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내 주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외할아버지의 죽음,뒤이은 외할머니의 죽음
이모와의 한집생활등.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많은 변화를 체험했고,
한동안은 그런것에 익숙치 않아 조금은 불편해하기도했다.
엄마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도가 별로 양양치 못한 화가와 사랑에 빠져
처녀 시절을 온통 눈물과 방황에 보냈고,
급기야는 그 청춘의 열정을 삭이지 못하고
화가와의 야반도주를 감행했으며,적지않은세월을
외부와 단절한채 둘만의 사랑에 탐닉했고
그 절절한 사랑의 부산물로 나를 낳았으며
대부분의 화가가 그렇듯 가난한 생활을 지겹도록 맛보아야했고,
설상가상,외조부모의 선견지명이 어쩜 그리도 용한지
아버지는 우리 모자를 남겨둔채
술로 탕진한 몸을 추스리지 못하고 젊은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지지리도 말을 안듣고, 부모가 보기엔 실패할게 뻔한
인생을 자청한 딸이 더더욱 미워진 외조부는
두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용기내 찾아간 딸을내쳤으며
하늘 천지에 의지할곳 없는 엄마는 자살을
결심했으나 세상에 이제 막나와 신기한듯한
눈망울을 깜박이는 나를 보곤 이내 모질게 입술을
악다물었고,
그때부터 돈을 벌기위해서라면 손발이 부르터져도
마다하지 않았다.
외조부 몰래 한살 터울의 언니인 이모가 조금씩 가져다주는
돈을 모아 시장에서 사채놀이를 시작했고.
떼이는 돈보단, 엄청난 이자 재미를 느낄때쯤
엄마는 동대문 상가의 제법 그럴듯한 자리에
포목점을 낼수 있었고,엄마의 살가운 성격탓인지
상점은 번성했고,엄마는 야금야금 주변의 점포를
사들였고 그러기를 십수년, 이젠 사채시장과
상인들 사이에서 큰손으로 불리워질 정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엄청난 재력에도 엄마와 나는 여전히 외로운 생활을
계속해야했고,난 불행하게도 일찍 철이란게 들었고
우리 모자에 대해, 세상에 대해,많은 사고와 숙고를
해야했고 인생에 대한 거시적인 차원의 철학을
자신도 모르게 터득해 애늙은이란 소리를 들으며 성장했다.
외조부는 20년전의 홧병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함에도
엄마에 대한 화를 삭이지 않았고,
그런 외조부의 외곬진 성격을 잘 아는 외할머니 역시
행여 자신의 행위로 남편이 세상을 뜰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딸과의 교류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엄마가 외할아버지를 본건 사망하셨다는 이모의
연락으로 가서 본 영안실로 옮기기전의 싸늘히 식은 시신이었다.
엄마는 내가 세상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가장 처연하고
슬픈 모습으로 통곡을 멈추지 않았다.
외조부의 장례를 치루고 미처 49제도 치루기전 외할머니도
주무시듯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이 세상에선 이제 할일이 없으시다는듯....
엄마는 슬픔에 정신을 잃었고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과의 모진 이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시 우리 모자는 세상에 누구도 의지할데없는
외로운 사람들이 되었다.
아차 엄마와 한살터울의 이모....
단 둘의 딸만을 가진 외조부덕에,언니의 불행한 결혼으로인해
화목한 가정이 깨지고, 가족의 생이별을 경험한 덕에,
아님 더욱 커다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뭏든 이모는 지금 마흔다섯의 나이에도 미혼이었다.
몇년의 유학생활과,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탓인지
이모는 명동 한가운데 그녀만의 부띠끄를 가지고
독자 브랜드로 의상을 제작하는 디자이너로 성공했다.
어려서부터 내가 외가에 갈때면 항상 이모가 집에들러
데려갔고,나는 엄마의 손이 아닌 이모의 손을 잡고.
어린 마음에도 엄마의 동반이 허락되지 않은 외출을
몹시 서운해했었다.
나에겐 그지없이 따뜻했던 외조부모와 이모의 환대와
사랑에 금새 잊어버리곤 했지만.
엄마와도 너무 닮은 이모는 처녀의 몸이어서인지
어린 내눈에도 엄마와 비교가 됐고 엄마가 들으면
서운하시겠지만 나는 이모가 귀엽다며 안아줄때면
느껴지는 포근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향긋한 내음의
이모가 너무 좋았고,집에 혼자인 엄마를 잊곤하였다.
대견하게 내가 혼자 있을 엄마생각으로 안자고 가겠다면
더욱 기특해하시던 외조부모와 이모.
늦은밤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항상 이모가 돌아가지 못하도록
떼를써 엄마와 이모 사이에서 잠들곤 하였다.
사춘기와 중고등학교의 그 바쁘고 정신없던 시기에
이모도 일과 공부에 몰두해 소원해지기는 했지만
이모는 항상 언제나 하나뿐인 우리 조카를 입에달며
귀여워했고 자랑스러워했다.
엄마에 대한 내나름대로의 보상에 대한 마음과
아버지 없이 자란 허전함을 성공으로 이어야한다는
절박감으로 나는 어느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애들한테 맞거나 나가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원성을 벋아줄 믿음직스런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나는 운동에도 열중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수 있을정도의
체력과 기술을 연마해 두었다.
내가 한국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자 엄마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셨고,이모는 일을 팽개치고 달려와
내 얼굴을 감싸며 장한 우리 조카하시며 기뻐했다.
그런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우리는 외조부모의 상을 치뤘고.
그렇게 혼자가된 이모를, 외로움을 지치도록 경험한
엄마가 방치하지 않으셨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파트가 팔리기도 전에 이모는 엄마와 나의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었고 늘어난 가족에 약간은 어색해
하면서도 엄마와 나는 웬지 모를 푸근함에 가슴이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는 준재벌인 엄마는 누가 보더라도
귀티가 흐르는 유한 마담모습이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미모는 수많은 고생에도
몇년을 다듬고나니 제모습을 찾았고,
그동안의 세월덕에 조금은 나이든 중년여인임을
감출수는 없었지만, 여느 사업가들이 그렇듯
사교에 열심인 엄마의 부지런한 헬쓰와
싸우나로 돈은 돈대로 불어나고,엄마의 아름다움은
더욱 돋보이게 완성되어갔다.
이모는 엄마보다 한살이 많음에도,
엄마의 그 돋보인는 완숙한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이모를 한자리에서 보면 엄마에게
미안할 정도로 이모는 젊어 보였다.
세련된 옷.(당연히 그렇겠지만)그리고 결혼 한번 안한
처녀로서의 신선함이 이모에겐 숨어있었고
군살 없는 몸매와 활발한 몸놀림과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친숙하게 접근할수있는
자유스러움을 풍겼다.
캐리어 우먼으로서의 세련된 옷차림과 행동은
젊은 여인과 같은 느낌을 주면서 자세히 보노라면
어느새 완숙미가 배어나와 더욱 이모를 빛내준다.
새내기 대학생활의 시작은 내게는 약간 무료하긴했지만
어찌됐든 새롭고 신선했다.
대학 일년동안 공부는 재껴두고 하고 싶은건 뭐든지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미팅이니 엠티니
가리지 않고 참석했고,동아리 서클 뭐든지
호기심이 나는 것이면 줄줄이 가입해 따라다녔다.
그래서인지 나는 많은 친구들과 사귀었고
어느새 내 주위엔 약속하지 않아도 항상 볼수있는
여학생들도 꽤생겼다.
술을 배우며 나는 이성이 취해 흐느적 거림을 경험했고
때론 그런 기분이 사람을 참 자유스럽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으며,그런 와중에 여자애들과
부딫히기도하고 몸을 부비기도하고,입술을 이용한
달콤한 애무를 경험하기도 했다.
여자의 살결은 참으로 부드러운것을 알았고
그 부드러움을 느끼노라면 무언지 해소하지 못한
욕망이 내 안에 꿈틀거려 미치게 답답한때가 있었고
그것이 남자의 소유본능이고,결혼을 전제로하지 않아도
가족이 되지 않아도 어떤부류들은 자유스럽게
서로의 그런 욕망을 즐긴다는걸 알았다.
하지만 내 사고방식은 실수를 용납치 않았고
내 눈이 얼마나 높았는지 모르지만 아직
눈이 멀정도의 욕망이 일어난 여자가 내앞에
나타난적이 없었다.
"지훈아, 너요새 뭐가 그렇게 공사가 다망하니?
니 얼굴 보기 정말 어렵다.너 일찍 좀 들어와봐"
신나게 미팅에, 술에, 정신팔려 12시가 넘도록
돌아다니던 내게 어느날 아침 식탁에서 이모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너 요새 여자 친구 사귀니?아주 정신이 없구나?
열두시전엔 들어오는 적이 없고,일주일에 세번은
술에 절어 들어오고,아주 신났구나 신났어"
엄마도 이모 말이 다 맞다는듯 눈가에 웃음을 살짝
띄우며 바라보셨고 두 자매의 따가운 눈초리에
나는 금새 얼굴이 벌개졌다.
"여자는 무슨...이모는 이상한 말을해. 난 여자같은거
안사귀어. 그냥 요즘 동아리니 서클이니 들어논게
많아서 따라 다니느라 그렇지 뭐."
"어머,애좀봐 여자 같은거라니~,너 엄마도 여자구 이모도 여잔데
여자같은거라니.좀 심하다.그리구 서클엔 여자 없어?
니 나이에 사귀어야지, 안사귀면 그게 비정상이야"
"그건 이모 말이 맞다. 그냥 여자 친구는 사귀어 봐.
많이 만나보면 좋잖아,공부만 해놔서 여자들 어떤지도
잘모르고,경험해 보는것도 괜찮아..."
"아유,현희야, 얘 오해하겠네 경험은 무슨..단어가 어째
좀 그렇다..호호호"
나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이모는 놀리듯
어머 얘 얼굴좀봐 빨개졌어 호호호 하며 일어나 내 어깨를
툭 치곤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내 머리를 한번 다정스럽게 쓰다듬으시곤 이내 그릇들을
설겆이 통으로 옮기신다.
"언니~. 오늘 언니가 아침 설겆이 당번이잖아.
빨리 설겆이해"
"알아 미안한데 내일 내가 할께, 오늘 중요한 바이어
만나기로했어.미안해 지훈아~이모좀 도와줘 "
내가 이모 방으로 가니 이모는 외출 준비를 다한듯했다.
내가 뭐냐는듯한 얼굴을하니 그제서야 뒤로 돌으며
호크좀 끼워주라 하셨다.
아이보리 엷은 브라우스를 입은 이모는 날씬한 다리를
하얗게 내놓은 베지색 치마를 무릎까지 찰랑찰랑 입었다.
"바쁘니까 더 안된다 얘,빨리좀 끼워조"
내게 등을 내민 이모는 재촉했고 나는 얇은 브라우스의 천이
조심스러워 더듬댔고 내 두손은 자의가 아니지만 이모의
부드러운 양어깨살에 닿았다.
차가운듯한 감촉과 함께 아주 매끈한 이모의 살결이 손에 느껴지자
내 가슴엔 갑자기 무거운 돌이 떨어지는듯 쿵하는 소리가 났다.
이 느낌이 뭐지?
너무 부드럽고 감촉이 좋았다.
또래의 여자친구들이 취한듯 기대올때 스킨쉽을할때의
느낌관 전혀 달랐다.
억지로 끼웠지만 한동안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
무언지 모를 이 아릿하고 야릇한 감정이 일어난 이유가 뭔가.
이모는 바쁜듯 치마를 펄럭이며 고맙다 하시며 나갔고
나는 멍하니 서서 방금 닿았던 감촉을 느껴보느라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뭐하니?거기서 하는 엄마의 소리에 화들짝 놀라
끊어지긴 했지만 생 장신은 온통 그 감촉의 야릇함으로
인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모의 사무실로 들린건 아침의 그 이유는 아니었다.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인해 간 장소가 명동이었고,
모임은 싱겁게 한친구의 불참으로 무산됐고,김빠진
다른 친구들이 서둘러 자리를 떴고,마침 그곳엔
이모의 사무실이 있었고,더우기 전화를 걸자
이모는 날 기다렸다는듯 빨리 오지 않고 뭐하냐고
채근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지 결코 무슨 다른 생각을
한건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구태어 줄줄이 이유를 나열한건
오늘 이모와의 만남이 내 생애에 커다란 획을 그었기
때문이다.
외관으로 보기에도 이모의 부띠끄는 주위를
압도하고도 남을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되어 있었다.
명동의 이름에 걸맞는 정도가 아니라, 단연 고풍과 우아로
주변의 부띠끄조차 오히려 레벨업 시키는듯한 느낌이었다.
통유리로 꾸며진 쇼 윈도우로 엿보이는 실내는,
더할나위 없이 단아하면서 사치스러움을 보여
손님들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할것 같았다.
웬만큼 가진 사람들의 허영으로 이모의 부띠끄를
이용하지 않고는 못배겨나겠다 싶었다.
문앞에서니 통유리문은 소리 없이 열렸고
은은한 기분좋은 향기가 코로 훅 들어왔고,
여인들만의 장소라는것이 그저 들어서는 느낌으로도
전달됐다.
세련된 옷차림의 여인이 반갑게 웃으며 물었다.
"어서 오세요, 혹시 주문하신거라도..."
"아니요, 저...차 상희씨를 좀 뵈러왔는데요..."
"네? 사장님이요? 미리 약속을 하셨나요?"
"네.제가 조칸데요"
"어머,그러세요..그럼 이층에 올라가세요.이층 쇼룸을
지나면 디자이너 실이 있는데 그 옆이 비서실이에요.
제가 연락해 놓을께요."
비서? 나는 집에서 느끼는 이모와, 직장에서의 이모의
지위에 약간의 혼란을 느꼈지만 뭐,유명세로 보니
그럴법도 한것같아 짧게 대답하곤 이층으로 올라갔다.
유럽풍의 웅장한 계단을 밟고 올라가니 이층엔
휴게실 같은데 호텔 로비와도 같이 화려한 소파와
탁자가 곳곳에 놓여있었고, 넓직한 통로가 보였고,
그곳으로가니 왼편전체는 쇼룸이라 되어있고,
오른편에 영업관리부와 디자인실.
그곳을 지나니 비서실이라 되어있다.
조심스레 비서실 문을 여니 데스크가있었는데
말 그대로 기가막힌 미녀가 재빠르게 일어나면
나를 맞았다.
"아, 사장님 찾아오신 조카분이죠?기다리고 계세요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입니다."
나는 쭈삣 고개를 숙이고 그녀가 가리킨데로 들어가 오른편으로
들어가니 넓은 공간에 여자 세명이 보였다.
한쪽엔 여자둘, 한쪽엔 한명의 여자가 앉았는데
앉은 품세로 보아 그녀가 비서실장인듯했다.
그녀가 나를 보자 일어났고, 나는 그녀의 눈부신
미모에 그만 질려 얼어붙는듯했다.
이십대 후반쯤? 캐리어 우먼의 세련되고 우아한
동작으로 내게 걸어오는 그녀의 얼굴은 내가
그리 좋아하던 탈랜트를 능가할 정도였고,
몸매는 타이트한 스커트와 그아래로 쪽 뻗은
그녀의 다리로 보아 그녀가 미스코리아 정도는
찜쪄먹을 정도라는걸 짐작할수 있게 해주었다.
"어서오세요,저는 사장님 비서실장인 김가영입니다.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셨어요.이리 오세요"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주춤주춤 따라가
그녀가 열어주는 문안으로 들어갔다.
"그래,,우리 지훈이 왔구나.어서와,이리앉아"
기다렸다는듯 이모는 책상에서 일어나 나를 맞았고
가벼운 동작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고 이태리산
소파인듯 말로만 듣던 고급 소파에 나를 이끌어 앉혔고
미리 준비한고 있었는듯 비서 인듯한 여인이 차를
들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