄이야. 기발한 생각이라며 환호하는 흑인 사내와 토끼 여인과는 달리 안현과 정하연의 얼굴엔 그늘이 졌다.
‘이러면 누님의 그곳을 다른 남자가 느낄 수도…….’
‘현이가 아닌 다른 남자의 그것을…….’
애초에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그들이다. 비록 직접적인 삽입이 아니라고는 하나, 서로에게 다른 이들의 손이 닿게 할 생각은 없었기에 걱정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둘의 몸은 전에 없던 부류의 흥분감으로 뜨거워지고 있는 중이었다. 배덕감. 서로가 아끼는 상대가 다른 이들에게 희롱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현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꿈틀대며 발기하고 있는 안현의 양물만 봐도 그가 어떤 심정을 하고 있는지 정하연은 대강 눈치챘다. 그리고 본인 역시 뱃속의 요동이 느껴질 정도로 잔뜩 흥분하고 있는 상태였고.
다만 안현은 자신에게 느끼는 죄책감 때문에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정하연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알겠어요. 하나 이리 주세요.”
“누, 누님?”
“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자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고르시죠.”
정하연은 망설임없이 하나의 슬라임을 집어들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머지 두 여인 역시 하나씩 슬라임을 배정받았다.
“…생각보다 감촉이 나쁘지는 않네?”
“맞아요. 고체형 젤을 만지는 기분이랄까? 근데 이상하네요? 다들 슬라임을 만지고 계시는데 딱히 안에 느껴지는 건…….”
“아, 그건 아직 슬라임들의 링크가 연결되지 않아서 그래. 가만히 주물럭거려주면 알아서 연결될 테니 조급해하지마.”
그렇게 설명한 해님 사내는 안현과 흑인 남성의 사이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그 역시 크게 흥분하고 있는지 길다란 양물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상태였다.
“자, 그럼 여성분들은 각자 파트너 앞에 자리를 잡아주세요. 슬라임의 링크도 슬슬 연결시켜 주시고요.”
그의 말에 따라 각 여성들도 자신의 파트어의 앞에 가 조심이 꿇어앉았다. 퀸이 자기가 왜 무릎을 꿇어야 하나며 투덜거렸지만 해님 사내가 계약을 들먹이자 얌전히 꿇을 수밖에 없었다.
“자자, 마구마구 주물러주세요. 그럴수록 슬라임들이 크게 뜨거워질 겁니다. 그 온도가 올라올수록 본인의 질 내부 온도까지 연결된다는 뜻이니까 충분히 뜨거워지도록 마구 주물러주세요.”
천천히 주물러지는 손가락들. 질척거리는 감촉에 여성들이 다들 질색하는 얼굴이었으나 그럴수록 그들의 얼굴 역시 붉게 상기되고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상황. 그리고 조금씩 안에서 느껴지는 슬라임의 움직임이 그녀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흐읏?!”
그러던 중, 토끼 여인이 돌연 몸을 움츠리며 헐떡거렸다. 자극이 심하게 왔던 모양. 반사적으로 그녀를 쳐다본 남성들이 하나같이 마른침을 삼켰다.
“…….”
“…….”
그 뿐이랴. 비명만 내지르지 않았을 뿐이지 정하연과 퀸 역시 상황은 다를 바 없었다. 이를 악물며 신음을 참아내고 있는 정하연과 이미 입술을 꾹 깨물고 있는 퀸의 모습 역시 사내들의 크게 흥분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흠흠, 자 예열은 충분히 되셨나요?”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다들 입을 다물고 신음을 참고 있을 뿐.
“자, 그럼 이제 슬라임을 잡아서 모양을 만들어주시고. 파트너의 물건에 천천히 꽂아주시면 됩니다. 아, 첫 삽입은 다같이 동시에 하도록 하죠. 서로 누가 누군지 알 수 없게 최대한 비슷한 템포로 가도록 합시다.”
그의 말마따나 여성들은 두 손으로 조심이 슬라임을 만졌다. 누구는 동그랗게, 누구는 길쭉하게. 각자 조금은 다른 모양으로 슬라임을 뭉친 여성들은 달뜬 호흡을 흘리며 파트너의 양물에 가져갔다.
“하하, 일단 입구에 대시고. 천천히. 천천히 삽입해주세요.”
찔꺽……. 찔꺽…….
“으읏……!”
“흡……!”
“……!”
천천히 내려가는 슬라임. 양물을 조금씩 먹어 들어가기 시작한 슬라임들이 꼬물거리며 움직인다. 질척한 슬라임의 감촉에 사내들 역시 숨을 들이키며 허리를 세웠다. 질척한 감촉이……. 정말로 여성의 안을 느끼는 것과 같다.
“하윽……!”
“…윽!”
“…아. 아아……. 이렇게 깊게 들어오는 건……. 틀림없이…….”
완전히 슬라임이 뿌리까지 내려갔다. 링크 때문일까? 질속에서 꿈틀거리던 슬라임들이 점차 단단하게 굳어가며 하나의 형태를 이루었다. 그것을 느끼며 여인들은 하나같이 몸을 들썩거렸다.
“…와우. 이건 완전히…….”
“…으윽!”
“여자의 질 내부랑 똑같네.”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 링크라 말만 들었지 이런 감촉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감탄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유지됐다. 들리는 건 여성들의 달뜬 신음소리뿐. 그저 단 한번의 삽입으로 이들 모두 전례 없던 어마어마한 자극을 느끼고 있었다.
“…자, 슬슬 천천히 움직여볼까요?”
“으, 으응.”
해님 사내가 정신을 차리고 말하자 토끼 여인도 숨을 들이켰다. 흑인 사내의 양물을 감싼 슬라임을 잡은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폭주할 것만 같다. 그녀가 천천히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자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슬라임이 빠져나왔다.
“허억!”
“흐응, 흥……!”
그것을 시작으로 여인들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들썩이는 슬라임들. 끈적한 분비액을 남기며 양물이 노출됐다가 다시 슬라임에 먹히는 것이 반복된다.
“으, 으윽?! 누님……!”
“흡, 흡……. 흐응, 읏.”
지금까지 보며 느꼈던 자극으로 크게 흥분해 있다. 이 상태에서 여성의 뜨거운 느낌을 느끼니 안현은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가 애타게 내려보자 정하연 역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런 정하연의 얼굴을 본 순간 안현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누, 누님?”
“아, 아아……!”
정하연의 얼굴이 울상으로 얼룩져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다급한 얼굴에 안현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얼굴을 아주 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자신이 그녀를 붙잡고 몇시간 동안 놔주지 않았을 때. 그때 결국 그의 체력을 감당 못한 정하연이 저런 얼굴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이미 바닥난 체력. 계속되는 오르가즘에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진 몸이 더 이상 쾌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졌을 때. 그럴 때만 보여주었던 얼굴이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은 단순히 삽입만 했을 뿐인데 저런 얼굴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조임은……. 누님이 아니야.’
자신의 여성 경험이라고는 정하연이 전부다. 그렇기에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아니, 그래서 더 확신한다. 자신의 양물을 조였다 놨다 하는 이 질감은 평소에 안던 정하연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는 것은 정하연의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건 다른 사내라는 소리.
‘누가……. 누가 누님의 슬라임을 사용하고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안현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활활 타오르는 기분이었다.
‘누님의 이런 얼굴을 삽입만으로 만드는게 대체……!’
질투심. 자신이 몇시간을 붙잡고 눌러야 볼 수 있는 얼굴을 단번에 내보이게 한 사내에게 미칠듯한 질투심을 느꼈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그런 와중 문득 옆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하연과 안현, 둘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손으로 남근을 붙잡고 반대편 손으로 슬라임을 쉴새 없이 위아래로 흔드는 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힉?! 히익! 너, 너무 빠, 빨라요오옷!”
“시, 시끄러워. 감칠 맛나서 못 참겠어!”
슬라임을 매섭게 흔드는 건 퀸이었으나 정작 신음소리는 토끼 여인에게서 들려왔다. 토끼 여인은 어느새 자세를 무너뜨리고 쓰러진 상태였다. 아직 남근을 감싼 슬라임에서 손을 놓지는 않았으나, 바닥에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자세였다.
안현과 정하연은 둘다 입을 다물고 토끼 여인을 바라보았다. 옆으로 기울어져 있기에 그녀의 음부가 훤히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쉴새 없이 움직이는 슬라임 덕에 조갯살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
“…….”
저것 역시도 꽤나 충격적인 장면.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는 와중, 결국 토끼 여인이 절정에 이르렀다.
“히이익?! 너, 너무해요오오!”
원망스러운 얼굴로 퀸을 노려보던 토끼 여인이 턱을 하늘로 쳐들었다. 바들거리며 이를 악물더니 이내 축 늘어진다.
“허어, 그렇게 과격하게 보내 버리면 나는 무슨 재미를 보나?”
“시끄러워. 이런 식으로 언제 끝내려고? 감칠맛 나는 건 딱 질색이야.”
“참나.”
흑인 사내가 불만인 듯 중얼거렸으나 퀸은 본체만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그녀의 시선이 정하연에게 향했다.
“일단 내가 들고있는 건 저 꼬맹이에게 들어있는 것 같고. 그쪽이 들고 있는 건…….”
“허어, 마이 퀸이시여. 그걸 알아가는게 이번 게임의 묘미인데 밝히시면 어떡합니까.”
“…흐응. 괜히 답답해서 그렇지.”
퀸 역시 무언가 불만인 어투로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안현의 양물에 강렬히 향했다. 그 시선을 노골적으로 느낀 안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금 나한테 꽂혀있는 이 슬라임이 퀸의…….’
포근히 감싸주는 정하연의 질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빨아들이는 감각이 왠지 퀸의 드센 성격과 어울렸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정하연의 안을 채우고 있는 건 바로…….
“끄응.”
쓰러진 토끼 여인 때문에 아무런 움직임도 할 수 없는 흑인 사내의 물건이겠지. 안현의 시선이 슬그머니 그리로 향했다. 길이는 해님 사내의 것과 비슷하고 굵기는 자신을 웃돈다. 그런 물건이 정하연의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문드러지는 것 같다.
“이거 내 파트너는 이미 반쯤 나자빠진 거 같은데 내가 움직여도 되나?”
“하아. 뭐 어쩔 수 없지. 마이 퀸. 다음부터는 그 충동 좀 참아주십시오.”
“시, 시끄러워. 근데 다시 시작 안 할거야?”
퀸의 핀잔에 정하연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다른 사내를 살피는 안현과는 다르게 안현의 안색 만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눈치챘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아니면…….’
자신에게 느끼는 질투심. 여성으로서는 기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벅차 오르는 감정은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존재감을 더욱 민감하게 해줄 뿐이었다.
“읏샤! 나도 본격적으로 해볼까?”
아무래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지 흑인 남성이 슬라임을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자 정하연은 다시 이를 악물어야 했다. 안현이 다시 자신을 바라봐 온다. 신음을 흘려버리면 안현은 크게 질투하겠지.
“흡, 흡……!”
자신을 좋아해주는 안현을 배신하고 싶지 않다. 이미 배신은 김수현에게 한 것만으로 족하다. 정하연은 그리 생각했다. 해서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았다.
“…….”
그러나 일그러지는 얼굴은 어쩔 수 없는지 흑인 사내의 움직임에 따라 그녀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안현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일그러졌다.
“누님…….”
“흐읏, 흣……. 흐응, 흣……!”
뱃속을. 아니, 자궁까지 깊이 들어온 슬라임이 쿵쿵 안을 찧는다. 가벼운 충격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뇌가 같이 흔들리는 기분이다. 그런 어마어마한 자극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안현의 시선은 그런 그녀의 몸을 더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누님. 그렇게…….”
“흣, 흐읏!”
“그렇게 좋아요? 다른 사람의 물건이……?”
“흐윽! 흐아앙!”
결국 참지 못한 안현의 물음에 정하연 역시 터져버렸다. 그런 질투심이 그녀의 이성을 뒤엎어버릴 정도로 크게 자극했다. 물기가 가득한 신음에 안현의 얼굴이 멍해졌다.
“누, 누님……?”
“커……. 커서……! 숨도 못 쉬겠……. 흐익?!”
철퍽, 철퍽, 철퍽.
결국 정하연이 허물어졌다. 몸을 움츠리며 그녀가 상체를 숙이자 안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들리는 격한 마찰 소리. 열렬히 손을 움직이는 흑인 사내 역시 자신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쾌감에 헐떡이는 정하연을. 흑인 사내는……. 지금 슬라임을 통해 정하연을 범하고 있었다.
“끄윽, 조임이 이거……. 자꾸 해달라고 하는 것 같아 참을 수가 없군.”
“…다, 당신 그거…….”
“계속 하시지요. 둘의 애틋한 그 대화가……. 생각 외로 꼴려서.”
저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 쥔 안현은 해님 가면 사내의 만류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분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애초에 이런 자리였다. 이런 걸로 뒤집어 엎을 수는 없는 법.
더군다나 해님 사내의 다리 사이에 꿇어앉은 퀸이라는 여인의 존재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또다시 흐름이 끊겨서 인지 사나운 눈빛이 안현을 노려본다.
“흐응, 항, 하응, 흐으윽!”
“끄으윽!”
그런 시선 속에서 정하연과 흑인 사내의 끓는 듯한 신음만 들렸다. 철퍽이는 소리가 점점 더 빨라지고 그런 만큼 정하연의 신음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누, 누님…….”
“흑, 흑, 흐윽. 흐읏! 나, 나, 나, 가아아앗!”
푸슈슛, 푸슈슉.
“끄어억~.”
안현은 자신의 허벅지를 꽉 잡은 정하연의 손으로부터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얼마나 느끼는 걸까? 정하연의 손톱이 허벅지를 긁고 있었다.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묻고 크게 경련하는 여인. 그런 그녀의 하복부에서 쪼르르, 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안현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흑인 사내를 바라보았다. 슬라임을 뿌리 끝까지 내린 뒤 허리를 들썩거리고 있다. 녹빛 슬라임 너머로 대량의 정액이 서서히 슬라임에게 흡수되는 것이 보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저 정액도 같이 링크가 되는 걸까? 그러나 그걸 물어볼 여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안현은 고개를 내려 자신의 남근을 감싼 슬라임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흑인 사내의 것과 마찬가지로 하얀 정액이 섞여 들어가고 있다. 움찔거리는 슬라임. 정하연과 흑인 사내의 절정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사정해버렸다.
“…….”
“하, 진짜 어이가 없으려니까.”
그런 한심한 모습을 지켜보던 퀸이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터벅터벅 걸어와 아직도 흐느끼는 정하연을 옆으로 밀쳐냈다.
“흑.”
“누, 누님? 이봐요! 지금 뭐 하시는 겁……!”
“시끄럽고. 꼬마야.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엄청 실례하고 있는 거 알고 있니?”
“…….”
“감히……. 감히 내게 두 번이나 창피를 줘?”
정하연을 발로 밀쳐낸 퀸에게 순간 분노가 치솟았으나 그것보다 더한 살기 어린 눈빛에 안현은 입을 다물었다. 아니, 다물어야 했다. 이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하, 참. 아무리 좋아서 물고 빨고 하는 사이라지만 좀 충격이네. 나를 놓고 두 번이나 한눈을 팔다니. 내가 이 치욕을 그냥 넘어갈 것 같아?”
“마, 마이 퀸? 일단 진정을…….”
“입 다물어.”
시종일관 우위를 점해오던 해님 가면 사내도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지금 그녀는 장난을 하고 있는게 아니란 것을.
“건방지게……. 다른 여자를 보면서 내 안에 싸질러?”
“…호, 혹시 정액도 링크가 되는 겁니까?”
“그게 가능할거라 생각하니? 근데 그 뭐 같은 감각은 그대로 전해져 오거든.”
아직까지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하연. 그런 그녀에게로 다가가 퀸은 다리를 휙 움직였다. 그녀의 발끝에 걸린 스커트가 휙, 들춰진다. 이윽고 드러난 정하연의 하부를 본 순간 안현은 입을 쩍 벌렸다.
음부에서 한마디 정도 빠져나와 있는 슬라임. 반투명한 슬라임 너머로 활짝 열린 음부 내부가 훤히 보인다. 사용자 설정으로 인한 시력 강화로 하나하나 다 보였다. 아직까지 움찔거리는 질벽이……. 파르르 떨리는 그 모습이 정하연의 상태를 나타내준다.
“아주 제대로 느꼈나 보네. 뭐, 이해는 해. 처음으로 저 거물을 맛보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지.”
“…큭!”
“근데 말이지?”
퀸이 다시 안현에게로 걸어왔다.
“좀 해보면 느낄 수 있어. 단순히 큰 것보다…….”
그녀가 길게 뻗은 다리를 놀려 안현의 다리 사이로 내밀었다. 그녀의 발끝이 안현의 남근을 감싼 슬라임에 닿는다.
“…읏!”
“너처럼 확실한 모양을 가진……. 단단한 게 더 낫다는 걸 말이야.”
발 끝으로 느껴지는 감각과 동시에 마구마구 조여오는 슬라임. 갑작스레 머리를 강타하는 쾌감에 안현은 멍하니 퀸을 올려다 보았다.
“…그 뜻은.”
“네 노력 하에 따라 네 물건이 더 훌륭할 수도 있다는 거지.”
“어떻게…….”
저도 모르게 안현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겁니까?”
안달 나다 못해 애절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퀸은 짙게 웃었다. 여왕. 그야말로 남자를 지배하는 여왕 같은 모습이었다.
“글쎄~?”
“…예?”
“그걸 내가 왜 알려줘야 하지?”
“아, 아니.”
어이없다는 얼굴로 되물으려던 안현은 순간 아래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몸을 떨었다. 퀸의 발이 더욱 강하게 남근을 짓누르고 있다.
“얘. 네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여전히 남근을 밟은 채로 그녀가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거의 이마가 맞닿을 정도로 숙인 퀸이 말했다.
“지금 네가 나를 망가질 정도로 만족시켜줘도 모자를 판이란다. 혹시 아니? 네가 헐떡거리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내 마음이 움직여질지?”
“…노, 노력해 보겠습니다.”
“흐응~. 조금 얼빠진 대답이지만 뭐, 일단 지켜는 봐 줄게. 그러려면 일단.”
안현의 사타구니를 짓누르던 다리를 내린 퀸이 아까처럼 안현의 다리 사이로 꿇어 앉았다. 그녀의 매혹적인 시선을 바라보던 안현은 천천히 뻗어오는 두 가닥의 가는 손을 보았다.
“죽어가는 이것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니?”
“아, 죄, 죄송합니…….”
“나도 내 몸에 나름 자부심이 있거든. 다른 여자들한테 전혀 안 밀린다고 자신하는데…….”
고혹적인 목소리에 안현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붉은 입술을 스쳐 내리며 풍만한 젖가슴을 움켜쥐는 모습에 안현은 다시금 뜨거운 열기가 몸에 차오르는 걸 느꼈다.
“아니니?”
“아, 아니요. 맞습니다.”
순식간에 자신의 몸에 홀린 안현을 보며 퀸은 그의 사타구니에 있는 슬라임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찌걱, 찌걱…….
“그래……. 그러면 그 욕정을 이제 나한테 풀어 줄래?”
“네…….”
다시금 진득하게 얽혀오는 슬라임을 느끼며 안현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느껴지는 이 감각……. 이 감촉의 근원지일 여인이 스스로 슬라임을 움직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또다른 흥분감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래……. 좀더 힘차게……. 발기하렴?”
“…네.”
그리고 그런 그의 반응을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는 퀸은 조금씩 만족스러운 숨을 흘리며 손을 움직였다.
#005
찌걱, 찌걱, 찌걱.
질척한 음란한 소리가 방안을 메운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서 일까? 실내는 고요함만 돌았다.
그런 분위기에서 조용히 질척이는 소리만 들리니 당연히 그것에 신경이 갈 수밖에. 방 안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천천히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침대에 앉아있는 안현의 다리 사이에 앉아 조용히 손을 놀리는 여인. 풍만한 가슴을 부드럽게 출렁거리며 손을 부지런히 놀리는데 그녀의 손에 들린 슬라임 오나홀이 커다랗게 부푼 남근을 꿀꺽꿀꺽 삼켰다 뱉기를 반복했다.
“하윽, 윽!”
뜨거운 열기가 이쪽 저쪽으로 전해진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봉사 행위지만, 이미 저 슬라임 오나홀을 사용한 이상 단순한 봉사가 아니었다. 사내에게 있어 단순한 봉사지만, 여인에게 있어는 단순한 자위 행위.
퀸의 손이 점점 빨라진다.
척, 척, 척, 척.
“으응, 점점 단단해지네……?”
“윽, 읏. 읏!”
“이제 쌀 거 같니?”
매혹적인 미소를 짓는 여인의 물음에도 안현은 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악물며 사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아, 아니요. 아직 멀었습니다.”
“킥, 고집부리기는. 그냥 싸버리지 그래?”
퀸의 비웃음. 저것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흑인의 거물에 단숨에 절정에 이른 정하연. 자신도 얼마 보지 못한 얼굴을 단숨에 이끌어낸 흑인의 물건보다 더 나은 물건을 가질 수도 있다고 퀸이 말했다. 그럴 수 있는 기회까지 줬는데 이렇게 단시간에 싸버리면 면목이 없다고 해야 할까?
단순한 사내의 오기. 그것이 우스운지 퀸은 계속해서 웃음을 흘렸다.
“남자들은 착각하는 게 있지. 여자들에게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억지로 사정을 참으려 한단 말이야.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말이지.”
“…예?”
“생각을 해보렴. 남자와 여자가 섹스를 해. 근데 남자가 아무리 쑤시고 박아도 싸지를 않아. 그럼 여자가 뭐라고 생각할까?”
“……?”
아래에서 올라오는 쾌감과 퀸의 질문을 받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에 안현은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퀸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지. 이 남자는 내 몸으로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걸까? 내가 어디 문제가 있는 건가? 저 남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고요?”
“당연한 이야기 아니니? 반대로 생각을 해보렴. 네가 아무리 혼신을 다해 허리를 흔드는데도 여자는 도저히 갈 생각을 안 하네? 넌 뭐라고 생각할 거니?”
“아.”
입장을 바꾸어 예시를 들으니 뭔가 단번에 확 와 닿는 느낌. 안현은 단박에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싸버리면 좀……. 윽!”
“이래서 남자들은 바보라는 거야. 내가 말했잖니. 중요한 건 따로 있다고.”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저은 퀸이 돌연 손놀림을 빠르게 가져갔다. 한 손으로 슬라임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반대편 손은 음낭으로 가져간다. 손바닥 안으로 살포시 음낭을 잡더니 천천히 주무르며 손가락 끝으로 회음부 부근을 자극하자 안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 윽!”
“여자들은 말이야. 자기 몸으로 남자가 잔뜩 즐겨 주길 바라거든. 그러니까 열심히 움직여서 빨리빨리 싸 내란 말이야.”
“자, 잠깐만……!”
갑작스러운 쾌감의 폭풍에 안현이 하체를 비틀었다. 하지만 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더욱 깊숙이 몸을 집어넣으며 안현의 하체를 꽉 붙들어 맸다. 팔꿈치로 허벅지를 짓누르면서 커다란 가슴을 자극하고 있는 중요 부위에 맞닿게 한다. 단순한 슬라임 감촉 너머로 부드러운 감각이 전해지자 안현이 헛숨을 들이켰다.
“참지 말렴. 과하게 참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도 있으니 시원하게 내렴.”
“윽? 아, 아!”
푸슉, 푸슈슉, 푸슛!
사내의 심금을 자극하는 은밀한 음성에 안현이 결국 폭발했다. 허리를 크게 들썩이며 온 힘을 다해 사정하기 시작했다. 어찌나 매서운 기세인지 슬라임 너머로 정액이 뚫고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 힘찬 발사에 퀸의 눈이 동그래졌다. 생각보다 쓸 만한 물건이라는 것을 바로 꿰뚫어본 것이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퀸을 정하연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가는 현이의 모습은…….’
평소에도 자주 보는 듯한 모습이지만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 말로 표현하자면 저렇게 영혼까지 토해낼 정도로 강력하게 느끼는 모습은 왠지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었다. 마치, 자신과 첫 관계를 맺었을 때의 모습 같다고 해야 할까?
모든 걸 걸고 자신에게 고백하며 그의 욕망을 받아주었을 때의 그날. 안현은 진정 온몸으로 울며 자신에게 모든 울분을 쏟아내었다. 아무리 술기운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런 안현의 행위를 받아준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그의 진심이 전신으로 느껴져서가 아니었던가.
그 이후 안현과 수없이 많은 관계를 나누면서 그런 감각은 점차 옅어져 갔다.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나 처음과 같이 뜨겁기만 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익숙해져 가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며 형태가 변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은 불타는 욕망이었지만, 지금은 따뜻한 애정……. 그게 정상적인 변화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어. 나는 그저…….’
하지만 지금 그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안현을 본 순간, 정하연은 애써 숨겨두고 있었던 마음이 들춰지는 것을 느꼈다. 안현이 자신에게 보이는 형태가 변한 애정.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납득을 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그저 애써 자위하고 있던 거야.’
안현의 행위에서 처음에 느꼈던……. 혼을 불태우는 듯한 간절한 욕망이 점차 사라져가며 정하연은 조금 아쉽다고, 더욱 더 자신을 간절하게 느껴줬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가져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이 점차 사라지면서 다른 것으로 그 욕망을 채웠다. 김수현과 수정구 통신을 하며 은밀하게 안현과 관계를 맺는 플레이, 녹화용 수정구에 행위를 담아 음지에 여기저기 판매하는 행위 등. 그런 조금은 비틀린 행위를 해가며 빠져나간 그 열기를 그동안 대용하고 있던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끝이 결국 이런 자리에까지 참여하게 된 것이고.
“시원하게 싸질렀네? 하지만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여기서 끝내는 건 너와 같은 남자들이 지금껏 생각했던 대로 최악의 남자들이나 하는 거니까.”
자신과는 달리 남성을 잘 아는 듯해 보이는 퀸. 그런 여인의 행위를 정하연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역시나 능숙하게 오나홀을 빼내며 흠뻑 젖어 있는 안현의 남근을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물건을 집는 듯한 행위가 아니라, 소중한 아기를 쓰다듬는 듯한 모습. 손가락으로 스치듯 어루만지는 손길에 반쯤 힘을 잃었던 안현의 남근이 다시 힘을 내며 서서히 곧게 뻗어진다.
‘나……. 인정할 게……. 아니, 인정할 수밖에 없어…….’
오나홀도 씌워지지 않은 안현의 남근을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이 쥐고 위아래로 흔들고 있다. 이미 한번 사정해 민감해진 터라 안현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그런 모습을 보는 정하연은 살며시 가슴에 손을 올렸다.
두근. 두근. 두근.
쿵쾅쿵쾅 뛰는 심장. 안현이 다른 여자에게 꼼짝달싹 못하고 느끼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덩달아 흥분하고 있었다. 그런 안현을 보며 자신 역시 뜨거운 용암속에 몸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히 쌓인다.
‘나는 한없이 음란한 여자였어…….’
머리끝까지 차오른 열기. 정하연은 저도 모르게 가슴팍에 올렸던 손을 펼쳤다. 그리고 거기에 닿는 볼록한 언덕을 천천히 오므리며 주물렀다. 부드럽게 일그러지는 감각과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열기에 정하연은 그동안은 생각지도 못했던 과감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음?”
가슴을 주무르며 반대편 손으로 천천히 스커트 자락을 들어올린다. 누군가 봐줬으면 싶다는 생각. 그 끝에 다른 대상은 다름아닌 자신의 내부를 방금까지 헤집었던 흑인 사내였다.
그런 은밀한 욕망을 바로 느낀 건지 흑인 사내의 시선이 바로 정하연에게 향했다. 처음에는 놀란 듯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진득한 미소로 뒤바뀐다. 치맛자락이 들리며 드러난 비부. 이미 그녀 자신에게서 흘러내린 애액으로 젖어 뜨거운 열기를 가득 흘리고 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흑인 사내가 조용히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더니 가까이 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정하연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저절로 무릎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누, 누님?”
퀸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하면서도 그런 변화를 눈치챈 건지 안현의 당황스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정하연의 발걸음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흑인 사내의 지척까지 다가온 정하연. 마치 주인의 손짓에 다가온 강아지처럼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자 흑인 사내가 그녀의 턱에 손을 가져갔다. 살포시 들어올리자 정하연의 고개가 힘없이 위로 들려진다.
“킥, 드디어 본성이 나오셨나 보군 그래?”
“…….”
“뭐, 그리 없는 일은 아니다. 원래 이런 자리는 숨겨진 욕망을 꺼내기엔 둘도 없는 자리니까. 대부분이 자기도 몰랐던 욕망을 깨닫고는 하지.”
“…네.”
순순히 답하는 모습. 그런 정하연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흑인 사내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시작이니 너무 거부감을 가지고 행동하지 말자고. 나도 섣불리 선을 넘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게 말한 흑인 사내가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해님가면 사내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주최자의 허가가 떨어졌다. 흑인 사내는 정하연의 턱을 더욱 끌어 그녀를 서게 만들었다.
“일단 이 자리에선 내가 주인이 된 것 같으니까. 내 암캐의 구멍 상태 좀 확인해도 괜찮겠지? 간접적으로 이미 확인은 했다지만 직접 하는 것보단 아니니까.”
“…….”
정하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아무런 거절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거였다.
“잠시만 내용물 좀 빼 볼까?”
“…네.”
흑인 사내가 천천히 손을 내리자 정하연은 그의 의도에 맞춰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사내의 손이 정확히 가랑이 사이에서 멈춘다. 마치 내놓으라는 듯한 행위. 정하연은 극도로 뜨거워진 숨을 삼키며 살포시 배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꾸물, 꾸물, 꾸물.
“흐읏, 흐응, 흣!”
처음엔 무슨 행위인가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치맛자락을 들어올리고 있는 상태였는지라 그녀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엿보였다. 움찔거리는 아랫배와 함께 꿈틀거리는 음부. 그리고 그곳에서 점차 푸른 액체가 빠져나오며 사내의 손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뜨거운지 하얀 김이 새어 나온다. 여성의 애액과 본인의 분비액으로 흠뻑 젖은 슬라임이 흑인 사내의 손에 고스란히 들려 있었다.
“킥킥. 처음보다 중량이 어마어마해졌어. 안에서 아주 포식을 한 모양이야.”
“으, 으으…….”
노골적인 말에 정하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치욕스러움을 느끼기도 전, 사내의 손에 정하연의 음부에 닿았다.
“아읏!”
“자, 이제 상태를 체크해 볼까?”
여인의 가랑이에 맞닿은 사내의 손. 소중한 부위를 모두 덮고도 남는 커다란 흑색 손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흠뻑 젖은 분비액 덕에 질척이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울렸다.
“아, 읏, 윽! 흣……!”
“살은 먹기 좋게 부풀어 올랐고. 아직 뜨거우니 상태도 만전이고.”
그렇게 손바닥으로 여인의 음부를 헤집던 사내가 돌연 손가락을 세웠다. 점차 균열을 벌리고 들어오는 굵직한 손길에 정하연이 허리를 곧추세웠다.
“하읏!”
“와하하. 그래 이 조임이야. 아까 내 좆도 이렇게 감싸 안아주더니 직접 닿으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구나.”
자신의 안을 평가하는 듯한 말에 정하연은 가슴이 터질 듯한 수치심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면서 주체할 수 없이 뜨거워지는 심장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사내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다.
‘너, 너무 선명하게 느껴져……!’
의도하지 않고 있음에도 저절로 음부가 조여 손가락을 붙잡는다. 그런 사내가 억지로 균열을 벌릴 때마다 절로 다리가 풀릴 것 같은 느낌이다. 정하연은 저도 모르게 한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신음으로 비명을 지를 것 같아서.
“음, 이쪽까지는 이정도면 충분하고. 잠시 힘 좀 빼 봐.”
“으읏…….”
사내의 무덤덤한 말에 정하연은 저도 모르게 가랑이에 힘을 풀었다. 다른 손가락으로 음부살을 잡고 좌우로 벌리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그리고 균열을 더 벌리며 하나의 손가락이 더 침입하기 시작했다.
“아, 윽…….”
단순히 손가락 하나만 더 추가됐을 뿐인데 느껴지는 감각은 천치차이다. 두 손가락이 합쳐지니 커다란 기구가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것이 천천히 안을 헤집기 시작한다. 정하연의 배가 절로 힘이 들어갔다.
찔꺽, 찔꺽, 찔꺽, 찔꺽.
“으, 으흥……! 으흐응!”
다시 세웠던 무릎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모습.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흑인 사내가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쳐주었다.
“으흥……! 가, 갑자기 거길 건들면…….”
“킥킥, 완전히 달아올라 있군. 이쯤 되면 온몸이 성감대인 수준일 텐데.”
단순히 허리에 손이 닿았을 뿐인데도 정하연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화들짝 놀랐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손가락으로 고스란히 느낀 사내가 껄껄 웃었다.
“잠깐 움직이지 말고 있어봐. 바로 보내줄 테니까.”
정하연의 반응이 격해지거나 말거나 허리를 짚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그녀의 몸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음부에 꽂아 넣은 손가락을 점차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찔꺽, 찔꺽, 찔꺽……!
“아, 으, 으으으! 으흐으읏!”
“자, 온다, 온다, 온다, 온다!”
본래의 모양을 하고 있는 여인의 질내를 무자비하게 헤집어 대기 시작한다. 민감한 부위를 멋대로 자극하는 느낌에 정하연의 허리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애써 곧추 세운 그녀의 다리가 점차 꺾여갔다. 오히려 그것을 바랬다는 것처럼 사내의 손이 더욱더 빨라진다.
“아으으으으으! 안돼! 안돼에에에!”
“가라, 가라, 가라, 가라아아!”
일직선으로 뻗었던 손가락을 점차 굽히며 내벽을 긁어 내기 시작한다. 내부를 통째로 헤집는 행위에 정하연의 엉덩이가 뒤로 도망가려 했으나 사내의 굳건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놔주지 않았다. 오도가도 못하며 애처롭게 떨던 여인이 그대로 턱을 허공으로 치켜 올렸다.
“아흐으윽?!”
푸슈슛, 푸슈슈슉.
여인의 절정이 성대하게 터져 나왔다. 기다리던 반응이었는지 흑인 사내는 손바닥을 살짝 들며 그녀의 조수를 그대로 공개했다.
“우와……. 쩐다.”
“…….”
뜨겁게 타오르던 분위기에 다시 시선을 끌어 모으던 찰나였다. 성대한 분수쇼를 고스란히 지켜보던 토끼녀와 다른 일행들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것은 멍하니 지켜보던 안현도 마찬가지. 물론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마음이 문드러지는 것과 병행하고 있었지만.
“으, 끅, 흑!”
잠시 절정의 여운에 빠져 있던 정하연이 그제야 자리로 허물어진다. 다리가 완전히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으려던 그녀를 흑인 사내가 재빠르게 낚아챘다. 인사불성이 된 정하연을 자신이 앉아있던 침대 위에 눕혀 놓는다.
“손가락으로 점검은 마쳤으니 이제 다른 쪽으로도 해볼까?”
“직접적인 삽입은 절대로 안된다. 이미 그건 시작전에 정한 규칙이야.”
“아아, 알고 있어. 우리가 뭐 한 두 번 해보나.”
걱정 말라며 손을 내저은 흑인 사내가 이번엔 본인이 침대 앞에 무릎 꿇었다. 양 손으로 정하연의 허벅지를 잡아 힘껏 끌어당기자 그녀의 가랑이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오호. 색깔, 모양, 냄새, 온도. 다 최상급인데 이건.”
“큭!”
“직접적인 성기 삽입만 아니면 된다는 규칙이었으니 이건 괜찮겠지.”
껄걸 웃은 사내가 입 안에서 혀를 길게 빼내었다. 마치 뱀과 같은 힘찬 용틀임이 현란하기 그지없다. 저것이 무엇인지 이곳에 있는 이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자, 잠시만요! 잠깐만……. 윽!”
“우리 꼬맹이는 나한테 집중하지?”
거기까지 상황이 흐르자 안현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하지만 이번엔 퀸에게 완전히 저지당했다.
양물을 두 손으로 잡은 퀸이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튼수작 부리면 바로 부러뜨려버리겠나는 듯한 모습에 안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행동을 멈추어야 했다.
“설마 세번이나 날 차지는 않겠지? 그러면 진짜로 못 참을지도 모를 텐데?”
“…하지만.”
“하나 장담할 수 있어. 이 판이 깨지면 그 순간 너 따위 것들, 1초안에 죽여버릴 테니까. 혹여라도 의심하지 마렴? 네가 그렇게 아끼는 저 여자가 저쪽 싸구려 창녀촌에 구르는 꼴 보기 싫다면 말이야.”
서슬 퍼런 살기가 깃든 말. 안현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여인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안현 나름대로 목숨을 걸고 살아오며 얻은 감에서 알려주는 신호였다.
“가만히 해주는 봉사나 받자?”
“…….”
“나중에 받고 싶어도 못 받을 귀한 봉사니까. 나중에 혹여라도 내 정체 알고나서 가만히 받기나 할 걸 이라고 후회하지나 말고.”
역시 꽤나 이름을 날리는 신분인 걸까? 상당한 자신감이 깃든 목소리에 안현은 반박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자신의 양물을 자극해오는 감촉을 느끼며 안현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
“…킥.”
자신이 신경쓰는 것처럼 흑인 사내역시 자신을 신경쓰고 있었던 걸까? 무방비한 정하연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가져간 사내가 비부를 코앞에 두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식 웃은 흑인 사내. 그가 보란듯이 정하연의 사타구니에 깊숙하게 코를 박았다. 크게 벌린 턱이 더 벌어지며 정하연의 가랑이를 완벽하게 장악한다. 죽은 듯이 잠 들어있던 정하연의 허리가 다시금 들썩인다.
“아, 아윽……! 흑.”
“쭈읍, 쭈읍, 쮸릅, 츕!”
본능적으로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에 안현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었다. 흑인 사내의 목젖이 크게 꿀렁일 때마다 정하연의 다리가 허공에 일자로 뻗어진다. 하염없이 느끼는 건지 발 끝까지 힘껏 젖혀져 있다.
꿀꺽, 꿀꺽, 크게 무언가를 삼키는 소리. 그것이 무언지 알기에 안현은 눈을 감았다. 무엇보다 더 안타까운 건, 지금 자신과는 다르게 정하연은 자신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래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하 참, 그새 저쪽을 보고 있네?”
“…죄송합니다.”
안현은 저도 모르게 사과했다.
생각해보면 퀸에게 어마어마한 무례를 끼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자리는 강제로 주어진 자리가 아니다. 다들 이런 교류를 하러 모인 자리였을 텐데 자신으로 인해 여러모로 민폐를 끼치고 있던 것.
아래에서 손수 봉사를 해주고 있는데 자신은 다른 쪽에만 신경을 쓴다. 정하연이 자신을 신경쓰지 않고 다른 사내와의 쾌감에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화가 뻗쳐오르는데 퀸은 오죽했을까.
괜히 미안하다는 생각만 피어오른다. 그래, 차라리 다시 욕이나 해라. 그럴 생각으로 안현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온 건 의외의 따듯한 목소리였다.
“에휴, 죄송할 게 뭐가 있겠니.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이성과 있는 거……. 그 감정 나도 잘 알고 있는 거거든.”
“…예?”
“대충은 이해한다고. 처음은 좀 짜증났었는데 이쪽에서 진지함이 계속 올라오니까……. 괜히 신경 쓰이 잖아.”
안현이 슬쩍 눈을 들어올렸다. 퀸도 슬쩍 눈을 올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눈빛. 그것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슬픔에 잠겨 있는 듯한 눈동자였다.
“푼수도 이런 푼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유혹해도 다시 저리로 가는 걸 보면 조금 대견하기도 하고?”
“…….”
“뭐, 나름 칭찬하는 거란다. 그 마음은 변치 말으렴.”
짧은 말이었지만 안현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말이었다. 그렇게 독설만 쏘아대는 여왕 같은 여자라 생각했는데 이런 인간적인 면도 있었던 건가?
그가 빤히 바라보자 괜히 쑥스러웠는지 퀸이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한손으로는 기둥을 붙잡고 한손으로는 살짝 부어 있는 귀두를 감싸며 자극한다. 오나홀로 감싸여 있었기에 매끈하게 자극을 밭자 안현이 다시 신음을 흘렸다.
“읏……! 죄, 죄송했습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니. 집중이나 하렴.”
쓸데없는 소리 말라는 듯한 투였으나 안현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방금과 같은 싸늘함만이 느껴지는 어투가 아니었다. 은연중에 인간의 냄새가 나는 그런 말투가 느껴졌다.
“네, 네! 이번에는 진짜로 집중할 테니까.”
저도 모르게 힘있게 말한다. 그동안 무례를 범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뭐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에 안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어?”
“…이제부턴 진짜 집중할게요. 퀸씨가 해주는 봉사……. 필사적으로 받을 게요.”
“가, 갑자기 무슨……!”
퀸의 정수리에 올려진 손. 곧바로 쳐낼 것이라 생각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의외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처음 보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듯한 반응.
정작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지 못한 건지 퀸은 허둥지둥하며 손을 움직이는 것에만 온 신경을 기울였다. 애꿎은 남근만 이리저리 조몰락대는데 정작 머리에 올려진 손을 쳐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현은 아래에서 올라오는 쾌감에 하체를 들썩이면서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006
질퍽, 질퍽, 질퍽, 질퍽.
손 놀림이 점차 자극적으로 변한다.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는지 격하게 움직이던 손이 점차 느려지며 농밀하게 변해간다. 퀸도 점점 적응을 하는 모양.
안정을 찾았음에도 굳이 안현의 손을 쳐내지 않는다. 뭔가 한껏 누그러진 분위기로 그녀는 정성스레 양물을 주물렀다.
“아, 저 갈 것 같아요.”
“…응, 힘껏 내렴.”
“윽!”
손길을 받아드리며 안현이 다시 사정했다. 다시금 솟구치는 정액들이 슬라임의 투명한 몸을 이러저리 헤엄치기 시작한다. 슬라임을 통해 자극을 전달받은 퀸 역시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녀가 뜨거운 숨을 흘렸다. 벌써 여러 번째 사정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한 농도의 정액이 슬라임을 유유하고 있다.
“하아……. 정말 정력 하나는 끝내주네. 아, 아까는 금방 죽어버리더니.”
“…하하, 죄송합니다.”
멋쩍게 머리를 긁적거리는 안현. 그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퀸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얼굴을 가렸어도 딱 봐도 알겠네. 아직 어린애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하는건지.”
“저 그렇게 안 어린데요?”
“끽해봐야 스물 중반이나 됐겠지. 어리숙한 게 다 보이는데.”
안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 꿰뚫어다 보는 듯한 어투에 괜히 정곡에 찔린 것이다.
“…그렇게 티가 나나요?”
“그런 걸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어리다는 거란다. 한창 호기심이 많을 나이니까. 뭐, 그것보다…….”
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던 안현은 머지않은 침대에서 벌어지는 행각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읏, 항! 흐읏?!”
“쫩, 쫩, 쭈릅, 쫘아압!”
가랑이를 흑인 사내에게 벌린 채 하염없이 느끼고 있는 정하연의 모습. 아무것도 걸쳐지지 않은 새하얀 허벅지가 어쩌지 못해 허우적거린다. 발 끝으로 침대보를 꽉 잡았다가 흑인 사내의 머리를 힘껏 조였다가. 정하연은 그야말로 온몸을 흔들어가며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누님을 이쪽으로 끌고 온 건 저니까.”
“흐응~. 그러고보니 너희들 첫 영상이 몰카 컨셉이었지?”
“…예.”
“딱 보니까 컨셉이 아니라 몰래 팔았구나?”
안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몸은 정직해 퀸의 손을 통해 전부 전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양물이 다시 꿈틀꿈틀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참 변태 같은 아이네.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흐느끼는 걸 보고 빨딱 서는 아이라니. 아주 못된 아이야.”
“사실 저도 이런 취향인지 몰랐어요. 그냥……. 약간의 질투심에 화풀이 하 듯 영상을 팔아본 건데 저도 모르게 엄청 흥분하고 있더라고요.”
“…배덕감이라.”
바로 핀잔이 날아올 줄 알았건만 퀸은 그저 작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무언가 관련된 기억이 있는 걸까? 마주보는 퀸의 눈동자가 저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뭐, 그건 이해 하겠어. 원래 뭐든 강한 자극에 취하면 그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으니. 그나저나 질투심이란 건?”
“…누님은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계시거든요. 저도 존경하는 분이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좋아해 버린 거죠. 결국 주체하지 못하고 강제로 밀어붙였는데 제가 안쓰러웠는지 누님이 받아주셔서…….”
안현의 눈이 쓸쓸함으로 잠겼다. 그도 알고 있었다. 한쪽 가슴에는 정하연을 모두 취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결국 그녀는 김수현의 여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평생을 보낼 수는 없겠지.
언젠가는 그만 두어야 할 관계. 그렇기에 자신은, 그날 이후로 쉴 새 없이 미치도록 그녀를 품었는지도 몰랐다. 조금이라도 더 그녀를 마음에 담고 싶어서.
“뭐야 그건. 결국 친한 사람의 여자를 뺏었다는 거잖아.”
“뺏은 건 아니고요……. 어쩌다 보니 이런 관계가 돼 버렸지만…….”
“마음은 얻지 못했다, 이거 아냐? 참나,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뭔가 분위기가 변했다고 느껴 안현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중얼거린 그녀가 이내 작게 한숨 쉬었다.
“마음……. 그래. 마음이 중요하긴 하지. 너도 나랑 비슷하네?”
“예?”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안현이 되묻자 퀸이 피식 웃었다.
“나랑 똑같다고 너. 나도 사랑하는 이한테 요즘 외면 받고 있거든. 원래 여기가 이런 세계잖아. 능력 있는 남자는 여러 여자를 취하기도 하는 세계.”
“…저, 퀸 누님은 오히려 여러 남자를 끌고 다니실 것 같은데요.”
“킥. 뭐, 처음엔 그렇게 놀고 다녔지. 근데 사내 새끼들이 하나같이 여기가 시원찮아서.”
“윽!”
갑작스레 꽉 움켜쥐는 손길에 안현이 움찔 떨었다. 연속된 사정으로 인해 민감해진 양물이 터질 듯 부풀어 있다.
“아무리 이런 세계라도 그런 걸 보는 시선은 여전하거든. 여러 여자를 거느린 남자. 여러 남자를 끌고 다니는 여자. 여자가 그러면 약간 싸 보인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차이가 있지.”
“…그런 가요?”
“왕년에 내 별명이 뭐였는 줄 알아?”
퀸의 정체를 모르니 당연히 짐작도 안 간다. 안현이 가만히 고개를 젓자 퀸은 다시 양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창녀.”
“네?”
“무슨 무슨 창녀라고. 참나. 남자들이 여자 끌고 다니면 현세의 영웅이라고 떠받들면서……. 하읏……! 여자가 남자를 끌고 다니면……. 다들 창녀라고 하더라? 더러워서 원…….”
질척, 질척, 질척.
“그런 소문이 나니까 무슨 일이 생기는 줄……. 흐응……! …아니? 뭐, 누구나 들이대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죄다 와서 찝쩍대더라니까? 어이가 없으려니까.”
“자, 잠시만요. 갑자기 그렇게 세게 흔드시면……! 악……!”
“그런 게 짜증나서 다 때려 치우고 뭐 뒷골목에 은거했지 뭐.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날 제대로 봐주는 남자가 있어 금방 빠져버렸지만……. 후우……. 거지 같은 운명인지 그 사람이 영웅이 되어 여러 여자를 거느리고 다니네?”
다시 한번 안현의 허리가 들썩였다. 거듭된 사정 덕에 몇배나 민감해진 터라 안현의 몸이 꼿꼿하게 굳어졌다.
“아, 윽.”
“흐으응……! 아아……. 미안해라. 나도 모르게 그만…….”
뜨겁게 분출되는 정액을 보며 퀸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턱까지 치켜들며 바르르 쾌감에 떠는 모습에 본인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괘, 괜찮아요. 그, 그냥 이런 쾌감은 처음이라…….”
“음, 그러니? 아직 멀티 오르가즘은 못 느껴본 모양이네?”
“멀티 오르가즘이요?”
“뭐, 그런 게 있어. 왜. 궁금하면 한번 느끼게 해줘?”
말만 들어도 어마어마 할 것 같은 느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한 안현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매혹적인 미소를 띄고 자신을 바라보는 퀸의 얼굴에 돌연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그, 그냥 그렇게 궁금해서 그런 건 아니고…….”
“킥. 그냥 어리숙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귀엽네? 너 조금 마음에 든다?”
그냥 해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그 말 한마디에 안현은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그 흥분을 손을 통해 모조리 전달받던 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래에서 내려다보던 커다란 가슴. 그것이 이제 눈앞에 다가와 뜨거운 살내를 풍긴다.
“빨아보렴.”
“…….”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안현의 시선은 보기만 해도 중량감이 느껴지는 커다란 지방덩어리에 쏠려 있는 상태였다. 형태도 형태지만 그 첨단에 이른 분홍빛 유실에 절로 갈증이 타오른다.
마치 이끌리듯, 천천히 유두에 입을 가져간 안현. 천천히 입을 벌려 조심스레 그것을 베어 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입안에 가득 퍼지는 달콤한 육향에 안현은 자연스레 그녀의 유실을 빨기 시작했다.
“쯉, 쯉, 쮸읍…….”
“옳지, 그래. 잘 한다.”
격려하는 듯한 어투에 안현의 가슴이 더욱 쿵쾅거렸다. 오물오물 거리던 입이 자연스레 격해지며 점차 강하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쮸읍 쯉, 쮸우웁!”
“천천히……. 너무 세. 조금만 살살 하렴.”
“쫍……. 쫍……. 쫍.”
그녀의 말에 따라 격해지던 행위가 금세 잠잠해졌다. 연주하듯 타이르는 그녀의 말에 안현은 인형처럼 얌전히 따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애무가 흘러갔다.
“흐응, 그래. 역시 재능 있어.”
“…감사합니다.”
칭찬에 꼬박꼬박 감사를 표한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 걸까? 퀸이 피식 웃으며 그대로 안현 위로 올라섰다.
무릎으로 침대를 짚으며 안현 위에 안착한다. 알몸의 퀸은 풍만한 가슴을 시작으로 안현의 육체에 살을 맞대었다.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육향에 안현은 아랫도리가 터질 듯 팽창하는 걸 느꼈다.
“…우리 이대로 해버릴까?”
“예?”
“킥. 뭘 그리 놀라니. 뭐……. 이미 이런 짓을 하는 시점에서 끝까지 해버려도 이상할 건 아니잖아?”
몸을 비비며 그녀가 하체를 천천히 내렸다. 아직 슬라임이 끼워진 양물 끝이 그녀의 사타구니에 맞닿았다. 슬라임의 링크를 통해 직접 맞닿아지는 듯한 감촉에 안현이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 그래도 이 이상 하는 거는…….”
“규칙? 어차피 임의로 정한 규칙이야. 제한을 건 것도 아니잖아? 당장 조금의 마력만 써도 얼굴을 가린 이 가면이 산산조각이 날 거야. 그러면 우리는……. 서로의 안면을 확인하게 되겠지.”
“…….”
“아주 간단한 거란다. 그 간단한 선만 넘으면…….”
살짝 살짝. 아슬아슬하게 짓누르던 퀸의 엉덩이가 돌연 강하게 눌러 앉았다. 안현은 또다시 헛숨을 크게 들이켜야 했다. 방금……. 정말로 삽입이 되는 줄 알았다.
“킥. 킥킥킥. 뭘 그렇게 놀라니? 당연히 농담이지, 농담.”
“아, 아니……. 방금 진짜로 들어갈 뻔……!”
“내가 그거 하나 못 지킬 거라고 생각했니? 이런 곳에서의 규칙은 말이야. 현실 세계에서의 법과도 같은 거란다. 이런 자리의 규칙은 지키는 것이 더욱 아슬아슬한 즐거움을 줄 수 있거든.”
“…그, 그런 가요?”
“너도 은연중 느끼고 있잖아? 만약 이대로 삽입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안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을 대충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삽입했다면 그는 이성을 잃고 퀸을 범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 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불러 일으키겠지.
“이런 자리의 묘미가 바로 그런 거란다. 그런 면에서 저쪽은 아주 잘 이용하고 있네.”
거의 입술이 맞닿을 만큼 가까워진 퀸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것을 따라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던 안현은 잠시 잊고 있던 이들의 모습에 순간 깜짝 놀랐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하응, 하응, 하읏! 흐앗?!”
“끅, 끅, 끄윽, 흡!”
아까 구강 성교를 나누던 정하연과 흑인 사내가 서로 둔부와 고간을 부딪히고 있다. 격렬히 허리를 흔들 때마다 굵직한 성기가 정하연의 가랑이 사이로 모습을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 씹……!”
순간 안현의 눈이 돌아갔다. 본능적으로 마력을 일으키려던 안현의 어깨를 퀸이 가볍게 짓눌렀다.
“진정하렴. 진정하고 잘 봐 봐.”
“더 뭘 보라는 겁니까!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라면서요!”
“하, 참 나. 내가 규칙을 잘 이용하고 있다고 했지 언제 어겼다고 했니? 잘 봐봐!”
“대체 뭘……!”
잠시 퀸에게 정신이 쏠린 찰나에 저런 상태가 되어 있다니. 분노로 가득 찬 안현은 희한하게도, 퀸의 말을 따라 둘의 상태를 유심 있게 바라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사내의 모습에 다시 열이 뻗치려 했으나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
“…어?”
“이제 눈치 챈 거니? 자칫 잘못 했으면 가면 망가졌을 뻔했네.”
확실히 무언가 이상하다. 정하연의 가랑이 사이로 허리를 깊숙하게 박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섹스의 형태였으나 약간 위치가 이상했다. 원래 성교라면……. 사내의 허리가 좀더 아래에 위치해 있어야 했다.
“…저게 대체?”
“너무 놀라서 머리가 굳었나 보네. 자, 그럼 가까이서 볼까?”
안현의 위에서 내려온 퀸이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힘없이 그녀에게 끌려가던 안현의 시야에 점차 정하연의 모습이 가까워진다.
가운데서 아까부터 조용히 관전하던 해님 사내를 지나, 정하연의 침대에 도달했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천천히 그 행위의 현장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어? 허벅지?”
사내의 양물이 쉴 새 없이 헤집고 있던 부위. 그것은 정하연의 음부가 아니라 바로 허벅지 사이였다.
어느새 올려 놓은 건지 그녀의 아랫배 위로 남성용 슬라임이 얹어져 있었다. 그 구멍 사이로 흑인 사내의 대물이 무자비하게 안을 헤집고 있다. 그럴 때마다 정하연은 침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고.
“규칙도 잘 이용하고 있고 도구도 훌륭히 사용하고 있지. 저게 바로 멋진 남자가 되는 지름길이란다. 상황을 잘 이용하고 때로는 도구도 감칠나게 사용해야 여자의 마음을 괴롭힐 수 있어.”
“…….”
엄청난 걸 봐 버렸다는 느낌에 안현은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의 생각은 오로지 하나에만 쏠려 있는 상태였다.
사내가 슬라임을 무분별하게 공격하고 있다는 것은 봤으니 알고 있다. 그런데 정하연은 고스란히 그 감각을 받고 있는 중이었고. 그렇다면 사실은 한가지다.
“…….”
안현은 천천히 몸을 돌려 흑인 사내의 뒤로 향했다. 아까부터 측면에서 보았었기에 확실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 완전히 섰을 때.
“…큭.”
안현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남성의 흉흉한 근육질 엉덩이 아래로……. 정하연의 음부가 여실히 보였다. 한껏 벌어진 조갯살. 붉게 충혈된 그 민감한 살덩이 안으로 슬라임 덩어리가 올록볼록 거리며 그녀의 안을 헤집고 있다.
“이리 오렴.”
이미 알고있던 사실이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그렇게 멍하니 있는 안현의 팔을 퀸이 이끌었다.
그녀에게 비틀비틀 끌려간 안현. 그런 그를 품에 안고 쓰다듬던 퀸은 희미하게 느껴지는 시선에 슬쩍 눈을 돌렸다. 흑인 사내에 아래 깔려 연신 허덕이던 여인이 풀린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안현의 모습을.
‘배덕적인 욕망에 뒤덮인 주제에 이제는 질투까지 해? 하, 욕심이 많은 여자네.’
조신한 척하면서도 뒤로는 음란하기 짝이 없는 여자가, 속내를 까발려 졌음에도 그 전의 상태를 원하고 있다. 보아하니 따로 임자도 있는 몸이라던데 두 남자를 다 가지려 한다고?
웃기는 일. 자신은 애정 전선에서 한발짝 물러나며 이런 유희를 선택했다. 자신조차 하나를 얻기 위해 한쪽에서 물러났는데 둘이나 가지려 들어?
순간 퀸은 화와 함께 충동이 치솟는 걸 느꼈다. 물론 선을 넘지 않는다는 선에서 이 여자에게 짓궂게 대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녀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츕, 쮸읍!”
“읍?!”
돌연 안현의 고개를 들어 입을 맞춘다. 단숨에 풀린 입술을 파고들어 혀를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갑작스러운 입맞춤. 단번에 눈의 초점이 돌아온 안현이 가볍게 바둥거렸지만 퀸의 억센 손에서 빠져나가기는 역부족이었다. 그것을 보던 정하연의 초점 역시 순식간에 또렷해졌다.
그것을 퀸은 모조리 보고 있었다. 절로 상체를 일으키려던 여인이 다시 깊숙이 남근을 밀어 넣은 사내의 행동에 저지당한다. 파르르 떨며 절정에 오르면서도 여인은 애써 시선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평소에 잘 씻고 다니나 보네? 입술이 꽤 맛있어.”
“…이건 규칙을 어기는 게 아닌가요?”
“보지도 입으로 직접 빨아대는데 키스가 대수일까. 것보다 그거 아니?”
안현의 어깨를 잡은 그녀가 돌연 안현의 몸을 돌려 세운다. 덕분에 안현과 정하연의 눈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네가 그토록 원하던 저 여자가……. 지금 날 어떤 시선으로 봤는지.”
“…누님이……. 퀸 누님을요?”
“…누님.”
퀸을 부르는 호칭. 그것에 반응해 정하연이 입을 열었다. 안현의 눈이 크게 떠진다.
“너만 신경 쓴다고 생각했지? 근데 저쪽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네?”
“…누님.”
귓가에 속삭이는 유혹적인 목소리. 그거에 홀리듯 안현은 멍하니 정하연을 바라보았다.
정하연 역시 그런 안현의 시선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 시선 속에서 깊은 유대의 애정이 점점 피어오르려는 그때였다.
“읏쌰!”
철썩!
사내의 힘찬 기합과 함께 정하연의 상체가 또다시 흔들렸다. 정하연의 턱이 다시 위로 들린다. 방금까지 끈적하게 얽히려던 시선이 단박에 깨어졌다.
“지금 상대에게 집중해야지 어딜 보고 있는 걸까나?”
“아윽, 읏……! 자, 잠시만 멈춰주세……! 아흑?!”
“어디 암캐년이 주인님께 이래라저래라 제안을 하는 거지? 넌 그냥 잠잠히 내 좆 맛만 느끼면 되는 거야.”
강압스러운 말투에 정하연은 옴짝달싹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현이 다시 발끈하여 나서려는데 그런 그를 가느다란 팔이 뒤에서부터 감싸 안았다.
“이곳에서의 또 하나의 규칙. 절대로 다른 팀의 행위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
“아직 주최자에게서 유희의 종료가 나오지 않았어. 여기서 더 움직이면……. 뭔지 알지?”
당연히 알고 있다. 이 자리의 중요성을 방금 전에 설명 듣지 않았던가. 여기서 더 나아가 판이 깨진다면 다시는 이쪽 자리에 발을 들일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이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건 덤이었다.
“…큭.”
“하지만 이것도 역시 직접적으로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틈이 있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분해하는 안현의 귓가로 퀸이 다시 속삭였다. 그녀가 그의 가슴을 살며시 쓸어내리다가 역시나 단단히 발기해 있는 양물을 살포시 붙잡았다.
“너도 보여주면 되는 거란다.”
“…….”
“너도 다른 여자한테…….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돼…….”
귓가에 뜨거운 숨을 흘리면서 손을 다시 움직이는 퀸. 그러나 이제껏 위아래로 문지르는 행동과는 달랐다.
천천히, 천천히. 뿌리에서부터 움켜쥔 손을 위로 쭉 올려낸다.
찔꺽, 찔꺽.
그녀의 손에 밀려 점점 올려진 슬라임이 이내 귀두 끝에 걸리며 바닥으로 침대위로 떨어진다. 슬라임에 감싸인 채가 아닌, 맨살 그대로의 양물이 뜨거운 김을 뿜으며 드러났다.
“…일단은 내가 인도할 테니.”
“흣?!”
“너는 그냥 나를 따라오렴?”
살포시 양물에 닿는 손가락. 그것만으로도 안현은 바늘에라도 찔린 것마냥 크게 움찔했다. 지금까지 여러 반응을 보여줬지만 방금과 같은 격한 반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잔뜩 사정하여 민감해진 물건. 그런 상태에서 맨살에 자극을 받는다는 건 생각 외로 엄청난 감각이었다.
살며시 귀두를 감싸는 손. 진득한 액으로 범벅이가 된 가는 손가락이 천천히 귀두를 문지르며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안현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떨다 못해 몸을 비비 꼬며 온몸으로 쾌락을 내지른다.
“아흐으으! 그, 그만……! 제발 잠시만 멈춰주……! 흐극?!”
결국 자극을 이기지 못한 안현이 허리를 힘껏 젖혔다. 당연히 아까와 같이 진한 정액이 쏘아질 터.
“윽……?!”
하지만 단 한방울의 정액도 허공에 나부끼지 않는다. 정작 성대한 사정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안현도 헉 하며 숨을 들이켰다. 그런 그의 남근을 뿌리 깊숙한 곳부터 하얀 손가락이 꽉 움켜잡고 있었다.
“아, 아니. 왜……?”
“멀티 오르가즘……. 느껴보고 싶다면서?”
“예? 아니……! 윽!”
사정 직전에 강제로 멈춰져서 인지 안현은 털끝까지 저리는 기분이었다. 그의 시선에서 안달 남을 엿본 퀸이 다시 매혹적은 미소를 그리며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윽?!”
“이렇게 참고 참다가……. 싸버리면 어떤 감각일지 상상조차 안되지 않아?”
“그, 그만……!”
“그렇게 참고 참은 정액을 네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모두 털어 놓는 거야.”
“제, 제발 그만해……!”
“뱃속에 모두 쏟아내면 단박에 임신해버릴 정도로……. 씨앗이 가득 찬 정액을 네 여자에게 모조리 쏟아내는 거야…….”
“하윽……!”
서서히 파도처럼 밀려오는 어마어마한 쾌감에 고개를 저으면서도 퀸의 목소리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와서 꽂힌다. 안현은 간신이 눈을 떠 퀸을 바라보았다.
가면 아래로 보이는 진한 미소. 그 붉은 입술이 악마의 미소 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학, 하악……! 누님……!”
“응……. 으응, 흐윽?! 으응, 들려……!”
여전히 사내에게 시달리면서도 정하연은 정확히 안현을 바라보았다. 사내의 허리가 더욱 빨라진다. 정하연의 몸 역시 점차 빠르게 흔들렸지만 그 자극에 흐느끼면서 정하연은 확실하게 안현의 시선을 마주했다.
“저, 저……!”
“응……! 으응!”
“누님을 누구보다 사랑해요……! 누님을……. 형님보다 누님을 먼저 임신시키고 싶을 정도로 아주 많이……! 사랑해요!”
“으응……. 알고 있어……. 너의……. 물건만 봐도……. 얼마나 날 생각하는지……. 알고 있어……!”
“누님……!”
척, 척, 척, 척.
“다른 남자한테 박히면서 사랑고백을 받는 여자라. 큭큭, 꼴려서 참을 수가 없네.”
사내의 움직임이 더욱 격해진다. 무릎 꿇어 있던 흑인 사내가 무릎을 세우더니 이내 침대 위에 쪼그려 앉았다. 정하연의 다리를 모아 가슴에 힘껏 끌어안고 좀더 과격하게 엉덩이를 내려친다.
철퍽, 철퍽, 철퍽.
“아으! 아으, 흐윽?! 나, 나, 가. 가, 갈 것 같아아아……!”
사내의 남근을 뱃속 깊숙이 때려 박히는 느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크나큰 쾌감을 느끼던 정하연이 드디어 성대한 절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누님……. 저도 이제 곧……!”
그것은 안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정을 억지로 정지당해 배는 민감해진 쾌락 속에서 오로지 정하연만 보며 사정감을 끌어 올렸다. 퀸 역시 마음껏 사정하라는 듯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껄떡껄떡 거리는 양물을 쉴 새 없이 주무르며 귀두를 쉼없이 자극한다.
“자, 모두 내어 내렴.”
사정을 허락하는 음성. 검지 끝으로 요도구를 살며시 자극하는 손짓에 안현은 드디어 온 힘을 다해 힘차게 사정했다. 자신의 진심이 담긴 모든 욕망을, 오로지 정하연을 위하여 힘껏 내지른다.
“흐아아앗!”
“으아아앙!”
그의 모습을 보며 정하연 역시 몰아쳐오는 쾌감에 힘껏 절정에 이르렀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진심을 던지려는 순간.
“아아~.”
돌연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안현의 몸이 옆으로 돌아갔다. 힘껏 발사된 대량의 정액들……. 그것이 옆에서 불쑥 나타난 여인의 얼굴로 모조리 쏘아졌다.
뷰루룻, 뷰룻, 푸슉. 푸슛, 푸슉.
“아, 아으……. 엄청 진해에에에…….”
온 힘을 다해 내질러서 일까? 탈진에 이를 정도로 거하게 사정한 안현은 몸이 무너지면서도 의아한 기분을 거둘 수가 없었다. 어째서……. 자신의 모든 정액을 왜 저 토끼 여인이 받아내고 있는 것일까?
진한 탈력감에 안현이 침대위로 쓰러졌다. 그의 시선이 퀸에게 향했다. 그런 안현의 얼굴 위로 퀸이 다리를 들며 발로 그의 얼굴을 내리눌렀다.
“…왜?”
“흥, 원래는 힘껏 즐기게 해주려 했는데. 저 여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방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따뜻한 모습에서, 다시 처음의 퉁명스런 퀸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자 안현은 피곤한 눈으로 그녀의 시선을 따랐다.
“…아.”
그곳을 본 안현이 허탈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 방향은 방금 자신이 내지르려던 정하연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자의가 아니었다.
“킥, 킥킥킥. 미안하지만 이 여자는 이 시간이 끝날 때까지 내 여자라. 내 여자가 다른 남자의 정액을 받는 건 좀 싫거든.”
그의 손아귀에 볼을 붙잡힌 정하연이 반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고개를 강제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자, 시간도 다 된 것 같고 마지막 디저트를 즐겨야지.”
흉측하게 웃어 보인 흑인 사내가 입을 크게 벌리며 혀를 길게 빼내었다. 뱀처럼 꾸물거리는 혀가 천천히 정하연의 얼굴로 향한다. 그가 강제로 정하연의 볼을 눌러 입을 벌리게 했다. 그리고 그 입속으로 기나긴 혀가 매끄럽게 침입해 들어갔다.
“쮸읍, 쮸릅, 쯉, 쫍…….”
어마어마한 절정의 여파로 거의 정신을 잃은 여인. 그런 여인의 입을 무자비하게 탐하는 모습을 보며 안현은 멘탈이 극도로 갈려 나가는 걸 느꼈다.
#006.5
상황은 이래저래 끝이 났다. 정신력이 거의 바닥까지 갈려 안현은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나머지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정액을 다량으로 받은 토끼 여인과 지금껏 지켜보던 해님 가면 사내가 다시 플레이를 시작했고, 퀸은 안현의 얼굴에 여전히 발을 올려놓은 채로 여왕의 기분을 만끽했다. 단순히 능욕을 하면서도 안현이 흑인 사내에게 당하고 있는 정하연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도록 발로 짓누르며 상황을 지켜보길 종용했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지금껏 알게 모르게 퀸에게 길들여졌던 안현은 그녀의 의도대로 행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으려 하면 발가락으로 눈꺼풀을 짓눌러 강제로 뜨게 했고, 고개를 돌리려 하면 강하게 발로 눌러 머리를 고정시킨다. 하는 수 없이 안현은 플레이가 끝날 때까지 그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후후……. 이런 상황에서도 또 욕정하다니. 정말……. 훌륭한 노예가 되기 딱 좋은 재능이네!’
원망스럽게도 이놈의 비틀린 욕망은, 이런 상황에서도 흥분한 건지 계속해서 발기를 유지했다. 얼굴을 짓밟던 발이 내려가 양물을 가볍게 발로 찼고, 그것이 자극으로 다가와 또다시 여러 번 사정했다. 정하연에게 모조리 쏟아내려던 정액이 허탈하게 바닥에 뿌려졌다.
그 와중에도 흑인 사내의 행위는 지속됐다. 정상위로 정하연을 간접적으로 괴롭힌 후, 그녀의 몸을 돌려 후배위를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엉덩이 위쪽에 슬라임을 두었고 큰 양물을 무자비하게 꽂아 넣었다. 다른 각도에서 찔러오는 무지막지한 공세에 정하연은 쉰 목소리로 계속해서 신음을 내질렀다.
한창 간접 성교를 당하다가 다시 구강 성교가 시작됐다. 안현이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일부러 옆으로 눕혀 놓은 다음 노골적으로 정하연을 범했다. 분수에 가까운 조수까지 본 안현은 찢어지는 가슴에 더욱더 무너져내렸고 마지막으로 안면 사정을 끝으로 이 자리의 막이 내렸다.
커다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현장. 흥분이 식고 이성을 되찾아야 할 차례에서 안현과 정하연을 제외한 네 명의 남녀는 익숙하게 자리를 정리했다. 배려심인지 아니면 원래 익숙한 건지, 타액으로 얼룩진 안현과 정하연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네 남녀는 간단한 정리 후, 방을 나갔다.
그렇게 무려 두 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마어마한 충격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허무함 밖에 남지 않았다. 흑인 사내의 정액을 얼굴로 받아냈던 정하연의 얼굴은 이미 정액이 굳어 하얗게 딱지가 진 상태. 흑인 사내에게 마지막까지 당하던 그 자세 그대로 침대에 죽은 듯 누워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안현은 계속해서 멍하니 응시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정하연이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누님……. 괜찮……. 으세요?’
‘…응.’
대답은 무척이나 짧았다. 마치 더 이상 묻지 말라 달라고 벽을 세우는 것 같아 안현은 비틀거리며 샤워실로 향하는 정하연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정하연의 오랜 샤워 시간이 흐르고, 뒤이어 안현 역시 깨끗이 몸을 씻었다. 그렇게 옷가지까지 새로 걸친 두 남녀는 누가 뭐라할 것도 없이 천천히 방을 나섰다.
정체를 유지하는 가면을 쓴 채로 두 남녀는 밤의 거리를 걸어 빠져나왔다. 선두에서 안현이 걸었고 몇 걸음 뒤에서 정하연이 뒤를 따른다. 안현의 걸음거리는 느리기 그지없다. 나락까지 떨어지던 정하연의 몸 상태를 생각해 나름대로 배려해준 것.
그렇기에 밤의 거리를 빠져나가는 시간이 대폭 늘었다. 조용히 말없이. 두 남녀는 침묵을 유지하며 밤의 거리 첫번째 거리까지 걸어 나왔다. 해서 생각할 시간도 길어졌다.
‘…누님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어.’
거의 눈을 반이나 까뒤집으며 쉰 목으로 애처롭게 비명을 지르던 모습. 비록 드러낸 건 하반신뿐이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야하고 문란한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만 해도 하반신이 다시 발끈하는 느낌이다.
흑인 사내는 커다란 남근을 가지고 있는 만큼 몸집도 커다랬다. 아마 자신과 비교하면 몸집이 거의 두배나 되지 않았을까?
그런 사내에게 깔려 꼼짝도 못하고 허우적거리던 정하연의 모습에 안현은 헤어나올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렸다. 이미 플레이에 대해 설명을 들었음에도 순간적으로 강간을 당하는듯해 어마어마한 충격을 느꼈었다. 그러면서도 쾌감이 가득 깃은 신음소리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얼마나 당황했던가.
‘아직도 걸음소리가 불규칙해. 아직도 그 남자의 물건에……. 그 남자가 헤집은 흔적이 남아 있는 거야…….’
자신이 아닌 다른 남성에게 흐느끼던 모습. 의식을 반쯤 잃고 강제로 키스당하면서도 무의시적으로 그것에 호응해 혀를 놀리던 모습을 떠올린 안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안돼. 더 이상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돼……!’
안현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런 감정을 가져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누님을 이 자리에 끌고 온건 나니까……. 내가 이래서는 안돼……. 그런데…….’
처음에 거부감을 보이던 정하연을 꼬셔 부른 건 다름아닌 자신이다. 이 상황을 초래한 건 다름아닌 자신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주도한 일이라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왜……! 왜, 거기서 거부하지 않은 거예요! 왜! 스스로 그 남자한테 다가간 거예요!’
안현은……. 이래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흑인 사내의 남근에 넘어가버린 정하연을 속으로 탓했다. 어쩔 수 없는 사내의 질투심이었다.
그가 돌연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가득한 하늘. 밤의 거리와 걸맞게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은 애꿎게도 별도 하나 보이지 않았다. 마치 비어버린 자신의 마음처럼 공허하기 그지없다.
‘이제 그만 하자.’
그가 눈을 감았다. 어차피 잘못된 관계. 이 이상 나아간다면 분명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이제 확실히 끊어낼 때가 되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온 것이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잘못된 끈을 확실하게 잘라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이 이상 끊을 잘라내지 못한다면…….
‘나는 아마 누님을 평생 탓하며 계속해서 괴롭히겠지.’
이미 비틀린 성벽. 질투심이라는 기름이 덮여 얼마나 타오를지 스스로도 상상이 가질 않았다. 확실한 건, 이번 자리를 통해 자신은 확실하게 바뀌었다는 것.
그렇게 안현이 생각과 각오를 다지고 있을 즈음이었다. 안현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언제부터였나 뒤에서 따라오던 걸음걸이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님……?”
“…현아.”
어느 정도 거리에서 빠져나와서일까? 조금 멀리서 가만히 서있는 정하연이 낮게 이름을 불렀다.
여전히 쉰 목소리에 안현의 가슴이 다시한번 문드러졌다. 그러나 애써 내색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게 답했다.
“네.”
“…잠깐 얘기할까?”
“…어떤 얘기요?”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
안현은 질끈 눈을 감았다. 메어지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다. 그럼에도 크게 숨을 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가 몸을 돌렸다.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이미 다 끝난 일인데.”
“끝났니? 너한텐 이게 벌써 끝난 일이야?”
“…끝났죠. 아까 그 남자도 말했잖아요? 이것으로 오늘의 모임을 파한다고. 그럼 끝난 거죠.”
“아니, 끝나지 않았어. 왜냐면…….”
“누님!”
안현이 크게 소리쳤다. 억누르고 억눌렀던 마음이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한번 터진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다 끝났어요! 아니, 끝내야만 해요! 애초에 이런 자리를 권하는 게 아니었어! 괜히 이런 자리를 권해 누님이 그렇게 망가졌어!”
“…현아.”
“애초에……. 애초에 제가 고백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괜히 누님이 받아줬다고 콧대가 높아져서……. 주제도 모르고 누님을 이런 더러운 자리에…….”
“…더럽지 않아.”
한번 내지르니 불꽃은 용암이 되어 펄펄 끓어 나왔다. 그렇게 오열과 함께 뜨거운 숨을 내뱉는데도 정하연은 차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불렀다. 그것이 너무 매정하다고 느껴, 안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뭐가 더럽다는 거야……. 애초에 그런 자리인 거 다 알고 간 거 잖아.”
“…몰랐어요. 관전만 허용하는 그런 자리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렇게 말했고요.”
“가벼운 규칙으로만 제약하고 혈기만 내세우는 자리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어. 너도 알잖아? 퀸이라는 여자……. 한테 이성 잃고 먼저 다가간 거.”
“누님도 먼저 그 남자한테 갔……!”
순간 욱하는 마음에 내뱉던 안현은 돌연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탓하는 정하연에게 순간 화가나 결코 내뱉지 말아야 할 말을 뱉어버렸다.
‘이런 병신……!’
시간을 돌리고 싶었으나 그럴 수는 없다. 안현은 가만히 호흡을 정리했다.
‘그래. 내가 쓰레기가 되자. 그럼으로써 이 관계를 끊는 거야.’
마음은 다잡았지만 어떻게 그녀를 밀어낼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무심코 뱉은 말을 이용하도록 하자.
그렇게 생각한 안현이 다시 눈을 떴다.
“맞아요. 저 퀸한테 완전 홀려서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걸어갔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누님보다 색기도 넘치고 몸매도 더 좋은데 어떻게 홀리지 않을 수가…….”
억지로 매서운 말을 내뱉던 안현은 순간 보이는 광경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거리를 둔 정하연이……. 평소에는 누구보다 몸가짐에 신경 쓰던 그 정하연이 치맛자락을 잡아 위로 들어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 누님……. 지금 뭐 하는……!”
정체를 들킬까 우려해 아까는 해체해 놓았던 푸른 보석이 보인다. 매끈한 복부 아래로 뻗어지는 새하얀 허벅지 사이로……. 숱이 적은 검은 수풀이 무언가에 흠뻑 젖어 반들거리고 있다.
안현이 이어 입을 쩍 벌렸다. 흠뻑 젖어 뜨거운 김을 뿜고 있는 은밀한 부위를 보며 안현은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상황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 중. 투명하고 뜨거운 애액이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줄줄 흘러내릴 정도였다.
“네 말이 맞아. 내가 먼저 그한테 다가갔어. 그의 물건……. 그 큰걸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내가 다가갔어.”
“…누님!”
“이제껏 모른 채 하고 있었던 거야. 내가 이렇게 음란한 여자였다는 사실을……. 사실 처음 너와 했을 때도 머릿속 한 구석에서 수현을 계속 생각했어. 그리고 그를 생각할 때마다 네가 주는 쾌감에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발견했어.”
“…누님 제발…….”
“애써 숨겨왔던 내 모습을……. 이번 기회에 깨닫고 만 거지. 나를 좋아하는 네가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자지가 뱃속에 들락거리고 있다는 사실에 미칠 듯이 흥분했어!”
안현이 무너져내렸다. 그가 털썩 무릎 꿇고 얼굴을 감싸쥐었음에도 정하연은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도……. 아직도 내 안에서 난동부리던 그 감각이 남아있어……. 생각만해도 배가 욱신거려서 지금 잘 걷지도 못하겠어. 난 그런 여자야. 네가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누니이이임!”
“그런데…….”
거리를 유지하던 정하연이 천천히 안현에게 다가갔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꾸역꾸역 정하연이 다가가자 안현이 얼굴을 감싸 쥐던 손을 내렸다.
“그렇게 쉴 새 없이 가고 비명 지르고 기절하고 그랬어도…….”
“…….”
다가올수록 시야로 확실히 보였다.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애액과 파르르 떨리는 허벅지 살이. 욕정으로 오른 정하연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오르는 것이.
“아직도 하고싶어 미치겠어……. 누군가 나를……. 막 눕혀서 강제로 범해줬으면 좋겠어.”
“…….”
“그런 내가……. 더럽게 느껴지니?”
“아……. 아아…….”
더럽다? 아니, 그럴 리가. 순백하기 그지없던 정하연을 구렁텅이 몰아넣은 자신에게 죄책감만 있을 뿐이다. 정하연이 절대 더러울 리가 없다.
정하연의 고간이 안현의 얼굴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야 확실히 보인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여인의 깊은 냄새. 평소보다 더욱 진하게 뿜어지는 여인의 페로몬 향에 정신이 아득하게 떨어지려 한다.
정하연이 다시 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도……. 나를 생각해 스스로 자책하고 있는 네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져. 그런 너에게 다시 안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너는 더럽니?”
그 말에 안현은 순간 정신이 확 드는 걸 느꼈다.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절대로 그럴 리가 없었기 때문에.
“아니요.”
“…현아?”
“누님은 절대 더럽지 않아요. 아니, 그 누구보다 제겐 새하얗기 그지없어요.”
안현이 벌떡 일어나 정하연의 손목을 잡았다. 금방이라도 부숴질 것 같이 흔들리던 안현이 일순간에 정신을 다잡자 정하연이 화들짝 놀랐다. 그런 그녀의 팔을 이끌고 안현이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혀, 현아, 잠깐만……! 나, 아직 빨리 못 걸어……!”
아직도 하체가 후들거리는 터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정하연을 안현이 그대로 안아 들었다. 일명 공주님 안기 자세로 어디론가 황급히 걸어가는 안현을 보며 정하연은 고개를 돌렸다.
“혀, 현아?”
그가 한 곳 만을 응시하며 걸어가고 있는 곳.
그 시선 끝으로 ‘잠자리’라는 이름을 가진 커다란 숙박시설이 눈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