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40/61)

모자들의 교향곡 40부 

며칠이 지나고 혜영과 명숙은 아들들의 담임선생님을 찾아뵈러 학교로 가고 있었다.  태수가 몇번이나 말을 했었지만 혜영은 마음을 놓을수가 없어서 아들몰래 책속에 얼마간의 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끼워 가지고 가고있었다.  아들의 말이 당연한거였으나 부모의 입장으로서는 자식이 잘 되는걸 원하기 때문에 차마 현실을 무시할수는 없었다.  그녀에게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태수가 오히려 융통성없게 생각되었다.

[고지식한거는 저아버지와 꼭 닳았네. 그렇게 하면 저만 손해보는건데]

옆에서 걷고있는 명숙이 들고있는 케익안에도 돈봉투가 들어있었다.  원래 선규가 집에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얘기하지 않기때문에 그녀는 아들의 학교생활이 무척 궁금했다.  성적은 잘 나오지만 옛날부터 집에 태수외에 친구들을 데려오는 일도 없어서 선규의 담임선생님들이 아들의 학교생활을 들려주는 유일한 소식통이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선규와 성관계까지 맺고 있기때문에 바깥에서 아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더욱 신경쓰였다.  어제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을때 애들의 교실로 오라고 해서 그들은 그쪽으로 가고있었다.  전화로 들은 선생님의 음성은 상냥하게 들려서 좋은 인상이 느껴지게끔 만들었다.  교문을 들어서니 이미 방과후라서 집으로 돌아가는 1학년생들이 군데군데 보일뿐이었다.  옆에서 혜영이 웃으면서 말했다.

"남자고등학교에 오는거는 생전 처음인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야. 옛날에 학교다녔을때는 남자학교가 어떤가해서 호기심이 들곤 했었는데. 너도 그랬니?"

"그럼. 어떤 애들은 남자학교의 교문앞에까지 갔었다고 자랑하고 그랬었잖아"

"맞아, 맞아. 기억난다. 그때는 참 좋은 시절이었는데..."

옛추억들을 회상하며 혜영과 명숙은 학교안으로 들어가서 애들의 교실을 찾았다.  교실문을 여니 안에서 서류같은것을 보며 앉아있던 여자가 일어나서 상냥히 웃는 얼굴로 공손하게 인사했다.

"태수와 선규의 어머님들이시죠?"

혜영과 명숙은 갑자기 당황해서 함께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다.

"네. 처음뵙겠읍니다"

"저도 처음뵙겠읍니다. 애들의 담임을 맡고있는 정희경이라고 합니다. 이쪽에 앉으시지요"

그들은 선생님이 미리 마련해놓은 의자에 앉고 가지고 온것들을 내밀었다.

"저희 애들에게 잘해주신다는 말을 듣고 감사해서 가져왔읍니다. 약소하지만 받아주세요"

그러자 선생님은 황송한 표정을 지으며 받았다.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일인데요. 오늘은 어머님들의 성의로 감사히 받겠지만 앞으로는 빈손으로 편히 찾아와 주세요.  학부모님들이 선물을 들고 오시면 부끄럽고 당황스럽거든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선생님은 평범한 가정주부처럼 보였다.  하지만 깔끔한 외모와 공손한 태도때문에 좋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교실을 둘러보니 의자와 책상만 좋을뿐 그들의 학창시절때의 교실들과는 별차이가 없었다.  선생님도 그들의 눈치를 알아챘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에서 태수와 선규가 공부를 합니다. 궁금하셨죠?"

"네"

"아드님들을 훌륭하게 키우셨더군요. 애들이 잘 생활하고 있읍니다"

"그렇게 보아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솔직히 여교사가 남학교를 가르친다는건 힘들거든요.  그런데 태수와 선규가 반장, 부반장으로서 저를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오히려 제가 고맙게 생각해요"

"애들들이 아직 많이 부족하니 선생님께서 잘 보살펴 주세요"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그건 마땅히 저의 일이죠"

선생님은 여전히 미소짓는 얼굴로 혜영을 바라보았다.

"태수가 나이답지않게 많이 어른스럽더군요. 얘기를 나누다보면 가끔 놀랄때가 있어요. 그래서 태수가 제옆에 있다는게 여간 든든한게 아니랍니다"

"아니에요. 제가 혼자 키워서 아직도 가르칠점들이 많은데요"

"태수만한 아이도 요즘 흔하지 않지요. 저번에 얘기를 한번 했었는데 태수가 어머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더군요. 저한테도 지금 유치원에 들어간 아들이 있는데 나중에 태수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던데요"

그러자 혜영은 저도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과..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어머님께서 태수를 잘 키우셨어요. 교사생활이 9년째이지만 태수처럼 생각이 올바르고 성숙한 애를 보지 못했읍니다. 학급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그저 선생님만 믿겠읍니다"

그리고는 선생님은 명숙을 돌아다 보았다.  선생님의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호기심어린 기색도 보였다.

"선규가 저희집에 신문을 배달하는건 아시고 계십니까?"

"네. 들어서 알고있읍니다. 선생님댁에 폐나 안끼치고 잘 하는지 모르겠네요"

"아니에요. 잘하고 있읍니다. 선규가 스스로 용돈을 벌려고 한다는 소리를 듣고 대단히 기특하더군요.  요즘 아이들은 부모들한테 손벌리는것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런걸 보면 선규나 태수는 요즘 아이들보다는 많이 다른거 같애요"

"뭘요. 저가 재미있어서 하는건데요"

명숙은 유심히 바라보는 선생님을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선규가 학교생활을 잘 하나요?"

"네. 잘하고 있어요.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한것 같고 별다른 어려움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읍니다. 다만....."

말을 하던 선생님이 잠시 생각에 잠기자 명숙은 약간의 불안함을 가지며 그녀를 응시했다.  그러던 선생님은 이번에는 명숙과 혜영을 동시에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항상 보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틀릴수도 있지만 선규가 쾌활하지가 않는것 같더군요. 그건 태수도 마찬가지에요. 마치 둘다 얼굴에 그늘이 지어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뭐랄까, 남에게 자신들의 속마음을 닫고 있는게 보통 아이들보다 더 심한거 같아서 옆에서 접근하기가 매우 힘들게 보이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은 집안에 무슨일이 있느냐는 표정으로 두학부모를 응시하고 있었다.  명숙과 혜영은 서로 마주보았으나 뜻밖의 말을 들어서 어떻게 대답을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그러자 선생님은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괜한 말씀을 드려서 걱정을 끼치는거는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아닙니다. 아마 옆에 아버지가 없이 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되네요. 태수가 어렸을때 태수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말을 듣자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애들나이는 사춘기라서 감정이 한창 민감한 때입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평생의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죠. 물론 그러시겠지만 어머님들께서 신경을 조금 더 써주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말에 명숙과 혜영은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상기되어 얼굴에 홍조를 띄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계속 말했다.

"그렇게 걱정하실일은 아니고요. 둘다 워낙 자기할일들을 잘 해내니까 아무일은 없을거에요. 다만 조그만 일에도 예민해지는 나이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잘 알아 듣겠읍니다"

"둘이 오래된 친구라고 하던데요"

"네. 어려서부터 이웃에서 살고 같은 학교에 다녔어요"

"그래서 그런지 둘이 함께 있는게 자주 눈에 띄더군요. 형제도 없는 그들에게 서로가 있다는게 다행인거 같아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명숙과 혜영은 다시 서로를 쳐다보며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태수어머님?"

"네?"

"태수가 좀 고집이 있죠?"

"네. 저아버지의 성격을 닮아서 그런가봐요"

"고집이란 나쁜쪽으로 가면 주위의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지만 좋은쪽으로 가면 대단한 장점이 될수 있읍니다.  그런거는 일을 결정할때 추진력을 만들어 주니까요. 더군다나 참을성이 강하고 끈기도 있어보여 쉽게 포기하지를 않는 성격같더군요. 저는 태수가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고 믿어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선규는 순발력이 뛰어난걸 보면 머리가 아주 좋은것 같애요. 창의적인 면도 남다르고 집착력도 보이고요. 다만 감수성이 좀 예민하게 보이는데 어머님께서 잘 이끌어주시면 나중에 크게 될 소질이 있읍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태수와 선규가 하는것을 보아서는 이대로 나가면 명문대학들은 무난할거에요"

그러자 혜영과 명숙은 안도를 하며 안색들이 활짝 밝아졌다.

"저희들은 그저 선생님만 믿겠읍니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선규는 이번 1년동안 신문배달을 계속 한다고 하고 태수도 계속 해야 되죠?"

"네"

"어린나이에 대견하네요. 제가 아이들을 맡고있는한 피해가 가지않게 신경을 쓸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그런거까지 신경써주시고 정말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뭘요. 그런걸 하면서 공부도 잘하는걸 보면 장하죠. 사실 모든 청소년들이 그나이에 그런걸 해봐서 돈의 귀중함과 독립심을 알아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를 못해서 안타까울 뿐이에요"

얼마동안 더 얘기를 나누던 혜영과 명숙은 머리를 조아리며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음 교실을 나섰다.  그러는 그들의 뒤를 서서 배웅하던 선생님은 알수없는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학교건물을 나온 명숙은 크게 바깥공기를 마셨다.  

"어휴, 이제야 살거 같네. 난 왜 이렇게 선생님들을 만나면 긴장되니? 우리 잠깐 저쪽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가 가자"

벤치에 앉자 이번에는 혜영이 한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자식을 맡기고 있으니 선생님이 어려운거야"

"네말이 맞다. 혹시 선생님한테 내가 잘못 보이는거는 아닌가해서 가슴이 조마조마하더라"

명숙은 가슴을 쓰러내리며 말을 계속 했다.

"그런데 애들선생님 대단하더라. 선규에 대해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점들도 벌써 간파하고 계시던데?"

"나도 놀랬어. 역시 선생님이라 애들을 주의깊게 관찰하는게 우리들과 다른가봐"

"그래도 좋게 말씀하시니 얼마나 다행이니? 대학들어가는게 무난할거란 소리를 들으니까 가슴에 있던 무거운 짐이 내려앉는것 같더라"

"나도 그랬어. 하지만 앞으로 3년동안 우리가 애들을 잘 뒷바라지 해줘야지"

그렇게 말하는 혜영은 문득 아까 선생님이 한말이 떠올랐다.

"선규가 선규아버지생각을 하니?"

"무슨 소리야?"

"아까 선생님이 그러셨잖아. 태수와 선규의 얼굴에 그늘이 지어 있는것 같다고"

그말을 듣자 명숙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나도 아까 그말을 듣고 놀랐어. 선규가 학교에서의 일을 잘 얘기안해줘서 도통 몰랐는데 선생님한테 그렇게 보일줄은 생각도 못했거든. 태수는 저아버지때문에 그러는거야?"

"그런거 같애. 태수가 저아버지때문에 내가 고생했다고 생각하는걸 너도 알잖아"

그동안 선규의 심정에 대해서 고민하던 명숙은 태수가 저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해졌다.

"태수는 저아버지를 좋게 생각하니?"

"옛날에는 가족을 돌보지않고 쓸데없는 일을 해서 우리를 고생시켰다고 원망을 했었는데 지금은 좋게 생각한데"

"어떻게?"

"저아버지가 나와 저가 더 좋은 세상에 살게 해줄려고 희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대"

"그걸 너한테 얘기해?"

"응"

태수가 어른스럽다는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명숙은 그말을 듣고 크게 감탄하였다.  선규와 비교가 되어서 그런 아들을 둔 혜영이 마냥 부럽기만 하였다.

"태수가 참 대단한 애구나. 그래도 저를 낳아준 아버지인데 좋게 생각해야지"

"선규는 어떠니?"

명숙은 고개를 흔들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선규는 태수와 달라. 저아버지를 안좋게 생각해"

"그래?"

"너와는 달리 나는 저아버지와 아주 안좋게 헤어졌잖아. 그래서 그영향이 선규에게까지 미친것 같애. 나를 배반하고 힘들게 했다고 저아버지를 미워해. 어떤때는 적개심마저 느껴질 정도야"

혜영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위로하듯이 말했다.

"선규의 마음이 이해돼. 그애도 너를 끔찍히 생각하잖니? 시간이 지나면 그애도 스스로 깨닫게 되겠지. 어쨋든 저를 낳아준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잖아"

"모르겠어. 선규아빠와 나와의 잘못이 자식에게까지 미치는것 같아 괴로워. 어떤때는 선규와 애아빠가 영원히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니까"

가슴속이 답답해 있던 명숙은 저도모르게 말이 줄줄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옆에 앉아있는 혜영은 함께 슬픈 얼굴로 동정했다.

"이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게 어찌 네잘못이니? 그래도 선규의 본성은 착하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선규가 너를 많이 사랑하다보니까 그러는걸거야"

그말에 명숙은 힘없이 웃었다.  

"네말대로 그러는거겠지? 어차피 바다건너 사는 저아빠를 다시 만나기는 힘들테고....."

그녀에게는 안좋은 눈으로 보고 손가락질을 하는 주위사람들과는 달리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는 혜영이 여간 고마운게 아니었다.  혼자 속으로 끙끙 앓고있는것을 털어놓고 얘기할수있는 상대가 있다는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고마워, 혜영아. 그래도 네가 옆에 있으니까 내속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는구나"

"얘는 별말을 다한다. 친구라는게 괜히 있는거니? 이제 그만 가자. 이러다가 퇴근하시는 선생님과 또 마주치겠다"

그러자 명숙은 황급히 백을 챙기며 얼른 일어섰다.

"그래, 그래. 빨리 가자"

그러는데 혜영이 문득 물어보았다.

"요즘은 선규가 속을 안썩여?"

"무슨 말이야?"

"저번에 선규가 이상한걸 본다고 걱정했었잖아"

그말을 듣자 명숙의 가슴에는 조마조마한 두려움이 일어났다.

"내가 알아듣게 한마디 했더니 그다음부터는 안그러더라. 요즘은 그애 기타와 경제신문에 빠져있어"

"잘 됐네. 뭔가에 빠질수 있는게 있어서 다행이다"

"태수는 어때?"

"그애는 언제나 똑같애. 혼자있을때를 보면 얼굴표정도 똑같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도 알수없을 정도니까"

"그런걸 보면 너와 나는 속을 안썩여도 희한한 애들을 자식으로 뒀어. 그치?"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하는 혜영은 교문을 나서다가 돈봉투가 마음에 걸려서 명숙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이 돈을 보시고 좋아하실까?"

"낸들 아냐?"

"그냥 보기에는 그런걸 받으실 분이 아닌것 같던데?"

"모르지. 그돈때문에 애들이 선생님의 관심을 많이 받을수 있다면 그걸로 된거잖아. 그나마 액수가 적다고 서운해 하시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선생님이 굉장히 야무지게 보이더라"

"너도 그렇게 생각했니? 예의도 바르고 빈틈없이 보이더라"

"하기야 여자가 남학교에서 가르칠려면 그래야 되겠지. 내가 교사라면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남학교는 못가르칠거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댜, 얘"

"어쨋든 너와 같이 가서 다행이다. 나혼자 갔었으면 굉장히 떨렸을거야"

"그건 나도 그래. 이럴때는 애들이 같은 반인게 좋네"

"너 돈봉투에 대해서는 태수에게 비밀이다"

진지한 혜영의 얼굴을 보자 명숙은 두눈을 동그랗게 떴다.

"태수가 알았어?"

"응. 저아버지처럼 고지식해서 그런거 하지말라고 신신당부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런다니까 어디 마음이 놓여야지. 마지못해 선생님에게 드리기는 했는데 이걸 알면 태수가 난리날거야"

"선규한테도 얘기안하는데 걱정하지마라. 내가 태수한테 혼날일이 있니?"

"태수가 무서워?"

"말했었잖아. 난 어떤때는 태수와 같이 있으면 어른하고 얘기하고 있는거 같애"

그러자 혜영은 너털웃음을 내지었다.

"그건 나도 그래"

이것저것 얘기하며 집에 다와가던 명숙은 별안간 혜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혜영아, 너는 가끔 남자가 그리울때가 없니?"

그말에 걸음을 멈춘 혜영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명숙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왜 그런 소리를 해?"

"그냥 물어보는거야. 너는 재혼할수도 있잖아"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하던 혜영은 이내 확고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한테는 태수밖에 없어. 그애만 바라보며 사는데 무슨 남자가 필요하겠어?"

혜영의 대답을 듣고 명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그고생을 했는데 너한테 무슨 남자가 필요하겠니? 물어본 내가 바보다"

그리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뒤에서 혜영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던 명숙도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너와 마찬가지야. 내가 남자라면 진절머리내는걸 잘 알잖아. 선규가 내인생의 전부야"

그녀의 말에 혜영의 입가에서는 밝은 미소가 지어졌다.

"너하고 나는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해야하는 팔자인가 보다"

"나중에 애들이 우리에게 잘 해줄까?"

그러는 명숙과 다시 걷기 시작하는 혜영은 별안간 크게 웃었다.

"왜?"

"우리 둘중에 하나가 재혼하면 나머지는 심심해서 어떻게 사니?"

"그렇게 되면 재혼한 사람은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평생 귀가 따갑도록 욕얻어먹고 살겠지"

그러자 혜영과 명숙은 마치 두명의 어린여학생들처럼 장난기가 가득 담긴 웃음을 터트렸다.

배달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린 선규는 집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가고 있었다.  오늘 선생님이 엄마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서 배달을 하면서도 그생각이 떠나가지를 않았었다.  선규의 관심사는 혹시 그가 선생님이웃에서 나는 신음소리를 들은걸 선생님이 엄마에게 그말을 했을까하는 점이었다.  어차피 이제는 엄마와 몸을 섞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녀가 그런걸 알아도 상관이 없었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그걸 알고있었는지가 확실하지 않아서 엄마가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고 했을때에는 은근한 두려움과 조바심이 일어났었다.  문을 벌컥 열고 집으로 뛰어들어가자 저녁을 짓던 엄마는 깜짝 놀래서 쳐다보았다.

"깜짝이야. 왜 그렇게 뛰어들어와? 뒤에서 누가 쫓아오니?"

"엄마를 빨리 볼려고 숨도 안쉬고 달려와서 그래"

그말을 듣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던 선규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오늘 선생님 만났어?"

"응. 좋으신 분이더라. 너에 대해서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

"다른 말씀은 없으셨어?"

"무슨 말씀?"

"그냥 나에 대해서 안좋게 생각하시나 해서"

"아니. 네칭찬만 하시던데? 뭐 잘못한거 있니?"

"아니"

숨을 돌린 선규는 식탁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다시 저녁을 짓기 시작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혹시 선생님이 내가 신문배달하는거에 대해서 아무말씀이 없으셨어?"

"용돈버는 네가 기특하다고 그러시더라"

"그것뿐이야?"

그러자 엄마는 다시 돌아서서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응. 너 배달하면서 선생님댁에 잘못한거 있니?"

"아니. 그냥 내가 선생님집에 신문돌리면서 실수한게 있나해서"

"난 몰라. 그런 말씀은 없으시던데?"

그제서야 선규는 속으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모르시는구나. 이제야 안심이 되네. 그럼 선생님의 차가운 인상이 원래 그런가보지?]

마음이 홀가분해진 선규는 엄마가 해준 밥을 맛있게 먹었다.

씻을려고 샤워캡을 머리에 쓰던 명숙은 화장실문이 열리자 들어오는 선규를 쳐다보았다.  이제는 그녀가 화장실에 있을때 불쑥 들어오는 아들이 익숙해져 있어서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더이상 놀라지를 않았다.  

"씻을거야?"

"응"

"에이, 이럴줄 알았으면 기다렸다가 엄마와 같이 씻을걸 그랬다. 매번 그런다고 생각하고 자꾸 까먹네"

"어서 들어가서 잘 준비를 해"

명숙은 웃으면서 욕조안으로 들어갈려고 하는데 별안간 뒤에서 선규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왜 그래? 어서 씻고 자야지"

선규가 또 장난을 치는줄 알고 뒤를 돌아보니 언제 바뀌었는지 그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녀의 벌거벗은 육체를 훌어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뜻인지를 알고 있어서 명숙은 재빨리 말했다.

"빨리 씻고 들어가서 해줄게"

그러나 선규는 그녀를 껴안고 샤워캡을 벗기며 격렬한 키스를 했다.  아들의 키스에는 꼼짝못하는 명숙은 어느새 다리에 힘이 빠지며 선규를 부둥켜 안았다.  한참있다가 선규가 입을 떼자 명숙은 헐떡거리면서 그의 가슴을 가볍게 때렸다.

"씻어야 하는데 이러면 어떡해?"

하지만 선규는 아무대답없이 그녀의 손을 이끌어 잠옷바지속으로 집어넣었다.  팬티속에서 단단해진 성기가 만져지자 명숙은 두눈을 커다랗게 떴다.

"얘는 시도때도없이 왜 이래? 조금만 참아봐. 내가 씻고 얼른 들어갈테니까"

타이르듯이 말하는 그녀의 말에도 불구하고 선규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지않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여기서 하고싶어"

"화장실에서?"

이제까지 침실외에는 거실에서 한번밖에 하지않았던 명숙은 저도모르게 기겁을 했다.  익숙한 침실에서 하는거에만 마음이 편해서 이런 좁은 화장실에서 한다는것은 어쩐지 내키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섹스를 할때 주위환경을 상당히 의식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어떡해야 될지를 몰라 망설이는데 선규가 잠옷바지와 팬티를 벗어서 그녀와 함께 나체로 마주보며 섰다.  그리고는 애원하는 어조로 말했다.

"빨아주면 안돼?"

그말에 명숙은 주저했으나 곧 고개를 끄덕이고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그동안 아들에게 몇번 오럴섹스를 해주어서 이제는 혐오감을 많이 극복하게 되었다.  선규가 전남편처럼 강요하는일도 없었고 또한 아들의 몸 일부분을 빤다고 생각하여 거부감도 그렇게 들지가 않았다.  손으로 성기를 감싸고 부드럽게 애무를 해주던 명숙은 입을 벌리고 그안에 발기된 성기를 넣었다.  그러자 선규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머리를 잡고 벌린 다리에 힘을 잔뜩 주었다.  두손으로 아들의 엉덩이를 붙잡고 혀를 움직여가며 성기를 빨아주던 명숙은 문득 낮에 만났던 선규의 담임선생님이 기억났다.  

[선규를 좋게 보시던데 이런 모습을 보면 아마 기절하시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마음속에서 부끄러움이 들었으나 선규가 그녀의 머리를 더욱 꽉 잡고 성기를 더 깊숙히 입안으로 집어넣고 있어서 곧 머리속에 있던 생각을 떨쳐버리고 성기를 빠는거에 열중했다.  눈을 감고 황흘한 표정으로 허리를 움직이는 선규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연달아 흘러나왔다.

"아..... 엄마...... 계속 빨아줘..... 그렇게....."

그소리에 명숙은 빨리 끝내고 씻고싶어서 머리를 움직이는 속도를 더욱 빨리 하고 입가를 오무려 아들의 성기를 힘껏 조였다.  이제는 어떤식으로 빨면 선규가 사정을 금방 할수있는지를 터득하게 되어서 뱀의 혀처럼 능란하게 움직이며 귀두를 빨면서 손으로는 성기뿌리에 있는 두개의 방울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얼마안가고 입안에 있는 성기가 꿈틀거리는것을 느끼는데 별안간 선규가 그녀를 중지시켰다.  

"그..그만해..... 아......"

선규가 얼른 성기를 입안에서 빼자 명숙은 놀란 눈으로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선규가 그녀를 일으켜 세면대앞에 세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명숙은 놀라서 뒤에 있는 아들을 커다랗게 된 눈으로 바라보았다.

"뭐..뭐 할려고?"

그러나 선규는 웃는얼굴로 뒤에서 그녀를 껴안고 한손으로 풍만한 젖무덤을 움켜잡았다.

"거울을 바라봐"

선규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몰라서 아무생각없이 그가 시키는대로 앞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는데 별안간 뒤에서 단단한 성기의 감촉이 느껴졌다.  질겁을 해서 다시 고개를 돌리니 선규는 그녀의 두다리를 벌리며 손으로 성기를 잡고 동굴속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그가 한번도 뒤에서 하는적이 없어서 색다른 행위에 겁을 먹은 명숙은 소리를 질렀다.

"뭐하는거야? 하지마!"

하지만 선규는 명숙의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며 성기를 완전히 삽입시키고 다른손도 앞으로 돌려 나머지 젖가슴을 잡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를 입으로 더듬으며 달콤하게 속삭였다.

"거울로 우리가 사랑하는 모습을 지켜봐"

그리고는 그녀의 귀와 목덜미에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질안에 들어있는 성기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비도 되어있지않은 그곳을 아들의 성기가 유린하자 명숙에게는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며 일그러진 얼굴을 밑으로 숙였다.  그러나 선규는 다시 그녀의 얼굴을 위로 올리고 가쁜 숨을 쉬며 말했다.

"거울을 보라니까. 헉헉... 엄마와 내가 한몸이 되는것을....."

선규가 고개를 숙이지 못하게 붙잡고 있어서 명숙은 하는수없이 거울에 비치는 그녀와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얼굴을 찡그리며 조그마한 신음을 내는 그녀의 뒤에서는 거친숨을 토해내는 선규가 뚫어지게 거울을 응시하고 있었다.  거울에 비쳐진 그들의 모습은 마치 3류 애로영화에 나오는 장면같아서 명숙에게는 심한 모멸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들과 섹스를 하게 되면서부터 이런 기분이 드는것은 처음이었다.  선규에게 강제로 당하는 느낌이 들었고 또한 두마리의 발정난 짐승들 같아서 마치 선규아빠와 할때처럼 수치심과 불쾌감이 엄습해왔다.  더군다나 믿었던 선규가 이런 짓을 해대니 마음이 울적하기까지 하였다.  선규의 움직임은 이제 격렬해져서 그녀의 복부가 세면대를 꽉 누르고 있었다.  명숙도 심신이 지치고 아파서 이제는 그저 아들이 하는대로 몸을 내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사정이 가까워졌는지 선규가 더욱 격렬하게 움직이자 그의 하복부와 명숙의 엉덩이가 부딛히는 소리가 계속 철퍼덕하며 울러퍼졌고 거울에 비치는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은 크게 출렁거렸다.

"아..... 허엉....."

"아!...... 엄마아......."

발광하던 선규는 마침내 사정을 하며 정액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그녀의 몸속으로 쏟아부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등위로 쓰러지자 그제서야 세면대에 꽉 눌려서 고통스러웠던 복부의 통증이 사그러들고 있었다.  선규가 팔을 풀어서 명숙도 고개를 세면대위로 숙이며 가쁜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질안에서 정액과 범벅이 되어있는 성기는 꿈틀거렸고 선규는 땀을 흘리며 그녀의 등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이윽고 정신이 돌아온 명숙은 목을 가다듬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빼"

이번에는 다행히 선규가 시키는대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힘이 다 빠진 명숙은 세면대를 잡으며 밑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방금전까지 격렬한 행위로 정신을 잃고 있었던 그녀는 선규의 일방적인 행동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고는 아들을 노려보았다.  

"엄마, 화났어?"

아까와는 달리 선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옆에 쪼그리고 앉자 명숙은 팔에 힘을 주고 그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못된놈"

그러나 선규는 맞은 뺨을 부여잡으면서도 여전히 근심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감싸안았다.  그러는 선규를 벌개진 얼굴로 응시하며 명숙은 분노로 계속 식식거리기만 했다.

"그게 무슨짓이야? 내가 함부로 다루어도 되는 여자야?"

"미안해"

"짐승같이 왜 그랬어? 너는 내감정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지?"

"아니야"

"그런데 왜 그랬어? 얼마나 화가 났었는줄 알아?"

"그냥 거울속에 비치는 엄마와 내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랬어"

"꼭 그런식으로 봐야 했어? 너한테 마치 싸구려 여자취급 받는거 같아서 속이 상했어"

"그렬려고 했던거는 절대 아니야. 엄마와 내가 한몸이 되는걸 같이 보고 싶어서 그랬던거야. 엄마마음이 상했는지는 몰랐어. 정말 미안해. 다음부터는 안그럴게"

선규가 진심으로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자 명숙은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흑흑... 제발 다시는 그러지마. 너한테만은 네아빠나 남자에게 가지고 있는 안좋은 감정들을 가지고 싶지 않아"

그녀의 말이 끝나자 선규는 얼굴빛이 변하며 얼른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엄마,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잠시 정신이 돌았었나봐. 다시는 안그럴게. 내가 약속할게"

그리고는 새끼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에 끼웠다.  그러는 선규를 보고 어느정도 마음이 가라앉은 명숙은 너무 피곤하여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댔다.  선규는 수건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따듯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엄마, 그만 울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이제는 내마음대로 엄마에게 그런짓을 절대 안할게. 응? 그러니 나를 미워하지마. 나한테는 엄마밖에 없는데 엄마가 나를 미워하면 어떡해?"

그소리에 명숙은 선규에게 가졌던 화가 다 풀어져서 그의 품속에서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다시는 내가 하지말라는거 안한다고 약속하는거지?"

"그래, 그래. 무조건 엄마말을 들을게"

선규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웃자 명숙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놈에게는 화도 내기가 어렵네. 어쨋든 저렇게까지 다짐을 하니 앞으로는 이런일이 없겠지]

그리고는 일어날려고 하는데 그제서야 질안에서 아들의 하얀 정액이 바닥으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선규도 그걸 보고 황급히 말했다.

"이건 내가 닦을테니까 엄마는 신경쓰지말고 얼른 씻어"

다시 착한 아들로 돌아온 선규를 보며 명숙은 고개를 끄덕이고 욕조로 들어갔다.

침대위에 누워있는 명숙의 마음은 아까보다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선규도 미안한지 그녀에게 듣기좋은 말만 하면서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내가 선규를 그렇게 만들었는데 먼저 탓할 사람은 바로 나지. 아직 나이도 어린애한테 화를 내서 뭘 어떡하겠어?]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아까 거울에 비쳤던 선규의 얼굴이 기억났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미처 생각하지를 못했었는데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무엇인가를 간절히 집착하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아까 선규의 담임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길래 선생님이 선규의 얼굴에 그늘이 있는걸 보셨을까?]

그리고는 옆에 누워있는 선규를 바라보다가 팔을 툭 건드려 보았다.  그러자 선규가 그녀를 보면서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안자?"

"응"

"아직도 화가 안풀렸어?"

"이젠 풀렸어"

"다시한번 미안해. 나도 아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네가 잘못했다는걸 깨달았으면 됐어"

그리고는 잠시 아무말없이 아들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돌려 어두운 천장을 응시했다.

"선생님이 네얼굴에서 그늘이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라"

"....."

"왜 그런거야?"

"엄마한테도 그렇게 보여?"

"가끔 그래. 엄마와 단둘이 사는게 안좋니?"

"안좋긴"

"그런데 왜 그래?"

"그냥 내얼굴이 그렇게 보이는거겠지"

"태수도 그렇다는데?"

"태수도?"

"그래. 너희둘한테 무슨 고민거리가 있니?"

한동안 조용히 있던 선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애들은 다 그런가봐"

그의 어조가 왠지 서글프게 들려서 명숙은 더이상 묻지를 않고 선규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고민거리가 있으면 마음속에 담아두지말고 언제든지 엄마에게 털어놔. 알았지?"

그러자 선규는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가슴속으로 안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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