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
"소등해라"
"소등하겠습니다"
일직하사의 말이 떨어지자 전등스위치 옆에 있던 나는 스위치릍 내리며 소등을 알렸다.
내 침상으로 와서 매트리스 위에 고단한 몸을 뉘인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군에 온지도 어느덧 5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 짬밥이 없다보니 여러가지 제한된 것들도 많다.
제대를 앞둔 말년들이 한없이 부럽게만 느껴진다.
'시간이 아무리 안간다해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고 했으니 언젠간 나도 제대할 날이 오겠지'
침상에 누워 사회생활을 그려본다.
'여자, 여자가 그립다'
입대하고나서 여자 손 한번 스쳐보지를 못했으니 그 그리움은 사회에서 격리된 군발이와
감옥의 제소자만이 알리라.
5개월 동안 사회와의 단절은 사회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갖게한다.
여자에 대한 생각에 아랫도리가 뻐그해진다.
야들야들한 여자의 몸이 그립다.
이불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넣어본다.
뜨끈뜨끈하게 그 녀석이 달궈져있다.
껍질을 슬슬 움직여본다.
나른한 쾌감이 전해져온다.
'젠장...불쌍한 내 청춘이여...'
이따 보초갔다와서 풀어야겠다.
오늘 새벽에도 화장실에서 해결할 수밖에...
토요일이라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개인 정비 시간이 주어졌다.
밀린 세탁하려고 준비하는데 내무실 문이 열리면서 일직하사의 전달이 있었다.
"장도하 면회!"
'앗! 나잖아.'
"이병 장도하. 예, 알겠습니다!"
고참들이 한마디씩 한다
"야아...누구는 좋겠다."
"언넝 면회준비해라."
고참중에 하나가 면회 준비하라고 알려준다.
첫 면회라 뭘 어떻게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자 병장 하나가 A장 전투복과 전투화를 꺼내놓고 씻으라고 알려준다.
잽싸게 세면장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속옷도 갈아입는다.
내무반에 돌아오니 병장 하나가 칼같이 다려놓은 전투복과 불광을 내놓은 전투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행정반에 가니 부모님이 면회왔다고 일러준다.
일직사관과 일직하사에게 신고하고 내무반으로 돌아와 소대 고참들에게 일일히 신고한다.
왕고가 언넝 가라며 장난삼아 눈을 부라린다.
내무실을 나와 대대인사과에서 외박증을 받아쥐고 면회실로 달려갔다.
면회실에는 이미 면회중인 여러가족이나 친구들이 테이블에서 음식올 먹고있다.
"도하야..."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아들임을 확인하자 엄마는 나를 와락 껴안으신다.
얼마만에 보는 엄마인가?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포옹이 끝나자 엄마는 눈물을 찍으신다.
"고생이 많았지?"
"엄마 잠시만요. 충성! 신고합니다.
이병 장도하는 xxxx년 xx월 xx일부터 xxxx년 xx월 xx일까지 외박을 명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그래 고생 많았다. 몸은 괜찮고?"
"네 엄마.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럼 엄마 아빠야 늘 잘 있지."
"그런데 아빠는?"
"얘 말도 말아라. 네 아빠 스케쥴 맞추어서 면회 미루다가 결국 이렇게 늦게 오게 되었다니깐.
네 아빠 회사가 계속 고전하잖니."
엄마의 얼굴에 한순간 그늘이 스친다.
"아빠 회사가 그렇게 안 좋아요?"
"아냐, 전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는데, 아직까진 조금 안좋아.
예, 그건 이따가 자세히 이야기하고 이것부터 좀 먹어라."
테이블에는 집에서 준비해 온 보따리가 놓여 있었다.
"뭘 이렇게 준비해왔어요?"
"얘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데 이 정도도 안 해오면 어떡하니?"
"에구 엄마두 고생스럽게 준비해오시긴.."
사실 사제밥이 정말 그립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해주신 밥이 말이다.
엄마는 그렇게 가지고 온 음식 보따리를 풀어 놓으셨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다 준비해오신 듯 여러가지 음식을 꺼내 놓으셨다.
테이블에서 엄마와 나는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도 풀어 놓기 시작했다.
면회를 못 오실 정도로 일에 매달리셔야 할 정도로 바쁘리라 예상치 못했다.
"그럼 누나도 고생하겠네?"
엄마의 표정이 다시 한번 어두워지신다.
"음 아무래도 네 누나도 아빠를 도우느라 바쁘지."
아빠는 현재 조그마한 무역업체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한창 사업이 번창할 때는
정말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돈도 펑펑 쓰며 살았다.
IMF를 겪으면서 사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아빠의 회사도 자칫 부도가 날뻔했으나 겨우겨우 위기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집안도 덩달아 휘청거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누나도 회사가 부도가 나 실업자 상태가 되어 실업자가 되었다.
아빠는 인건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기존의 경리사원을 내보내고 누나를 입사시켜 아빠 회사를 도우도록 했다.
집에만 계시던 엄마도 인근에 있는 백화점 지하 슈퍼마켓에서 캐셔일을 시작하셨다.
나도 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도피성 군입대를 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나마 많이 안정이 되었고 엄마는 캐셔일에 지쳐 지금은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근데 엄마 뭐 타고 오셨어요?"
"음...아빠차 몰구 왔어."
"엥?"
"호호호. 놀랬지?"
"어떻게 된 거에요?"
"이 엄마가 우리 아들 군입대 하자마자 혹시나 싶어서 면허를 따두었지.
아직 초보딱지를 떼지 못했지만 여기 올 정도는 할 수 있단다."
엄마의 자랑하느라 운전면허증까지 보여주신다.
이렇게 작은 일에 들뜨고 좋아하시는 걸 보면 아줌마같지가 않다.
사실 엄마는 아줌마 축에서도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여자다.
그렇다고 화려한 옷에 진한 화장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체중 조절 실패로 자칫 뚱뚱해질 수도 있지만
엄마는 특히 하는 것도 없이 젊을 적 몸매를 유지하고 계신다.
몸매가 되니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고 게다가 동대문에서 싸구려 옷을 사더라도
유명 메이커같은 상품을 고르는 안목을 갖추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면서도 은은한 우아함이 우러나오는 분이다.
"참! 너 외박되는거지?"
"네. 친구가 오면 영내면회구요. 부모님이 오면 보통 외박이나 외출을 할 수 있어요.
오늘 첫 면회에다가 엄마가 면회신청하니깐 바로 외박증 끊어줬어요."
"그래 잘 되었다. 먼길 왔는데 아들 맛있는 것 많이 사먹여야지."
점심을 먹은지도 얼마 안 되었지만 엄마의 음식은 한없이 잘도 들어갔다.
어느정도 배가 불러오자 면회실에서 나왔다.
"어디 갈래? 이 근처는 네가 더 잘 알잖니."
"음...조금 알려진 절이 있는데 거기 가죠."
위수지역내에는 그다지 볼 만한게 그 절이 하나있다.
생각보다 엄마의 운전실력은 좋았다.
"엄마 운전 잘 하네."
"잘하긴 뭘 잘하니 아직도 운전대만 잡으면 손에 진땀이 난다니깐?"
"에이, 이 정도되면 초보가 아니죠."
그렇게 엄마의 운전실력을 칭찬하자 굉장히 좋아라 하신다.
멀지 앓은 거리라 절에는 곧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엄마와 같이 천천히 절까지 걸어 올라갔다.
5월이라 초록이 제법 우거지고 산들산들 바람도 불어 기분이 상쾌하다.
늘 보는 나무들도 부대밖에서 보면 이렇게 달라지나 싶다.
엄마가 옆에서 걷다가 손을 잡으시며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신다.
"얼마만에 나들이 왔는지 모르겠네. 한가로이 이렇게 여유를 가져 본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그동안 엄마 많이 힘드셨죠?"
"힘들긴...남들은 다들 아우성인데 그 정도면 양호한 편이지. 네 아빠랑 연주가 고생이지 뭐."
"제대하면 엄마 고생 안 시킬께요."
"호오. 우리 아들이 엄마 걱정도 다 하고 이제 다 컸네?"
"치이, 엄마는 늘 내가 뭐 한두살 먹은 어린애로만 보이나봐."
"에구 이 녀석아. 네가 환갑이 되더라도 넌 엄마한테는 애기야."
"이렇게 큰 애기가 어디있어요?"
"어디있긴 어디있니 요기 있지."
하시며 잡았던 손을 놓으시곤 엉덩이를 때리는 시늉을 하신다.
나는 피하는 척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렇게 엄마와 장난을 치며 오르다보니 금새 절에 도착했다.
절에서 시원한 약수를 마시고 그늘진 곳에서 잠시 쉬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지?"
"고생은 무슨 고생이요. 옛날 군대가 아니라서 요즘은 편해요."
"그래도 군대란게 어디가겠니?"
"요즘은 구타도 없어요. 엄마가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요."
"까무잡잡한게 건강해 보이기는 한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매일 운동하니 당연한 결과인 것 같아요."
그렇게 이야기 꽃을 피우다보니 어느덧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그만 내려가자."
차를 타고 읍내로 돌아와 한 고깃집에서 식사를 했다.
엄마는 가볍게 한잔 하라며 소주까지 시켜서 손수 술을 따라주시기까지 했다.
"우리 아들 무사히 군생활 마치길 바라며 건배!"
"감사합니다."
엄마의 건배 제의에 엄마와 난 술잔을 부딪히고 한잔 쭈욱 들이켰다.
짜릿한 소주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니 캬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삼겹살을 먹으며 엄마가 따라주는 소주를 마시다보니 금새 취기가 오르기 시작한다.
엄마에게도 술을 권했지만 차 때문에 처음에 따라 준 한잔만 조금씩 마셨다.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지고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웃음도 많아지고 유쾌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서 인근 여관방을 찾았다.
차를 주차시키고 들어가다보니 조금 생뚱맞은 느낌이 든다.
여관이야 사귀던 여자나 꼬신 여자랑은 여러번 갔지만 이렇게 엄마와 여관에 온 적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좀 쑥스럽기까지 하다.
엄마와 방값을 치르고 나서 알려준 방으로 들어갔다.
왠지 모르게 어색한 나를 보시더니 엄마가 빙긋 웃으신다.
"옷 벗고 씻어라. 엄마가 혹시나 싶어서 갈아입을 옷은 준비해왔단다."
"방도 잡았으니깐 밖에 나가 가볍게 술 한잔해요. 엄마"
"술은 무슨 술? 피곤할텐데 푹 자구 편하게 있다가 들어가야지?"
"엄마는 모처럼 외박도 나왔는데 잠만 자구 그냥 들어가요? 정 그러면 저 혼자라도 한잔 더하고 올께요."
"이 녀석이 엄마 말 안 듣네?"
엄마가 장난으로 다그치는 시늉을 하신다.
"엄마 같이 맥주라도 한잔해요."
내가 오버해서 웃으면 엄마에게 아양을 떨자. 그만 웃고 마신다.
"그럼 옷이라도 갈아입고 나와라."
"네! 알겠습니다!"
잽싸게 엄마가 가져온 옷을 들고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나왔다.
엄마도 가져온 옷을 화장실에 갈아입고 나오자 같이 여관을 나섰다.
밤이 되가자 유흥가 주변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였다.
나처럼 군복을 입고 여자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고 지나가는 군바리도 보였다.
'부럽군. 나도 애인이라도 있으면 저렇게 면회와서 하루밤이라도 회포를 풀텐데..'
아쉬움을 뒤로한채 눈길을 돌려 호프집을 이리저리 찾아 해메다가 한 호프집을 찾아 들어갔다.
지방 읍내 호프집이라 인테리어라 부르기에는 뭐한 장식의 어두운 실내로 들어갔다.
엄마와 자리를 잡고 맥주와 안주를 시키고는 엄마랑 이야기를 시작했다.
맥주가 오자 나는 엄마의 잔에 맥주를 가득 따라주었고 엄마는 나에게 맥주를 따라주었다.
"엄마 이젠 마셔두 되니깐 술도 좀 마셔요?"
"에구. 우리 아들땜에 오랜만에 술 한잔하게 생겼네.."
"자. 엄마를 위해 건배!"
"건배!"
"엄마 첫잔은 무조건 원샷이에여!"
"무슨 원샷이야. 엄마한테도 원샷이니?"
"엄마던 중대장이건 원샷입니다."
잔을 부딪히고 먼저 한잔을 단숨에 비우고 엄마를 지켜보자.
엄마가 미간을 찡그리며 마시기 시작한다.
장난삼아 원샷을 권했지만 엄마가 설마 다 마시지는 못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엄마가 의외로 술을 단숨에 맥주를 들이키셨다.
내가 혀를 내밀고 놀란 표정을 하자 엄마가 흘기며 한마디 하신다.
"왜? 엄마가 그렇게 못 마실 줄 알았냐? 우리 아들 분위기 좀 맞춰줄라고 마시는 거야. 알았어?”
웃으시며 땅콩을 집어 넣으신다.
이렇게 가까이서 엄마와 술을 한다는게 조금은 어색하지만 엄마랑 더 친해진다는 느낌이 좋았다.
오늘 이전에 이렇게 엄마랑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진 적이 있을까?
엄마는 엄마였었는데, 오늘은 마치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신다.
면회와서 계속 웃음을 지어주시는 모습을 지켜주시는 모습이 군에서 고생을 하는 아들을 위한
엄마의 배려라고 생각하니 엄마가 넘 고맙게 느껴진다.
군에 오고나서의 집안 일들을 엄마에게서 듣고, 나는 군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시간은 흘렀다.
주고 받는 술에 오히려 내가 취하기 시작했다.
'젠장 군에 오니 술도 줄어드는구먼.'
고개가 자꾸 무거워지고, 혀도 꼬이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웃긴 것은 엄마는 멀쩡하다는 것이다.
엄마가 내가 더 취하기 전에 가자고 하셔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약간 비틀거리자 엄마가 팔을 잡아주신다.
"도하야. 괜찮니?"
"괜찮아요. 아직 취하지도 않았어요."
비슷하게 술을 마셨는데 쪽팔리게 취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엄마. 우리 노래방 갈래요?"
"노래방?"
"예전에 노래방에서 엄마 노래 정말 잘 부르던데..마침 저기 보이네. 엄마 가요."
나는 약간은 휘청거리며 우악스럽게 팔을 잡고는 노래방으로 엄마를 데리고 갔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최신 노래보다는 엄마가 알 수 있을만한 흥겨운 노래를 선곡하고 노래를 시작했다.
흥겨운 리듬이 흐르자 나는 엄마를 일으켜 세워 같이 디스코타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안 일어나시더니 내가 자꾸 재촉하자 마지못해 조금씩 몸을 흔드신다.
분위기를 띄우려고 넘 열심히 노래와 춤을 했더니 목이 말라 맥주를 시켜서 마셨다.
엄마의 선곡도 아들을 생각해서인지 되도록 최신곡으로 흥겨운 곡을 부르셨다.
내가 옆에서 군바리 댄스로 호응해주자 엄마도 더 신나시는 듯 열심히 부르신다.
곡이 거듭될 수록 엄마도 분위기에 적응하시는지 신나게 춤을 추신다.
좁은 방에서 둘이서 뛰고 노래하고 웃다보니 땀이 흐리기 시작한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아 에어컨을 켜지 않다보니 그런가보다.
땀이 흐르던 말던 우리는 흥겨운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시간이 다 되어가자 분위기를 전환해서 나는 잔잔한 트롯을 하나 선곡해서 블루스 타임을 마련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엄마에게 손을 뻣어 춤을 신청하자 엄마는 도도한 몸짓으로 손을 잡아 나를 일으켜 세웠다.
한손으로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한손으로 엄마의 허리를 안아 당겼다.
엄마가 미소를 지으시며 같이 노래를 부르신다.
노래를 부르다보니 무의식중에 엄마의 가슴이 느껴졌다.
순간 움찔하여 엄마와의 간격을 두었다.
가슴이 쿵쾅쿵쾅거렸다.
여자의 가슴을 오래만에 느끼다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엄마의 허리를 감싸던 손도 왠지 어색한 동작이 되는 듯하다.
그렇다고 손을 떼자니 그렇고...
문득 아랫도리가 스물스물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젠장 이넘이 미쳤나? 여기서 왜 고개를 들고 그래?'
사람이 어떠한 거에 대해 의식을 하다보면 행동이나 말이 어색해진다.
아랫도리가 성을 내기 시작하자 엄마의 몸에 안 닿으려 엉덩이를 약간 뒤로 빼게 된다.
엄마는 노래를 부르느라 분주히 모니터와 나를 번갈아 보고 계신다.
곡이 끝나고 자리에 앉아 좀 진정을 시키고 있는데 이번엔 엄마가 내 손을 잡아끌어 블루스를 추자는
주문을 하신다.
'엄마도 간만에 기분전환하니깐 좋으신가보네."
하지만 아직 식지않은 아랫도리 때문에 엉덩이가 뒤로 빠지니 자세가 영 나오질 않는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내 허리감은 손을 잡아당겼다.
순간 엄마의 하복부쪽에 나의 아랫도리가 닿았다.
'헉. 이런 젠장 어떡하지?'
머리가 쭈뼛쭈뼛해지고 식은 땀이 나왔다.
그러나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열심히 노래를 부르시며 블루스 리듬에 맞춰 춤을 추신다.
살짝 엉덩이를 뗄까 하다가 엄마가 의식되어 그러지도 못했다.
문득 부벼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뭔 생각이야!'
춤 때문에 약간의 마찰이 발생하니 이노무 아랫도리가 수그러들질 않는다.
엄마의 노래가 드디어 끝이나자 춤을 멈추고 둘 다 자리에 앉았다.
엄마는 캔맥주로 목을 축이시고는 나가자고 했다.
엄마와의 가벼운 접촉으로 인해 술기운이 확 걷혔다.
'엄마가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하지만 노래방을 나오면서 유쾌한 엄마의 모습에 그런 느낌은 없었다.
다행이다 싶다.
여관으로 들어오던 엄마는 맥주를 더 마시자며 동네 슈퍼에 들러 맥주와 안주꺼리를 사신다.
"엄마 괜찮겠어요?"
"괜찮은데."
엄마가 발동이 걸리셨다보다.
정말 이런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었는데 오늘 새로운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관으로 향하면서 엄마가 문득 내 팔에 팔짱을 끼신다.
"우리 아들 팔이 이젠 단단해졌는데?"
"하하. 부대 전통이 팔굽혀펴기 100개라서 매일 팔굽혀펴기 해요.
첨에는 정말 힘들어서 50개만 해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단련되서 100개까지 할 정도가 되었어요."
"호호호. 그래?"
"5개월만에 가슴이랑 팔이랑 좀 두꺼워지긴 했을 꺼에여."
"어디?"
하시며 대뜸 가슴에 손을 대신다.
"햐아...가슴도 딴딴하네.."
"헤헤헤. 운동하면 더 나와요."
히히덕 거리며 여관으로 들어가자. 여관 주인이 뻘쭘이 쳐다본다.
방으로 들어오고 술을 꺼내놓으며 엄마는 언넝 씻으라고 한다.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벗고 샤워를 하다가 문득 노래방에서의 생각이 났다.
잠잠해졌던 아랫도리가 슬며서 또 올라온다.
손으로 쥐자 뜨끈뜨끈하다.
'임마. 주책없이 아무때나 껄떡되면 어떡하냐?'
시원한 샤워물을 맞으며 앞뒤로 흔들어본다.
살짝 해본다는 것이 멈출 수가 없다.
벽면에 한 손을 뻗어 버티면서 힘을 주어 왕복운동을 하자 숨이 가빠지고 짜릿짜릿 느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끄응..."
욕조 바닥에 허연 정액이 튄다.
다행히 샤워물소리에 감춰졌으리라.
사정이 잦아들자 마무리하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자.
엄마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조용한 가운데 스르륵하며 엄마의 옷 벗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아. 진짜...'
방금 전에 풀어줬는데도 아랫도리가 다시 스물스물 피가 몰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샤워물이 들리기 시작하자.
나는 TV를 켜고 정신을 딴데 돌리려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아랫도리의 발광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TV에선 토크쇼에 나온 게스트들이 웃고 난리인데 말소리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노래방에서의 엄마의 가슴과 접촉이 생각이 들자 고개를 저어 생각을 흩으려버리려 하지만 연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예전에 같이 잤던 여자들의 몸이 머리속에서 소용돌이 친다.
'엄마...여자...'
사춘기 때 몽정에서도 엄마가 나타난 적이 있지만 그건 그저 잠깐의 상상이었을 뿐
나의 뇌리 속에서는 엄마는 결코 여자일 수가 없었다.
'엄마도 여자였지...그래...엄마도 여자야...엄마가 여자이지만 나의 여자는 될 수는 없잖아?'
문득 외박이나 외출 나갔던 고참들이 들려 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읍내 대부분의 여관에서 여자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고등학교 때나 군에서는 여자를 따 먹은 이야기가 하나의 노가리꺼리가 아닌가?
'그래 오늘 요 녀석 원 좀 풀어줘야겠다. 엄마가 잠들고 나서 바람쐬는 척하면서 나가서 다른 여관에서
제대로 함 해봐야지.'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하자 엄마의 샤워 소리가 멈추었고 TV에 몰입할 수 있었다.
엄마는 머리에 수건을 감싸고 나와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말렸다.
머리가 다 마르자 테이블에 앉았다.
"도하야 술 할래?"
"엄마가 마시는데 어찌 소자가 안 할 수 있겠습니까?"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맥주를 따라 한모금씩 마셨다.
"오늘 엄마가 면회 와주어서 넘 좋았어요."
"엄마두 건강히 잘 있는 도하 모습 보니깐 앞으로 덜 걱정할 것 같아. 암튼 오늘 푹 자고 내일 복귀해.
휴가나오면 엄마가 맛있는 많이 해줄께."
"네. 7월경에 진급휴가 나갈꺼에요."
"이거 마저 마시고 빨리 자라."
"에이 술도 많이 남았는데 어떻게 먼저 자요 엄마랑 같이 수다 떨다가 같이 자요."
"안돼. 이 술은 엄마가 혼자 마실라구 산거야."
"엄마. 그런데 오늘 정말 다시 보게 되었어요."
"뭘?"
"전에 엄마가 술 마시는 걸 거의 본 적도 없고 마시더라도 끽해야 맥주 한잔인데 오늘은 저보다도 더
잘 마시는 것 같아요."
"호호호. 사실 엄마가 지금 많이 취했어. 아들 앞이라 정신 차리고 있는거지."
"엥? 취했다고요?"
"난 술을 많이 먹어도 얼굴색이 안 변하거든. 사실 여기서 더 마시면 너한테 취한 모습을 보일까봐
먼저 자라고 한거야."
"풋. 엄마는 그게 그렇게 창피해요 엄마가 술 먹고 좀 취한 모습 보이면 어때요. 그런 걱정은 마시구 드세요."
그러고보니 밝은 곳에서 엄마의 눈을 보니 눈이 많이 풀린 듯하다.
엄마는 그저 미소만 지으셨다.
왠지 모를 어색함과 엄마의 우울한 눈 때문에 차마 말을 건넬 수 없었따.
그냥 몇 분을 말없이 술잔만 기술이다 엄마가 말을 꺼넸다.
"사실 내가 주변에 대화할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그동안 좀 답답했어.
네 아빠랑 누나는 매일 야근하니 밤늦게나마 잠깐 얼굴보고 둘다 피곤에 지쳐있는 모습을 보니 넘 안쓰러워.
네 누나는 그나마 젊으니깐 버티는 것 같은데 네 아빠는 계속되는 피곤에 내가 걱정이 되어도 어떻게
도와줄게 없으니 미안해."
그리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신다.
화장대에 있는 티슈를 가져다 드렸다.
엄마의 을음이 길어진다 싶어 의자를 엄마 옆으로 옮겨 어깨를 안아드렸다.
"다 좋아질꺼에요. 넘 아빠랑 누나에게 미안해 하지말아요."
그러자 엄마는 더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내가 밖에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었는데 경기가 안 좋다고 군입대를 한 내자신이 원망이 되었다.
엄마는 아예 테이블 엎드리셔 울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그저 어깨를 다독이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우시다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고 곧 조용해졌다.
잠이 드신 것이다.
엄마를 다독이며 더 잠이 들길 기다렸다.
이제 되었다싶어 엄마를 안아 침대로 옮겨 뉘었다.
이불을 덮어주고 테이블에 앉아 남은 맥주들 하나씩 마셨다.
엄마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연달아 맥주를 들이키니 얼굴이 붉게 술기운이 올라온다.
술을 다 마셨을 무렵 피곤에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리고는 침대에 그대로 엎어졌다.
졸려서 눈을 뜨기도 귀찮은데 오줌보가 터질 것 같아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낯선 느낌.
'맞아. 여관이지.'
옆을 보니 엄마가 곤히 자고 있다.
비몽사몽간에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니 시원하다 못해 쾌감까지 느껴진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이내 잠이 들었다.
넓은 들판에 커다란 나무가 있다.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나무로 가서 그늘에서 더위를 식혔다.
좀 시원해지자 나무를 살폈다.
아래서 올려다보니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이 너무나도 찬란하다.
나뭇잎과 가지 사이로 열매가 보인다.
'복숭아다.'
제법 큼지막한게 먹음직스럽다.
입에 침이 고인다.
꽤 높은 곳에 매달려 있어서 따먹을까 말까를 두고 잠시 망설인다.
포기하기엔 복숭아가 너무 맛있게 보인다.
나무를 오르기로 결정한다.
나무에 오르는데 너무 잘 올라가진다.
손과 발에 접착제를 바른 듯 척척 붙어서 미끌어지지 않는다.
복숭아가 나무의 꼭대기에 있어 한참을 올르다보니 땀이 나기 시작한다.
복숭아가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까지 다 올랐다.
나무에서 팔을 벌린 가지에 매달려 있는 복숭아가 아래서 보는 것보다 더 크고 탐스럽게 달려있었다.
가지에 엎드려 조금씩 조금씩 몸을 앞으로 이동한다.
아래는 땅바닥이 보인다.
땅과 높이가 제법 되다보니 이제서야 두려움이 들기 시작한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앞으로 다가 갈수록 복숭아에서 나오는 이상한 열기가 느껴진다.
복숭아가 바로 코앞에 있다.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가 되었다.
손을 뻗으며 가지하래에 매달린 복숭아를 잡았다 싶은데 가지위에 엎드려있던 몸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며 가지에서 떨어진다.
떨어지면 복숭아를 쳐다보니 아직 거기에 매달려 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열매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