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0/61)

모자들의 교향곡 60부 

개인사정으로 글이 늦어진점에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신분들과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고요.

60부를 쓰느라 못해드렸는데 곧 메일답변을 보내드릴게요.

모자들의 교향곡 60부

한밤중에 선규는 잠에서 깨었다.  다시 잠을 청할려고 했지만 눈은 더욱 말똥말똥해져 갔다.  몸을 돌려보니 엄마는 그를 바라보며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잠시 엄마의 고른 숨소리를 듣다가 문득 낮에 선생님집에 갔었던 일이 생각났다.  평소에는 냉정함과 차분함을 잃지않던 선생님이 그토록 흥분하는 모습을 보일줄은 대단히 뜻밖이었다.  그전에도 그와 섹스할때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줬었지만 어제와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놀라움과 함께 선생님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준 자신에 대해서도 뿌듯함이 들었다.  그리고는 섹스가 끝나 기진맥진해 하면서도 그를 계속 끌어안고 말없이 쓰다듬어 주었던것이 떠올랐다.  선생님이 그렇게 해주면 편안하고 따스함이 들었으나 이번에는 그녀의 손길에서 부담스러울 정도의 애정이 들어간거처럼 느껴졌다.  더군다나 거실에서 그를 붙잡고 간절하게 가지말라며 애원하던거는 잊혀지지가 않았다.

[설마 선생님이 나에게 어떤 감정이 생기신거 아니야?]

가슴속에서 일말의 불안감이 몰려왔으나 이내 떨쳐버리고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교사생활을 하시는분이 학생에게 그러시겠어? 더군다나 옆에 자식들도 있는데... 자각이 있으신분이 그럴리가 없지. 그냥 내가 친근하다보니 그런 반응을 보이신걸거야]

그리고는 고개를 움직여 어둠속에 있는 엄마를 쳐다보았다.  선생님도 그앞에서 흥분을 했는데 엄마는 왜 그러지를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섹스를 싫어한다해도 부부간의 성생활에 불만을 가져 남편이 바람을 피게 된 선생님도 그랬으면 엄마도 그래야 하는게 정상인거 같았다.

[내가 자주 생각난다는 선생님이 만족을 했으면 나를 사랑하는 엄마도 당연히 그래야지. 나도 이제는 제법 경험이 있는데. 엄마가 나에게서 매력을 못느끼나?]

그러다가 선생님에게 오럴섹스를 해주던게 기억나서 선규의 손은 저도모르게 엄마의 다리로 갔다.  원피스인 잠옷치마속으로 들어가 매끄러운 다리를 타고 올라가면서 선생님이 흥분하던 모습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마담에게 했었을때는 긴장으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라 그저 시키는대로 했었는데 이제는 선생님과의 경험으로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래도 마담이 나에게 많은거는 가르쳐줬네]

씁쓸하게 웃고 있는데 손은 어느새 부드러운 팬티면에 도달해 있었다.  그동안 엄마가 그곳을 만지는것조차 싫어해서 우연을 가장하여 몇번 스치면서 만졌을뿐 오럴섹스를 해주거나 음부를 자세히 보는것은 엄마가 그와의 섹스에 만족을 할때까지 그저 기다리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해주면 엄마도 좋아해 할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래. 항상 섹스만 하니까 엄마가 만족을 못하는거일지도 몰라. 새로운걸 해봐야 느낄수가 있지]

그리고는 손가락들을 펴서 엄마의 은밀한 곳을 천천히 문질러 보았다.  손가락이 둔덕에서 내려와 팬티속에 있는 갈라진 틈사이를 지나가자 엄마는 약간 꿈틀거렸다.  하지만 선규는 개의치않고 그녀의 팬티를 조심스럽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가 그러는적들이 워낙 많아 엄마는 잠결에서 엉덩이까지 들어주었다.  엄마의 꽃잎을 빤다는 생각으로 그의 성기는 벌써 꼿꼿이 발기되어 있었다.  그가 해주는 행위로 그녀가 선생님처럼 흥분해할거라고 생각하니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팬티를 발목밖으로 벗겨낸다음 조심스럽게 엄마를 바로 눕히고 잠옷치마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두다리를 벌려 울창한 음모숲에 코와 입술을 갖다대었다.  항상 자기전에 씻어서 은밀한 곳에서는 약간의 비누향만 코에 들어왔다.  얼마동안 음모의 촉감을 즐기던 선규는 그녀가 깨지않게 주의를 잔뜩 기울여가며 꽃잎을 찾았다.  입술에 건조한 동굴입구가 닿자 손끝으로 그주위를 살짝 벌리고 선생님에게 해주었던거처럼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엄마는 다시 움찔하며 다리를 오무리는 바람에 선규의 머리는 두다리사이에 바짝 끼여지게 되었다.  혀의 움직임을 멈추고 잠시 그녀의 반응을 살펴보던 그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자 다시 다리를 벌리고 혀를 움직였다.  혓바닥으로 질안을 가득 맛보고는 조금씩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또다시 그녀가 꿈틀거리자 그는 꽃잎에 얼굴을 더욱 바짝 들이대고 그의 머리를 조이는 엄마의 두다리를 무시했다.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도 그녀의 음무는 조금도 젖어드는 기미가 없었다.

[이상하다. 조금이라도 젖어야 되는데. 잠이 들어있어서 그러나?]

그래서 이번에는 좀더 자극을 줄려고 그녀의 음핵을 찾아 혀끝으로 건드렸다.  섹스를 할때 성기가 그녀의 음핵을 스치고 지나갔었겠지만 이렇게 음핵이라는걸 인식하며 접촉하는것은 처음이었다.  엄마의 음핵은 선생님거와 매우 비슷했다.  그녀에게 오럴섹스를 해주고 있어서 그런지 엄청난 흥분이 순간적으로 업습해와서 선규는 음핵을 물고 쪽쪽 빨았다.  그런 그에게는 엄마의 다리에 점점 조여지고 있는 머리뿐만 아니라 침대에 눌려있는 발기된 성기도 아플 지경이었다.

명숙은 잠결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건드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의식중에 선규인줄로 알고 그냥 내버려 두었으나 뭔가 울렁거림이 일어나고 밑에서 촉촉한 감촉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두다리를 오무렸으나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느낌은 계속 들었다.  그러는데 속에서 역겨움이 일어나 잠에서 점차적으로 깨어나보니 누군가가 그녀의 두다리사이에 있는것 같았다.

[어?]

누가 그녀의 은밀한곳을 빨고있다는걸 깨닫자 명숙의 두눈은 번쩍 뜨였다.  그녀가 이러는걸 싫어한다는것을 알고 선규도 하지 않아서 명숙은 다른 사람이 그녀의 두다리사이에 있는걸로 착각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치마속에 있는 사람의 머리를 밀쳐내며 몸부림을 치고는 그사람을 있는힘을 다해 걷어찼다.  그러자 그사람은 잠옷치마밖으로 나와 침대밑으로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야!"

그목소리의 주인공이 선규인걸 깨달은 명숙은 황급히 침대밑으로 내려가 쓰러져있는 선규를 안았다.

"괜찮아, 선규야? 어디 안다쳤어?"

몹시나 놀란 명숙은 불도 켤 생각을 않하고 어둠속에서 다친곳이 있나 아들의 몸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옆구리를 잡고있는 선규의 손이 만져지자 명숙은 다급하게 물었다.

"떨어지면서 옆구리 다친거야?"

"그렇게 세게 걷어차면 어떡해? 괜찮은거 같애"

"정말이지?"

"응"

그의 목소리가 볼멘소리였어도 정말로 아무일 없는거 같아 명숙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다가 도대체 거기에는 왜 있었던거야? 얼마나 놀랬는줄 알아?"

"나였는줄 몰랐어?"

"이런짓 안했었잖아"

"....."

선규에게서 아무대답이 없자 명숙은 계속 그의 옆구리를 주물러주며 물었다.

"내가 싫어하는줄 알면서 왜 그랬어?"

"아니야. 이젠 엄마도 그걸 좋아할지 몰라"

"뭐?"

"사람의 마음은 변할수도 있잖아. 그리고 엄마도 이젠 나에게 익숙해져 있어 거부감이 나지 않을수도 있고"

그소리에 명숙의 입은 크게 벌어졌다.

"지..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한번 해보자. 응? 내가 안아프고 조심스럽게 해줄게"

그러면서 선규가 그녀의 잠옷치마를 올릴려고 하자 명숙은 황급히 침대위로 올라갔다.

"왜..왜 이래?"

"그렇게 무서워 하지말고 누워봐"

"시..싫어"

선규가 침대위로 올라오자 명숙은 겁이나서 점점 뒤로 물러나다가 결국은 등이 벽에 닿게 되었다.  더이상 물러날 틈이 없어서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선규를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만 있는데 그가 그녀의 다리를 강제로 벌리며 잠옷치마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선규야!"

다급한 바람에 명숙이 소리를 지르며 그를 밀쳐내고 침대밖으로 도망갈려고 하자 선규가 다시 그녀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또다시 그녀의 다리사이로 머리를 넣을려는 아들과 몸싸움을 했다.  명숙은 그러는 선규가 마치 발정난 개와 같아 사랑스러운 아들이 아닌 보통 남자들처럼 느껴져 혐오감마저 들었다.

"그만두지 못해? 내가 싫다고 했잖아!"

"제발 한번만. 응?"

선규의 간절어린 애원을 듣고 그녀의 마음은 짧은순간 흔들렸으나 그래도 누군가가 자신의 은밀한 곳을 빠는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그러는데 그가 거칠게 잠옷치마를 그녀의 허벅지위로 끌어올리자 명숙은 그를 때리며 우는소리로 사정했다.

"선규야, 제발. 난 정말 싫단말이야!"

그녀가 계속해서 간곡히 애원하자 그토록 집요하게 달려들던 선규도 잠잠해졌다.  그녀앞에서 한동안 웅크리고 앉아있던 그는 거칠어졌던 호흡도 진정해지더니 침대밖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엄마는 왜 그렇게 유난해?"

"그걸 꼭 해야하니?"

"다른 여자들은 좋아하는데 엄마만 왜 그래?"

"뭐?"

"에이, 재미없어"

그리고는 선규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 멍하니 앉아있던 명숙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그를 따라나갔다.  

거실의 불을 켜보니 선규는 심통난 얼굴로 소파위에 앉아있었다.  얼른 옆에 앉은 명숙은 그의 얼굴을 잡고 두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다른여자들이라니 그게 무슨말이야?"

"....."

"너, 여자 생겼니?"

한순간 선규의 눈빛은 흔들렸으나 곧 단호하게 바뀌었다.  

"나한테 여자가 엄마말고 또 누가 있어?"

"그런데 다른 여자들은 무슨말이야?"

"다 그러잖아. 포르노에서도 그러고"

"확실하지? 여자 생긴건 아니지?"

"그래"

명숙은 꺼림직함이 들었으나 선규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해서 더이상 묻지를 않았다.  선규는 대답이 끝나자마자 다시 입을 열었다.

"옛날에 무슨일이라도 있었어?"

"무슨말이야?"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냐고? 왜 그렇게 그걸 싫어해?"

명숙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마다 다른거야. 저번에 네가 아파서 내가 몸에 좋은걸 해줬었지? 다른 사람들은 그런거 못먹어서 안달인데 너는 왜 싫어해?"

"그거야 내입맛에 안맞으니까 그렇지"

"거봐. 너도 싫어하는게 있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자 선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도 그거와는 다르잖아. 엄마는 다른 여자들처럼 만족을 느끼고 싶지 않아?"

"그러지 못하거나 신경쓰지 않는 여자들도 있어. 어떻게 모두들 그런 이상한 비디오에 나오는 사람들과 같을수가 있니?"

"그럼 난 엄마를 영원히 만족 못시키는거야?"

그러자 명숙은 아들을 끌어안으며 부드러운 소리로 속삭였다.

"난 너를 안고있는것만으로 만족해. 그러니 그런 강박감을 갖지마"

한동안 그녀품안에 안겨있던 선규는 다시한번 애원했다.

"정말 딱 한번만이라도 안돼?"

"그게 그렇게도 하고싶니?"

"응.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측은한듯이 말하는 선규를 듣고 명숙은 몹시 망설였다.

[이번 한번만 눈한번 딱 감고 해볼까?]

흔들리는 마음을 더이상 붙잡을수 없어 명숙은 아들을 데리고 어두운 방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침대위에 누운다음 주저하는 손으로 잠옷치마의 끝자락을 잡고 천천히 위로 올렸다.  그러자 선규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이번 한번만이야"

얼른 고개를 끄덕인 선규는 밑으로 내려가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두다리를 벌렸다.  비록 아들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치부를 내보인다고 생각하자 명숙은 수치심과 불쾌감이 들기 시작했다.  또한 그의 머리가 점점 안으로 들어오자 긴장이 되고 역겨움도 일고 있었다.  그래서 두손으로 침대시트를 꽉 움켜쥐고 그런것들을 애를 쓰며 무시하고 있는데 허벅지안쪽에서 촉촉한 감촉이 느껴졌다.  순각적으로 움찔했으나 곧 선규의 혀인거를 깨닫자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간지럽고 기분이 매우 이상했으나 그의 혀가 허벅지를 타고 점점 안쪽으로 들어가자 속에서는 놀라움과 의혹이 들었다.  한번도 해보지를 않았다고 말했으나 조금도 서두름없이 꽤 침착하게 하는것 같아서 그냥 본능으로 하는게 아니라 그가 무슨짓을 하고있는지 알고 하는것 같았다.  어떻게 가르쳐줘야하나 해서 걱정했던 명숙은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고 부인하던 선규의 모습이 떠올렸으나 그의 코와 입술이 음모를 간지럽히게 되자 다시 신경이 그리로 쏠렸다.  혀가 천천히 동굴주위를 탐색하다가 서서히 안으로 들어가 조개살을 핥게되자 울렁거림을 도저히 못참게된 명숙은 벌떡 일어나서 아들의 머리를 잡고 뒤로 물러나 앉았다.  

"아..아무래도 안되겠다"

또다시 보채지않고 선규의 깊은 한숨소리만이 들리자 그녀는 안도와 함께 미안함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하기만 할래?"

"됐어"

선규는 단지 그말만 하고 옆에 누웠으나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어둠속을 더듬어 팬티를 찾아입고 같이 누운 명숙은 오럴섹스에 대해 생각했다.

[지난 1년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오늘 하자고 했을까?]

방금전까지는 오럴섹스를 싫어하는게 단지 선천적이라고 생각하고 선규가 요구하지 않기를 바랬지만 이제는 그러지가 않았다.  그녀가 계속 거부한다면 호기심을 참지못하고 다른 여자를 만나 할수있을지도 몰랐다.  선규가 그녀를 사랑하고 대학들어갈때까지 다른 여자와 섹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선규아빠를 보았었기때문에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아까 선규의 말과 행위때문에 자꾸만 그가 다른여자와 경험이 있는걸로 느껴져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지금이라도 그걸 방지할려면 아들이 원하는데로 해줘야 하겠지만 심신이 따라주지를 않아 어떡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또한 선규가 그녀가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거에 대해 불만이 있어보여 그것도 고민스러웠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저만 좋으면 됐지 왜 나한테까지 그러는거야? 남자는 돈주고 하는 여자도 만족을 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다고 하는데 남자들의 그러한 습성때문에 그런가? 나한테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혜영이 아들과의 잠자리를 만족스러워 한다는게 기억나서 부러움이 들었다.

[혜영이네에는 이런 문제가 없겠지? 그런데 그애들도 오럴섹스를 하나?]

고개를 돌려보니 선규는 삐졌는지 등을 돌리고 있어 잠이 들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뒤에서 살며시 아들을 껴안아 보았지만 그에게서는 아무말도 안나왔다.

지난번에 선생님과 오럴을 해가며 섹스를 한이후로 그녀는 더이상 선규와 성행위를 갖지 않았다.  그에게 안기거나 키스를 하는일도 없었고 섹스를 처음 하기전의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선규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가하고 당혹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를 자상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더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와 그냥 스승과 제자관계로 있는게 오히려 마음이 더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어두운 기색도 보이지 않아서 이혼의 상처를 어느정도 견더내고 있는것 같기도 했다.  하루는 선생님의 집을 찾아갔었는데 때마침 아이들이 있었다.  오래간만에 만나서 그런지 매우 반가워서 얼마동안 같이 놀아주는데 그들과 함께 있는 선생님을 보고 문득 깨달음이 있었다.

[그래. 엄마한테는 내가 있듯이 선생님한테는 아이들이 있었지. 선생님을 보살펴줘야 할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저애들이야.  자라나면 선생님도 저애들만 바라보고 사실거고]

그생각을 하자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왠지모를 부담감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낮잠을 잔다고 방에 들어가고 선생님과 선규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악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이제 완전히 집에 들어온건가요?"

"가끔 내가 일이 있으면 외갓집에 가게 되겠지만 이제는 집에 데리고 있을거야"

선생님의 말에서는 왠지 그와 집에서 단둘이 있는걸 피하는것처럼 들렸다.  물론 선규도 그게 편했다.  아이들이 있으면 둘다 딴생각을 할 염려는 없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선규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연주에 빠져들었다.  스승처럼 그를 지켜보며 연주하던 선생님도 언제부터인가 그를 연주파트너로 대하며 연주에 몰두하고 있게 되었다.  이제는 서로의 연주실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연주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호흡이 척척 들어맞았다.  연주가 끝나고 마음이 편안해진 선규는 함빡 미소지으며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저도 누구앞에서 선생님과 연주를 함께 해도 되겠죠?"

"내가 너와 같이 할수있는 실력이 되는지를 모르겠다"

"과찬이 지나치시네요. 제가 잘해야죠"

소리없이 웃는 선생님을 보던 선규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선생님도 요즘의 대중가요를 들으세요?"

"그럼"

"누구노래를 들으시는데요?"

"서태지와 아이들"

그말에 선규는 두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아니, 선생님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들으세요?"

"그애들의 음악은 너희들만 들으라고 있는거니?"

"그런거는 아니지만... 선생님은 그런 음악을 안들으실줄로 알았거든요"

선생님은 다시 소리없이 웃었지만 선규는 그런 그녀를 신기한 눈으로 계속 쳐다보았다.

"물론 내가 기성세대다보니 그런 음악이 맞지 않는데 '하여가'듣고 굉장히 놀랬어. 록과 랩, 그리고 한국전통악기를 동시에 넣어 음악을 만들수 있다는건 생각도 못했었거든.  너무나 신선하게 들리더라"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보통 사람들에게는 음악이 귀에 듣기 좋게 들리면 되는건데 아무리 대중음악이지만 이런 실험정신이 있어야지"

"가요에는 그런게 너무 없죠? 대부분이 거의 똑같은 음악들이잖아요"

"맞어. 조용필이후에는 그런 작곡가들이 없었어.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을 계기로 새로운걸 시도하는 작곡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것도 돈벌려고 하는건데 그런다는건 위험하지 않나요? 보통 하나가 히트하면 그걸 따라하게 되잖아요"

"이렇게 생각해보자. 어떤 회사가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 돈을 많이 벌게 되었어. 그런데 다른회사들이 그걸 따라하며 오래동안 똑같은 제품을 만들게 된거야. 그러면 그런거에 안락하게 되고 나중에는 발전도 없고 경쟁이 떨어져 전체가 망하게 되겠지?"

"그렇겠죠. 어차피 시장은 한정되어서 외국에서 장사해야 하는데 뭔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되겠죠. 더구나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도 더 좋은 제품을 사용할수도 없어 피해를 보게 되고요"

"바로 그거야. 음악도 마찬가지야. 이런 음악들이 많이 나오면 외국에 우리가요의 음악성을 알릴수 있어 시장이 넓어지고 우리도 더욱 다양한 음악을 들을수 있게 되잖아. 항상 똑같은 발라드나 랩을 들으면 지루하지 않니?"

"네. 그래서 가요는 듣다가 곧 싫증나게 되요"

"우리나라 가수들이 단명하고 곧 잊혀지는 이유가 상업성때문에 음악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야. 예를 들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활동을 오래할려면 너희세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그다음세대의 팬들을 만들어야 돼. 그런데 음악이 똑같으면 너희세대는 싫증을 낼테고 그다음세대는 옛날음악이라고 등을 돌릴거야"

그말에 선규는 크게 수긍이 갔다.  집에서 열심히 듣는 팝송은 많았지만 가요는 별로 없었다.  기억에 남는게 없어서 예전가요들은 라디오에서 우연히 나오는걸 듣거나 아니면 노래방에 가서 부르는게 전부였다.  그것은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다른 가수들도 그런 음악을 계속 따라하게 되면 그당시에만 반짝하고 그다음은 잊혀지게 되겠네요"

"응. 외국에서는 젊은 세대들도 고전 대중음악을 좋아하거든. 그런데 우리나라의 음악들은 그렇지 않아. 옛날가요라면 고리타분하거나 기성세대들이 듣는걸로 생각하고 안듣잖아"

"그렇죠"

선규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은 일어나서 레코드판을 한장 가져왔다.

"집에서 레코드판을 들을수 있지?"

"네"

"이제는 xx가 있으니 레코드판을 구하기 어려운 세상이라서. 이거 집에 있니?"

그녀가 보여주는 판은 The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였다.  

"이거 금지곡들까지 들어있는 원판이에요?"

"응"

"들어는 봤지만 원판은 못들어 봤어요"

"이음반에 대해서는 들어봤지?"

"네. 대중음악의 판도를 빠꿔놓은 앨범이라고 들었어요"

"맞아. 비틀즈가 만약에 이앨범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냥 'Yesterday'같은 곡들을 불렀던 흔한 가수들이 됐었을테고 또 지금나오는 다른 대중음악들도 없었을거야. 바로 그런거때문에 비틀즈의 음악이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널리 들려지는거지. 뭘 할려면 이정도은 해야 하지 않겠니?"

"선생님말씀이 맞아요. 남들과 차이가 나야죠"

그러는 선규에게 선생님은 레코드판을 내밀었다.

"이거 네가 가져라"

"제가요?"

"응. 음악이든 뭐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게 있어. 앞으로 살면서 이음반을 들으며 네자신에 만족하지말고 계속 발전시키도록 해"

엉겁결에 받아든 선규는 레코드판과 선생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선생님이 들으시는거 아니에요?"

"괜찮아. 너에게 주는 선물이니까"

"감사해요, 선생님"

그를 생각해주는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이 든 선규는 더이상 뭐라 할말을 잃었다.  

그런 그를 한동안 부드러운 표정으로 응시하던 그녀는 조용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 학기 끝나면 학교를 그만둘거야"

"네? 선생님을 그만두신다는 말씀이세요?"

"응"

몹시 놀란 선규는 순간적으로 죄책감이 들었다.

"혹시 저때문이세요?"

"응"

"죄송해요"

그말에 선규는 당황해서 고개를 숙이고 어쩔줄을 몰랐으나 선생님은 여젼히 온화한 얼굴이었다.

"그런게 아니야. 오래동안 잊고있었던 음악하는 즐거움을 네가 나에게 일깨워 주었어. 그래서 교사를 그만두고 하고싶었던 공부를 더 할려고 그래. 오히려 내가 너에게 고맙다고 해야지"

"....."

"그리고 여기에 계속 있으면 내마음이 흔들려서 너한테도 안좋을거 같고"

"그럼 외국에 나가실거에요?"

"응. 독일에 가서 공부할거야"

"아이들은요?"

"데리고 가야지"

"그럼 그동안 하신다는 일이 그거 준비하시는 거였어요?"

"응"

선생님을 이제는 더이상 볼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속에 크나큰 섭섭함과 슬픔이 들어 선규의 얼굴은 시무룩 해졌다.  섹스할 상대가 없어져서 그러는것은 아니었다.  옆에는 엄마외에 아무도 없었던 그에게는 자상하고 어떤때는 지도와 충고를 해주는 선생님이 어느새 그의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도모르게 의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가시면 언제 돌아오세요?"

"글쎄. 거기서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또 계속 공부도 하면서 내자신을 발전시킬려고 해. 한국에는 아픈 기억들이 많아서..."

그녀의 말에 동감이 갔다.  엄마도 아빠가 외국을 가서 이혼의 아픔을 빨리 극복할수 있었던거와 같이 그녀도 남편이 있는 땅에서 떨어져 있는것이 상처를 잊기에 도움이 될게 확실했다.  그를 위해서 떠난다는 말도 이해가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섭섭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선생님은 그의 옆에 앉아서 손을 잡았다.

"선규야"

"....."

"너는 괜찮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너에게 너무 몹쓸짓을 했어"

"왜 자꾸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니야. 내말을 들어. 너에게는 너대로의 삶이 있는데 내가 그럴수는 없는거야.  이게 무슨 애들 불장난도 아니고. 앞으로의 네앞날이 창창한데 사랑하고 너에게 맞는 여자를 만나야지.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내가 너에게 안좋은 영향을 주는거잖아"

"...."

"너를 위해서 이러는거니까 이제까지 나와 있었던 일들은 잊어버려라. 그리고 네가 성인이 되서 다시 만나게 되면 이렇게 말고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사이로 만나자. 내말 들어줄수 있지?"

"네"

목이 메어진 선규가 간신히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하자 그녀는 그의 볼을 따듯하게 어루만졌다.

"고맙다. 나를 이해해줘서"

더이상 있으면 왠지 눈물이 나올거 같아서 선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그만 가볼게요"

잠시 그를 응시하던 선생님은 지난번처럼 잡지않고 잔잔한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수가 책방에 나가서 집에 있었던 혜영은 시장에 갔다올려고 밖에 나섰다.  겨울이었지만 그다지 춥지가 않아서 요즘은 옷을 두텁게 입지 않고도 밖을 거닐만 했다.  집앞에 나서서 잠시 길건너에 있는 명숙의 약국을 쳐다보던 그녀는 시장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명숙과 서로의 비밀들을 털어논 이후로는 친구의 집쪽을 바라보는것만도 기분이 이상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명숙이는 그이후로 기분이 어떨까? 우리처럼 편안하거 같지는 않은것 같던데...]

우리라는 단어에 어이없는 웃음을 짓던 그녀는 모퉁이를 돌다가 누구와 부딛혀서 하마터라면 넘어질뻔 했다.  명숙의 생각으로 무의식적으로 걷고 있었던 혜영은 깜짝 놀라며 비틀거리는 몸을 바로 할려고 했다.

"아줌마 괜찮으세요?"

낮익은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선규였다.  그도 놀랐는지 당황한 얼굴로 얼른 기타케이스를 내려놓고 그녀를 부축했다.

"죄송해요, 아줌마. 제가 딴 생각을 하느라고 누가 오는지도 몰라서 그랬어요. 어디 다치신데는 없죠?"

"응. 괜찮아"

낯선 사람인줄 알고 사과할려고 했던 혜영은 상대방이 선규여서 일단 안심을 했다. 하지만 놀랐던 마음이 진정되자 왠지모를 어색함과 불편함이 몰려왔다.  명숙의 말을 듣고 선규를 보기는 지금이 처음이었다.  어떤때는 태수보다 편했던 선규였지만 이제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는것 조차도 어렵고 알수없는 부끄러움도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작년에 그를 보고 마치 남편친구처럼 느꼈던적이 생각나자 안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땅에 떨어졌던 장바구니를 줏어서 그녀의 손에 쥐어주는 선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정말 괜찮으신거죠? 얼굴을 보니 어디 다치신거 같은데..."

"아니야. 정말 아무렇지 않아"

급히 태연한척을 하며 대답하자 선규도 그제서야 안심하는 빛을 보였다.

"시장가시는 길이세요?"

"응. 넌 선생님댁에 갔다오는 길이니?"

"네"

대답을 하는 선규의 목소리에는 왠지 힘이 없고 어둡게 들렸다.  그의 안색도 그렇게 보여 항상 선규의 밝은 모습을 보아왔던 혜영에게는 생소함이 들었다.

"무슨일이 있었니?"

"네?"

"네가 좀 힘이 없어 보여서"

"피곤해서 그런가봐요. 어제 잠을 잘 못잤거든요"

그말에 혜영은 마치 저엄마와의 성행위로 잠을 잘 못잤다는거처럼 들려 다시한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의 빨개진 얼굴을 본 선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어디 몸이 안좋으세요?"

"아..아니야. 어서 집에 가서 쉬어라"

"몸이 불편하시면 제가 시장까지 따라가 드릴까요?"

"됐어. 살것도 얼마 없어 나혼자 다녀와도 돼"

선규가 웃으며 인사를 하고 집쪽으로 떠나가자 혜영은 잠시 그자리에 서서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들의 절친한 친구며 어린 조카처럼 보아왔던 선규가 어른처럼 저엄마와 그런다는게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하긴 태수도 그러는데 동갑인 선규도 이젠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지]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혜영에게 아까 봤던 선규의 그늘진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 의아함이 드는데 불현듯 지난번에 아들이 쓸쓸하고 고독하게 보인다는 명숙의 말이 떠올랐다.

[명랑하고 밝게 보이는 애가 그런면이 있을줄은 몰랐네. 성격이 내성적인건 아닌것 같던데...]

다시한번 선규가 사라진 쪽을 돌아본 혜영은 고개를 흔들고 시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돌아온 선규는 몹시나 허전함이 들어 방안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선생님이 준 레코드판을 들어 군악대 복장을 하고있는 비틀즈의 멤버들과 그들뒤로 마릴린 몬로등을 비롯한 수많은 인물들이 서있는 표지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판을 꺼내 턴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다시 침대위에 앉았다.  그도 국내에서 나온 음반으로 들어보았었지만 선생님이 해줬던 말들을 상기해 가며 들으니 음악들이 더욱 새롭게 들리고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금도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앨범에 여러곡들을 집어넣어 그중에 몇개가 히트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음반과는 달리 이것은 모든 곡들을 하나의 주제로 결집해 만들어 놓은 최초의 컨셉트 앨범이었고 세상사람들에게 대중음악을 예술로 부각시킨 음반이었다.  당시로서는 제작, 작곡, 녹음기술. 앨범표지등 모든것들이 새롭게 시도되는것이어서 음악세계를 경악시켰고 아직까지 대중음악의 가장 뛰어난 앨범으로 평가받는 음반이었다.  선규도 금지곡들이 없는 음반을 들어봤었지만 노래 하나하나마다 창의력이 뛰어나서 감탄했었다.  국내에서는 환각음악으로 금지된 마지막 곡인 'A Day in the Life'가 나오자 선규는 자세를 바로하고 온정신을 집중하여 귀를 기울였다.  비틀즈의 최고의 곡이라는 말을 들어봐서 이곡에 궁금함과 호기심이 많았었다.  존 레논이 곡을 쓰다가 중간부분을 쓰지못해 폴 매카트니가 썼다는 노래는 매우 몽롱하면서도 재치가 돋보였다.  특히 노래가 끝나며 연주가 나오는 피날레는 선규에게 여태껏 가져보지 못했던 느낌과 감정을 주었다.  피아노건반소리가 나며 끝이 없을것 같은 현악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소용돌이에 빠져 헤어날수 없는 느낌이었고 가슴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한참후에 영원히 멈출것 같지않던 현악연주가 끝나면서 피아노건반들을 때리는 요란한 소리가 울러퍼지며 곡은 끝났다.  곡이 끝났으면서도 서서히 조용하게 사라지는 피아노의 여운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서있었던 선규는 꿈을 꾸고 있는듯한 얼굴로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었다.

그날이후, 선생님이 그를 떠난다는 사실에 섭섭함과 아쉬움, 그리고 왠지모를 심통이 나서 찾아가보지를 않았던 선규는 얼마간의 날들이 지나고 난뒤 그녀가 떠나기전 몇번이라도 더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그녀의 집을 갔었다.  하지만 전화를 안하고 가서인지 집에는 아무도 없어 그냥 돌아와야만 했다.  그뒤로 곧 개학이 다가와서 학교에서야 그녀를 볼수 있었다.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에 교실에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으나 선생님은 어느때와 다름없이 그에게만 눈길을 주지않고 반학생들에게 골고루 관심을 가져주는 교사의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와 헤어지는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 저도모르게 마음이 시무룩해졌다.  개학하는 날이라서 학교는 일찍 끝났다.  선생님은 이번 학기가 끝나고 교단을 떠난다는 언질도 없이 바로 교실을 나가버렸다.  그에게 따로 오라는 말 한마디도 없어 의아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상하다. 학교도 얼마 안남아서 곧 떠나실텐데... 다시 생각이 바뀌셨나? 그런데 저렇게 날 모르는척 하시냐?]

그리고는 착잡한 심정으로 교문을 나서는데 옆에서 태수가 입을 열었다.

"넌 알고 있었어?"

"뭘?"

"선생님께서 이번 학기 마치시고 떠나시는거"

그소리에 선규는 두눈을 커다랗게 뜨고 황급히 태수를 쳐다보았다.

"너한테 그런 말씀을 하셔?"

"응. 아까 교무실에 갔을때 그러시더라. 그러면서 다음 담임될 선생님에게 내사정을 잘 말해놓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고"

태수의 얼굴에도 상당히 섭섭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넌 알고 있었지?"

"응. 지난번에 찾아갔을때 그러셨어. 너한테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선생님도 당분간 아무에게 말하지 말라고 그러시더라. 그동안 선생님한테 무슨일이 있었니? 갑자기 학교를 떠나신다고 하고"

"음악공부를 하시겠대"

"그렇구나. 그래도 넌 계속 선생님을 뵐수 있겠네?"

"외국으로 나가신대"

그소리에 태수도 크게 놀랐다.

"그래? 그럼 전가족이 다 함께?"

"그러신가봐"

"선생님남편은 여기서 아주 바쁘시다더니 회사를 옮기시는가보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선규가 말을 얼버무리며 땅바닥으로 시선을 옮기자 태수는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너한테 많이 잘 해주셨는데 매우 섭섭하겠다"

그러자 선규는 아무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혹시 정확히 언제 떠나신다는 말은 없으셨지?"

"응. 그냥 이번 학기만 끝나면 가신다는 말씀밖에 없었어. 최근에 안찾아뵙니?"

"응. 선생님이 바쁘신거 같아서"

"좋으신 분이셨는데 떠나신다니 나도 섭섭하네"

옆에서 태수의 말을 듣는둥마는둥하는 선규는 복잡한 심정으로 계속해서 선생님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후에도 선생님에게서는 아무런 변화를 찾아볼수가 없었다.  그러나 학기가 끝나는 마지막날, 그녀는 반학생들에게 떠난다는 말을 했다.  선생님은 그동은 고마웠다는 말을 한뒤 놀라면서 동요하는 아이들을 일일이 쳐다보다가 선규에게 와서 잠시 눈길이 멈추었다.  그를 바라보는 눈에서는 서글픈 빛이 서려있었다.  그것을 본 선규도 별안간 가슴이 메어지며 그녀의 눈길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태수를 먼저 보낸 그는 교문앞에서 선생님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동료교사들과 나오던 선생님은 그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그런다음 동료교사들과 잠시 말을 나눈뒤 혼자서 그에게 다가왔다.

"아직 집에 안갔어?"

"....."

"날 기다리고 있었니?"

"네"

잠시동안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던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다른 선생님들이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해서 말을 나누기가 어려워. 미안해"

"....."

"대신 다음주 화요일에 우리집에 와줄래? 그날 집에서 나가거든"

"언제 떠나시는데요?"

"집을 나와서 그다음날"

그러자 선규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와 헤어지는 날이 이렇게나 빨리 다가올줄은 미처 예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그의 손을 잡고 간절히 부탁하듯이 말했다.

"꼭 와줘. 알았지? 떠나기전에 네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어서 그래"

그녀의 말이 끝나자 선규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화요일날, 선생님집에 가보니 이삿짐들을 모두 실은 트럭과 승용차 한대가 있었고 대문앞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선생님이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떤 남자와 인부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고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남자는 선생님의 친오빠였고 선규가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자 그들을 데리고 차안에 올라탔다.  그런다음 선규는 선생님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짐들이 모두 나가 텅텅 빈 집안은 쓸쓸한 적막만이 남아있었다.  그동안 함께 연주를 하던 거실에서 선생님은 피아노가 있었던 자리에 가더니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슬픔과 함께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이곳에 너와 같이 있는것도 마지막이구나. 너를 처음 본게 바로 1년전이었는데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갔다"

"....."

선규가 아무말을 못하고 고개를 떨구자 선생님은 다가와서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선규야, 너를 만나게 되서 얼마나 감사한줄 몰라. 네가 없었다면 아마 지난 1년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나혼자 감당하지 못했었을거야"

"....."

"그동안 내옆에 있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웠어"

"저도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선규가 목이 잠긴 소리로 말하자 그녀는 그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고 올려다 보았다.

"너를 자세히 알게 된뒤로 한번도 네가 어리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 언제나 고민을 같이 나눌수 있는 친구나 음악동료로 여겼거든. 그마음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거야"

그말에 선규는 가슴속이 저려오는걸 느끼며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꼭 가셔야 돼요?"

"응. 너와 나를 위해서. 다음번에 만날때는 우리 떳떳한 성인으로 만나자"

"....."

"나와 있었던 일은 그냥 추억으로 간직하고 거기에 얽매이지 마. 네가 잘못되면 난 많이 괴로울거야"

"그럴게요"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한다. 네가 그렇게 되리라고 난 믿어"

"네. 선생님도 원하시는거 이루시고요.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씀들을 항상 가슴속깊이 간직할게요"

선규의 떨리는 음성을 듣던 선생님은 조용히 그를 껴안았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체취를 맡는 그도 그녀를 힘주어 안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저도 선생님을 영원히 잊지 않을거에요"

선규의 품안에서 그말을 들은 선생님의 두눈에서는 글썽거리는 눈물이 가득 고이고 있었다.

다음날, 하늘은 유난히도 맑았다.  선규는 선생님이 탄 비행기가 떠날 시각에 창문을 열고 구름한점 없는 푸른하늘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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