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교향곡 42부
봄의 계절은 무르익어 가고 어느덧 여름이 목전에 와 있었다. 그동안 태수의 피아노 실력은 많이 향상되어 있었다. 집에서 건반을 그려가며 시간나는대로 꾸준히 연습한 결과 이제는 왠만한 동요나 쉬운 연습곡정도는 연주할수가 있었다. 그를 가르치는 유진도 대단히 흡족해 하고 기뻐했다. 어느 일요일날, 얼마간의 연습을 하다가 유진은 가방에서 악보하나를 꺼내서 피아노에 올려놓았다.
"네가 시험이 사용할 곡을 생각해 봤거든. 한번 들어볼래?"
궁금함이 든 태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 피아노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악보를 쳐다보니 제목에는 Etude: Op.10, #3, (Tristesse) by Frederic Chopin이라고 적혀있었다. 유진은 자세를 바로 하고 두손을 건반위에 올려놓은뒤 얼마있다가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슬프고 애절하게 들리는 음악은 중간에 박자가 빨라졌다가 후반에 와서는 다시 처음과 같이 되었다. 아름다운 멜로디였다. 곡의 분위기때문에 마치 슬픈영화를 볼때처럼 가슴이 저절로 뭉클해지고 메어져왔다. 이윽고 연주를 끝마친 유진은 그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마음에 들어?"
"네. 그런데 어려워 보여서 제가 과연 할수있을지를 모르겠네요"
그러자 유진은 고개를 내저으며 자신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충분히 할수있어. 네능력을 생각하며 골랐거든"
"그래도 누나만큼 칠려면 몇년이 걸릴것 같은데요"
"대부분의 곡들은 이거보다 더 어려워. 클래식음악으로 시험보는데 이정도는 해야 할걸. 그러니 벌써부터 겁내지마. 아직 시간은 많잖아"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는 유진은 그에게 옆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이곡의 제목은 뭐에요? 보니까 쇼팽이 작곡한거 같은데"
"맞아. 에튜드는 연습곡이란 뜻이야. 우리나라에서는 '이별의 곡'이라고 불리는데 쇼팽의 곡들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들중의 하나지"
'이별의 곡'이라는 소리를 듣자 태수에게서는 왠지모를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유진은 다시 가방을 들어 그속에서 테이프를 꺼냈다.
"이 음악을 녹음했거든. 음악이 언제나 네머리속에 떠오르도록 계속 듣도록 해. 그래야 배우기가 더 쉬어지거든"
"꼭 그렇게 할게요. 고마워요, 누나"
그리고는 틀릴때마다 그의 손을 잡아주는 유진과 함께 태수는 악보에 집중하며 건반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누르기 시작했다.
피아노 교습을 마치고 태수와 학원을 나서던 유진은 엷은 미소를 띄면서 물었다.
"곡이 어렵니?"
"처음이라 어려운데 나중에는 나아지겠죠. 곡이 마음에 들어요"
"그래? 다행이다. 연주하는 곡을 좋아해야 더욱 몰입할수가 있거든"
태수는 학원문을 잠그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쇼팽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천재 작곡가였어. 주로 피아노곡을 썼는데 39살의 나이에 요절했지"
"쇼팽도 그당시의 음악인들처럼 힘들게 살았나보죠?"
"응. 수입이 안좋았으니까. 그리고 마음고생도 많이 해서 건강이 나빴데"
"무슨 마음고생을 했는데요?"
"모든 예술인들이 그러하듯이 쇼팽도 내성적인 사람이었거든. 그런데 프랑스 여류작가인 죠르주 샹드와 사귀었는데 그여자는 대단히 사교적인 사람이었데. 그러니 그두사람이 오래 같이 있었을수가 있었겠니? 9년만에 헤어지고 그후에 쇼팽은 건강이 더 악화되서 얼마있다가 세상을 떴어"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나지 왜 그랬을가요?"
"남녀가 만나는게 생각만큼 쉽니?"
학원을 나와서 큰길가로 걷는 유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쇼팽이 죽을때 한 마지막말이 뭔지 아니?"
"뭐였는데요?"
"임종직전에 '어머니, 나의 불쌍한 어머니'라고 말하고 죽었데"
그말을 듣자 태수는 유진을 쳐다보았으나 그녀는 평범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있었다.
"쇼팽의 어머니가 고생하셨나보죠?"
"쇼팽은 폴란드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프랑스인이었고 어머니는 폴안드인이었어. 그당시는 폴란드가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에게 나라를 뺏겼을때인데 쇼팽의 아버지는 프랑스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아내의 나라를 위해서 폴란드독립군에 들어가서 싸웠데. 아들에게도 애국심을 강조해서 싸우지를 못하는 쇼팽은 음악으로 대신했지. 그래서 쇼팽이 폴란드의 민족음악가로 불려지기도 해"
"....."
"쇼팽은 프랑스에서 활동했지만 늘 폴란드에서 고생하는 어머니를 걱정했었다 그러드라. 그래서 죽을때도 어머니만이 생각났었나봐"
태수는 유진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아 아무말도 안하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러자 유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보면 자신의 어머니를 애절하게 생각하는건 동양사람이나 서양사람이나 다 똑같나봐. 그렇지?"
"그런가보네요.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니까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겠죠"
길바닥을 쳐다보며 조용히 대답하는 태수를 유진은 동정이 담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에 비옷을 입고있는 선규는 뛰어다니며 신문을 돌리고 있었다. 우산도 쓰지못하고 비닐에 씌여진 신문들을 돌려야 하는 비오는 날은 추운 겨울보다 더 힘들었다. 빗물때문에 길도 미끄러워서 자전거도 빨리 몰수가 없을 정도였다. 선생님의 대문밑으로 조심스럽게 신문을 밀어넣는데 별안간 대문이 열렸다. 토요일이라서 일찍 퇴근했던 선생님은 우산을 쓰고 어디 외출할려는것 같았다.
"선규구나"
"네. 어디 나가세요?"
"응. 우리애가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비가 많이 와서 데리려 갈려고"
지난번에 선생님을 만난 엄마의 말을 들은 이후로 선규는 완전히 마음을 놓을수가 있어서 이제는 선생님을 대하기가 전처럼 불편하지는 않았다. 비에 흠빡 젖어있는 그를 살펴보고 있는 선생님은 안면에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비옷만으로 괜찮니?"
"괜찮아요. 몇번 해봤었는데요"
"잠시 우리집에 들어와서 뜨거운거라도 마시고 갈래?"
"아니에요. 말씀은 감사하지만 보급소에 시간맞춰 들어가야 하기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되요. 선생님도 어서 가보셔야 하시잖아요"
"그래도 네가 이러는걸 보니까 마음이 안놓이네"
"걱정마시고 어서 가보세요. 아이가 기다리고 있겠어요"
밝은 웃음을 짓는 선규를 여전히 근심스럽게 쳐다보던 선생님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정 그래야한다면 그래라. 아무리 날씨가 따듯해도 비를 너무 많이 맞으면 몸에 안좋으니까 조심하고"
그리고는 비옷의 달려있는 모자를 앞으로 더 끌아당겨 비를 맞고있는 선규의 이마를 덮어주게 한다음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가버렸다. 멀리 사라져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선규는 다시 신문들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명숙은 옷과 머리가 흠뻑 젖어 들어오는 선규를 보고 깜짝 놀라서 얼른 달려갔다.
"왜 이렇게 많이 젖었어?"
"비가 많이 오고 바람까지 불어서 비옷도 소용없었어. 장마철도 아닌데 무슨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지 몰라"
"배달하면서 우산이라도 쓰지 그랬어"
"우산가지고 신문 돌리면 불편하다고 말했었잖아"
"얼른 화장실에 가자"
안절부절하는 명숙은 선규를 낚아채듯 데리고 화장실에 가서 그의 옷을 모두 벗겼다. 웃음을 짓는 선규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트는 그녀를 얌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들어가 씻어. 그나마 날씨가 따듯한게 다행이다"
"비를 많이 맞으면 폐렴에 걸리나?"
"응"
"그러면 죽어?"
"요새는 의학이 발달되서 옛날처럼 무조건 죽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래도 걸리면 안좋지"
"그럼 내가 폐렴에 걸리면 엄마가 항상 옆에 있어줄수가 있겠네"
"말을 해도 그런 끔찍한 말을 해? 어서 안들어 가?"
명숙이 야단칠듯이 손을 올리자 선규는 부리나케 욕조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다시 샤워커튼을 살짝 열고 얼굴을 내밀며 그의 젖은 옷들을 챙기는 그녀를 불렀다.
"엄마, 들어와서 씻겨주면 안돼?"
"네가 어린애니?"
"아이, 엄마"
"너혼자 씻을수 있는데 오늘따라 왜 그래? 나 저녁해야 돼"
그러나 선규가 계속 어리광을 부리며 불쌍한 표정을 짓는걸 보고 명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욕조바깥에서 씻겨주면 안돼?"
"들어와서 씻겨줘"
다시 한숨을 쉰 명숙은 옷을 모두 벗고 샤워캡을 쓴다음 욕조안으로 들어갔다.
"그건 왜 써?"
"머리가 젖잖아. 그러면 머리를 다시 하기가 시간이 걸리기때문에 여자들은 머리감을때를 제외하고 항상 이걸 써"
"그럼 엄마도 지금 나와 같이 목욕하자"
"이따가 밥하고 청소하면 땀을 흘리게 되잖아. 난 자기전에 씻을테니까 너나 얼른 씻자"
그러나 선규는 샤워기에서 나오던 물을 끄고 욕조안으로 물을 틀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안씻을거야?"
"그냥 엄마도 같이 하고 천천히 하자"
"밥 안먹어?"
"오늘 토요일인데 늦게 먹어도 되잖아"
명숙은 계속 안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막무가내인 선규때문에 어쩔수없이 샤워캡을 벗고 욕조안에 앉게 되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매우 기뻐하는 선규는 그녀의 벌린 두다리사이에 앉아 젖가슴에 등을 기대고는 두다리를 뻗어 욕조벽에 얹어 놓았다. 욕조안을 가득 매운 그들때문에 물은 넘칠듯이 출렁거렸다.
"야, 이렇게 엄마와 욕조안에 함께 앉아보기는 정말 오래간만이다"
"좋아?"
"응. 너무 편안해"
선규의 몸에 뜨거운 물을 끼얹던 명숙도 이렇게 아들과 욕조에 있으니 옛날생각이 나서 감회가 새로웠다.
"아까 선생님을 만났는데 내가 비에 너무 젖었다고 집에 들어와서 뜨거운거나 마시고 가라고 그러시더라"
"네담임선생님이?"
"응"
"그래서 선생님댁에 들어갔어?"
"바빠서 그러지를 못했어"
"그런거까지 챙겨주시고 고마우시네"
"처음에는 인상이 차가워보여 선생님옆에 가기가 어려웠었는데 계속 보니까 정말 좋은 분이신거 같애"
그말을 들은 명숙은 문득 지난번에 선생님에게 돈봉투를 줬다가 다시 돌려받은게 기억났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놀랐던 그녀는 무척 부끄러웠고 또한 그계기로 아들의 담임선생님에게 더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는 매우 고밉게 여기고 있어서 그런식으로 선규에게 마음써주는 선생님이 더할나위없이 고마웠다.
"선생님이 너에게 그렇게 잘 해주시니까 학교에서 선생님말씀을 더욱 잘들어"
"응. 그런데 말을 듣고보니 희한하네. 선생님은 엄마말을 잘들으라고 그러시던데"
"선생님이?"
"응. 저번에 엄마에게 선물을 갖다주라고 그러셨을때 나와 태수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엄마와 선생님이 짰어?"
"으이구, 농담을 해도....."
뜨거운 물에 몸이 풀어진 명숙은 웃는 선규를 안은채로 뒤에 편안하게 기댔다.
한동안 물속에 있는 그녀의 다리를 어루만지던 선규는 무덤덤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옛날에 아빠와 함께 목욕한적이 있어?"
그말을 듣고 명숙은 물을 끼얹어 그의 어깨와 등을 씻겨주는 손을 멈추었다.
"선규야"
"응?"
"너와 나사이에 들어올 사람은 아무도 없어. 있다면 나중에 네짝이 될 사람이야"
"....."
그녀의 말을 듣고 선규는 알수없는 표정이 깃든 얼굴로 돌아 보았으나 명숙은 개념치않고 부드럽게 말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네아빠를 잊은지가 오래야. 그러니 그런 걱정이 있으면 하지마. 나힌테는 너밖에 없다는걸 잘 알잖아"
한참동안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던 선규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려 약간 냉랭해진 음성으로 말했다.
"만약에 아빠가 나타난다면 엄마의 마음은 어떻게 될거 같애?"
"어떻게 되기는.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헤어지는거지"
"그래도 엄마의 첫남자인데 과연 그럴까?"
"네아빠한테는 이미 딴여자가 있어"
"난 엄마의 마음을 묻는거야"
명숙은 물로 그녀의 얼굴을 닦으며 한숨을 쉬고는 머리를 벽에 기댔다.
"네아빠와 헤어질때 얼마나 지옥같았는줄 아니? 너때문에 이혼만은 안할려고 했었지만 네아빠를 보는것조차 싫어서 어쩔수가 없었어. 더군다나 네아빠는 나보다 더 이혼을 원하는거 같았고. 그러한데 내마음에 무슨 첫남자같은게 있겠니?"
옛생각이 나서 마음이 착잡해진 명숙은 아들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계속 했다.
"너를 생각하면 이혼한거에 대해서 후회가 생기는건 사실이야. 하지만 네가 이렇게 잘 자라주고 있어서 지금은 어느정도 마음이 놓여"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선규의 허리를 껴안고 가슴을 그의 등에 밀착시키며 귀에 그녀의 입을 가까이 대고 상냥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아무탈없이 잘 되서 내가 했던 일에 더이상 후회가 안생기게 해줘. 나한테는 너밖에 없어"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두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한동안 상반신을 웅크리며 앉아있던 선규는 여전히 그녀에게 얼굴을 돌린채로 입을 열었다.
"엄마는 나밖에 없다고 하는데 나중에 내가 결혼하면 어떡할려고 그래? 나와 이렇게 지내면서 딴여자가 우리사이에 들어와도 아무렇지가 않아?"
"네가 때가 되면 결혼해야지. 그런다고 약속했었잖아"
"엄마의 진심을 묻고 있는거야. 나와 남녀처럼 사는데 질투도 없어?"
그러자 명숙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피식 웃었다.
"질투야 있겠지"
"그런데도 내가 딴여자와 사귀고 결혼하기를 원한단 말이야?"
"내욕심때문에 네가 그런 경험을 못하게 하는거는 억지고 잘못된거야. 나도 해본걸 당연히 너도 해보게 해줘야지. 내가 언제까지나 너를 차지하고 있을수는 없잖아"
그말을 듣고 선규는 못마땅하다는듯이 짜증이 섞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왜 엄마는 거기까지밖에 생각이 안돼?"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데?"
"난 엄마가 보통 여자들처럼 사랑하는 남자에게 질투를 하고 화도 내고 그래줬으면 한단 말이야. 꼭 아들이라는 선을 그어야 해?"
"넌 내아들이잖아"
한숨을 쉰 선규는 별안간 몸을 돌려 원망이 섞인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엄마마음속에 난 영원히 남자가 안되는거야?"
"남자로도 생각하고 있어"
"내말은 같이 잠을 잔다고 남자로 보는 그런게 아니야. 아빠를 사랑했었을때의 마음있잖아. 아빠가 딴여자와 바람을 피었을때 질투를 하고 그랬을텐데 나한테는 그런 마음을 못갖는단 말이야?"
"남자와 여자이기전에 난 네엄마야. 네가 여자를 만나고 결혼을 한다면 축복해 줘야지 어떻게 질투로 화를 낼수가 있니? 너도 이다음에 자식을 낳아봐. 그러면 내가 이해될거야"
그러자 뾰롱통해진 선규는 말이 안통한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내젓더니 다시 앞으로 돌아앉았다. 그녀를 이해못해주는 선규때문에 가슴이 안타까워진 명숙은 그를 껴안고 호소하듯이 달랬다.
"선규야, 나의 할일은 너를 키워주고 엄마로서 사랑해주는거야. 그게 부모의 할일이라고. 그래서 네가 원하는대로 해주는거는 너무 무리야. 왜냐하면 너는 나에게 보통 남자보다 훨씬 특별하기 때문이야. 그러니 나를 이해해줘. 응?"
애원하는 그녀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선규는 상반신을 밑으로 눕히며 얼굴을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답답한 심정으로 물속에 있는 아들의 얼굴을 그냥 지켜보던 명숙은 오래도록 선규가 수면위로 나오지를 않자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급히 그의 머리를 들어올렸다.
"죽을려고 미쳤어?"
하지만 머리와 얼굴이 온통 물에 젖은 선규는 가쁜숨을 쉬지도 않고 슬프게 보이는 눈으로 조용히 말했다.
"여자를 만나더라도 내가슴속에는 엄마밖에 없을거야"
그리고는 몸을 돌려 엎드리더니 아직까지도 가슴이 놀라있는 그녀의 입속에 깊은 키스를 했다.
키스를 하는 선규의 손은 어느새 미지근해진 물속에 있는 명숙의 젖가슴을 더듬으면서 점점 밑으로 내려다더니 이윽고 두다리사이에 도달했다. 그녀의 허벅지안쪽을 얼마동안 애무하던 손은 수풀을 비집고 그속으로 침범해왔다. 그러자 키스때문에 정신이 가물가물했던 명숙은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목을 붙들고 간신히 입을 떼었다.
"거..거기는 만지지 말랬잖아"
"그냥 손만 대고 있을게. 그것도 안돼?"
명숙은 몹시 주저했으나 아들의 애원하는 눈길을 보고 그만 그의 손목을 잡던 손을 놓았다. 누군가가 그녀의 치부를 만진다는것이 여전히 내키지가 않았지만 조금전에 선규가 물속에 오래 있었던거때문에 아직까지 놀라있어서 그의 청을 거부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또한번 아들의 말을 믿어보기로 하였다. 선규의 손은 약속한대로 그녀의 꽃잎위에 가만히 머무르고 있었다. 불편한 마음을 진정시킬려고 무단히 애를 썼지만 쉽게 되지가 않았다. 그러는데 선규의 입이 그녀의 목덜미와 가슴을 더듬어 내려가더니 수면바로밑에 있는 유두를 빨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젖꼭지가 자극을 받자 평소보다 기분이 더 이상해지고 야릇해져 갔다. 선규의 코가 물속에 들어가지 않기위해 가슴을 좀더 위로 올린 명숙은 은연중에 두눈을 감고 조용한 신음소리를 냈다.
"아........"
그러면서 아들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안고있는데 그녀의 음부를 만지고 있는 손가락하나가 별안간 동굴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물속이라 그러는지 손가락은 그녀가 막을 사이도 없이 쑤욱 자연스럽게 깊은곳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러한 상황에 선규도 놀랐는지 고개를 든 얼굴에는 한순간 경악하는 빛이 보였다. 그러나 곧 진정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동굴벽을 주의깊게 탐색했다. 기겁을 한 명숙은 얼른 그의 손가락을 뺄려고 하였으나 그의 팔이 꿈쩍도 안했다.
"손가락 빼"
힘이 굳게 들어간 선규의 팔과 실랑이를 벌이는 통에 욕조안의 물은 크게 출렁거리며 화장실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를 꽉 붙잡은 선규는 애타는듯이 호소했다.
"한번만 만지게 해줘. 너무나 만지고 싶었어. 안아프게 할게"
"하지만 난 누가 거기 만지는걸 싫어한단 말이야"
"부탁이야, 엄마. 엄마도 내걸 마음껏 만져봤잖아. 조심하며 만질게"
그리고는 또다시 마음이 약해져 가고있는 그녀의 손을 팔에서 내려놓았다. 별안간 이성이 혼란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명숙은 경직이 된채로 두눈을 커다랗게 뜨며 선규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마음한구석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아들의 행위를 중지시키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않았다. 그녀가 가만히 있자 질안에 있는 그의 손가락은 천천히 움직이며 이곳저곳을 건들였다. 그녀의 육체는 흥분되지가 않았지만 물속이라 그런지 아픔은 별로 없었다. 전남편에게조차 이런 행위를 허락하지 않았었던 명숙은 아들에게 이런 부끄러운 짓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선규는 그녀의 위로 조금 올라와서 그녀의 손을 잡고 밑으로 가져갔다. 이제 두모자는 수중속에서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고 있었다. 그녀의 은밀한 곳을 구석구석 탐닉하던 선규의 손가락은 질의 윗벽을 만지며 내려오다가 오돌오돌하게 돌출한 음핵을 건들이게 되었다. 그순간 명숙은 이상한 전율을 느끼면서 벌떡 일어나앉아 아들의 손목을 급한 마음으로 움켜잡았다. 하지만 선규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제지에 개의치 않고 계속 돌출된 부분을 어루만졌다. 몸안이 감전되듯이 이상야릇한 반응이 오던 명숙은 겁이 덜컹 들어서 소리쳤다.
"그..그만해! 선규야!"
그러나 선규는 숨결이 거칠어지면서 오히려 다른손가락들로 동굴주위까지 애무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번쩍 든 명숙은 그러한 선규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저도모르게 뜻하지 않는 말이 입밖으로 나왔다.
"서..선규야, 그만하고 내안에 들어와줘"
그말을 듣자 선규는 약간 놀라는 눈치로 하던 행위를 중지하고 고개를 들었다. 명숙도 그런 말을 한 자신이 믿겨지지가 않았으나 얼굴이 상기된 아들을 보니 그녀의 음부를 더이상 만지지 못하게 할려면 그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너를 원해. 그러니까 그만하고 내..내안으로 들어와"
그순간 선규의 얼굴에는 묘한 표정이 지나갔다.
"정말이야?"
"그..그래. 어..어서 해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말하는 명숙이 손으로 그의 성기를 감싸자 그제서야 선규는 그녀의 꽃잎을 만지고 있던 손을 빼냈다. 명숙은 순간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선규가 그녀의 두다리를 벌려 욕조벽 양쪽에 고정시키고 그사이로 들어오자 다시 긴장을 했다.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오는 선규는 알수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촉촉한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욕조안에서 거센 물결소리가 나며 발기된 성기가 그녀안으로 당당하게 들어왔다.
"읍!........."
아들의 입안에서 신음을 내는 명숙은 아무런 저항없이 그녀의 질안을 제집처럼 누비고 다니는 성기를 속수무책으로 받았다. 비록 비좁은 욕조안이라서 불편했지만 물속에서 하는 성행위라서 가슴한구석에서는 묘한 흥분이 들기도 했다. 선규가 거칠게 움직일때마다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는 물은 욕조밖으로 한뭉끔씩 넘쳐흘렀다. 그녀에게서 입을 뗀 선규는 명숙을 더욱 끌어안고 허리를 움직이는 속력을 빨리했다.
"허억..... 허억....... 엄마........"
"아...... 아흑....... 아........"
선규가 움직일때마다 그의 엉덩이는 수면위로 나왔다 들어갔다 했고 그의 성기가 들어올때는 질안으로 물이 함께 들어와서 명숙에게 매우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얼마동안 미친듯이 성기를 흔들던 선규는 마침내 사정을 했다.
"아!...... 엄마!........"
"아윽........ 아.........."
질안으로 정액을 뿜어내는 선규가 몸을 부르르 떨자 명숙은 본능적으로 아들을 품안에 꽉 부둥켜안고 욕조벽에 놓여있던 두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헉헉......"
"허억..... 허억......"
가만히 있는 아들과 함께 가쁜숨을 쉬던 명숙은 그제서야 비좁은 장소때문에 목과 허리가 아프다는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선규를 안은 상태에서 몸을 조금 위로 일으키자 그녀의 질안에서 흘러나온 정액은 하얀 고체덩어리가 되어 수면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러자 명숙은 손바락으로 정액덩어리들중의 하나를 떠서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선규도 눈치를 챘는지 고개를 살며시 돌려 그녀의 손바닥위를 보고있었다.
"이게 너한테서 나온거야. 신기하지 않니?"
"남자에게서는 다 나오는거잖아"
"그래도 내아들몸에서 나온거잖아. 이렇게 자세히 보기는 처음이네"
그녀의 말을 듣고 힘없이 웃던 선규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가 싫어하는 짓을 해서 미안해. 나도모르게 그만 그곳으로 손이 들어갔어. 화 많이 났어?"
그러는 선규를 보고 명숙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거기를 그렇게 만져보고 싶었어?"
"엄마거는 다 만져보고 싶었어. 엄마말을 듣고 손을 뺄려고 그랬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
"화 안났어. 하지만 이제는 한번 만져봤으니까 앞으로는 그러지마. 알았지?"
"알았어"
한동안 선규를 안고있던 명숙은 그의 등을 두들겼다.
"목욕하다말고 이게 뭐냐? 물 다시 받아야 하겠네"
그러자 선규는 반쯤 젖어있는 그녀의 머리결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아빠하고도 이렇게 해봤어?"
"선규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야"
그녀의 가슴에 기대고 있는 아들의 머리를 보던 명숙은 커다란 한숨을 쉬었다.
"안해봤어"
그말에 선규는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번쩍 들었다.
"정말이야?"
"그래"
"부부가 이런것도 안해봤단 말이야?"
"난 주위환경이 침실과 다르면 어색해서 못해. 그래서 네아빠가 자꾸 하자고 그랬었는데도 끝내 못했어"
"그럼 아빠가 화냈었겠네"
"어린애처럼 심통내고 삐졌었지, 뭐"
다시 그녀의 가슴위에 얼굴을 내려놓은 선규는 잠시 침묵하고 있다가 물었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해줬어?"
"아들을 당해내는 에미가 있니?"
그러자 선규는 해맑은 웃음을 짓더니 그녀의 입술에 가벼운 뽀뽀를 해주었다.
"사랑스럽고 착한 우리엄마"
명숙도 아들과 함케 웃음을 짓다가 이내 그의 몸을 일으켰다.
"빨리 씻고 밥먹자. 많이 배고프지?"
"우리 나가서 사먹자"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지금 이시간에 밥할려면 엄마가 힘들잖아. 내가 사줄게"
"네가 무슨돈이 있다고?"
"내가 투자해서 번돈을 벌써 잊어먹었어?"
자랑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선규때문에 명숙은 그만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평일저녁 책방을 보고있던 혜영은 문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유진이었다.
"안녕하셨어요? 아주머니"
"오래간만이네. 요새 왜 이렇게 뜸했어?"
"학교일이 바빠서요. 절 보고싶으셨어요?"
"유진이학생이 안오니까 책이 안팔리는거 같더라"
그말에 웃음을 짓던 유진은 들고있는 봉다리에서 사과몇개를 꺼냈다.
"이거 드셔보세요. 학교근처에 과일가게가 있는데 그집 과일이 참 신선하고 맛있거든요"
"그냥 유진이학생이 가져가서 먹지"
"아니에요. 저는 자주 먹으니까 한번 드셔보세요"
"지금 안바쁘지?"
"네"
"그럼 나와 같이 먹을래?"
"과도가 있으세요?"
"응. 보통 점심을 여기서 먹기때문에 왠만한 식기도구들은 있어, 자리에 앉아"
유진이 자리에 앉자 혜영은 접시들과 조그만 칼, 그리고 두개의 포크들을 꺼냈다.
"제가 깎을테니 이리 주세요"
"그럴래?"
유진은 칼을 들고 능숙한 솜씨로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예쁘게 사과를 잘라 접시위에 올려놓자 혜영은 감탄하면서 말했다.
"솜씨가 좋네. 집에서 가르쳐줬어?"
"제가 혼자 익혔어요. 아주머니가 보시기에도 제가 잘해요?"
"응. 딸이 없어서 그런지 유진이학생이 이러는걸 보니까 신기하다"
"그럼 저를 딸처럼 여기세요"
그말을 듣고 혜영은 약간 수줍은 표정을 짓고있는 유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곧 부드러운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이학생이 좋다면 그렇게 할게"
"고마워요, 아주머니. 앞으로 그냥 이름을 부르시고 태수처럼 편안히 대해주세요. 저도 그게 좋거든요"
기뻐하는 유진을 보며 혜영은 태수가 말해주었던 그녀의 가정환경을 떠올렸다.
[성격이 좋아서 그런건가 아니면 집에서 사랑을 못받아서 그러는건가?]
"아주머니, 언제 일요일에 시간을 내서 저희 피아노학원에 놀러와 보세요"
"피아노학원?"
"네. 태수의 피아노실력이 몰라보게 늘었어요"
"태수가 잘해?"
"네. 음악적 재능이 있는거 같애요. 태수가 피아노 연주하는거 들어보고 싶으시지 않으세요?"
"들어보고야 싶지. 그애가 잘한다면 이게 다 유진이학생덕분이야. 정말 고마워"
"뭘요. 원래 피아노를 가르치는게 저의 일인데요"
"그래도 쉬는 날에 남을 가르쳐준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나중에 유진이학생한테 밥이나 사줘야겠네"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거니까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유진이 고마운거는 사실이지만 그녀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태수를 도와준다는게 혜영에게는 이상했다. 아무리 착하다 하더라도 이렇게 친절을 베푼다는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태수가 편해?"
"네"
"그애가 말하는게 꼭 애늙은이같지?"
"어른스럽고 좋잖아요"
"내친구도 그렇고 다른사람들도 그애가 좀 어렵다 그러는데 유진이학생은 안그래?"
"저는 안그런데요. 아주머니는 태수가 어려우세요?"
"그럴때가 있어"
그말을 듣고 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수에게 들으니까 태수아버님이 오래전에 돌아가셨다고 그러데요"
"응"
"아주머니가 계셨어도 태수가 일찍부터 집안에 하나뿐인 남자로서 책임을 져야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을 가졌을 거에요. 저는 그런 태수가 이해되요"
엄마로서 아버지없는 태수를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만 했었던 혜영은 크게 수궁이 갔다. 더군다나 그렇게 생각하는 유진이 놀랍기도 했다.
"그리고 하나뿐인 자식은 원래 어렵잖아요. 하지만 태수가 아주머니를 많이 생각하고 있으니 어려워하지 마세요"
"유진이학생은 어떻게 그리 잘알아?"
"저번에 태수에게 말한적이 있었는데 저도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빠와 단둘이 산적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아버님이 재혼하셨어?"
"네. 하지만 저의 아빠도 아직까지 저를 어려워 하세요. 새엄마와 재혼하시기전에는 저만 바라보고 사셨겠고 또한 제가 상처받을까봐 많이 조심하셔서 그러신가봐요"
혜영은 바로 자신이 그러하기 때문에 어두워진 유진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어머님과는 사이가 좋니?"
"서로 불편하죠.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내요. 제가 속이 좁아서 새엄마가 우리엄마의 자리를 뺐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거야 당연히 그럴수가 있지"
"그렇지만 어쨋든 저와 인연을 맺으신 분이잖아요. 관계를 좋게 할려고 해도 엄마가 생각나서 뜻대로 잘 안되네요"
평소 유진을 좋은쪽으로나 아니면 안좋게 생각하던 혜영은 슬프게 보이는 그녀의 눈을 보자 연민의 정이 생겼다. 그래서 저도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 죄책감을 갖지마. 유진이학생이 나중에 결혼한후에 혼자되실 아버님을 돌보아 드릴 분이 있다는것은 다행한 일이잖아. 유진이학생의 본성이 착하니까 시간이 흐르면 가족간이 화목해 질거야"
그녀의 손을 보고있던 유진이 고개를 들자 뜻밖에도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혜영은 여전히 인자한 얼굴로 조용히 옆에 있는 휴지를 건네주었다.
"그러고보니 유진이학생과 태수가 닮은점들이 많은거 같네"
그말을 듣자 휴지로 눈을 훔치던 유진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는데 별안간 문이 열리면서 태수가 들어왔다.
"엄마, 저 왔어요. 어? 누나도 있었네요?"
혜영은 얼굴을 돌리지않는 유진을 보자 급히 일어나서 태수에게로 갔다.
"포장지가 떨어졌으니까 이돈 가지고 가서 사와라. 급한 일 아니니까 천천히 와도 돼"
어리둥절하던 태수는 혜영이 굳은 얼굴로 응시하자 얼른 돈을 받아들고 쫓겨나듯이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로 들어오자 유진은 붉어진 눈으로 웃음을 지었다.
"고마워요, 아주머니. 괜히 저때문에 태수가 심부름을 하네요"
"괜찮아. 어차피 포장지가 필요했었거든"
"가끔가다가 아주머니와 태수가 함께 있는걸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해요"
"뭐가?"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진정한 가족같아서요"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닫으셔야죠? 그만 가볼게요. 저에게 좋은 말씀 해주신거 감사드려요"
"내가 무슨 말을 해줬다고. 이 세상에는 유진이학생 혼자만 있는게 아니니까 밝게 살어"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가던 유진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저에게 따듯하게 말씀을 해주신 분은 아주머니가 처음이신거 같애요"
창문으로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혜영에게는 그녀가 마지막 말을 했을때 무언가 절실해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또한 그러한 유진이 혜영의 눈에는 태수처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