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19/20)

‘사디크’는 10년전 까지만 해도 ‘후세인’대통령궁의 경호 장교로 복무했었다.

대통령궁을 경호하는 영관급 장교로 복무하면서 여러가지의 이권에 개입하던 ‘사디크’는 2002년 미국계 무역회사의 뇌물을 받은 것이 내부 감사로 드러나면서 군정보대에 체포당했다.

1년간 군 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그가 풀려난 것은 2차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패하고 바그다드를 점령한 미군이 군 형무소를 개방했기 때문이었다.

형무소에서 풀려난 ‘사디크’는 과거 인연을 맺었던 경호대 시절의 부하들을 모으고 체포 전에 숨겨 두었던 자금을 이용해 바그다드의 뒷골목에서 마약과 매춘으로 세력을 불려 나갔다.

10년이 흐른 현재 그는 바그다드의 암흑가 세력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알라사디’라는 범죄조직의 수장이 되었다.

조직원이 100명 정도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알라사디’는 주로 매춘업을 하면서 납치나 암살등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무장 집단이다.

근래에는 이라크나 사우디의 부자들에게 여자를 공급해주는 일도 하고 있다.

저택에 하렘을 구성한 부자들이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자들을 주문하면 바그다드에 유학 온 여학생들이나 관광객들을 납치해서 그들에게 제공한다.

요즘 이라크의 신흥 부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집품은 동유럽계의 소녀들이나 동아시아계의 여인들이다.

어두워진 거리에 벤츠 승용차를 주차시키고 뒷 좌석에 앉아 ‘로라 컴퍼니’ 빌딩의 간판을 바라보는 ‘사디크’는 며칠 전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코리아의 ‘남태근’을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직접 만난 일을 없지만 코리아로 입국한 이라크 근로자들에게 국제 특송으로 보낸 ‘해시시’나 ‘엑스터시’를 도매가로 사들여 코리아의 유흥가로 유통시키는 ‘남태근’과는 가끔씩 통화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남태근’은 가끔씩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기도 한다.

부자들에게 동아시아계 여인의 특별 주문이 들어올 경우 ‘남태근’에게 연락하면 중동지역에 유학중이거나 파견근무를 나온 한국 여인들의 신상정보를 보내줘서 그 여인들의 납치를 돕는다.

물론 그 경우에는 반드시 남태근에게 일정금액을 지불한다.

며칠전 남태근은 ‘로라’라는 여인이 자신이 아는 사람에게 천만 달러를 사기 쳤다고 하면서 그녀를 납치해서 돈을 찾은 후 되돌려 달라고 부탁했었다.

물론 자신은 ‘로라’를 납치해서 천만 달러를 찾아낼 생각이지만 그 돈을 남태근에게 보낼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자신이 천만 달러를 중간에서 꿀꺽하면 코리아에 유통시키고 있는 마약 중계상을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천만달러에 비해 그 수고로움은 무척 가벼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멀리서 본 ‘로라’라는 여인은 무척 아름다웠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자들 중 유럽계여성을 선호하는 자들에게 팔면 몇십만 달러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만한 외모였다.

‘로라’라는 여인이 비록 바그다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얼굴이 알려진 여인 이라고 해도 사우디 부자의 대저택 깊숙한 곳에 있는 하렘에 들어가기만 하면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후환도 없는 아주 깔끔한 사업이 될 것이고 그 사업은 꿩 먹고 알 먹기라는 생각에 ‘사디크’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더욱 흐뭇해 졌다.

‘로라’의 운전기사이자 경호원인 ‘말루프’는 그녀의 퇴근시간인 여덟시가 5분전에는 반드시 ‘로라컴퍼니’빌딩 입구에 볼보를 주차 시키고 로라를 기다린다.

오늘은 ‘로라’가 5분정도 늦게 나왔다.

“집으로 모실까요? 로라!”

“네..”

‘말루프’가 시동을 켜는 순간 차의 뒤쪽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차체가 앞으로 밀린다.

놀란 ‘로라’와 ‘말루프’가 뒤를 보자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린 대여섯 명의 복면을 뒤집어쓴 남자들이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 보인다.

테러라는 직감을 한 ‘말루프’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차를 급하게 출발 시키며 허리춤에 꽂아 두었던 권총을 꺼낸다.

“끼이이익~”

“와장창”

“아아악~”

하지만 10m도 못가 앞을 가로막는 또다른 차량에 의해 ‘말루프’의 시도는 무산이 되고 뒤따라온 복면들이 차창을 방망이로 부순다.

‘로라’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총소리에 파묻힌다.

“탕탕탕”

“타타타~”

‘말루프’의 권총에서 발사된 세발의 총알이 두명의 복면 괴한들의 머리를 관통하지만 다른 괴한의 손에 들린 우지 기관총세례에 ‘말루프’의 몸이 벌집이 된다.

총소리에 놀란 ‘로라 컴퍼니’직원들이 빌딩입구로 뛰어 나오는 순간 ‘로라’의 몸은 승합차로 구겨 넣어 지고 승합차가 급출발을 한다.

“탕탕탕탕”

‘미하일’의 손에 들린 권총에서 몇발의 총알이 승합차를 향해 발사되었지만 검은 승합차는 순식간에 건물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로라’의 볼보 승용차 창문과 뒷 범퍼쪽에 두명의 복면괴한이 이마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운전석의 ‘말루프’는 운전대에 고개를 박고 죽어 있다.

‘미하일’의 지시로 볼보 승용차와 시체들이 빌딩의 지하 주차장으로 옮겨지고 주차장 입구와 빌딩 출입문에 강철 셔터가 내려지면서 건물이 완전 폐쇄된다.

멀리서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던 ‘사디크’의 벤츠승용차가 서서히 출발해서 대로의 자동차속으로 섞인다.

‘사디크’는 지금 상당히 언짢다.

겨우 여자한명을 납치하는데 두명의 부하가 죽었고 ‘로라컴퍼니’의 신속한 대응으로 부하들의 시체도 빼앗겼다.

천만 달러만 수중에 넣으면 몇달간 부하들을 잠수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사디크’는 납치된 여인을 회유할 장소인 뒷골목의 매음굴 지하실로 향했다.

운전석 옆에 있는 디지털시계의 숫자가 -2월 10일 20:48-을 표시하며 깜박이고 있다.

2월 10일 목요일 오전

‘로민 카운티’를 방문한 사우디의 왕위계승서열 1위인 ‘왈리스’왕세자의 행보는 ‘민재’와 ‘로민카운티’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항상 왕세자를 따라다니는 세계 유수의 매스컴에 ‘로민 솔루션의 전기흡착식 해수담수화 신기술’을 다시한번 크게 알리는 광고가 되었고 왕세자도 그 기술에 상당한 흥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왕세자의 돌발 요청으로,

로민 카운티 마을회관에서 즉석으로 이루어진 ‘지현우’기계팀장의 ‘전기흡착식 담수설비’ 프레젠테이션에서 ‘왈리스’왕세자는 무척 깊이 있는 질문으로 담수 기술에 상당한 조예가 있음을 드러냈다.

에로부터 식수가 부족해 석유를 팔아 물을 사먹는 사우디의 실정상 사우드 왕가와 왕세자가 담수화설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기술적인 부분까지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갖춘 왕세자의 해박함은 취재기자들과 수행원 모두에게 감명을 주었다.

마을을 둘러보며 몇주전에 심은 ‘대추야자나무’묘목들과 묘목주위의 검은 흙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왕세자와 ‘마흐드’왕자는 두바이의 ‘세이크’왕자와 함께 ‘알자지라’ 방송에 소개되었던 ‘알리마’의 꽃밭 앞에서 11살 소녀 ‘알리마’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다시한번 여러 매스컴에 얼굴을 알린 ‘알리마’는 수억명의 중동지역 소녀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소녀가 되었다.

그리고 설비에서 담수되어 파이프에서 쏟아지는 물을 즉석에서 컵으로 받아먹는 왕세자의 모습이 여러 사진 기자들에게 촬영되었다.

그 모습이 방송을 타게 되면 ‘로민’의 담수화설비는 수천만 달러 이상의 광고 효과가 날것이 확실했다.

원래 두시간 방문예정이었던 일정을 네시간으로 연장하면서 오찬까지 마을에서 해결한 왕세자는 마을의 이곳저곳과 설비들을 살펴보고 나서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다음 방문지로 떠났다.

“미스터 리! 왕세자님이 담수화설비에 딸린 발전기에 소요되는 석유를 무상공급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설비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설비 주변에 군인들로 경비를 세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하하하.. 아마 내일쯤 경비 군인들 몇명과 정부소속의 담수설비 전문가들이 내려 올거에요. 그들에게 설비를 인계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정말 수고 했어요. 미스터 리!”

왕세자를 배웅하고 돌아온 ‘마흐드’왕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축하합니다. 마흐드 왕자. 왕세자님에게 깊은 인상을 심이 주었군요.하하하”

‘세이크’가 마흐드왕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크게 웃는다.

“모두 두분 왕자님들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일이 잘 된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민재의 웃음소리가 낭랑하다,

비록 ‘마흐드’왕자가 수십억불의 젯다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실질적인 결정권자이긴 하지만 왕위 계승서열 20위권에도 못 드는 수십명의 왕자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오늘 ‘로민 카운티’에서 왕세자에게 좋은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 ‘마흐드’는 앞으로 더 중요한 임무를 부여 받을 것이다.

“미스터 리! 오늘 왕세자님의 분위기를 보아서는 발전설비까지는 무리이겠지만 담수설비만큼은 경쟁 입찰보다 수의 계약으로 가도 될 것 같습니다. 왕세자님이 저렇게 관심을 보이는데 수의계약을 한다고 해서 감히 누가 뭐라겠습니까? 귀국 하시면 왕세자님께 드릴 적당한 선물을 하나 골라 보내 주세요. 선물을 전해 주면서 수의 계약을 말씀드려 볼 테니까요. 하하”

“그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거죠. 부탁드립니다. 왕자님.”

“그렇게 된다면 마흐드 왕자님은 물론 ‘미스터 리’까지 훨씬 이익이 되는 것 아닙니까? 이거 좋은데요. 하하”

세명의 남자는 유쾌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면서 ‘로민 카운티’를 떠나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왕이 정치, 경제 그리고 종교까지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드는 사실상의 전제 국가이다.

사우드왕가에서 수의계약을 눈감아 주면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2년전 8억불규모의 송유관 공사가 국왕의 친동생을 등에 업은 호주의 건설사에게 수의 계약으로 낙찰된 일도 있다.

이를 두고 서방의 매스컴들이 공정경쟁이니 뭐니 하며 한동안 씹어댔지만 사우디에서는 내 돈 내가 쓴다는데 니들이 웬 참견이냐는 태도로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왕제(王弟-왕의 동생)의 입김도 그렇게 강한데 왕세자의 의중을 누가 거스를 수 있을까?

수의 계약이 되면 공개경쟁 입찰 때의 10%였던 통상 리베이트가 7%정도로 다운된다.

그런데 공개입찰 때보다 수의 계약 때 발주처 결정권자가 가지는 금액이 훨씬 많아지는 이유는 담당공무원들과 정부의 고위직들에게 뿌려지는 금액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10억불 규모의 담수 설비를 ‘로민 솔루션’에서 수의 계약으로 수주한다면 3억불 정도 예상되는 공사이익 외에 리베이트만으로도 5천만불 이상을 가질 수 있다.

4천만불 정도가 ‘마흐드’왕자 몫이고 나머지는 두바이의 ‘세이크’왕세자 몫인데 지난번 왕자비 사건을 도와주면서 그 몫을 ‘민재’에게 넘기기로 했었다.

그리고 발전설비에서도 ‘세이크’왕세자의 몫을 ‘민재’가 가져온다면 리베이트만으로 벌어들이는 합계 금액이 1억불 이상이 될 전망이다.

리베이트로 벌어들이는 금액은 세금 추징도 못하는 비자금들이다.

그 돈들은 모두 ‘민재’의 전쟁에 군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다.

‘민재’가 ‘로라’의 납치 소식을 들은 것은 ‘마흐드’왕자와의 저녁식사를 끝내고 젯다의 호텔 객실로 막 들어오던 밤 9:05분 경이었다.

납치를 알려준 ‘미하일’과의 전화를 끝낸 ‘민재’는 오분간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오분은 뜨거운 증오에서 차가운 분노로 바꾸는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바그다드의 백부와 통화를 하고 중동 곳곳의 지사에 흩어져 있던 ‘로라컴퍼니’특수요원들에게 바그다드로 집결 명령을 내린 ‘민재’는 호텔 예약부에 가장 빠른 바그다드행 비행기 예약을 부탁하고 침대에 올라 죽은 듯이 잠을 잤다.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감정이 취침을 방해 했지만 차가운 이성으로 뜨거움을 누르고 꿈도 없는 깊은 잠을 잤다.

그의 오른손에는 휴대폰이 꼭 쥐어져 있었다.

‘사디크’와 ‘알라시디’조직원들은 일단 여인을 납치해 오면 강간부터 한다.

어떤 목적으로 납치해 오던 간에 강간을 하고 그 다음 수순을 진행한다.

백열등이 흔들거리는 매춘굴 지하실은 언제나 눅눅한 습기와 퀘퀘한 냄새로 가득차 있지만 ‘사디크’는 이곳에 올 때마다 마치 과거 17살때 강간으로 첫경험을 하던 순간처럼 흥분되는 감정을 느낀다.

양손을 뒤로 묶인 채 지저분한 간이침대에 앉아 자신을 노려보는 여인의 얼굴을 보는 ‘사디크’의 목젖이 꿈틀거린다.

‘로라’라는 여인은 멀리서 볼때도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데 눈앞에서 직접 보니 생각 이상으로 귀티가 흘렀다.

검은 정장스커트 아래로 보이는 새하얀 허벅지가 ‘사디크’의 기둥에 힘을 불어 넣는다.

여인의 앞으로 다가간 사디크가 혁대를 풀고 바지를 내린다.

여인의 상체를 눌러 얼굴과 가슴을 더러운 간이침대 담요위에 붙인 ‘사디크’는 정장 스커트를 들어 올려 팬티를 찢어낸다.

새하얀 엉덩이가 드러나고 그 엉덩이 위에 털이 북실북실한 ‘사디크’의 엉덩이가 붙는다.

남자의 더러운 페니스가 뒤쪽에서 자신의 음부를 둔중하게 밀며 들어오는 순간 ‘로라’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새파랗게 타오르며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그가 구하러 올거야’

헉헉거리며 자신의 귓가에 침을 바르는 남자의 입냄새가 역겹다.

‘민재’의 전화를 받은 다크 ‘이영묵’은 즉시 부관인 ‘사비브’를 호출해 바그다드내에 있는 ‘다크 솔저’의 전 부대원들에게 무장을 갖추고 집결하라는 지시를 했다.

‘다크솔저’는 이영묵이 운영하고 있는 외인부대의 명칭이다. 이들 중의 일부는 지금도 아프리카 내전과 중남미의 마약조직 소탕 작전에 용병으로 참가하여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사비브’가 방을 나가자 이영묵은 자신과 연계된 바그다드 경찰청의 국장에게 ‘미하일’이 휴대폰으로 보내준 시체가 된 납치범들의 얼굴 사진을 전송해 주고 신원파악을 부탁했다.

범인들의 신원은 금방 확인 되었다.

바그다드의 범죄조직 ‘알라시디’소속 ‘알리’와 ‘라삼’이라는 이름의 범인들은 살인혐의로 이미 지명수배가 된 상태였다.

경찰국장은 ‘알라시디’ 조직 계보도와 조직원들의 사진, 그리고 그 조직에서 운영하는 술집과 매춘 업소의 위치까지 e-mail로 전송해 주었다.

그 자료들은 ‘로라’의 사진과 함께 곧바로 ‘사비브’를 통해 ‘다크솔저’ 부대원들의 스마트폰으로 전송 되었다.

바그다드의 뒷골목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면 경찰이외에도 미리 양해를 얻어야할 또 한사람이 존재한다.

‘이영묵’은 바그다드 암흑가의 대부 ‘알 타루드’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다.

“타루드! 나 ‘다크’일세.”

“오! ‘다크’. 오랜 만이군. 그런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인가?”

“사디크라는 애송이가 내 가족중의 하나에게 손을 댔어. 오늘밤 바그다드의 뒷골목이 조금 시끄러워 질 걸세.”

“사디크와 ‘알 라시디’ 조직원 놈들의 더러운 짓거리는 깨나 지저분하지. 나도 우리 애들을 시켜 손보려던 참이었는데.. 그 놈들 정말 안됐군! 다크의 원한을 사다니..허허.. 오늘밤은 우리 애들을 조금 일찍 퇴근시켜야 겠군.”

“고맙네. 타루드..”

뜨거운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스트립 바 ‘쿠피’에 검은 군복으로 무장한 5명의 군인 들이 난입한 시간은 밤 열한시 사십분이었다.

“타타타타타~”

“꺄아아악~”

총소리가 울리고 플로어 위에서 봉을 잡고 흐느적거리던 발가벗은 무희들의 비명소리가 넓은 홀 안에 가득 찬다.

내실에서 무희에게 페니스를 물리고 있던 ‘쿠피’의 운영을 맡고 있는 ‘알라시디’조직의 간부 ‘살만’은 총소리가 울리자마자 무희를 발로 차고 일어나 급하게 권총을 찾아든다.

하지만 그가 흘러내린 바지를 올리기도 전에 내실의 출입문이 박살나고 검은 옷의 군인들이 난입한다.

“탕탕탕”

‘살만’이 쏜 총알중의 한발이 검은 옷의 가슴에 명중 됐지만 최근에 프랑스 업체에서 개발된 검은색의 방탄복을 뚫어내지는 못했다.

“타타타” 검은 옷의 손에 들려있는 개량형 톰슨 기관총이 불을 뿜고 ‘살만’의 머리가 터져 나가면서 몸이 뒤로 넘어간다.

구석에 머리를 쳐박고 떨고 있는 발가벗은 ‘아니샤’의 눈에 아직도 발기가 꺼지지 않은 ‘살만’의 페니스가 보인다.

‘아니샤’의 귀에 들리던 내실 밖의 총소리가 멈춘것은 검은옷의 군인들이 내실에서 나가고 십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옷을 찾아 입고 밖으로 나가는 스트립 댄서 ‘아니샤’의 눈에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남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남자들 중에 두명은 ‘아니샤’의 고향에서 그녀를 납치하고 강간한 후에 바그다드로 끌고 온 남자들이었다.

남자들의 시체에 침을 뱉은 ‘ ‘쿠피’의 출입문을 열고 밤거리로 나왔다.

아니샤’는 납치된지 세달 만에 처음으로 외출을 했다.

이같은 기습은 ‘알라시디’ 조직원들이 운영하는 바그다드 뒷골목의 매춘업소와 마약거래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경찰들은 언제나 총격이 끝나고 검은 옷의 군인들이 철수한 후에야 사건장소에 나타났다.

작전이 임시 종료된 아침 6시

바그다드의 뒷골목에서 피살된 ‘알라시디’ 조직원들의 수는 83명이었다.

80명의 다크 부대원들과 40여명의 ‘로라컴퍼니’ 직원들의 필사적인 연합수색작전에도 불구하고 ‘로라’와 ‘사디크’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2월 10일 금요일 아침 9시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민재’는 ‘로라 컴퍼니’사무실에 있었다.

“현재 ‘사디크’의 위치는?”

“바그다드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시골 마을의 안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7명의 ‘알사라디’ 간부들과 함께 있는데 ‘로라’ 대표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현재 다크 부대원들과 저희 직원들이 안가 주위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미하일’의 보고였다.

“미하일은 사무실을 지키며 연락을 취하고 ‘파예드’와 ‘압둘’은 나와 함께 ‘사디크’를 잡는다.”

“네! 보스.”

‘파예드’와 ‘압둘’ 두사람은 30대 후반의 이라크 인으로 ‘민재’와 함께 4년간의 첩보훈련을 이수한 첩보원들이다.

훈련을 이수한 두 사람은 후세인의 비밀 첩보원으로 활약하다가 2차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패하고 후세인이 미군에 잡혀 총살당한 후 ‘민재’의 권유로 ‘로라 컴퍼니’에 들어와 여러가지 비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잠시 후

‘로라 컴퍼니’옥상에서 대기 중이던 헬기가 세명을 태우고 바그다드 남쪽 하늘로 사라진다.

‘사디크’는 미칠 것 같았다.

지난밤 ‘로라’라는 여자의 바기나 속에 한번 사정을 하고 그녀를 고문해서 천만 달러의 행방을 알아내려는 순간 부하의 급한 연락을 받고 몸을 피신했다.

어느 조직인지 모르는 검은 옷을 입은 괴한들의 습격에 조직이 운영하던 업소들이 박살나고 조직원들이 피살되고 있다는 전화를 받은 ‘사디크’는 매춘 업소 골목으로 밀고 들어오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대항할 생각도 못하고 바로 몸을 빼야했다.

검은 옷을 입은 부대원들은 바그다드 암흑가에서 이십년 전부터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다크 부대원들이었기 때문이다.

정신없는 심복 두명과 함께 극도의 긴장감속에 움직여 도착한 곳이 몇년전에 건설업자를 협박하여 빼앗은 시골마을의 작은 별장이었다.

‘사디크’가 도착하고 두시간쯤 후부터 간부들이 한명씩 별장에 도착했지만 비상 집결지인 별장에 도착한 간부는 불과 다섯명 뿐이었다.

나머지 100여명의 조직원들은 다크 부대원들에게 모조리 당한 것 같았다.

10년 동안 일구어 온 자신의 기반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고 말았다는 사실에 ‘사디크’의 분노는 거세게 타올랐다.

“야! ‘사이드’! 도대체 ‘로라’라는 년하고 다크하고 무슨 관계인 거야? 이 개자식아! 네가 ‘로라’라는 년 주변에 신경쓸만한 거물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 말해봐 임마!”

“저..보스 제가 파악한 바로는 ‘로라’와 다크와의 접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개자식아! 그러고도 네가 조직의 정보 분석가라고 말할 수 있냐? 이 쓸모없는 자식! 죽여 버리겠어.”

“참으십시요. 보스”

권총을 빼들고 ‘사이드’의 머리를 내리치며 길길이 날뛰는 ‘사디크’를 주위의 간부들이 뜯어 말린다.

“푸슉~”

창 밖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사이드’의 이마에서 피가 튀고 몸이 스르르 미끄러진다.

“!..”

“타타타타~” “타타타~” “탕탕““챙그랑”

잠시간 멍하니 있던 ‘사디크’와 조직원들이 창문을 향해 발작적으로 권총과 우지 기관총을 발사한다.

“쾅~”

“푸쉬쉬쉬~”

‘사디크’등이 창문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 출입문 문짝이 떨어져 나가고 연막탄과 최루탄이 굴러 들어와 하얀 연기를 피워낸다.

“으악~ 뭐야! 이거..”

“에취~..콜록. 콜록”

“푸슉~ 푸슉~”

최루탄의 먀운 연기에 휩싸여 우왕좌왕하던 ‘알 라시디’간부 두명의 뒤통수가 창문 쪽에서 발사된 저격수의 총알에 관통되어 터져 나간다.

“타타타타~타타타~”

또다시 발작적으로 우지기관총을 난사해 보지만 저격수의 모습은 창문 어디에서도 보이질 않는다.

그들의 시선이 또다시 창문 쪽으로 집중되는 순간 부서진 출입문을 통해 검은 전투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사람 하나가 공중제비를 돌며, 뿌연 연기가 자욱한 방안으로 침투한다.

“푸슉~ 푸슉~”

방독면의 손에 들린 소음 권총이 불꽃을 토해내고 총을 발사하던 ‘알라시디’ 간부 두명의 뒤통수에서 핏물이 튄다.

살아남은 두명의 심복과 ‘사디크’의 손에 들린 총구가 검은 옷에게 돌려지는 순간 또 한명의 검은 옷이 미끄러지는 듯한 몸놀림으로 방안으로 침투하며 소음 권총을 발사한다.

“푸슉~ 푸슉~”

“푸슉~”

“으아아악~”

이마를 관통당한 심복 두명의 몸이 뒤로 넘어가고 오른쪽 어깨에 총알을 박은 ‘사디크’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른다.

불과 3명의 인원으로, 작전 시작 5분 만에 7명의 인원을 사살하고 1명을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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